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조류(에리히 발렌슈타인 전) 제 96 화. 평화를 향한 길(2)
■ 우주력 796년 6월 20일. 페잔. 안톤 페르너.
“동맹군 상층부는 귀관의 이야기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네.”
“…….”
“제국군은 정말 가이에스부르크 요새를 이젤론 회랑으로 옮기려는 건가? 페르너 대령.”
좀 침착하지 그래? 비오라 대령. 그렇게 매달리는 눈으로 날 보지 말라고. 나는 지금 반란군의 수석주재무관 비오라 대령과 이야기하고 있다. 장소는 페잔의 모 호텔. 이 남자와 만나는 건 이것으로 세 번째다.
“제 말이 믿기지 않습니까?”
“아무래도, 당치도 않은 이야기니 말일세.”
“콜럼부스의 달걀이군요.”
나는 일부러 조소가 섞인 말을 내뱉는다. 그렇게 싫은 얼굴을 하지 말라고. 일일이 상대방의 말 하나, 태도에 반응해서야 첩보관은 맡을 수 없다네. 비오라 대령.
처음 만났을 때엔 거만한 태도였다. 나를 망명희망자라고 생각한 것 같다. 요새 이야기를 꺼내도 바보로 생각하고 좀처럼 들어주지 않았다. 에리히가 보내준 설계자료도 수상쩍다는 듯이 받을 정도다.
두 번째 만났을 때도 태도는 달라지지 않았다. 이쪽이 에리히와 로엔그람 백작의 험담을 해도 질린 표정을 보였을 뿐이었다. 이 남자는 첩보관으로서 2류, 아니 3류다.
나라면 흥미롭게 들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정보를 가져오는 인간이 없어진다. 끝내는 지금에 와서야 손바닥을 뒤집듯이 태도를 바꾸고 있다.
일이 아니라면 이런 남자와 만나려 하지 않았겠지. 조금 더 씹는 맛이 있는 상대와 만나고 싶었다. 가능하다면 에리히, 경과 한 번 싸우고 싶었다. 좀 더 손에 땀이 차는 승부가 될 수 있었을 텐데.
“어째서 저희들에게 협력하는 겁니까?”
“별로 경들에게 협력하는 것이 아니야. 난 저 애송이들이 맘에 들지 않을 뿐이다!”
“애송이들입니까.”
난 있는 힘껏 얼굴을 찡그리고 내뱉었다. 오딘에서 애송이라고 했다간 우주함대 녀석들이 날 죽이겠지. 귀족이라도 뒤에서라면 모를까 정면에서 애송이라고 하는 인간은 없다. 에리히는 화나면 무서우니까.
“발렌슈타인도 로엔그람 백작도 20세가 갓 지난 애송이에 지나지 않는다. 녀석들이 우주함대 사령장관과 부사령장관이라니 웃기는 소리!”
“꽤나 싫어하시는 것 같군요.”
“싫다. 하긴 녀석들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내가 정말로 싫어하는 건 경이라고. 비오라 대령.
“헌데, 페르너 대령. 전에 주신 설계자료말입니다만. 몇 가지 이상한 점이…….”
“그건 완성판이 아니야! 그렇게 말했을 거다. 비오라 대령! 뭘 듣고 있던 건가!”
난 일부러 노기를 담아 말했다. 그렇게 분한 얼굴을 하지 말라고. 비오라 대령.
“그럼 완성판은…….”
“여기에 있네. 워프 엔진을 붙일 부분의 설계도도 함께 말이지. 발렌슈타인은 샤프트 기술대장을 급히 서두르게 하는 듯하군.”
난 가슴을 두드렸다. 비오라 대령은 물고 늘어질 것 같은 눈으로 내 가슴을 봤다.
“경들이 공격하려면 지금이다. 늦으면 이젤론 회랑은 쓸 수 없게 될테니. 요새를 가져도 아무런 도움도 안 되는군.”
“…….”
