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력 487년 8월 23일, 9:30. 제국군 총기함 로키. 에리히 발렌슈타인.


  “사령장관의 판단을 듣고 싶습니다만?”

  “…….”

  나는 메르카츠의 졸린 듯이 가느다란 눈을 보면서 그가 한 말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다.


  선행하여 추격하고 있던 미터마이어, 로이엔탈을 메르카츠, 클레멘츠, 뮐러, 비텐펠트가 따라잡은 건 30분정도 전이었다. 거기서 추격을 속행하나 끝내나 때문에 제독들 사이에서 판단이 갈라진 것 같다.


  미터마이어가 역습을 받아 꽤 손해를 입었다고 한다. 그것도 있어 쌍벽은 (뭐, 이 세계에선 아직 쌍벽이라고 불리진 않지만) 자신들만으로 추격을 계속하는 건 위험하다고 판단하고 아군의 집결을 기다렸다.


  단지 그들은 이 이상 추격을 해도 수고에 비해 전과는 그다지 기대할 수 없으리라 판단하고 있다. 이쯤에서 추격을 끝내야하지 않겠느냐고 한다.


  애초에 소부대를 선행하게 하여 적과의 접촉은 계속되고 있다. 추격한다고 한다면 상대에게 작은 공격을 계속하여 지체하게 만드는 일은 가능하다.


  한편, 추격을 주장하는 건 비텐펠트, 클레멘츠, 뮐러였다. 단, 그들의 추격론은 두 갈래로 갈라져있다. 적함대 섬멸론과 이제르론 요새 공략론이다.


  적함대 섬멸론을 주장하고 있는 건 비텐펠트다. 아무튼 추격을 해서 조금이라도 적을 줄여야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의 생각의 근저에 있는 건 언젠가 제국에서 일어날 터인 내란에 동맹이 개앱해선 참을 수 없다. 그 때문에라도 적 전력을 조금이라도 줄여야 한다는 것 같다.


  클레멘츠, 뮐러는 이제르론 요새 공략론을 주장하고 있다. 여기서 이제르론 요새까지 추격을 행하자는 것이다. 이번 샨타우 성역 회전에서 예상 이상으로 적에게 손해를 가했다.


  이대로 적을 추격하여 적 전력을 격멸할 수 있다면 이제르론 요새를 지킬 전력은 거의 없다고 봐도 좋다. 이제르론 요새를 떨어뜨릴 수 있지 않을까? 이제르론 요새를 떨구면, 내란이 일어나도 그만큼 동맹의 개입을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간단히 말해 그들은 작전목적을 변경해야 하는 건 아닌가하고 말하고 있다. 이 회전의 목적은 적 우주함대 전력 격멸이었다. 그건 어느 정도 실현했다. 이 이후엔 이제르론 요새 공략을 시야에 넣어서 추격해야 하지 않는가…….


  메르카츠가 내게 연락을 넣어온 것도 두 사람의 의견이 작전목적의 변경을 구하는 것이기 때문이겠지. 그의 권한으론 정할 수 없다. 덧붙여 그 스스로는 쌍벽의 의견에 찬성하고 있는 듯하다.


  추격을 계속하면 당연히 이제르론 요새에서도 그걸 파악하겠지. 그렇다면 하이네센에 3개 함대 증원을 요청할 것이다. 아니, 이미 증원을 요청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제르론 요새에서 하이네센 사이에는 한달도 걸리지 않는다. 원정군의 잔존전력에 3개 함대의 증원이 더해지면 방어측은 5개 함대 가까운 전력이 이제르론 요새를 지키게 된다.


  메르카츠들의 6개 함대로는 떨어뜨리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다시 말해 증원이 필요할 것이다. 지금, 나는 별동대의 잔존함대를 이끌고 빌렌슈타인 성역으로 향하고 있다.


  라인하르트는 남은 함대를 모아서 샨타우 성역에 있다. 이제르론 요새공략이라면 전 함대를 움직일 각오가 필요하겠지…….


  “클레멘츠 제독, 뮐러 제독의 의견도 알겠습니다만. 이제르론 요새를 공략한다면 전 함대를 움직일 필요가 있겠죠.”

  “소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보급이 문제가 되겠군요……. 보급이 끊기면 이번엔 이쪽이 지옥을 봅니다. 유감입니다만 그 만큼의 준비는 되지 않았습니다. 이번엔 여기까지로 하지요. 메르카츠 제독. 모두를 이끌고 샨타우 성역으로 돌아오세요. 거기서 만납시다.”

  “예.”


