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나는 제국군 대장 그린멜스하우젠 자작에게 불려갔다. 무슨 일이냐, 나를 부르고. 설마 또 함대를 이끌고 출정하고 싶다고 하는 건 아니겠지? 저 노인, 대장으로 승진해서 꽤나 기분이 좋다고 듣고 있다. 제발 좀 봐달라고. 현재 제국은 출병계획을 가다듬고 있다. 원작에선 제 6차 이젤론 요새 공방전이 될 싸움이다. 뮤켄베르거 원수 입장에서 보자면 이제야 우주함대의 실력을 확인할 기회가 찾아온 것이라고 할 수 있겠지. 어디든 저 노인이 나올 틈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조심해서 손해볼 건 없다.
...
■ 그린멜스하우젠 저택
"잘 와주었네. 발렌슈타인 대령. 아니 준장이었군."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각하. 건승하시고 계신 것 같아 다행입니다."
실제로 혈색도 좋고 건강한 것 같다. 이 노인, 분명 올해 죽을 터인데……. 아니 감기만 걸리지 않으면 괜찮나? 감기가 악화하여 폐와 기관지염이었는지, 아니면 폐렴이었는지로 죽었을 테지만.
"아아, 고맙네. 쓸데없이 오래 살고만 있구먼."
"아니, 그렇지는."
"않다고 말하는 겐가. 상냥하군. 준장은."
"……송구합니다."
안되겠군. 아무래도 이 노인은 대하기 힘들다.
"반플리트 싸움에선 꽤 신세를 졌네. 내가 대장으로 승진할 수 있었던 것도 경 덕분일세."
"참모장으로서 당연한 일을 했을 뿐입니다. 오히려 각하를 어느정도 보좌할 수 있었는지 걱정됩니다."
"아니, 경은 정말로 잘해주었네. 그래서 말일세. 오늘은 답례를 하고 싶다고 생각해서 말일세."
"각하. 그런 말씀은……."
"경. 양친의 죽음에 대해서 진상을 알고 싶지 않는가?"
"예?"
이 노인, 지금 뭐라고 했나. 죽음의 진상?
"이것을 보게나."
노인은 내게 5, 6장 정도 정리된 보고서를 건냈다.
...
■ 베스트파레 남작부인 저택, 지크프리드 키르히이아스
안네로제님과의 면회를 황제가 허가했다. 장소는 베스트파레 남작부인 저택으로 안네로제님, 베스트파레 남작부인, 라인하르트님, 그리고 나, 4명이서 차를 마시고 있다.
"라인하르트. 지크. 승진 축하해."
"감사합니다. 누님."
"어머, 무슨 일일까? 그다지 기쁜 것 같지 않네."
남작부인이 흥미 깊게 물었다.
"이번은 어느 쪽이냐고 한다면 우연히 무훈을 올린 것에 불과해서, 아무래도 찜찜합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라인하르트님은 승진에 상응하는 무훈을 올리셨습니다. 가슴을 펴주세요."
"그렇게는 말하지만."
라인하르트님은 아직까지 납득하고 있지 않다. 라인하르트님의 성격으로는 무리도 아닌가.
"오히려 우연한 도움으로 승진한 것은 제 쪽입니다."
"어머? 무슨 이야기? 재밌어 보이는데."
"승진을 양보 받았습니다. 남작부인."
"양보? 그런 일도 있구나."
부하의 공적을 사람은 있어도, 타인에게 공적을 양보하는 사람은 없다. 분명 발렌슈타인 준장이 한 일은 희안한 일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솔직히 기뻐할 수 없다. 내 가슴을 쓰디쓴 것이 가득 채운다.
"누구일까? 그 기묘한 사람은."
"에리히 발렌슈타인 준장입니다."
"발렌슈타인……그래, 그가……."
"? 알고 계십니까?"
"예에. 나 개인이 안다기 보단, 베스트파레 남작가가 발렌슈타인 준장과 관련이 있어."
"?"
묘한 이야기다. 명문귀족인 남작가가 평민인 발렌슈타인 준장과 관련되어 있다? 라인하르트님도 안네로제님도 이상하다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다.
우리들의 의문을 느낀 거겠지. 남작부인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발렌슈타인 준장의 아버지, 콘라트 발렌슈타인은 우리 집의 고문 변호사였어. 어떤 사건으로 살해당하기 전까진."
"어떤 사건?"
"몰라? 당신들……. 그래, 모르는구나……."
나는 라인하르트님, 안네로제님을 봤다. 두 사람 모두 얼굴에 의문표가 떠올라 있다.
"옛날, 리메스 남작이라는 귀족이 있었어. 콘라트 발렌슈타인은 리메스 남작가의 고문 변호사도 하고 있었지만……."
남작부인이 이야기해 준 리메스 남작가의 상속문제에 얽힌 살인사건은 음참하다고 밖에 말할 도리가 없었다. 인간은 거기까지 잔인해 질 수 있는 것인가.
"8년이나 옛날 이야기니까. 몰라도 무리는 아니겠네."
