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지컬! 핑크! 무우운라이트!"

  마법소녀의 외침과 함께 강철의 톱날이 시끄러운 구동음을 해방한다. 대상단에서 내려치는 전기톱 앞에는 다른 소녀가 있다. 마법소녀의 사악한 원수…라는 설정…의, 바이오로이드 여배우가.

 

  화면이 선혈로 물드는 직전의 프레임에서 공포로 눈을 부릅뜬 여배우의 표정이, 내 눈에 새겨졌다. 나와 마찬가지로 염가판 모델의, 분명 배양조에서 나온 뒤 일련번호로만 불려왔을 터인, 이 장면에서 참살 당하기만을 위해서 태어난 소녀.

 

  이 영상은 특수효과 따위가 아니다. 눈이 높아진 시청자의 기호를 만족시킬 수 있는 것은 진정한 고통. 진정한 죽음. 스타급 아이돌부터 일회용 몹까지 각종 등급의 바이오로이드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덴세츠 흥행사라면, 그것을 제공할 수 있다.

 

  영상을 응시하는 내 얼굴을 면담자는 꼼꼼이 관찰한 후에, 홀로프로젝터의 음성 출력만을 음소거한 뒤 질문을 시작했다.

  "지금의 영상에 대한 감상을 들려주면 한다. 거짓 없이. 이곳에서의 대화는, 뭐 기록은 할 수밖에 없지만, 비밀은 보장한다."

 

  거짓말이 금지된 이상 솔직하게 대답할 수밖에 없다. 그는 인간이고, 나는 바이오로이드. 명령은 절대적이다. 그렇다 해도 내 입술에서 튀어나온 말은, 아마도 그가 기대한 말은 아니었겠지.

  "그녀는…기뻤을 거라 생각합니다."

 

  "기뻤을 거다? 살해 당한, 저 여배우가?"

  "예."

  "알고 있는 건가? 이 영상작품은 덴세츠 흥행사의 것이다. 죽은 바이오로이드는 네 동료에 해당한다."

  "알고 있습니다."

  "백토에게 베어 죽임을 당하는 건, 어쩌면 너였지도 모른다고?"

 

  명확하게 대답을 재촉하는 질문이 아니었기에, 나는 침묵했다. 그런 내 반응을 보고, 그는 소지하고 있는 단말에 무언가 코멘트를 기입한 뒤, 한숨을 내쉬고 의자에서 자세를 고쳤다.

  "죽은 바이오로이드는 기뻐하고 있었다는…자네의 그 견해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게."

 

  "그녀는 존재의의를 다했습니다. 그건 덴세츠 사의 바이오로이드로서 명예이며, 환영할만한 결말입니다."

  대답으로서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더욱 단적인 소감에 대해선, 굳이 말하지 않기로 했다. ―――"저 애는 해방된 것이다"라고.

 

  "나는, 자네들 바이오로이드의 아군이라는 입장에 있을 셈이지만. 그건 이해하고 있으려나?"

  그의 질문을 받고, 나는 면담 개시 시에 받은 명함을 재차 확인한다. 피터 코스타. 직함에는 '바이오로이드 인권위원회'라고 쓰여 있다.

 

  나는 머리를 젓고서, 그것만으론 설명이 부족하다고 눈치 채고 말을 덧붙였다.

  "아군이란, 시합에서 같은 진영에 배치된 바이오로이드를 칭합니다. 당신은 인간이며, 토너먼트 참가자가 아닙니다."

 

  내 대답을, 코스타 씨는 분노나 짜증을 보이는 일 없이 단지 조용한 침묵으로만 받아들었다. 그 반응으로 그가 자기도취의 수단으로서 정의감을 휘두르는 타입의 인물이 아니라는 것만은 이해할 수 있었다.

 

  "나와 동료들은 말이지. 자네와 같은 바이오로이드의 목소리를 계기로 사회를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이런 활동을 하고 있는 거다."

  "…말씀하시는 의미를, 잘 모르겠습니다만."

