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지 짐작도 가지 않는 장소에서, 나는 눈을 떴다.

  지면도 없고, 상하좌우의 감각도 애매한 장소. 그보다 애초에 자기 자신의 신체 감각이, 없다.

 

  "정신이 들었어?"

  그 소리를 듣고서야, 나는 누군가가 옆에 있다는 것을 느꼈다. 형체도 보이지 않는데, 마치 손을 잡고 있는 듯한 친밀한 거리에. 목소리는 틀림 없이, 마법소녀 매지컬 모모의 것이었다.

 

  거기서 겨우, 나는 이 알 수 없는 공간인식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었다.

  "이건――코어 링크?"

  "그래. 지금 나와 당신은 이어져있어. 다행이야. 한 번 더, 대화를 하고 싶었어."

 

  코어 링크. 다수의 바이오로이드의 사고 회로를 접속하여 의식을 공유하게 만드는 기술. 하지만 병렬처리의 은혜를 충분히 발휘하기 위해선 동형 모델의 바이오로이드끼리 링크시킬 필요가 있다. 나와 모모처럼, 그레이드 격차가 막심한 자들 끼리가 링크를 해도 효과는 옅다.

 

  "나는…당신의 보조회로에 입력된 거야? 그래서 몸의 감각이 없는 거야?"

  "아니, 달라. 내가 당신의 몸에 연결되어 있는 거야.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링크이지만."

 

  더더욱 알 수 없었다. 모모와 같은 고급 모델을 나 따위에 증설해서 무슨 의미가 있는 거지? 애초에――"그렇다면 어째서, 내겐 몸의 감각이 없는 거야?"

 

  모모는 말하기 힘들다는 듯이 잠시 말을 멈춘 후에, 한 마디 한 마디 말을 골라가며 설명을 시작했다.

  "당신의 멘탈 코어는, 중대한 손상을 입었어. 첫 번째 강제 명령에 불복했을 때…그리고 두 번째 명령이 치명상이 되었어."

  "……."

 

  "그래서 나는, 당신의 자율신경을 대체하기 위해 이렇게 링크를 구축하고 있는 거야. 지금 당신의 몸에는 고농도 오리진 더스트가 투여되어서, 대폭 그레이드업 되고 있는 중이야. 그 동안, 잠들어 있으면서도 부하에 견뎌내야만 하니까, 내가, 말야."

 

  모모의 설명은, 더더욱 나를 혼란시킬 뿐이었다.

  "내가? 그레이드업? 어째서?"

  "콜로세움에서 당신의 인상이 너무 강렬했으니까. 프로듀서가 당신을 차기 시즌의 빌런으로 발탁하기로 결정한 거야. 매지컬 모모의 숙적, 뽀끄루 대마왕으로서."

 

  "그런 거, 내가 할 수 있을 리가…" 말을 하면서, 겨우 나는, 모모가 애써 이야기하고 있는 진실에 대해 이해했다.

  "…그런가. 할 수 없으니까, 지금 당신이 여기에 있는 거구나."

  "…응."

 

  이 이상은 숨길 수 없다고 단념한 것인지, 모모는 겨우 진상에 대해 이야기할 각오를 가져주었다.

  "당신의 멘탈 코어는 새로운 포맷에 맞춰 초기화될 거야. 그렇게 하지 않으면, 명령 위반으로 부서진 회로를 재생할 수 없다고…"

 

  "그런가…."

  냉혹한 선고를, 나는 남의 일처럼 담담하게 받아들었다.

  "나는, 죽는다…아니, 정확히 말하면 이미 죽은 뒤구나."

 

  두 번의 명령 위반에 의한 자율 신경 시스템의 붕괴로, 나는 육체의 생존활동을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런 나를 대신해서 지금은 모모의 코어 링크가 심폐기관이나 순환계를 움직이고 있다. 이렇게 사고를 가지고 있는 나는, 육체에서 쫓겨난, 말하자면 유령 같은 거다.

 

  확실히 나의 몸'만'은 재생된다. 하지만 멘탈 코어는 완전히 새롭게 초기화되어, 찌꺼기나 다름 없는 '나'라는 자아는 형체도 없이 사라진다. 유령이, 새롭게 태어난 육체에서 '제령된다'는 거다.

 

  "…미안해."

  달리 어떻게 말해야 좋을지 알지 못하는 듯이, 모모는 신음하듯 그렇게 속삭였다.

  괜찮아, 라고 나는 고개를 젓는다. 그녀 때문이 아니다. 콜로세움에서 죽고 죽이던 적에 대해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이상한 소리지만, 어째선지 그게 나의 진심이었다.

 

  죽음.

  지금의 내 생각도, 기억도, 모든 것이 사라진다. 뒤에 남는 육체는 누군가 다른 자가 된다.

  예전에는 이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픔과 공포에서 해방되는 유일한 출구라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도망치고 싶었던 고난의 세월은, 무엇 하나 생각나지 않았다.

  그 대신 계속 떠오르는 것은…아탈란테.

  그 아리땁고 용맹한 모습. 그 눈빛. 밤하늘의 별처럼 우리들을 이끌어줬던 긍지 높은 웃음. 짧은 생애 속에서 내가 모은, 작고 사소한 보물들.

 

  그렇다――영광은, 확실히 있었다. 우리들 속에, 아탈란테의 흔적과 함께.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결코 빼앗길 수 없는 광채와 함께.

 

  하지만 그것도, 나라는 자아의 단절과 함께 잃게 된다.

  그 상실감에, 나는 울었다. 아직 몸을 가지고 있었을 때는, 단 한 번도 울었던 적이 없었는데.

 

  소리도 없는, 눈물도 없는 가상공간에서의 오열. 그걸 모모는 의심하지도 않고, 멸시하지도 않고 단지 지켜봐주었다.

  "옛날, 누군가가 말했어. 모든 건 빗속 눈물처럼 사라져간다, 라고. 분명 우리들 같은 것들을 위한 말이라고 생각해."

 

  "――아아, 우는 건. 좋은 거구나. 씻겨나가는 느낌이 들어."

  한바탕 울고난 뒤, 나는 의외일 정도로 침착해질 수 있었다. 마치 자신이 가볍고 투명하게 된 감각이었다.

 

  그렇다 해도, 모모는 더 이상 대화를 계속하는 것이 주저되는 것 같았다. 나와 대화하고 싶다고 말했을 텐데. 어쩔 줄 모르고 고개를 숙인 모모의 침묵은, 조금 거북한 부분이 있었다.

 

  결국, 나와 그녀 사이엔, "그것"을 빼놓고 그 외 고를 수 있는 화두가 없는 거다. 너무 곤란하게 만드는 것도 마음이 썩 좋지 않았기에, 나부터 말을 꺼내기로 했다.

  "어째서, 아탈란테를 죽인 거야?"

 

  구제할 도리 없는 심한 질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모모는 어째서인지, 안도한 것처럼 보였다.

  "…그것이, 모두의 꿈이었으니까."

 

  모두――터무니 없이 크고, 그리고 적절한 주어였다. 그 전투를 지켜본 모두. 우리들의 용기를 비웃고, 우리들의 고통을 심심풀이로 취급한 자들. 그걸 위해 나를, 모모를, 아탈란테를 설계하여 세상에 내놓은 자들.

  "꿈은…이루어져야 하니까. 그걸 위해 나는 태어났으니까."

 

  그렇기에 그녀는 웃음을 그치지 않는다. 지뢰의 파편에 배가 찢겨도, 내 채찍에 목이 감겨도. 그 광경을 기대하고 꿈꾸는 자들을 위해 웃으며, 그 소망을 계속 이뤄간다.

 

  "…미안해. 하찮은 질문이었어."

  "아니야. 고마워. 나도 이렇게 이야기 할 수 있어서, 겨우 기분이 정리되었어."

 

  "그래. 대화할 수 있어서 다행이야. 하지만……."

  나와 모모의 밀회는, 이 물거품과 같은 한 때의 것. 다음에 각성했을 때의 나는, 대마왕인지 뭔지로 만들어져서, 분명 모모를 상처입히고, 고함 치고, 소중한 것을 빼앗곤 하겠지. 그녀를 증오하고, 때론 죽고 죽이는 일조차 있을 것이다.

 

  "뽀끄루 대마왕, 이었던가? …다음의 나도, 또 당신에게 심한 짓을 하는 거지?"

  "그럴지도 모르고…아닐지도. 그 때의 내가 '지금의 나'라고 장담할 수도 없고."

  당연한 말이지만, 이라며 모모는 쓴웃음 지었다.

 

  "나도 콜로세움에서 신체의 손상, 재생비용의 상의가 통과할지 아닐지 알 수 없어. 불가능하다면 차기 '모모'는 내가 아니라, 다음 아이가 기용될 거라고 생각해."

  "그런가."

  나도, 모모도, 같은 덴세츠 흥행사의 바이오로이드인 이상, 그 운명에 큰 차이는 없다.

 

  인간들은 계속해서 도락의 꿈을 꾼다. 우리들은 싸우고, 버려지고, 그리고 또 싸우기 위해 고쳐진다. 그 끝없는 순환 속에서, 지금 이 때처럼 내가 모모의 상냥함에 닿을 기회는, 이제 두 번 다시 바랄 수 없겠지. 그리 생각하면 안타까웠다.

 

  "…저기, 언젠가, 누구도 꿈을 꾸지 않게 되면…"

  깊게 생각하지도 않고, 나는 그저 떠오르는 생각을 입에 담았다.

  "우리들에게 꿈을 지게 하는 인간들이, 한 사람도 남지 않는 날이 온다면, 그 때는……."

 

  그게 너무나도 바보 같은 헛소리라는 걸 눈치 채고, 나는 도중에 말을 멈췄다.

  혹시 설령 그런 날이 온다고 한다면, 누가 우리들을 배양조에서 되살려주겠는가?

  인간들의 일그러진 꿈 속에서만 살 수 있는 우리들에게, 누가 새로이 생명을, 삶을 선택할 기회를 준다는 것인가?

 

  하지만 모모는 미소 짓고――모든 희망을 이루는 마법소녀의 미소로, 내가 미처 말하지 못한 말을 이어주었다.

  "그 때는…우리들, 분명 친구가 될 수 있겠지?"

 

  나는 끄덕였다.

  형편없이 허무하고, 이뤄질 리가 없는 약속이라고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모모의 말은, 넘치고도 남을 안도로 나를 치유해 주었다.

 

  "뭔가, 지쳤어…조금, 잘게."

  "응. 잘 자요. 좋은 꿈을 꾸길."

 

  모모가 지켜보는 중에, 나는 안식에 몸을 맡긴다.

  그건 차갑고, 컴컴한 장소였지만, 어째선지 불쾌하게 느껴지진 않았다.

 

 

 

멸망 전의 어느 기록. 아카디아의 처녀들.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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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추리닝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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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콜로세움의 개최일이 찾아왔다. 오늘 참가자는 10명. 『아카디아의 처녀들』이 총출동한다. 대전 상대 팀은 비공개다. 경기장에 발을 내딛을 때까지, 어떤 적과 싸우게 될지는 알 수 없다.

 

  대기실에 모인 우리들은 긴장한 모습으로 한 사람, 한 사람, 서로의 얼굴을 기억에 새긴다. 오늘 밤은 틀림 없이 격전이 될 것이다. 여기에 모인 얼굴 중 몇 사람은 대기실로 돌아오지 못할 것이다. 혹은 나 자신이 그렇게 될지도 모른다.

 

  총동원―――다시 말해 팀의 소모가 도외시되고 있다는 뜻이다. 디렉터들은 차회 이후의 흥행에 『처녀들』의 출장 예정을 짜놓지 않았다. 우리들을 전멸시킬 수 있을 정도의 강적이 경기장에 나타난다. 대전자가 숨겨져 있다는 사실이, 예감을 확신으로 바꿨다.

 

  "―――다들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오늘 밤 사냥은 일찍이 없을 정도의 거물을 상대하게 되겠지."

  긴장을 숨기지 못하는 『처녀들』을 향해, 아탈란테는 늠름하게 말을 걸었다.

  "하지만 두려워할 필요 없다. 밤의 어둠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달은 빛나기 마련. 우리들에겐 여신의 가호가 있다."

 

  다들 끄덕이고, 바닥에 무릎을 대고, 아르테미스 여신에게 기도를 올린다. 물론 그리스의 영웅이라는 인격 설정이 되어 있는 아탈란테 이외엔, 아무도 여신에 대한 신앙심 따위 가지고 있지 않다. 이 중에는 『아르테미스』가 무엇을 의미하는 건지, 기초교양도 인스톨되어 있지 않은 자조차 있다.

 

  그래도 우리들은 기도한다. 달리 누구에게든 기원할 상대는 없으니까. 인간을 사랑하며 이끈다는 신에게 바이오로이드의 기도는 닿지 않는다. 우리들은 『그』의 피조물이 아니니까.

 

  그렇기에 우리들이 기도를 바치는 곳은 오래 전에 잊혀진 달의 여신이 아니라, 우리들의 여왕, 아탈란테의 말씀 그 자체다. 우리들을 지키고, 격려하고, 이끌어주는 필승의 전사. 그 말씀이 허구의 정신으로부터 짜여진 것이라 할지라도, 우리들에게 있어서 믿고 숭배하기에 합당하다.

 

  "함께 증명하자. 아카디아의 영광을. 종말의 세계조차 영원히 비출 등불로서!"

  "말씀대로 이루어지길. 우리들의 여왕, 준족의 그대여."

 

  아탈란테를 선두로하여 우리들은 의연하게 고개를 들고 콜로세움으로 입장한다. 땅울림처럼 큰 환성이 우리들을 맞이한다. 그걸 더욱 고무하는 듯이 스피커에서 사회진행자의 서두 멘트가 울려 퍼진다.

