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력 487년 10월 26일. 오딘, 우주함대 총기함, 로키. 막달레나 폰 베스트팔레.
지크프리트 키르히아이스 준장이 발렌슈타인 원수의 막료가 되었다. 사령부 사람들은 모두 긴장하고 있다. 긴장과 인연이 없는 건 사령장관뿐. 이 사태를 부른 장본인인데…….
나는 무심코 낙천적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의 목소리를 올려 함교의 긴장을 풀었다. 발렌슈타인 사령장관은 내 진의를 알았겠지. 쓴웃음을 짓기 전에 한 순간 내게 향한 시선은 날카로웠다.
우주함대 사령부에 와서 예상 이상으로 라인하르트의 입장이 불안정하다는 걸 알았다. 사령관들 중 누구도 라인하르트와 적극적으로 말하려하지 않는다. 어째서 이렇게 됐을까? 메크링거에게 물어봐도 시선을 피하며 알려주지 않았다.
지금 라인하르트가 부사령장관으로 있을 수 있는 건, 발렌슈타인 사령장관이 그걸 용인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혹시 그가 라인하르트를 배제하려 한다면, 라인하르트는 그 지위에서 쫓겨나겠지.
그가 어째서 라인하르트에 대해서 어디까지나 의례적으로 대응했는가. 지금이라면 알 수 있는 기분이 든다. 언젠가 라인하르트와 결렬할지도 모른다. 그 날을 위해서 불필요한 속박은 만들고 싶지 않다. 그렇게 생각한 거겠지.
지크가 여기에 오는 것과 동시에 힐더가 라인하르트의 밑으로 갔다. 주변에선 어떻게 볼까. 심복의 부관을 끌어들이고, 대신 귀족 영애를 내주었다. 대충 그런 걸까. 하지만 난 알고 있다. 사령장관의 진의가 어디에 있는지…….
그날, 궁중에서 돌아온 사령장관은 나와 힐더를 응접실로 불렀다. 이상하게 생각하면서도 응접실로 향한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던 건, 사령장관과 발트하임 참모장, 슈마허 부참모장이었다.
사령장관의 이야기는 간단했다. 힐더를 라인하르트의 막료로 한다는 것, 그리고 지크프리트 키르히아이스가 사령장관의 막료가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응접실에는 발트하임 참모장과 슈마허 준장, 그리고 나와 힐더가 앉아 있다. 참모장과 부참모장, 그리고 힐더가 왜 여기에 있는지 알겠다. 하지만 어째서 내가 불려왔을까. 좀처럼 감이 잡히지 않았다.
“교환, 이라는 겁니까?”
망설이면서도 사령장관에게 질문한 것은 발트하임 참모장이었다.
“아뇨. 키르히아이스 준장이 여기로 올지 안 올지는 모릅니다. 거기에 상관없이 프로이라인은 로엔그람 백작의 막료가 되어줬으면 합니다.”
사령장관의 말에 모두 서로를 돌아본다. 테이블을 둘러싸고 시선이 교차한다. 힐더는 의심쩍은 표정이다. 무슨 일일까. 자칫 잘못하면 라인하르트와 마린도르프 백작을 가깝게 하는 일이 된다. 그래도 좋다는 걸까?
사령장관은 우리들의 곤란을 신경 쓰지도 않고 목 언저리의 망토를 고치고 있다.
“저를 로엔그람 백작의 막료로 한다. 그 목적은 어디에 있습니까?”
힐더의 마음은 알겠다. 라인하르트의 입장은 극히 미묘하다. 사령장관이 무슨 생각으로 자신을 막료로 보내는 것인가. 그걸 알지 못하면 받아들이는 것도, 거부하는 것도 할 수 없다.
“로엔그람 백작에겐 프로이라인의 힘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
사령장관은 간단하게 말했다. 더더욱 알 수 없다. 힐더가 총명하다는 건 나도 안다. 하지만 사령장관의 말은 어떻게 받아들어야 할까.
힐더가 주변의 인식 이상으로 유능하다고 보면 되는 걸까? 라인하르트가 힐더의 힘을 필요로 할 정도로 불안정하다고 보면 되는 걸까……. 나와 힐더만이 아니다. 앞에 있는 참모장들도 곤란한 표정을 보이고 있다. 내 의문을 그대로 입에 담은 건 힐더였다.
“각하. 각하는 로엔그람 백작의 역량에 불안을 가지고 계시는 겁니까? 저는 군인으로서 교육은 받지 않았습니다. 백작의 힘이 되리라곤 생각할 수 없습니다만?”
