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조류(에리히 발렌슈타인 전) 제 86 화. 제 7차 이젤론 요새공방전(2)
■ 제국력 487년 4월 24일, 01:00. 이젤론 요새. 토마 폰 슈토크하우젠.
“원정군은 반란군의 대군에 기습을 받아 현재 고전 중. 급히 원군 바람!”
그 통신이 이젤론 요새에 들어온 뒤 단번에 합동회의 장소에 긴장이 감돌았다.
“제크트 제독. 바로 함대를 출격해야 합니다!”
“각하. 사령장관이 공격받는 것을 두고 볼 순 없습니다. 함대에 출격명령을.”
“아군이 고전하고 있는 겁니다. 두고볼 수 없습니다.”
주류함대 사령부의 참모들이 입을 모아 출격을 외친다. 그들이 로엔그람 사령장관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으리라곤 생각할 수 없다. 사령장관에 대해 뒤에서 ‘금발의 애송이’라고 조소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제크트 제독. 경의 참모들이 맞네. 사령장관을 두고볼 순 없어.”
“……별 수 없군. 한 시간 뒤 전함대를 모아 출격한다.”
망설임을 뿌리치는 듯한 제크트의 말에 주류함대 사령부의 참모들이 희희낙락하며 방을 나간다.
요새 사령부의 참모들도 방을 나가고, 방에는 나와 제크트 두 사람만이 남았다. 아무도 없는 방에서 사령관 둘뿐……. 이 요새에서 우리들의 입장을 여실히 보여주는 상황이다. 아군은 아무도 없다.
“요새 사령관. 미안하네. 경을 혼자 두게 될 줄이야.”
“무슨 말을 하는가. 사령장관이 위험한 상황에 처한 것일세. 별 수 없지.”
제크트는 괴로워하고 있다. 나를 혼자 두는 것을. 그렇다. 문자 그대로 난 혼자가 되겠지.
분명 불안함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명령이 있다고 해도 여기서 사령장관을 죽게 내버려둘 순 없다. 지금까지 요새는 몇 번이나 우주함대에게 위기 상황에서 도움을 받았다. 전장인 것이다. 서로 돕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제크트 제독. 때에 맞출 수 있을까?”
“알 수 없네. 아니, 그보다 걱정되는 일이 있네.”
“?”
“이것이 반란군의 함정일 가능성은 없을까?”
제크트의 얼굴에 불안한 색이 있다. 당연하겠지. 나도 같은 걸 생각했으니까.
“제크트 제독. 나도 그걸 생각했네. 하지만 반란군이 사령장관의 출정을 알았다고 해도, 여기까지 정확하게 도착 예정 날짜를 알 수 있었을까?”
내 말에 제크트는 눈썹을 모으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좋지 않은 예감이 드네. 이번 일은 오딘에서 사전에 적습 경고가 없었다는 것도 그렇고, 지금까지 뭔가가 다른 것 같네. 요새 사령관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가?”
그 말대로다. 지금까지완 뭔가가 다르다. 그것이 우리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경이 말한 대롤세……. 하지만 출격하지 않을 순 없어.”
“그렇긴 하지…….”
“괜찮네. 이 요새는 그렇게 간단히 떨어지지 않아. 제크트 제독. 그보다 사령장관 구출을 서두르게.”
“…….”
“우리들의 불안도 의외로 별 것 아닌 걸지도 몰라. 그렇게 되면 제크트 제독. 나중에 웃고 술을 마시며 잡담거리로 삼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그렇군. 그럴지도 모르겠네…….”
제크트는 불안에 사로잡혀 있다. 나를 혼자 두는 것에 대해, 자신이 적에게 놀아나고 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것에. 이 남자의 고뇌를 이해할 수 있는 건 나뿐이다…….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 남자의 불안을 조금이라도 가볍게 하는 것이겠지…….
...
■ 제국력 487년 4월 24일, 02:00. 이젤론 회랑, 특설임무부대. 양 웬리.
