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국력 487년 4월 28일. 전함 헤오로트. 칼 에두아르트 바이엘라인.


  “각하. 오딘과의 통신이 회복했습니다.”

  “그런가. 우주함대 사령부를, 발렌슈타인 부사령장관을 부탁하네.”

  “옛.”


  오퍼레이터에게 발렌슈타인 부사령장관으로의 연락을 부탁하며, 난 기운이 빠져나가는 걸 주체하지 못했다. 계속 통신불능이었으면 좋았다. 어째서 회복하나?


  이젤론 요새함락, 원정군, 주류함대의 괴멸, 9할을 넘는 손상률. 이런 보고를 듣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이런 보고를 가져온 부하를 좋게 보는 상관이 있을까?


  미터마이어 제독에게 선행하여 발렌슈타인 부사령장관에게 사태를 보고하라는 명령을 들었을 때, 자신의 불운을 저주하기까지 했다.


  우주함대 사령부의 여자들은 부사령장관을 ‘귀엽다. 상냥하다. 웃음이 멋지다.’등등 말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 우주함대 부사령장관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하나? 말도 안 된다. 부사령장관은 화나면 무서운 사람이다.


  화나면 리텐하임 후작의 저택으로 쳐들어가지, 프레겔 남작을 쏴 죽이지. 어처구니 없는 사람이다. 부사령장관이 방긋방긋 웃음 지으며 “바이엘라인 준장이군요. 기억해두겠습니다.”같은 말이라도 들었다간 앞이 캄캄하다.


  부하들도 때때로 나를 힐끔힐끔 본다. 하지만 결코 눈을 마주하려하지 않는다. 날 운이 없는 녀석이라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말이지. 너희들도 같은 배에 타고 있는 것이다. 전혀 남의 일이 아니라고.


  스크린에 부사령장관이 나타났다.

  “발렌슈타인입니다.”

  “미터마이어 함대 소속, 바이엘라인 준장입니다.”


  난 관등성명과 함께 경례했다. 부사령장관은 내가 이름을 대니 조금 눈썹을 모으고 답례했다.

  “긴급한 용건이라고 들었습니다만?”


  “옙. 미터마이어 사령관으로부터 부사령장관에 보고하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그렇다. 난 단순한 전령이다. 난 나쁘지 않다…….


  부사령장관은 잠자코 이쪽을 보고 있다. 하기 힘들군.

  “이젤론 요새는 반란군의 손에 떨어졌습니다.”

  마음먹고 말했지만, 부사령장관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미동도 하지 않는다.


  “원정군, 주류함대는 반란군에 의해 포위되어, 병력의 9할을 잃었습니다. 제크트 제독, 포겔 제독, 에르라하 제독은 전사. 슈토크하우젠 요새 사령관의 생사는 불명입니다.”


  단숨에 말했지만 부사령장관은 아무 말이 없다. 조용히 이쪽을 보고 있다. 들리지 않았을 리는 없겠지만…….

  “……로엔그람 사령장관은 무사하십니까?”


  이런! 중요한 걸 잊고 있었다. 정신 차려라. 변경의 보급기지로 가고 싶나! 눈앞의 이 사람은 병참통괄부에도 얼굴이 통한다. 날 위해서 보급기지를 준비하는 것 따위 누워서 떡먹기겠지.

  “아닙니다. 무사하십니다. 현재 오딘을 향해 귀환중이십니다.”


  희미하게 부사령장관은 끄덕였다. 그 뒤 조금 생각에 잠겼다.

  “……반란군은 어느 정도의 병력을 동원했습니까?”

  “옙. 정규함대는 3개 함대. 그리고 절반 함대가 동원되었습니다.”


  “절반 함대…….”

  부사령장관은 중얼거리고 다시 생각에 잠겼다. 약간 고개를 돌리고, 시선을 숙이는 듯이 생각에 잠겨 있다. 이제 괜찮지 않을까? 슬슬 해방해줬으면 하지만.


  하지만 내 소원은 대신 오딘에게 들리지 않았던 것 같다. 부사령장관이 고개를 들어 말한다.