발렌슈타인 사령장관은 어렴풋이 쓴웃음을 지었다.
“저는 로엔그람 백작의 역량에 불안 따위 가진 적 없습니다. 군인으로선 저보다 훨씬 우수하겠죠.”
“각하!”
부참모장 슈마허 준장이 사령장관을 책망했다. 사령장관이 자신을 비하하는 말을 한 것이 맘에 들지 않았겠지. 하지만 사령장관은 신경쓰지도 않는다. 슈마허 준장에게 “사실입니다.”라고 말했다.
“언젠가 제국을 양분하는 내란이 발생할 겁니다. 내란이 발생하면, 로엔그람 백작은 별동대를 이끌고 변경성역 진압에 향하게 될겁니다.”
“…….”
우주함대 내부에선 이미 내란 발생시에 대응책이 결정되어 있다. 그에 의하면 라인하르트는 6개 함대를 이끌고 변경성역 진압을 맡게 된다. 역량에 불안이 있는 인물에게 맡길만한 임무가 아니다.
다시 말해 사령장관은 라인하르트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아까 전의 발언에서도 그걸 알 수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힐더를 막료로 한다. 그 진의는?
“변경성역 진압에는 꽤 긴 시간이 걸리리라 생각합니다. 당연하지만 로엔그람 백작에게 용병가로서, 또한 점령지의 행정관으로서 꽤 커다란 자유재량권을 부여하게 되겠죠.”
“…….”
“곤란하게도 로엔그람 백작은 전술가로서 너무나도 유능합니다.”
“?”
발렌슈타인 사령장관의 말에 또 우리들은 시선을 교환한다. 전술가로서 너무 유능하다……. 사령장관의 말은 결코 호의에 찬 것이 아니었다. 모두 그걸 느꼈겠지. 의심쩍은 표정을 짓고 있다.
“전략가로서의 역량도 훌륭한 것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전술적인 승리에 집착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 결과 전략적 승리, 정략적 승리를 소홀해버리고 말죠.”
“…….”
“이번 내전 말입니다만. 단지 진압하면 좋다. 그런 것이 아닙니다. 칙령의 발표 후, 반란군과 페잔도 제국의 동향에 비상한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
확실히 그럴 거라고 생각한다. 정말 개혁이 행해지는가. 아니면 형식만 갖춘 것으로 끝나는가. 혹은 폐지되게 되는가. 제국이 나아갈 방향에 누구나 관심을 가지고 있다.
“우리들은 그들에게 제국이 새롭게 태어났다는 것, 지금부터 제국은 평민의 희생 위에 성립하는 국가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야만 합니다. 그거야말로 이번 내전 진압에서 가장 바래야 하는 점이지요…….”
“…….”
“장래적으로 반란군, 페잔 사람들이 제국의 통치를 받아들이는 데에 불안을 느낄만한 승리는 용서할 수 없다는 겁니다.”
사령장관의 말이 응접실에 흐른다. 침울한 색을 띤 목소리다. 그 목소리에 이끌리듯이 나는 사령장관의 얼굴을 응시했다. 언제나 온화한 표정이던 사령장관이 어딘가 험한 표정을 짓고 있다.
“전술적 승리에 사로잡혀, 그걸 잊어선 곤란합니다. 단지 이기면 좋다. 그런 싸움법은 우주함대 부사령장관에게 허락되지 않습니다.”
중얼거리는 듯한 어조였다. 그 목소리에 엄함을 느낀 것은 나뿐일까?
발트하임 참모장, 슈마허 부참모장도 엄한 표정으로 사령장관의 말을 듣고 있다. 두 사람에겐 짐작가는 부분이 있을지도 모른다. 전술적 승리에 고집한다. 다시 말해 자신의 무훈을 세우는 일에 고집한다. 그렇게 사령장관은 라인하르트를 평가하고 있다.
“다시 말해 사령장관 각하께서 제게 바라시는 건, 로엔그람 백작이 전술적 승리를 고집한 나머지 그걸 잊는 일이 있으면 주의하라. 라는 겁니까?”
확인하는 듯이 느긋한 어조로 힐더가 사령장관에게 물었다.
“그 말대로입니다. 당신은 그럴 만한 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로엔그람 백작도 상대가 여성이라고 해서 의견을 거절할 만큼 도량이 좁은 사람이 아닙니다. 서로 협력하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사령장관은 온화한 표정으로 돌아가 힐더에게 답했다. 하지만 힐더의 표정은 딱딱한 채고, 얼굴색은 창백해져있다. 어느새 난 사령장관에게 질문하고 있었다.