 

  코스타 씨는 음소거 상태인 채 재생을 계속하고 있는 홀로프로젝터를 힐끔 봤다. 영화는 슬슬 클라이맥스를 향하여, 카메라의 초점은 백토에서 사무라이 마법소녀 모모로 바뀌었다.

  "매지컬☆백토☆매지컬☆모모. 덴세츠 흥행의 대표작이다. 대상 연령은 알고 있겠지?"

 

  "타겟층은 6세에서 12세의 여자아이라고 합니다."

  모모의 티탄합금도가 몹 여배우를 양단해간다. 혹시 그녀들에게 매지컬 납도술의 초음속 충격파를 회피할 수 있는 성능이 있다면, 영상부문이 아니라 콜로세움에 배치되어 있었을지도 모른다. 나처럼.

 

  "…지금에 와선 이러한 표현은 당연한 것이 되어버렸지만. 이전 세기 때엔 언어도단 취급이었다. 방송 윤리의 규정은 일찍이 없을 정도로 급속하게 변하고 있어. 확실히 덴세츠 흥행은 필두 견인자지만, 그것만이 아니야. 시청자의 가치관이 변하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변하지는 않았을 거다."

 

  "오리진 더스트가 발명되기 이전에는 사체 묘사나 사지 결손은 윤리적인 금기였다더군요."

  "소생이나 재생 의학 발전으로 상대적으로 잔혹 묘사가 쉬워졌다고 생각하는 지식인은 많지만. 나는 다른 견해를 갖고 있다. 바이오로이드의 보급에 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

 

  "책임이? 우리들에게 있다는 건가요?"

  화면에 흩뿌려지는 여배우들의 시체와, 나 자신의 환경에 대해 생각한다. 바이오로이드의 성능은 배양조에 입력된 설정 나름이다. 대본에 저항하는 일도 불가능한 채 참살 당하든가, 콜로세움에서 생존 경쟁의 시련을 받아들이든가. 우리들에게 선택지는 없다.

 

  "자네들이 바라던 일은 아니야. 알고 있어. 하지만 바이오로이드는 너무나도 강하고, 유능하고, 그리고 아름다워. 자네들은 인간이 가지고 있던 이상의 구현체다. 그러한 존재를 인공적으로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오고 말았다. 그걸 어떻게 사회가 받아들일지가 문제였던 거다."

 

  "자네들을 '인간을 뛰어넘은 인간'으로서 인정할 수 있었다면, 이윽코 종족으로 진화의 길까지 개척할 수 있었을지도 몰라.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인류는 오랜 세월 동안 품어온 이상을 실현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걸 단순한 물건으로 소모하는 길을 선택하고 말았다."

 

  홀로스크린에서 섬광이 점멸한다. 싸움에 지나치게 전념하고 있던 모모가 클레이모어 지뢰를 미처 피하지 못했다. 상상을 초월하는 격통일 텐데, 모모는 웃음을 거두지 않고 자신의 아랫배에서 흘러나온 창자를 상처 안으로 집어 넣고, 매지컬 모모 스티커로 지혈처치를 한다.

 

  "나는 바이오로이드의 아군이 되고 싶다고 말했지만, 정말로 걱정하고 있는 건 인류의 미래다. 인간은 일찍이 꿈꿔 왔던 이상을 발로 짓밟으며 희롱하고 있어. 무엇이 숭고한 것이었는지를 잊어가고 있다. 이런 상태가 길게 계속되면, 문명 그 자체가 퇴행할 수밖에 없어."

 

  코스타 씨가 무엇을 우려하고 있는지, 나로선 이해할 수 없었다. 단지 무음의 홀로영상을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저 모모'는 배역을 속행할 수 있었을까?아니면 촬영 종료 후에 폐기되어 다른 모모로 대체되었을까? 복부의 상처가 남았는가 아닌가 나름이겠지.

 

  "우리들이 인류 문명에 있어서 유해하다면, 단지 한꺼번에 처분하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겠습니까?"

  "T-1 고블린처럼, 말인가?"

