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쪽에 대한 건 대충 이정도인가. 뭔가 질문은 없나?」

  「…………솔직히 묻고 싶은 것들 뿐이다.」

  「……그건 내 쪽이 더 강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럼 모를 때마다 듣는 것으로 할까?」

  「…………그래. 받은 정보를 바탕으로 듣고 싶은 것을 모아두지. 조금 더 하지 않으면 움직일 수도 없을 것 같으니까 딱 좋아.」

  「얼래?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레벨까지 회복됐다는 보고를 받았지만.」

  「…………아아. 나를 진찰해준 사람은 마술회로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를 테니까 말야.」

  「아아……그쪽에 원인이 있는 건가? 맞다. 그 마술회로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어떤 기능을 하는지 알려주지 않겠어?」

  「? 내 기억을 보지 않았나?」

  「확실히 봤지. 하지만 기억과 기록, 지식이 혼재하고 있었기 때문에 말야.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긴 해. 하지만 네 기억 자체가 단편적이기 때문에 정확하게 파악했다곤 말하기 힘든데.」

  「…………그런가. 그럼『봉인지정』에 대한 것도?」

  「──마술은 등가교환이 기본이었지?」

  「…………내 과거에서 그것을 꺼내오는 부분, 당신도 꽤 사람이 나쁘군.」


봉초추림 / 六


  그런 대화를 나누고, 4일 후.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아, 그렇지. 타츠미야와 사쿠라자키는 나중에 부탁할 게 있으니까, 방과후라도 좋으니 교무실까지 와주지 않겠어?」


  그렇게 타카하타 선생님에게 불려간 것은 12월 2일 월요일. 날씨 흐림. "우리들"을 부른 이상, 그 쪽 용무겠지. "일"에 대한 이야기라면, 비가 내릴 것 같지는 않지만, 만의 하나를 생각해서 우의를 준비하는게 좋을 것이다. 라고 생각했다.


  「자네들은 직접 관계되지 않았지만, 일주일 정도 전에 침입자 소란은 기억하고 있겠지? 실은 그 침입자였던 사람이 "뒤 쪽" 사정으로 여기에 도망쳐왔다는 알게 돼서 말야. 상층부 회의의 결과, 여기서 보호하게 됐어.

  거기까지는 좋지만, "외관이 딱 자네들 정도"니까, 우리 반으로 편입시키자. 라는 이야기가 됐다. ──조금 무거운 이야기를 하자면, 그녀는 세계에서 격리되고 있었기 때문에 그 전에 "지금 현재"와 "이 거리"에 익숙하지 않아. 그 안내, 라고 할까, 신세, 랄까. 그런 것을 부탁하고 싶다, 라고 생각했지만, 맡아 주지 않겠어?」


  실은 그렇게 긴급한 사정은 아니지만 말야, 라고 전제된 이야기는, 다시말해 당분간 신참자를 돌봐라 라는 것인 듯 하다. 우리들이 해라, 라는 압박은 없지만 각자 부활동에서 소속, 활동하고 있다. 달리 거절할 이유도 없기 때문에 각각의 고문에게 편의를 봐 줄 수 있도록 처리를 부탁하고 맡기로 했다. ──타츠미야는 착실하게 이 건에 대한 보수도 계약하고 있었지만. 타카하타 선생님은 쓴웃음을 지으며 교섭에 응하고 있었다.


  「자, 그럼 지금부터 시설로 갈까? 마침 오늘이 출소──라기보단, 퇴원인가. 슬슬 시간이다.」


  이제부터 바로 얼굴을 본다고 한다. 지금부터 거리를 안내하게 된다면 역시 우산을 준비하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



  ──그 일이 있기 7시간 정도 전.



  「──중학교에 편입?」

  「음.」

  빙긋하는 미소로 고개를 끄덕이는 눈 앞의 머리긴 노인. 아무래도 내가 잘못 들은 건 아닌듯 싶다.

  「그건 또 왜?」

  「그렇잖은가. 그 외견은 어디를 봐도 그 정도의 연령이니 말일세. 안심하게. 담임은 타카미치다. 여기에 와서 꽤 사이가 좋아졌지?」

  「──설마. 이전의 나와 녀석이 비슷한 환경이었기에 서로 공감을 느끼고 있긴 해. 하지만 그것 뿐이야. 별로 사이가 좋아진 건 아니다.」

  「홋호. 비슷한 거잖은가?」

  홋홋호. 발탄 웃음이 병실에 울린다. "기록에" 걸린다. 이쪽을 연기 속에 감추려는 얼굴이다. 참조하는 기록을 바탕으로 재고찰. 아무리 반항해도 벗어날 수 없다.

  「──후우. 뭐, 내게 거부권은 없나. 하지만 녀석이 교사인가. 역시 믿을 수 없──지도, 않, 나?……?」

  교사. 마법. 마술. 이 쪽. 욱신욱신하고 울리는 두통 저편으로 단편적인 "기억"이 얼굴을 내민다. 아픔은 격렬하진 않지만,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가볍지도 않다. 자연히 찡그린 내 얼굴을 보는 "학원장"의 표정은 조금 전과는 달리 매우 진지했다.

  「……역시 아직도 아픈겐가.」

  「…………, "기억"이라 인정된 것도 아닌데, 알고 있는 이상 모르는 것도 아니다. 애매하구만. 차라리 잘라버릴 수 있으면 편할텐데.」

  「흘려 들을 수 없구먼. 자네에게 있어 단순한 "기록"이 됐다 하더라도 그것은 일찍이 자네의 양식이 되고 거름이 된 것. 과거의 자네가 있기에 지금의 자네가 있다네. 비록 파편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없애서는 안된다네.」

  「──이상론이군.」

  「예전엔 자네도 뒤쫓았었지?」

  홋홋호. 적당히 그 웃음은 그만둬라. 머리 쪼개진다고.

  「오늘 방과후에 타카미치가 자네의 학우가 되는 학생들을 데려올 예정이라네. ──아, 말해두자면 그녀들도 이 쪽 관계자들이니까 말일세. 자네의 태생, 능력을 어느 정도 밝힐지는 자네에게 맡기겠네. 좋은 관계를 맺게나.」

  「……이봐. 원래라면 몇 터울 이상 나이 차이가 나는 상대와 어떤 관계를 맺으면 "좋은 관계"가 되는거야?」

  애초에 나는 남자다, 라고 중얼거리니 지금은 여자잖은가? 라고 돌려받았다. 제길.


  오리지널 신체와 다른 그릇이 주어진 지금의 나는 외견상 십대 중반 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다.

  해석해보면 원래 여성용 인형이 사용된데다가, 인형이 가진「영혼에 기록된 육체 정보를 읽어들인다」라는 기능이 저해되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듯 하다. 이건 내 뇌수와 골수, 신경을 의식할 때 "고의로 그렇게 한" 흔적도 있다.

  무엇이 목적인지는 모른다. 추궁하고 싶어도 상대가 없다. 적어도,「이 세계」에는.


  「……아차차」

  「?」

  「아직 자네의 이름을 듣지 않았구먼.」

  「…………」

  ───이름?



  「성씨만?」

  「────에미야」

  「………………, 흠. 어떻게 쓰는가?」

  「위병(衛兵)에, 궁(宮). ──맞아. 에미야. 할아버지에게서 받은, 나의──」

  「……이름은?」

  「──? 불렸을──터다………그래, 녀석과──그 때에도. 언제나. 그 당시엔……계속 같이───」

  「이보게?」

  「───」

  「그『녀석』이란, 세이버라는 자에 대한 것인가? 혹은 아르토리아, 인가에 대한?」

  「…………그,」

  「뭘, 가끔씩 자네가 잠꼬대로 중얼거린걸 들었을 뿐이라네. ──그렇지. 이름이 기억났다고 하더라도 그 모습으로 다시 사용하려면 꺼려질지도 모르니──그『녀석』에게 빌리면 어떤가?」



  ───교착상태가 계속되고 있었다.

  마호라 학원 여자 중등부 옥상. 겨울 하늘 아래, 앉아서 노려보고 있는 것은 에반젤린 A K 맥도웰. 내려보고 자세에서 시원한 웃음으로 (실제론 식은땀을 흘리면서) 받아 넘기는 것은 타카하타 T 타카미치.

  옛 학우, 지금의 교사와 학생은 이러쿵 저러쿵 30분은 말도 하지 않고 고정되어 있었다.

  그 발단은 타카하타의 한마디였다.

  말하길,「예의 침입자를 보호하여 자신의 반으로 편입시키게 되었다」라고.

  덧붙여서 결정사항의 통지이기 때문에 여기서 에반젤린이 아무리 반대를 외쳐도 바꿀 수 없다.

  「───제정신이냐? 네놈들.」

  에반젤린의 말도 당연했다.

  예의 침입자와 에반젤린은 바로 2주일 전에 서로 죽일듯이 싸웠던 것이다.

  위험인자를 한 곳에 모아 감시하자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감시대상끼리 서로 만나는 것이 폭발하는 요인이 되는 데도 그것을 굳이 접근시키다니.

  「네 놈도 할아범도 뇌가 녹아버렸나?」

  체내를 달리는 오한을 억누른다. 그것이. 그 "죽음"의 체현이 바로 근처에서 살게 된다. ……장난이 아니다. 저런 것이 아직 이 땅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구토가 날 정도로 혐오감이 치미는데 그것이 항상 시야에 들어오게 되다니!

  하지만──커튼을 팔로 미는 것과 같다. 타카하타의 미소는 변하지 않는다. 역시 그것을 감안하고 내린 결정이겠지. 에반젤린에겐 그것을 결정했을 터인 두 사람의 생각을 알 수 없다.

  애초에 첫번째 접촉에서 문답무용으로 살인을 걸어온 것은 저 쪽이다. 자신도 확실히 부추기는 대사를 말했지만, 녀석이 이쪽을 찾아낸 바로 다시 죽이려 들 가능성도 있을텐데. 타카하타는 스스로 억제할 셈인건가.

  「───칫」

  말이 되지 않는다. 혀를 차고 일어선다. 그대로 타카하타 쪽을 보지도 않고 떠나려하는데,

  「위험한 짓을 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녀에게도 에바에 대한 것을 전해둘테니까.」

  그런 말을 등 뒤에서 들었다.



  「자, 그럼 새로이 이름도 정해졌으니.」

  「어이, 잠깐 기다려 나는 아직 인정하지 않았다고?」

  「그럼 스스로 적당한 이름이 떠오르는가?」

  「……………….」

  노인은 싱긋하고 웃었다. 이제 됐어. 언젠가 갚아주지.

  「자네가 편입하는 것은 조금 전에도 말했지만 타카미치가 맡는 반이다. 마호라 학원 본교 여자 중둥부, 2학년 A반. 타카미치와 잡담 할때 들었을지도 모르지만, 노옹의 손자나 마법학생도 있는 즐거운 반일세. ──아아, 그렇지. 에반젤린도 있다네.」

  「에반젤린? ───예의 흡혈귀인가.」

  「음. 자세한 것은 타카미치에게 들었겠지?」

  「──멸할 필요는 없다. 라는 것이었지만.」

  음. 하고 입을 닫는다. 내가 아직도 적대하고 있는 것에 경계심을 품었나.

  「단락적인 행동은 참아주게나. 자네의 경우 일부분을 밝혔기 때문에 자네를 보호한다는 방침이 세워진 것일세──자네가 생각없이 폭발해 버리면 조직의 톱인 노옹이라 할지라도 과격파를 누르는 것은 어려워. 그렇지 않아도 위험시 되고 있기 때문일세.」

  「……역시 감시가 목적인가?」

  「대외적인 이유일세. 이 땅에 타카미치 이상의 실력자는 없다네. 따라서 자네 담당으로 선택되었다는 것일세. 반대의견은 반박하기 보단 나오지 않는 쪽이 좋다네. 자네에게 있어서도 다소 알고 있는 사람인 쪽이 편하지 않겠는가?」

  「흡혈귀 쪽이 날 경계할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에바는 바보같은 짓은 하지 않는다네. 저래뵈도 육백년 동안 살아왔어. 저번의 전투 경험도 있는 이상, 피아의 전력차는 분명하다네. 태연히 호랑이 굴에 뛰어드는 무모한 짓관 연이 없지.」

  「하지만 녀석은──흡혈행동을 반복한다.」

  「──알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방치하고 있는 노옹들에 대해서도, 사실은 용서 할 수 없겠지.」

  침묵을 가지고 응한다. 누구든지 양보할 수 있는 것이 있고, 나는.

  「하지만. 이것 만큼은 노옹도 양보할 수 없다네.」

  그대로 서로 노려보게 되었다.



  ──그리고 시간은 되돌아간다.



  관동마법협회의 시설은 마호라 각지에 있다.

  나와 타츠미야가 타카하타 선생님과 함께 간 곳은 북부에 위치한 거점 중 하나였다.

  "상응하는 수단"으로 지하층에 내려가 창문이 없는 것을 제외하면 평범한 병원과 다름없는 복도를 걷는다. 처음 온 시설이지만 여기는 마법에 관련된 의료관계 시설인 듯 하다.

  「이거 놀랍군. 당시의 침입자는 상당한 흥분상태였고, 접촉한『어둠의 복음』주종을 거꾸로 쓰려뜨렀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엄중한 감시하에 있다고 생각했지만. 치료중이었나?」

  「뭐라고? 그런 이야기는 처음 듣는다고. 타츠미야.」

  「이미 끝난 사건이기에 나도 신경쓰지 않았어. 11월 말에 차오와 하카세, 챠차마루가 함께 결석한 적이 있었지? 그 때 이상하다고 생각해서 말야. 조금 조사했더니 소문으로 들었지.」

  「…………출처는 타카네양인가?」

  「그래. 그녀가 그림자 사용마로『어둠의 복음』을 도왔다더군.」

  「……뭐, 사실이야. 하지만…………너무 말하고 다녀도 곤란하군. 나중에 입막음을 해둬야겠어.」

  「뭔가 사정이라도?」

  「──그 부분을 포함해서 전부, 이야기할지 아닐지는 그녀에게 일임하고 있다. 직접 물어보는게 좋을거야.」

  「굉장히 신용되고 있군. ──음. 조금 흥미가 생겼어.」

  「하지만 깊이 들어가는 건 금물이야. 사실을 말하자면, 나와 학원장은 너무 깊게 들어가서 말야. 지금도 후회하고 있어.」

  「헤에?」

  딱, 하고 어느 방 앞에서 멈춘 타카하타 선생님은 문에 손을 뻗으면서 이렇게 끝마쳤다.

  「솔직히 말해서, 무서워. 그녀 자신이 아니라───그 정도의 지옥을 맛보고도 자신을 유지하고 있는 그녀라는 존재가」

  짤칵. 미지와의 조우하는 순간의 마지막 문이 열렸다.



  ──너무 잘만들어진 콩트인가? 하고 전력으로 딴지걸고 싶어졌다.

  「아」

  「아」

  「호?」

  ──상황을 확인해야 한다.

  그렇지. 우선 위치관계를 확인하자.

  나와 타츠미야는 타카하타 선생님 뒤에 나란히 서 있다. 오른쪽에 나, 왼쪽에 타츠미야라는 구도다. 타카하타 선생님은 문을 연 상태로 경직. 아마도 입은 반쯤 열려있고, 말하기엔 좀 그렇지만, 아마 얼빵한 표정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타카하타 선생님의 표정은 아무래도 좋다.

  우리 세 명의 시선 앞. 역시 창이 없는 병실에는 두 사람이 있었다. 한 쪽은 학원장인 듯 하기에, 나머지 한 명이 예의 침입자, 겸, 보호관찰대상자일 것이다.

  학원장인 듯한 인물은 침대 옆 의자에 앉아있고, 예의 인물은 침대 반대측에서 우리들을 향해 오른쪽으로 기울어진──위치적으로 학원장인 듯한 인물을 감시하는 모습이다──에 몸을 향해 약간 앞으로 구부리듯이 서 있었다.

  좋아. 위치관계 OK.

  다음은 실내 상황을 확인하자.

  아까부터『인 듯한』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인물은 앉아 있는 의자 다리에 자신의 다리가 묶여 침대의 낙하 방지용 책상 뒤쪽에 손이 묶여있다. 그것도 엄중하게, 엄중하게, 얼굴 상반부──다시말해 에서 위까지. 결코 얼굴의 절반이 아니다──를 붕대같은 걸로.『매우 엄중하게』가려져 시야가 완전히 막혀 있었다. 시야를 봉하는 것만이라면 눈가리개만으로 충분하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긴 하지만, 뭐 그건 아무래도 좋다.

  그리고 예의 인물은 이쪽을 보고 있다. 그 앞의 침대 위에는 여성 의복이 몇벌, 난잡하지 않을 정도로 펼쳐져 있다. 머리 맡의 가까운 곳에는 환자복이 정돈되어 놓여있다.

  중요한 것은 펼쳐져 있는 여성 의복 안에는 착실하게 속옷도 포함되어 있고, 예의──아아, 귀찮아. 이제 그녀라고 하지──그녀는 그 하나를 손에 들려고 그 몸을 앞으로 구부리려 한 것 같다.

  어떻게 알았냐는 것은, 그야 그녀의 몸을 타인의 시야로부터 지키는 것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타카하타?」

  「────미, 미미미안!!!」

  콰다앙! 열렸을 때와는 정 반대로, 있는 힘껏 닫힌 문.

  유감스럽게도 이 문은 미는 문이다. 다시말해 당겨서 닫는 종류의 문이었던 것이다. 평소때라면 좀 더 냉정한 판단을 할 수 있을 타카하타 선생님은 그 답지 않게 동요하여 있는 힘껏 닫아버리면, 그것은.


  ──퍼억!!


  「아」

  「아」

  ──이건 나와 타츠미야가 무심코 흘린 목소리다.


  「우와악!?」

  무심코 양 사이드에서, 즉 쌍문처럼 몸을 피한 우리들에게 충돌하는 일 없이 다리가 엉킨 타카하타 선생님은 그래도 몇 발자국 자세를 잡으려고 해서, 결국 그것이 걸림돌이 되어,


  ──쿵!!

  하고 반대쪽 벽에 후두부를 부딪치며 굴러버렸다.

  그걸 추격하듯이 착실하게 손잡이가 잡혀 있던 문이, 잡고 있던 팔이 힘을 잃었기에 그 위에────콰당!!


  「우와……아프겠군. 이거」

  타츠미야……냉정하게 중얼거리지 말고 이 상황을 수습할 방법을 생각해줘.


  무심코 돌아본 시야 끝에 실 한올 걸치지 않고 나체인 채로 아연하게 일련의 사건을 보고 있던 그녀.


  「무, 무슨 일인가? 타카미치? 타카미치지? 잠깐, 에미야군. 빨리 갈아입고 노옹을 해방해주게. 이 모습은 안 그래도 그쪽 취미도 없는 노골에는……응?」

  학원장의 언어나열이 끊어지고, 미묘한 침묵이 우리들을 감쌌다.


  ……. 살려줘, 코노쨩.

Posted by 추리닝백작
,

  ───노이즈.


  ───색채가 반전한 세계(지옥)이었다.


  ───노이즈.


  주위에는 돌무더기와 황야밖에 없고, 도움을 구하기 위해 솟아난 손은 희생자들의 묘비가 되어, 원하던 구조는 없이, 신음과 한탄은 원망과 저주로 변해간다.


  ───노이즈.


  피폐한 수족.

  난폭해진 호흡.

  마모하는 정신.

  사라지는 소리.

  멈추는 시야.

  울리는 원념.

  부숴진 유리.


  ───노이즈.


  눈에 비치는 것은 원을 그리는 칠흑의 태양과,

  울 것 같은 미소로 자신을 내려다 보는───


  ───장면이 바뀐다.


봉초추림 / 五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찰칵하고 담담히 공기를 울리며, 마지막 두 사람이 입실한다.

  마호라 학원, 관동마법협회 시설의 일각. 협회내에 있어 그 의사를 결정하는 상층부 집합을 호출한 뒤 3시간 후.

  집합한 이유는 특별히 전해듣지 않았지만, 그것은 불문율에 가깝다.