“요새주류함대. 이젤론 요새를 출격. 제국력 방면을 향해 진격중.”
오퍼레이터의 목소리가 함교에 울린다. 제 1단계는 성공했다. 기본 전략인 ‘적을 분단하여 각개격파한다.’는 성공하고 있다. 나머진 주류함대가 원정군과 함류하기 전에 요새를 탈취한다.
“그린힐 중위. 다음 작전행동 개시시간은 6시간 후다. 쉔코프 대령에게 전해주게.”
“예.”
로엔그람 백작이 오딘을 3월 15일 출발했다는 시트레 본부장에게 받은 정보는 정확했던 것 같다. 페잔은 틀림없이 동맹을 편들고 있다. 이 작전의 첫 번째 열쇠는, 언제 로엔그람 백작이 오딘을 출발하는 가를 아는 것이었다.
오딘에서 이젤론까지는 약 40일 정도의 거리다. 출발 날짜만 안다면 그걸 이용하여 주류함대를 움직이게 할 수 있다. 다음은 쉔코프의 차례다.
지금 대기 시간은 약 6시간. 요새탈취에 약 1시간. 함대의 입항에 2시간. 합계 9시간. 늦어도 10시간 후엔 요새를 완전히 손안에 넣어야만 한다. 한 치의 실수도 있어선 안 된다. 시간과의 싸움이 되겠지…….
...
■ 제국력 487년 4월 24일, 08:00. 이젤론 요새. 토마 폰 슈토크하우젠.
또 이젤론 요새로 통신이 날아왔다. 원정군 함선에게서 온 것으로, 요새 근처까지 왔지만 반란군의 추격을 받고 있다고 한다. 지원 표격을 의뢰하고 있다.
무슨 일인가? 원정군의 함선? 제크트와 만나지 못했나?
“스크린에 함영!”
“확대투영.”
오퍼레이터의 목소리에 반사적으로 명령을 내렸다.
브레멘형 경순양함이 2척, 요새로 다가오고 있다. 움직임이 둔한 건 손상을 입고 있기 때문인가? 그 배후의 몇 개의 광점은 적인가……. 사령장관은, 제크트는 어떻게 됐나? 어째서 2척만 요새로 오나.
“경순양함으로부터 통신이 들어왔습니다.”
“뭔가? 무슨 말을 하나?”
답답한 마음에 답을 재촉했다.
“요새는 아직 제국의 손에 있는가, 아닌가. 답을 바란다.”
“!”
충격이 나를 덮친다. 원정군은 이젤론 요새가 떨어졌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 정도의 대군이 원정군을 몰아쳤던 것인가?
“답신하라. 이젤론 요새는 난공불락이다. 의심말라!”
무심코 노호를 내뱉듯 대답했다. 오퍼레이터가 답신하는 걸 들으며 스크린을 본다. 대체 반란군은 얼마나 많은 대군을 움직였는가. 불안이 깃든다.
“경순양함, 한 척 격파되었습니다!”
“!”
요새 사령실에 침묵이 싸인다. 스크린에 비추고 있는 경순양함 한 척이 화구에 둘러싸였다……. 눈 앞에서 아군이 침몰했다…….
“포격준비!”
주포의 발사 준비를 명령하며 적의 규모를 확인한다. 5천척 정도인가. 아마도 분함대겠지. 적은 이제 곧 주포 사정거리 내에 들어온다. 그 때엔 알려주도록 하자. 자신의 마음속에서 분노가 들끓는 것이 느껴졌다.
적은 요새주포 사정거리 직전에 정지했다. 적도 바보가 아니다. 쳐들어오지 않는가.
분함을 눌러 죽이며 스크린을 바라본다. 경순양함이 요새관제실의 유도파에 따라 들어왔다. 적함대도 회두하여 요새에서 떨어지기 시작한다.
일단 한숨 돌릴 수 있는 상황이 됐다고 할 수 있겠지. 문제는 사령장관과 제크트다. 어떻게 되고 있나.
“사령장관과 주류함대는 어떻게 됐다고 생각하나? 의견 있는 자는 답하라.”
