새로운 조류(에리히 발렌슈타인 전) 제 84 화. 출정전
■ 제국력 487년 2월 25일. 오딘, 우주함대 사령부. 베른하르트 폰 슈나이더.
메르카츠 제독이 우주함대로 배속을 명받았다. 원래대로라면 메르카츠 제독이야말로 우주함대 부사령장관, 아니 사령장관이 되어도 좋을 것이다. 그런데도 산하의 일개 함대사령관이라니……. 아무래도 납득이 가질 않는다.
메르카츠 제독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으시지만 기쁘게 받을 자리라곤 생각하지 않으시겠지. 요 몇 년, 전장에 나가는 일도 없이 변경경비에 종무하는 매일이었다. 겨우 중앙으로 돌아왔다고 생각하니 자신의 아들보다도 젊은 사령장관, 부사령장관을 섬기는 몸이 되었다.
우주함대 사령부에 가니 로엔그람 백작은 훈련중이기에 부사령장관에 착임 인사를 하게 되었다. 난 발렌슈타인 대장과 면식이 없다. 내가 메르카츠 각하의 부관이 된 것은 각하가 아레스하임 회전에서 승리를 거둬 대장으로 승진한 뒤다.
부사령장관이 메르카츠 각하의 부하였던 건 아레스하임 회전까지 짧은 시기였다. 각하에게 있어선 인상 깊은 부하였던 것 같다. 때로 내게 이야기하신 적도 있다. 이상한 남자였다고. 그 남자가 지금 부사령장관이 되었다.
부사령장관실에 들어가 놀란 건, 방이 꽤 넓은 것이었다. 아마 방 두 개를 뚫고 쓰고 있는 거겠지. 많은 여성부사관(30명 정도 되겠지)들이 책상을 마주하고 서류를, 디스플레이를 보고 있다.
쉴 새 없이 걸려오는 TV전화음과 받아서 응답하는 여성부사관. 서류를 뒤적이는 소리와 바쁘게 걷는 여성부사관. 화려함과 소란이 뒤섞인 축제같은 분위기의 방이다. 메르카츠 제독도 놀란 눈치다.
부사령장관은 우리들을 눈치채고 집무석에서 일어나 다가왔다. 우리들이 놀라고 있는 걸 눈치챘겠지. 쓰게 웃으며 ‘이 편이 편리해서 벽을 없앴습니다.’하고 말했다.
여성들이 있는 장소의 반대편 방에 회의실과 응접실을 지금 준비하는 중이라고 한다. 개장이 끝나는 대로 출입이 가능하도록 문을 달 생각인 것 같다.
아연해하는 우리들에게 부사령장관은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서오세요. 메르카츠 제독.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이거 실례했습니다. 우주함대로 배속을 명받았습니다. 빌리바르트 요아힘 폰 메르카츠 대장입니다.”
“부관인 베른하르트 폰 슈나이더 대위입니다.”
메르카츠 제독과 나는 서둘러 인사했다. 그런 우리들에게 부사령장관은 부드럽게 미소짓고 곁에 있는 소파에 앉도록 권했다. 난 사양하고 서 있으려 하니 나에게도 앉도록 권했다.
“메르카츠 제독. 안녕하신 것 같아 다행입니다.”
“늦었습니다만, 부사령장관으로 취임하신 것.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이번엔 메르카츠 제독에게도 폐를 끼치게 됐습니다.”
“?”
“모쪼록, 불쾌하시겠죠. 사령장관도 저도 제독보다 훨씬 경험도 없는데다 나이도 어리니.”
한 순간 자신의 마음이 읽혔다고 생각했다. 부사령장관의 얼굴을 보니 아까전의 미소는 없다. 부드럽지만 성실한, 그리고 얼마간 긴장한 표정이 있다.
“각 함대사령관도 모두 젊은 지휘관들입니다. 능력에 있어선 걱정없습니다만. 혈기가 넘치는 일이 없으리라곤 할 수 없습니다. 사실 제가 억누르지 않으면 안 됩니다만. 국내의 불안이 있는 지금, 전 전장에 나갈 수가 없습니다.”
“…….”
“메르카츠 제독. 모두가 잘못된 길을 걸으려 한다면, 제독의 힘으로 막아주셨으면 합니다. 어려운 일이라는 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달리 부탁할 분이 없습니다. 아무쪼록 부탁드립니다.”
