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력 487년 9월 12일. 오딘, 리히텐라데 후작 저택.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


  리히텐라데 후작 저택에 사람이 모인 건 밤 8시가 지나서였다. 군에선 나 외에도 군무상서 에렌베르크 원수, 통수본부총장 슈타인호프 원수, 뮈켄베르거 퇴역원수, 발렌슈타인 우주함대 사령장관이 모였다.


  정부에선 국무상서 리히텐라데 후작, 재무상서 겔라흐 자작 두 사람이 양쪽 모두 벌레 씹은 표정을 하고 있다. 겔라흐 자작은 카스트로프 공작의 후임이다. 아무래도 리히텐라데 후작의 신뢰가 두터운 것 같다.


  이제부터 제국의 금후 행동방침을 정한다. 원래는 궁중에서 상의해야 하는 일이지만 내란 등 미묘한 문제가 있기에 궁중에선 하기 힘들다. 사전에 여기에서 조율하고 어느 정도 정해지면 황제 앞에서 말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 황제, 프리드리히 4세가 이미 여기에 있다. 아무래도 무리하게 밀어붙여서 온 것 같다. 리히텐라데 후작, 겔라흐 자작의 표정이 떫은 건 그 때문이겠지.


  응접실로 들어와 무거운 마음으로 자리에 앉는다. 그렇다고 해도 상석에는 프리드리히 4세가 앉고 나와 발렌슈타인은 하석에 앉게 된다. 나는 사령장관 곁에 앉았다.


  “리히텐라데 후작. 짐은 상관 말고 이야기를 진행하라.”

  “예.”

  황제가 리히텐라데 후작에게 말을 건 것은 샨타우 성역 회전의 이야기가 대충 끝난 뒤였다.


  이상하게도 누구도 그다지 기뻐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리히텐라데 후작들에게 있어선 이기는 게 당연한 일이라고 한다. 발렌슈타인 사령장관도 어딘가 짜게 식은 표정을 짓고 있다. 솔직하게 기쁨을 표한 것은 황제뿐이었다.


  “아무래도, 하기 어렵군요.”

  “사양은 필요 없네. 좋을 대로 하게나.”

  황제와 리히텐라데 후작의 대화에 모두 쓴웃음을 머금었다. 희미하게 웃음 소리가 들려온다.


  “발렌슈타인. 경은 지금 오딘의 상황을 알고 있는가?”

  “여기에 오기 전에 뮈켄베르거 원수에게서 대략적인 건 들었습니다.”

  “그럼. 브라운슈바이크 공작, 리텐하임 후작이 때를 기다리려 한다는 건 이미 알고 있나?”

  “예.”


  리히텐라데 후작과 발렌슈타인의 대화를 난 잘 이해할 수 없다. 때를 기다린다? 무슨 말인가. 그런 내 의문에 대답한 것은 뮈켄베르거 원수였다.


  엘윈 요제프가 후계자를 가지게 되기까지 최저한 10년은 유예가 있다. 그때까지는 엘리자베트와 사비네도 계속 황위계승권을 가진다. 그리고 10년 후에는 제국의 상층부도 모습을 바꾸게 되겠지. 지금 바로 행동에 나올 필요는 없다…….


  확실히 뮈켄베르거 원수의 말대로다. 아무래도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브라운슈바이크 공작들은 끈질기다. 그리고 압도적이라고 생각되는 발렌슈타인의 우위에도 의외의 약점을 품고 있다. 사람의 수명만큼은 어떻게 알 도리가 없다.


  “발렌슈타인 사령장관은 책략을 가지고 그들을 폭발하게 하여 단 번에 국내 문제를 해결하고자 생각하고 있네.”

  뮈켄베르거 원수가 설명을 마쳤다.


  응접실에 침묵이 떨어졌다. 모두 함께 발렌슈타인을 봤다. 그들의 시선을 눈치 채지 못했으리라 생각하기 힘들다. 하지만 발렌슈타인은 눈을 깔고 뭔가를 생각하고 있다.