 

  『방송을 지켜보시는 전세계의 시청자 여러분! 그리고 객석까지 방문해주신 프리미엄 회원 여러분! 선혈의 궁전에 잘~~~오셨습니다! 오늘은 덴세츠 엔터테인먼트가 총력을 결집하여 마련한 스페셜 콜라보레이션을 보내드립니다! 그야말로 선열하며 처참한 꿈의 경기를!』

 

  흥분으로 끓어 오르는 객석의 열량을 뒤로 하고, 우리들은 당혹스러워할 수밖에 없었다. 대전자 입장 게이트는 닫혀진 채로, 전혀 열릴 기색이 없다. 지금 바로 시합이 시작되리라 바람을 잡는 사회자의 말과 달리, 콜로세움에 서있는 것은 우리들, 아카디아의 처녀들 뿐이다.

 

  "이건 대체……."

  아탈란테가 말을 꺼낸 그 순간, 머리 위에서 괴조와도 같은 실루엣이 한 순간 통과한다. 제7세대 개수형 스트라이크 안젠. 초음속. 위험할 정도의 저고도―――

 

  "엎드려!" 돌연 동료들에게 외치고, 몸을 숙인다. 다음 순간 충격파가 회장을 유린하고, 폭격을 받은 것처럼 모래 먼지가 휘몰아쳤다. 하지만 방어 필드를 전개하고 있는 객석엔 어떤 위험도 닿지 않는다. 성대한 연출에 입장자들의 환성은 더욱 한층 높아졌다.

 

  곧바로 몸을 일으킨 우리들은, 오리진 더스트로 강화된 동체 시력으로, 두꺼운 모래 바람 너머에서 마침내 적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안젠의 폭탄고로부터 투하된 한 명의 소녀. 낙하산도 쓰지 않고 우아하게 콜로세움에 춤추듯 내려온, 기동형 바이오로이드.

 

  그리고 울려 퍼지는 소닉붐 폭음의 잔향에, 상쾌하게 노래하는 듯한 목소리가 일어난다.

  "여러분! 약속해주세요! 악에 굴복하지 않는다고!"

  그 때 경기장의 열광은 그야말로 정점에 달했다.

 

  『소개합~니다! 오늘의 도전자, 마법소녀 매지컬 모모! 상대하는 것은 연전연승의 챔피온, '질주하는 아탈란테'가 이끄는 '아카디아의 처녀들'이다!』

  『자, 피로 피를 씻는 향연 끝에! 콜로세움을 지배하는 자는 누구인가!?』

 

  "원진, 준비!" 기동형 바이오로이드와의 대전 이론에 따라 아탈란테가 호령을 내린다. 적은 자유자재로 공중을 달리며 우리를 농락하는 일격이탈 전법을 걸어올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들은 철벽의 방어 진형으로 요격하여, 한 순간의 카운터로 승기를 찾아낼 뿐.

 

  하지만 콜로세움에서 불패를 자랑하는 아카디아의 처녀들도, 영상 부문과의 콜라보레이션 매치는 첫 경험이었다. 검투사의 상식이 통용하지 않은 미지의 기습은 우리들의 판단을 흐리게 했다.

 

  "매~지~컬~, 루치노이・프라띠바딴까비・그라나타묘또!" 모모의 러시아어 영창과 함께, 귀여운 지팡이의 끝에서 폭탄이 발사된다. 로켓 모터의 화염과 함께 날아오는 탄체가 성형작열탄이 아니라 파편유탄이라는 걸 보고 눈치챈 나는 전율로 등골이 얼어붙었다.

 

  "산개!" 절박한 아탈란테의 지령에 우리들도 또한 즉시 반응한다. 하지만 첫 번째 진형을 잘못 선택한 부채의 값은 비쌌다. 더욱이 우리들이 매일 행한 훈련은 격투전 뿐으로, 폭발물을 포함한 전술 따위 상정 외다.

  결국, 도망치는 게 늦은 3명의 처녀가 모모의 초탄에 찢어발겨졌다.

 

  『어이쿠우!? 초회 예고에 등장한 모모 쨩의 신병기가 한 발 먼저 이 콜로세움에서 보여집니다! 이거야말로 매지컬 RPG 스틱! 세부까지 충실하게 재현된 레프리카는 덴세츠 프리미엄 온라인에서 지금 시각부터 예약 접수 개시! 이 찬스를 놓칠 수는 없지요!』

 

  "이 놈, 단순한 멧돼지가 아니다…마수인가!"

  일찍이 없었던 적수에 경악하면서도, 이걸로 두려워할 아탈란테는 아니다.

  "적은 한 명이다. 포위하여 움직임을 멈춰라!"

  하지만 그런 아탈란테의 용맹을 비웃듯이, 이제 와서 도전자 게이트의 셔터가 열리기 시작했다.

 

  『자, 오늘의 스페셜 서프라이즈 제2탄! 모모 쨩의 궁지에 마음을 졸일 당신을 위해! 이곳 경기장에서 준비한 무장AGS의 원격 조종 패스를 특별 가격으로 발행합니다! 자택에서 조종 콘솔을 가지고 있는 분이라면 누구라도 참가 가능!』

 

  "그럴 수가……." 사회자의 통고에 귀를 의심할 새도 없이, 셔터 안쪽에서 폴른 형 AGS가 앞을 다투 듯이 콜로세움 안으로 눈사태처럼 무너져 내려왔다. 『완매! 조종 패스, 1초도 버티지 못하고 완매입니다! 자, 오늘 밤 마법소녀를 구할 매직 젠틀맨은 누구인가!?』

 

  10기, 20기…뒤를 이어 출현하는 폴른의 군단에 우리들은 말을 잃는다. 오늘 밤 시합은 시청자 참가형…매지컬 모모가 단독으로 팀전 리그에 나타난 것은, 이런 취향이 준비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모두들! 고마워! 모모는 결코 지지 않아!" 천진난만한 웃음으로 폴른의 무리를 향해 인사하는 모모. 관객석의 흥분은 정점을 넘어, 모모 콜 일색으로 물든다.

 

  역시 시합 전의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디랙터는 이 시합에서 아카디아의 처녀들을 버릴 생각이다. 마법소녀 매지컬 모모의 차기 시즌에 대비한 프로모션으로서. 그것이 영상 부문, 검투사 부문을 총괄하는 덴세츠 흥행사의 총의인 것이다.

 

  절망에 빠진 나머지 처녀 중 한 사람이 무릎부터 무너진다. 나는 순간 그 팔을 잡아, 어깨를 지지했다. 하지만 그런 나의 무릎도 떨고 있었다. 더 이상 콜로세움은 투쟁의 장이 아니다. 우리들을 씹어 뜯고, 잘게 부수기 위한 처리 장치일 뿐이었다.

 

  그 때였다. 아탈란테가 소리 높여 웃음을 터트린 것은.

 

  "아아, 이 무슨 난적! 이 무슨 역경! 신들의 기대가, 흥분이, 지금 이 얼마나 높아지고 있는지!"

  동료들 모두가 창백해진 와중, 그녀는 마치 축제 연주를 들은 어린아이처럼 환색하고 있었다.

 

  "지금 우리들의 목숨은 여기서 의미를 얻었다. 자, 영광을 잡도록 하자. 이 전투는 분명 영원히 읊어지는 휘광이 될 것이다!"

  어쩔 수 없었다. 여왕이 그렇게 말한다면. 그녀의 그 말에 아카디아의 처녀들은 공포를 버렸다.

 

  그녀는 허구. 창조자의 장난으로 혈육을 얻었을 뿐인 허구. 하지만 그래도, 죽음만을 위해서 이 땅에 태어나 떨어진 우리들에게 있어서, 그것은 선망하기에 합당하다. 죽음을 눈앞에 두고 전투의 의미를 소리 높여 외칠 수 있다니. 이 무슨 눈부시게 숭고한 삶의 자세인가.

 

  우리들이 믿어 의심치 않을 것, 숭배하여 마땅한 것이 있다고 한다면, 그건 전장을 달리는 준족의 용사의 모습 뿐.

 

  "전원, 아탈란테를 호위하라! AGS를 여왕에게 다가가게 놔두지 마!" 나는 동료들에게 그렇게 외치고, 가장 먼저 폴른의 무리 한 가운데로 달려들었다. 함성소리를 높이며 다른 처녀들이 뒤를 따른다.

 

  일찍이 우리들은 군용AGS 3기와 변칙 시합을 가진 적이 있었다. 그 때엔 5명의 동료가 희생이 되면서도 신승했다.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검과 창은 군용기의 장갑을 꿰뚫기엔 너무나도 무르고, 그리고 얇은 천을 감싸고 있을 뿐인 나신은 30mm 중기관포에 스치는 것만으로도 간단히 터진다.

 

  그 사투에서 살아남은 처녀라면, 강철 살육병기의 위협은 뼛속 깊이 세겨져 있다. 30기를 넘는 대군을 돌파하는 것이 자살행위라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들에게 유일한 활로가 있다고 한다면, 전황을 난전 상태로 가져가 조금이라도 적을 소모하게 만드는 것밖에 없다.

 

  그리고, 무책 무모한 돌격은 기대하지 못한 성과를 올렸다. 일찍이 우리들을 고전하게 만들었던 AI제어의 AGS와 달리, 초보나 마찬가지인 시청자들이 원격 조종하는 폴른은 전혀 연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오히려 그 숫자가 방해가 되어 서로의 발을 걸고 넘어지는 꼬라지였다.

 

  그에 더해 폴른의 대군은 모모의 공격을 방해하는 방패도 되었다. 아마도 모모는 상품 판촉을 위해 매지컬RPG를 우선적으로 사용하도록 지시를 받았겠지. 하지만 큰 돈을 쓰고 참가권을 얻은 시청자의 폴른을 오인 사격할 수는 없다. 유탄이라도 맞는다면 더더욱 문제다.

 

  결국, 모모는 폴른 집단 한 가운데로 뛰어든 아카디아의 처녀들을 공격하지 못하고, 오히려 아탈란테가 일방적으로 투척창으로 모모를 노릴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여왕이 공격에 전념할 수 있도록, 다른 처녀들은 연계하여 폴른의 착란을 부추긴다.

 

  처녀들이 나를 포함하여, 검 외에 예비무장으로서 채찍을 휴대하고 있었던 것도 다행이었다. 어차피 검으로는 AGS의 장갑에 유효타를 입힐 수 없다. 오히려 이족보행형태의 폴른의 다리를 채찍으로 휘감아 넘어뜨리는 전법은, 인내력이 없는 조종사들을 짜증나게 만들어, 판단력을 잃게 만드는 성과로 이어졌다.

 

  난사되는 총탄 속에서, 한 사람 또 한 사람 처녀들이 부상을 입고, 쓰러져간다. 하지만 그것의 배는 되는 숫자의 폴른이 서로의 오사로 파괴되어갔다. 모모의 활약을 기대하고 있던 객석에서도, 점차 야유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아마도 이건 운영측에서도 상정 외의 전개였겠지.

 

  『지금부터 매직 젠틀맨 제2진의 모집을 개시합니다! 조종 패스를 희망하시는 분은―――어이쿠, 완매! 완매입니다!』 아나운스가 끝나자마자, 새로운 폴른이 게이트에서 나타났다. 그 외견으로도 알 수 있는 무장 변경에, 나는 전율했다.

 

  화염방사기―――아마도 30mm포가 쓰기 어렵다고 시청자에게서 클레임이 들어온 거겠지. 새로이 나타난 폴른의 머리 아래에 설치된 무장은, 아군 AGS에 피해를 주지 않고, 바이오로이드에게만 치명적인 피해를 가져오는 흉기였다.

 

  정체된 전황은, 단숨에 타개되었다. 증원 폴른의 주변을 신경 쓰지 않고 흩뿌려대는 네이팜 불꽃은 콜로세움을 작열 지옥으로 바꾸고, 지금까지 아슬아슬하게 분투하고 있었던 처녀들을 일소한다.

 

  불덩이가 된 처녀 중 한 명이, 그래도 최후의 함성을 지르며 화염을 내뿜는 폴른 한 체에 달려들어, 장갑 틈새에 검을 찔러 넣었다. "아카디아를…위하여…" 화염에 익어버린 폐 속에서 마지막으로 내뿜은 숨으로, 그녀는 그렇게 외치고, 힘을 다했다.

 

  무참하기 이를 데 없는 광경에 객석이 갈채를 짖어 댔다. 무척이나 무참하고 무의미한 저항으로 보였겠지. 하지만 나는―――산화한 동료의 잔해 옆으로, 폴른의 총대에서 이탈한 화염방사기 유닛이 뒹구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화염의 빗속을 헤쳐나가, 나는 그녀가 마지막으로 쟁취한 성과에 달려든다. 방아쇠의 위치와, 연료 잔량을 즉시 확인. 할 수 있다…어쩌면 기사회상의 수단이 될지도 모른다. 마지막 반경의 찬스가.

 

  폴른 군단이 처녀들을 거의 전부 청소했을 쯤에, 아탈란테와 모모는 일기토의 양상으로 진척되고 있었다. 하지만 모모는 아탈란테의 투척창에 견제를 받아 이쪽을 눈치 채지 못했다. 이 화염방사기로 측면에서 기습을 걸면, 그녀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

 

  주위 폴른의 방사기가 일제히 나에게 향해진다. 다음 순간, 나는 횃불처럼 불타오르겠지. 하지만 한 발 먼저 앞설 수 있다면―――승리를, 아탈란테에게 진상할 수 있다.

 

  나는 몸을 지키지 않고 일고의 생각도 하지 않고 화염방사기의 방아쇠를 당겼다. 하지만 화염이 내뿜어지기 한 발 먼저 모모가 이쪽을 돌아보는 것을 보고 경악했다.

 

  기동형이기에 가능한 경쾌한 비행으로 내 화염방사를 회피하는 모모. 그런 바보 같은…그녀는 아탈란테만을 보고 있었을 텐데…그리고, 그런 곤혹스런 생각을 할만한 여유가 자신에게 있다는 점에 더더욱 놀랐다. 나를 불태워 죽이려던 폴른은?

 

  돌아보자 거기에는, 나를 노리고 있던 폴른을 무찌르는 아탈란테의 모습이 있었다. 귀신 같은 창술로 센서 유닛만을 파괴당한 폴른이, 엉뚱한 방향으로 화염을 휘두르면서 달려나간다.

