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전 종결 후, 제국군 총기함 빌헬미나로부터 함대 집결 명령이 내려왔다. 그와 동시에 장관회의 개최가 통달되어 이후 작전행동에 대해서 협의하게 되었다. 장관회의가 개최된다는 것은 작전행동은 계속된다는 것이다. 반플리트 4=2에 가는 것인가, 아니면 본대와 행동을 함께 하는가…….
■ 제국군 485년 3월 22일 제국군 총기함 빌헬미나
회전으로부터 하루가 지나, 장관회의가 열린 회의살이에는 미묘한 공기가 지배하고 있었다. 원래라면 승리한 전쟁에 들떠있어도 괜찮겠지만, 일부를 제외하고 새하얀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참고로 제외된 일부 사람들이라는 건 그린멜스하우젠 함대의 사람들로, 한 명을 제외하고 모두 새하얀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덧붙여 일부의 인간이란 그린멜스하우젠 함대의 인간들로, 한 명을 제외하고 모두 가면 같은 무표정이다. 이유는 알고 있다. 그러니 다른 일을 생각하자.
제 6 함대 무어 중장이 깔끔하게 항복한 것은 기함 페르가몬이 동력기관이 파괴되어 움직일 수 없었던 것이 원인이었다. 싸우고 싶어도 싸울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자결하지 않은 것은 주위가 막았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무책임하다고 질책받은 모양이다. 인망 없어보이니까 말야. 쟝 로벨 라프는 없었다. 아직 병원치료중인 듯 하다. 제시카 에드워즈도 행복해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좋아하는 타입은 아니지만, 원작에선 조금 불쌍한 일생이었으니까.
포로를 고문하고 알게 된 점이 있다. 제 4 함대 사령관, 파스토레 중장이 경질되어 국내의 보급기지 사령관이 됐다는 것이다. 원인은 아레스하임 성역 회전이었다. 그 회전의 지휘관이 파스토레 중장이었다. 그 때 파스토레 중장은 함대를 두 개로 나눠 행동하고 있었다고 한다. 3천척을 별동대로하여 반플리트 성역을 초계하게 하고, 본대를 자신이 이끌고 아레스하임 성역을 초계중이었다. 고문 당한 포로는 반플리트 4=2에 보급기지가 있다곤 말하지 않았지만, 별동대는 반플리트 4=2를 조사하고 있었던 거겠지. 그러니 제국측에 탐지되지 않기 위해 별동대는 소규모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반플리트 성역에서 제국의 눈을 피하기 위해 파스토레 중장이 이끄는 제 4 함대 본대가 아레스하임 성역으로 진출했다……. 아마 그런 흐름일 것이다.
파스토레가 없어지고, 무어가 사라졌다. 원작에서 꽤 이탈된 듯한 느낌이 들지만, 아스타테 회전은 어떻게 되는 거지? 트류니히트파에 있어서 타격이었겠지만, 이것이 동맹의 정치군사에 어떻게 영향을 줄지. 주전파 세력이 감소하는 건지 아닌지.
뮤켄베르거 원수가 사령부 요원을 이끌고 회의실에 들어왔다. 우리들은 경례하며 맞아들었다. 뮤켄베르거의 표정은 벌레를 씹은 듯 했고, 답례도 하는둥 마는둥이었다. 마음은 알겠다. 뮤켄베르거는 새로이 편성된 우주함대의 실력을 시험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린멜스하우젠 함대가 멋대로 행동을 일으켜 승리하고 말았다.
덤으로 이 회전으로 제국군이 입은 손해는 거의가 뮤켄베르거가 이끄는 우주함대의 것으로 그린멜스하우젠 함대는 무상으로 승리를 얻었다. 한 명의 승리 상태다. 누구도 납득할 수 없겠지. 우리들은 장소를 잘못 찾은 불청객인 것이다. 게다가 이기긴 했으니 불만을 말할 수도 없다. 뮤켄베르거의 기분이 안 좋은 것도, 모두가 새하얀 것도 알겠다. 우리들도 무표정으로 침묵하고 있다.
