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조류(에리히 발렌슈타인 전) 제 85 화. 제 7차 이젤론 요새공방전(1)
■ 제국력 487년 3월 15일. 오딘, 뮈켄베르거 저택. 에리히 발렌슈타인.
“그럼, 로엔그람 백작은 이젤론으로 향한건가?”
“예. 오늘 아침 출정했습니다. 25일쯤엔 이젤론 요새에 도착하겠죠. 그 뒤, 아스타테 방면으로 향합니다.”
“그런가…….”
난 뮈켄베르거 원수의 저택에 있다. 원수가 퇴역한 뒤에도 때때로 방문하여 근황보고를 했으니, 원수는 지금 제국군의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지금 가장 머리를 아프게 하는 건 다름 아닌 라인하르트에 대한 일이겠지.
팔을 꼬고 심사묵고하는 모습은 현역 때와 아무것도 다르지 않다. 군복은 입고 있지 않지만, 위엄, 침착함,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곤란하게도 난 이런 노인에게 약하다. 자신이 나약하고 몸이 가냘프기 때문에 동경하는 걸지도 모른다.
최근엔 여기에 오는 것이 자신에게 있어서 중요한 일이 되었다. 곤란한 일이 있으면 원수에게 상담하는 것이 버릇이 됐다. 우주함대 사령장관으로서 얻은 뮈켄베르거 원수의 경험은 중요하다. 꽤나 가르침 받는 것이 많다. 나이 먹은 사람의 지혜나 경험은 무시할 수 없다. 인생경험만은 학교에선 얻을 수 없다.
“3개 함대를 움직였다고 했지? 누굴 택했나?”
“메르카츠, 로이엔탈, 미터마이어 세 명입니다.”
“메르카츠인가. 일단 안심이군.”
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원수는 찌푸리고 있던 눈썹을 원래대로 돌렸다. 나도 정말이지 동감이다. 메르카츠 제독이 우주함대에 소속하고 약 1개월 반. 존재감의 무게는 모두가 느끼고 있다. 나로선 저 존재감은 낼 수 없다.
“원수. 한 가지 신경쓰이는 점이 있습니다.”
“뭔가? 발렌슈타인.”
“반란군의 동향이 들려오지 않습니다.”
원수의 표정이 엄해진다. 무리도 아니다. 이게 의미하는 건 중대하다.
“페잔이 정보를 차단하고 있다는 건가…….”
“아마도. 이 이상 반란군의 패배는 받아들일 수 없다. 그런 거겠죠.”
“로엔그람 백작은 그 걸 아는가?”
“예.”
“뭐라고 했는가?”
“알겠다고.”
“…….”
원수의 표정에 엄함이 더해진다. 마음은 알겠다. 페잔은 확실하게 동맹을 편드는 정책을 잡고 있다.
이후 페잔이 무슨 짓을 할지. 제국 내에서 반란을 일으키는 것 정돈 간단하겠지. 이번 원정도 위험이 크다. 페잔이 정보를 차단하는 것만이라면 괜찮다. 혹시 이쪽의 동원병력을 과대포장해서 보고했을지도 모른다.
‘제국군이 3개 함대를 움직였다.’ 그런 정보가 동맹에게 전달 됐다면 어떻게 될까? 이 이상 질 수 없는 동맹은 최저한 4개 함대~5개 함대 정도는 움직이겠지. 그 위험성을 라인하르트는 모른다.
우주함대 사령부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면 좋았겠지만, 전선 임무만 했기에 그 부분을 잘 모르는 것이다.
“만일의 경우엔 때려눕혀서라도 데리고 돌아오라고 메르카츠 제독에게 말해뒀습니다.”
“우주함대 사령장관은, ……1년, 아니 반년 정도 일렀을지도 모르겠군.”
무심코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원수가 묻는 듯한 시선을 향해온다.
“……같은 말을 뤼네부르크 중장이 했었습니다.”
“그런가.”
이번엔 원수가 쓴웃음을 지었다. 세상일 생각하는 대로 가진 않는다는 뜻이다.
“어쨌든 한 번 싸우게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승패는 관계 없이 말인가.”
“이기면 침착해지겠죠. 지면 반성하리라 생각합니다.”