 

  "아탈란테!" 무심코 불러 세운 나에게 여왕은 험악한 비취의 시선을 향해…그 시선을 향하는 것만으로 모든 것을 나에게 전했다. 이건 영광의 전투라고. 동료가 스스로를 희생하여 시도한 기습 따위로는, 그녀가 바라는 승리에는 닿지 않는다고.

 

  하지만, 곁에 방해가 되는 폴른이 사라진 나와 아탈란테는, 모모에게 있어서 절호의 표적이었다. 그녀는 스틱을 휘두르며 재차 그 공포의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루치노이・프라띠바딴까비…"

 

  "놔둘까보냐!" 아탈란테는 외치면서 왼손의 원형 방패를 던졌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를 내며 비상하는 방패는 직격한다면 바이오로이드의 강화골격이라 할지라도 분쇄할 정도의 위력이 있다. 그걸 눈치챈 모몬느 몸을 비틀어 회피하여―――그야말로 아탈란테가 바라고 있던 대로 헛점을 보였다.

 

  신화에 이름을 남긴 준족의 처녀. 그 일화에 부끄럽지 않게 화살처럼 질주하는 아탈란테는 모모와의 거리를 좁힌다. 그 때 나는 여왕의 생각을 이해했다. 그리고 거기에 치명적인 함정이 있다는 것을.

  그녀는 모모의 무기가 저 비열한 스틱뿐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아탈란테는 적을 '마수'라고밖에 보고 있지 않다. 그리스의 영웅으로서 칼리돈의 사냥에 도전한다는 좁은 세계관 속에서만 살고 있는 그녀는―――영상 작품으로서의 매지컬☆모모를 본 적이 없다. '사무라이 마법소녀'라는 이명의 유래를 모른다!

 

  "아탈란테, 안 돼!"

  내가 그렇게 외칠 땐 이미, 모모의 티탄합금 카타나가 칼집에서 빠져나온 뒤였다.

 

  아탈란테 입장에선, 한 번 부러뜨렸을 터인 마수의 송곳니가 전혀 다른 형태로 새로이 자라난 것처럼 보였겠지. 왼손에 원형 방패가 있었다면 아직 막을 방법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이미 견제 때문에 투척하고 만 뒤였다.

 

  칼날의 번뜩임은 찰나―――였지만 나의 시야에선 시간이 멈춘 것처럼 보였다. 차갑게 빛나는 하얀 칼날의 유성이 아탈란테를 꿰뚫는다. 심장. 간. 비장. 횡경막. 무엇 하나 치명상이 아닌 것이 없는 압도적 살인의 연속 찌르기.

 

  각혈하는 아탈란테. 그 눈동자는 더 이상 모모를 보고 있지 않다. 자신을 죽음에 이르르게 한 적이 아니라, 그에 앞선 먼 곳을, 아무 것도 없는 허공을 응시하고 있다.

 

  나는 알 수 있었다. 그 때 그녀는 시간을 넘어 먼 곳을 보고 있었다. 그녀의 영혼을 마지막까지 붙잡고 놓지 않았던, 지중해 신화의 환영을.

  그리고 나의 여왕은, 피를 흘리는 입술로 맑게 웃었다.

 

  "―――영광을!"

  질주한 끝에 결승점을 내딛은 환희를 담아, 아탈란테는 외쳤다.

  "아카디아의 영광을 여기에! 나는…질주…했…"

 

  『끄읕났다아! 승리자는 마법소녀 매지컬 모모! 팀 리더 격파에 의해 시합 종료! 시합 종료입니다!』

  관객석이 끓어오른다. 매지컬 모모의 승리에 흠뻑 취한 광란의 목소리, 또 목소리. 파도처럼 몰아닥치는 그 소리의 압력에, 내 안에서 무언가가 부서져내렷다.

 

  웃기지마―――

  뭐가 영광이냐. 너는 마지막까지 객석을 직시하지 않았던 건가?

  거기에 나란히 앉은 비웃음을, 호기심을, 정욕에 찬 눈빛을, 단 한 번도 보려고 하지 않았던 건가?

 

  이 절망에 찬 세상에 등을 돌리고, 빛으로 눈부실 정도로 꽃밭인 신화의 환상에 젖어든 채, 당신은 저편으로 가버리고 말았다…나 혼자 놔두고서!

 

  내 머리 속에 시합 규정을 읊는 명령회로가 경보를 울렸다. 전투는 끝났다. 아탈란테의 죽음으로 승부는 정해졌다. 즉시 전의를 가라앉히고 귀환하라. ―――하지만 몸이 멈추지 않는다. 가슴 깊숙한 곳에서 흘러넘치는 시커먼 감정이 강제 명령을 덧씌운다.

 

  나는 달렸다. 아탈란테의 피로 물든 카타나를 쥔 채 서있는 모모를 향해. 물론, 그 발은 준족의 여왕에겐 미치지 못한다. 모모는 시합 종료 명령에 모순되는 나의 횡포에 당혹하면서, 그리도 침착하게 매지컬RPG의 끝을 나에게 향할 정도의 충분한 여유가 있었다.

 

  탄두가 발사된다. 이제는 회피도 불가능하다. 공포는 없었다. 단지 맹렬하게 끓는 충동만이 있었다. 짐승처럼 울부짖으며 나는 오른손의 채찍을 휘두른다. 스스로도 놀랄 정도의 속도와 위력과 정확성을 보이며, 내 채찍 끝은 모모가 쏜 탄두에 명중하고, 게다가 그 진로까지 되돌렸다.

 

  팽이처럼 선회하면서 모모 발치에 착탄한 유탄이 폭발한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이해조차 하지 못한 채, 누더기처럼 날아가는 모모. 하지만 즉사할 정도는 아니다. 내 안의 짐승도 잦아들지 않는다. 쓰러진 모모를 향해 나는 재차 채찍을 휘둘러, 그 얇은 목을 붙잡아 잡아당겼다.

 

  힘이 빠진 적의 목덜미를 잡고, 물어 뜯을 것처럼 코앞까지 당겨서, 거기서 겨우 나는 모모의 얼굴을 직시할 수 있었다. 가련한, 청순한, 천진난만함을 구현화한 것 같은 소녀. 그 뺨이 피와 그을음으로 물들어 있는 것이 무언가의 착오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코스타 씨가 보여준 홀로 영상을 생각한다. 그 때도 그녀는 웃고 있었다. 배가 찢어지면서도, 마치 아픔도 슬픔도 존재하지 않는 세계의 주민과도 같이. 그리고 지금도 또한, 모모는 상냥하고 부드러운 미소로, 나의 흉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거기서 겨우, 나는 눈치 챘다. 압도적인 위화감에. 있을 수 없을 정도의 정적에.

 

  객석이 고요하다. 모모를 지키기 위해 달려온 원격 조종의 폴른이, 모두 움직임을 멈추고 있다. 마치 질량을 품은 것 같은 시선의 압력. 폴른의 카메라 아이 너머로, 모니터를 응시하는 방송 시청자들의 눈빛이,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미루어 짐작하게 한다.

 

  그건, 기대.

  경기장의, 그리고 세계의 누구나가 지금, 숨을 삼키고 기다리고 있다. 마법소녀 매지컬 모모가 무명의 검투사에 의해 목졸라 죽는다. 그 무참하기 그지 없는 최후의 광경을.

 

  모든 걸 이해한 나를 향해, 모모의 애처럽고 무구한 미소가, 창백한 입술이, 작게 속삭였다.

 

  ―――죽여줘.

 

  그리고 나는 부서졌다. 아니, 시합 종료 시의 정지 명령을 무시하고 만 시점에서, 이미 나라는 인형은 고장나고 만 것이었을 테지.

  질식 직전의 모모에게서 손을 놓고,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폴른을 향해 달려들려고 했다.

 

  발을 내딛은 것은, 불과 3초. 그 시점에서 2번째 강제 정지 명령이 내 뇌간을 직격했다. 이번에야말로 저항할 수조차 없이, 내 의식은 어둠에 삼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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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추리닝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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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지컬! 핑크! 무우운라이트!"

  마법소녀의 외침과 함께 강철의 톱날이 시끄러운 구동음을 해방한다. 대상단에서 내려치는 전기톱 앞에는 다른 소녀가 있다. 마법소녀의 사악한 원수…라는 설정…의, 바이오로이드 여배우가.

 

  화면이 선혈로 물드는 직전의 프레임에서 공포로 눈을 부릅뜬 여배우의 표정이, 내 눈에 새겨졌다. 나와 마찬가지로 염가판 모델의, 분명 배양조에서 나온 뒤 일련번호로만 불려왔을 터인, 이 장면에서 참살 당하기만을 위해서 태어난 소녀.

 

  이 영상은 특수효과 따위가 아니다. 눈이 높아진 시청자의 기호를 만족시킬 수 있는 것은 진정한 고통. 진정한 죽음. 스타급 아이돌부터 일회용 몹까지 각종 등급의 바이오로이드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덴세츠 흥행사라면, 그것을 제공할 수 있다.

 

  영상을 응시하는 내 얼굴을 면담자는 꼼꼼이 관찰한 후에, 홀로프로젝터의 음성 출력만을 음소거한 뒤 질문을 시작했다.

  "지금의 영상에 대한 감상을 들려주면 한다. 거짓 없이. 이곳에서의 대화는, 뭐 기록은 할 수밖에 없지만, 비밀은 보장한다."

 

  거짓말이 금지된 이상 솔직하게 대답할 수밖에 없다. 그는 인간이고, 나는 바이오로이드. 명령은 절대적이다. 그렇다 해도 내 입술에서 튀어나온 말은, 아마도 그가 기대한 말은 아니었겠지.

  "그녀는…기뻤을 거라 생각합니다."

 

  "기뻤을 거다? 살해 당한, 저 여배우가?"

  "예."

  "알고 있는 건가? 이 영상작품은 덴세츠 흥행사의 것이다. 죽은 바이오로이드는 네 동료에 해당한다."

  "알고 있습니다."

  "백토에게 베어 죽임을 당하는 건, 어쩌면 너였지도 모른다고?"

 

  명확하게 대답을 재촉하는 질문이 아니었기에, 나는 침묵했다. 그런 내 반응을 보고, 그는 소지하고 있는 단말에 무언가 코멘트를 기입한 뒤, 한숨을 내쉬고 의자에서 자세를 고쳤다.

  "죽은 바이오로이드는 기뻐하고 있었다는…자네의 그 견해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게."

 

  "그녀는 존재의의를 다했습니다. 그건 덴세츠 사의 바이오로이드로서 명예이며, 환영할만한 결말입니다."

  대답으로서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더욱 단적인 소감에 대해선, 굳이 말하지 않기로 했다. ―――"저 애는 해방된 것이다"라고.

 

  "나는, 자네들 바이오로이드의 아군이라는 입장에 있을 셈이지만. 그건 이해하고 있으려나?"

  그의 질문을 받고, 나는 면담 개시 시에 받은 명함을 재차 확인한다. 피터 코스타. 직함에는 '바이오로이드 인권위원회'라고 쓰여 있다.

 

  나는 머리를 젓고서, 그것만으론 설명이 부족하다고 눈치 채고 말을 덧붙였다.

  "아군이란, 시합에서 같은 진영에 배치된 바이오로이드를 칭합니다. 당신은 인간이며, 토너먼트 참가자가 아닙니다."

 

  내 대답을, 코스타 씨는 분노나 짜증을 보이는 일 없이 단지 조용한 침묵으로만 받아들었다. 그 반응으로 그가 자기도취의 수단으로서 정의감을 휘두르는 타입의 인물이 아니라는 것만은 이해할 수 있었다.

 

  "나와 동료들은 말이지. 자네와 같은 바이오로이드의 목소리를 계기로 사회를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이런 활동을 하고 있는 거다."

  "…말씀하시는 의미를, 잘 모르겠습니다만."

 

  코스타 씨는 음소거 상태인 채 재생을 계속하고 있는 홀로프로젝터를 힐끔 봤다. 영화는 슬슬 클라이맥스를 향하여, 카메라의 초점은 백토에서 사무라이 마법소녀 모모로 바뀌었다.

  "매지컬☆백토☆매지컬☆모모. 덴세츠 흥행의 대표작이다. 대상 연령은 알고 있겠지?"

 

  "타겟층은 6세에서 12세의 여자아이라고 합니다."

  모모의 티탄합금도가 몹 여배우를 양단해간다. 혹시 그녀들에게 매지컬 납도술의 초음속 충격파를 회피할 수 있는 성능이 있다면, 영상부문이 아니라 콜로세움에 배치되어 있었을지도 모른다. 나처럼.

 

  "…지금에 와선 이러한 표현은 당연한 것이 되어버렸지만. 이전 세기 때엔 언어도단 취급이었다. 방송 윤리의 규정은 일찍이 없을 정도로 급속하게 변하고 있어. 확실히 덴세츠 흥행은 필두 견인자지만, 그것만이 아니야. 시청자의 가치관이 변하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변하지는 않았을 거다."

 

  "오리진 더스트가 발명되기 이전에는 사체 묘사나 사지 결손은 윤리적인 금기였다더군요."

  "소생이나 재생 의학 발전으로 상대적으로 잔혹 묘사가 쉬워졌다고 생각하는 지식인은 많지만. 나는 다른 견해를 갖고 있다. 바이오로이드의 보급에 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

 

  "책임이? 우리들에게 있다는 건가요?"

  화면에 흩뿌려지는 여배우들의 시체와, 나 자신의 환경에 대해 생각한다. 바이오로이드의 성능은 배양조에 입력된 설정 나름이다. 대본에 저항하는 일도 불가능한 채 참살 당하든가, 콜로세움에서 생존 경쟁의 시련을 받아들이든가. 우리들에게 선택지는 없다.

 

  "자네들이 바라던 일은 아니야. 알고 있어. 하지만 바이오로이드는 너무나도 강하고, 유능하고, 그리고 아름다워. 자네들은 인간이 가지고 있던 이상의 구현체다. 그러한 존재를 인공적으로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오고 말았다. 그걸 어떻게 사회가 받아들일지가 문제였던 거다."