  학원도시에의 침입자가 에반젤린 A K 맥도웰을 섬멸 직전까지 몰아붙여서, 타카하타 T 타카미치 이하 수 명에 의해서 나포되고 나서 3일 후의 일이다.

  신원불명의 위험인자는 현재 치료중. 나포 순간에 수수께끼의 방법을 가지고 자결을 도모하여 가까스로 목숨은 건졌지만 아직 완치되지 않고 있다. 여러가지 요인으로 볼때 각성해도 곤란하기 때문에 최면계의 마법을 항시적으로 걸고 있기에, 지금 그 인자는 완전히 그들의 손 위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늦게, 마지막에 입실한 이쥬인이 우선 의문스럽게 생각한 것은 방의 분위기였다.

  한마디로 말해서 너무 무겁다.

  그 분위기를 솔선하여──라고 하면 어폐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이끌고 있는 것이 마호라 학원장, 관동마법협회장, 코노에 코노에몬과 타카하타 T 타카미치라는 것이 이상했다.

  확실히 이번 안건은 여러가지 문제를 잔뜩 안고 있다.

  지금 현재 상세히 해석할 수 없는(아마도, 라는 주석이 붙긴 하지만) 전이마법술식. 그것에 의해 나타난 침입자. 습격 당한(피해자인 에바가 많은 걸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 판단됨) 에반젤린, 차차마루의 상태에서 판단할 수 있는 그 높은 전투능력. 이해할 수 없는 행동원리. 조금 머리를 굴린 정도로 이 정도의 문제가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 마호라가 위험한 문제는 없다. 침입자 장본인을 확보하여 세계수도 전이마법의 발현 후에는 침묵하고 있다. 에반젤린에 대한 대처는 원래 학원장과 타카하타, 투 톱의 방침을 축으로 다른 마법사는 필요하다면 협력 이상의 관계는 가지지 않는 것이 암묵적인 룰이었다.

  이번 건도 에반젤린에 대한 대처는 그 두명이 결정할 것이고, 세계수가 완전히 침묵하고 있다라는 보고는 5일 전에 이미 나와 있었다. 그렇다면 이번 집합은 향후에 침입자를 어떻게 취급할 것인지라는 하나에 좁혀지는 한편, 그 침입자를 완전히 제압하고 있는 이상, 타카하타나 평소에는 물론, 유사시에도 겁없는 언동을 무너뜨리지 않는 학원장이 거기까지 심각하게 되는 이유가──아니, 잠깐.

  「………왠지, 학원장님도 타카하타군도 묘하게 여위지 않았어?」

  「……이쥬인씨도 그렇게 생각하나요?」

  이쥬인의 질문에 응한 것은 우연히 옆에 있던 쿠즈노하 토우코. 거기에,

  「……뭔가 이상해요. 평상시라면 기다리는 시간에 잡담정도는 하는데, 두 명 모두 계속, 가끔씩 시선을 마주치다가 피하고, 를 반복하고 있어요. 이쪽은 바라보지도 않고.」

  이건 하나 건너 저편의 간돌피니. 아무래도 이 의문은 여기에 모인 사람들 모두가 가지고 있는 듯 하다.

  ……그것보다도.

  「───학원장님. 모두 모였습니다만?」

  아카시의 목소리에 간신히 깨달은 듯이 이쪽을 본다. 눈에 빛이 없다──까지는 아니지만, 역시 평소보다는 어둡고 피폐의 흔적을 볼 수 있다.

  평소 그런 모습을 조금도 보이지 않았던 만큼 그것은 일종의 충격이었고, 뭔가 좋지 않은 일이 있었는지 하는 불안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었다.


  「그럼──이번의 집합, 그 이유는 모두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예의 침입자에 대한 것이다.」

  학원장의 한마디로, 이쪽을 엿보고 있던 모두의 표정이 단번에 굳어진다.

  「우선──지금 그녀의 용태는?」

  「어떻게든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레벨까지는. 체내에서 폭주상태였던 마력을 일시적으로 한계까지 착취한 것으로 그 "체내에서 검이 나온다"라는 현상도 진정됐습니다. 마력의 회복과 함께 발현하는 조건발동형의 마법일까하고 생각했습니다만, 그렇다고 생각될 만한 마법진 등의 술식을 신체내외를 포함해 찾아볼 수 없기에 원인을 알 수 없습니다. 계속 현재도 마력 회복을 억제하며 치유, 최면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 흠」

  한 박.

  「전이마법진의 상세해석은?」

  「그 쪽은 불가사의, 라고 밖에는. 솔직히 말해 항복입니다. 아무것도 알 수 없어요. 어디가 어떻다, 정도가 아니라 이것도 저것도. 좌표설정, 발동조건, 방법식을 밝혀내기 이전에 번역이 필요합니다. 다음은 본국에게 검색을 거는 것 외에는」

  「──. 그런, 가」

  또다시, 한 박.

  「……저기」

  「뭔가?」

  「슬슬 알려주지 않겠습니까? 두 분 모두. ──학원장님도 타카하타씨도 어제부터 예의 침입자 병실에서 두문분출하고 있었지요? 뭔가 알아내셨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애매한 학원장과 타카하타의 태도에 초조해진 것 같다.

  그렇게 발언한 것은 쿠즈노하 토우코. 침입자 나포 순간, 현장에 있었던 한 사람이다.

  「뭐, 그렇지. 지금, 그녀를 깨우는 것은 위험하다고 보고──기억을 읽어봤다네.」

  말이, 끊겼다.

  「…………?」

  어떻게 말해야 할지──라며 생각하는 듯한 학원장을 대신해 이번엔 타카하타가 입을 열었다.

  「그녀가 어째서 이번건의 행동을 일으켰는지는 대략 알 수 있었다. 전후의 사정과, 그녀의 행동도.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이 대로 학원도시에서 그녀를 보호하자는 것이 나와 학원장의 결론이다.

  순간 웅성하고 실내에 동요가 일었다.

  「납득할 수 없습니다.」

  바로 반론을 찔러들어 온 것은 간돌피니.

  「그녀는 너무 위험합니다──마력의 은닉성. 약체화하고 있었다고는 해도「어둠의 복음」주종을 타파한 전투능력. 우리를 향해 나타내 보인 적의. 정체불명의 전이마법. 위험인자로서는 너무 큽니다. 보호할 이유가 없습니다. 오히려 본국에 강제송환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입니다.」

  ──그것도, 일리 있는 말이었다.

  「그건 학원장님과 타카하타군이 보호해야 한다는 이유를 듣고나서 정해야 할 것 아닐까요? 아무 생각도 없이 보호하겠다고 정한 것은 아니겠죠.」

  그렇게 넌지시 의견대립을 완화시킨 말을 꺼낸 것은 이쥬인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턴이 돌아온 두 사람은,

  「──뭐, 그렇죠.」

  「……그렇구만.」

  여기까지 와서 더욱 말을 아낀다. 이 두 사람으로선 드물다라고 생각한 것은 이쥬인만일리가 없었다.

  「너무 물러요. 어중간한 생각으로 이미 위험하다고 명확하게 알려진 것을 기꺼이 끌어들이자는 겁니까?」

  「아니, 보호라고 부르는 이상 위험시해선 안된다고 생각하는 충분한 이유가 있겠죠?」

  「───」

  흐읍, 하고 크게 숨을 들이키고.


  「───실험재료였던 것 같다.」


  그렇게, 할 수 있으면 입에 담기도 싫은 것을 말한 것은, 타카하타 쪽이었다.



  실험재료.

  온건하지 않은, 그 이전에, 사람을 향해 쓰여져선 안될 단어를 헐덕이듯이 입에 댄다.

  「그녀가──나를 향해서 마지막으로 던진 말이 있다.『두 번 다시 네 놈들의 실험재료가 되지 않아』라고 말이지. 그 직후에 그녀의 전신에서 검이 나타나서, 그것은 아마도 그녀 스스로 그렇게 대우받았던 것이겠지. 솔직히 그런 일이 있었기 때문에 잊고 있었지만……확실히 그렇게 들었었다.」

  거기까지 말하고, 중단된 다음을 학원장이 계속했다.

  「그녀의 신체는………정확하게는, 그릇, 육체라고 불러야 할 것인가.……그녀의, "태어날 때 받은 것이 아니"라네. 한 번 박탈되어 다시 한번 주어진 다른 물건인 듯 하네. ──기억을 읽은 최초에 나온 인물이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지.」

  「……다른 사람?」

  「…………원래는 간돌피니군이나 이쥬인군 정도의 연령이라네.」

  「──그것이……저런, 그, 아이에게? 실험재료라니, 무슨」

  「그녀의 기억은 꽤 혼탁, 이라고 할까, 애매하다. 기억과 인식 "할 수 없게 된" 기록이라던지, 지식, 그것들이 서로 섞여있어……라는 것보다, 일부의 기억을 "기억으로 계속하기 위해" 다른 정보관리를 방폐해버린 상태야. 거기에서 퍼올린 정보를 연결해 가면 다소 예측은 되지만.」

  타카하타도 학원장도 아까부터 상당히 말을 자른다. 말하는 내용을 음미하는 듯 하기도 하고──말하는 것을 주저하고 있는 듯 하기도 하다.

  「……실험내용은, 그녀가 사용하는 마법인듯 하다. 그녀를 나포하는 현장에 있던 사람은 적고, 눈치챈 사람은 더욱 적으리라 생각되지만──그녀는 말야. 마력의 운용방법이 우리들과 조금 달라. 게다가 그녀밖에 할 수 없는, 그녀밖에 사용할 수 없는 마법이 있었다. 아티팩트도 이용하지 않고 출현하는 검이야. 아마도 그러한 연구에 이용된 것은 아닐까하는 것이 나와 학원장의 견해다.」

  「…………, 견해?」

  「───, 「뇌수와 골수, 신경만으로」. 시각도, 청각도, 후각, 미각, ──촉각. 오감 모두를 박탈된 순가부터, 기억이라는 시스템의 "입력"이 되지 않게 되었어. 그 뒤에 대한 것은──그녀의 기억만으로는 절대로 알 수 없다.」

  「─────」

  무언. 그것은 전신──「몸」을 빼앗긴 자만이 알 수 있는, 빼앗긴 것조차 알고 있는지 모르는지 불명한,『이해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무서운 행위의 희생자.

  「……그럼, 그녀의 신원을 밝힐 방법은 없다는 건가요.」

  「──그 이전의 문제겠지!? 지금의 이야기를 들었다면, 어째서,」

  「───기억의 마모, 손모, 열화 상태를 봤을 때,」

  장소를 가라앉히기 위해 내뱉은 말을 한 번 잘라, 심호흡을 한 번.

  「아마도───적어도 수십년. 혹은……30년 가까이,「뇌수, 골수와 신경만으로 "살려져" 있었다」라고 생각된다.」

  적어도 수십년. 길면 30년──그 연수를 의미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그것은──언어를 초월하는, 아니, 말로 할 수가 없다. "능욕"이라고 부르기에도 너무 무겁다───


  「………전이마법은 그녀의 의사와는 조금도 관계없는 일이었다. 오감──신체가 박탈됐다고 생각되는 기억에서 다음 순간 각성의 기억은──이미 전이한 후의, 그녀를 최초로 쉬게 한 양호실의 것이었다. 굉장한 혼란 후에………맨 먼저 의심한 것이 자신을 이용한 마법실험인 것 같다. 계속『보존』되고 있었다면 세상물정에 어두운 것도 당연하다. 그녀의 입장에서 보면──우리들도, 자신을 붙잡은 누군가도, 같은 "적"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면 그녀에게는 그녀를 노리고 이용하려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 된다네. ───노옹이 제안을 한 것은 그러한 것일세. 그와 같은──비인도적인 처참한 모습은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아.」



  ──눈을 떴다.

  반까지 들어 올린 눈꺼풀 저편으로 희미해진 색채를 인식한다.

  그대로 눈을 깜빡이면서 목을 움직인다. 짧은 올백 머리카락의 남자는 오른쪽에 앉아 있었다.


  「──너인가」

  「아아」

  「──안을, 본건가?」

  「………아아」


  봤다.

  학원장과 함께.

  그것은 기억을 계속 엿본 마지막에 홀현이 두 명 앞에 나타났다.

  무한히 계속되는 적색의 황야 가운데, 묘비처럼 무질서하게 우뚝 솟은 검의 무리. 몸을 에이는 모래들의 폭풍 속, 매와 같이 날카롭고, 절망에 물든 눈동자로, 침입자(자신들)을 응시하는 고고한 영웅.


  학원도시의 의지는 하나로 뭉쳤다.

  「봉인」되고 있던 마술사용자의 보호. 위대한 마법사(마기스텔 마기)를 목표로 하는 그들에게 있어서 마술사용자의 경우,「봉인」이라는 시스템을 알게 된 이상 전력으로 저지할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코노에 코노에몬도 타카하타도. 고의로 몇개의 사실을 명확히 하지 않았다.

  그것도 둘이서 결정한 것. 밝혀서는 안된다. 밝힌 시점에서 어떻게 될지 모른다. 몇몇은 의심하고 있는 듯 했지만──그래도 이 사실은 너무 무겁다.

  그 결과로서, 이번 건은 본국에 보고도 하지 않는다. 이 모든 사실을「없었던 것」으로 한다.


  다음은 이 의사결정의 원인, 마술사용자에게 그 의지를 전하여 관동마법협회에 머물도록 설득하는 것이지만.


  「──어째서」

  「──그렇지. 너에게 전해질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도────목표로 삼고 있으니까 말야. 정의의 아군을,」


  그것만을 듣고 마술사용자는 다시──이번엔 최면마법이 아니라──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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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자작, 하고 소리를 내며 벚꽃이 불탄다.

  흔들흔들하고 조용하게, 조용하게 불꽃이 춤춘다.


  ──그 모습은, 어느것에도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큰 나무를 하나. 통째로 사용해 만들어낸 거대한 나무 불꽃. 갑자기 따뜻해진 공기가 바람을 불러, 주위를 밝게 비춘다.


  ──그 안에, 인영이 하나, 불타오르고 있었다.


  아연히 눈 앞의 광경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단지 아연히 그 모습을 바라보는 소녀가 한 명.


  ──그 소녀를. 차갑게 바라보는 사신이───


봉초추림 / 四


  「──네, 녀, …………서어어어억──────!!!!」

  외쳤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단지 외쳤다.

  사고따위, 아니, 애초에 이성부터 날라가버렸다.

  닥치는 대로 마법약을 잡아 쥔다.

  그 눈은 마법사용자만을 노려본다.

  포효와 함께 마술사용자를 향해 뛰쳐나가,

  크게 호를 그리며 육박하는 중화검에 차단된다.

  「──윽!!」

  찰나의 백스텝. 귓전을 스치는 바람소리. 그 사이에 마술사용자는 단지 오른팔만을 털어보였다.

  공격해오는 흑건. 에반젤린은 의식을 대물리 상시장벽에 향했다.

  마력의 집중. 강화되는 방어성능.

  하지만 이미 마술사용자의 투척은 그 성능을 능가하고 있었다.

  장벽을 돌파한 흑건이 흡혈귀를 향해 덤벼든다───

  「아극!!?」

  쿵, 하고. 마치 승용차끼리 정명충돌사고에서 날 것 같은 충격음이었다.

  흑건은 흡혈귀에 꽂히는 일 없이 땅에 깊히 박힌다.

  직격을 받은 에반젤린은 수십 미터를 날아간다.

  「가악………카───하아……………!?」

  알 수 없고, 이해할 수 없는 격통이 에반젤린을 괴롭힌다.

  땅에 웅크려 앉아 고통에 신음하는 그 모습은 도저히 몇분전까지 교만해 하고 있던 흡혈귀라고는 생각하기 힘들다.


  그것을 냉철하게 관찰하고, 여기까지인가, 하고 마술사용자는 판단했다.

  전력의 박탈은 이루어졌다.

  전투능력이 없는 약자를 휘롱할 생각은 조금도 없다.

  다음은 이 괴이(현상)을 정화하고, 있어야 할 질서로 되돌릴 뿐───.


  ───그 배후에.

  정진정명, "주종" 최후의 일수가 덤벼든다.

  아직도 불타오르는 나무는 건재. 당연하게도 그렇게 간단히 효과가 끊어질 술식이 아니다.

  하지만 그 연소의 술식으로 침묵할 정도로 카라쿠리 차차마루는 취약한 자동인형이 아니다.

  자신을, 꿰고 있는 검채로 불타오르는 불꽃에서 끌어 당겨, 계속 더 기동하는 연소에 시달리면서도 한자루를 뽑아내고, 자신의 주인을 압박하는 위협을 배제하기 위해 달려든다!!

 

 


  「■서진 ■■」



  「………여기까지다. 그 몸이 있다는 것은 이 땅의 위협.

  고로──여기서 썩어라. 살아있는 시체(리빙데드)」


  침묵하는 흡혈귀. 아직 그 망막에는 직전의 광경이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배후에서 마술사용자를 향해 덤벼드는 자신의 종자.

  그것을. 이 사신은 뒤돌아보지도 않고 단 한마디만으로 떨어뜨렸다.

  폭발하는 여섯 자루의 직검.

  꽂혀있던 검들은 흉악한 폭탄으로 변했다.

  몸 안에서부터의 폭발에 저항할 수도 없이 날라가는 차차마루의「상반신」.

  예상외의 추진력과 경량화로 인해 그 몸은 마술사용자를, 계속해서 에반젤린을 넘어 땅에 떨어진다.

  마술사용자는 그것이 당연한 것이라는 듯이 보지도 않고, 단지 표적(에반젤린)만을 노려보고 있다───.


  「───네, 놈은, ………괴물, 이냐.」

  허덕이면서 가슴에 손을 가져가는 것 밖에 할 수 없는 에반젤린. 그 가슴에서 출혈이 멈추지 않는다.

  얼마 안된다 하더라도 오늘 밤은 흡혈귀로서의 불사성도 얻고 있을 것이다. 투척검의 직격은 확실히 데미지가 컸다. 하지만 그것이 무언가의 술식에 의한 것인지, 직검은「꽂히는」일 없이 에반젤린을「날려버리고」있었다. 따라서 에반젤린은 표면상으로는「직검을 받은 순간의 절상」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상처가 조금도 나아지지 않는 것이다. 이미 그 보다 더 컸던「날라간 충격에 의한 데미지」에서 회복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화. 이미 사람이 아닌 흡혈귀의 육체에 사람이었을 무렵의 자연법칙을 주입하여 육체를 세례하여 원래대로 돌리는 간이의식.

  그 때문에 이용된 것이 흑건──"섭리의 열쇠"이다. 물리적인 충격은 아니고 개념, 즉 혼백, 의미 중복에 의한 대상에게 타격을 주는 비장의 수단 중 하나.

  육체적인 복구, 재생 능력따위 무의미하다.

  겉 모습은 돌아와도 부상입은 혼백과 정신이 그 부상을 육체에 투영한다.

  그 데미지를 달래려면 먼저 혼백, 정신의 치유, 복원이 필요하다.

  흡혈귀로서의 불사성에 의지하여, 이쪽 방향의 회복법따위 알고 있지 않은 에반젤린에게 그 상처를 치료할 방법은 없다.


  그리고 그 상처가 무엇보다도 에반젤린에게 "죽음"을 느끼게 하고 있었다.

  이 땅에 묶여 15년. 아니 확고한 실력을 몸에 붙여 수십여년. 여기까지 목숨의 위협을 느낀 적은 오랫동안 없었다.

  이쪽을 향해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하는 사신. 그 오른팔에는 방금 전 에반젤린에게 복원불능의 상처를 준 흑건이 두 자루.

  노려보는 눈빛이 필살의 의지를 가지고 에반젤린을 압박한다.

  멈추지 않는 출혈. 한층 더 난폭해지는 호흡. 언제부터인지 들려오는 환청. 시야가 필요 이상으로 흐려지기 시작한다.

  사신이 그 오른팔을 들어 올린다.

  죽음의 예감에 맞은 에반젤린에게 반격할 수단은 없다.

  그 눈 앞에서 흑건을 바로 들어 올리며───측면에서 발해진 층격파에 날라갔다.