  메르카츠와 통신이 끝난 뒤 라인하르트 사이의 통신회선을 열었다. 추격이 끝났음을 전하고 샨타우 성역에서 전군집합을 전한다.


  내가 이제르론 요새 공략론을 물리친 건 보급만 때문만은 아니다. 진짜 문제는 황제 프리드리히 4세의 수명이다.


  빌렌슈타인에서 이제르론 요새까지 약 20일 정도 걸린다. 이제르론 요새에서 오딘까지 40일. 전투를 감안하지 않고 왕복만으로 약 2개월 걸린다는 계산이다.


  지금은 8월 하순이다. 2개월 뒤라고 하면 10월 하순이 된다. 원작에서 프리드리히 4세는 10월에 죽었다. 이 세계에서도 프리드리히 4세가 10월에 죽으리라곤 할 수 없다. 하지만 무시는 할 수 없다.


  귀찮은 건 이 세계에선 누구나 황제붕어가 내란의 시작이라고 보고 있다는 점이다. 원작에선 그 부분이 희박했다. 적어도 황제붕어까지 그걸 생각하고 있던 인간이 얼마나 있었을까…….


  그리고 브라운슈바이크 공작. 나는 이 남자가 원작에서 보이는 듯이 어리석은 자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본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은 결점은 있을지도 모르지만 경시해서 좋을 인물은 아니었다. 그렇지 않다면 안스바하가 거기까지 따랐을 리가 없다.


  황제붕어, 우주함대가 오딘에 없다면 어떻게 될까? 일단 모르트, 뤼네부르크로 억누르고 있긴 하지만, 일단 움직인다. 움직이려고 할 것이 틀림없다. 천재일우의 기회인 것이다.


  우주함대가 멀리 있으면 있을수록 그들은 움직이기 편해진다. 내가 적을 샨타우 성역까지 유인한 것도 가능하면 오딘 가까이에서 싸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편이 브라운슈바이크 공작들을 억누르기 쉽다.


  더욱 말하자면 샨타우 성역에서 리텐하임, 브라운슈바이크 성계는 멀지 않다. 여차하면 그쪽을 제압, 혹은 위압하여 견제하는 수도 있다.


  국내에 불안을 품고 있어선 전군을 가지고 대규모 원정은 불가능하다. 역시 국내문제 해결을 최우선으로 행할 필요가 있겠지. 다시 말해 이 세계에서도 립슈타트 전역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엘리자베트 폰 브라운슈바이크, 사비네 폰 리텐하임을 두려워하진 않는다. 두려운 건 그들 뒤에 강대한 외척이 있다는 점, 그들을 따르는 귀족들이 있다는 점이다.


  설령 엘윈 요제프의 직위를 인정한다고 해도 그들은 항상 잠재적인 적으로서 계속 있겠지. 틈이 생기면 권력취탈을 꾸밀 것이 틀림없다. 그들의 존재 그 자체가 제국의 불안정 요소인 것이다.


  그들을 배제한다. 하지만 황제는 정말 10월에 죽을까? 죽는다면 내란으로 끌고가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다.


  하지만 혹시 죽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장수한다면 뭔가 방법으로 그들을 폭발하게 만들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동맹이 전력을 회복하여 내란에 개입하려고 할 것이다. 어떻게해야 하는가…….


  자유행성동맹에는 이번 커다란 타격을 가했다. 아마도 도망친 건 2개 함대 이상, 3개 함대 미만이겠지. 인재면에서도 모톤, 파에타가 전사. 쿠브르슬리, 호우드, 애플턴이 포로가 되었다.


  국내는 격진할 것이 틀림없다. 동맹정부, 군 수뇌부는 어떻게 바뀔 것인가. 통합작전본부장. 우주함대 사령장관은 누가 될 것인가. 양 웬리의 처우는 어떻게 될 것인가?


  페잔도 제국의 두려움을 충분히 알았을 것이다. 그리고 이번 동맹의 패배, 루빈스키는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어떻게 움직이려고 할 것인가.


  동맹, 페잔의 움직임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특히 페잔이다. 원작과 꽤 큰 괴리가 생겼다. 주의가 필요하다. 다행히 판단할 재료가 없는 건 아니다. 일단 거기부터겠지.


...


제국력 487년 8월 23일, 10:00. 제국군 총기함 로키. 발레리 린 피츠시몬즈.