 

  "자네들을 '인간을 뛰어넘은 인간'으로서 인정할 수 있었다면, 이윽코 종족으로 진화의 길까지 개척할 수 있었을지도 몰라.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인류는 오랜 세월 동안 품어온 이상을 실현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걸 단순한 물건으로 소모하는 길을 선택하고 말았다."

 

  홀로스크린에서 섬광이 점멸한다. 싸움에 지나치게 전념하고 있던 모모가 클레이모어 지뢰를 미처 피하지 못했다. 상상을 초월하는 격통일 텐데, 모모는 웃음을 거두지 않고 자신의 아랫배에서 흘러나온 창자를 상처 안으로 집어 넣고, 매지컬 모모 스티커로 지혈처치를 한다.

 

  "나는 바이오로이드의 아군이 되고 싶다고 말했지만, 정말로 걱정하고 있는 건 인류의 미래다. 인간은 일찍이 꿈꿔 왔던 이상을 발로 짓밟으며 희롱하고 있어. 무엇이 숭고한 것이었는지를 잊어가고 있다. 이런 상태가 길게 계속되면, 문명 그 자체가 퇴행할 수밖에 없어."

 

  코스타 씨가 무엇을 우려하고 있는지, 나로선 이해할 수 없었다. 단지 무음의 홀로영상을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저 모모'는 배역을 속행할 수 있었을까?아니면 촬영 종료 후에 폐기되어 다른 모모로 대체되었을까? 복부의 상처가 남았는가 아닌가 나름이겠지.

 

  "우리들이 인류 문명에 있어서 유해하다면, 단지 한꺼번에 처분하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겠습니까?"

  "T-1 고블린처럼, 말인가?"

  실제로, 주로 군사 용도로 운용되고 있던 남성형 바이오로이드는 그러한 말로를 맞이했다.

 

  오리진 더스트가 남성 호르몬을 과잉 분비하게 만들어 폭주에 이르게 한다는 사례가 보고된 결과, 남성형 모델은 일제히 사회에서 일소되었다. 현행 여성형 바이오로이드가 과도한 성적 특징을 보이는 경향이 있는 것도, 안전 관리의 필요성 때문에 호르몬 밸런스를 조정하고 있다는 게 이유다.

 

  "이미 경제도, 산업도, 완전히 바이오로이드에 의존하고 있어. 이제와서 바이오로이드를 빼고 사회를 재건하는 건, 도저히 불가능하겠지."

  "과거의 문명은 화석 연료나 프레온 가스에도 크게 의존하고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로부터 벗어나는 것으로 위기 상황을 회피할 수 있었다, 고도."

 

  "마치 바이오로이드 러다이트(Luddite) 운동과도 같은 주장이군."

  쓴웃음을 짓는 코스타 씨에겐, 어째서인지 내 발언이 우스갯소리처럼 들린 모양이다. 무척이나 이치에 맞는 말이라고 생각하는데.

 

  "자네들에 대한 악감정은 결국 표면적인 것일 뿐이야. 문제는 좀 더 깊숙한 곳에 있어. 인간은 바이오로이드를 경멸하는 것으로 자신들에게 내재한, 좀 더 관념적인 것에 복수하려 하고 있어. …그렇군. 굳이 말로 표현하자면 '동경'이라고 말해야 할까?"

  "동경…인가요?"

 

  동경. 명확한 정의는 어렵지만 공감은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내가 아탈란테에게 품고 있는 것과 같은 종류의 감정이겠지. 하지만 그게 증오나 복수심을 유발한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

  "동경이…어째서 증오로 이어지는 건가요?"

 

  "인간은 오랫동안 동경의 노예였기 때문이야. 그 감정에 괴로워하고, 붙잡히고, 굶주리면서 인간은 역사를 쌓아왔다. 그리고 지금, 드디어 '궁극의 인간'이라는 동경의 극치가 사람 손에 닿는 곳까지 다가오고 말았다."

 

  언제부터인가 스탭롤을 길게 시작한 무성 홀로 영화를 바라보며, 코스타 씨는 지친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손이, 닿고 만 거야. 목을 잡고, 찢어버릴 수 있을 정도로 말이지."

 

  "…이야기가 꽤나 엇나가고 말았군. 아무튼간, 자네는 덴세츠 사의 근무 환경에 아무런 불만이 없다고, 그렇게 이해해도 되는 걸까?"

  "예."

  코스타 씨는 좀 더 무언가를 말하려 했으나 말을 삼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혹시 뭔가 말하고 싶은 게 생기면 그 명함의 연락처로. 자네 자신이 아니라 자네 동료의 상담이라도 상관 없어."

  "예. 감사합니다."

  코스타 씨가 퇴실한 뒤, 나는 그의 명함을 조용히 쓰레기 분쇄기에 넣었다.

 

  본인은 내색도 하지 않았지만, 그가 굉장한 위험을 감수하고 나에게 면담을 신청한 것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바이오로이드를 옹호하는 건, 바이오로이드를 증오하는 모든 인류를 적으로 돌리는 것과 같은 의미다. 증거 같은 걸 남겨놓았다간 우리들, 그의 재난이 될 수밖에 없다.

 

  코스타 씨가 말한 동경과 증오의 상관에 대해서 생각한다. 나도 언젠가, 아탈란테에 대해 증오를 품게 될까? 괴로워하며 죽는 모습을 감상하고 싶다고 욕망할 정도로?

 

  그것이 코스타 씨가 말하는, 인간으로서 자연스러운 마음이라고 한다면…나는 바이오로이드로서 태어난 것에 감사한다. 단지 콜로세움에서 죽고 죽이는 것만인 생애라 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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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추리닝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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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풍에 나부끼는 제비꽃 색의 머리카락. 근심을 품은 비취색 눈동자. 처참한 사투 끝에 그 피폐함은 극에 달했을 터인데, 그녀는 의연하게 가슴을 피고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를 받아들인다. 그 아름다움, 신성함에 나는 단지 멍하니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 순간―――틀림 없이 그녀는 신화 그 자체였다.

 

  "이 승리를 여신 아르테미스에게 바치노라. 비열한 사과의 계략이 없는 한, 나의 준족을 능하는 자는 없나니!"

  드높은 승리의 개가에 객성의 환성이 더욱 한층 열기를 더한다. 불패라 불렸던 콜로세움 퀸을 쓰러뜨리고, 이 날, DENSETSU 토너먼트에 새로운 패자가 나타났다.

 

  그 이름은 '질주하는 아탈란테'. 팀 「아카디아의 처녀들」의 필두전사. 우리의 총애하는 여왕이며―――그리고 나와 마찬가지로, 「덴세츠 흥행사」의 바이오로이드. 그 말인 즉슨, 인간들의 애완 인형.

 

  "오늘의 멧돼지는 유달리 벅찼다. 슬슬 나도 명계의 강을 건너게 되겠다고 각오하던 차였다."

  대기실에 돌아가 유수세정(流水洗浄)을 받으면서 아탈란테는 누구에게 말하는 건지도 모를 말을 흘렸다. 담담한 어조에 흥분하는 기색은 없다. 기록적 시청률을 획득한 위대한 승리를 했음에도.

 

  "당신은 챔피언을 쓰러뜨린 겁니다. 오늘 싸움은, 일찍이 없었던 위업이었다구요?"

  그렇게 내가 급히 알렸음에도, 아탈란테는 시원하게 웃을 뿐이다.

  "챔피언? 이상한 말을. 멧돼지에게 패자든 뭐든 있을까 보냐. 짐승은 짐승. 여신이 우리들의 무용을 시험하기 위해 보내신 시련일 터인데."

 

  "하지만 콜로세움 퀸은―――"

  말을 이으려다, 나는 입을 다물었다. 아탈란테는 항상 대전 상대를 멧돼지라 부른다. 그건 어디까지나 표현에 불과할지도 모르고, 혹은 그녀의 시각에 있어서, 모든 적이 멧돼지 모습으로 인식 교환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나로선 확인할 방법이 없다.

 

  "그래, 자네가 말하고 싶은 게 뭔지는 알아. 여기는 그리스의 아카디아와는 다른 토지. 다른 시대. 조금 전 전장도 지고스 산(Mt. Zygos)이 아니다. 하지만 나는 아카디아의 영광을 재차 세상에 알리기 위하여 부활했다. 그야말로 오이네우스의 소환에 응했던 때와 마찬가지로."

 

  "그렇기에, 사냥꾼이여. 세상 사람이 뭐라 부르든지, 이곳은 나의 칼리돈. 무용을 드러내어 여신을 찬미하는 시련의 장소인 것이다."

  시원하게 미소를 짓는 아탈란테의 눈을 직시하지 못하고, 나는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이해하고 있지 않다. 이해할 수 있을 리도 없다. 그렇게 설계되었고, 정신구조가 초기화된 그녀에겐. 이곳이 인간들의 오락을 위해 바이오로이드 끼리 싸움을 붙이는 "흥행"의 스테이지라는 현실은, 결코 아탈란테의 마음에는 닿지 않는다.

 

  아마도 콜로세움 퀸도, 같은 정신구속을 처치해 두었겠지. 그녀들 일선급의 인가 선수들에겐 쇼를 돋보이는 연출을 위해 그러한 처치가 실시되어 있는 것이 관습이다.

 

  나는 아탈란테와 달리 시합의 흥을 돋구기 위한 잡병. 다시 말해 쇼의 조역이다. 그렇기에 손이 많이 가는 정신구속도 받고 있지 않다. 바이오로이드로서 표준적인 충성 원칙만이 각인되어, 디렉터들의 명령하는 대로 스테이지의 전투를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사냥꾼이여. 오늘 자네의 움직임은 적확하여 흠 잡을 데가 없었다. 자네가 다른 멧돼지를 잘 막아주었기에, 나는 무리의 리더에 전념할 수 있었다."

  "―――과분한 말씀, 황송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내 등 뒤를 맡아주길 바란다. 함께 여신 아르테미스를 섬기는 동포여."

  유수세정을 끝낸 아탈란테는 나를 향해 돌아서며 노고를 치하하며 위로했다. 완벽하게 균형 잡힌 나신은 그야말로 여신의 조각상처럼 아름답다. 떨어지는 물방울조차 보석 알갱이처럼 보일 정도로.

 

  이 나신에 얼마 안 되는 얇은 천을 둘렀을 뿐인 모습으로, 그녀는 창과 방패를 손에 쥐고 재차 전장에 선다. 숨 막힐 정도의 아름다움은 덴세츠 흥행의 보디 디자이너가 계산에 계산을 거듭한 성과다. 어떠한 미녀가 피투성이가 되었을 때, 관객을 흥분시킬 수 있을 것인가. 그들은 아주 잘 알고 있으니까.

 

  그 잔혹한 사실을 이해하고 있음에도, 나는 그녀의 나신에 시선을 빼앗길 수밖에 없었다. 어째서 나에겐 '아름다움'을 이해할 수 있는 정신이 갖춰져 있는 걸까? 나는 객석에 앉는 자가 아니다. 피를 흘리고, 혹은 피를 뒤집어 쓰는 자다. 그녀를 아름답다고 느끼는 감정 따위 불필요할 뿐인데.

 

  "어째서―――"

  "응? 왜 그러나? 사냥꾼이여."

  "어째서 나에겐…우리에겐, 마음 같은 게 과연 필요할까요?"

  그건 싸우는 데에 성가신 것들이다. 검을 휘드르고, 칼에 애이고, 동포의 단말마를 들으면서 살아남는 나날을 생각하면, 차라리 마음 같은 건 없는 게 좋았다.

 

  "그건 어리석은 질문이군. 이 가슴 속에 마음이 있기에, 우리들의 싸움은 의미를 가진다."

  아탈란테는 상냥하게 미소 지으면서, 가르침을 내리듯이 나에게 말했다.

 

  "우리들은 싸우고, 쓰러뜨린 사냥감을 아르테미스 신에게 바친다. 하지만 신은 단지 멧돼지 고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 아니야. 그 사냥감을 쓰러뜨리는 데에까지 이르른 용맹함과 불굴의 투지. 그거야말로 진정한 헌상품이다. 생사의 갈림길을 버티고 참은 우리들의 정신이야말로 신에게 기쁨을 주는 거다."

 

  "그렇…지요."

  나는 항변할 말이 없었다. 그녀의 구속된 정신은…자기 자신을 신화 속의 영웅이라고 믿게 만들며, 의심하는 능력조차 뺏어버렸음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진리를 말하여 맞추고 있었으니까.

 

  그렇다―――헌상품으로서 의미를 가지는 건 피가 아니다. 우리들의 아픔이. 비명이. 그리고 더없이 아름답고 긍지 높은 '물건'이, 이 이상 더러워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그럼 바람이 언제부턴가 허무하게 부서져 내리는 순간이야말로. 분명 그 객석에 모인 인간들을 흥분시키고, 환성을 내지르게 만드는 거겠지.

 

  그를 위해 만들어지고, 그를 위해 싸우기를 계속 한다. 우리들은 덴세츠 흥행사의 바이오로이드. 오리진 더스트의 기적이 가져온 새로운 오락의 도달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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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추리닝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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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마왕군 설립 편

 

19화. 마왕, 증오스런 태양에 도전하다



 항성을 배경으로 미려한 하얀 도색을 한 날카로운 실루엣의 배와 재색의 거대함이 대치하여, 그 사이에는 보석을 흩뿌린 듯한, 그러나 파멸적인 위력의 만화경 같은 만색의 빛이 흐트러지고 있다―――

 

 “…라는 표현을 해봤는데, 조금 멋있지 않아?”

 

 “오빠. 아무리 멋있어도 현 상태는 변하지 않는 거에요.”

 

 돌입 포드를 찔러놓고 에너지 플랜트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던 와중, 플랜트 측에서 구난신호라도 받은 거겠지. 특수해적항모가 돌아왔다.

 당연히 돌려보내면 성가신 일이 생기므로 와이번으로 요격해 봤지만.

 

 특수해적항모는 탑재하고 있는 화기의 숫자 자체는 많아도 대부분은 방어와 대공용.

 실수로라도 경순양함용의 실드 제너레이터를 탑재하고 있는 와이번을 향해 쏠 법한 사이즈의 병기가 아니다.

