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력 487년 6월 23일. 오딘, 신무우궁. 에리히 발렌슈타인.
“아침 일찍부터 미안하네. 밤늦게 페잔의 렘샤이트 백작에게서 연락이 있었네.”
“…….”
“반란군이 3천만을 넘는 병력을 가지고 제국을 공격한다고 하더군.”
“…….”
리히텐라데 후작의 말에 나는 에렌베르크, 슈타인호프 두 원수와 시선을 마주치고 한숨을 내쉬었다. 출병하도록 꾸몄다곤 하지만, 정말로 3천만의 병력이 공격해 온다고 들으면 한숨이 나온다.
일단 반란군이 제국령으로 침공하도록 하는 건 성공했다. 나머진 어떻게 적을 격멸할 것인 가다. 적을 우쭐거리게 만들어 방심하게 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이쪽이 약하단 걸 보여야만 한다.
“루빈스키 녀석. 페잔 회랑에 요새를 가져온다고 듣고서 꽤나 안달하더라고 하더군.”
“페잔 회랑을 눌려선 사활문제니까 말입니다. 발렌슈타인. 경도 참 심술궂네.”
리히텐라데 후작과 슈타인호프 원수가 말하며 나를 묘한 눈으로 본다. 에렌베르크 원수도 히쭉히쭉 웃으면서 나를 본다. 무례한. 나는 확실히 주범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주범과 공범이 얼마나 다르단 거냐. 같은 굴의 너구리가 아닌가.
“루빈스키는 어떻게 나올는지?”
“이걸로 물러날 남자는 아니니 말일세. 뭔가 술수를 쓰리라 생각하네만. 이걸로 좋은가? 발렌슈타인.”
에렌베르크 원수의 질문에 대답하며, 리히텐라데 후작은 내게 질문했다.
“상관없습니다. 루빈스키는 이걸로 페잔이 위험한 입장에 있다는 걸 이해했을 겁니다. 그가 취할 길은 적극적으로 제국에게 용서를 빌든가, 반란군에 붙어 제국의 힘을 약하게 하여 페잔에 대한 야심을 버리게 하는 것뿐입니다.”
“루빈스키가 어떤 걸 취할지. 뭐, 고민할 일도 아니네만.”
“후작의 생각대로입니다. 고민할 일도 아니죠.”
“반란군에 붙겠죠.”
노인 세 명이 간단하게 결론을 내렸다. 이 부분이 루빈스키의 약점이다. 솔직하게 고개를 숙이지 못한다. 너무 능동적인 거다. 그만큼 행동을 읽기 쉽다. 페잔 같은 군사력을 가지지 못한 나라는 때와 장소에 따라 간단히 고개를 숙이는 편이 강함을 발휘할 때가 있는데…….
루빈스키가 다음에 취할 수단은 제국 내부에 혼란을 일으키는 일, 동맹에게 그걸 알리고 공세를 강화하게 하여 제국에 대타격을 입히는 일이겠지. 가장 좋은 건 제국, 동맹이 동귀어진하는 일일 거다.
하지만 단기결전을 바라는 이쪽에서 보자면 페잔이 동맹의 엉덩이를 때려주는 것은 바라던 바다. 나머진 어디까지 페잔의 움직임을 읽을 수 있을까. 동맹군에 얼마나 큰 타격을 입힐 수 있을까다.
내가, 이 일을 리히텐라데 후작, 에렌베르크, 슈타인호프 두 원수에게 말하니 세 사람 모두 가볍게 끄덕였다.
최근 슈타인호프 원수는 나나 에렌베르크 원수에게 협력적이다. 동맹의 대규모 출병에 제국은 일치하여 싸워야만 한다는 것도 있지만, 본심을 보자면 우리들과의 관계 개선을 꾸미고 있는 건 아닌가하고 생각한다. 나쁜 일은 아니다. 그 편이 감사하다.
“슈타인호프 원수. 부탁이 있습니다만.”
“또 정보부를 쓸 생각인가?”
“아뇨. 이번엔 통수본부에 부탁이 있습니다.”
내 말에 슈타인호프 원수는 이상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통수본부? 무슨 생각을 하나.”
“페잔 회랑을 사용한 반란군 세력권으로의 침공 작전을 작성해주셨으면 합니다.”