  “요새의 손상은 어느 정도입니까? 심하게 손상되었습니까?”


  그러고 보니 요새엔 이렇다 할 피해가 없었던 것 같군.

  “아뇨. 확실하게 생각나지 않습니다만. 피해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바보 같은 소리 마라고 화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부사령장관은 다시 생각에 빠지기 시작했다.


  “전투보고는 어떻게 됐습니까?”

  전투보고? 그건……, 아마……작성되어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모릅니까?”


  “죄, 죄송합니다.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보급기지다. 나의 운명은 결정됐다. 이런 중요한 걸 잊고 있었다니.

  “준장은 이제부터 어떻게 할 겁니까?”


  “?”

  이제부터? 이제부터 어떻게 하나? 어떻게 해야 좋은가?

  “아아, 질문이 정확하지 않았군요. 미터마이어 제독에게 지시를 받았습니까?”


  “아뇨. 딱히 없었습니다만.”

  그런 건가. 한순간 무슨 뜻인지 몰랐다. 초조하기 때문인가.


  “그럼 수고를 끼칩니다만. 다시 한 번 돌아가 원정군 사령부에 시급히 전투보고를 작성하여 오딘에 보내달라고 전해주십시오.”

  “옙.”

  발렌슈타인 부사령장관은 부드럽게 미소를 띄웠다. 위험하다. 뭔가가 온다.


  “바이엘라인 준장. 수고하셨습니다. 패배는 유감입니다만, 사령장관이 무사하다니 다행입니다. 메르카츠 제독, 로이엔탈 제독, 미터마이어 제독에게 감사하고 있다고 전해주십시오.”


  서로 경례를 나눈 뒤, 스크린에서 부사령장관의 모습이 사라졌다. 지쳤다. 무심코 의자에 앉아 한숨을 내쉬었다. 보급기지는 피했다. 아마도. 저 사람은 상대하기 힘들다. 나보다 연하인데도 묘하게 박력이 있다. 우선 물이라도 마시고 탱크배드에서 수면이라도 취할까…….


  “역시 귀엽네.”

  중얼거리는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어디의 바보냐? 귀여워? 난 주변을 노려봤다. 몇 명인가가 스크린을 바라보고 있다.

  “뭘 멍하니 있나. 일이나 해라!”


  이래서 난 저 사람이 상대하기 힘들단 거다.


...


■ 제국력 487년 4월 28일. 오딘, 우주함대 사령부. 에리히 발렌슈타인.


  이젤론 요새가 떨어졌다……. 아스타테 회전이 일어나지 않고 이젤론 요새 공략전이 발생했다. 이해하지 못할 것도 아니다. 지금까지 동맹이 입은 피해를 생각하면 이 이상은 버티지 못할거라 시트레가 생각했다. 대충 그런 거겠지.


  난 바로 리히텐라데 후작에게 면회를 청하고, 시급히 비밀리에 만나고 싶다는 것, 그 장소에는 에렌베르크, 슈타인호프 원수도 부르길 바란다고 전했다. 후작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승인했다. 평소엔 얕볼 수 없는 노인이지만, 이럴 땐 의지가 된다.


  그보다도 문제는 동맹이 동원한 병력이 3개 반 함대, 제국은 2개 함대 괴멸. 이 사실이다. 3개 반 함대……, 절반 함대는 양 웬리. 제 13함대겠지. 하지만 3개 함대. 이건 무슨 일인가?


  원작의 양은 이젤론 요새를 떨어뜨리는 것으로 화평, 혹은 휴전상태를 바랐다. 이번엔 다른가? 이젤론 요새 공략. 그것만이라면 절반 함대로 충분하다. 그런데도 3개 함대를 추가하고 있다. 결과로 보자면 라인하르트를 쓰러뜨리기 위해서인 듯이 보인다…….