내가 조소를 담아 뱉으니 비오라 대령은 다시 분한 얼굴을 했다.
“비오라 대령. 설계도를 하이네센으로 보내게. 그렇게 하면 저 애송이가 얼마나 진심인지 알겠지. 또 연락하겠네.”
나는 설계도와 자료를 가슴에서 꺼내 주고 비오라 대령과 헤어졌다.
...
■ 우주력 796년 6월 22일. 하이네센, 호텔 샹그릴라. 죠안 레베로.
일이 이렇게 될 줄이야……. 오늘 자우행성동맹 최고평의회에서 군부에서 제출된 출병안이 가결되었다. 정권유지에 의한 군력 유지. 선거의 패배에 의한 하야를 두려워한 정치가들의 상투수단이다.
출병안을 반대한 건 나와 호안, 그리고 트류니히트뿐이었다. 설마 샌포드 스스로 군사적 승리로 50퍼센트나 지지율이 올라가리라 말할 줄은 몰랐다.
문에 노크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트류니히트.”
급히 문을 여니 트류니히트가 재빨리 방으로 들어왔다. 손에는 비닐봉투가 있다. 뭐라도 사온 건가?
“늦었네.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데 시간이 걸렸어.”
“그래서. 뭔가 알았는가?”
“그 전에 식사를 해도 되겠나? 점심을 먹지 못해서.”
“나도 먹지 않았네만.”
“그럴거라 생각하고 자네 것도 사왔네. 먹으면서 이야기하지.”
트류니히트는 그렇게 말하며 비닐 봉투에서 샌드위치와 캔커피를 꺼냈다. 갑자기 배가 고파지기 시작했다. 견디지 못하고 샌드위치에 손을 내민다.
“남자 둘이 호텔에서 샌드위치인가. 희극인가, 아니면 비극인가.”
“언젠가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을 때가 오겠지.”
“웃으며 이야기라. 자네의 긍정적인 생각에는 고개가 숙여지는군. 트류니히트.”
먹으면서 이야기하자고 말했지만, 먹기 시작하자 말이 없어졌다. 공복은 최고의 조미료라는 건 확실하다. 샌드위치도 맛있지만 캔커피도 좋다. 이야기를 재개한 것은 모두 깔끔하게 먹고 난 뒤였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자넨 몰랐던 건가? 이번 출병안을.”
“알고 있었지.”
“알고 있었다면 어째서 막지 않았나.”
무심코 목소리가 낮아진다. 트류니히트는 눈썹을 찌푸리고 입을 열었다.
“막았다네. 국력회복을 우선해야 한다고 말이지.”
“…….”
“전에 자네에게 말했었지? 우주함대 사령부가 출병을 원하고 있다고.”
“아아.”
“그 후에도 몇 번인가 출병을 원해왔다네. 하지만 반대했지.”
“…….”
“내가 움직이지 않는다. 따라서 그들은 샌포드 의장에게 이야기를 가져간 걸세.”
트류니히트의 목소리에 쓴맛이 있다.
“어째서 이렇게까지 출병을 고집하는 건가?”
“……지금이라면 이길 수 있다. 제국을 쓰러뜨릴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걸세.”
“정말로?”
트류니히트는 끄덕였다. 제국을 쓰러뜨린다? 진심인가?
“예의 요새의 건을 알고 있겠지?”
“아아. 어처구니 없는 일이지만.”
바보 같은 계획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진심이라곤 생각할 수 없다.
“우주함대 사령부는 제국이 진심으로 저걸 옮기려 한다고 생각하고 있네.”
설마? 나는 트류니히트의 얼굴을 봤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당초 페잔에서 보낸 설계자료를 분석한 군의 기술부는 발상은 인정하지만 설계자료 자체엔 부족한 점이 많다고 판단했지.”
“…….”
“하지만 저번에 페잔에서 새로이 보낸 설계자료와 워프 엔진 탑재부분의 설계도를 본 군의 기술부는 사용가능하다고 판단했네.”