“음……어쩔 수 없는가.”
이 이야기는 이제 그만두자. 희생하게 될 병사에 대해서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지만, 이 이상은 여기서 이야기해도 어떻게도 할 수 없다. 말하면 말할수록 침울해진다. 이번엔 메르카츠 제독에게 맡길 수밖에 없다. 나머진 라인하르트 자신의 문제다. 그가 스스로 해결할 수 있을지 아닐지.
“헌데, 원수. 요전날 부탁드린 건 어떻습니까?”
“사관학교에서 연설하는 것 말인가?”
“예.”
“좋겠지. 내 경험이 젊은 학생들의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원수는 드물게도 입 주변을 풀면서 대답했다. 난 원수에게 사관학교에서 연설을 해달라고 부탁했었다. 지휘관으로서의 마음가짐, 결단의 고통 등을 말해준다면 분명 도움이 되겠지. 나 스스로가 지금 그렇게 느끼고 있으니까.
난 이야기를 끝내고 뮈켄베르거 저택을 나왔다. 유스티나가 배웅 나왔다.
“제독, 이제 이야기는 끝나셨나요?”
“예. 끝났습니다.”
유스티나, 내가 1계급 강등 처분을 받았을 때엔 큰일이었다. 자택 근신중인 내게 와서 엉엉 울면서 사과하는 것이다. 발레리도 뮐러들도 보고만 있을 뿐 구해주려하지 않는다. 정말 피도 눈물도 없는 녀석들이다. 그것만은 원한을 품고 있다.
“바쁘실 텐데. 일부러 와주시는 것이 민폐는 아닐지요?”
“말도 안 됩니다. 원수 각하에게 여러 가지 일로 상담하여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또 와주시겠습니까? 아버님은 제독이 오시는 것을 매번 기다리시는 것 같습니다.”
“예.”
...
■ 제국력 487년 4월 20일. 이젤론 회랑, 특설임무부대. 양 웬리.
“4천 광년을 24일인가. 나쁘지 않군.”
“피셔 준장의 함대운용은 명인급이라고.”
“그렇군. 라프.”
쟝 로벨 라프 소령. 사관학교의 동기생. 제시카 에드워드의 혼약자. 신뢰할 수 있는 친구이며, 믿을 수 있는 참모다. 그가 이 함대에 배속된 건 행운이었다.
내가 이끄는 특설임무부대는 3월 28일에 대규모 훈련을 명목으로 하이네센을 나와 이젤론 방향과 반대로 3일간 워프를 반복했다. 그 뒤 이젤론을 향해 새로이 항로를 계산하여 워프를 계속하여 이젤론 회랑에 들어와 있다.
사령관: 양 웬리 소장
부사령관: 피셔 준장
참모장: 무라이 준장
부참모장: 파트리체프 대령
작전참모: 라프 소령
부관: 그린힐 중위
로젠리터 연대장: 쉔코프 대령
특설임무부대의 멤버들이다. 단기간에 모인 것치곤 나쁘지 않다. 부관에 그린힐 대장의 아가씨가 온 것은, 그린힐 대장도 이 작전을 지지하고 있다는 걸까…….
그렇다곤 해도 특설임무부대라니 묘한 이름이다. 당초 시트레 본부장은 제 13함대라는 명칭을 쓰려 했지만, 도슨 사령장관이 강경하게 반대했다고 한다. 덕분에 특설임무부대가 됐다. 뭐, 나로선 해야할 일을 할 뿐이다.
“제독, 그 정보는 틀림없을까요?”
“음, 틀림없을거야.”
난 무라이 참모장의 질문에 대답했다. 분명 그 정보의 정확함에 작전의 성패가 걸려있다.
“그 정보는 페잔 경유로 얻어진 것이야. 페잔도 이 이상 제국의 승리는 바라지 않을 테니. 믿어도 좋겠지.”
“과연.”
내가 설명하니 파트리체프 부참모장이 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분위기도 부드러워진다. 이런 분위기를 가진 남자는 좀처럼 없다. 좋은 남자를 만났다. 이번 작전의 열쇠는 세 가지 있다. 하나는 페잔에서 받은 정보. 둘은 쉔코프 대령. 셋은…….
