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모장 각하, 소관은 슬슬 점심을 먹으러 가고자 합니다만."


  "음. 괜찮겠지. 매일 어디로 가는 겐가?"

  "대체로, 사슴의 집, 버섯 마을, 지크린데입니다."

  "호오. 오늘은 어디로?"

  "아마도 지크린데일겁니다. 거기의 스튜는 최고고, 가게가 넓으니까요."


  기함 아켄을 나와 나는 마을로 나갔다. 도중에 키슬링과 만난다.


  "에리히. 오늘은 어디로 가나?"

  "지크린데. 스튜를 먹자."

  "좋네. 거기의 여급은 귀엽고."


  나는 최근 키스링이나 캐슬러와 식사를 하는 일이 많다. 그보다도 카이저링 함대의 인간과는 식사를 한 적이 없다. 이유는 간단하게 그들이 볼대 나는 "배신자"이기 때문이다. 어쩌다가 바펜 참모장과 베케나 부참모장이 대화하는 걸 듣고 말았다. 저 녀석들에게 말하고 싶네. 알레스하임 성역 회전에서 엉망으로 패배한 뒤에도 바젤을 "친구"라고 부를 수 있을지. 아무것도 모르면서 제멋대로 말하고 있어. 오늘은 드물게도 파펜 참모장이 말을 걸어왔지만 평소에는 거의 회화가 없다. 그 덕분인가 일반병까지 나를 피하고 있다.


  나로서도 사실은 내가 부정을 눈치챘다던가 말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카이저링을 저지하기 위해선 그것 밖엔 없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보는 한 카이저링은 성격이 강한 사람이 아니다. 저대로는 막료들에게 더밀려 바벨을 돌려받아, 허우적대는 사이에 알레스하임 성역 회전이라는 꼴이 되지 않을지.


  지크린데는 주변에선 큰 가게다. 갓 만든 요리가 맛있는 가게로 손님도 많다. 나와 키슬링은 스튜를 먹으면서 대화했다.


  "오딘에선 앞으로 어느정도 사람이 오나?"

  "50명 정도야.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온다. 캐슬러 중령이 말했어."

  "그건, 기지쪽으로 가는건가?"

  "아마도. 지금 10명 정도 가 있지만, 어차피 때에 맞지 못할거라는 건 눈에 보이니까 말야."

  "바젤 소장은 자백했나?"

  "아니. 아직이야. 꽤나 끈질겨."


  바젤 소장 체포로부터 벌써 1주일 이상이 지나가 있다. 헌병대의 관심은 체포한 바젤이 아니라 보르소른의 보급기지로 옮겨져 있는 것 같다. 뭐 그쪽이 규모가 더 크니까 말이지.


  "이봐, 에리히. 카이저링 함대는 있기 힘들지?"

  "응. 그렇지 뭐."

  "헌병대로 오지 않겠어? 캐슬러 중령도 걱정하고 있다."

  "중령이."

  "아아. 나도 경이 오게 되면 기쁘고."

  "그렇군. 조금 생각하게 해주지 않겠어? 아직 시간은 있겠지?"

  "응. 앞으로 2주 정도는."


  앞으로 2주일이 지나면 카이저링 함대의 조사는 일단 끝난다는 건가……. 그렇게 되면 초계임무로군.


  퇴역해버릴까? 그렇게 생각했다. 슈타인호프는 화낼테고, 뮤켄베르거도 이번 건에선 즐겁게 생각하진 않겠지. 에렌베르크도 같다. 보급기지에 사이옥신 마약이라니 머리부터 온기를 세우고 있을 것이 틀림없다. 병참통괄부도 같겠지. 군내부에서의 전망은 완전히 시커멓다. 유일한 도움은 헌병대에 은혜를 입힐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식사를 끝내고 지크린데를 나온다. 그 때였다.


  "위험해!"


  나는 갑자기 지면으로 끌어당겨져 쓰러졌다. 뭐가 있었는지 알 수 없으니, 가까운 데에서 노호와 비명이 들려온다. 뭔가 하고 그쪽을 보니 수 명의 남자가 한 남자를 지면에 쓰러뜨리고 팔을 꺽여 올리고 있었다. 비명을 지르는 것은 저 남자겠지.


  "대체 뭐가 어찌된거야?"

  "저 남자가 죽이려고 달려들었어. 이걸 봐."


  보니 지크린데의 입구에 레이저 총 자국이 있다.


  "노려진 건 어느쪽이야?"

  "내가 아냐. 경이다."


  날 노렸다? 누가? 어째서? 날 죽여서 무슨 메리트가 있지?


  "저들은 대체?"

  "경의 호위다."

  "호위?"


  그렇게 위험했던 건가 나는? 하지만 어느새 호위를?