“다시 말해, 그걸로 우주함대 사령부는 제국이 진심이라고 판단한 건가.”
자신의 목소리가 갈라지는 걸 알 수 있다.
“그런 거라네.”
트류니히트는 탄식과 함께 내 말을 긍정한다.
“그리고 제국이 이젤론 회랑을 막으려고 하는 것은 국방에 자신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무슨 말인가?”
“제국의 우주함대 사령장관과 부사령장관은 젊고 경험이 부족하다. 그 때문에 군을 장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네.”
“정말인가? 그건.”
제국의 우주함대 사령장관, 부사령장관이 약관의 나이라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군을 장악하지 못한다. 그런 일이 있을까?
“난 모르겠네. 하지만 그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어떻게 생각하면 좋을까. 호기인가? 아니면 함정인가? 시트레는 적의 사령장관을 무서운 상대라고 했었다. 시트레가 판단을 잘못했으리라곤 생각하기 힘들다. 이건 함정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생각하니 트류니히트가 말을 꺼냈다.
“그리고 또 하나. 군 내부의 세력 싸움이다. 도슨을 시작으로 한 우주함대 사령부는 꽤 서두르고 있어. 도슨은 사령장관을 우란푸나 보로딘에게 뺏길거라 생각하고 있지. 그리고 참모들도 마찬가지야. 그들은 요즘 최근 계속 지고 있으니까.”
“바보같은. 그런 걸로 출병하려는 건가. 이렇게까지 해서 지위를 지키고 싶은 건가.”
“누구라도 지위나 권력을 지키고 싶다고 생각하기 마련일세. 자신이 몰리는 입장이 되지 않으면 모를 뿐이야.”
침묵이 내려앉았다. 나와 트류니히트는 때로 눈을 마주하고, 때로는 다른 곳을 봤다. 이 상황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가……. 트류니히트는 망설이면서 입을 열었다.
“자넨 샌포드를 끌어내리는 계획을 세웠는가?”
“……아아.”
“그런가…….”
“왜 그러나?”
“실은 나도 샌포드를 끌어내리려고 했다네.”
“……설마!”
“그래. 그 움직임이 샌포드에게 흘러간 거지.”
트류니히트의 얼굴이 고통에 일그러졌다.
“이 무슨…….”
“주전파인 나와 화평파의 자네가 끌어내리려는 움직임을 보인걸세. 샌포드는 공포를 느꼈겠지. 그래서 군의 출병계획을 받아들인 걸세. 지지율의 문제도 있겠지만, 사실은 우리들을 두려워 한 거겠지. 사이가 나쁜 우리들이 그림자에서 협력하여 도각운동을 하는 건 아닌가 하고…….”
“출병중엔 정쟁은 일어날 수 없다. 아니, 일으킬 수 없다. 그리고 이기면 지지율이 올라가 정권은 안주. 우리들의 목도 자를 수 있다. 그런 건가?”
“그런 거라네. 레베로.”
우리들이 샌포드를 몰아넣었다. 그 것이 이 출병계획에 이어져 있었다는 건가. 우리들 때문에 또 전쟁이 일어난다……. 우리들 사이의 침묵이 더욱 무겁게 떨어졌다.
“우주함대는 출병 규모를 대규모로 하려하고 있어.”
대규모? 무심코 트류니히트의 얼굴을 보니 그는 끄덕이며 대답했다.
“아마도 9개 함대. 총 동원 3천만을 넘게 되리라 생각하네. 국내엔 2개 함대 정도 남길 것 같더군.”
9개 함대! 3천만!
“하지만 그런 함대가 어디에 있나? 대부분이 편성중이 아닌가?”
내 질문에 트류니히트는 힘 없이 고개를 저었다.
“각 성계의 경비대나 성간 경비대가 있네. 이젤론 요새가 손에 들어온 이상. 그 필요성은 적어졌지. 정규함대의 편성에 쓰면 되네. 우주함대 사령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멈추게 해야하네. 트류니히트. 이건 함정이야. 적의 사령장관은 그렇게 쉬운 남자가 아니야.”