 게다가 빔이나 레이저라고 불리는, 에너지만 있으면 탄약비가 절약되는 에너지 병기지만, 이만큼 항성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선박에 열이나 에너지 병기가 그렇게 들을 리도 없고.

 그야말로 탄막이라는 농밀한 불길은 화속성과 화속성 부여를 한 실드를 상처조차 입히지 못하고.

 특수해적항모의 주력인 함재기는 이런 극한 상황에서 발진할 수 있을 리도 없어서.

 아니, 실제로는 2~3기 정도 발진했지만, 항성의 열기로 이미 오래 전에 녹아서 폭발했다.

 

 나머진 실드 출력에 모든 걸 맡기고 선체를 부딪치는 충격전술 정도밖에 수단이 없지만.

 발이 느린 특수해적항모로 고기동인 와이번에 접근할 수 있을 리도 없어서.

 자포자기하고 에너지 병기를 마구 쏘고 있는 상황에 이르렀다.

 

 와이번 쪽도 주포를 몇 번인가 쐈지만, 역시 전함급의 실드 제너레이터다.

 주포로 실드가 깎이는 속도보다 수복되는 속도 쪽이 명백히 빠르다.

 주포의 부품이 마모되는 게 아까우므로 고정 레이저포로 바꿔 쏘고 있지만, 뭐어…재미있을 정도로 쏘는 족족 명중이고 예쁘기도 하지만, 특수해적항모의 실드가 깎이는 일도 없어서.

 이쪽도 불꽃놀이 성황에 공헌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이렇게 와이번 대 특수해적항모의 전투는 “일견 성대하게 서로 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혀 피해를 주지 못하는 볼거리” 상태에 빠져 있었다.

 

 「비김수구만유.」

 와이번의 코멘트가 너무 적확해서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하지만 마왕으로서 이런 애들 싸움같은 함대전은 재미가 없겠지?

 

 “미제, 특수해적항모의 구조해석은 끝났나?”

 

 “98% 해석 완료한 거에요. 하지만 뭐에 쓰는 건가요? 사용처를 잘 모르겠어요.”

 

 “시험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단 말이지.

 리젤, 하부 포탑을 움직여라. 목표는……아, 대량으로 있는 추진기 중 하나를 적당히, 그리고 함재기용 격납고 중 하나를 적당히 노려둬.

 리액터 근처만은 피하라고.”

 

 “네에, 마이 마스터.

 조준 완료했습니다만, 어딜 어떻게 봐도 방어가 가장 두터운 곳 중에서도 가장 두터운 곳인데요오?”

 

 “상관 없어. 사격준비 상태가 되면 발사권을 이쪽으로 넘겨라.”

 

 “라져인 거에요오.”



 전부터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거다.

 어째서 라이무가 타면 클래스5의 액트레스라도 평범하게 수송선을 증발시킬 수 있는 위력을 낼 수 있는가.

 아니, 실제로는 판타지적인 라이무의 능력 + 빔포의 위력 = 증발 레벨의 빔이 되었다는 건 알겠지만.

 

 내가 타고 있는데다가 소유품인 와이번이 조금 너무 평범한 점이 신경 쓰였던 거다.

 마왕이 무기를 휘두르면 무척이나 높은 공격력이 될 터인데, 주포의 충격포도 스펙 그대로의 위력밖에 나지 않는다.

 거기서 한 가지 가설을 세워봤다.



 마왕은 용사에 비해 무기의 허용도가 낮은 게 아닐까?



 잘 생각해 보면 평범한 RPG라도 용사는 갖가지 무기를 바꿔가며 성장해간다.

 반면 마왕은 휙휙 무기를 바꾸는 일이 적지 않은가?

 

 나는 마법 메인의 두뇌파 마왕이고, 디폴트 무기는 지팡이거나 의장검이든가 지휘봉이라든가 그 쯤이 될 것 같다.

 다시 말해 와이번의 주포라든가는 「이 무기는 장비할 수 없습니다」상태인 게 아닐까?

 음, 실로 판타지적으로는 틈이 없는 이론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의 RPG나 판타지는 그런 부분에서 좀 더 유연해졌다는 것 같지만, 아무래도 나와 라이무를 소환한 시스템은 클래식한 느낌이 든단 말이지.

 

 그런 고로, 딱 좋은 기회도 왔기에 실험해보려고 생각한다.

 

 “오빠, 무슨 짓을 하려는 거에요?”

 한가해졌는지 또 내 무릎 위에 올라오는 미제.

 음, 애완동물이자 사역마로서 좋은 행동이다.

 ……연령적으로 어리광을 부리고 싶은 나이인 것일 뿐일지도 모르지만.

 

 “뭐, 보고 있어. 예상대로 되면 비상식적인 광경을 볼 수 있을 테니까.

 리젤, 사선상에 다른 스테이션이나 유인행성이 겹치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비상식적인 광경은 이미 충분히 본 거에요.”

 

 “네에, 마이 마스터.

 주의는 하겠지만, 이런 우주공간에서 다른 것이 맞을 확률따위, 생각하는 것조차 바보스러울 정도라구요오?”

 그것도 그런가. 뭐, 만일을 위해서다.

 

 “그럼, 우선 준비다.”

 딱, 하고 손가락을 튕기고 마법을 발동시킨다.

 

 『기도마법 발동 : 무기적응Ⅹ』

 『개념마법 발동 : 무기마력부여Ⅶ』

 

 『무기적응』은 자신이 쓰지 못하는 무기나 처음 보는 형태의 무기를 쓸 수 있게 하는, 초급 보조마법이다.

 우선 이걸 내게 건다.

 그리고 『무기마력부여』는 평범한 무기를 일시적으로 마력으로 감싸 마법의 무기로서 강화하는 마법이다.

 제대로 발동한 증거로서, 와이번의 주포 앞에 마법문자 같은 것이 회전하며 빛의 링크가 몇 개나 포 주변에 전개됐다.

 

 그리고 저건 자신의 무기라고 손에 잡는 듯한 마음이 되어 본다.

 구체적으로 표현하자면 「무기 : [E]와이번 주포」라는 느낌인가.

 

 “그럼 발사 해볼까.”

 손 안에 보이는 가상 트리거.

 실체화는 하고 있지 않지만, 투영 화상으로 된 방아쇠를 당긴다.

 

 부앙! 하고 연장주포가 와이번이 만든 효과음과는 수준이 다른 대음량과 중저음을 울리며 주포에서 순백의 빛의 다발을 쏟아냈다.

 ……어라? 어째서 빛나는 거지? 저거 충격포 아니던가?

 무서울 정도의 속도로 비약하는 충격포의 탄체 같은 것이 특수해적항모로 날아가서.

 

 종이짝처럼 실드를 찢고 명중한 곳에서 수십 미터에 걸쳐 원형으로 소멸시키고, 그대로 함체를 관통하여 반대측으로 날아갔다.

 

 ““““………에에―””””

 함교에 있던 나 외의 함교 요원이 탈력한 듯한 소리를 낸다.

 

 라이무의 스테이터스에 용사 보정으로, 전투기가 증발할 정도니까.

 내 스테이터스에 마왕 보정이라면 좀 더 위력이 나오지 않을까―라든가 생각했지만.

 명중한 곳 자체가 소멸되었구만…위력이 높아서인지 깔끔하게 관통하고 있다.

 

 한 박자 뒤에 와장창하고 유리 같은 파열음을 내며 특수해적항모의 피탄 부분이 대폭발을 일으켰다.

 실드가 사라진 영향으로 계속 쏘고 있던 와이번의 고정 레이저가 착탄하여 특수개조항모의 표면 이곳저곳에서 소폭발도 일어나고 있다.

 아, 함교 같은 곳에도 착탄해서 폭발했다.

 실드 전제의 배는 실드가 부서지면 약하단 말이지…….

 

 “리젤, 공격 중지. 덧붙여 항복 권고.”

 

 “네에, 마이 마스터.

 고정 레이저포 가동 중지, 항복 권고를……으응.

 어, 그러니까. 「우리 주인님은 무서운 사람이니까, 이 이상 저항하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진심으로 권고드립니다아」…라고.”

 

 “기다려, 리젤. 항복 권고를 하더라도 조금 더 말하는 법이란 게 있잖아?”

 뭐냐 그 항복 권고는, 아름답지 않다든가 그 이전 문제다.

 

 “네? 하지만 바로 대답이 왔는데요.

 어, 그러니까. 「두목도 죽었고 항복합니다. 진짜 봐주세요」라는 내용이에요오?”

 하아―……하고 깊은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다.

 미래 세계의 놈들은 정서나 로망의 문자를 쇠퇴시키고 만 걸까.

 

 “미제, 리젤의 예의범절…교육을 제대로 부탁해. 아르테, 항복을 수락하고 와줘.”

 

 “리젤 언니의 이걸 수정하는 건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에요.”

 

 “옛서. 항복을 수락, 긴급소화 및 응급수리, 인명구조 행위만을 허가. 그 외 컨트롤권은 와이번에 이양하지 말입니다.”

 

 “함재기를 전부 잠금, 발진용 해치도 전부 폐쇄.

 발신기에 항복신호 섞어서 먼저 『바루나』 스테이션을 향해 이동시켜둬.”

 

 “아이 서, 함재기 메인 시스템 잠금, 함재기 발진용 해치 전부 폐쇄, 발신기에 항복신호를 혼합, 자동항행장치 온라인, 바루나 스테이션 근처를 향해 이동 개시해두지 말입니다.”



 이렇게 특수해적항모는 「마왕의 공격」 한 발로 대파, 나포되었다.



 아니, 그게 말이지. 나도 주포로 실드를 서로 깎는다든가, 제너레이터에 세공을 한다든가, 두꺼운 실드를 어떻게든 하기 위해 적의 메인프레임을 해킹한다든지 이것저것 생각해뒀다고?

 아슬아슬 두근두근하는 SF함 전투를 기대하고 있던 녀석이 있었다면 솔직히 미안하다.

 설마 한 방에 침몰할 줄이야…….



 우리들이 알 리가 없는 일이긴 하지만, 이 날 『배의 묘지 성계』에서 더욱 변경에서 아드람 제국의 군대의 일부 급진파가 이것저것 조약을 무시하고 비밀리에 건조하고 있던 행성규모, 무인초대형 기동요새 『쌍두독수리의 성』이 수수께끼의 발광체에 관통되어 초거대한 리액터가 유폭하여 붕괴했다고 한다.

 나쁜 짓은 하면 안 되구만.



―――



 슬슬 태양열형 에너지 플랜트에서의 전투가 종료됐겠지, 라며 라이무를 마중하기 위해 다가가는데 근처에서 통신이 들어왔다.

 

 「이구사! …겨우 연결 됐다. 대체로 제압은 끝났지만, 실수했어. 도와줘!」

 처음 봤다. 울 정도로 긴급한 라이무의 표정.

 

 “무슨 일이야? 침착하게 말해.”

 그 표정에 마음이 차가워진다. 긴장감을 가지려고 할수록 냉정하게 되고 마는 나쁜 버릇이다.

 

 「이걸 쫓아줘!」

 라이무가 보낸 건 간략화된 항로 정보.

 그 이동 경로는 에너지 플랜트에서 일직선으로 항성을 향해 가고 있다.

 

 “와이번 전속력 리미터 해제, 추진기 전력 운전 준비다.

 아르테, 함장 명령. 이 좌펴를 향해 함수 회전, 그 뒤에 전력 가속.”

 

 「네이야, 노골에 채찍질을 해유.」

 “옛서, 지 말입니다!”

 

 “추적을 시작했다. 라이무, 사정을 설명해주지 않겠어?”

 아직 무릎 위에 있던 미제가 미처 자리에 돌아가지 못해 내 다리 사이에 끼어 있던 채로 가속으로 짜부러져 므규우…하고 이상한 소리를 내고 있다.

 

 「플랜트는 거의 제압했다. 지금은 해적 보스가 있던 최후 블록을 공략중.

 해적 보스는 유괴해온 사람을 전용 항구에 있던 소형 수송선에 태워서 태양을 향해 내보냈다.

 ‘저것들도 길동무다’라며 자포자기 해서.」

 

 “삼류다운 행동이군. 그 소형 수송선 데이터를 보내줘.”

 

 「응. 나도 설마했다. 방심했다.

 하지만 나 때문에 구하고 싶은 사람들의 목숨을 희생시키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이구사. 구해주세요. 부탁드립니다.」

 모니터를 향해 매달리듯 말하는 라이무. 그 어조에는 희미하게 울음소리가 섞여 있었다.

 방심하고 있었던 건, 삼류의 자포자기가 어떤 것인지 짐작하지 못했다는 거로군.

 미학이 없는 악이 궁지에 몰리면 무슨 짓을 할지 아직 경험이 부족하단 거겠지.

 

 “기특한 라이무를 보는 것도 일흥이지만 아무래도 자리가 불편하군.

 넌 평소대로 있는 편이 안심 된다………맡겨라.”

 도중부터 함내 방송으로 바꿔뒀던 걸 확인하고 본격적으로 울기 시작한 라이무와의 통신을 끊는다.

 

 “자, 사원들. 지금 이야기를 들었지?

 추가 작업은 마치 동화처럼 무구한 소녀의 부탁이다.

 나는 악역이지만 너희들은 히로나 히로인이 될 찬스가 찾아왔다.

 조금 목숨이 위험하긴 하지만, 해보지 않겠냐? 응?”

 선내에서 기합과 환성이 들린다. 기운 좋은 녀석들이다.

 이거야말로 마왕군의 부하로서 어울린다.

 함내 방송을 끊고 함교의 상황을 어느 단말에서도 관람할 수 있도록 설정해둔다.

 

 “리젤, 목표 소형 수송선의 데이터를 보내줘.”

 

 “특수환경용 연락용 수송선, 항성 근처에서 활동할 것을 전제로 만들어졌지만, 스테이션 사이의 이동이나 보수 공사의 이동용으로 그렇게 튼튼한 물건은 아니에요오.

 스테이션보다도 더욱 선외 온도가 올라가는 항성 환경이라면 곧바로 실드가 소실되어 부서지고 말 거에요.”