  그 직전.

  마술사는 이상한 "소리"를 우연히 듣고 찰나에 도약했다.

  동시에 오른손 흑건을 방패 삼아──착지하는 순간, 방패의 흑건채로 옆구리를 맞아 밸런스가 무너진다. 측면에서 체제를 정비하여 습격자를 찾아낸다.

  아직도 불타오르는 나무에 의해 그 모습은 찾을 필요도 없이 보였다.


  짧은 올백의 머리카락. 안경 저편으로 방심없이 마술사용자를 관찰하는 눈.

  갖추어진 정장. 그 주머니에 양손을 찔러넣고 태연하게 멈춰서서,

  입가로 담배를 피우는 그 모습.


  에반젤린을 사지로 쫓아내려는 마술사용자 앞에,

  학원도시 최강의 전력──타카하타 T 타카미치가 나타났다.



  「───, 심하게 당했군. 에바. 괜찮나?」

  눈을 향하지 않은 채 타카하타가 묻는다. 약체화 하고 있다곤 하지만 에반젤린의 전투능력을 숙지하고 있는 타카하타에게 있어서 그녀를 타도한 눈 앞의 적은 틀림없이 위험분자다.

  에반젤린의 곁에 바로 반나절 까지만해도 괜찮았던 차차마루가 보기에도 끔찍한 모습으로 변해버렸다면 더더욱이다. 타카하타에게 있어 에반젤린은 한 때의 급우, 그리고 지금은 차차마루를 포함하여 학생이며, 그 이상으로(에바는 결코 인정하지 않겠지만) 친구이다. 그것을 이렇게 만들었다. 항상 공사혼동을 자신에게 금하고 있는 타카하타로서도 평정심을 유지하는데는 조금 고심하고 있었다.

  「───,───,───」

  한편 에반젤린도 바로 응할 수 없었다. 수십년 만에 머리 끝까지 올라온 "죽음"의 공포와 그것을 조금이나마 피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한 안도. 호흡은 아직 부자연스럽고, 소리도 낼 수 없이 아연히 타카하타를 바라볼 뿐이다.

  목소리는 타카하타 정면에서 들렸다.

  「…………과연. 여기는 역시, 마도였나.」

  마음 속 깊이 밉살스럽다는 듯이 마술사용자가 토해낸다. 애초에 자신의 예측을 뒤집는 요소는 존재하지 않는다. 라며,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없는 타카하타는 자신 안에서 끓어오르는 것을 가까스로 억누르며 통고한다.

  「자네는 이미 포위되어 있다──거기의 불타는 나무가 표지가 되어줘서 말야. 이 정도의 사건을 일으킨 자네는 위험으로 간주할 수 밖에 없어. 얌전히 따라와주지 않을까? 그럼 난폭한 짓은 하지 않는다고 맹세하지.」

  ──당연하게도, 마술사용자의 답은 하나뿐.


  직후에 주위 일대가 폭풍에 감싸였다───!!



  폭발의 중심은 앞선 전투로 마술사용자가 투척하여 차차마루가 날려버린 흑건의 검 무리였다.

  완전히 예상하지 못한 기습. 마법사로서의 재능이 없는 타카하타는 그렇기에 조금도 방심하지 않고 마술사용자를 경계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말할 수 있다. 이 기습을 위한 예비동장은 전혀 없었다고.

  「───에바!!!」

  그 한마디가 타카하타라는 인물을 상징하고 있다. 그렇게 말해도 좋을 것이다. 찰나에 취한 행동은 마술사용자의 동향을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에반젤린의 안부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거기에.

  『──괜찮아요. 타카하타 선생님! 에반젤린씨는 이쪽이 확보했습니다!』

  뇌리를 울리는 염화. 얼굴을 돌려 바라보면 폭풍에 휩싸인 밤하늘을 건너는 검은 인영들──그것에 안겨진 에반젤린과 차차마루──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제길!」

  동시에 마술사용자의 목소리도.

  「거기냐!」

  그 찰나, 목소리를 향해 "발권술"을 발한다. ───그것은 마법을 사용할 수 없는 핸디캡을 가진 타카하타가 전력을 다해 획득한 전투기능. 주머니를 칼집으로 삼아 마치 발도술과 같은 신속의 권타로 충격을 발하는, 탐지도 방어도 불가능한 일격.

  손맛은──있었다.

  「그윽──!!」

  동시에 날아오는 투척검.

  「!!!」

  발권술로 상쇄를 노려, 실패. 그 궤도는 어긋나게 됐지만, 노림은 정확했고, 타카하타의 정중앙을 향해 온 검탄의 착탄지를 왼팔로 바꾼 정도. 그리고 직격한 왼팔도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에반젤린을 날려버린 것과 같은 공격이다. 상반신채로 왼팔이 튕겨나가 크게 몸을 무너뜨린다.

  그 사이에 마술사용자는 이탈을 도모한다. ──설마 영창도 없이 권타에 의한 충격파를 발하는 적이 있을줄은. 마술사용자로서도 예상밖이었다. 탐지해보면 확실하게 주변에 복수의 마력반응이 있다는 것을 감지한 마술사용자는, 최악의 결과가 된 전장에서 가장 포위가 엷은 한 부분을 노려 도주한다.

  거 위에서 마술사용자를 덮치는 포박술. 탐지와 동시에 흑건으로 상쇄하고, 혹은 외투를 덮어 방어한다──다음 순간.

  「──왼손에 마력──오른손에 기」

  불온한 목소리가 울려, 단숨에 간장 막야를 쥐어올린다.


  ──호살, 발권술!


  정면에서 압도적인 폭력의 덩어리가 덮쳐온다───!!

  「──극………하………!?」

  충격을 막지 못하고 날아가버리는 마술사용자. 학익을 쥐는 것 조차 할 수 없다. 낙법을 취하는 것도 하지 못하고, 보기 흉하게 데굴데굴 굴러 엎드린 채로 겨우 멈춘다. 일어서려고 했을 때에는 이미 그 주위에 이 땅의 마법사들이 몰려들어, 더욱이 그 위에 타카하타가 체중을 걸어 움직임을 봉하고 있었다.

  「──마법의 사수(사기타 마기카) 훈계의 풍시(아엘 카프투라에)」

  근거리에서 발해지는 구속마법. 아무리 강력한 대마력 방어라고 하더라도 여기에 이르러 이 구속을 찌는 일은 할 수 없었다.



  「여기까지다. 네가 무슨 생각으로 이런 소동을 일으켰는지는……나중에 천천히 듣도록 하겠어.」

  타카하타의 말은 마술사용자에게 있어서 사형선고나 마찬가지였다.

  그것도───한번 떨어진 지옥에 다시 떨어지는 것이라면.

  반복하자. 그렇다면 마술사용자의 회답은 하나밖에 있을 수 없다.


  「하. ───사양하지.

  나는. 두번 다시──네 놈들의 실험재료가 되지 않아───!!!」


  다음 순간──마술사용자의 전신으로부터 무서한 검이 "안쪽에서"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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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도, 라 불리는 괴이가 있다.

  흡혈 행위를 행하는 흡혈종에 있어 대다수를 차지하는 "흡혈귀"이다.

  사람이라는 종으로서 죽고, 새로 태어난 그들의 육체는 항상 붕괴로 향하고 있다. 그 붕괴를 제어하고 스스로를 보존하기 위해서 그들은 인간의 피를 섭취한다. 자기능력의 강화. 자기 의사의 강화. 흡혈행위를 멈추지 않는 한 거짓의 불로불사를 얻을 수 있는 인외. 그것이 일반적으로 말하는 흡혈귀이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피를 인간(사냥감)에게 주입하면 그 상대는 죽지 않고 "남아"버리는 일이 있다. 보통 사람이라면 그렇다 하더라도 이윽고 죽고 말지만, 육체적인 잠재력과 혼의 수용량이 뛰어난 자는 드물게 현세에 남기도 한다.

  후에 그 "뛰어난 자"는 식시귀(구울)이 되어 시체를 먹고, 육체를 재생시켜 좀비가 되며, "부모" 대신에 흡혈하면서 자신을 조금씩 되찾아, 이윽고 자신 만의 하인을 만들어 내 "부모"의 지배를 벗어나 사도(흡혈귀)가 된다.

  방치하면 기하급수적으로 증식하는, 사람을 먹는 괴이.


  하지만 그 정체는──극단적으로 말해 단순한「움직이는 시체(리빙데드)」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마술사용자는 주저하지 않는다.


봉초추림 / 三


  흡혈귀가 여학생(사냥감)에게 송곳니를 꽂으려고 한 순간에 발한 일격은 상대의 의식을 이쪽으로 돌아보게 하기 위한 것이다.

  우선 인질을 구출한다.

  희생자를 늘리지 않고 확실하게 멸한다.

  필살의 의지를 굳이며 인외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그렇다. 외형이 아무리 어린 소녀라 할지라도 적은「인간이 아닌 리빙데드」.

  마력은 아직도 만전이라 하기엔 너무 멀지만, 궁지에 빠진 사람을 버린다는 선택사항은 마술사용자에게 존재하지 않는다.


  의식의 격철을 당겨 떨어뜨린다.

  시동하는 마술회로. 전개되는 전투사고.

  여기에.

  최강의 마술사용자가 각성한다────



  「───네 놈, 전의 침입자────」

  흡혈귀─에반젤린에겐 자신에게 통고도 없이 도전해오는 "무모한 짓"을 해오는 상대를 본 적이 있었다. 이 몇 일동안 학원도시를 경계태세로 이행시키고 자신에게도 불필요한 일을 하게 만들며, 게다가 자신의 계획에 지장을 초래한 원흉. 즉, 세계수의 마력을 이용한 전이마법 침입자다.

  한편 마술사용자에게 그런 기억은 없다. 더욱이 에반젤린의 말은 특정한 사람을 지정한 것이 아니라 혼잣말에 가까웠다. 따라서 마술사용자는 눈 앞의 광경─ 「흡혈귀가 일반인을 덮치고 있다」는 사실에만 의식을 향하여 입을 연다.


  「………거기까지다. 그 아가씨를 놓고 사라져라. 지금이라면 아직 뒤는 쫓지 않는다.」


  완전한 명령어조였다. 물론 그런 명령을 얌전하게 들을 흡혈귀가 아니다.


  「핫. 이 진조의 흡혈기를 향해서 잘도 그런 말을 할 수 있군. 인간따위가.

  네 놈이야말로 물러난다면 지금뿐이라고? 내가 손을 손을 떼지 않는 동안은 놓아주겠다.」


  던지듯 돌아온 모멸에 마술사용자의 눈이 날카롭게 가다듬어졌다.

  마술사용자의 사고따위 에반젤린은 모른다.

  방금 자신이 말한 대사가 자신을 얼마나 "몰리게 한다"따위.

 


  이 시점에서 쌍방의 차이를 묻는다면 우선 서로의 인식을 들 수 있다.


  에반젤린은 마술사용자를「정체모를 마법사의 버려진 종자」정도 밖에 인식하고 있지 않다.

  당연하다. 이렇게 대립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조차, 눈 앞의「목숨 아낄지 모르는 녀석」에게는 조금도 마력이 "느껴지지 않으"니까.

  방금 전의 공격도 아티팩트에 의한 것이겠지. 그렇게 단순한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자신의 종자로부터「아까전의 공격은 물질──직검의 투척이다」라는 말을 들었다. 자연간섭에 의한 속성마법인 것 보다는 다소는 경계해야 할지도 모르지만, 주인도 없이 그 혜택을 받을 수 없는「버려진 종자」에게 할 수 있는 일은 어차피 뻔하다.


  보통 때라면 그 사고에 잘못은 없었겠지. 하지만 에반젤린이 대하고 있는 것은 그 사고가 실수가 되는「천적」이었던 것을 그녀는 결착이 난 뒤에서야 통감하게 된다.


  마술사용자는 맨손에 무형. 에반젤린은 몸에 두른 누더기 그늘에서 마법약을 쥐어 종자인 차차마루는 여학생을 천천히 옆에 눕힌다. 그 손이 여학생에서 떨어지는 것과 동시에 마술사용자가 움직였다.

  양손을 쥐어 양팔을 펼치고 가슴을 젖힌다.

  한순간의 예비동작 직후에 크게 전방으로 한걸음.

  날카롭고 강하게 발을 내딛는다.

  동시에 상반신을 앞으로 굽히면서 새의 날개같이 양손을 뻗어 가슴 앞에 교차한다──좌우에 세 자루, 합계 여섯 자루의 은빛을 사출한다.

  목적은 직선. 말할것도 없이 흡혈귀. 날아가는 것은 전과 같은 곧은 검. 날카롭고 긴 도신, 편수용의 가늘고 짧은 모양. 외견, 경이적인 무장이 아니다. 하지만 외관으로 판단할 수 없는 것이 아티팩트다. 앞서 막는 자동인형. ──오른쪽 팔로 둘. 왼쪽으로 둘. 더욱이 오른쪽 다리를 휘둘러 하나를 튕겨낸다. 남는 하나는 차차마루의 축으로 삼은 다리에 막혀 종자를 장식하는 고스로리 메이드복을 찢으며 날아갔다.

  「──좋은 배짱이다. 인간 따위가───!!」

  외치는 유아 체형의 흡혈귀가 마법약을 던진다. 서로 충돌하여 갈라지는 플라스크와 시험관. 공중에서 안에 담긴 마법약이 섞이며 반응하는 것과 동시에 마법영창을 완성시킨다.

  「──얼음의 정령 7두(운데킴 스피리투스 그라키아레스), 이리 모여 적을 찢어 발겨라(코에운테스 이니미쿰 콘키단트)──마법의 사수(사기타 마기카) 연탄(세리에스) 얼음의 7화살(그라키아리스)!!」

  마법약이 터진다. 만들어진 일곱개의 탄환은 곡선을 그리며 마술사용자를 향해 쇄도한다.

  물론 어설프게 받을 마술사용자가 아니다. 극단적으로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투척자세를 고치는 것보다 먼저 전신을 날카롭게 오른쪽으로 회전시킨다. 재차 앞을 향한다. 그 직전에 급정지. 몸을 피면서 오른 팔만을 관성에 맡겨 휘두른다──세 자루의 직검을 사출. 거기에 빙글하고 왼쪽으로 반회전, 젖혀진 등에 맡겨 왼 팔을 가속도에 맡겨 더욱 세 자루. 잠시간, 얼마 안되는 시간차로 적을 향해 공격하고, 그대로 회전을 죽이지 않으며, 피스톨처럼 돌면서 더욱 검탄을 쏘면서 오른쪽으로 이동한다.

  놀랄 것은 그 회전속도. 누가 예측하랴. 에반젤린이 발한 마탄, 그 일곱을 상쇄하면서 차차마루마저도 그 자리에 붙들어 맬 줄이야──!

  「칫───!!」

  숫자에 제한이 없는 무기계 아티펙트인가. 하고 입술을 깨무는 흡혈귀.

  상대는 거리를 두고 이곳을 중심으로 원을 그리듯이 움직이며 멈추지 않고 같은 검을 연달아 던져온다. 그 위력은 경시할 수 없는 레벨인 것은 차차마루가 방어 일색인 것을 보면 명백하다. 단지 단순히 무기를 던지는 것만으로 차차마루에게 치명상을 입힐 순 없다. 그렇다면──전력으로 방어하지 않으면 파괴되는 것은 자신 쪽이다. 그렇게 차차마루는 판단한 것이다. 그런데도 가까스로 위치를 흐트리는 일 없이 에반젤린을 계속 감싸는 것은 종자로서의 면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하며 에반젤린은 다음 마법약을 던졌다.

  경계하고 있던 건지 서로 충돌하기 전에 상대의 투검이 시험관을 파괴했다.

  흩날리는 마법약. 촉매로서 기능하기 위한 타이밍이 어긋나버리면 제대로 마법이 발동해도 위력, 효과의 감소는 피할 수 없다. 그것을 위한 파쇄다.

  칭찬할만 하다. 그 파괴는 에반젤린이 시험관을 던진 바로 직후였다. 어지간한 관찰안과 반사신경이 없다면 할 수 있을리가 없다.

  하지만 에반젤린은 그 타이밍에 맞춰 영창을 완수한다!

  「──빙결(프리게란스) 무장해제(엑살마티오)!」

  「──윽!!」

  순간 마술사용자를 덮치는 한파가 그 몸을 가리고 있던 환자복을 얼게 해 가루로 만든다.

  하지만 그 위에 걸쳐 입고 있던 진홍의 외투는 다르다. 최고위의 대마법방어능력을 가진 외투는 그 소맷부리나 옷자락, 목언저리 등에 조금 빙괴를 만드는 정도로 에반젤린의 마법을 막았다.

  하지만 그걸로 충분하다고 에반젤린은 입꼬리를 올렸다. 외투 안이 빙결하여 부서진 순간을 확실하게 확인했다. 다시말해 무장해제의 마법은 외투 내부까지 미쳤던 것이다. 그것은 아티팩트를 공급하고 있었을 것인 "계약의 증거"도 그 손을 떠났다는 것을 암시하는 현상이다. 실제로 그 손에 쥐어져 있던 직검이 세 자루, 녀석의 후방으로 날아가고 있다──!!

  꼴좋다. 간다 차차마루───그렇게, 사나운 미소와 함께 단번에 공세로 바꾸려고 입을 열어,

  「───!!!!」

  ──눈 앞에 닥친 필사의 검탄을 통상장벽과 목을 젖히는 회피에 의해 가까스로 견뎌냈다.

  눈을 향하는 에반젤린의 시야에 더욱 더 날라오는 투검에 당황하며 자신 앞에 진지를 치고 방어하는 종자의 모습.

  「바보같은!? 무장해제는 성공했다. 녀석의 아티팩트는 날아갔을 터다! 어째서 또──!?」

  「위험해요, 마스터! 물러나──!!"

  차차마루에게는 말을 끝낼 여유도 없었다. 1초마다, 아니 1투마다 투척의 위력이 늘어나고 있다.

  차차마루의 방어는 날아오는 도신의 몸을 쳐 날리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쪽)이 견딜 수 없다. 칼날에 잘려나갈 뿐이다. 첫번째 일격때처럼 몸을 던진 방어따위 어리석음의 극치. 지금이라면 확실하게 "벌집"이 되고 만다.

  처음의 인식과는 정 반대, 지금에서야 에반젤린 주종에게 있어 마술사용자는 명확한 "위협"이 되고 있었다.



  (───진조를 자칭한 이상, 그 나름대로의 이능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도 있지만.)


  역시 허세인가. 하고 마술사용자는 냉정하게 "사도 주종"을 관찰한다.

  진조라는 것은 극단적으로 말해 "수육한 정령"이다.

  사도가 만들어진 원인이며, 그 사도를 사냥하는 억제력.

  수육하여 그 모양은 사람에 가깝다고는 해도 그 본질은 "별의 대변자"이며, 동시에 인간을 관리하는 초월종의 정점에 서는 존재.

  지금은「하얀 공주」밖에 있을 수 없는 종───그 이름을 칭한 사도.


  (그 방면을 알고, 자동인형(오토마타)를 조종하는 이상,「마술사 출신」인가, 하고 생각했지만.)


  사도가 되면 거짓이라고 해도 불노불사를 얻을 수 있다.

  그 불노불사를 추구하여 사도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한 마술사도 있다───스스로 목표로 하는 마술의 극한에 도달하기 위해, 목적을 위해 자신을 버리는 자들이 있다면, 어쩌면.


  (하지만 방심 할 순 없다──이 상황에선)


  마술사용자가 가장 경계하고 있는 것은 사도 특유의 신체능력이다.

  인간의 육체는 그 스펙을 충분히 발휘할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다.

  평범한 사람은 그 풀스펙의 잘해야 3할 정도──지만, 그 성능은 사도가 된 시점에 튀어오른다.

  반복하지만, 사도라는 것은「움직이는 시체」이다.