  “발렌슈타인. 책략을 듣기 전에 확인하고 싶다. 경은 폐하의 수명은 올해 안이라고 예측했지만. 근거는 있는 건가?”

  에렌베르크 원수가 망설이는 듯한 말투로 물었다.


  확실히 나도 그 점에 대해서 의문이 있다. 눈앞에 있는 프리드리히 4세는 꽤나 건강하다. 올해 안에 죽으리라곤 생각하기 힘들다.


  “없습니다. 단지, 그 시점에선 황송합니다만. 언제 만일의 사태가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올해 안이라고 생각하고 싸웠습니다.”

  “그 시점인가…….”


  그 시점이라는 건 이제르론 요새 함락 직후일까? 확실히 그 땐 황제는 불규칙한 생활에 의해 기묘하게 곤비한 인상을 주는 노인이었다.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는 않았겠지.


  모두 나와 같은 걸 생각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생각에 잠기는 사람, 끄덕이는 사람은 있어도 발렌슈타인을 비난하는 자는 없다. 프리드리히 4세는 희미하게 쓴웃음을 짓고 있다. 짐작가는 데가 있는 거겠지. 에렌베르크 원수가 계속해서 발렌슈타인에게 질문했다.


  “발렌슈타인. 이번 책략은 폐하가 생존하고 계시다는 걸 전제로 세운 건가?”

  “예.”

  “그럼, 경의 책략을 들어볼까.”


  “그 전에 한 가지 확인하고 싶은 일이 있습니다.”

  “?”

  “제국은 지금, 내란의 위험만 없으면 페잔을 점령하고, 반란군을 몰아내 우주를 통일할 호기에 있다. 소관의 인식에 이상은 없습니까?”


  발렌슈타인의 말에 모두 시선을 마주했다. 에렌베르크, 슈타인호프 두 원수, 뮈켄베르거 퇴역 원수 등이 리히텐라데 후작을 보고 끄덕인다.


  “거기에 대해선 동의…….”

  “기다리십시오. 국무상서 각하.”

  리히텐라데 후작을 저지한 건 겔라흐 자작이었다. 이 남자, 군사에 대해선 초보라고 생각했지만. 뭔가 있는 건가?


  “사령장관. 반란군을 제압하게 된다면 어느 정도의 군을 이끌게 될까?”

  “우선 최저한으로도 이번과 비슷할 정도의 군을 이끌게 되겠죠.”

  “원정 기간은?”

  “약 1년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적당한 선이겠지. 반란군은 현재 5개 함대 정도다. 이제르론, 페잔의 양면 작전을 취하게 되겠지만, 왕복도 포함하면 제압에 1년이라는 건 이상한 수치는 아니다. 에렌베르크, 슈타인호프 두 원수, 뮈켄베르거 원수도 끄덕이고 있다.


  “저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

  “재정이 버틸 수 없습니다.”


  재정이 버틸 수 없다. 겔라흐 자작의 그 말에 발렌슈타인을 뺀 군인들이 떫은 표정을 지었다. 싸우는 것을 본업으로 하는 군인에게 있어서 재무관료는 천적이다. 무슨 이유를 붙여서라도 돈이 없다고 말한다.


  “이번 샨타우 성역 회전은 단기간, 그것도 오딘 근처에서 행해졌습니다. 그렇기에 전비도 생각보다 적게 끝났죠. 하지만 지금 사령장관의 상정을 보면 막대한 전비가 들게 됩니다. 현재 제국의 재정상황으론 도저히 허용할 수 없습니다.”


  “그럼, 내전의 위험과 재무의 문제. 그 양쪽을 해결할 수 있다면 어떻습니까? 겔라흐 자작.”

  “그렇다면 문제는 없다. 하지만 그런 일이 정말 가능한가?”


  확실히 겔라흐 자작의 말대로다. 그런 게 가능할까. 하지만 발렌슈타인의 표정은 온화하고 곤란한 모습은 없다.