8년전……. 안네로제님이 후궁으로 들어가고, 나와 라인하르트님은 군유년학교에 들어갔던 나이다. 자신들의 일 만으로도 벅찼기 때문에 타인에 대해 주의를 돌릴 여유따위 없었다.
"그럼 발렌슈타인 준장의 양친은, 발데크 남작가, 콜비츠 자작가, 하일만 자작가 중 어느 가문에게 살해당했다는 건가요?"
"아마도.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겠지."
남작부인의 얼굴에는 지친 듯한 색이 있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 남작부인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건가요?"
"예에."
무슨 일일까? 또 다른 이야기가 있는 걸까?
"난, 그 두 사람을 죽인 것은 카스트로프 공작이라고 생각해."
"카스트로프 공작!"
오이겐 폰 카스트로프 공. 지금 제국의 재무상서를 지내고 있다. 지위를 이용한 직권남용에 의해 사복을 챙기고 있다고 들었지만, 그가 어떻게 관련되어 있다는 건가.
"카스트로프 공작가는 대귀족이지. 당연히 가족도 많아요. 그의 가족 중 하나에 큔멜 남작가라는 가족이 있어. 당대의 남작은 하인리히. 아직 10대지만 태어날 때부터 병약해서 궁정에는 한 번도 나온 적이 없어. 선대의 큔멜 남작도 몸이 약한 사람이라서, 돌아가시기 전에 그를 친족 중 한 명인 마린돌프 백작에게 부탁했어. 본래라면 카스트로프 공작에게 부탁해야겠지만. 하지만 그렇게 한다면 눈 깜짝할 사이에 큔멜 남작가는 사라지고 카스트로프 공작가가 먹어버리겠지. 부탁받은 마린돌프 백작은 성실한 분이라서, 큔멜 남작의 부탁을 받았던 건 좋았지만,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곤란해했어. 그래서 내 아버지에게 상담한거야."
"남작부인의 아버님과 마린돌프 백작은 친하셨던가요?"
"그렇지. 두 사람은 공통의 고민을 가지고 있어서 불만을 나누던 사이였어."
"공통의 고민?"
"아버지도 마린돌프 백작도 남아가 없어서. 알겠지?"
"상담을 받은 아버지는 콘라트 발렌슈타인을 마린돌프 백작에게 소개해줬어. 콘라트는 유능했어. 큔멜 남작가의 재산을 지키고, 영내의 주변 경제를 개션했지. 그 덕분에 큔멜가의 재산은 점점 늘어났어. 하지만 그에 의해 카스트로프 공작의 욕심을 자극하게 되었어. 그리고 그 사건이 일어났어."
리메스 남작가의 소동에 숨어서 큔멜 남작가의 재산을 노리고 있었다는 건가.
"하지만 그것만으론 카스트로프 공작의 범행이라고 단언할 순 없잖습니까?"
"콘라트가 죽은 직후, 카스트로프 공작이 큔멜가의 재산을 횡령하려고 했어. 하지만 그건 저지됐지. 콘라트가 생전에 자신의 사후에 대해서 위탁한 변호사들에 의해서. 그들은 루케 사법상서와 가까운 사람들로, 사법상서를 움직여서 카스트로프 공작을 견제했어. 변호사들이 말하고 있었던 것 같아. 그 움직임은 우연이 아니었다고. 마린돌프 백작이 아버지에게 그렇게 말했어."
"콘라트의 아내는 헬레네라고 해서 말야. 사법사서 자격을 가지고 있었어. 부부가 함께 일하고 있었지만, 상냥한 여성으로 두 사람 모두 정말 행복해 보였지. 아들인 에리히가 자랑거리로, 잘 말하고 있었어. "자라면 변호사가 되어서 함께 일을 하고 싶다고 한다. 장래가 기대된다. 몸이 약한 것이 걱정이지만, 정의감도 강하고, 마음이 강하다. 좋은 변호사가 되겠지."라고. 우리들이 그 가족의 행복을 뺏고 말았어."
우리들은 남작부인을 위로할 순 없었다. 아무리 아니라고 말한다 하더라도 남작부인이 남득하진 않겠지.
"아버지와 마린돌프 백작이 그 일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걸 듣고 말았어. 두 사람 모두 얼굴이 새파랬지. 카스트로프 공작이 그런 짓까지 할 줄은 몰랐다고. 아버지에게 있어도 마린돌프 백작에게 있어서도 콘라트는 신분에 관계없이 신뢰할 수 있는 친구였어."
"장례식날, 에리히를 봤어. 아직 너무 어려서 앞으로 어떻게 할건지 생각했지. 아버지에게 우리집이 받아들이자고 말했었어. 아머지도 같은 마음이어서, 찬성해줬어. 카스트로프 공작을 자극해선 위험하니까 반년 정도 지나고 난 다음에 하자고 생각했지만, 그 때엔 이미 그는 사관학교에 들어갔어."
난 발렌슈타인 준장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다. 대체 어떤 기분으로 사관학교에 들어간걸까. 그는 우리들 이상으로 귀족을, 황제를 원망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가 라인하르트님에게 호의적인 것은, 라인하르트님이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인가. 그는 우리들에 대해서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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