  살아있는 육체가 그 성능을 제한하고 있다는 것은 뇌가 그 이상의 운동능력을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뇌에 짜여진 리미터는 상당한 궁지에 빠지지 않는 한 어긋나지 않는다──화재 현장의 무식한 힘이라는 것이 그것이다. 그것은 그 이상의 운동의 반동에 의해서 육체를 부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리미터는 사도에게는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붕괴한다 하더라도 흡혈하면 복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원래 사도의 육체는 계속 붕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기능이 있어봤자 방해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지근거리에선 패배한다──확실하게)


  즉, 사도와 근접전을 하기 위해선 최소한 인간의 세 배 이상의 기본능력차를 가질 수단이 요구된다. 그것은 예를 들면 무술이며, 예를 들면 마술이며, 예를 들면 전술이다.

  그리고 지금 마술사용자에게 그 성능차를 좁힐 만한 수단은 없다. 라고 마술사용자 자신이 판단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면───)


  그렇기에 마술사용자는 접근하지 않고 중거리에서 기관포와 같이 검의 투척을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현 상태도 좋지만은 않다. 그렇지 않아도 있을까 말까한 마력을 마치 목욕탕의 물처럼 흘려버리고 있는 것이다. 다시말해 교착상태. 마술사용자에게 있어서 가장 원하지 않는 상황이다.

  (어찌됐든, 한 쪽만이라도)


  알고 있던 일이지만 가지고 있는 수단이 적다. 그 중에 최선의 수를 찾는다. 한 수라도 잘못 치면 승기는 없다. 하지만──그런 곤경은 수없이 맞서왔다. 그리고 그 때마다 빠져나와왔다.


  (지금까지 큰 차이는 없다──그래. 이 몸은───)


  철의 의지를 강철의 '그것'으로 승화한다.

  흘겨보는 앞으로 평범한 일수를 쳐오는 흡혈귀.



  이해할 수 없다.

  마력이 느껴지지 않는 적. 무장해제하더라도 계속되는 공격. 방어하는 것이 겨우인 종자. 스스로가 빠져있는 이 궁지.

  현 상태 모두가 이해할 수 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지금은 이 궁지를 벗어나지 않으면 안된다. 상황의 정확한 파악보다 우선해야 할 것은 이 사지에서 활로를 찾아내는 일──머리 속, 마음 속을 엉망진창으로 휘저어주는 모든 것을 닫아버리고 전 신경을 몇 미터 앞에서 검을 마구 던져주고 있는 정체불명의 난적에 집중한다.

  「차차마루──본의는 아니지만 후퇴한다. 녀석 상대로 이런 넓은 장소에선 너무 불리해.」

  「───윽, ……! 윽~~~, ───라져(예스), 마스터──」

  평소 때라면 바로 대답했을 특유의 목소리가, 들릴때까지 시간을 요구하는 것에 에반젤린은 불쾌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이것이 만일 근접전이라면 선택지는 아직 있었다. 에반젤린의 백년이 넘는 방대한 연구를 기초로 한 합기유술과 차차마루의 자동인형(오토마타) 이기에 가능한 격투술. 쌍방에 의한 파상공격이라면 어쩌면 녀석을 제압하는 것도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러기 위해선 녀석에게 접근하지 않으면 안된다. 하지만 녀석의 연속투척을 멈추게 하지 않으면 불가능에 가깝다.

  제길, 마력만 회복됐다면──그렇게 쓸데 없는 사고까지 머리를 채운다. 조금 전의 "마법의 사수(사기타 마기카)", "무장해제(엑살마티오)"는 모두 지금의 에반젤린에게 허락된 최선의 원거리 공격 수단이다. 다른 마법도 쓸 수 없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마력량, 영창시간이 너무 많고 길어지는 데다가, 저 정도의 속도로 "마법의 사수(사기타 마기카)"를 격추시키는 상대에게 그런 커다란 틈을 보이면서 마법을 맞힐 수 있다고 생각할 만큼 에반젤린은 낙관적이지 않았다. 애초에 저리도 빠르게 촉매의 마법약을 요격해버려서야 대응할 수 없다.

  마법에는 의지할 수 없다. 상대에게 접근할 수 없는 이상 근접전도 바랄 수 없다. 게다가 에반젤린의 공격수단은 그리 남아있지 않았다.

  하지만 공격수단이 아주 없는 것도 아니다. 후퇴하여 숨는다. 그런 짓은 일찍이「어둠의 복음(다크 에반젤)」이라 경외받은 흡혈귀의 긍지를 깊게 상처입히지만, 그 대가는 녀석의 목숨으로 갚게 하자.

  조금씩 후퇴해 가는 주종의 등 뒤에는 사람 한명이라면 숨을 수 있을 것 같은 큰 벚꽃나무. 재빠르게 그 뒤로 미끄러져 들어간 에반젤린은 그곳에서「실」을 늘린다. ──에반젤린의 이명은 몇 개인가 있지만, 그 호칭은 그대로 에반젤린이 가지는 측면이나 기능을 상징한다. 「어둠의 복움(다크 에반젤)」은 흡혈귀. 「불사의 마법사(마가 노스페라투)」는 마법사로서의 그녀를. 그리고 다른 하나──말하길,「인형조종사」

  에반젤린이 뿌린「실」은 그 기능을 사용한 물건. 어느 정도 가까이 가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극세의 실을 상대의 몸에 이어 그 움직임을 구속, 혹은 제한한다. 직접적인 데미지는 줄 수 없지만, 전황을 유리하게 바꾸는 효과는 말할 것도 없다.

  녀석의 투척공격은 확실히 위협적이다. 하지만 이 정도의 위력투척을 하기 위해 액션이 큰 것은 녀석을 보고 있으면 일목요연. 따라서 그 동작을 억제할 수 있으면 형세는 단번에 이쪽의 것이 될 것이다.

  녀석의 움직임이 멈췄을 때가 승부다. 차차마루가 접근전을 가해 단번에 쓰러뜨린다───!



  하지만 상대는 에반젤린의 계산을 간단하게 웃돌고 있었다.

  어둔 밤에 숨겨져 사지에 붙어오는「실」이 일제히 당겨져 그 사냥감을 붙들어 맨다──라는 일은 없고. 순백과 칠흑, 대등한 학익, 그 섬극이「실」을 갈갈히 찢어버리고 있었다.

  학익은 마술사용자의 양 팔에. 그 정체는 음영 일체의 중화검.

  우편에 순백──음검, 막야.

  좌편에 칠흑──양검, 간장.

  「───뭐,」

  그 모습을 목격한 차차마루, 나무 그늘에서「실」의 반응으로 파악한 에반젤린. 쌍방의 경악 따위 마술사용자에게 있어 사소한 것.

  그 순간이 호기. 일기가성의 결착은 마술사용자에게 있어 바라던 것. 지금까지 감추고 있던 카드를 꺼내 승부를 낸다───!!


  양손의 간장 막야를 전방에 투척. 그 둘은 그 형상의 특성에서 마치 부메랑 같이 크게 호를 그리며 하늘을 찢고, 마술사용자는 더욱 앞으로 직검을 던진다.

  직선과 원의 움직임. 시간차에 의한 파상공격──그렇게 읽은 차차마루, 하지만 나무 앞에서 움직일 순 없다. 섵불리 회피해서 자세를 무너뜨리는 것은 상대방에게 있어서 단순한 틈 밖에 되지 않기에.

  그리하여 조금 전과 똑같이 검탄을 날리기 위해 팔을 휘둘러──접촉한 순간, 반대로 팔이 "상반신 채로"날아가며, 더욱 다음 탄으로 신체 전체가 날라가버려, 벚꽃나무에 몸이 부딪친다.

  「───!!」

  경악할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안으로──마술사용자가 양손에 직검을 들고 돌진해 온다──!!

  한편 호를 그리며 선회하는 학익이 나무 그림자를 덮친다.

  「큭───」

  그늘에 있었기 때문에 적의 행동을 파악하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머리카락 한올 차이로 두 칼을 회피하여 나무 그늘에서 뒹구르며 나온 에반젤린이 본 것은, 여섯 자루의 검으로 자신의 종자를 나무에 꿰는 적의 모습───

  「──차차마루!!!」

  (──면목, 없습니다──마스터──)

  물론 자동인형(오토마타)인 차차마루는 그 정도로는 부서지지 않는다.

  하지만 고정된 차차마루를 발로 차며 떨어진 마술사용자는 그 순간에 한마디만으로 영창을 완성시켰다.


  「───발동」


  기동하는 것은 차차마루를 벚꽃나무에 꿴 여섯 자루의 직검──그 정식명칭을「섭리의 열쇠」, 통칭 "흑건"의 도신에 주각된 마술기반.

  그 이름은───「화장식전」.


  순간 벚꽃나무가 차차마루와 함께 크게 불타올랐다.

Posted by 추리닝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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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이 추적당하고 있다는 것은 백이든 천이든 알고 있다.


  그래도 마술사는 거리를 걷는다.


봉초추림 / 二


  몸에 입고 있는 것은 환자복 위의 외투 뿐. 관동지방이라면 아직 눈이 내릴 정도는 아니지만, 충분히 겨울이라 할 수 있는 계절이다. 복장도 가벼운 모습으로, 거기에 더해 한층 더 추운 심야가 되고 나면, 그 모습은 이상한 꼴, 아니 비정상 일 것이다.

  일반인에게 목격되는 위험성은 낮다. 그렇다는 것은 수색망이 단번에 강화되어 보다 위험한 줄타기를 강요당하는 것과 같다.


  그래도 마술사는 거리를 걷는다.


  낮에 행동할 수는 없다. 옷차림도 그렇지만 지금의 '그'는 자세히 보면 거동 또한 수상해 보이고 만다. 일주일 전, 배후에서 말을 걸어온 그녀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가능한 한 경계하고 있을 심산이었는데, 저런 아무것도 모르는 소녀가 다가오는 것 조차도 눈치채지 못했다. 그렇다 할 기색은 보이지 않았지만──그 이전에 신체가 찰나의 반응을 보이지 못했을 뿐이지만──그 이전에 내심 경악과 동요로 혼란을 다해, 실제로는 어떤 대응을 했는지 기억이 희미하다. 직후에 '공주님 안기'를 당했다는(본인에게 있어) 본의가 아닌 체험을 해버린 것도 박차를 가하고 있겠지만.

  그러한 실수. 다음에 범하면 목숨이 위험하다. 그의, 가 아니다. 마술사를 노리는 녀석들이란 강경수단도 주저하지 않는 무리이기에 주위의 무관계한 일반인에게 피해를 입히는 것을 신경쓰지 않는다.

  그것은 마술사에게 있어 가장 기피해야 할 사태이다.


  그래도 마술사는 거리를 걷는다.


  지금 구해야 하는 것은 신체기능의 회복.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안전한 공방의 설립과 은닉.

  거창한 이야기가 아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사람이 다가가지 않는 지금은 사용되지 않는 창고나 헛간같은 레벨로도 상관없다. 아무튼 몸을 쉴 수 있고 몇 일간 잠복해도 전혀 의심받지 않는 그런 장소가 필요했다.


  그렇기에 마술사는 심야의 어둠에 녹아 거리를 걷는다.


  하지만 그리 형편 좋게 목적의 조건과 맞는 장소따위 활기 넘치는 과밀도시 안에서는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결국 마술사는 남의 눈을 피해 스스로도 신용할 수 없는 경계를 계속하며 학원도시를 방황하여 일주일째를 맞이했다.

  행운인지 불행인지 이 도시 특유의 사정 때문에 심야부터 새벽녘까지 불야성의 소란이 계속되는 구역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다시말해 이 시간대에는 일반인이 돌아다닐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물론 통상의 "건전한 학생 생활"로부터 일부러 이탈한 아웃로우스런 자들도 있겠지만, 그런 자들은 자기들끼리 모이는 것이고, 그런 무리들이 있는 장소는 대게 결정되어 있기에, 마술사는 처음부터 그러한 장소를 피해 움직이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쉴 일 없는 정신과 반대로 계속 항상 움직여 온 신체기능은 회복의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의식운동에 있어서의 반응오차도 상당히 수정되어 잔류오차도 계산할 수 있다.

  마술회로도 마찬가지. 경계태세의 유지를 위해 항상 복수 라인을 기동상태에 둔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중요한 마력 회복은 상정 이상에서 막혀버리고 말았지만, 그래도 지금이라면 철퇴전 정도라면 해낼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의 행동방침이다.

  요 일주일간 은밀행동과 평행해 이 땅의 정보를 어느 정도 수집해 봤지만, 어떤 것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과 합치하지 않는 것이다.

  예를 들면 지명. ──마호라. 통칭, 학원도시.

  그런 장소 모른다.

  예를 들면 연호. ──헤세이 14년.

  그건 수십년 전의 년도다.

  예를 들면──"이 쪽"의 취하는 태도.


  언덕 위에 있는 "세계수"──통칭만이 돌아다니고 있는 듯 정신명칭은 알 수 없었다──의 존재. 틀림없이 세계규모의 크기임에도「그것이 당연」하게 인식되어 있는 사실. 그 "나무"가 안에 품고 있는 마력량.

  한 지방도시라고는 하지만 반경 수십킬로는 되는 광역을 통째로 결계로 둘러싸고 있는 비상식. 구성은 경계에 있어서 진입탐지, 경계내에 있어서의 일정 레벨 이상의 신비의 억제, 일반인에 대한 가벼울 정도의 인식소외, 그 외, 결계 내에 존재하는 무언가의 봉인술 등등.

  게다가 복수의 마술사가 무리지어 이 땅에 있다는 사실.


  본래 마술사라는 것은 이단자들의 칭호다.

  일반사회라는 조직에서 벗어나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자신을 버려가는 자들.

  따라서 어지간한 일이 없는 한 마술사는 개별적으로 행동한다.

  그리고 그 본질은 신비의 연구와 발전(쇠퇴)다.

  예외로는 영국에 존재하는 "시계탑", 아프리카 북동부에 존재하는 "거인의 혈창", 북유럽의 복합협회 "방황해"등으로 대표되는 마술협회. 어떤 곳에선 마술의 연구를 위해 서로 제휴, 협력하는 자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겉모습만. 실제로는 여하에 따라 자신의 손을 보이지 않고, 상대의 비오를 알아낸다──그런 속이고 속이는 일이 대부분이다. 들은 이야기에 지나지 않지만, "거인의 혈창" 아틀러스원에는 「연구결과는 자신에게만 개시한다」라는 법까지 있다고 한다.


  따라서 이 땅의 마술사들은「이단」위의「이단」이라고 할 수 있다.

  극단적인 이야기로 보통 마술사는 근처에 살인귀가 출현하든 테러가 일어나든 자신에게──그보다 자신의 연구에──해가 미치지 않는 한 쳐다보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자신의 연구성과를 다른 자에게 넘겨주지 않기 위해 자위수단은 가진다. 하지만───그 자위수단조차 비오의. 다시말해, 확실하게 대상을 처리할 술식을 가지고 몸을 지킨다.

  따라서 마술사에게 있어서 결계란,「어떤 외적도 눈치채지 못하고, 다른 한편 확실하게 대상을 섬멸할 수 있는 수단을, 외부에 "눈치채이지 못하게" 전개한다」가 필요한 것이다.

  설령 같은 마술사 상대라고 해도 용이하게「그 자리에서 전개되고 있다는 걸 아는」결계의 구축따위 삼류가 하는 짓이다.

  거기에 비해 이 땅은 얼마나 비정상인지 알 수 있다.

  도시 하나를 통째로 둘러싸는 결계. 구축해야 할 범위가 확대하면 그 구축식도 대규모화 한다.

  그 만큼 다른 마술사에게「여기에 뭔가가 있다」「여기에 뭔가를 하고 있다」는 것을 주위에 선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이 만큼 대규모의 전개임에도 불구하고 구성내용이 탐지나 억제 레벨에 머무르고 있다.

  ───이해할 수 없다.


  이상의 판단을 포함해 생각하자면.

  이 땅은 자신을 위해 준비한 실험장이 아닌가. 하고 마술사──아니, 마술"사용자"는 의심하고 있다.

  한번 봉인시술을 받은 연구대상(마술사용자)에 원래 몸(오리지널)과는 별개의 그릇을 주어 그 행동을 감시, 연구하기 위해 구축한 한 도시 통째의 실험장.

  있을 수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마술은 기본적으로 일반사회에서 은닉되어야 할 것들이다.

  마술협회는 그 때문에 계율을 만들어 거기에 반대하는 사람들을「죽음으로서」벌을 주는 조직이기도 하지만, 「 」에 이르기 위한 연구, 실험이라면 묵인하는 풍조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마술사용자가 보유하는 신비에 희소가치는 높다──따라서 봉인되었다──지만, 그렇기에 그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발판으로 충분한 소재라고 생각할 가능성도 높다.


  다시말해───준비된 이 땅, 그리고 마술사용자인 자신.

  모두가 「 」에 도달하기 위한 공물.


  ───그 사고에 이른 순간, 마술사용자는 등골에 달리는 오한을 견딜 수 없었다.


  그것은───너무나도.

  너무나도, 자신의 원점을 상기시킨다───


  가능성이 있다면 전력으로 저지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리 마술사용자는 현저하게 쇠약해진 자신을 고무한다.

  행동지침 등이 이 시점에서 명확해진다.

  목적을 읽지 못했든, 이 땅에 마술사가 뿌리를 내리고 있든, 여기에 숨쉬고 있는 일반사회는 틀림 없는 진짜다.

  그렇다면──최악이라도 그들에게 피해는 없게 해야 한다.



  마술사용자는 어둠에 묻힌다.

  진홍의 외투를 질질 끌면서, 방황하는 그곳은 흡혈귀가 내려앉는 학원도시.

  시간을 잴 수단은 없지만 점차 꺼져가는 등불의 수가 표시가 되어준다.

  인구의 대부분이 학원관계자이기 때문에 곧 어둠에 가라앉으려 하는 거리의 저편에,

  불가시의 그늘을 바라보기 위해서────



  그리고 무대는 갖춰졌다.


  마술사용자가 해매다 나온 앞에는, 소문으로서 호사가들에게 속삭여온「벚꽃길」.

  소문 내용은 실로 평범한 것이었다.

  ──만월이 빛나는 밤, 이 길에는 칠흑의 누더기를 걸친 흡혈귀가 나타난다.

  그리고 그것은 사실이다. 마호라에 갇힌 흡혈귀의 사냥터. 이제 곧 올 때를 위한 포석. 흡혈에 의한 마력의 착취.

  이 밤에도 또한, 부주의하게 이 곳에 발을 내딛은 어딘가의 여학생이 그 모습을 목격한다.

  가로등 위에 선 작은 인영.

  시인한 순간 얼어붙는다.

  초승달과 같이 올라가는 입가에서 보이는 송곳니는 마치──

  ──거기서 여학생의 의식이 끊긴다.

  기색을 죽이고 배후에 소리없이 다가온 종자에 의한 목덜미 일격.

  풀썩하고 쓰러지려 하는 신체를 잡아 지지하는 자동인형(오토마타)

  가로등에 훌쩍하고 내려선 흡혈귀가 종자로부터 바쳐진 여학생(사냥감)의 목덜미에 그 송곳니를 박을 수 있도록 접근하여───눈 앞을 지나는 은광에 경악한다.

  생각치 못한 방해에 주종이 뒤돌아 자세를 잡는다.

  그 앞에, 오른 팔에 의한 투척에서 자세를 되돌리며, 숨길 이유도 없는 노기에 쌓인 주종을 노려보는 습격자.


  일찍이 최강을 구가해온 흡혈귀 눈 앞에,

  불퇴로서 불패를 구가한 마술사용자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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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


  ─품고 있던 이상(칼)은 돌아오지 않는다.



  물결치는 홍련과 칠흑의 태양. 거기서부터 시작됐다.

  도울 수 없었던 사람이 있고, 도움 받은 자신이 있었다.

  구해준 양부는 마법사이고 정의의 아군.

  그의 이상은 매우 아름다웠고, 동경했기에 이어 받았다.


  전환기는 살에이는 한밤 중, 달빛 아래.

  일초조차 걸리지 않았을, 그 광경.

  마술사와 종자, 7조 14인만으로 행해지는 성배전쟁.

  그리고 그 몸을 검이라 맹세한 기사왕.