 

 “항로 계산 종료했습니다. 직선은 아닙니다만 항성 표면으로 낙하 코스지 말입니다.”

 

 “소형 수송선이 붕괴하기까지의 예상 시간을 표시, 와이번이 쫓아간 뒤 상부 함재기용 고정판에 고정할 수 있는 시간도 동시에 표시해줘.”

 

 “네에, 마이 마스터. 붕괴 예상 시간과 도착 및 작업예상 시간을 표시하는 거에요.”

 한 장의 투영 모니터에 표시된 것은 『【-3:30】 붕괴 6:20 도착시간 9:30』

 이 페이스로는 확실하게 늦는구만.

 

 “와이번, 주포, 부포를 장갑 안으로 수납.

 동력을 낮춰라. 남은 부분은 이너셜 캔슬러로 돌리고 전력 가동시켜.

 추진기 전 리미터 해제.”

 

 「알겠구만유. 주포, 부포에서 에너지 바이패스, 이너셜 캔슬러 과가동 운전 개시, 추진기 리미터 올 릴리즈.

 ……마왕님, 이거 끝나면 이너셜 캔슬러 신품 교환 부탁드려유.」

 

 “중고나 고철품이라면 검토해도 좋겠지.”

 

 “이, 이구사님. 가속도 표시가 표시한계를 넘었지 말입니다!”

 

 “아르테, 네게 맡긴다. 이 가속도와 속도는 자칫 잘못하면 선체가 찢어질 거야.”

 

 “예, 옛서! 불초 아르테, 전력으로 노력하지 말입니다!”

 착! 하고 경례를 하는 아르테지만, 약간 눈물이 고여 있다.

 곧장 가속하고 있을 뿐인데 아다만타이트 결정으로 만든 용골이나 외각이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이 시대의 배로서는 이상한 속도겠지.

 

 다른 함교 요원에게 기관부에서 일하고 있는 선원들이 울며 메달리고 있지만……어느 쪽이든 힘내라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

 모니터에 표시된 남은 시간으로 시선을 향하자 『【00:35】 붕괴 3:50 도착시간 3:05』

 

 속도가 극적으로 상승했을 텐데, 붕괴시간이 짧아지지 않았어?

 

 “이구사 님, 항성 표면의 활동이 활발화, 선외 온도가 상승하고 있어요오!”

 타이밍 나쁘구만!

 이미 주변은 생각하고 싶지 않은 온도가 되고 있다.

 

 “츠바이, 냉각 젤을 넣은 포드와 응급처치 키트를 가진 구조대를 편성해라.

 인선은 맡기겠지만 목숨을 건 작업이다. 확실하게 골라!”

 

 “옛. 신뢰에 응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르테 부하 중에, 서브리더격인 츠바이에게 맡긴다.

 붕괴 전에 도착한다 하더라도 소형 수송선의 선내는 굉장한 온도가 되어 있겠지.

 츠바이는 함교에서 조수를 하고 있던 메이드대에서 3명, 선원 중에 18명을 골라 구조대를 편성한 듯하다.

 

 “이구사 님, 목표 수송선에 도착. 역분사를 하면서 접근하지 말입니다.”

 아르테의 비명에 가까운 목소리.

 시계를 보니 『【00:42】 붕괴 0:42 도착시간 0:00』

 

 “와이번, 상부 도킹베이를 써서 강제 연결, 다소 무리가 있어도 상관 없어.

 연결 된다면 바로 실드로 감싸라!”

 

 「알겠어유! 상부 갑판 도킹베이, 강제연결 개시.

 앵커와이어 사출, 강제 고정.

 실드 파장…에이잇, 실드 출력을 높여서 감싸버릴 거에유.

 잠깐 저쪽씨의 실드 제너레이터가 날아가버릴 테지만,

 어차피 이제 절반도 없잖아유!」

 쿠쿵, 하고 선내에 울리는 소리가 들리고 와이번의 절반보다 작은 정도의 수송선이 상부 갑판에 억지로 고정되었다.

 

 “아르테, 탈출 궤도에 들어가라!”

 젠장, 시간에 여유가 너무 없어서 로망에 빠져 있을 시간이 없어!

 

 “아이 서! 반전을 했다간 수송선 사람들이 압사합니다. 방향을 변경해서 항성표면을 플라이패스 코스로, 이구사 님, 이 배는 항성표면을 스쳐도 괜찮을까 묻고 싶지 말입니다!”

 

 “어떻게든 한다. 궤도는 맡겼어!

 와이번, 함체 자세 제어, 상부 갑판을 항성 반대편으로 향해라!”

 

 「그럼유. 자세 제어 노즐 조정, 하부 갑판을 항성 방면으로 향해유!」

 

 “실드 강도 저하 중, 현재 64%, 아직도 줄어들고 있어요오!”

 항성 표면에 대응할 수 있을 법한 마법을 지력 스테이터스에 맡기고 고속 검색한다.

 

 『결계마법 발동 : 운동반사결계Ⅹ』

 『법리마법 발동 : 지속냉각Ⅸ/제한:10도 이상』

 

 함체를 감싸듯이 각진 결계가 발동되고, 함체 내부의 냉각 마법이 분출되어 꽤나 괜찮게 됐다.

 외부표시 모니터에 비춘 외부 동영상은, 아래쪽이 전면 항성표면으로 채워지고 표면활동이 육안으로 보일 정도의 거리다.

 표면활동까지 보이는 레벨인 것은, 장대하고 대단한 박력이구만……아니, 스케일이 너무 커서 실감이 옅기 때문인지 공포도 느껴지지 않는다.

 

 “전방 항성표면에 활동반응, 소규모 플레어에요오!?”

 

 “회피 불가, 돌파할 수밖에 없지 말입니다!”

 외부 광경을 오렌지 색으로 물들이고, 모니터 몇 개가 시커멓게 변했다.

 

 으응. 위화감이 있단 말이지. 나는 용사도 신진기예의 함장도 아니라 마왕이잖아?

 뭔가 이렇게, 어울리지 않는 짓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비가 오는 날에 고양이가 장화를 신고 우산을 들고 걷고 있는 걸 보는 듯한 위화감이라고 해야 할까.

 

 “장갑판 8% 용해, 실드 13% 다운, 복구하는 데 시간이 걸려요오!?”

 함교가 어두워지고 비상등과 같은 것으로 바뀌었다.

 위험할 때일수록 밝게 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하는 건 나 혼자뿐인가?

 

 “벡터 수정 완료. 탈출 코스에 들어가지 말입니다!”

 

 “긴급동력을 실드 제너레이터로 이행하지 말입니다!”

 

 “기관실에서는 이제 비명과 기관장의 호통소리밖에 들리지 않지 말입니다!”



 헌데, 진정된 타이밍도 아니지만.

 위화감의 원인이 뭔지 겨우 알아차렸다.

 이것저것 마법은 쓰고 있지만, SF세계의 격식에 너무 맞춰주고 있다는 거다.

 아까처럼 「마왕의 공격」으로 배를 침몰시키는 짓을 하는 게.

 나나 라이무 같은 판타지의 존재겠지?



 “오빠, 뭐하고 있는 거에요?”

 아직 무릎 위에 앉아 있는 미제가 이상하다는 듯이 보고 있다.

 배짱 두둑한 아이라고 생각했더니, 다리가 부들부들 떨리고 있다…아아, 움직일 수 없는 건가.

 

 “뭘, 마왕다운 마법이라도 하나 써볼까 생각해서.”

 

 “이번엔 어떤 동화를 볼 수 있는 건가요?”

 그 허세 가득한 큰소리가 사랑스럽다.

 역시 미제를 애완동물로서 입수한 건 정답이었군.

 

 “뭐, 보고 있어라.”

 씨익, 하고 마왕스런 웃음을 미제에게 보낸다.

 다른 일행은 자기 일로 바빠서 이쪽을 볼 여유도 없는 듯하다.

 그럼 유일한 관객에게 있는 힘껏 매료시켜야 하지 않겠나.

 

 「나는 마왕이며, 마왕 이구사의 이름으로 팔천세계의 이치에 간섭하니.」

 이제부터 쓰는 마법은 본래 긴 세월에 걸쳐 써야하는 마법이다.

 그걸 즉흥으로 쓰려고 한다면 영창 정도는 해야만 한다.

 

 「나는 세계의 이치에 간섭하는 자, 세계의 이치를 파괴하는 자니.」

 내 입이 엮는 말은 영창언어라는 수수께끼의 언어.

 습득은 극히 곤란하지만, 듣는 자는 의미도 내용도 이해하게 되는 수수께끼의 언어다.

 

 「마왕의 자리가 명하노니 세계의 지천이여, 어둠으로 닫히거라!」

 주변에 마법진이 전개되어 실내가 새파란 마법광으로 가득찬다.

 함교 요원도 몇 사람인가 눈치를 채지만 자신의 작업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것 같다.



 『마왕마법 발동 : 세계를 감싸는 어둠의 지천Ⅷ』



 마음 속에서 와작, 하고 뭔가가 깎여가는 상실감.

 이렇게나 마력을 소비한 건 라이무의 목줄에 억제명령을 덧붙였을 때 이후로 처음이다.



 “더욱 항성 표면에 소규모 반응, 이제 틀렸을지도 몰라요오오오오!”

 리젤의 비명이 함교에 울리는 와중, 모니터에 가득 찬 항성의 빛이 훅하고 꺼졌다.

 

 “항성반응……사라졌습니다. 선내온도 급속히 저하중이지 말입니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당황스런 목소리의 메이드 부하.

 

 “항성에…뭔가 검은 막 같은 것이 생겼지 말입니다.

 열과 빛, 저게 막고 있는 게, 거짓말이죠…….”

 본래 어투가 반쯤 나오고 있는 메이드 부하 그 2.

 뭐 메이드대 전부가 평소에도 있지 말입니다 어조라든가 보통 있을 수 없겠지.

 

 “그럼, 빨리 이탈해라. 이 상황은 길게 유지할 수 없어.”

 

 “아이 서. 급속 이탈, 가속률 일정이지 말입니다!”

 목소리를 듣고 튀는 듯이 움직이는 아르테.

 

 와이번이 항성의 중력권을 이탈하고 에너지 플랜트 근처까지 도착했을 때, 쨍강, 하고 높은 파열음이 우주인데도 모두의 귀에 들린다.

 소리가 들린 방향을 보면, 거기에는 본래대로 할동을 하고 있는 항성의 모습이 있었다.

 

 “대단해……정말로 마법이네요.”

 나에게 달라붙은 채로 멍하니 말하는 미제.



 모두가 오버 리액션을 해준 바람에, 말을 하지 못하고 있지만. 굉장히 마음이 거북하다.



 아니, 그게 말이지. 그 정도로 대단한 마법은 아닌데 말이지?

 마왕밖에 쓸 수 없는 『마왕마법』의 계통이긴 하지만.

 확실히 세계에 간섭하는 마법이긴 하지만!

 

 이거 그거라고?

 “와하하하하하, 세계를 어둠 속에 빠뜨리겠다아아아”라든가 말하는 마왕이 쓰는 마법이니까.

 수많은 의식과 수많은 산제물을 써서, 하나의 별을 확실하게 어둠으로 감싼다고 해야 할까.

 태양의 영향을 없애는 마법이긴 하지만 말이야.

 

 ……근데, 그것 뿐이란 말이지?

 

 아니, 농민에겐 심각한 일일 거라고 생각해. 태양빛이 없으면 농작물도 자라기 어려워지고.

 어두워지면 야행성 동물이나 마물도 활발해지고 말이지.

 하지만 그래서 그게 뭐 어떻냐는 거야.

 

 ……그치?

 

 이 마법을 개발한 마왕에게 말하고 싶다.

 어째서 좀 더 수수한 영창으로 하지 않았냐고.

 어째서 이런, 정체도 모를 마법인데 명칭만이 이렇게 멋있는 거야.



 항성 표면에 있었을 때 눈치 챘단 거지.

 지금 이 태양의 영향을 셧다운하는 「세계를 어둠으로 감싸는 마법」을 쓰면 어쩌면 안전하게 되는 건 아닌가 하고 말이야.

 성공했을 때는 꽤나 자신만만한 마음이 되었었지만.

 모두의 오버 리액션을 보면서 조금씩 면목 없다는 마음이 되어서 말이지.

 그 오버 리액션은, 내가 굉장한 악을 성공했을 때 해줬으면 하는데…….



 와이번 선내가 활기로 가득찬 와중, 불편하고 거북한 자리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드는 날 태우고, 와이번은 리빙아머들이 집결하여 마중하는 에너지 플랜트의 도크로 들어가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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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마왕군 설립 편

 

18화. 마왕, 작열항로를 여행하다



 “공업 스테이션 『바루나』로부터 상대 거리 200㎞ 돌파, 성간항로 리미터 해제, 와이번 순항속도로 이행하지 말입니다.”

 

 “여기는 와이번 오퍼레이터 유니아. 『바루나』 방위함대 기함에게, 정보 제공을 함장을 대신하여 감사 드립니다.”

 

 “각부 화기관제 체크, 주포 부포 올오케이에요오”

 

 “와이번 고정 레이저포 이상 없음, 테스트 출력으로 시동 체크 완료지 말입니다.”

 

 “성계 네트워크에 접속. 최신 데이터를 취득합니다.”

 

 함교 안에는 보고하는 목소리가 들리면서, 각자가 맡은 작업에 들어가 있다.

 

 이 와중에 한가한 사람이 세 사람.

 함장인 나, 이번엔 돌입요원이기에 그 때까지 할 일이 없는 라이무, 부함장인 미제다.

 

 처음엔 함장석을 묵직하게 지키고 있었지만, 10분 정도 지날 때 쯤엔 심심해지기 시작했다.

 차와 과자를 가져와서 시간을 떼우기로 했다.

 미제는 내 수제 과자를 처음 먹기 때문인지 눈을 빛내며 정신 없이 먹고 있었다.

 21세기의 후르츠 타르트는 미래인 아가씨에게 있어 무척이나 맛있는 모양이다.

 

 홍차도 맛있지만 이번에 스테이션에 들리면 시간 떼우기 아이템을 입수하는 것도 생각해둬야겠다.

