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려오는 환호성에 눈을 감는다.
저것은 신의 아이와 국왕을 둘러싼 백성들의 목소리.
두 사람의 행복을 믿어 의심치 않는 백성들의 목소리.
그것이 이미 무너진지 오래라는 것을 알고 있는 자신의 귀에는, 그것들 전부가 자신을 향해 규탄하는 목소리로 들린다.
미안해요.
입술이 약간 움직인다.
작은 목소리는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는다.
스스로에게도, 이 말을 들려줘야 할 사람에게도.
어째서 이렇게 되었나.
어째서 이렇게 됐나.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여자는 성에서 일하는 시녀였다.
상류귀족인 여자가 시녀로서 일하는 것은 이른바 말하는 신부수업을 위해서다. 그리고 신랑 찾기를 위해서이기도 하다. 힘 있는 귀족의 자식을 잡으라는, 아버지의 명령이었다.
이렇게 성에서 시녀를 하고 있는 영애는 나 외에도 있다. 모두가 동료며, 모두가 적이었다.
그런 환경에서 몇 년이 지나도 익숙해질 수 없었다. 아버지의 기대가 무거웠다. 그래서 혼자서 털래털래 숨이라도 돌리기 위해 인적 없는 장소로 향했다.
그렇게 해서 만났다. 원래는 그것으로 끝이었을 것이다.
"카셰."
귀를 쓰다듬는 듯한 낮은 목소리.
뒤를 돌아보면 사랑하는 님.
새삼스래 가슴 속이 따뜻해진다.
"레가트님."
어서오세요. 수고하셨습니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서로 다가가 미소를 짓고, 부둥켜 안았다.
코를 간지르는 사랑하는 님의 향기에, 안도한 듯이 숨을 내쉬면, 머리 위에서도 같은 숨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를 안은 팔에 힘이 더해졌다.
그녀를 안은 죄악감에서 도망치듯이. 아니면 견디듯이?
그건 서로 마찬가지라서, 여자 또한 그를 안은 팔에 힘을 더한다.
사랑하는 님.
방금 전까지 백성들 앞에 서 있던 님.
신의 아이와 서로 미소짓고 있던 님.
신의 아이의 남편일 터인, 이 나라의 국왕.
여자의, 연인.
국왕은 사랑을 속삭인다.
그것을 듣고, 같은 것을 되돌려 준다.
사랑한다. 사랑해요.
그것이 달콤하고 부드러울 뿐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래도 서로 가슴 속의 죄악감을 조용히 잠재우기 위해서.
또다시 불시에 눈을 뜨기는 하지만, 지금은 그저 서로를 팔에 안아,
많은 사람들을 배신한다.
'번역 > 역할을 끝낸 신의 아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역할을 끝낸 신의 아이 : 연인과 신의 아이 3 (0) | 2015.02.13 |
---|---|
역할을 끝낸 신의 아이 : 연인과 신의 아이 2 (0) | 2015.02.13 |
역할을 끝낸 신의 아이 : 백성과 신의 아이 (0) | 2015.02.13 |
역할을 끝낸 신의 아이 : 와 신의 아이 (0) | 2015.02.13 |
역할을 끝낸 신의 아이 : 재상과 신의 아이 (0) | 2015.02.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