아귀가 잘 맞으면 동맹은 이젤론 요새를 탈취하고, 제국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겠지. 그리고 그 남자도 실각하게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려운 작전이지만 가능성은 있다…….
...
■ 제국력 487년 4월 23일. 이젤론 요새. 토마 폰 슈토크하우젠.
요 이틀, 요새 주변 통신이 교란되고 있다. 반란군이 근접해 있다는 건 의문의 여지도 없겠지. 이상한 건 적의 공격이 없다는 점이다. 모습조차 보이지 않는다. 나도 제크트 제독도 거기에 대해 골몰하고 있다.
요새 사령부와 주류함대 사령부의 합동회의도 이걸로 세 번째다. 이해하기 힘든 적의 행동에 모두 신경이 곤두서 있다. 적의 모습을 확인할 수 없기에, 오딘에 연락도 할 수 없다. 아니 통신이 닿을지 아닐지의 문제도 있지만…….
“적이 있는 건 틀림없습니다. 출격해야하지 않겠습니까?”
“요새에서 나가지 말라는 말을 잊었는가!”
“하지만 적이 보이지 않으면…….”
“보이지 않아도 괜찮다. 요새 근처에서 적이 오지 않았다는 것이 아닌가. 다시 말해 요새는 안전하다는 뜻이다.”
제크트가 참모들과 말다툼하고 있다. 그도 괴롭겠지. 그 명령은 함대 사령부의 반감을 크게 샀다.
어째서 자신들의 요새의 우주 두더지들의 순찰견 짓이나 해야 하는가? 그리고 나도 요새 수비병을 다독이는 데에 곤란하고 있다. 요새 수비병은 함대승무원을 집에서 뒹굴거리는 못난 아버지라고 경멸하고 있다.
아무런 성과도 없는 회의가 끝나니 자연히 두 사람이서 이야기하게 되었다.
“정말이지. 뭘 위한 회의인지 모르겠군.”
“그리 말하지 말게. 제크트 제독. 말하고 싶은 걸 말하게 놔두면 김이라도 빠지겠지.”
스스로 말해 놓고도 너무나 심하다고 생각해 쓴웃음을 짓고 말았다. 제크트도 동감이었던 거겠지. 마찬가지로 쓴웃음 짓고 있다.
“요새 사령관은 적이 공격하지 않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아마도 이쪽을 유인하려 하고 있다. 그정도가 아닐까?”
“나도 그렇게 생각하네. 하찮은 방법이긴 하지만. 초조한 건 사실이군.”
제크트가 질렸다는 듯이 토해낸다. 요새 사령관인 내가 초조한 것이다. 공격 수단이 있는 그의 기분은 당연하겠지.
“제크트 제독. 신경쓰이는 점이 있네만.”
“?”
“이번 오딘에서 적의 습래에 대해 어떤 경고도 없었다만. 어찌된 일일까?”
내 질문에 제크트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그도 같은 걸 생각했던 거겠지. 지금까지 반드시 오딘에서 경고가 있었던 것이다. 그것이 어째서 없었는가? 요새공략이 되면 대병력을 동원하게 되겠지. 페잔에서 제국에게 통보가 있었을 것이다…….
“모르겠네……. 이제 곧 사령장관이 올 것이다. 혹은 사령장관이라면 알고 있을지도 모르네만…….”
그의 말에 어처구니 없는 일을 깨달았다. 사령장관이 이제 곧 올 것이다. 이런, 그걸 잊어버리고 있었다.
“제크트 제독. 사령장관이 적습을 받을 가능성은 없겠나?”
서둘러 말하는 내게 그도 눈치 챈 것 같다.
“과연. 그 가능성이 있군. 기습을 받을 수도 있네. 연락을 넣어두지. 닿으면 좋겠네만…….”
“괜찮을까? 적은 대병력일 테지만…….”
“통신이 닿으면 괜찮을 걸세. 기습만 받지 않으면 어떻게든 되겠지.”
제크트도 불안하겠지. 어미가 약하다.
하지만 우리들의 소원은 닿지 않았다. 제국력 487년 4월 24일. 원정군으로부터 끊어질 듯한 통신이 들어왔다.
“원정군은 반란군의 대군에 기습을 받아 현재 고전 중. 급히 원군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