내 말에 노인 세 명이 눈을 부라렸다.
“진심으로 생각하는 건가? 페잔 침공을.”
그렇다. 난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다. 페잔을 합병하여 동맹으로 침공하는 것을.
“이제르론 요새를 함락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함락하는 데에 몇 년이나 걸리면 반란군은 전력을 회복해버리고 맙니다. 이번 ㅆㆍ움에서 반란군에 대타격을 가하는 일이 가능했을 경우, 페잔을 점령하여 페잔 회랑을 써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내 말에 리히텐라데 후작, 에렌베르크, 슈타인호프 두 원수가 시선을 마주쳤다. 상황을 지켜보자는 느낌으로 에렌베르크가 입을 열었다.
“분명 경의 말도 일리가 있네만.”
“…….”
“에렌베르크 원수. 슈타인호프 원수. 여기는 사령장관의 말대로 이제르론 요새에 집착하는 것보다 페잔을 병합하여 반란군 세력권으로 침공하는 편이 제국에게 있어서 이득이 크다고 생각하네만.”
리히텐라데 후작의 의견에 군무상서와 통수본부총장이 시선을 마주치고 끄덕였다.
“확실히 그렇군요.”
“동의합니다.”
이걸로 페잔 방면으로 동맹을 침공할 것이 결정됐다.
“이 싸움에서 이긴 후, 시기를 봐서 페잔을 점령하여 반란군 세력권으로 침공한다. 그때 문제가 되는 건 페잔 방면의 항로입니다.”
“과연, 우리들은 이제르론 방면으로밖에 침공한 일이 없다. 페잔 방면은 아무것도 모르는가…….”
슈타인호프 원수가 눈썹을 찡그리며 중얼거렸다. 옆에서 에렌베르크 원수도 떫은 표정으로 끄덕이고 있다.
“예. 항로도 있습니다만, 군사적 시점에서 본 성역 정보가 없습니다. 반란군이 주전장으로 선택할 곳은 어디인가. 대군을 가지고 결전하기 쉬운 장소, 하기 어려운 장소 같은 것 말입니다.”
내 말에 에렌베르크, 슈타인호프 두 원수의 표정이 더욱 떫어졌다.
“알았다. 착수하도록 하지. 하지만 조금 시간이 걸릴걸세.”
“상관없습니다. 페잔 침공은 빨라야 2년에서 3년 후가 되겠죠. 시간은 충분합니다.”
나는 슈타인호프 원수의 질문에 대답했다. 원작에선 내년 립슈타트 전역이 일어나고, 페잔 침공은 내후년이 된다. 이 세계가 어떻게 굴러갈진 모르지만, 순서는 그렇게 크게 차이나지 않겠지. 문제는 프리드리히 4세의 수명이다.
“그 동안, 페잔에게 알려선 안 되겠군.”
“아뇨. 페잔에겐 나름대로 정보를 흘려주십시오.”
“알려주는 건가?”
슈타인호프 원수만이 아니다. 리히텐라데 후작도, 에렌베르크 원수도 놀라고 있다.
“루빈스키에게 페잔 침공은 제국의 결정사항이라는 걸 알리도록 하죠.”
“그래서 어떻게 되나?”
“페잔에선 반 루빈스키 세력이 움직이기 시작할 겁니다.”
‘반 루빈스키 세력’, 리히텐라데 후작이 수상쩍다는 듯이 중얼거린다.
루빈스키는 자치령주가 될 때, 순조롭게 자치령주가 된 것이 아니다. 아직 30대였던 그에게 반발한 세력이 있었다. 그들은 지금은 루빈스키 앞에서 얌전하게 있다.
그들은 루빈스키에게 심복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역량에 복종하고 있을 뿐이다. 그 역량에 흠집이 나면 당연히 움직이기 시작하겠지. 내가 그렇게 말하니 노인 세 명은 납득한 것 같았다.
“과연. 루빈스키의 발밑을 흔드는가.”
“예.”
“경도 어지간히 악랄하구먼.”
슈타인호프 원수가 질렸다는 듯한 목소리로 날 악랄하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것도 필요한 일이라 생각하고 있다. 문제는 지구교다. 지금은 아직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으니 더욱 내가 어떻게든 해야만 한다.