놀랍게도 부사령장관은 깊게 고개를 숙였다. 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고, 무심코 좌우를 둘러봤다. 방 안의 여성부사관들도 놀란 눈으로 보고 있다. 우연히 나와 눈이 마주치니 당황하며 서류를 보기 시작했다.
“부사령장관, 고개를 드세요……. 각하의 말씀은 잘 알겠습니다. 소관이 얼마나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진력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메르카츠 제독.”
메르카츠 제독의 말에 거짓말은 없다. 말이 나온 이상, 제독은 성심성의를 다하겠지. 부사령장관도 알고 있던 거겠지. 표정에서 긴장이 없어지고 안도의 표정이 보인다. 신임 사령장관, 로엔그람 백작과 만나지 못한 게 신경쓰이지만. 적어도 있기 힘든 장소는 아닌 것 같다.
...
■ 제국력 487년 2월 25일. 오딘, 우주함대 사령부. 에리히 발렌슈타인.
메르카츠 제독이 우주함대에 들어왔다. 저 사람이라면 확실히 억제하는 역할을 해주겠지. 유감이었던 것은 부사령장관직을 준비하지 못했던 것이다. 라인하르트에게 부탁해봤지만, 그다지 좋은 얼굴을 하지 않았다.
에렌베르크도 슈타인호프도 통괄하는 지휘관이 많은 건 좋지 않다는 태도였다. 일리있는 건 확실하다. 뭐, 목적은 저 사람을 부사령장관으로 만드는 게 아니다. 억제역으로서 우주함대에 참가해주는 것이다. 최저한의 성과는 얻었다. 그렇게 생각하기로 하자.
내 쪽도 점점 체제가 잡혀갔다. 각 함대의 보급, 훈련, 그 외 각자의 서류가 이쪽으로 오는 것이 도저히 끝나지 않는다. 라인하르트는 이번 출정으로 벅찬지 “그건 경에게 맡겼다.”니까 말이지.
그런고로 우주함대 사령부의 여성부사관을 20명 정도 부사령장관 직속 부하로 삼았다. 거기에 병참통괄부에서 10명, 여성부사관을 파견 받았다. 그 밖에 그녀들을 관리하는 역할로서 리첼 준장, 구스만 대령을 데려왔다.
각 함대를 돌고 돈 서류를 여성부사관들이 확인한다. 그것을 리첼, 구스만이 확인하고, 내가 다시 한 번 확인한 뒤에 결재한다. 뭐, 때때로 리첼, 구스만의 결재로 문제없는 것도 있다. 덕분에 일이 편해졌다.
함대 쪽도 겨우 편제가 끝났다. 당초 5천척으로 할 예정이었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라인하르트가 함대는 1개 함대 1만 5천척으로 편성하라는 말을 했다. 덕분에 조금 수고가 들었다. 함대사령부의 인선도 나름대로 갖춰졌다.
부사령관에 슈무데 중장. 분함대 사령관에 루크너 중장, 린테렌 중장, 루디게 중장. 참모장에 클라우스 봐렌하임 준장. 부참모장에 슈마하 대령이다.
루크너, 린테렌, 루디게 중장은 결코 눈에 띄는 존재가 아니다. 하지만 견실하고 안정감이 있다. 1개 함대는 어려울지도 모르지만 분함대 사령관이라면 충분히 유능하다.
라인하르트가 자신의 분함대 사령관으로 삼으리라 생각했지만, 저번에 라인하르트를 그들이 구한 것이 꼬리를 잡아 당긴건지, 자신의 부하로 삼지 않았다. 나로선 라인하르트를 위해서 일부러 그들을 놔둔거지만. 쓰지 않겠다면 내 부하로 삼도록 하자.
몰트 중장도 불렀다. 황제에게 만일의 경우가 있을 때엔, 내 밑에서 차석지휘관으로서 헌병대를 통괄하게 할 생각이다. 보좌로는 키슬링이 있으니까 문제 없겠지. 그와 뤼네부르크가 있다면 지상전은 문제 없을 것이다.
