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조류(에리히 발렌슈타인 전) 제 91 화. 변신
■ 제국력 487년 5월 10일. 오딘, 우주함대 사령부. 에리히 발렌슈타인.
“이번 패전으로 인해 경들에게 심려를 끼쳤다. 죄송하게 생각하네. 또한 제국군의 명예를 더럽힌 것에 대해 부끄럽게 생각하네. 나는 이번 패전에 책임지고, 군법회의에서 우주함대 사령장관을 사임할걸세. 경들은 동요하는 일 없이 부사령장관 아래에서 각자 맡은 임무에 힘써주길 바라네.”
오딘에 돌아온 라인하르트는 이전에 비해 패기는 없었지만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침착했다. 첫 번째 패전에서 삼백만 명이 죽었다. 꽤 큰 충격이었으리라 생각하지만, 자기 나름대로 뛰어넘은 거겠지.
대회의실에서 나를 시작한 각 함대사령관에 대해 귀환 인사, 절반은 퇴임 인사를 하고 나에게 나중에 사령관실로 와주길 바라며 대회의실을 나갔다. 이런 때는 어느 정도 시간을 두고 가야할지 가늠하기 어렵다. 나는 5분 후, 사령관실을 방문했다.
사령관실에서 라인하르트를 방문하니 그는 부드러운 미소를 띠우며 나를 맞이했다. 소파에 앉을 것을 권하고 극히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말을 걸었다.
“이번 구원에 대해 감사하네. 경의 심려가 없었다면 나는 죽었겠지.”
“송구합니다. 좀 더 페잔에서 정보가 오지 않았음을 중시했어야 했습니다. 사령장관을 홀로 출정하게 해선 안됐다고 후회하고 있습니다.”
“마찬가질세. 경이 충고했다 했을지라도 난 받아들이지 않았겠지.”
“…….”
아마 그렇겠지. 하지만 나로선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알 수 없다.
“경은 언제나 내 앞에 있었네. 난 그 뒤를 쫓아 넘어가려 했지만, 쫓을 수 없었다. 경은……얄미운 남자다.”
“…….”
라인하르트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여기에도 대답할 말이 없다. 하지만 지금의 라인하르트에겐 나를 진심으로 미워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묘한 느낌이다.
“나는 자신에게 자신을 가질 수 없었네. 경의 위에 설 자신이. 그것이 이번에 있었던 어리석은 출정으로 이어졌지. 그리고 제크트, 포겔, 에르라하를 죽게 만들었어.”
“세 명 모두 유감이었습니다.”
라인하르트는 희미하게 끄덕였다. 그의 표정에 괴로운 색이 떠오른다.
“그래. 유감이었다. 그런 싸움에서 죽게 만들어도 좋을 남자들이 아니었지……. 그런데도 나는 오만하게도 그들을 무능하다고 생각하고, 경멸하고 있었네.”
라인하르트를 책망할 수 없다. 나 스스로 그들을 높게 평가하지 않았으니까. 그들의 죽음을 알고, 처음으로 그들의 진정한 모습을 알았다.
“어리석은 건 나다. 그들이 죽음을 선택하기 전까지, 스스로의 어리석음에 눈치채지 못했으니…….”
라인하르트는 눈을 감았다. 그 눈꺼풀 아래에 떠오르는 건 제크트, 포겔, 에르라하의 최후의 모습일까.
아깝다. 나는 진심으로 아깝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라인하르트라면 우주함대 사령장관으로서 어떤 문제도 없겠지. 하지만 그가 그 지위에 있을 순 없다. 패배하고 처음으로 우주함대 사령장관에 어울리는 자질을 갖췄다. 너무나도 얄궂다…….
“경에게도 사과해야 할 일이 있네. 베네뮌데 후작부인에 대한 일일세.”
라인하르트는 신묘한 표정으로 말을 건다.
“…….”
“그 건에서 경은 나에게 움직이지 말라고 했지. 하지만 난 로이엔탈에게 명령하여 소문을 흘렸네. 경이 어둠의 왼손이라고.”
“…….”
“경이 습격당했다고 듣고 스스로가 얼마나 어리석은 짓을 했는지 알았네. 맹세하네만, 결코 경의 죽음을 바란 것이 아니야. 단지 경에 반발하는 마음은 있었다고 생각하네.”
아마도 그렇겠지. 그리고 안네로제에 대한 집착이 있었다……. 그 사건이 저 사건으로 이어졌다…….
“미안하네. 어리석은 짓을 했다고 반성하고 있네.”
“알고 있었습니다. 그 건으로 각하를 실각하게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가……. 어째서 그렇게 하지 않았나?”
“뮈켄베르거 원수의 병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없었다면, 망설임 없이 각하를 실각하게 했겠죠.”
“그런가. 경은 역시 무서운 남자로군.”
그렇게 말하고 라인하르트는 희미하게 쓴웃음을 지었다.
그 뒤, 나와 라인하르트는 군과는 전혀 관계없는 이야기를 했다. 주로 유년시절의 추억에 대한 이야기였다. 내가 여자아이로 잘못 보인 이야기를 하자 라인하르트는 목소리 높혀 웃었다. 어떤 부끄러움도 없는 웃음이었다. 조금도 불쾌하지 않았다…….
...
■ 제국력 487년 5월 15일. 오딘, 신무우궁. 에리히 발렌슈타인.