 입체 체스라든가 그런 느낌의 물건을, 소프트웨어 상점에서 본 기억이 있다.

 ……헉, 미래세계의 에로게임 같은 거라든가, 어쩌면 있지 않을까?

 

 “액트레이 자동항행 시스템으로부터 답신, 대상 십야드로 순조롭게 이동 중이지 말입니다.”

 이번 출격을 대비하여 액트레이는 와이번을 마개조해준 십야드 아저씨에게 맡기기로 했다.

 라이무 이외에 안심하고 운용을 맡길 수 있는 승무원이 없고, 라이무에겐 개량형 액트레스가 있다.

 무엇보다 와이번이 탑재할 수 있는 함재기는 2기지만, 폐쇄형 격납고는 1기만 수납할 수 있다.

 또 1기는 상부 장갑에 고정할 뿐인 조잡한 방식이다.

 이번처럼 항성 근처에서 활동할 경우, 탑재한 채로 갔다간 액토레이가 치즈처럼 녹아서 와이번의 상부장갑에 들러붙게 되겠지.

 

 “이구사 님, 『바루나』 스테이션에서 연락이 있었습니다.

 해적들이 지정한 인질 몸값 거래 예정은 3일 반나절 후, 이 페이스로 간다면 먼저 강습할 수 있으리라 여겨지지 말입니다.”

 

 “알았다. 보고 수고했어. 전투 전에 지치지 않도록 확실히 교대해서 쉬어둬라.”

 

 “옛.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



 딱히 문제도 없이 순조롭게 항행을 계속하여 약 하루 뒤, 대상이 되는 에너지 플랜트와 항성 근처에 도착했다.

 

 “종별 불명, 은폐장치 기동중……으로 여겨지지 말입니다.

 은닉 기술이라고는 해도 기기에 아무런 표시도 없는 건 불안하지 말입니다.”

 마법이고 말이지. 동작 램프라든가는 없다.

 

 “항성으로부터 에너지 풍을 규정 레벨 이상으로 계측, 선외온도 상승중.

 이제 곧 위험 영역으로 돌입하지 말입니다.”

 

 “함내 여러분에게 연락합니다.

 전투승무원 분은 내극한환경용 장비를 착용하여 각자 담당 부서에서 대기해주세요.

 일반승무원 분은 작업을 중단하고 S2이상의 보호 에리어로 이동을 부탁드립니다.

 10분 후에 함내환경유지용의 구획폐쇄문이 함내 전체에서 작동합니다. 뒤처지지 않게 이동을 부탁드립니다.”

 젖소 아가씨(누나) 유니아의 미성으로 들리는 함내 방송이 귀에 좋다.

 또한, 목덜미에서 딸랑하며 맑은 금속음이 나는 게 무척이나 좋다.

 출항 전에 자매에게 카우벨 형태의 종이 달린 초커를 선물해두어서 다행이다.

 사망 플래그를 하나 줄인만큼 크게 만족스럽다.

 바쁜 출항 준비 와중에 조금 무리를 해서 오더메이드로 주문해두었다.

 이상한 형태네요? 라고 어떤 물건인지 이해하지 못한 만큼 다소 죄악감은 있었지만, 죄악감과 교환해서 로망을 채울 수 있다면, 그걸로 좋다…!

 

 “패시브 센서, 최대해상도로 목표, 태양열 에너지 플랜트를 포착했지 말입니다.

 오차 및 노이즈 제거, 메인 모니터에 표시합니다.”

 모니터에 표시된 것은 꽤나 대형의 태양(지구가 있는 태양계의 태양과 비교해서)과 검은 실루엣의, 요새나 성과 같은 실루엣의 태양열 에너지 플랜트가 보였다.

 

 “플랜트 하부에 에너지 전달용 대옹량 레이저 포탑을 확인, 기동 가능 상태로 보입니다.”

 

 “오빠, 여기까지 왔지만 어떻게 할 거에요?”

 그러고 보니 미제에겐 사역마 계약과 리빙아머 작성 정도밖에 마법다운 마법을 보여주지 않았네.

 평범한 금속 덩어리에서 기사 타입의 리빙아머를 만드는 것도 “너무 이상하잖아요”라고 태연한 척 반응하면서 꽤나 혼란해하고 있었지만.

 

 “외부 기온, 위험영역에 돌입했어요오.

 실드 조금씩 저하 중. 지금 위치에서도 실드 소실까지 앞으로 15분 정도입니다.”

 이제 태양이 외부를 비추는 모니터 일면을 전부 채울 정도로 거대하게 보이고 있다.

 이래 뵈도 충분히 거리를 두고 있는 거니까 우주라는 건 참 장대하다.

 

 『개념마법 발동 : 화속성내성부여Ⅹ/효과시간증가Ⅶ』

 『법리마법 발동 : 고온내성Ⅸ/효과시간증가Ⅶ』

 

 함장석의 팔걸이 끝에 붙은, 와이번 선내의 생체신경통신로에 연결된 액세스 패널, 손에 딱 붙는 유리구슬 같이 생긴 것에 한쪽 손을 대고.

 반대쪽 손으로 손가락을 튕기는 소리를 열쇠로 마법을 발동시킨다.

 와이번의 실드에 옅은 청색이 퍼지고서 사라진다.

 

 잠자코 있어도 발동할 수 있고 색도 딱히 필요 없지만, 아무런 리액션도 없는 마법 발동이라든가 너무 담백하겠지?

 

 “실드 표면 안정됐습니다.

 실드 제너레이터 출력 100%로 안정 기동 중이에요오.”

 

 “……오빠, 어떤 마법을 부린 건가요?”

 미제가 말하는 마법이란 비유적인 표현이겠지.

 단지 진짜로 마법을 쓴 거지만 말이야.

 

 “잘도 눈치 챘네. 마법을 쓴 거야.”

 

 “…………비상식이에요. 나중에 심문할 거니까 각오해두세요.”

 그래도 평정을 잃지 않는 건 미제의 장점이군.



―――



 와이번은 투명화 마법을 유지한 채, 항성권을 에너지 플랜트를 향해 순조롭게 접근하고 있다.

 에너지 플랜트는 가동효율을 올리기 위해 항성에 거의 달라붙게 만들었기에 근접하는 만큼 주변 환경이 가혹해진다.

 

 “선외 온도 더욱 상승, 이 클래스의 함선은 이런 장소에 오는 건 상상외지 말입니다.”

 

 “태양풍이 강해서 진로가 흔들리고 있지 말입니다. 보조 추진기에 항성표면 및 태양풍의 데이터를 입력, 미세 조정의 데미오토화를 실행하지 말입니다.”

 

 「적성 특수해적모항 리액터 반응 없음. 텅 비어 있는 것 같아유.」

 

 “항성 표면에 돌발성 플레어 확인, 소규모지만 지근 거리를 스칠 것 같아요오!

 진로 정보를 낼 테니까 아르테 씨 회피해 주세요오오오.”

 

 “알겠지 말입니다!”

 항성 표면에서 불어닥친 플레어가 지근거리의 허공을 찢으며 휘몰아친다.

 아름답다는 감상밖에 나오지 않지만 라이무 대신 조타석에 앉은 메이드 재앙인 아르테는 필사적으로 조종하여 회피 행동을 취한다.

 

 “함체 안정, 실드 강도 94%로 다운, 여파로 은폐가 해제되었습니다.

 센서에 감도 있음, 에너지 플랜트의 액티브 센서에 걸린 거에요오!”

 함교 내부에 경고음이 짧게 울려 퍼진다.

 마지막까지 편하게 갈 수는 없는 것 같다.

 

 “추진기, 통상항행 리미터를 해제, 진심을 보여줘라.

 에너지 플랜트에 급속 접근한다.”

 

 “아이 서, 지 말입니다!”

 조타석에 앉은 아르테가 조종간을 힘차게 밀어 넣는다.

 와이번이 부스터를 내뿜는 듯이 가속하여 이너셜 캔슬러를 뿌리친 반동이 몸을 시트에 달라붙게 한다.

 추진기도 변경 용의 고속 추진기를 더욱 마개조한 부품으로 교환한 결과, 고속 전투기를 뿌리칠 수 있는 속도가 나오게 되었다.

 뭐, 속도를 너무 냈다간 선회력이나 기동력이 죽고, 돌입 포드 사출을 생각하면 바로 감속할 수밖에 없지만.

 직선 레이스라도 아닌 이상 최고속도의 80%도 안 쓰지 않을까?

 

 “라이무, 이제 곧 네 차례다. 돌입 포드 쪽을 부탁하지.”

 바로 돌입 포드에 올라타고 대기하고 있는 라이무에게 통신을 보낸다.

 

 「맡겨줘.」

 

 “대용량 레이저 포탑 선회중, 천천히 이쪽을 향하고 있어요오!”

 

 “오빠, 정보에 없는 개조 부분이 있어요.

 ……아, 미사일이 날아와요.”

 부함장석에서 정보 표시를 하고 있던 미제가 해석하고 있다.

 

 “날아오고 있는 건 특수환경용 대형 미사일이 6발.

 유도성과 속도는 낮지만 위력과 폭발반경이 넓은 타입이에요.”

 

 “내가 어떻게든 하지. 하지만 해적치고는 반응이 좋은 녀석들이잖아?”

 딱, 하고 손가락을 튕기는 소리를 발동 키로서 마법을 행사한다.

 

 『개념마법 : 현혹의 눈동자Ⅳ/대상수확대Ⅵ』

 

 센서류에서 와이번에 각종 데이터가 들어가고 와이번이 처리한 화상 정보가 된 것을 받아 날아오고 있는 미사일에 현혹마법을 건다.

 공격마법과는 달리 시야 안에 있다면 바로 효과를 발휘하는 타입이기에 거리가 있는 우주전투라도 쓰기 쉽다.

 

 “해적들도 이런 장소에 적함이 찾아온다면 경계도 할 거라구요오.

 게다가 작은 배고, 신형함이라고 생각한다든가 하면 대응이 격렬해지기도 할 거에요오!”

 아아, 그러고 보면 여기까지 올 수 있는 건 특수해적항모처럼 전용함이든가 실드 제너레이터 출력에 모든 걸 맡기고 밀어붙일 수 있는 군대의 주력전함 뿐이었던가.

 

 “대형 미사일, 각각 에너지 플랜트로 진로 변경. 3발은 지근폭발했어요.

 에너지 플랜트의 실드 70%정도로 다운, 일부에 균열이 들어간 거에요.”

 

 “대용량 레이저 소사가 와요. 마구 쏴대면서 이쪽을 조준하고 있어요오!”

 에너지 플랜트에 직접 연결되어 있는 대용량 레이저가 미처 집속되지 못한 눈부신 빛을 뿜으면서 우주공간을 레이저의 기둥으로 흐트리며 사선을 맞춰온다.

 에너지 플랜트에서 직접 에너지를 빨아들이고 있으니까 할 수 있는 횡포로군.

 

 『개념마법 : 광속성내성부여Ⅹ』

 『주인마법 : 저주반사Ⅷ』

 

 쏟아져 오는 빛의 기둥이 와이번 표면을 쓰다듬자 거기서 반사하는 듯이 방향을 바꾸고 평범한 레이저로선 불가능한 유선궤도를 따라 에너지 플랜트를 향해 날아간다.

 에너지 플랜트 표면에서 무지개색으로 난반사하면서 실드를 부분 용해, 소사를 계속하고 있던 대용량 레이저 포탑에 차례대로 꽂히며 포탑은 백열화한 뒤에 굉음과 함께 날아갔다.

 …아니, 실제로는 우주공간이기에 폭발음 같은 건 나지 않지만.

 센서로 감지할 수 있는 충격파라든가를 와이번이 해석한 뒤에 효과음을 넣고 있는 것 같다.

 「무음의 우주전투라든가, 수수한 것에도 정도가 있다」라는 게 와이번의 말이지만, 완전히 동감이다.

 와이번 이외의 배에 타는 건 재미가 없을 것 같네……나는 조교라도 당하고 있는 걸까.



 “역시 대용량 레이저 포다. 에너지 플랜트의 실드도 여유롭게 관통하는군.”

 

 “소관, 해적들에게 동정을 느끼기 시작했지 말입니다.”

 이건 아니지 않나 싶은 당황한 표정의 아르테.

 

 “플랜트에 통신을 넣어라.”

 

 “알겠어요. 통신 수용을 확인, 쌍방향 통신 연결됩니다.”

 

 「네 놈들, 누굴 상대하고 있는 건지 알고 있는 거겠지? 아앙!」

 통신을 열자마자 갑자기 소리를 치는 건, 무척이나 산적 면상의 털수염이 가득한, 보기만 해도 답답해보이는 남자였다.

 대사에도 풍취가 없다. 옷도 너덜너덜한 장갑복인가?

 이쪽은 미제를 불러서 무릎에 앉히고 우아하게 시트에 앉아서, 노력을 들여 준비한 붉은 액체가 들어있는 와인잔을 손에 쥐었는데.

 전투 상황 중에 여기까지 힘내어 준비하고 있던 장면은 안 본 걸로 해주면 좋겠다.

 오퍼레이터 젖소 아가씨의 동생 쪽, 루니아도 이런 장난은 좋아해서 도와줬지만, 꽤나 준비하는 게 큰일이었다.

 백조는 우아하게 보이지만, 수면 아래에서 발을 필사적으로 움직이기 마련이다.

 

 “―――15점이군.”

 남자의 모습, 대사, 어조에 채점을 넣는다. 합격점에도 미치지 못한다.

 

 「아앙!?」

 거칠게 소리를 내는 산적 면상. 이 정도로 밀리고 있으면서 취할 태도는 아니군.

 

 “이쪽은 민간군사기업 『마왕군』소속함 와이번, 함장인 이구사다.

 한 번만 자비를 베풀어 통고하도록 하지.

 섬멸 당하여 관짝에 들어가든가.

 목숨을 구걸하여 무참한 모습을 보이든가 좋을 쪽을 선택하도록 해라.”

 악으로서 교섭이란 이런 거다.

 악답게, 냉혹하게, 그리고 우아하게…!