  서로를 생각하고, 그 과정을 긍지로 삼고, 그렇기에 맞이한 필연의 이별.


  수라의 세계에 몸을 담근 것은 일년 뒤.

  달려나간 전장은 수를 알 수 없고,

  빠져나간 험지도 수를 알 수 없고,

  거듭하여 반복한 살육도 수를 알 수 없고,

  구했던 민중은 그 몇 배조차 넘기고,

  겪은 배신조차 수를 알 수 없다.


  그런데도 원하는 것엔 닿지 않는다.

  그 손을 아무리 늘려봐도,

  그 몸을 아무리 단련해도,

  그 방법을 아무리 닦아봐도,

  ──그 마음을 몇번이고 외쳐봐도.


  행적은 이미 천일수.

  이루고자 한 이상은 너무 고귀해서,

  이해하는 자 따위 한 사람도 없다.


  그 몸은 칼로 되어 있다.

  피는 철이고, 마음은 유리.

  그 몸으로 모든 대가를 베어 넘기고,

  만인의 마음을 떨게 만든다.


  마음의 골자는 계속되어간다.

  어디까지고 순수하고 진지한 바람은 배신에 의해 주홍빛으로 물둘고,

  범하고 만 업의 행사는 그 몸을 침식한다.

  돌진하는 방법은 단 하나 뿐이고,

  그걸로는 많은 사람을 상처입힌다.


  결말은 어처구니 없는 것이었다.

  오래된 동화에도 있는 이야기다.

  그는 철로, 고전에슨 납으로 날개를 만든다.

  구성재질이 달라도 그 결말은 변하지 않는다.

  결국 그는 동경했던 이상에게조차 양부와 마찬가지로 배신당한 것이다.


  그래도, 그는────



───그는 강철의 마술사.

          최강을 구가한, 환상을 만드는 영웅의 칼집.

 


봉초추림 / 一

 


  눈을 떳다.

  반까지 들어 올린 눈꺼플 너머로 희미한 색채를 인식한다.

  ──, "눈을 떳다"?

  각성 직후의 혼란스런 사고가 첫번째 의문을 떠오르게 한다.

  의식의 각성. 그것은 외부를 인식하기 위한 그릇─육체─를 소유하는 정신(관측자)에게만 허용되는, 그 개체를 둘러싼 주위(세계)와의 정보교환을 개시하기 위한 첫번째 단계.

  그 첫번째 정보교환이 시각에 의한 것이다. 빛을 매개로 한 색채, 형상 등의 정보를 수신하는 전용 기관, 즉 안구로 그 정보를 인식한다.

  「──우아………?」

  덤으로, 고막의 진동을 소리로 수신, 인식.

  동시에 목의 진동도. 토해낸 호흡이 의도하지 않은 무의미한 소리를 냈다.

  비강이 희미하게 쩡, 하고 자극된다──이것은 냄새, 겠지.

  후두부에서 목, 등, 골반, 허벅지까지 느끼는 감촉으로부터, 자신은 위를 향해 가로 놓여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가슴에서 배, 그 아래까지도 뭔가가 있는 감각을 인식했지만, 정면을 향해 있는 시야가 열려 있는 걸 보면 부드러운 것을 걸치고 있다는 것이라 해석해야 할 것이다.

  ───시각, 청각, 후각, 촉각에 의한, 주변 정보의 인식, 파악이 가능.

  「하…………?」

  어디까지나 목소리에 의미는 없다.

  어째서, 라는 의문 만이 사고를 지배한다.

  자신이 자신으로서 정확한 사고를 할 수 있다. 그런 상황이 이미 이상하다.

  왜냐하면 그 때, 자신은, 그■의 앞에서, ■인■■이라고─────!

  「──아팟!!」

  쩌정하고, 갑자기 뇌수에 침이 박혔다.

  아니, 그것은 착각이다. 뇌수 그 자체가 동작불량을 일으키고 그것이 통각이 되어 인식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갑자기 덮친 격통에 신체가 거부반응을 일으켜 몸이 튄다.

  부웅, 하고 위에 걸려있던 무언가를 발로 쳐 버리고, 팔이 밀어 올리고, 순간적으로 떠오르고, 다시 감싸인다.

  「……우──」

  그 자세 그대로, 하지만 사고는 멈추지 않는다.

  「──고통이 있어」

  그것은 생명활동의 대상.

  자신이 확실하게 자아를 가지고, 개체를 가지고, ───살아있다.

  「…………」

  그리고 역시 마지막에는 하나의 질문에 집약된다.


  「     어째서  ───  」


  말해본 그 중얼거림에 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단지 대기를 진동시키고, 사라질 뿐──.



  ─동조, 완료.

  신체 기능에 이상은 없다. 하지만 모든 신경의 총적합률은 6할, 정도인가? 반사신경은 그렇다치고, 의식적 운동 명령에 대한 반응, 실작동까지 오차가 생기기 때문에 각 행동에 지장을 초래할 것 같다.

  마술회로에도 장애가 나타나고 있다. 아마도 장기간 보관되어 있던 뇌수와 신경을 이 그릇(신체)에 이식했을 때에 다소 문제가 생긴 거겠지. 어느 문제도 오랫동안 식물인간 상태였던 환자가 소생한 직후와 비슷한 종류다. 가동 정지하고 있었던 기능 그 자체는 회복해도 그 성능을 충분히 발휘하기 위해선 확실한 점검이 필요하다. 실운용과 조정을 여러차례 실시하는 것으로 시간은 걸리지만 회복할 수 있다.

  하지만 어째서 자신이 다시 한번, 게다가 원래의 신체(오리지널)이 아닌 그릇이 주어졌는지 모른다.

  ──아니. 판단재료가 너무 적은 이 상황에서는 성과없는 잡념은 나중이다. 지금은 일단 현 상황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하고, 향후의 행동 지침에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그 곳은 어떤 교육기관의 한 방. 말하자면「양호실」이었다.

  마법 관계자라고 생각된 자를 데려오기에 적당한 장소가 아니다. ──본래라면.

  학원도시. 종류 다양한 교육기관이 집중하여 그것을 핵으로 만들어진 이 도시는 동시에 극동의「성지」를 관리하는 마법사들이 소속된「관동 마법협회」의 본부이기도 하여, 그 구성원인 마법사 대다수는 공식상 어떤 모습으로든 각 교육기관에 몸을 두고 있었다.

  그가 있던 양호실도 소위 말하는「마법교사」나「마법학생」들이 복수 재적하고 있는 학교의 일부분이다. 마법에 의해 전이해 왔다고 생각되는 인물이긴 하지만, 일반인 이상의 마력은 검출되지 않고, 그 결과 그들은 그 인물을『마법사의 종자』혹은 글자 그대로 일반인, 그 어느 쪽이라고 추정. 일반인이라면 당연하고, 『종자』라고 해도 그것을 증명할 마도구를 소지하고 있지 않았기에 그를 무해하다고 판단하고 무리하게 각성시키지 않고, 의식의 회복을 기다리는 의미로 세계수─"신목 반도"에서 가까운 이 시설에서 쉬게 한 것이다.

  그들은 이 인물이 의식을 회복하면 자세한 설명을 듣고 얻을 수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이번 소동의 원인을 규명할 생각이었다.

  양호실에 설치된 마법은 단 한 종류.

  그의 각성을 술자에게 알린다. 그것만을 위해 만들어진 결계는,

  그 짜여진 기능 때문에 술자에게 그의 곤혹도, 초조도, 그가 재빠르게 이탈한 사실마저 전하지 않았던 것이다.



  방과후.

  그녀가 그 소녀를 찾아낸 것은 단지 그녀가 소속하는 부활동─수영부가 활동하는 실내 수영장으로 향하는 도중이었따는 것 뿐이다.

  뒷모습 뿐이었지만 첫눈에 시선을 빼앗기는 특징을 가지는 소녀였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머리카락. 붉다. 희미하게 은색도 들어가있는 부분에서 플라티나 레드, 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출렁하고 꼬임 없이 어깨까지 늘어지고 끝은 가지런히 하지 않고 층을 내고 있다.

  그리고 입고 있는 것도 붉다. 그보다 홍색이다. 성인 사이즈로 쳐도 커다란, 진홍에 물들어져 눈에 띄는 데에 이 이상 없을 외투를 억지로 걸치고 있었다.

  상대적으로 소녀의 몸집은 작아보이지만, 아마 그녀의 친구이기도 하는 신체조부 소속의 클래스메이트보다는 큰 편일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몸이 불편한 것인지 걷기 힘들어 보이는 모습이라는 점을 빼놓고도 불안할 정도로 비틀비틀 흔들흔들 하고 불안하게 좌우로 흔들리면서 천천히 걷고 있다.

  그런 소녀의 모습을 무시하고 갈 수 있을리가 없다.

  그녀는 아무런 주조도 없이 소녀에게 다가가 놀라지 않게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저……, 괜찮아요?」

  「──응?」

  소녀가 뒤돌아본다. 날카로운 눈매의 눈동자가 그녀를 쏘아본다.

  전체적으로 균형이 좋은 귀엽다라고 분류할 수 있는 얼굴이 지금은 극도의 피로로 창백해졌다.

  반대로 응시된 일로 마음 저편에서 말할 수 없는 한기를 느꼈지만, 그보다 소녀의 상태 쪽이 신경쓰였다.

  「뭔가, 굉장히 괴로워 보이는데요.」

  「……아아, 응. 미안. 조금 사정이 있어서, 지금까지 계속 누워있었다. 재활 겸 산책을 시도해봤지만………보기 좋게 무모한 도전이었던 것 같다.」

  「무슨, 안되잖아요. 제대로 낫지도 않았는데! 무단으로 나온건가요? 병원─인지는 모르겠지만─쪽도 걱정하고 있을거에요. 분명.」

  「으──응. ……그렇, 지. 하지만 나는 빨리─이 몸에 익숙해져야」

  「……예?」

  「아니, 아무것도 아냐……응. 그렇지. 오늘은 이 정도로 하고, 조금 쉰 뒤에 돌아갈게. 걱정해줘서 고마워.」

  「괜찮아요? 괜찮다면 데려다 드릴게요──」

  「아아, 아니. 역시 그건 너무 과하다. 너에게도 너의 예정이 있겠지?」

  「하지만 이대로 내버려 둘 순 없어요.」

  「음. ───그런, 가. 그럼 거기의 벤치까지, 함께 해 주지 않겠나?」

  「예.」

  천천한 어조. 어째선지 연상 같은 인상. 말은 더듬거리지만 확실한 의지를 느끼게 한다.

  호흡도 그다지 흐트러지고 있지 않다.

  기분 탓인지 회화 중간에서부터 천천히 안색이 돌아온 것처럼 보인다.

  어디에서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제대로 휴식하면 걸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읏샤.

  「윽, ──얏」

  「!? ……우왓!」

  영차, 하고.

  그녀는 소녀를 안아올렸다. ─'공주님 안기' 로.

  「!   ?  ! ?    ! ! ?」

  「───(아, 가벼워. 귀엽네♪)」

  설마 이런 방법을 취할주는 몰랐던 듯 소녀는 그저 곤혹스러워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녀는 가볍게 벤치까지 옮겨갔다.



  그것이 11월 중순.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어나 은밀하게 학원도시 전체를 경기태세로 이행시킨 사건이었다.

  이후 도시에 소속하는 마법사들의 수사망을 피해 전이마법의 상세를 알고 있다고 생각되는 중요 참고인은 모습을 감춘다.

  그 현실에 초조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에반젤린 A K 맥도웰. 600을 넘는 세월을 살아오고, 하지만 현재는 이 마호라에 묶여 있는 흡혈귀이다.



  11월 20일 수요일.

  오늘 밤은 만월. 흡혈귀가 활보하기에 가장 적당한, 동그란 원을 그리는 빛을 주인으로 삼는, 별그림자들의 광소야. 어떤 마법진에 의해 자신의 특수능력을 방인된「불사의 마법사」도 이 밤 만은 예외이다. 하늘을 장식하는 달에게서 한 때의 총애를 받은 그녀는 한정적이지만 그 이능을 발휘하는 것이 허락된다.

  하지만 그런 사실은 그녀의 현상에 대해 아무런 의미도 없다. 제한적으로 허락된 이능으로는 그 몸을 묶고 있는 구속을 부술 수 없다. 학원도시에 와서 벌써 15년의 세월이 지났다. 현 상태에 대한 불만에 울적해 하는 한편으로 무엇보다 그 저주를 해주하겠다고 약속한 남자가 죽었다는 현실이 에반젤린에겐 용서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곧 끝났다. 적어도 현 상태를 타파하기 위한 포석은 순조롭게 갖춰지고 있다. 이제 삼개월. 아니, 바로 움직이면 역시 학원도시의 마법사들도 경계한다. 어느정도 기간을 둬야 하겠지. 그렇다 하더라도 5개월 중에는 이 구속 모두와 결착을 지어주겠다───.

  하지만 그 포석도 앞으로 한 걸음으로 뒤통수를 맞게 되었다.『성지』의 마력을 이용해 기존 어떤 신비 기반에도 속하지 않는 마법술식을 이용한 대담무쌍한 전이마법의 발현. 직후에 피전이자의 실종. 그 때문에 깔린 학원도시 전역에 퍼진 경계망.

  포석은 아직도 완벽하지 않다. 아니 남은 시간 모두를 가능한 한 유효하게 사용해도 만전과 먼데, 그것을 아는 듯이, 항상 심중에 계속 남아 있는 초조의 불씨를 부추기는 듯이 갑자기 계획 앞에 선 장해.

  ──으득, 하고 저도 모르게 손톱을 씹는다.

  귀찮다.

  어디의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하필이면 이 시기에 이 정도의 귀찮은 일을 이 땅에 가져올 줄이야.

  그런 초조함이 있을 수 없는 가능성을 불러 일으켜 초조감을 부추긴다.

  설마.

  설마라고는 생각하지만, 이 모든 일련의 사건이 모두 자신의 계획을 방해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면?

  「───바보같은 생각이다.」

  떠오르는 사고에 소리 내어 잘라버린다. 진정할 수 없다. 이 몇 일간, 쌓아 둘 뿐이었던 기분은 드디어 겉으로까지 나타나기 시작했다. 하필이면 타카하타에게 지적될 줄이야…….

  「마스터」

  부름에 뒤돌아본다. 옆에는 자신과 계약을 맺은 자동인형(오토마타).

  「됐나.」

  「예. 준비는 모두 완료했습니다.」

  「……가자.」

  「라져.」

  짧은 몇 차례의 교환 뒤 흡혈귀는 결의한다.

  할 수 있으면 취하고 싶지 않은 내기지만, 현 상태가 언제까지 계속 될 지 모른다.

  경계망의 파악은 하고 있다. 그물을 빠져나가는 것은 힘들겠지만, 계속 남아있는 초조는 더 이상 눌러 담을 수 없다.


  숙련된 흡혈귀가 하늘을 난다.

  어두운 밤에 녹아 든 칠흑의 장속에 몸을 맡겨, 행선지는 마술사가 잠든 학원도시.

  시각은 곧 밤 9시.

  인구의 대부분이 학원 관계자이기 때문에 곧 어둠에 가라앉는 마을 저편으로,

  응시하는 것은 단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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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그것은, 꿈의 결말.

  그것은, 환상의 교차.



  ───반복한다.

  그저 반복한다.

  오로지 반복한다.

  잊지 않도록. 떨어뜨리지 않도록.

  반복하고 반복한다.『있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


  보존된 "기록"을 "재생"하여, "재인"한다.


  얼마나 반복했는지 모른다.

  시간의 개념은 사라지고,

  "기록"은 반복할 수록 마모하고,

  "재생"할 때마다 차례차례 결락하고,

  "재인"도 할 수 없게 된 정보만이 증가한다.


  정보로서 격하된 "기록"은 썩어, 오래된 것부터 부서져간다.


  사고는 이미 정지했다.

  사념은 훨씬 이전에 소실했다.

  생각하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고, 새로운 자극도 주어지지 않은채,

  안에 담긴 기록만이 단지 빙글빙글 반복한다.


  차례대로 마모하고, 결락하는 도중, 그래도 더욱 선명하게 비쳐보이는 "기억"만을────.



  ─끼이익, 하고 공기가 떨렸다.

  폐색한 칠흑을 찢는 섬광과 함께 사람 그림자가 둘. 스르륵하고 실내에 들어온다.

  '그것'은 바라보지도 않는다. 애초에 외계의 정보를 획득할 수단이 모두 차단됐으니 당연하다.

  침입자는 그 대로 문을 닫고 등에 짊어진 것을 내려놓은 뒤, 가까운 곳부터 찾기 시작했다.

  하나하나, 틀리지 않도록, 한 시라도 빨리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어렵잖게 그것을 발견했다.


  선명한 용기에 담겨진 '그것'을 목적으로 삼은 존재라고 인정한 소녀는 그 순간에 몸이 굳었다.

  그 모습에 바로 언니가 달려와 역시 '그것'을 보고 뼈도 부술듯이 주먹을 쥔다.

  두 사람, 그 대로 서 있던 것은 어느 정도일까?

  먼저 움직인 것은 역시 언니 쪽이었다.


  순간─소녀의 오른손을 광원 삼아 용기에 담겨있던 것이 비춰진다.

 


  「──■」

  그것은 한숨이라고도 볼 수 있는 부들하고 공기를 떨리게 하는 목소리.

  부름에 깜짝하고 어깨를 떤 여동생도 바로 언니를 돕기 시작했다.

  가져온 도구들에서 필요한 것을 차례대로 꺼내고, 내려놓고, 배치하고, 쌓아올린다.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단지 담담히 작업에 몰두한다.

  ─뭔가로부터 도피하듯이.

  ─뭔가를 기피하듯이.

  ─무언가를 생각하지 않는 것이 의무라는 듯이.


  시간이 없다.

  어떤 대사부와 언니의 호적수, 두 사람의 조력하에 만들어진 제한시간 내에 모든 것을 끝내지 않으면 안된다.

  이미 탁월한 기량을 갖춘 자매도 아직 이해할 수 없는 것 뿐인 실내. 좁은 공간에 가능한 한의 규모, 속도로 쌓아올려 간다.


  그것은, 신전.


  대사부가 직접 만든 것이다.

  자신이 남긴 "숙제"를 끝낸 제자의 소원. 그것에 응해 말하길,

  ─재밌군.

  단지 그것만을 이유로 제자에게 협력할 것을 결정한 그는, 어제 이 신전의 설계도를 자매에게 던지듯 넘겨준 것이다.

  지금도 이 "시계탑"의 최상부층에 훌쩍 나타나 소란을 피우며 주목을 끌고 있다.

  그리고 신전 구축에 대하여 필요한 것의 절반 이상은 언니의 호적수가 협력해 준 것이다.

  ─신세 졌으니까요.

  누구의, 라고는 말하지 않았다. 말하지 않고도 그녀들은 알고 있었다.

  이 방에 침입할 때의 시간을 벌어주고 있는 그녀는 무사할까?

  ──………….


  ─아니. 지금은 쓸데없는 사고를 할 때가 안니다.


  이제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구회와 감상에 빠지는 것은 모든 것이 끝난 뒤에 해라.



  영창한다.

  낭낭하게, 엄숙하게, 설정된 기능을 기동하기 위한 명령을 내뱉는다.

  신전이 발광하기 시작한다.

  외부에서 중앙으로, 그려진 라인을 통해, 흐릿하게, 차례대로 강하게.

  실내의 어둠을 범하여, 명령을 실행하기 위한 힘을 축적해간다.

  자매의 영창이 가경에 들어간다.

  호응하여 더욱 빛이 강해진다. 빛이 춤춘다.

  중앙에 놓여진 '그것'의 용기가, 탁하게 빛을 반사했다.



  극도로 피폐해진 자매가 동시에 주저앉아, 양측에서 '그것'의 용기에 반신을 맡겼다.

  의식은 이미 두 사람의 손을 떠났다.

  이제 두 사람이 손을 대지 않아도 얼마 지나지 않아 정해진 시스템은 움직인다.

  때가 가깝다.