나 자신에게 있어선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대로 진행됐다면 이유도 모를 혼전이 되었을 것은 원작을 보면 확실하다. 짜잔하고 나타나서 흐름을 잘라줬으니 감사해줬으면 한다. 하지만 그래도 원작지식이 있으니까 말할 수 있는 것으로 그렇지 않았다면 납득할 수 없겠지. 나로선 질타당하는 것만으로 끝나면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모르는 사람도 있다. 우리들이 경애해야 마땅할 그린멜스하우젠 제독이다.
"사령장관 각하. 경축드립니다. 황제 폐하도 분명 기뻐하시겠지요."
부탁한다. 부탁이니까, 제발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입다물고 있어줘.
"음. 제독 덕분에 이길 수 있었다. 훌륭한 무훈이었다."
얼굴을 잡아당기며 웃지 말라고. 원수 각하.
"참모장 덕분입니다. 원수 각하의 신뢰가 두터운 것도 알 것 같습니다."
그만둬. 부탁이니까 그만둬.
"그런가……. 그건, 다행이군."
차라리 쓸데없는 짓은 하지 말라고 소리치라고. 그쪽이 편하다.
장관회의에선 동맹군이 아직 철퇴는 하고 있지 않다는 점. 그 격멸을 노리고 있다는 점이 새삼 확인되었다. 그린멜스하우젠 함대는 반플리트 4=2에서 예비병력으로서 대기하라고 명령 받았다. 뮤켄베르거는 역시 우주함대의 실력을 시험하고 싶은 듯 하다. 아니, 무훈을 세우게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거겠지. 그린멜스하우젠은 투덜대고 있었지만, 뮤켄베르거로부터 젊은이들에게 무훈을 세울 장소를 만들어 달라는 말을 들어 납득한 것 같다. 뮤켄베르거의 관자놀이가 꿈틀거린 것처럼 보인 건 기분 탓이겠지. 여기까지 승리에 대해서 축하받지 못하는 군대라는 것도 희귀한게 아닐까? 패배하라고 저주하지 않은 것이 다행인가. 위로도 되지 않는다. 기분을 바꾸자. 반플리트 4=2다. 류네부르크. 라인하르트를 어떻게 사용할지가 문제로군.
장관회의가 종료한 뒤 나는 일부러 류네부르크 가까이에서 걸었다. 아니나 다를까, 류네부르크는 바로 미끼를 물었다.
"참모장. 원수 각하는 그다지 즐겁지 않으신가봅니다."
"별 수 없습니다. 준장. 우리들은 쓸데없는 짓을 한거니까요."
"참모장은 원수 각하의 마음에 들었다고 들었습니다만?"
"현실은 이렇습니다."
"과연……. 백문은 불여일견입니까. 하지만 그래도 침착하시군요. 전 등골이 오싹했습니다."
"가장 침착하신 건 그린멜스하우젠 각하시지요."
류네부르크는 실소했다. 나도 무심코 웃어버렸다.
"참모장은 의외로 신랄하시군요."
"소관은 신랄한 것보다 단것를 더 좋아합니다. 쓴거는 잘 못먹어서."
류네부르크는 결국 폭소했다.
"류네부르크 준장. 지상전 준비는 할 수 있습니까?"
"……할 수 있습니다만……. 지상전이 있을 것 같습니까?"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 때엔 류네부르크 준장에게 의지하도록 하지요."
"맡겨주십시오."
난 가볍게 끄덕였다. 준비가 되어 있다면 좋다. 지상제압에 시간을 들이고 싶지 않다.
...
■ 지크프리드 키르히아이스
장관회의가 끝난 듯하다. 회의실에서 사람이 나오기 시작한다. 나는 라인하르트님을 찾으면서도 언젠가 이 회의에 라인하르트님과 함께 나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문득 장소에 어울리지 않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눈을 향하니 거기엔 발렌슈타인 대령과 류네부르크 준장의 모습이 있었다. 묘한 조합이었다. 두 사람은 친한 걸까? 키가 큰 준장과 몸집이 작은 대령을 보면 보호자와 피보호자 같다. 그런 생각을 하고 말았다.