  함교는 밝은 목소리로 가득찼다. 제국군은 대승리를 거뒀다. 이만한 대승리는 과거에 전례가 없겠지. 함대는 샨타우 성계에서 집결한 후, 오딘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모두가 기뻐하고 있지만, 발렌슈타인 사령장관과 나만이 그 속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난 별 수 없다. 하지만 발렌슈타인 사령장관은 혼자 조용히 생각을 하고 있다.


  평소에도 생각하지만, 사령장관처럼 냉정침착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사람은 없다. 어떠한 때에도 기쁨을 폭발하는 일, 감정적이 되는 일이 없다. 이번 싸움에선 희미하게 분노를 보였지만, 그런 일은 좀처럼 없는 일이다.


  사령장관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다음 싸움에 대한 걸까? 상대는 동맹? 아니면 페잔? 그렇게 신경을 써서 괜찮은 걸까? 내 시선을 눈치 챈 거겠지. 사령장관이 말을 걸었다.


  “무슨 일입니까? 소령.”

  “아뇨. 무슨 생각을 하십니까?”

  “……타인에게 말할만한 일이 아닙니다. 이기는 것만 생각하고 있으면 사람은 끝도 없이 비겁해진다는 건 사실이군요.”


  사령장관은 쑥스럽다는 표정을 보이고 부끄럽다는 듯이 웃었다. 분수에 맞지 않은 일을 말했다고 생각한 걸까.


  “그런 나쁜 일을 생각하고 계셨던 겁니까?”

  “심한 말을 하는 군요. 소령은. 조금은 위로하자곤 생각하지 않습니까?”


  “생각하지 않습니다. 각하의 부관이 되어서 이제 2년입니다. 각하가 어떤 분이신지는 잘 알고 있습니다.”

  “저도 소령이 어떤 성격인지 알고 있어요.”


  그렇게 말하고 사령장관은 가볍게 웃음소리를 내고, 코코아를 타달라고 부탁했다. 정말이지 애교가 없다. 조금 더 애교가 있으면 정말 귀여울 텐데.


...


우주력 796년 8월 24일, 6:00. 제 13함대 기함 히페리온. 양 웬리.


  아무래도 제국군을 뿌리친 것 같다. 저 운송함을 쓴 전투가 최후의 전투가 됐다. 그건 그렇고 그린힐 총참모장도 재밌는 작전을 생각한다. 어차피 운송선은 구할 수 없다. 그렇다면 차라리, 라는 건가.


  덕분에 어떻게 도망칠 수 있었다. 함교 내에도 겨우 침착한 분위기가 보이고 있다. 모두 살아서 돌아갈 수 있는 게 기쁜 거겠지. 표정에도 웃음이 보이는 승무원이 많다.


  이번 싸움에서 동맹군은 큰 손해를 입었다. 5개 함대가 전멸, 남은 4개 함대도 3만 척이 겨우다. 2개 함대분에 지나지 않는다. 손상률은 7할을 넘었다. 미귀환자는 1천만을 넘겠지. 이것이 동맹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상상도 할 수 없다.


  이번 싸움에서 철퇴할 수 있던 건 뷰코크 함대가 약 1만 척, 우란푸 함대가 약 7천 척, 보로딘 함대가 약 5천 척, 내 함대가 약 8천 척이다.


  이것과, 본국에서 대기하고 있던 3개 함대로 동맹을 지켜야 한다. 싫어도 이제르론 요새를 중심으로 한 방어선을 펼쳐야만 하겠지. 문제는 페잔이다.


  페잔이 동맹을 돕는 행동을 취할까, 제국을 돕는 행동을 취할까라는 것으로 동맹의 명운은 결정 되겠지. 그 부분을 통찰하는 것이 중요하게 된다. 다음 본부장과 사령장관은 인식해줬으면 하는 점이다.


  이번 원정에서 동맹이 얻을 수 있었던 것이 있다면 발렌슈타인 사령장관의 무서움을 누구나 인식했다는 점, 우주함대 사령부의 무책임한 녀석들과 무책임한 정치가들이 사라진다는 점이겠지.


  한심한 이야기지만, 그 정도밖에 얻는 것이 없다. 아니, 가장 중요한 것을 동맹은 얻었는가. 그게 없었기에 이런 바보 같은 전쟁이 일어났다.


  발렌슈타인 사령장관은 뭘 바라고 있는 걸까. 이번 싸움에서 그의 영향력은 지금 이상으로 강해질 것이다. 그는 아직 젊다. 그런 그가 이 앞에 바라는 건 대체 뭘까. 지위? 명예? 권력? 한 번 밖에 만나지 않았지만 그런 걸 바라리라곤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이상?

Posted by 추리닝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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