  바닥에 떨어지는 빛에 비춰지며, 두 사람은 그저 각자의 과거를 되돌아본다.



  ─뇌리에 떠오르는 한 명의 청년.

  특징적인 적동의 머리카락. 어딘지 달관한 듯 하면서도 무언가를 계속 쫓는 강한 눈동자.

  20대도 절반이 지난 그는, "그 때"부터 그 모습을 바꾸지 않고, 과거와 환상의 주민이 되고 말았다.


  ───이렇게도, 가까이 있는데.


  생각해보면, 언제나 민폐쟁이였다──그 내용은 하나하나, 너무나도 선명하기에 고소밖에 떠오루지 않는다.

  고생은 고생대로, 심려는 심려대로.

  무엇보다 자신이 먼저 경솔하게 머리를 들이미는 것이다. 그가 끼어들어서 사태가 진정될지 아닐지도 생각하지 않는다. 시비선악 무시하고. 선의가 있기에 하는 행동이긴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질이 나쁘다.

  ─결국, 이렇게 돼버렸다.

  그 때는 정말 진심으로 화내고, 진심으로 원망했다.

  어째서 우리들이 그의 뒤처리를 하지 않으면 안되냐고.

  깨달은 것은 언제인지.

  자신들이 짊어지러 간 일이라는, 맨 첫번째에 대해서.


  그러니, 이것이 최후의 결착.

  이 의식의 종료가 우리들과 그의 종결점인 것이다.



  직시 할 수 없을 정도로 빛이 강해진다.

  끝이 가깝다.

  신전에 주어진 명제가 이뤄진다.

  지금은 그저, 용기에 담겨진 '그것'을 바라본다.

  신전의 중앙에 있는 용기. 주변은 둥글게 말은 어린아이가 들어갈 정도의 검은 상자. 상자에는 진홍으로 물들어진 외투가 입혀져 있었다.

  그것들이 빛으로 감싸이기 시작하여, 두 사람은 마지막이라는 것을 알았다.

  천천히 일어선다.

  신전의 밖에 나와, 짙은 빛을, 그래도 마지막까지 바라본다.

  기적이, 모습을 드러낸다─────.



  사후의 흔적은 말소했다.

  용기에 담겨 있던 '그것'만을 빼고, 모든 것은 두 사람이 침입하기 전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밖에 기척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끼이익하고 문을 닫는다.

  침입했던 때와는 정 반대, 자취도 남기지 않고 방을 나간다.

  「선배───」

  중얼거린 여동생의 눈가에 떠오르는 것을 애써 무시하고, 단지 등을 쓰다듬어줬다.

  하지만 마지막에는 언니도 몸을 떨며, 눌러 참은 울음을 똑하고 떨어뜨렸다.


  「──녕히. 시로─────」

 


  닫혀진 문에 가늘어진 빛이 텅 빈 용기의 명패를 비춘다.

  적혀 있는 것은 내용물의 명칭이겠지. 달리 아무 것도 적혀있지 않다.


─BLADE MAKER─


  콰당. 하고 닫혀진 암실은 다시 정적에 빠졌다.


◇    ◆    ◇


  첫째로, 갑자기 정체불명의 강대한 마력이 발생한 점.

  둘째로, 발생지점이 "신목 반도" 근처라는 점.

  셋째로, 발생한 마력에 호응하듯이 "신목 반도"가 빛난 점.

  그 사건은, 어느 하나만으로도 근처의 마법사가 당장 달려오는 것만으로도 모자란 사건들이다.

  그것이 세 가지 동시에 일어났다면 학원도시, 마호라 안의 마법사가 집결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신목 반도"는 『성지』로서의 측면도 가지는 마호라의 중핵이라고 불린다.

  그 근처에서 돌발적인 마력의 발생. 그것을 탐지한 마법사들은 외부에 경비요원 만을 남기고 주력인원을 중심으로 하여 절반 이상의 전력이 집결했다.


  「인식저해 마법결계, 안정했습니다. 저희들은 결계 근처를 경계하겠습니다.」

  「알았다. 조심하게.」

  기장이 이상하게 긴 로브를 입은 몇 명의 마법사들을 정장을 입은 장년의 남자가 마중보냈다.

  그 남자에 극히 심플한 고식 드래스를 입은 소녀가 다가온다.

  「─상정할 수 있는 것은, 세계수의 마력을 사용한 전이마법인가?」

  눈 앞의 광원을 바라보며 지긋지긋하다는 듯이 불만을 내뱉는 소녀에게 장년의 남자가 주머니에 양손을 넣은 채로 동의했다.

  「그리 말해야 할지, 그거 외에는 생각하기 힘들지. 세계수의 마력이 호응했다는 것은, 다른『성지』로 부터의 전이행사라는 가능성도 있지만………사전통보도 없고, 거기에 이 정도로 대규모의 마법행사에 의한 내방이라면, 엄중이 경계하는 수 밖에 없어.」

  발생 후 이미 한 시간이 지나, 계속해서 늘어나는 마력량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따라서 서로의 표정도 진지하다. 아무튼 장년의 남자가 이제부터 올 '무언가'에 대하여 경계하고 있다는 것에 반해, 소녀 쪽은 『영문도 알 수 없는 괜한일에 휘말렸다』라는 것에 의한 짜증이지만.

  「흥. …………화려하고 민폐 가득인 침입자도 있군.」

  「동감이다.」

  이 정도의 마력을 행사할 수 있는 마법사따위, 고금 전세계를 둘러봐도 열 손가락은 확실하게 모자라고, 다섯 손가락조차 꼽을 수 있을지 안될지.

  소녀는 그 안의 한 사람으로서 세어질 수 있을지도 모를 정도로 탁월한 마법사이긴 하지만, 자금은 어떤 이유에 의해 행사가능한 마력이 극단적으로 제한되어, 전성기의 일할의 능력도 발휘할 수 없다. 그녀가 이 장소에 있는 것은 그 풍부한 마법술식에 관한 지식에 의해 이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할 것을 기대됐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자면 전투요원의 중핵으로서 있는 것이 장년의 남자 쪽이었다. 그는 이 마호라에선 최상위에 위치하는 실력자다. 하지만 그는 마법사로서의 스킬은 없다. 한정된 일부의 기능만을 단련한 끝에 얻어진 그 능력도, 이 마력량, 그 행사기술 앞에선 희미해진다.

  「그런데 타카미치. 이 나라에선 이런 상황을 뭐라 하더라──분명 귀신이 나올지 뱀이 나올지, 였던가?」

  「그다지 웃을 수 없군. 에바. 그것은 재앙의 상징이지 실물을 가리키는게 아니라고?」

  농담의 응수는 서로의 긴장을 풀기 위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지 않아도, 서로의 긴장과 전율이 떠나지 않고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

  그래도 그들은 각자의 이유 때문에 도피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맞서는 수 밖에. 어떤 위협을 앞에 둔다 하더라도, 그 앞에만이 미래가 열려 있다고 한다면. 어떤 수단을 쓰더라도 어떤 과정을 거쳤더라도 살아서 그 앞으로 나아갈 뿐.


  마력의 움직임이 변했다.

  단지 집약하여 응축하여 그 밀도를 높일 뿐이던 마력이 그 주위에 전개 된 마방진에 흐르기 시작한다.

  높은 곳에서 아래로 흐르는 물 처럼.

  마방진 자체도 그 전개규모를 확대해 나간다.

  단순한 전이 마방진이 아니다.

  그 전모를 나타내면서, 그 성질을 이해할 수 없는 마법술식. 육백을 넘는 세월을 살아온『불사의 마법사』인 흡혈귀, 그 마법지식이 통용하지 않는, 완전히 이질적인 "마법이론".

  술식을 풀 수도 없고, 따라서 대소멸(캔슬)하는 것도 하지 못하고, 이렇게 팔짱끼고 마법식의 완성, 마법의 발현을 바라보고 있다.

  긴장은 이미 최고조.

  전율은 전신을 따라 흐르는 쇠사슬 처럼.

  불가사의는 공포를 불러, 공포는 몸을 침식하여, 신체는 생명 보존을 위해 비명을 지르고 그 장소에서 탈출하기를 호소한다.

  그래도 그 자리에 모인 마법사들은 누구 하나 한걸음도 물러서지 않고 그 순간을 기다린다.

  마법진의 확대가 멈춘다. 침투한 마력이 거기에 따른다. 마력이 완전하게 흘러 들어간 마법진이 희미하게 인광을 발하기 시작한다.

  기적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세계가 떨렸다.

  그것은 현대에 있어 영웅의 길을 달려나가, 하지만 영령으로 올라가진 못한 존재를 맞이하는, ■■■의 전율(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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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붕괴한 헬리오폴리스에서 탈출한 아크엔젤은 달과 지구 양쪽을 향하는 루트 가운데 있었다.

  그 아크 엔젤의 안에서 나는 홀로 생각에 빠져 있었다.

  먼저번의 헬리오폴리스 붕괴는 우리들에게 책임이 있다. 무엇보다 가슴 아픈 것은 대피하는 사람들을 두고 와버린 점이다.

  물론 이 아크엔젤은 군함인 이상, 동승 한다면 당연히 전투에 말려들 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들이 사건의 발단이 된 것은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도망치듯이, 아니 완전히 도망친 것이 머리 속에서 걸렸다.

  분명 헬리오폴리스는 오브의 콜리니고 이미 오브 본국의 구원 부대가 움직이고 있다는 것도 알지만, 기밀유지를 이유로 구조활동도 하지 않고 출항한 것이 앙금이 되어 있다.

  물론 구조활동의 제안은 했지만 언제까지고 여기에 있다가는 자프트의 공격을 받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와 일단은 출항하기로 했다.

  내 입장은 분명 함의 지휘 결정에 의견을 낼 수는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한 명의 파일럿으로서 일 뿐이고, 지휘권 자체는 인정되지 않았다.

  선임의 프라가, 라미아스 두 대위와 바지롤 소위의 결정에는 거스를 수 없다. 그것이 군대라는 것이다.


  "왜 그러시나요? 아무로 소위."

  "응? 아아. 아무것도 아니다. 조금 생각할게 있어서."


  내 손이 멈춘 것을 눈치챈 마독 중사가 말을 걸어왔다.

  지금 나는 스트라이크의 OS의 수정을 중사와 함께 하고 있지만, 새삼스레 OS를 해석해보니 이곳저곳에 버그나 나와 놀랐다.

  특히 놀란 것은 사격 모션을 취할 때 록온 보정을 위해 기체의 움직임이 멈추는 것과, 회피 패턴이 너무 적어서 랜덤이라곤 하지만, 어느 정도 회피 패턴이 고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회피 패턴에 대해선 데이터 부족이라고 할 수 있지만, 사격 모션 중의 경직은 파일럿으로선 사활문제다.

  두 번의 전투 중 첫 번째엔 사격을 하지 않았고, 두 번째엔 요격에 사용했을 뿐이기에 다행이었다.

  애초에 기체 제어 자체가 완전 매뉴얼이라서 록온도 화기제어 프로그램도 아닌 자신의 손으로 했기 때문에 눈치채지 못한 것이지만.

  언제까지고 불완전한 OS를 사용할 수도 없기에 ν를 개발할 때의 기억을 되살리며 수정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애초에 기본 프로그램의 조사부터 시작했기에 아직 끝이 보이지 않지만, 적어도 기체의 움직임이 멈추는 것은 없어졌다.


  "다음은 사격계통을 만져볼까."

  "하지만 소위는 MS의 OS까지 만들 수 있는 겁니까? 대체 어디서 이런 지식을……."

  "그건 묻지 않기로 약속했잖은가. 내게도 여러가지 있다고. 그보다 스트라이크의 백팩 장치는 어떤가?"

  "말씀하신대로 에일을 최우선으로 끝냈습니다. 다음 런쳐에 FCS를 깔려면 이쪽이 끝난 다음이 되겠군요."

  "그걸로 좋아. 라이플의 조정은 이쪽과 동시에 진행하지."


...


   이 스트라이크에는 3 가지의 백팩이 준비되어 있어서 작전 내용에 따라 세 가지를 바꿔가며 쓸 수 있는 듯 하지만, 보인 것 중에서 쓸 수 있는 것은 에일 스트라이크와 런쳐 스트라이크 두 가지 뿐이라고 판단했다.

  에일은 빔 라이플과 빔 샤벨을 장비한 표준적인 기체로 기동력도 가장 높다. 솔직히 이거 하나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다음으로 런쳐는 대형 빔포인 아그니를 장비하고 있어서 원거리에서 저격할 때엔 적당하다. 이것도 이쪽부터 공격에 나설 때나 원호에는 충분한 성능을 발휘해주겠지.

  마지막 하나인 부메랑. 여기에 대해선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대형 대함도와 어깨의 발칸에 엥커라는 무조건 근접특화의 무장이 장비되어 있다.

  엥커 만은 용도가 넓어서 매력적이지만, 그 외의 무장에 대해선 대함도는 빔 샤벨로 충분하고, 발칸은 MS 보다는 대인병기에 해당한다.

  무엇보다 어깨에 달려있어선 너무 노리기 어렵다. 빔의 위력이 감소하는 수중 이외에는 이건 쓸 수 없겠다고 판단했다.

  우선 에일과 빔 라이플의 조정 작업을 우선해서 시작했던 시점에 함교에서 호출이 들어왔기에 나머지를 중사에게 맡기오 그쪽을 향하기로 했다.


  "아무로 소위. 출두했습니다."


  한 번 말을 걸고 함교 안으로 들어가니 프라가 대위가 어쩔 줄 모르는 얼굴로 맞이했다.


  "아무로. 그렇게 딱딱하게 굴지 않아도 좋아. 네가 가장 연상이고, 실전 경험도 나보다 풍부한 것 같으니까 말야."


  두 번의 전투를 보고 그렇게 느꼇다고 한 프라가 대위에 바지롤 소위는 조금 불만스런 시선을 보냈지만 특별히 뭐라고 하진 않았다.

  라미아스 대위 쪽을 보니 가볍게 웃으며 끄덕였기에 그 말에 응하기로 했다.


  "그럼 조금 편하게 대하도록 하지. 그래서 날 부른 이유는?"

  "아아, 이걸 봐 줘."


  바지롤 소위가 정면 모니터에 비춘 것은 아크엔젤을 추격해 온 자프트의 전함이었다.


  "이건 헬리오폴리스에서부터 거리를 유지한 채 이쪽을 추격하고 있어. 가지고 있던 MS는 앞선 전투에서 꽤 소모했다고 생각하지만, 보급물자를 공급받았을 경우 한 번 더 전투를 각오해야 할 거라고 생각해."

  "그보다 쫓아오는 시점에서 이미 저쪽은 싸울 생각인 거겠죠."

  "아마도 그렇겠죠. 나스카급과 로러시아급이 한 척 씩 포위해서 칠 수 있는 위치에 온다면 공격해 오는 것이 아닐까요."

  "다시말해 어떻게 해서든 이 녀석들을 뿌리치고 도망쳐야 한다는 거지만, 뭔가 좋은 생각 없나?"


  갑자기 좋은 생각 없냐고 물어봐도 곤란하다. 여기선 일반적인 의견을 말할 수 밖에.


  "이쪽의 진로는 결정되어 있지 않겠지? 그렇다면 가까운 위치에 있는 아르테미스에 도망쳐야 한다. 이 쪽의 상황을 알려주면 원군을 보내줄 가능성도 있다."


  내 발언에 라미아스 대위와 바지롤 소위는 복잡한 얼굴을 한다. 이 두명의 임무는 이 아크엔젤과 스트라이크를 알라스카의 대서양연합 기지로 가져가는 것이다.

  하지만 아르테미스는 유럽의 관리하에 있다. 잘못하면 둘 다 뺏기는 사태가 올지도 모른다는 것은 나도 알고 있다.

  결국 안전과 리스크를 저울에 달아서 어느 쪽을 잡을까 하는 것이다.

  그 결단을 하는 것은 내가 아니라 함장인 라미아스 대위다.


...


  "알겠어요. 아르테미스에 연락하도록 하죠."

  "라미아스 함장 대리. 괜찮겠습니까?"

  "이대로 적의 손에 떨어질 바에야 같은 연합국가 쪽이 더 괜찮겠죠?"


  이 설명에 대해 바지롤 소위는 수긍했다. 이미 4기의 G를 플랜트에 뺏긴 이상 이 이상의 소실은 어떻게 해서든 피하고 싶다.

  본심을 말하자면 방위를 위해서라곤 해도 스트라이크를 전장에 내보내는 것 조차 하기 싫겠지. 물론 그건 상황이 허락하지 않는다. 뭐, 이런 일은 항상 있는 것이지만.


  "그럼 결정됐군. 진로를 아르테미스로 잡아줘."

  "옛서─"


  프라가 대위가 조타수인 노이만을 향해 진로 변경을 고한다.

  이렇게 아크엔젤은 아르테미스 요새를 향하게 됐지만, 내 안에는 한 가지 경고음이 들리고 있었다.


  "늦었을지도 모르겠군."


  내 중얼거림에 맞춘 듯이 레이더사인 챤드라로부터 적습래의 경고가 울렸다.

  바로 격납고를 향해 달려가는 나와 프라가 대위. 뒤에선 라미아스 대위와 바지롤 소위가 요격준비를 시작하고 있다.

  지금 이 배에는 사람이 부족하기에 화기관제와 발진관제를 바지롤 소위가, 통신사와 레이더수를 챤도라가 책임지고 있다.

  조타는 그 임무상 겸임은 할 수 없다. 다음은 라미아스 대위의 지휘를 기대할 뿐이다.


  스트라이크의 조종석에 올라탄 나는 당연히 에일 스트라이크를 장비하고 발진을 준비한다.

  캐터펄트에 기체를 이동시킬 때 적에 대한 정보가 들려왔다. 놀랍게도 탈취한 G 4기와 신형 1기의 5기 편성으로 향해오고 있다고 한다.

  상대는 탈취한 G까지 사용해서 이쪽의 다리를 막는 건가. 노획하고 싶다는 것이다. 원래라면 연구용으로 가져 갈 기체를 꺼낸다는 점에서 뭐라 할 수 없는 짜증을 느꼈다.


  "뭐지. 이 끈적한 프렛셔는?"


  기체의 장갑 너머에서도 느껴지는 악의와 증오를 섞은 듯한 독특한 중압이 다가오는 것이 느껴진다.

  다가오는 기척을 신경쓰고 있으니 모니터에 바지롤 소위의 얼굴이 나왔다.


  "아무로 소위 진로 클리어. 발진준비 됐습니다."

  "라져. 아무로 레이. 스트라이크 건담. 나간다."


  캐터펄트를 사용해 단번에 가속하니 진공의 우주로 날아간다. 이 깊은 어둠이야말로 내가, 아니 우리들이 싸우며 살아온 장소다.

  아주 조금 두려움과 그리운 감정에 몸을 맡긴다. 자신의 의지가 주변으로 확산되는 듯한 독특한 감각은 몸이 전투상태에 들어간 증거다.

  거기서 프라가 대위로 부터 통신이 들어왔다.


  "아무로. 적 5기 중의 4기가 네 스트라이크의 형제기다. 남은 1기, 이것은 자프트의 신형인 듯 하다. 타고 있는 것은 틀림 없이 크루제일 테니까 이 녀석의 상대는 내가 한다."

  "그럼 나는 4기의 G를 어떻게든 하면 되겠군."

  "미안. 부탁할 수 있을까?"

  "알았다. 어떻게든 해보지."


...


  기본 성능에 차이가 없다면 나머지는 파일럿의 실력과 연계가 승부를 정한다. 솔직히 말해 두번 전투를 치루고 보니 내가 보기에 경계할 만한 실력을 가진 상대는 없었다.

  하지만 이 크루제 만은 상당한 실력의 파일럿이라고 밀려오는 중압이 말해주고 있다. 사실 프라가 대위의 간베럴에 의한 올레인지 공격을 피하는 이상 의문은 없다.

  프라가 대위도 동등 이상의 실력을 가지고 있는 듯 하고, 어째선지 서로의 존재를 느낄 수 있다고 했었다. 혹시 두 사람은 NT적인 소질이 있는 인간일지도 모른다.