  “가능합니다. 세금과 정치의 개혁을 하면 되겠죠.”

  “…….”

  모두 의심쩍은 얼굴을 하고 있다. 세금과 정치의 개혁……. 대체 무슨 소린가?


  “귀족에게 과세합니다. 그리고 귀족이 가지는 기득 특권을 폐지합니다. 구체적으로는 농노의 폐지와 평민의 권리 확대. 그것만으로도 그들은 폭발하겠죠. 다음엔 그걸 부수면 됩니다.”

  “바보 같은. 경은 무슨 말을 하고 있나?”


  떨리는 목소리를 낸 것은 겔라흐 자작이었다. 다른 출석자도 모두 얼어붙은 듯이 굳어있다. 조금도 변하지 않은 건 발렌슈타인과 황제 프리드리히 4세뿐이다.


  모두가 곤란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작위를 가진 귀족들에 비과세, 농노의 소유는 루돌프 대제 이래의 제국의 국시인 것이다. 그걸 프리드리히 4세의 앞에서 부정한다. 자칫 잘못하면 발렌슈타인 자신이 역적으로서 처벌받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럽게 꺼내 들었다…….


  “반란을 일으킨 브라운슈바이크 공작, 리텐하임 후작, 거기에 따르는 귀족들은 재산을 모두 몰수합니다. 그 이외의 귀족에게도 유산상속세, 고정자산세, 누진소득세 등을 적용하면 10조 제국 마르크를 넘는 금액이 국고에 들어오리라 생각합니다. 겔라흐 자작. 전비의 문제도 해결됩니다.”

  “…….”


  발렌슈타인은 겔라흐 자작에게 말하면서도 시선은 리히텐라데 후작에게 향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모두의 시선이 리히텐라데 후작에게 향했다. 그 리히텐라데 후작은 엄한 눈으로 발렌슈타인을 보고 있다…….


  “그러한 책략을 내가 인정하리라 생각하나? 발렌슈타인.”

  낮은 목소리였다. 어딘가 분노를 억누른 낮은 목소리……. 리히텐라데 후작은 화내고 있다.


  “인정하리라 생각합니다. 리히텐라데 후작.”

  평소와 전혀 다르지 않는 온화한 목소리였다. 하지만 발렌슈타인의 시선은 조금도 흔들림을 보이지 않고 리히텐라데 후작을 보고 있다.


  친밀하다고 해도 좋을 두 사람이 대립하고 있다. 결렬할 것인가. 어딘가 그걸 바라는 자신이 있다. 이 두 사람이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으면 만만찮다. 하지만 두 사람이 뿔뿔히 흩어지면 틈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리히텐라데 후작. 소관의 질문에 대답해주시겠습니까?”

  “…….”

  리히텐라데 후작은 아무 말 없다. 하지만 발렌슈타인은 신경쓰지도 않고 말을 계속했다.


  “지금 제국이 반란군을 제압했다고 칩시다. 제국은 새로운 영토를 얻게 됩니다만, 어느 귀족이 신영토에서 속령를 가지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에게 속령을 주었을 경우, 무슨 일이 일어나리라 생각합니까?”


  “…….”

  리히텐라데 후작은 대답하지 않는다. 하지만 후작의 표정은 아까전의 엄한 표정에서 일변했다. 곤란한 표정을 짓고 있다. 그리고 어딘가 고통에 찬 표정이 되었다. 그 모습에 모두가 놀란다. 무슨 일일까?


  “발렌슈타인 사령장관.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가?”

  참을 수 없었던 건지, 슈타인호프 원수가 질문했다. 발렌슈타인은 리히텐라데 후작에게서 시선을 돌리고 답을 입에 담았다.


  “반란이 일어나겠죠. 그것도 순식간에 신영토 전체에 퍼지리라 생각합니다.”

  “!”

  놀라는 모두에 대해 조용히 확인하는 듯한 말투로 발렌슈타인은 이야기를 계속했다.