“…….”
누구도 대답하지 않는다. 아니, 대답하지 못한다. 저 경순양함의 모습을 보면 아무리봐도 사령장관이 이끄는 원정군은 패배했다고밖에 할 수 없다. 문제는 제크트다. 그도 패배했는가. 아니면 아직 사령장관을 찾고 있는가.
아직 사령장관을 찾고 있다면, 시급히 이젤론 요새로 돌아오게 해야 한다. 요새는 위험에 빠져 있다. 적은 생각보다 대군인 것 같다. 요새 혼자만으론 지켜낼 수 없다…….
“각하. 경순양함의 함장이 시급히 만나고 싶다고…….”
“여기로 데려와라. 빨리!”
부하의 말을 끊고 명령했다. 조금이라도 밖의 상황을 알고 싶다.
십분 정도 지나 사령부의 문이 열리고 머리에 하얀 붕대를 감고 있는 젊고 원기 왕성한 사관이 나타났다. 미남자지만, 파랗게 질린 얼굴을 말라붙은 검붉은 피가 더럽히고 있다. 부하가 5명 정도 붙어 있다. 모두 부상을 입고 있다. 굉장히 격한 싸움을 했던 거겠지.
“함장인 폰 라켄 소령입니다. 요새 사령관과 만나고 싶습니다만.”
“슈토크하우젠이다. 사정을 설명하라. 원정군은, 사령장관은 어떻게 됐나? 주류함대는 때에 맞추지 못했나?”
난 그에게 다가가며 질문했다.
“주류함대따위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우리들은 기습을 받아…….”
“기다려라. 이쪽이 발한 경고는 닿지 않았나?”
두려워하던 일이 일어났다. 역시 그 통신은 닿지 않았나…….
라켄 소령이 분노에 가득찬 표정으로 다가온다. 눈앞에 서서, 갑자기 힘들어하며 몸을 웅크렸다.
“왜 그러나? 소령. 정신차려라!”
서둘러 그를 도우려 다가간 순간, 충격과 함께 바닥에 쓰러졌다. 라켄 소령의 팔이 목을 누르고 머리에 뭔가를 가져다 댄다.
“무슨 짓이냐.”
“이런 겁니다. 슈토크하우젠 각하. 귀관은 우리들의 포로다!”
“바보같은. 네놈. 역도들의 동료인가. 그 경순양함은.”
“아, 그건 무인함입니다. 나중에 보시면 아는 척 좀 해주십쇼. 로젠리터의 쉔코프 대령입니다.”
대담한 울림을 가진 남자의 목소리에, 내 마음이 패배감으로 물들어간다. 미안하네, 제크트. 요새를 지키지 못했다. 경의 귀환을 기다리지 못했다. 이젠 두 번 다시 술을 나눌수도 없겠지. 미안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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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국력 487년 4월 24일, 09:30. 이젤론 회랑, 특설임무부대. 양 웬리.
“각하. 요새에서 통신이 들어왔습니다.”
나는 그린힐 중위의 목소리에 함교 스크린에 눈을 향한다. 제국군의 군복을 입은 쉔코프가 있었다. 그는 역시 동맹보단 제국 군복이 더 어울린다.
“기다리셨습니다. 다소 기기조작에 수고가 들었습니다만, 이젠 괜찮습니다. 유도파를 내겠으니 입항하십시오.”
함교에 환성이 올랐다.
“수고했어. 그럼 들어가 볼까?”
함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제 겨우 꺽이는 지점, 제 2단계가 끝나고 있다. 다소 시간은 걸렸지만 괜찮다. 아무 문제없다. 요새 내에 들어가면 시급히 다음 수를 써야겠지. 이제부터 마지막 작업이다…….
2시간 후, 이젤론 요새로부터 주류함대, 원정군으로 통신이 들어왔다.
“반란군은 이젤론 요새에 대군을 가지고 기습했음. 아까 전의 원정군으로부터의 구원요청은 책모임. 시급히 원군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