지금 시점에서 뭉갤 순 없겠지만, 그들을 혼란하게 하는 건 가능하겠지. 페잔 내부에서 루빈스키의 통치력이 저하했을 경우, 혼란이 발생할 경우 지구교는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
지구교는 루빈스키를 버릴 것인가. 반대파를 탄압할 것인가. 두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될 것이다. 그리고 루빈스키는 간단히 버려질 남자가 아니다.
어찌됐든 페잔은 혼란에 빠지겠지. 그만큼 지구교도 페잔에 신경을 빼앗겨 움직임이 둔해질 것이다. 그리고 페잔이 혼란하는 편이 군사행동을 일으키기 쉽다.
“하지만 먼저 반란군에 이겨야겠구먼. 지면 이도 저도 되지 않아.”
리히텐라데 후작이 망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말대로다. 이겨야만 한다. 압도적으로.
“그러기 위해서 국무상서에게 부탁이 있습니다.”
“어차피 또 좋지 않은 일이겠지.”
“잘 아시는 군요.”
리히텐라데 후작의 말에 나는 무심코 쓴웃음을 지었다. 후작도 쓴웃음을 짓고 있다. 요즘 최근, 노인들에게 악랄하다는 소리를 듣는 일이 많아졌다. 자신도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멈출 생각은 없다.
책모, 많으면 이기며. 적으면 진다. 그 말대로 이기기 위해서, 크게 이기기 위해서 모략을 준비한다. 이 한 번의 싸움이 인류의 미래를 정하겠지. 크게 이기면 제국이 우주를 통일한다.
손해가 적으면 우주는 혼돈에 빠질 것이 틀림없다. 그리고 지면, 제국은 멸망하겠지. 그만큼 큰 의미를 가진 싸움이 될 것이다.
“에렌베르크 원수. 국무상서와 사령장관은 혈연관계가 있었는가?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요즘 하네만.”
“혈연관계는 없지만 많이 닮은 것은 확실하군.”
나와 리히텐라데 후작이 주고받는 말을 듣고 있던 에렌베르크, 슈타인호프 두 원수가 히쭉히쭉 웃으며 말하고 있다. 나는 리히텐라데 후작과 시선을 마주치고 쓴웃음을 짓고 후작에게 부탁을 말하기 시작했다.
“부탁은 두 가지 있습니다.”
“둘인가. 욕심이 많구먼. 말해보게나.”
리히텐라데 후작은 기분 좋게 재촉했다.
“먼저, 폐하께서 병중에 들으셨으면 합니다.”
“뭐라고?”
“!”
노인 세 사람 사이에 재빨리 시선이 교차한다.
“발렌슈타인, 뭘 노리는 건가?”
“반란군을 유인하고자 합니다.”
나는 에렌베르크 원수의 질문에 대답했다. 하지만 노인들은 잘 이해할 수 없었던 것 같다.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하겠지.
“폐하가 병중에 계시면, 만일의 경우 후계를 둘러싸고 내란이 일어나게 됩니다. 군은 그걸 두려워하여 제도에서 떠날 수 없다. 그렇다는 걸로 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반란군이 폐하께서 병중이라는 걸 어떻게 하는가? 알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에렌베르크 원수의 의문도 당연하다.
“페잔이 알려줄 겁니다. 제국이 페잔을 병합하려 한다는 걸 안다면, 어떻게든 그걸 막고자 할 겁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반란군을 이기게 하는 것 외엔 없습니다. 그걸 위해서 제국의 약점을 필사적으로 찾을테죠.”
“과연. 페잔에게 침공작전의 정보를 흘리라는 건 이것 때문인가. 잘도 생각했구먼.”
내 말에 슈타인호프 원수가 질렸다는 듯이 말했다.
“그걸로 제국령 깊숙이 유인할 생각인가. 좋겠지. 폐하에게 부탁하마.”
“감사합니다. 리히텐라데 후작.”
“그래서, 나머지 부탁이란 무엇인가?”
또 하나의 부탁. 이건 너무 악랄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제국이 이기기 위해선 필요한 일이다. 페잔은 반드시 물것이다. 함정이라고 의심할지 모르지만, 루빈스키의 성격으론 반드시 물겠지. 그러기 위해서 여기까지 밀어붙인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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