“혹시 로엔그람 백작이 그녀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고, 전술적 승리에 고집하는 경우엔 어떻게 될까요?”
꽤나 갈라진 목소리였다. 나도 모르게 긴장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우주함대 부사령장관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 그 지위에 있다. 그런 것이 되겠죠.”
“!”
응접실의 긴장이 아플 정도로 높아졌다. 발렌슈타인 사령장관, 나, 힐더의 시선이 교차한다. 그리고 사령장관은 시선을 내게 맞췄다.
“옛날은 어쨌든, 지금의 제국군은 그러한 걸 용서할 정도로 가벼운 조직이 아닙니다.”
사령장관의 시선에 난 옴짝달싹도, 입을 열 수도 없었다. 그렇게나 엄한, 아니, 차가운 시선이었다.
“프로이라인. 결코 쉬운 일이 아니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로엔그람 백작에겐 당신의 힘이 필요합니다. 힘이 되어주세요.”
그렇게 말하고 사령장관은 힐더에 대해 고개를 숙였다.
지크가 발트하임 참모장과 대화하고 있다. 트루나이젠 소장은 지크와 유치원 동기생이라고 한다. 아까 전에는 그런 걸 이야기하고 있었다. 지금부터 그는 어떻게 될까. 라인하르트에 대한 충성심을 가슴에 숨기고 사령장관의 막료로서 일하게 될까.
결국 난 응접실에 있었던 일을 라인하르트와 지크에게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 때, 사령장관의 차갑고 엄격한 시선. 난 어째서 내가 응접실에 불렸는지, 겨우 이해했다.
사령장관은 라인하르트를 경우에 따라서 잘라버릴 각오를 하고 있다. 가능한 한 지원은 한다. 하지만 실패하면 잘라버린다. 그게 사령장관의 라인하르트에 대한 태세다. 그걸 내게 고한 것이다.
지크프리트 키르히아이스가 여기에 와도 필요 이상으로 친하게 지내지 마라. 이후 무슨 일이 있어도 입을 열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엄격한 태도다. 하지만 지크와 친하게 지내면 만일의 경우 라인하르트가 잘려나갈 경우, 나도 곤란한 입장이 되겠지. 확실히 필요 이상으로 친해질 순 없다.
그가 내게 어렴풋이 목례한다. 아까 전의 일에 대한 감사표현일까? 그런 그를 보며 난 희미한 죄악감을 느꼈다.
지크.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여기까지야. 나머진 스스로 어떻게든 하세요. 여기에 온 이상, 그 정도의 각오는 있겠죠? 내게 의지할 정도라면, 용서 없이 뿌리쳐주겠어‥….
...
제국력 487년 10월 27일. 오딘, 우주함대사령부. 테오도르 루크너.
발렌슈타인 사령장관에게서 호출이 있었다. 나 외에도 슈무데 대장, 린텔렌 대장, 루데케 대장이 불렸다. 일찍이 사령장관 밑에서 부사령관과 분함대 사령관으로 일했던 동료들이다.
샨타우 성역 회전 후, 우리들은 대장으로 승진하여 제각기 1만 척의 함대를 이끄는 사령관이 되었다. 우주함대의 정규함대 사령관이 되지 못한 건 유감이지만, 정규함대의 사령관 자리는 18개밖에 없다.
우리들이 정규함대 사령관이 되면 누군가가 빠져나오게 된다. 게다가 우리들은 사령장관 휘하의 분함대 사령관이었다. 우리들을 정규함대 사령관으로 하면 사령장관의 인사가 편애라며 불만을 가질 사람도 나오겠지. 지금 이대로도 충분히 우리들은 평가 받고 있다. 불만은 없다.
아니, 사실 불만은 있다. 언젠가 일어날 내란에 있어서 우리들의 역할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규함대는 역할이 정해져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에겐 아무런 지시가 없다. 예비로 남겨지던가, 혹은 주류함대로서 쓰여지던가. 어느 쪽이든 사양이다. 불안만이 피어오른다.
요즘 최근 우리들이 모이면 그 이야기로 시종일관하는 매일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 끝난다. 사령장관의 호출은 분명 다음 내전에서 우리들의 임무에 대한 것이겠지.
사령장관실에 가니 바로 응접실로 안내 받았다. 응접실에는 이미 사령장관이 소파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다. 사령장관은 우리들을 보고 희미하게 끄덕이고 소파를 가리켜 앉도록 했다.
“함대 상태는 어떻습니까?”