  추력분사하며 날아가는 프라가 대위의 뫼비우스 제로를 곁눈으로 보면서 이쪽도 전투태세에 들어간다.

  숫자상으로는 이쪽이 불리하다. 그렇다면 여기선,


  "먼저 쏘도록 하지."


  작은 프레셔가 느껴지는 장소로 두 발 정도 빔을 쏘아 넣는다. 물론 이걸로 쓰러뜨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열을 부수는 것으로 이쪽에 유리한 지점을 먼저 잡는 다는 심산이었지만, 하지만 이 일격은 예상외의 반응을 낳았다.

  4기가 엉망진창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뭐야, 교란할 심산인가?"


  가장 먼저 돌격해 온건 옅은 청색의 기체, 듀엘이었다. 무장도 라이플이과 샤벨을 기본 무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특징이 없다고도 할 수 있지만, 기본이라는 것은 약점이 없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다음으로 시야에 들어온 것은 녹색의 버스터였다. 여기엔 조금 당황했다. 무엇보다 바스터는 포격전용의 기체인데, 거리를 넓히는 것이 아니라 당당히 이쪽의 사정권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아무래도 상당히 실력에 자신이 있는 듯 하다.

  계속해서 붉은 기체, 이지스와 검은 기체, 블릿츠가 공격해왔다. 이지스는 변형하여 스피드를 높이고, 대구경 빔으로 이쪽을 떨어뜨리려 하고 있다. 블릿츠는 그 원호를 하고 있다.

  한눈에 기체의 움직임을 보고서 그 전투방식에 위화감이 들었다.


  "이 녀석들은 초보자인가? 전혀 연계가 되고 있지 않아."


  개개인이 멋대로 싸우고 있다. 블릿츠만은 다른 기체를 원호하고 있는 듯 하지만, 다른 3기는 협력하기는 커녕 이쪽을 떨어뜨리는 것을 경쟁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실력만은 그럭저럭 괜찮은 것 같군. 그렇다면 자신과잉의 신병이나 엘리트 부대라는 건가?"


  그렇게 판단한 나는 사랑스런 애기(愛機)가 된 스트라이크와 함께 전장에 날아올랐다.


  "떨어뜨려 주도록 하지."


  먼저 기체 특성도 생각하지 않고 돌격해온 녀석부터다. 버스터를 노리지만 그것을 겉으로 드러내진 않는다.

  이쪽으로 격하게 돌격해오는 듀엘과 샤벨을 맞대며 버틴다. 버스터에게 등을 보여 노리기 쉽게 하니 살기가 등을 찌른다.

  상대방이 방아쇠를 당기는 감각을 느끼고, 버티고 있던 듀엘을 가볍게 끌어와 돌린다.

  갑자기 상대를 잃어버린 듀엘이 버스터의 포격에 맞는다. 그것에 동요하는 것을 놓칠 필요는 없다.

  듀엘을 팔에서 떨쳐내며 그 기세를 이용해 추력분사하여 버스터에게 돌격한다. 버스터는 당황하며 공격에 들어가지만 무작정 쏘는 것은 피하기 쉽다.


  "겨냥이 무르다. 떨어져!"


...


  버스터의 복부를 겨냥하고 방아쇠를 당기려는 순간, 천정 방향에서 프레셔를 느끼고 피한다.

  거기에 MA형태의 이지스가 돌격해왔다. 그렇다면 표적을 이지스로 변경하고 추적한다.

  MS로 변형하는 순간 데굴하며 회전하는 틈을 놓치지 않고 빔을 박아 넣는다. 중심을 노렸지만 조금 빗나가 왼손을 파괴하는데에 그쳤다.


  "기체의 조정이 완전하지 않잖아."


  그러고보니 FSC의 조정을 도중에 내버려뒀던 것이 생각난다. 덕분에 이지스의 파일럿은 목숨을 구했지만, 이쪽으로선 아까운 일이다.

  아까전의 감각이라면 노렸던 곳보다 조금 왼쪽으로 겨냥해야 할 것 같다. 몇번이든 반복해보면 감도 잡히겠지만, 돌아가면 최우선으로 조정하지 않으면 안된다.

  조금 움직임을 가다듬은 나를 향해 다시 듀엘이 빔 샤벨을 크게 들어올려 내려친다.


  "그런 뻔한 공격이 통하리라고 생각하나!"


  실드를 버리고 왼손으로 빔 샤벨을 뽑으며 스쳐지나가는 듯이 듀엘의 오른팔을 날린다.


  "끝이다."


  손을 회전시켜 조종석을 뒤에서 찌르려 하지만, 날아온 해머같은 것으로 저지됐다.

  그래도 떨어지는 사이에 라이플을 쏴 듀엘의 두부와 왼쪽 어깨를 파괴한다.


  "쳇, 귀찮군."


  탈출하는 듀엘을 원호하는 듯이 사이에 들어온 버스터. 아무래도 이쪽을 벅차다고 생각하고 겨우 협력할 생각이 든 것 같다.


  "이제와서 두고볼까보냐!"


  아까전 보다는 제대로 된 움직임이지만 아직 이쪽의 기동을 따라잡지 못하는 버스터. 화가 치밀었는지, 역전을 노리는 건지 두개의 포를 연결하여 이쪽을 노린다.

  하지만 그 행동은 G의 OS가 가진 버그인 록온시의 경직을 보이고 있었다. 그런 틈을 놓칠 정도로 무르지 않다.


  "기체 성능에 기대니까 그렇게 되는거다."


  경직의 틈에 빔 라이플을 박아 넣으니 훌륭하게 맞았다. 폭발하는 버스터였지만, 유감스럽게도, 적에겐 다행스럽게도 날아간 것은 포신과 허리의 일부분으로 끝났다.

  그리고 버스터에게는 다른 무장은 없었을 것이다.


  "이걸로!"


  버스터에게 마지막 일격을 찌르기 위해 겨냥하니 그 사선에 블릿츠가 끼어들어왔다. 신경쓰지 않고 빔을 쏜다. 당연히 블릿츠에게 막히지만 신경쓰지 않는다.

  블릿츠가 막아준 덕분에 조준과 착탄의 어긋남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뭐랄까, 이 파일럿들에게는 사악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어렴풋이 퀘스를 상대했을 때 같은 느낌을 받는다.

  어린아이의 순수함과 증대한 자만심 같은 것을 볼 수 있었다.

  한 순간, 그녀에 대해서 생각해버려 움직임이 물렀던 곳에, 이지스가 라이플을 쏘면서 다가왔다. 그 대로 블릿츠와 함께 이쪽을 포위하기 시작한다.


  "이 녀석들, 동료를 도망치게 할 생각인가?"


  분명 버스터도 듀엘도 전투를 할 수 없을 정도로 피해를 받았다. 그 사이 도망치기 시작하는 2기. 그것을 쫓으려고 해도 포위를 하고 있는 2기를 먼저 상대하지 않으면 안되겠지.

  이 2기는 시작할 때부터 나름대로 연계가 되어 있었다. 애초에 이지스의 움직임에 블릿츠가 어울려준 연계였지만.


...


  "우선, 아크엔젤이 도망칠 시간을 벌면 되나."


  첫 목표는 적에서 도망치는 것이다. 여기서 무리하게 적기를 격추하기 위해 쫓을 필요는 없다.

  사고를 바꿔서 눈 앞의 2기에 집중한다.

  이지스는 어쨋든 움직이면서 이쪽이 노리지 못하도록 하는 전법에 나선 모양이다. 나쁘진 않지만 단순한 고속이동만으론 충분하지 않다. 왜냐하면 고속으로 움직이는 물체는 관성의 법칙에서 벗어날 수 없다.

  다시 말해, 노려지지 않기 위해 속도를 높이면 높일 수록 그 궤도가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거기다!"


  완벽하게 노린 빔이었지만, 이쪽의 예측보다 스피드가 빨랐던 듯 기체 후방의 슬라스터를 파괴한 것에 그쳤다.

  어쨋든 슬라스터를 파괴한 이상, 나머지는 표적에 불과하다. 휘청휘청거리는 발걸음으로 뒤로 물러서려는 이지스에게 이번이야말로 조준하지만, 이것도 블릿츠에게 저지됐다. 이걸로 세번째다.

  하지만 블릿츠와 1 대 1이 된 이상 이쪽이 지리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여기까지 싸운 감각으로는 내 쪽이 파일럿으로서 강하겠지.

  물론 전장에서 방심도 봐주는 것도 없다.


  "이지스 그리고 블릿츠의 파일럿. 투항하라. 얌전히 투항한다면 목숨의 보장은 한다."


  이쪽의 실력은 보여줬다. 솔직히 투항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오픈 채널로 불러보지만 반응이 없다.

  그것 뿐인가 블릿츠는 지금까지 보지 못할 정도로 격한 공격을 해온다. 만족스럽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자신 뿐이라고 보고 동료들을 지키기 위해 필사의 저항을 하고 있다.


  "싫지는 않지만, 이 이상 두고볼 수는 없군."


  설득은 포기하고 블릿츠를 파괴하기 위해 겨냥한 순간, 블릿츠가 녹듯이 우주에 사라져버렸다.


  "뭣이, 사라졌어!?"


  그러고보니 블릿츠에게는 모습을 감추는 것이 가능한 미라쥬 콜레이드라는 특수한 장치가 있다고 데이터에 있었다. 하지만 이 정도로 훌륭하게 보이지 않으리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이래선 도망치는 적기를 쫓으면 이쪽이 기습을 받을 수 밖에 없고, 최악의 경우 아크엔젤에게로 강습을 허용하게 된다.

  상대의 존재를 느끼기 위해 신경을 집중한다.


  뇌리에 번개 같은 것이 달리는 감각이 있어, 적의 존재를 확실하게 잡았다.


  "거기!"


  돌아보며 빔 라이플을 쏘니 빔에 맞은 블릿츠가 불꽃을 뿜으며 출현했다. 내 일격은 정확히 기체 중앙을 뚫고 있고, 유폭이 시작되고 있었다.

  그 때, 아까 오픈으로 연결했던 통신기에서 상대의 목소리가 들렸다.


  "불이, 엄마!"


  그 목소리는 아직 변성기도 오지 않은 어린 남자아이의 목소리였다. 전쟁이 길어지면 병사의 평균연령은 내려간다. 그도 그 중의 한 명이었겠지.

  어쩐지 젊었을 때가 생각나지만, 이쪽도 당할 순 없는 이상, 전장의 먼지로 흩어줘야겠다.

  이쪽의 전투가 끝난 것을 보고, 프라가 대위 쪽의 상대도 떠난 듯 하다. 우리들은 아크엔젤에 돌아가기 위해 기체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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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자프트의 부대를 격퇴한 내 앞에 예전에 타고 있던 화이트베이스와 많이 닮은 배, 아크엔젤이 착륙했다.

  아크엔젤에 연락을 취한 여성(통신 때에 마류 라미아스 대위라고 밝혔다)이 나에게 총을 향하며 아크엔젤에 가도록 지시했기에, 솔직하게 따라서 건담을 격납고에 수용한다.

  수용을 끝내니 조종석에서 내리도록 재촉받았으므로 솔직하게 내린다.

  실제론 건담에 타고 있었던 것은 어쩌다보니 그렇게 된 것으로 전투에 가담한 것은 자기방어를 위해서였다.

  격납고에 내린 내가 시선만으로 주변을 바라보니, 몇개의 MS 부품과 예비 파츠의 수용이 시작되고 있고, 정비원들이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이제 그만 총을 내려주지 않겠나?"

  "아까전에도 말했지만, 그렇게 할 순 없어요."


  몇 번째인지 모를 라미아스 대위와의 신경전을 하고 있으니 피부가 검게 탄 남자가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라미아스 대위 무사하셨군요. 하지만 잘도 스트라이크로 그런 전투가 가능했군요."

  "마독 중사. 실은 스트라이크를 움직인 것은 내가 아니라 이 사람이에요."


  거기서 나에게 시선을 향해온 마독 중사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누구입니까?"

  "글쎄. 그건 지금부터 들어야 하죠. 그나저나 함장님은 어떻게 되셨죠?"

  "그것이……."


  따돌림 당한 기분도 들지만, 정보수집을 겸해서 두사람의 대화를 옆에서 듣고 있으니, 우리들 다음에 마찬가지로 수용된 전투기에서 내려온 파일럿이 이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 옆에는 함내에서 나타난 사관인 듯한 숏컷의 여성과 몇명의 전투요원이 정렬해 다가오고 있다.


  "라미아스 대위."

  "바지롤 소위."


  사관인 듯한 여성이 경례하고 라미아스 대위에게 말을 건다. 여성 두명이 대화를 시작했으므로 내용을 듣고 있으니, 아무래도 이 배의 상층부의 인간은 이번 전투로 대부분이 전사했고, 현재 최고계급자는 라미아스 대위라는 것인듯 하다.


...


  거기에 전투기에서 내려온 파일럿도 대화에 참가했다. 프라가 대위라고 불린 그는 아무래도 MA의 파일럿으로서 유명한 사람인듯 하다.

  그가 타고 있던 배가 침몰했기 때문에 이 배에 타게 될 듯 하다.

  거기서 지휘계통을 어떻게 할지 이야기하고 있는 듯 하지만, 계급으로는 선임이고, 대위인 프라가 대위가 지휘를 잡아야 하지만, 전투요원이 없을 순 없다.

  그럼 다음으로 계급이 높은 것은 라미아스 대위인 것 같지만, 아마도 라미아스 대위는 기술사관으로 함을 지휘하는 입장은 아닐 것이다.

  계급만으로 결정된다면 1년 전쟁 당시에 WB에서 가장 계급이 높았던 것은 식당의 타무라 중위가 되고 만다.

  신참이었던 브라이트가 지휘를 잡게 된 것은 지휘사관으로 살아남은 사람 중에서 가장 계급이 높았던 것이 그였기 때문이다.

  잠시 동안 방치된 상태로 있었기에 자신의 경우를 그 때와 겹쳐서 생각하고 있으니 언제부터인지 세 명의 시선이 너를 향하고 있었다.

  의아한 표정을 띄우는 나에게 프라가 대위를 선두로 한 세 명이 다가와서 가벼운 태도로 프라가 대위가 말을 걸어왔다.


  "여어, 이번에 신세를 지고 말았군. 하지만 MS의 조종이 가능하다는 것은 코디네이터지?"


  코디네이터라는 단어에 반응한 것인지 주변의 사람이 일제히 나를 향해 총을 향해오는 것이 보였기에 어깨 높이로 양손을 들어올리며 부정한다.


  "아니. 나는 네츄럴이다. 뭣하면 검사해봐도 좋아."


  이 세계에는 자연히 태어난 네츄럴과 유전자를 조작해서 태어난 코디네이터가 있고, 이번 전쟁은 코디네이터가 종주국으로부터 자치독립을 목표로 일으킨 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그리고 내가 펠리오폴리스에 표류해 들어왔을 때 신체검사를 받았고, 당연히 네츄럴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에, 정말인가? 하지만 라미아스 대위는 네가 MS를 조종했다고 했지만."

  "아아. 그건 사실이지만, MS를 조종할 수 있으니까 코디네이터라는 것은 너무 단순한거 아닌가?"

  "미안하군. 하지만 나는 이 녀석의 정식 파일럿이 조종하는 것를 봤지만 그 녀석들, 움직이는 것만으로 벅차해서 말야. 너 처럼 움직이지 못했다고?"

  "훈련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 전쟁도 길었으니 노획한 MS 정도는 있겠지?"

  "그렇게 말하면 답할 말도 없군. 그렇단 것은 너."

  "아무로 레이다."

  "미안. 아무로는 MS를 조종했던 적이 있다는 거군. 용병인가 뭔가인가?"

  "MS를 조종한 적은 있다. 하지만 지금은 단순히 전기 수리공이다."


  프라가 대위와의 대화를 듣고 라미아스 대위가 주변 사람들에게 겨누고 있던 총을 내리도록 하는 것을 보고, 들었던 손을 내리면서 나는 말을 계속한다.


...


  "그러면 난 이만 함에서 내려도 될까? 마을에는 신세진 사람도 있고, 안부가 걱정된다."

  "잠깐 기다리도록."


  나를 향해 숏컷의 여성, 바지롤 소위가 잠깐을 건다. 줄여서 말하자면, 지금의 대화만으론 내가 하는 말을 신용할 수 없다.

  그리고 최고기밀인 연합제 MS X-105 스트라이크에 관계된 이상 무언가의 조치가 필요하고, 그 처우가 결정되기 전까지 아크엔젤에 머물러 주도록 하는 것이었다.

  말 만으로는 몰라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아까전의 발언도 이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어떻게든 어물쩡 넘어갈 수 있지 않을까하고 생각해서 한 말이었고, 역시 거기까진 제대로 되지 않은 듯 하다.


  간단한 조사를 받은 뒤, 객실을 받아 대기하고 있도록 들었기에 얌전히 기다리고 있으니 바지롤 소위가 들어왔다.

  금후에 대해 이야기가 있으니 함교까지 와 줬으면 한다는 것이었다. 선도하는 중위의 뒤를 얌전하게 따라간다.

  쭉 뻗은 등과 정돈된 옷차림에 호감을 느낀다. 다만 좀 더 웃어주는 쪽이 훨씬 매력적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걸 말했다간 혼날 것 같다.

  함교에 도착한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연합 제복으로 갈아입은 프라가 대위, 라미아스 대위 두명과 함교 승무원인 듯한 두명, 그리고 분명 마독이라고 하는 이름의 정비사 다섯명이었다.

  여기에 바지롤 소위가 더해져 여섯 명이 지금 이 배의 수뇌부라는 것이겠지.

  가장 나이가 많아 보이는 마독은 하사관인 듯 하고, 그렇다면 실질적으로 프라가, 라미아스, 바지롤 세 명으로 방침을 정하게 되겠지.


  "여어. 불러와서 미안하구만."

  "아니, 괜찮다. 내 처우가 결정된 것인가?"

  "아아. 거기에 대해서지만. 어때? 아무로 너 이대로 MS 파일럿이 되어주지 않겠어?"


  이 발언에는 놀라지만, 조금은 예상하고 있었던 일이기도 하다. 아까 전 격납고에서 있었던 것은 내가 타고 있던 MS 스트라이크와 프라가 대위의 MA 뿐이었다.

  그렇다면 이 헬리오폴리스에서 탈출하는데 전력이 부족하겠지. 거기에 정규 파일럿으로는 MS를 만족스럽게 움직일 수 없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렇다면 즉시 전력이 될 수 있는 사람에게 도움을 구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쩌다보니 MS에 타게 된 사람을 또 기용한다는 것은 웃기는 이야기다.

  제대로 움직일 수 없어도 정규 파일럿이 있다면 그쪽을 우선하는 것이 보통이겠지. 떠오른 의문을 질문해본다.


...


  "어찌된 일이냐. 내가 타지 않아도 정규 파일럿이 있는게 아니었나?"

  "그것이 아까 전의 습격으로 전원 전사하고 말았어요."

  "그래도 민간인인 내가 아니라도 프라가 대위가 있지 않은가?"

  "좀 봐주라고. 나는 MS 조종 따위 해본 적 없어. 아직 MA가 살아남기 쉬워."

  "거기에 이렇게 말하는건 미안하지만, 아무로씨는 이미 한번 스트라이크에 탔었습니다. 이건 군칙에 저촉하는 행위입니다. 원래라면 구속하고, 마땅한 처분을 내려야겠지요."


  설마 정규 파일럿이 전멸했다고는 생각해보지도 않았지만, 그거라면 나 같은 불청객에 조력을 의뢰하는 것도 이해할 수 없지 않다.

  거기에 바지롤 소위가 말하고자 하는 것도 예상이 간다.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어딘가의 기지에 연행되어 심문당한 뒤에 최악의 경우 전쟁이 끝날때까지 수감되겠지.

  그 7년간의 연금생활이 생각나 기분이 가라앉는다. 그렇다면 자유롭진 않지만 이쪽에서 조건을 붙여 협력하는 쪽이 나 자신을 위해서도 좋을 것이라고 판단하여 바지롤 소위의 말을 도중에 자르는 형태로 입을 연다.