  "캐슬러 중령의 명령으로 말이지. 은밀히 호위를 붙여놨어. 나나 캐슬러 중령이 함께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나만 아무것도 몰랐던 건가…….


  나와 키슬링은 그 남자에게 다가갔다. 억압하고 있는 남자가 우리들에게 경례한다.


  "고맙다. 덕분에 살았어."

  "아뇨. 무사해서 다행입니다."

  "얼굴을 본 적은?"

  "아니. 없네."

  "어째서 날 죽이려고 한건가?"


  남자는 나를 증오스럽다는 듯이 보고 있다.


  "대답해라. 어째서 나를 죽이려고 한건가?"

  "자, 대답해."


  그를 잡고 있는 남자가 더욱 더 팔을 죈다.


  "그만둬. 멈춰. ……말한다. ……참모장에게 부탁받았다."

  "참모장? 부탁받았다?"


  나와 키슬링은 얼굴을 마주했다.


  "헛소리하지마. 날 죽여서 무슨 의미가 있나? 바로 헌병대의 조사가 들어간다고. 좀 더 제대로 된 대답을 해라."

  "정말이다. 넌, 어둠의 왼손이지. 그래서다."


  의외의 대답에 나는 키슬링은 아연하게 얼굴을 마주했다.


  이 세계에는 "어둠의 왼손", 정확히 말하자면 "황제의 어둠의 왼손"이라 불리는 인간들이 있는 듯 하다. "듯 하다"라는 것은 그 존재가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은하제국의 어떤 정부기관도 "황제의 어둠의 왼손"은 존재하지 않는다. 은하제국의 역사 어떤 곳에도 나오지 않는다. 은영전의 원작에도 나오지 않으니까 "없다"고 말하고 싶지만 아무래도 확실하지 않다.


  "황제의 어둠의 왼손"이지만, 소문에 의하면 "황제직속의 정보기관"이라는 듯 하다. 황제의 명령만을 받는 조직이다. 은하제국에는 몇개인가의 정보기관, 조사기관이 잇다. 헌병대, 정보부, 사회질서유지국 등등이다. 그 중에서 헌병대는 군무상서, 정보부는 통수본부장, 사회질서유지국은 내무상서의 지배하에 있다. 그들은 황제보다도 직속의 상관에 충성을 바친다. 다시 말해 거기에 불만을 가진 황제가 은밀히 만든 조직이 "황제의 어둠의 왼손"이라고 한다.


  그들은 황제의 명령에 따라 대귀족, 군, 궁내에 있어 제국을 위한 것이 아니거나 황제의 불만을 산 인물들을 조사하여, 몰락시키거나, 혹은 은밀히 주살해 왓다. 겉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그림자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황제의 어둠의 왼손"이라고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언제부터 존재했는지는 알 수 없다. 소문에 의하면 청목제, 막시밀리안 요제프 3세의 사법상서를 지낸 뮨쳐가 사법상서가 되기 이전, "황제의 어둠의 왼손"이었던 시기가 있다고 한다. 그 경력에 의해 사법상서 시대에 강건하게 숙청을 행했다고. 있을 수 없는 일은 아니겠지.


  "어찌된거냐? 에리히."

  "나도 몰라. 정리해보자고."

  "참모장은 내가 어둠의 왼손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죽이려고 한다. 다시말해 내가 황제에 보고한다면 자신이 파멸할거라고 생각했다, 라는 거지. 아니, 잠깐. 그 전에 내가 여기에 왔다는 건 단순한 인사이동이 아냐! 황제의 명령으로 왔다고 생각한거야!"

  "황제의 명령으로 왔다?"

  "그래. 황제의 명령으로 여기에 왔다. 뭘 위해서?"

  "……사이옥신 마약인가!"

  "그래. 사이옥신 마약을 눈치챈건 나다. 카이저링 제독을 설득한 것도 나다. 일개의 대위가 갑자기 내부고발을 한다거나, 귀족이나 장관을 상대로 설득한다는 건 생각하기 힘들다. 아마도 뒤에 뭔가가 있다고 생각한거야."

  "그것이, 폐하라고."

  "아아. 그래."


  나는 원작을 알고 있기에 살아남는데에 필사적이었다. 설령 상대가 누구라고 하더라도 죽는 것보단 낫다고 생각하고 행동했다. 단지 그것 뿐이었다. 하지만 리할트 버펜 소장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뒤가 있으니까 쎄게 나온다고 생각한 거다. 그렇다면 버펜 소장은 뭘 무서워하고 있던 걸까?


  "에리히. 버펜 소장도 바젤 소장의 동료라고 생각하나?"

  "……버펜 소장만일까? 사이옥신 마약의 오염은 좀 더 깊을지도 몰라. 아무래도 아직 아무것도 끝난 것 같지 않네. 균터."

Posted by 추리닝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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