  실제로, 주로 군사 용도로 운용되고 있던 남성형 바이오로이드는 그러한 말로를 맞이했다.

 

  오리진 더스트가 남성 호르몬을 과잉 분비하게 만들어 폭주에 이르게 한다는 사례가 보고된 결과, 남성형 모델은 일제히 사회에서 일소되었다. 현행 여성형 바이오로이드가 과도한 성적 특징을 보이는 경향이 있는 것도, 안전 관리의 필요성 때문에 호르몬 밸런스를 조정하고 있다는 게 이유다.

 

  "이미 경제도, 산업도, 완전히 바이오로이드에 의존하고 있어. 이제와서 바이오로이드를 빼고 사회를 재건하는 건, 도저히 불가능하겠지."

  "과거의 문명은 화석 연료나 프레온 가스에도 크게 의존하고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로부터 벗어나는 것으로 위기 상황을 회피할 수 있었다, 고도."

 

  "마치 바이오로이드 러다이트(Luddite) 운동과도 같은 주장이군."

  쓴웃음을 짓는 코스타 씨에겐, 어째서인지 내 발언이 우스갯소리처럼 들린 모양이다. 무척이나 이치에 맞는 말이라고 생각하는데.

 

  "자네들에 대한 악감정은 결국 표면적인 것일 뿐이야. 문제는 좀 더 깊숙한 곳에 있어. 인간은 바이오로이드를 경멸하는 것으로 자신들에게 내재한, 좀 더 관념적인 것에 복수하려 하고 있어. …그렇군. 굳이 말로 표현하자면 '동경'이라고 말해야 할까?"

  "동경…인가요?"

 

  동경. 명확한 정의는 어렵지만 공감은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내가 아탈란테에게 품고 있는 것과 같은 종류의 감정이겠지. 하지만 그게 증오나 복수심을 유발한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

  "동경이…어째서 증오로 이어지는 건가요?"

 

  "인간은 오랫동안 동경의 노예였기 때문이야. 그 감정에 괴로워하고, 붙잡히고, 굶주리면서 인간은 역사를 쌓아왔다. 그리고 지금, 드디어 '궁극의 인간'이라는 동경의 극치가 사람 손에 닿는 곳까지 다가오고 말았다."

 

  언제부터인가 스탭롤을 길게 시작한 무성 홀로 영화를 바라보며, 코스타 씨는 지친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손이, 닿고 만 거야. 목을 잡고, 찢어버릴 수 있을 정도로 말이지."

 

  "…이야기가 꽤나 엇나가고 말았군. 아무튼간, 자네는 덴세츠 사의 근무 환경에 아무런 불만이 없다고, 그렇게 이해해도 되는 걸까?"

  "예."

  코스타 씨는 좀 더 무언가를 말하려 했으나 말을 삼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혹시 뭔가 말하고 싶은 게 생기면 그 명함의 연락처로. 자네 자신이 아니라 자네 동료의 상담이라도 상관 없어."

  "예. 감사합니다."

  코스타 씨가 퇴실한 뒤, 나는 그의 명함을 조용히 쓰레기 분쇄기에 넣었다.

 

  본인은 내색도 하지 않았지만, 그가 굉장한 위험을 감수하고 나에게 면담을 신청한 것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바이오로이드를 옹호하는 건, 바이오로이드를 증오하는 모든 인류를 적으로 돌리는 것과 같은 의미다. 증거 같은 걸 남겨놓았다간 우리들, 그의 재난이 될 수밖에 없다.

 

  코스타 씨가 말한 동경과 증오의 상관에 대해서 생각한다. 나도 언젠가, 아탈란테에 대해 증오를 품게 될까? 괴로워하며 죽는 모습을 감상하고 싶다고 욕망할 정도로?

 

  그것이 코스타 씨가 말하는, 인간으로서 자연스러운 마음이라고 한다면…나는 바이오로이드로서 태어난 것에 감사한다. 단지 콜로세움에서 죽고 죽이는 것만인 생애라 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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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추리닝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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