  화평만이 아니라, 제국과 동맹 간의 전력 평준화를 노렸다. 그런 건가? 하지만 잘 모르겠다. 애초에 우주함대 사령장관을 쓰러뜨려서 화평을 맺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가? 제국은 무리여도 화평을 거절하겠지. 전쟁은 계속 될 것이다.


  양이 눈치채지 못했으리라 생각할 수 없다. 화평보다 전력의 평준화를 노렸다. 그런가? 양답지 않다. 게다가 너무나 리스크가 높다. 3개 함대 동원이 제국에게 알려졌다간 모든 게 끝이다.


  동맹에서 이젤론 요새까지의 거리보단 제국에서 이젤론 요새까지의 거리가 더 짧다. 다시 말해 라인하르트보다도 양들이 먼저 하이네센을 나올 필요가 있다. 그것이 제국에게 전해지리라 생각하지 않았는가? 전해졌다면 당연히 이쪽도 많은 병력을 동원했겠지. 그래선 이젤론 요새는 떨어지지 않는다.


  페잔이 동맹을 편들고 있다는 건 알고 있다. 동맹의 정보가 제국에게 들어오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게나 믿을만한 것인가? 페잔과 동맹정부의 상층부에서 비밀리에 밀약이 있었다? 있을 수 없다.


  루빈스키가 동맹의 정치가를 이용하는 건 있을 수 있겠지. 하지만 신뢰하리라 생각하긴 힘들다. 그렇게나 깊은 관계를 가지기엔 페잔에게 있어 리스크가 너무 크다. 동맹정부의 정치가들이 밀약 그 자체를 가지고 페잔을 조종하려 할 것이다. 정보의 차단에 대해서도 페잔이 멋대로 한 것이겠지.


  아무리 생각해도 양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알 수 없다. 뭔가 내가 놓치는 부분이 있는가? 전투보고에서 그것을 찾아낼 수 있을까? 알 수 없다. 아무래도 불안한 마음이 든다. 안 되겠군. 일단 가능한 일을 정리하자.


  2개 함대 괴멸. 손상률 9할. 제크트, 포겔, 에르라하는 전사. 슈토크하우젠의 생사는 불명. 이 뒤처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 라인하르트의 진퇴 문제에도 걸리는군.


  라인하르트인가……. 이기면 진정하고, 지면 반성한다. 뮈켄베르거에게 한 말이 생각난다. 바보 같은 소리다. 이렇게 되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반성하는 정도가 아니다.


  최근 이기고만 있어서 방심한 걸지도 모른다. 후방에서 죽을 위험이 없어졌기 때문에 저질렀나. 자기혐오로 어떻게 될 것 같다. 라인하르트가 개인의 무훈을 탐하는 바보라면, 그걸 놓친 나는 한술 더 뜬 바보로군.


...


■ 제국력 487년 4월 28일. 신무우궁. 에리히 발렌슈타인.


  또 여기인가. 황제가 병에 거렸을 때, 나와 리히텐라데 후작, 에렌베르크 원수가 만났을 때 사용한 방이다. 오늘은 슈타인호프 원수도 있다. 혹시 후작의 맘에 들어 애용하는 방일지도 모른다.


  “발렌슈타인. 무슨 일인가?”

  슈타인호프가 불쾌한 듯이 말한다. 이 녀석은 변함없이 내가 싫은 것 같다. 무리도 아니지만.


  나에겐 제 5차 이젤론 요새공방전에서 한방 먹었고, 그 이래에도 나와 뮈켄베르거, 에렌베르크에게 눌려있었던 것이나 마찬가지니.

  “이젤론 요새가 반란군의 손에 떨어졌습니다.”


  “바보 같은. 무슨 소리를 하는가? 발렌슈타인.”

  “원수 각하. 방금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틀림 없습니다.”

  내 말에 슈타인호프는 말을 잃는다.


  “오보는 아닌가? 발렌슈타인.”

  “이젤론은 난공불락의 요새다.”

  리히텐라데 후작과 에렌베르크가 입을 모아 말을 한다.


  믿을 수 없는 일이라 해도 무리는 아니다. 내가 놀라지 않는 것도 원작 지식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없었다면, 나도 놀라고 있었겠지.