  “반란군 사람들은 제국의 평민보다도 훨씬 정치적인 성숙도가 높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권리를 이해하고 있고 통치자의 의무에 대해서도 숙지하고 있습니다. 그런 곳에서 귀족 이외는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는 사람이 지배자로서 간다면 어떻게 될지……. 불 보듯 뻔합니다.”


  “진압하면 되겠지. 뭘 신경 쓸 일이 있나?”

  단언하는 듯한 말투로 말한 건 겔라흐 자작이었다. 어딘가 반발하는 듯한 말투지만, 발렌슈타인에게 품고 있는 것이 있는 건가? 아까 전에 귀족에게도 과세한고 한 말에 반감을 가진 걸까?


  “130억 명의 인간이 반란을, 폭동을 일으키는 겁니다. 신영토 전체에서. 간단하게 진압이라고 말하지 말아줬으면 좋겠군요.”

  “…….”


  “설령 진압했다고 하더라도, 제국의 통치에 불만을 가진 사람은 지하에 숨겠죠. 그리고 게릴라 활동을 시작할 겁니다. 신영토의 치안을 유지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병사가, 물량이, 돈이 필요하게 되리라 생각합니까? 언젠가 제국은 그 부담에 버틸 수 없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그렇게 되면? 어떻게 되는 건가. 발렌슈타인.”

  “그렇게 되면 신영토를 방폐할 수밖에 없게 되겠죠. 슈타인호프 원수.”

  “!”


  신영토를 방폐한다. 그 말에 응접실의 이곳저곳에서 한숨이 흘러나왔다. 있을 수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제국에서도 지배자의 압정을 참을 수 없어 반란이 일어나는 일이 있다. 신영토에서 반란이 일어나지 않는 쪽이 이상하겠지. 방폐라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다.


  “그걸 막기 위해선 신영토의 통치는 제국과 다른 것으로 해야겠죠. 그 경우…….”

  “이제 됐네. 그만해라. 발렌슈타인.”


  발렌슈타인을 막은 건 리히텐라데 후작이었다. 어딘가 지쳤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후작은 발렌슈타인에게 반대하는 걸까?


  “그 뒤는 내가 말하도록 하지. 신영토의 통치를 제국과 다른 걸로 한다. 그 경우, 신영토 통치는 제국보다 개명적인 것이 되겠지.”

  “…….”

  신영토의 통치는 제국보다 개명적인 것이 된다…….


  “제국의 평민들은 불만을 가지겠지. 어째서 점령지가 더 살기 좋은가하고…….”

  “!”

  확실히 그렇다. 누구라도 불만을 가지겠지. 그렇다면…….


  “무시하면 제국 본토에서 폭동이 일어나겠지. 다시 말해, 신영토를 얻으면 늦든 빠르든 정치 개혁이 필요하게 되네.”

  “…….”


  “그렇다면 지금 해 놓는 편이 좋다. 반란군을 정복하기 위해서 정치 개혁을 한다고 주장하여 브라운슈바이크 공작들을 도발하여 반란을 일으키게 한다. 그들을 쳐부수고 나면 정치개혁도 하기 쉽다. 그것이 발렌슈타인, 경의 의견이로군.”

  “그렇습니다.”


  한숨이 나왔다. 나만이 아니다. 이곳저곳에서 한숨이 나왔다. 반란군을 쳐부수고 정복한다. 그것이 제국 내부의 정치개혁으로 이어진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반란군을 정복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하면, 귀족들도 정면에서 반란하기 힘들겠지. 반대하면 반란군을 편드는 거냐고 갈책을 받는다. 그리고 개혁이 진행되면 점점 귀족들은 정치적 특권을 잃게 된다.


  귀족에게 과세하고 농노를 폐지한다. 그리고 평민의 권리를 확대한다. 다시 말해 귀족의 권리를 축소한다. 어느 것도 귀족에게 있어서 견딜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반드시 폭발하겠지…….

Posted by 추리닝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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