“문제 없습니다. 언제라도 출격할 수 있습니다.”
슈무데 제독의 말에 우리들은 동의하며 끄덕였다. 사령관은 그런 우리를 보고 희미하게 끄덕였다. 옆에 서류봉투가 있다. 그 안에 명령서가 있을지도 모른다.
“제국은 이제 곧 내란 상태에 들어갑니다. 경들도 당연히 싸움에 참가하도록 합니다.”
“바라던 바입니다. 저희들은 대체 무엇을?”
의지를 담는 듯이 답한 슈무데 제독에게 사령장관은 조금 곤란하단 표정을 보였다.
“그렇군요. 조금 미묘한 임무가 될 것 같습니다. 시시하고, 화려한 전투는 일단 없겠죠. 단지, 이게 없으면 승리는 어렵습니다.”
시시, 화려한 전투는 없다. 다시 말해 보급인가. 낙담하는 마음을 억눌렀다. 보급을 바보로 할 생각은 없다. 보급 없이 싸우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자신이 그 보급부대의 호위가 되면, 중요성은 이해해도 낙담은 금할 수 없다.
“보급선 방어입니까?”
“예. 페잔과 오딘을 잇는 보급선 유지가 임무가 됩니다.”
페잔인가……. 확실히 페잔의 상인들이 가져오는 물자가 없으면 제국은 혼란할 것이 틀림없다.
사령장관과 린텔렌 제독의 대화를 들으면서 항로도를 머리에 떠올렸다. 브라운슈바이크, 리텐하임이 적의 본거지가 되는 이상, 페잔과의 보급선 유지는 카스트로프, 마린도르프, 바르바하, 아르테나, 요툰하임의 선인가.
“과연. 브라운슈바이크, 리텐하임을 쓸 수 없는 이상, 보급선은 특정되겠군요. 게다가 조금 멀리 돌아갑니다.”
“음. 경이 말하는 대로지만, 귀족들이 보급선 단절이라는 시시한 일을 할까?”
“방심은 할 수 없지. 그들도 필사적이다. 끊기고 나선 늦어.”
슈무데, 린텔렌, 루데케 제독이 각기 말한다.
“적은 귀족만이 아닙니다.”
“?”
사령장관의 말에 우리들은 무심코 서로를 돌아봤다. 의심쩍인 표정을 하고 있다.
“페잔입니다.”
“페잔?”
“예. 페잔이 스스로 교역선 출항을 제한, 혹은 막을지도 모릅니다.”
“!”
페잔이 교역을 막는다?
“제국과 페잔의 관계는 극히 차갑습니다. 페잔은 제국이 혼란에 빠져 약체화하는 것을 바랄 것입니다.”
“하지만 출항을 막을 이유가 있겠습니까? 이쪽이 항로를 경비하는 겁니다. 안전이 확보되어 있다면…….”
“슈무데 제독. 피해 따위 얼마든지 날조할 수 있어요.”
“!”
피해 따위 얼마든지 날조할 수 있다. 그렇게 말한 사령장관은 희미하게 웃음을 띠고 있다. 확실히 제국과 페잔의 관계는 결코 좋다고 할 수 없다. 그렇다면 페잔이 날조해서라도 교역선 출항을 막는 일이 있을 수 있겠지.
응접실에 침묵이 떨어졌다. 모두 서로의 표정을 살피고, 그리고 사령장관을 본다. 사령장관이 곁에 두고 있던 서류봉투를 들었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슈무데 제독에게 내민다.
슈무데 제독도 어렴풋이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 없이 받아든다. 나나 리텔렌, 루데케의 시선을 향하고서 서류봉투를 연다. 안에서 서류를 꺼내 든다.
“이, 이건. 진심이십니까!”
슈무데 제독이 경악했다. 서둘러 그의 손에 들린 서류를 본다. 서류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제 1차 페잔 침공 작전’
'번역 : 새로운 조류 시리즈 > 본편(연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로운 조류(에리히 발렌슈타인 전) 제 154 화. 머무는 곳 (0) | 2015.02.12 |
---|---|
새로운 조류(에리히 발렌슈타인 전) 제 153 화. 제 1차 페잔 침공 작전 (0) | 2015.02.12 |
새로운 조류(에리히 발렌슈타인 전) 제 151 화. 면종복배 (0) | 2015.02.12 |
새로운 조류(에리히 발렌슈타인 전) 제 150 화. 진의 (0) | 2015.02.12 |
새로운 조류(에리히 발렌슈타인 전) 제 149 화. 마린도르프 백작의 전율 (0) | 2015.02.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