“…….”
“시트레가 말했네. 무서운 남자라고. 멈추지 않으면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게 될 걸세.”
트류니히트는 내 말에 반응하지 않는다. 믿지 않는 건가. 답답한 마음에 말을 계속했다.
“트류니히트. 출병을 멈추진 못하겠지. 하지만 규모를 작게 할 순 있을 걸세. 이대로 출병을 허락하면 어처구니없는 일이 되고 말아. 대패라도 했다간 얼마나 피해가 나올지…….”
“대패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네.”
“무슨 말인가?”
나는 무심코 트류니히트의 얼굴을 봤다. 트류니히트는 나를 노려보는 듯한 눈을 하면서 같은 말을 반복했다.
“대패해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네. 그렇게 말했어.”
“바보같은. 무슨 말인가? 정신이라도 나갔나?”
“제정신이라네. 레베로.”
그렇게 말한 트류니히트는 새삼 강한 시선으로 나를 봤다. 무슨 생각인가?
“대패한다면 군의 주류파는 실추하네. 시트래도 함께 사임하겠지. 군부는 발언력을 잃어. 샌포드를 시작하여 출병에 찬성한 녀석들도 사표를 내게 되겠지. 그리고 동맹시민들도 전쟁따위 지긋지긋하다고 생각할거야.”
“…….”
“그때 권력을 잡는 건 출병을 반대한 나나, 자네나, 호안일세. 알겠나? 레베로. 화평 찬스가 온거야.”
“하지만 얼마나 피해가 나오리라 생각하나? 3분의 1이라도 1천만명의 전사자가 나올거야.”
무심코 목소리가 떨렸다. 하지만 트류니히트의 대답은 냉정했다.
“전멸해도 상관없네.”
“!”
“작년의 전사자가 몇 명이나 되는지 아는가?”
“……2백만 명에 가까웠지.”
“그래. 197만 명이야.”
트류니히트는 희미하게 웃고서 말을 계속했다.
“알겠나? 레베로. 매년 2백만 가까운 인간이 죽고 있네. 15년이면 3천만 명이야.”
“그게 어쨌는가?”
트류니히트에게 밀린다. 그것을 뿌리치듯이 말을 내뱉는다.
“이대로 전쟁을 계속해서 15년 후. 화평을 맺을 수 있겠는가?”
“…….”
“우리들이 권력의 정점에 있을까? 군부가 화평을 찬성할까? 시민들이 전쟁에 염증을 느낄까?”
“…….”
“무리다. 이 나라는 반 은하제국의 나라일세. 시민은 태어날 때부터 타도 은하제국을 자장가로 들으며 자랐어. 어중간한 일로 화평은 맺을 수 없네. 전쟁은 더욱 백년, 2백년 동안 계속 되겠지.”
“……그래서 대패하게 만들겠다고?”
“그렇네. 있는 대로 망해버리는 쪽이 좋아. 군부는 더 이상 싸울 수 없다는 말이 나오게 하고, 시민에겐 전쟁따위 이젠 지긋지긋하다는 말이 나오게 한다. 그것밖에 화평을 맺을 길은 없어. 3천만 명의 사망자로 그것이 가능하다. 얼마든지 그렇게 하지.”
“…….”
“다행히 이젤론 요새가 있네. 요새와, 우주함대가 3개 정도 있으면 동맹은 지킬 수 있어. 그렇겠지.”
“…….”
“레베로. 중요한 건 때를 잡는 것. 그리고 권력을 잡는 것일세. 그렇지 않으면 큰일을 해낼 수 없어. 지금이 바로 그 때일세!”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희생을 빚지 않으면 화평을 맺지 못한다는 건가? 화평은 그렇게나 어렵다는 건가? 난 어딘가 광기를 느끼게 하는 트류니히트를 보면서 화평의 어려움을 새삼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