군법회의는 5월 11일에서 14일까지, 4일간 진행됐다. 쟁점은 둘. 하나는 이젤론 요새 함락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둘은 손상률이 9할에 이른 함대전에 대해 라인하르트, 또한 우주함대 사령부의 책임이 있는가, 없는가.
이젤론 요새 함락에 대해선 제국군 3장관의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건 비교적 간단하게 결론이 나왔다. 사전에 나온 이젤론 요새, 이젤론 주류함대 행동명령이 그 근거였다.
행동명령에서 요새공방전이 발생할 위험성을 지적하여 이젤론 회랑의 제주권을 방폐해서라도 요새를 사수하라는 지시를 내렸었다. 제국군 3장관의 책임은 묻지 않았다.
말이 많았던 건 함대전이었다. 함대전에 있어선 문제점이 나왔다. 하나는 라인하르트를 1개 함대로 출정하게 한 것이었다. 여기에 관해선 출정을 결정한 시점, 출정 시점에서 명백하게 동맹의 반격 움직임을 찾을 수 없었다는 것에 의해 불문에 붙여졌다.
더욱이 말하자면 칙명까지 있었다. 자칫 잘못하면 황제의 권위를 실추하게 된다. 모두 허리를 뒤로 길게 빼고 있었다.
다음으로 문제가 되는 건 함대의 편제였다. 분함대 사령관이 적고, 그 때문에 함대운동이 다채롭지 못하여 패전의 한 원인이 되었다는 지적이었다. 그 점은 라인하르트의 책임이 되었다.
우주함대 사령부, 정확히 말하자면 나에 대해서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올랐지만(주로 슈타덴이었다), 편제 자체는 라인하르트가 스스로 행하고 결정했다는 점, 출정 전에 분함대 사령관에 불안을 품은 내가 로이엔탈, 미터마이어를 분함대 사령관으로서 데려갈 것을 진언한 점이 받아들어지지 못했다는 것을 라인하르트 스스로 증언한 것으로 내겐 죄를 묻지 않게 되었다.
결국 군법회의는 다음과 같이 판결했다.
이젤론 요새 함락에 관해선 제국군 3장관은 최선을 다했지만, 적이 공묘하여 이리 됐으므로 제국군 3장관에게 죄가 있다곤 할 수 없다. 더욱이 제크트의 전사, 슈토크하우젠이 포로가 된 것으로 죄를 갚고 있다.
함대전에 관해선 우주함대 사령장관의 방심, 부주의가 이번 패전을 불렀다. 용셔될 실태는 아니지만, 처분에 관해선 황제의 판단에 맡긴다.
나는 지금, 신무우궁에 있는 알현실에서 황제를 배알하고 있다. 하긴, 나 혼자가 아니다. 리히텐 라데 후작, 에렌베르크 원수, 슈타인호프 원수도 함께다. 이제부터 라인하르트의 처분을 결정하게 된다.
황제의 판단에 맡긴다. 모두 불안한 것이다. 너무 심한 처분을 원하여 거기에 대해 안네로제가 반발이라도 하면 어쩌나하고 걱정하고 있다. 지금까진 안네로제는 특별히 권력을 휘두르고자 하지 않았다.
하지만 라인하르트의 위기에 대해선 어떨까? 아무것도 하지 않으리라곤 생각하기 힘들다. 다시 말해 그러한 생각이 황제에게 판단을 맡긴다는 것이 되었다. 그리고 황제는 리히텐라데 후작을 시작한 우리들에게 처분을 어떻게 해야할 지 상담하고 있다.
사실 알고 보면 별거 아니다. 귀찮은 일을 넘긴 것에 불과하다. 참고로 말해 내가 여기에 있는 건 차기 우주함대 사령장관으로 내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정부와 군의 톱들이 라인하르트의 처분을 결정하기 위해 모여있는 셈이다.
아까 전부터 에렌베르크와 슈타인호프가 서로 말싸움하고 있다. 슈타인호프는 엄한 벌을 내려야 한다고 하고, 에렌베르크는 설욕의 기회를 줘야 한다고 하고 있다. 에렌베르크는 아마 뮈켄베르거의 의견을 받은 거겠지.
유감스럽지만 난 몸이 튼튼하지 않다. 그 점이 라인하르트에 대한 엄한 처벌(군에서 방출 등등)을 피해야 한다는 의견이 되고 있다. 그리고 리히텐라데 후작도 같은 의견을 가지고 있다.
나에겐 국내의 내란을 막게 하고, 다른 지휘관에게 외정을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거기엔 문벌귀족의 간판을 지고 있지 않으며 유능한 지휘관이 필요하다. 라인하르트는 그 조건에 맞는 몇 안 되는 지휘관이다.
“발렌슈타인 대장. 경의 의견을 듣고 싶네만.”
리히텐라데 후작이 내게 질문한다. 그럼, 대답을 내놓아야 하겠지. 난 이젤론 요새 함락 후, 몇 번이나 생각해왔다.
이제부터 제국은 동맹, 페잔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그 안에서 난 뭘 해야 하는가. 생각하고 생각한 대답을 뮈켄베르거 원수에게도 상담했다. 원수는 위험하지만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아마도 내 대답이 받아들어질지 아닐지는 황제 프리드리히 4세에 달려있다고 단언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라인하르트의 처분은 그 대답의 일부다. 난 황제 프리드리히 4세를 설득해야만 한다. 지금 이대로는 제국은 멸망할 수밖에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