  “원정군. 요새 주류함대는 적에게 포위되어 병력의 9할을 잃었다고 합니다.”


  “9할?”

  “바보같은.”

  “…….”


  세 명 모두 아연해하고 있다. 그렇겠지. 나도 처음에 들었을 땐 아연해했다.

  “소관이 만일을 위해 로엔그람 사령장관의 뒤를 쫓게 한 3개 함대에서 연락이 있었습니다. 틀림 없습니다.”


  “로엔그람 백작은 어떻게 됐나?”

  리히텐라데 후작이 묻는다. 눈이 진지하다. 이 노인, 라인하르트의 몸을 꽤나 걱정하는군. 친했었나? 그런 기색은 없었지만.


  “무사합니다. 하지만 제크트 제독, 포겔 제독, 에르라하 제독은 전사. 슈토크하우젠 요새 사령관은 생사불명입니다.”

  “흠.”

  “?”


  꽤나 태도가 다르군. 조금 그건 심하지 않는가?

  “뭔가? 그 눈은.”

  “아뇨…….”


  나의 비난 섞인 눈을 눈치챈 거겠지. 리히텐라데 후작이 재미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경은 모르고있군.”

  “?”


  모른다? 뭘 말인가?

  “그뤼네발트 백작 부인이다.”

  “?”

  토하는 듯이 한 말은 결코 호의적인 것이 아니다.


  “로엔그람 백작이 전사하면, 그뤼네발트 백작부인이 어떻게 하리라 생각하나?”

  후작은 날 바라보며 묻는다. 눈에 있는 것은 혐오? 아니면 의심? 아니, 둘 다인가?


  “로엔그람 백작이 전사하면, 입니까?”

  “그렇네.”

  어떻게라니……. 후작은 뭘 걱정하고 있나?


  “지금까지는 로엔그람 백작을 위해 얌전히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그걸 잃은 그녀가 어떻게 행동할지, 상상할 수 없나?”

  “!”


  리히텐라데 후작은 심술궂은 표정으로 날 보고 있다.

  “가장 먼저 노리는 건 경이겠지. 백작을 단 1개 함대로 출정하게 둔 거니 말일세.”

  “…….”


  겨우 알았다. 양 웬리가 뭘 노린 건지. 내가 목적이었나. 로엔그람 백작을 죽이는 것으로 날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인가. 안네로제가 황제에게 무슨 말을 해도 황제가 들어줄 리는 없겠지. 하지만 그걸 이용하고자 할 귀족은 반드시 나온다.


  베네뮌데 후작부인을 보면 알 수 있다. 어딘가의 바보 귀족이 안네로제의 이름을 써서 날 죽이려한다. 혹은 안네로제에게 비밀리에 협력한다.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양 웬리. 넌 그렇게까지 하는 건가? 내가 죽으면, 내란이 일어나기 쉬워진다. 제국이 혼란하면 출정을 할 수 없게 된다. 결과적으로 제국은 약체화하고 동맹은 회복한다. 그리고 회복한 후엔 이젤론 회랑에서 동맹군이 제국군을 침공한다. 그것이 목적인가. 그걸 위해 삼백만의 병사를 죽였는가! 난 거기에 눈치채지 못하고 라인하르트를 보내고 말았다…….


  모두 날 죽이기 위해서인가. 내 몸이, 마음이 떨리는 걸 알 수 있다. 분노? 공포?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 이 떨림을 없앨 방법은 하나뿐이다. 양 웬리. 네게 복수하는 것이다. 네가 날 죽이기 위해 삼백만의 인간을 죽였다면, 내가 널 죽이기 위해 삼백만의 인간을 죽여도 아무 불만 없겠지? 네가 가장 싫어할 만한 일을 해주마.


  리히텐라데 후작, 에렌베르크 원수, 슈타인호프 원수가 책임 운운하며 회의하는 중, 난 혼자, 양 웬리에 대한 복수를 맹세하고 있었다…….

Posted by 추리닝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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