내 기함도 정해졌다. 전함 로키. 브륀힐트의 설계사상을 반영하여 건조된 전함이다. 다시 말해 키르히아이스의 발바로사와 마찬가지지만. 이 세계에선 아직 키르히아이스는 대령이다. 그래서 내 쪽으로 온 것 같다. 하지만 로키란 말이지.
대신 오딘이 소속된 아스 신족과 적대하는 거인족에 속하면서도 오딘의 의형제가 된 신. 북구신화 최대의 트릭스터라는 설도 있지만, 어느 쪽이냐고 한다면 악마신에 가깝다고 난 생각하고 있다.
라그나로크에 있어 거인족을 이끌고 아스 신족의 멸망을 위해 출병하여, 최후엔 헤임달과 함께 서로를 찌르고 죽었다……. 무슨 생각으로 로키라고 이름 붙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재밌군. 누구에게 있어서 로키가 될지…….
라인하르트 쪽도 함대 편제가 끝나간다. 총참모장엔 슈타인메츠 준장을 등용했다. 분함대 사령관으로 쓰는 것보다 좋겠지. 냉정하고 침착한 남자다. 머리에 피가 오른 사령장관을 억눌러주겠지. 분함대 사령관으론 아스타데에서 부하였던 포겔, 에르라하가 있다.
키르히아이스는 변함없이 부관이다. 그건 그거대로 좋지만, 문제는 오벨슈타인이 라인하르트 부하가 된 것이다. 우주함대 사령부의 복도에서 만났을 때, 처음엔 몰랐지만 눈을 삐걱삐걱대며 의안 상태가 어쩌고하고 있었다.
무심코 몸이 경직됐다.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정신을 차리니 집무실에서 물을 마시며 서류를 결재하고 있었다. 발레리가 묘한 얼굴로 날 보고 있었다. 나도 물 정돈 마신다고.
잘 생각해보니 오벨슈타인이 이젤론 요새 주류함대에 배속된 건 아스타테 회전 후, 라인하르트가 원수로 취임한 후다. 대체로 3월을 넘겼을 쯤이겠지. 지금 시기엔 통수본부의 정보처리과에 있었다.
난 이젤론 요새 함락만 막으면 오벨슈타인은 문제 없으리라 생각했지만 물렀다. 오벨슈타인은 원작에서도 라인하르트를 높게 평가하고 있었다. 이젤론 요새 함락후에 라인하르트를 찾아간 것은 목숨구걸을 위해서가 아니다. 언젠가 로엔그람 원수부에 갈 생각이었겠지. 그것이 빨라졌을 뿐이다.
스스로 라인하르트를 찾아간 것 같다.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조심해야한다. 저 녀석의 경우, 적을 쓰러뜨리는 것보다 아군을 무너뜨리는 것에 열중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분함대 사령관이 조금 약하다. 괜찮을까? 적전회두로 침몰할 것 같은 녀석들을 골라서. 적이 나오면 이번엔 제 5, 제 10, 제 12함대 정도가 나올 가능성이 높겠지. 동맹에서도 최정예부대다.
어떤 형태가 될지 모르겠지만, 원작의 아스타테처럼 잘 될 것 같진 않다. 적어도 루크너, 린테렌, 루디게 중장을 분함대 사령관으로 해줬다면 안심할 수 있겠지만…….
역시나 은근슬쩍 미터마이어, 로이엔탈을 분함대 사령관으로서 데려가라고 말했지만, 오히려 역효과였던 것 같다. “필요 없다.”는 한마디로 끝이었다. 내가 신경써주는 것이 맘에 들지 않는 것 같다.
불리한 상황에서 이긴다면, 더욱 실력을 증명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지도 모른다. 모르는구만. 널 위해서 말하는 게 아냐. 병사들이 불쌍해서 말하는 거라고. 이제와서지만, 처음부터 편제에 관여했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1개 함대로 출병 따위 인정하는 게 아니었다. 무심코 아스타테가 머리에 떠올라 동의해버렸다. 실패였다. 이렇게까지 심할줄은 몰랐다.
이렇게 되면 훈련을 명목으로 3개 함대정도 움직여서 뒤를 쫓게 할 수밖에 없겠지. 화낼지도 모르겠지만, 이기고 있다면 전과확대로 이어질 테고, 지고 있다면 만회할 수 있겠지……. 뭔가 제 8차 이젤론 요새공방전에 가까워진 느낌이다. 좋지 않은 흐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