  "다시말해, 멋대로 MS를 움직인 것을 불문에 붙이는 대신 파일럿을 하라는 것인가?"

  "그런거지. 부탁할 수 있을까?"

  "이쪽에서도 몇가지 조건이 있다. 그것을 받아들어 준다면 협력하지."


  일단은 나 자신의 입장을 명확하게 하는 것과 이 함의 운행에 대한 협의에 참가하게 하는 것. 그것과 신세를 졌던 전기상의 아주머니의 안부를 확인하는 세 가지 요구를 했다.

  내 입장은 아까전의 전투 이래로 지원했다는 것으로, 긴급조치적으로 MS에 탑승했다는 것으로 한다는 것 같다.

  계급은 임시소위. 이 것은 함의 운행에 관련할 수 있는 것이 기본적으로 사관 이상에 한해 있기 때문으로, 통상위관으로서 초임관하는 사람은 사관학교를 졸업한 자에게 한정되어 있기에 임시의 두 문자가 들어가고, 실제로는 준위나 특무상사에 해당한다.

  아주머니의 안부에 대해선 꽤 간단하게 알 수 있었다. 전투에 휘말려 부상을 입었지만 생명에 위험은 없다고 한다.

  연합의 제복으로 갈아입고 경과를 설명한 뒤에 이별을 고하니 외로운 듯이 웃으며 보내주셨다.


  아주머니와 이별을 끝내고 아크엔젤의 합교에 온 나를 보는 다섯 명의 시선에 무심코 허리가 빠지지만 여기서 한심한 모습을 보일 순 없다.

  그런 모습을 보이면 좋을대로 이용당할 뿐이다. 돌아갈지 어쩔지는 아직 모르지만 여기서 무의미하게 죽을 생각은 없다.

  기합을 다시 넣고 이제부터의 방침에 대해 대화하고 있는 세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

  내가 오기 전에 간단한 일에 대해선 이야기가 끝났겠지. 가장 먼저 함장대리는 라미아스 대위가 하기로 했다.

  당연히 바지롤 소위인가하고 생각하고 있지만, 틀렸기에 분명 라미아스 대위도 지휘사관이었던 거겠지. 능력을 인정받아 기술사관으로 전직한 사람도 있고 그녀도 그런 사람의 한 명이었던 듯 하다.

  그렇게 결정됐다면, 내가 무슨 말을 할 것도 없다. 프라가 대위는 계속해서 MA의 파일럿으로 탑승. 바지롤 소위는 라미아스 대위의 보좌. 그리고 나는 MS의 파일럿으로 정해졌다.


...


  "될 수 있으면 빨리 이 헬리오폴리스에서 탈출하는 것이 좋겠지만, 탈출한 후에 진로는 어떻게 하지?"

  "몇가지 후보가 있지. 달을 향해 가는 것과 직접 지구레 내리는 것으로 두 가지가 기본으로, 어느쪽으로 할지 상담중이야."


  가까운 달을 향하는 것은 도중에 유럽연합 소속의 요새 아르테미스가 있다.

  단지 이 아크엔젤은 대서양연합의 소속이기에 같은 연합소속국가라고는 하지만 알력이 있긴 하지만, 보급을 받을 가능성도 있고, 항로로서는 괜찮다.

  직접 목적지인 지구의 알래스카 기지에 강하하는 루트는 거의 혼자 힘으로 돌파해야 하지만, 위성궤도까지 가면 직속 상관 할버튼 제독의 제 8함대의 지원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무로는 어느 쪽이 괜찮다고 생각하나?"

  "자세한 상황을 알 수 없는 이상 판단이 서지 않지만, 다만 안전성을 추구한다면 아르테미스 경유로 달을 향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지만 그렇게 되면 유럽에 이 아크엔젤과 스트라이크의 데이터를 넘겨주게 됩니다."

  "그렇네. 거기에 스트라이크는 지켰다고 하지만 4기의 G를 탈취하는데 성공했는걸. 자프트의 부대도 물러나고 있을 가능성도 있어."

  "어떨까나? 적의 부대는 그 크루제대라고. 그렇게 물렁한 녀석들이 아냐."


  신경쓰이는 단어가 나왔기에 물어보기로 했다. 크루제라는 것은 이번 전투의 적 지휘관으로 이름은 라우 루 크루제. 일류의 MS 조종사로서 집념이 강한 성격이라는 프라가 대위의 감상이다.


  "그렇다면 여기에 숨어들어올 가능성이 높군. 콜로니 내에서 전투따위 농담도 되지 않아. 한시라도 빨리 출항하자."

  "그러니까 어느 쪽을 향할지 정하지 않으면 나갈 수 없다니까."


  프라가 대위의 말에 항해도를 짚어가며 설명한다. 달과 지구 어느쪽을 향하던지 도중까지는 같은 항로를 사용하여, 아슬아슬할 때까지 기다리다가 그 때의 상황에 따라 진로를 변경하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고 의견을 낸다.

  아무튼 여기에 언제까지나 기다리고 있을 것이 아니라고 설득한다. 여기에는 아주머니를 시작해 신세 진 사람이 셀 수 없이 살고 있다.

  군인으로서도 당연하지만, 일반인으로서도 시민을 무의미한 위험에 내놓는 것은 피하고 싶다.

  군인으로서의 본분은 민간인의 안전확보에 있다고 역설하는 내 의견에 라미아스 대위가 찬동하여, 현재의 수용작업이 종료하면 출항하는 것이 되었다.

  스트라이크로 수용 작업을 도우고 있으니 함교 채널에서 통신이 들어왔다.


  "아무로 소위. 자프트의 MS가 콜로니 내에 침입해 들어옵니다."

  "뭐라고!?"


  나는 일의 중대함에 이를 물었다. 아무래도 수읽기가 어설펐던 것 같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수용 작업따위 버려두고 출항했어야 했다. 후회가 머리를 채우지만 그래도 머리 한 쪽으로 밀어넣고 상황을 확인한다.

  진입해 들어온 MS는 소수이긴 하지만, 보고로는 요새장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 아무래도 상대방은 콜로니의 안전 따위 고려하고 있지 않는 듯 하다. 그렇다면 속공으로 떨어뜨릴 뿐이다.


...


  "빔 라이플을 줘."

  "스트라이크의 에너지는 절반 정도에요. 라이플 따위를 썻다간 순식간에 움직일 수 없게 돼요."


  빔 라이플을 요구하는 나에게 기본 무장인 샤벨과 라이플을 사용하는 에일 장비는 아직 조정중이라는 보고와 함께 라미아스 대위가 대신 런쳐 장비를 사용하도록 권한다.

  하지만 런쳐 스트라이커의 주무장인 아그니의 스펙을 보면 콜로니 내에서 사용해도 좋을 무장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안다.


  "저런 대물을 콜로니 내에서 사용할 수 있을리가 없잖아? 에너지는 어떻게든 할테니까 라이플 만이라도 사출해줘."


  재차 요구하는 것과 동시에 전개하고 있던 PS 장갑의 전원을 끈다. 이 PS 장갑은 실탄에 대해 유효한 시스템이지만, 내가 보기엔 쓸데없다, 라고 까진 아니더라도 불필요한 기능이다.

  분명 미숙한 인간의 생존성을 높이는 데엔 어느 정도 유효하겠지. 실제로 나도 처음으로 건담에 탔을 때엔 그 루나티타늄제의 강고한 장갑에 몇 번인지 셀 수 없을 만큼 구해졌었다.

  처음으로 MS에 탔던 그 때의 나는 정말로 건담의 성능 덕분에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시대가 진행되면서 공격력이 방어력을 크게 상회하게 되어 장갑보다도 운동성이 중요하게 되었다.

  물론 장갑을 경시해서 좋을 건 아니지만, 지금의 나는 받기 보다는 피하는 쪽이 더 편하게 되었다.


  "거기냣!"


  사출된 라이플을 공중에서 받아 잡아서 감에 의지하여 한발을 게이트에 쏘아 박는다. 그러자 조심성 없게 얼굴을 내민 진의 얼굴을 날려버리는 것에 성공했다.

  태세를 무너뜨린 진을 도망치게 내버려두지 않고 양 어깨를 날려버려 공격력을 빼앗는다.

  본래라면 콕픽트나 동체를 노려 잡고 싶지만, 콜로니 내에서 대규모의 폭발을 일으킬 수는 없기에 쓰는 고육책이다.

  계쏙해서 들어온 1기도 같이 머리와 양 팔을 빼앗은 순간, 발 밑에서 위로부터 살기를 느끼고 뛰어 오른다.

  한순간, 지금까지 서 있던 지면이 폭발하고 콜로니의 외벽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거기에서 대형의 미사일과 런쳐를 가진 진이 3기 날아 들어오더니 이쪽을 향해 온다.

  보아하니 이 녀석이 대요새 장비의 진이겠지. 진입로로 부터가 아니라 콜로니의 외벽에 구멍을 뚫은 폭권을 행사한 이상, 더 이상 봐줄 이유도 없다.

  조금이라도 빨리 전멸시키지 않으면 피해가 늘어날 뿐이다.


  "이녀석!"


  대물을 장비했기에 움직임이 둔해져 있는 진을 표적으로 삼고 라이플의 방아쇠를 당긴다.

  노획한 G에서 이쪽의 성능을 알고 준비한 대화력이겠지만, MS전은 기동력이라는 것을 보여주겠다.

  재색의 기체를 미끄러지듯이 조종하여 빌딩의 그림자에서 그림자로 이동해 눈에 띄는 기체를 떨어뜨려 간다. 손쉽게 두 기를 격추시키고 남은 것은 바보처럼 커다란 미사일을 장비한 한 기 뿐이 되었다. 그 기체는 무엇을 생각한 것인지 콜로니의 메인 샤프트를 향해 미사일을 조준해 쐈다.


  "치잇!"


  혀를 차는 것과 동시에 샤프트를 향해 날라가는 미사일을 요격한다. 다행히 착탄 전에 요격하는세 성공하지만, 충격까지는 죽일 수 없다. 콜로니의 메인 샤프트가 기분나쁜 비명을 지르는 것을 들었다.

  미사일 요격을 위해 모습을 드러낸 나를 향해 진이 남은 미사일을 뿌리기 위해 향한 순간. 아크엔젤의 주포가 불을 뿜는다.


  "무슨 짓이야!"


  무심코 노성을 질러버렸지만 이미 쏟아진 물. 진을 뚫은 주포는 그 위력을 가진채로 콜로니의 메인 샤프트를 뚫어버렸다.

  굉음을 지르며 붕괴해 가는 헬리오폴리스의 참상을 보며 퇴각을 시작하는 자프트의 MS.

  그것을 보면서 나는 주민의 무사를 비는 것 외엔 할 수 없는 것에 초조해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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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헬리오폴리스에 흘러들어와 2개월이 지났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나를 혼쾌히 받아준 전기상의 아주머니에겐 아무리 감사해도 모자를 정도다.

  전기상이라고 해도 상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수리같은 의뢰를 받는 가게다.

  기계를 만지는 것이 취미였던 나는 그 가게에서 일을 돕고 있다.

  듣기로는 아주머니의 아들은 연합군의 병사였지만, 이번 전쟁으로 전사하고 말았다고 한다.

  나와 닮았다고 했지만 사진으로 보기론 그렇지도 않았다.

  아마도 외로웠던 거겠지. 그 감정에 이용해버린 듯한 감도 있지만, 의지할 곳이 없는 지금 상태 때문에 그것에 어리광 부리고 말았다.

  이 헬리오폴리스는 중립국인 오브의 속령으로 전쟁과는 상관없는 곳인듯 하다.

  나도 그 전쟁을 치루며 지쳐있었기에 지금의 평화로운 생활에 안심하고 있다.

  하지만 나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떻게든 하고 싶지만 실마리조차 없는 상황에선 어떻게 할 수도 없다.

  장 보기를 부탁받은 나는 마을로 차를 달리면서 그런 끝이 없는 일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 때의 나는 아직 자신이 새로운 싸움에 말려들고 있다는 것은 눈치채지 못했다.


기동전사 건담 SEED - A


  장 보기를 끝내고 지금은 자신의 집이라고도 할 수 있는 전기상에 차를 달리고 있으니 전방에서 노성과 비명이 들려왔다.

  차를 멈추고 눈을 돌리니 외눈의 MS가 걷고 있다. 분명 자프트의 진이라고 불리는 MS일 것이다.

  여기는 중립인 오브의 콜로니다. 거기에 자프트의 MS가 들어오다니, 어떤 이유가 있든지 단순한 일이 아니다.

  차를 급발진 시켜 엑셀을 밟으며 전속력으로 집을 향해 날아간다.

  진행방향에 진이 있지만, 지금은 상관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큰거리에 나오자마자, 도망쳐 나온 거겠지. 사람들의 파도에 휩쓸리고 말았다. 여기서부턴 자동차 보다는 달리는 것이 빠르겠다고 판단하여 차에서 내려서 사람의 흐름에 정반대로 나아간다.

  도중에 지름길로 갈 생각에 길을 빠져나가자 거기에는 어처구니 없는 것이 있었다.

  재색의 MS가 2기 트레일러에 실려 있는 것이다. 근처에는 연합군인 듯한 사람이 있고, 그 재색의 MS에 달라붙은 사람을 쏘고 있던 중이었다.

  아무래도 이 콜로니에선 비밀리에 연합의 MS를 개발하고 있었던 듯 하다. 민간의 중립 콜로니에서 개발하다니, 옛날을 생각나게 한다.


  "어디에서든 인간이 하는 일엔 변함이 없다는 것인가."


...


  분노를 중얼거린 순간 가까운 곳에 착탄이 있었던 것인지 내 몸은 안을 향해 날아갔다. 순간 머리를 감싸쥐고 방어세를 취하니 등부터 낙하했다.

  땅과 부딪친 등이 아파오지만 지금은 신경쓰고 있을 때가 아니다. 주변을 보니 아무래도 MS 트레일러 쪽으로 떨어진 듯 하다.

  올려다본 MS의 해치는 열려있었다. 그 때와 너무나 닮은 상황에 고소가 흘러나오고 만다.


  "타라는 건가?"


  사닥다리에 발을 올려 트레일러를 올라와 MS의 조종석에 올라탄다.

  놀랄 정도로 내가 처음 탔던 MS의 조종석과 닮아있다. 이거라면 쓰는데에 곤란할 일은 없을거라고 판단하고 시스템을 일으켜 세운다.


  "GUNDAM이라고?"


  모니터에 표시되는 오퍼레이팅 시스템의 두문자를 보고 무심결에 중얼거렸다.


  "내려오세요!"


  수초동안 아연해 있던 나를 향해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렸다. 앞을 보니 작업복을 입은 육감적인 여성이 총을 향하고 있다.

  그 작업복에는 연합군의 마크가 들어가 있어서 이 MS의 메카닉일거라고 판단한다.

  지금의 상황으로는 문답하고 있을 시간도 아깝다. 들이밀고 있든 총을 털어버리며 여성의 팔을 잡아 조종석으로 끌어 당겼다.


  "꺄아!?"

  "방해다. 뒤에 타고 있어."


  덮이듯이 굴러 떨어진 몸을 지탱하며(부드러운 것에 닿고 만 것은 결코 고의가 아니다) 시트의 뒤로 가도록 재촉한다.

  재차 자세를 바로하고 벨트를 메니 MS에 불이 들어온다.

  아슬아슬한 밸런스지만 MS는 일어서 주었지만, 어딘가 휘청휘청하며 위태롭다.

  거기서 뒤에 탄 여성이 목소리를 높였다.


  "당신, 뭘 멋대로 움직이고 있는 거에요! 에, 움직이고 있어!?"


...


  어떻게 움직이는 것인가 신기해 하는 듯이 말하는 그녀를 향해 이쪽부터 질문을 던진다.


  "좀더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건가? 이대로는 잡인다고."

  "벼, 별수 없잖아요. 아직 OS가 불완전해서."


  OS가 불완전인 상태라는 것은 눈물이 나온다. 아직 시험기였던 그때의 기체 쪽이 제대로 움직여 줬었다.

  여기서 OS를 고치는 것 따위 하고 있을수가 없다. 어떻게 할 수 없냐고 뒤의 여성에게 물어보니, 완전 매뉴얼이라면 다소는 제대로 움직일 수 있다고 대답해왔다.


  "그것을 먼저 말해!"


  여성에게 배워가면서 자동 부분을 자르고 완전 매뉴얼로 조종을 변환시킨다. 움직이는 것에 조작이 늘어나지만, 구식의 MS라고 생각하면 대단한 일도 아니다.


  "이걸로!"


  꾹하고 패달을 밟아 MS를 달리게 한다. 이쪽의 움직임이 변한 것을 알았던 것이겠지. 진이 라이플을 향해왔지만 명확한 움직임은 사선을 숨김 없이 알려준다.


  "조준이 어설퍼!"


  기체를 기울이며 라이플을 피하고, 품으로 파고들며 어깨로 진을 날린다.

  이걸로 다소 시간을 벌었다. 일어서기 전에 준비를 갖추지 않으면 안된다.


  "대, 대단해."

  "멍하니 있지마. 뭔가 무기는 없는건가?"

  "아, 미, 미안해요. 아머 슈나이더와 이겔슈테른이 있어요."


  고유명사를 들어도 모른다고 말하니, 대 MS 나이프와 두부 발칸포라고 설명받았다.

  그럼 처음부터 그렇게 말해. 그보다 그런 고심한 듯한 이름을 붙이지 말라고 개발자에게 불만을 터트리고 싶다.

  양손에 대 MS 나이프(아머 슈나이더라는 듯 하다)를 뽑아드는 중에 진이 일어서는 것이 보였다.


...


  진은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뽑으며 이쪽을 향해 곧바로 돌진해온다.


  "어리석은 녀석!"


  아슬아슬할 때까지 끌어들어 왼쪽의 나이프로 상대방의 참격의 궤도를 흘려내고, 오른쪽의 나이프로 조종석이라고 여겨지는 흉부를 찌른다.

  콜로니 내에서 MS를 폭발 시킬 순 없는 것이다. 일격으로 움직임을 멈추게 하려면 이렇게 할 수 밖에 없다.

  관성인지 어딘가 조종계가 단락 됐는지 부들부들 진이 흔들린다고 생각하자 움직임이 멈췄다. 아무래도 제대로 된 것 같다.

  넘어져 오는 진을 지면에 내려놓고 주변을 보니, 아무래도 다른 MS는 퇴각한 듯 하다.

  몇 기인가 지금 타고 있는 MS와 비슷한 기체가 날아가고 있는 것을 보면 그 MS들의 탈취가 목적이었던 듯 하다.

  일단 눈앞의 전투는 종결한 듯 하다. 휴우하고 한숨을 내쉬는 나를 향해 다시 총이 향해왔다.


  "당신, 대체 누구? 어떻게 MS를 조종할 수 있는 거죠?"

  "구해준 사람에게 총을 향하다니. 좀 봐줬으면 하는군."

  "거기에 대해선 사과하겠어요. 하지만 당신이 적이 아니라는 증거도 없는 이상, 대응은 달라지지 않아요."


  과연. 확실히 그 말대로다. 그녀에게 있어선 나는 어디의 누구인지도 모르는 데다가 MS를 조종할 수 있다.

  MS를 쓸 수 있는 것은 코디네이터 뿐이라는 것이지만. 내 입장에선 단순히 익숙해지지 않았을 뿐이라고 말하고 싶다.


  "아무튼, 당신을 구속하겠어요."


  그렇게 그녀가 말하고 있을 때 머리 위로 거대한 그림자가 나타났다. 뭔가하고 시선을 움직이니 거기엔 내가 잘 아는 전함과 쏙 빼닮은 하얀 배가 떠 있었다.


  "화이트베이스?"

  "화이트베이스? 저건 아크엔젤. 저희들의 모함이에요. 그런데 당신의 이름 정도는 알려주지 않겠어요?"

  "아, 아아. 아무로. 내 이름은 아무로 레이다."


  이제부터 긴 항해의 시작이라는 것은 그때의 나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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