발렌슈타인 대령. 제 5차 이젤론 요새 공방전, 사이옥신 마약밀매 적발, 아레스하임 성역 회전, 그리고 이번의 승리. 뮤켄베르거 원수의 깊은 신뢰를 받고 있는 제국의 젊은 용병가. 이번에 그린멜스하우젠 함대의 참모장이 된 것도 뮤켄베르거 원수의 추천이 있었다고 한다. 나는 어제 있었던 회전에 대해서 생각했다.
회전이 시작되기 전, 기함에서 있었던 작전회의에서 라인하르트님은 포격함에 의한 공격을 제한했다. 누가 봐도 훌륭한 작전안으로 채용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라인하르트님의 실망은 컸다. 그린멜스하우젠에 대한 불만과, 함대사령부에 대한 불만을 나에게 부딪쳤다.
"발렌슈타인도 뮬러도 대단할 것 없다. 평판이 아깝군."
"라인하르트님의 작전안을 일부러 채용하지 않았을 가능성은 없습니까?"
"나에 대한 반감 때문인가?"
"예."
있을 수 없진 않았다. 발렌슈타인 대령도 젊지만 라인하르트님은 더 젊었다. 군내부에서의 지명도도 대령 쪽이 높겠지. 하지만 계급은 라인하르트님 쪽이 위다. 반감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
"그 정도의 녀석이 뮤켄베르거의 비장의 패라면, 뮤켄베르거도 대단할 것 없군."
라인하르트님은 침을 뱉듯이 말하며 작전안을 데스크 위에 던졌다.
회전은 우리들의 예상에 어긋나는 형태로 시작하여, 예상을 넘는 형태로 끝났다. 당초 우리들은 회전에 전혀 참가할 수 없었다. 뮤켄베르거 원수는 그린멜스하우젠 함대를 완전히 무시한 형태로 싸우기 시작한 것이다. 라인하르트님은 그것에도 분노했다. 이 이상의 모욕이 있을까하며. 하지만 그 분노는 2시간 후에는 굴욕으로 변했다. 고속이동에 의한 측면공격, 배후에 전개, 그리고 적 함대를 기뢰진으로 몰아 넣어 괴멸.
"키르히아이스. 나는 아무래도 구제할 길 없는 바보인 것 같다. 전혀 쓸 수 없는 작전안을 내놓고 채용되지 않았다고 불만을 내뱉었으니."
"라인하르트님."
"발렌슈타인은 웃고 있었겠지. 이 정도의 작전안으로 뽐내던 나를."
"라인하르트님은 뮤켄베르거 원수가 우리들을 완전히 무시한 형태로 싸움을 시작할 거라곤 모르셨습니다. 스스로 너무 책망하지 말아주십시오."
"아니다. 키르히아이스. 내가 뮤켄베르거라면 마찬가지로 그린멜스하우젠 함대를 무시하고 싸웠겠지. 나는 거기까지 생각하지 않고 작전안을 세웠다. 발렌슈타인은 거기까지 읽고 작전안을 세운거다."
라인하르트 님의 얼굴은 굴욕으로 뒤틀리고, 분노에 떨리고 있었다.
발렌슈타인 대령. 무서운 남자다. 그는 라인하르트님의 패도에 어떻게 관여될 것인가. 그가 적이 된다면 귀찮아 질지도 모른다.
"키르히아이스. 무슨 일이냐?"
"라인하르트님."
라인하르트님은 내가 보고 있던 방향으로 시선을 향했다.
"발렌슈타인 대령인가……."
라인하르트님은 복잡한 표정으로 발렌슈타인 대령을 봤다. 대령은 류네부르크 준장과 담소하면서 나갔다.
우리들은 그의 작은 뒷모습을 바라봤다. 언젠가 그와 싸우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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