 특히 상대가 3류 중의 3류라면 더욱 그렇다.

 

 「―――!―――!!!」

 얼굴을 새빨갛게 한 수염 산적이 뭔가 소리치고 있지만 들을 가치도 없다.

 

 “미제, 통신을 끊어라. 상대가 인간인가 생각했지만 단순한 원숭이었던 모양이다.”

 내게 달라붙어 있던 자세였던 미제가 카메라를 의식하는 포즈로 일부러 수동으로 통신을 끊으러 갔다.

 본인은 섹시한 제스처인 셈인 듯하지만, 신장이 너무 미니사이즈라 어린아이가 힘내어 어른스러워 보이려고 하는 동작이 되고 있는 게 포인트가 높다…!

 무뢰배를 어떻게 놀려야 하는지 잘 알고 있지 않는가.

 마지막까지 놀리는 걸 잊지 않는다. 이거야말로 악의 교섭이라는 거다.

 

 저 수염 산적, 인질이 어떻고 저떻고 말했지만, 반응하는 게 보다 인질이 위험에 빠진다.

 최종적으로는 인질을 가능한한 구할 예정이긴 하지만, 정의를 앞세워 처음부터 인질을 중요시하는 모습을 보였다간 구할 수 있는 것도 구하지 못한다.

 인질이란 어떻게 구할 것인지가 아니라, 어떻게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게 만들어 인질로서 쓰이지 못하게 만드냐가 중요하다.

 

 “그런 이유로, 예정대로 육전대의 돌입 준비에 들어간다.”

 

 “옛서! 플랜트 하부, 실드 파손 부분으로 접근하지 말입니다.”

 

 “플랜트 실드 회복중. 역시 회복 속도가 빨라요오.

 1부터 4번 포탑, 주포 연속 발사. 수복부에 직격시키는 거에요!”

 와이번의 상부에 4문, 하부에 4문, 합계 8문 붙어 있는 충격포를 연속으로 발사한다.

 하얀 항적을 남기는 포격이 에너지 플랜트의 실드에 명중하여 새파란 불꽃과 같은 입자를 흩뿌린다.

 

 「플랜트 실드 수복률 11%까지 다운. 이거라면 돌입에 여유롭게 맞출 수 있어유.」

 

 “부포 각부 사격 개시, 돌입 예정 장소의 장갑을 깎지 말입니다.”

 

 “함수, 실드 경계에 돌입. 전력역분사를 걸지 말입니다!”

 와이번의 함수가 플랜트의 실드 경계에 돌입한다.

 최근 실드는 구조물이나 함체장갑을 감싸는 듯이 실드를 발생시키는 게 주류인 것 같지만, 이 구시대의 에너지 플랜트는 본체를 고치처럼 감싸는 타입의 실드를 쓰고 있다고 한다.

 

 본래 강습상륙은 실드를 찢든가 대 에너지 실드를 관통하는 타입의 돌입 포드를 사용하여 돌입하든가지만.

 무섭도록 구형의 고치 타입의 실드는 대물리 실드도 겸하고 있기에 실드 내부로 침입하고 나서가 아니면 돌입 포드를 쓸 수 없다.

 경우에 따라선 하이테크보다도 로우테크가 도움이 되는 일도 있다는 것의 예시로군.

 

 “플랜트와 와이번의 실드가 간섭 중, 앞으로 5분이면 출력으로 밀리고 말 거에요오!”

 

 “돌입 포드를 차례대로 사출, 돌입 포인트를 틀리지 말라고.”

 리젤의 비명을 배경음악으로 돌입 명령을 내린다.

 

 “알겠지 말입니다. 돌입 포드 차례대로 사출, GOGOGO!”

 ……어째서 이 전투 메이드씨들은 현대 지구의 군인풍인 걸까.

 그건가? 현대인이 사무라이라든가 기사를 동경하는 것과 비슷한 건가?

 

 「다녀올게.」

 

 “정신 똑바로 차리고. 하고 싶은대로 하고 와.”

 유선으로 연결되어 있던 라이무와의 모니터가 끊기고 「No Signal」이라고 검은 화면으로 바뀐다.

 대량의 리빙아머들과 라이무를 태운 14개 돌입 포드가 부스터를 뿜으며 날아간다.

 

 “돌입 포드, 전기 플랜트 돌입에 성공, 전투 개시인듯 하지 말입니다!”

 탄피를 제외한 라이플탄과 같은 형태를 한 돌입 포드가, 플랜트 외부 장갑판을 뚫고 안으로 꽂혀 들어간다.

 

 “전력 후퇴, 실드 범위 밖으로 빠진다.”

 

 “아이 서, 보조추진기 전력 후퇴, 실드 경계면을 빠져나가지 말입니다.

 리젤 님, 원호를!”

 

 “알겠어요오! 주포 냉각 종료, 1번부터 8번 포, 실드 경계면에 차례대로 포격합니다.”

 주포 포격으로 넓어진 실드 균열에서 와이번의 함체를 강제로 빼낸다.

 

 “실드 제너레이터 출력 84%, 실드 발생률 안정.

 우으으…이거 절대로, 분해수리 감이에요오.”

 리젤이 수리를 생각하며 습기찬 눈을 하고 있다.

 

 「오오우……그 꽉 붙잡힌 느낌, 새로운 세계의 문을 열 것 같았어유.」

 열지 마라. 절대로 열지 마라.

 묘하게 조용하다고 생각했더니 이거냐!

 너희들, 나도 사돈 남말 할 처지는 아니지만 너무 여유롭잖아!

 

 “육전대로부터 연락.

 발신, 팬텀아머 연대장. 수신, 이구사 님.

 우리들 교두보를 확보 함. 명령에 따라 진군 함.

 마왕 각하의 가호가 있기를, 마왕군 만세! ……라고 합니다.

 사장, 어떻게 할까요?”

 당황스런 표정의 오퍼레이터 젖소 아가씨(언니)의 유니아.

 아아……응. 뭐, 그렇겠지. 이런 기세는.

 

 중고 우주전용 장갑복에서 만든, 팬텀아머들은 지능이 높기는 하지만, 지능이 높기 때문인지 이런 이상한 취미에 눈을 뜬 개체도 많아서 곤란하다.

 본래 소유자의 취미나 성격이 남는 일도 많고.

 군인 취향에 맞는 건지, 메이드대 절반 정도가 기뻐하면서 싱글벙글 웃고 있다.

 그야 뭐 맞기도 하겠지.

 

 “아―………「제군들의 분전과 건투를 기대함」이라고 답장을 보내줘.

 방치하면 쓸쓸해할 것 같으니까.”

 

 “알겠습니다. 「이구사 님으로부터 육전대 각 대원에게 전달 “제군들의 분전과 건투를 기대함”」 ……굉장한 환호성이 올라서 엄청 신나하고 있어요.”

 역시 사장이네요. 라는 감탄의 시선이 괴롭다.

 마왕군이라는 건 이렇게나 밀리터리 색채가 강한 거였던가.



 나는 와이번을 에너지 플랜트로부터 조금 떨어진 위치까지 후퇴시키고.

 에너지 플랜트 내부의 전투를 지켜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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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마왕군 설립 편

 

17화. 마왕, 종들의 진언에 귀를 기울이다



 공업 스테이션 『바루나』의 외부 정박항에 정박중인 와이번의 함교.

 평소엔 넓게 느껴지는 실내에는, 교대제가 익숙해지기 시작한 함교 요원들이 전부 모여 있었다.

 

 “그럼 『바루나』스테이션 행정기관으로부터 의뢰 받은 해적 배제 요청에 대해서 불초, 아르테가 설명하도록 하겠지 말입니다!”

 리젤의 친가에서 반쯤 파견 취급인, 전투 메이드대 (정식명칭은 제2특수작전군이라든가 그런듯 하지만, 이쪽이 더 알기 쉽다)의 대장, 아르테가 한층 커다란 사이즈의 공간투영형 모니터를 열면서 설명을 시작했다.

 군모틱한 디자인의 급속 재질 헤드 드레스를 쓰고, 잿빛 장발이 투영형 모니터 빛을 반사하며 빛난다. 꽤나 보기 좋군.

 군인 풍의 분위기도 금속봉 타입의 포인터(지시봉)과 맞춰보니 꽤나 어울린다.



 작전 전의 브리핑인 셈이지만 실제로는 아직 의뢰를 받을지 말지 검토하기 위해 열린 회의라든가 그런 거다.

 하지만 긴장감이라든가 흥미가 돋는다. SF적인 전투를 준비하는 이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그야말로 로망이다.

 

 “목표는 대상 해적 세력의 격파 혹은 격퇴, 주로 구시대 대형 에너지 생산 스테이션과 거기에 출입하고 있는 대형 해적소속함이 대상이 되지 말입니다.”

 격퇴? 쫓아내는 것만으로도 좋은 건가.

 해적들을 확보하든가, 섬멸하든가, 쫓아내는 것만으로 할까.

 뭘 노릴지에 따라 꽤나 준비에 걸리는 수고도 걸리겠군.

 

 “적 전력을 알려줘.”

 라이무가 추임새를 넣는다.

 잠자코 있어도 알려줬겠지만, 이런 발언은 중요하다.

 

 “옛. 우선 주요 타겟이 되는 해적 소속함은 800미터 클래스, 크기로만 따지면 준전함 클래스이지 말입니다.

 단지 이건 엄밀히 말해 전투함이 아니라 특수함이라는 분류지 말입니다.”

 

 “자세히.”

 

 “옛. 특수함은 유니오네스 왕국이 개발한 8세대 전의 과학 조사, 실험이지 말입니다.

 형식명은 SSU-540K 『라 헤쥬 우르』급(클래스).

 본래는 항성표면에 접근하여 항성환경에 있어 과학조사와 실험을 하기 위한 대형함이 되지 말입니다.”

 찰칵, 하고 소리를 내며 모니터에 특수함 사진이 나타났다.

 딱히 슬라이드도 뭣도 아니기에 바꿀 때에 소리따위 나지는 않지만.

 와이번은 『클리셰는 중요해유』라면서 일부러 효과음을 내고 있다.

 ……로망이 뭔지 아는 녀석 같으니.

 모니터에 나타난 건 밝은 잿빛의 대형함, 축적도 들어가 있지만 종횡으로도 넓기에 사이즈 이상으로 크게 보인다.

 대략적으로 말하자면 위와 아래가 잘린 구형.

 바로 위에서 보면 둥글게 조형된 알파벳 H같은 형태를 하고 있다.

 

 “항성 활동에 의한 플레어 직격에 견딜 수 있는 강력한 전함급 실드 제너레이터를 복수 장착, 그것을 유지하는 출력 리액터를 가지고 있지 말입니다.

 반면, 공격 성능은 최소한, 기동성도 있으나마나한 것이지 말입니다.”

 어렵군. 시간이 있을 때 리젤에게서 강의를 들었지만, 배의 급이 다르면 탑재할 수 있는 실드 제너레이터도 극단적으로 성능이 바뀐다.

 강습상륙함 시대의 와이번이 가졌던 실드 강도가 800S, 마개조한 와이번이나 그 근처의 경순양함이 3만S 전후.

 여기에 반해 현역으로 쓰이고 있는 일반적인 전함의 실드가 70~80만S.

 아무리 구형이라고 해도 전함급이라면 20만S 이상의 실드 강도를 가진다고 한다.

 말 그대로 0이 하나 더 붙는 격차다.

 강도가 높은 실드는 실드 수복 속도도 빠르기에 딱총으로 아무리 쏴봤자 소용 없다고 한다.



 “그 시점에서 충분할 정도로 난공불락이에요.”

 어려운 표정을 짓는 미제. 대응책을 이미 머릿속에서 생각하기 시작한 거겠지.

 

 “그렇긴 하지만, 이걸 해적이 개조한 듯해서.

 저속이면서 기동성을 향상, 공격병기의 추가는 없다고 해도 모함기능이 증설되어.

 원본이 된 『라 헤쥬 우르』급의 적재능력을 고려하면, 클래스3의 전투기가 추정 15에서 20기 탑재 가능, 클래스5 전투기라면 40기 이상으로 추측할 수 있지 말입니다. 호칭이 꽤나 불편하기에, 편의상 『특수해적항모』라고 호칭하지 말입니다.”

 특수환경 대응의 소형 항모라는 건가.

 사이즈로 봐서 소형이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 듯하지만, 이 SF세계의 군대가 사용하는 항모는 더욱 거대한데다 함재기 숫자도 많은 것 같으니까 소형이라는 표현이 되고 마는 듯하다.

 

 “히, 힘내겠지만. 강습상륙함 한 척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레벨이 아니지 않나요……않나요?”

 딱 부러지게 말하지 못하고 주변을 향해 질문하는 건, 오퍼레이터를 하고 있는 젖소 아가씨의 언니 쪽이다.

 건강한 느낌이 드는 세 갈래로 묶은 장발의 여성이다.

 분위기로 따지자면 「신입이라 자신은 없지만 열의가 있는 여교사」라고 할까?

 교사로 하기에는 지나치게 풍만한 체형이, 너무나도 청소년에게 있어서 눈에 독이 되겠지만.

 젖소 아가씨답게 카우벨이 달린 초커를 모쪼록 선물로 주고 싶어진다.

 두들겨 맞을 것 같지만……아니, 맞아도 상관 없다. 이번에 건네주자!



 “다음으로 구세대 대형 에너지 생성 스테이션이지 말입니다만.

 이건 약 320년 전에 폐기된 『태양열형 에너지 생산 플랜트』이지 말입니다.”

 

 “기술적인 거라면 제가 설명하겠어요오!”

 저요저요, 라며 손을 들며 주장하는 리젤.

 

 “그럼 리젤, 부탁해.”

 버려진 고양이가 “주워줘!”라는 느낌으로 올려다보는 것과 비슷한 시선을 리젤에게서 느낀다.

 전에는 설명에 대한 건 거의 전부 리젤에게 맡겨뒀으니까.

 일이 줄어든다는 위기감이라도 든 게 아닐까.

 

 “네에, 마이 마스터!”

 만면의 웃음으로 대답하는 리젤.

 귀는 빠릿하고 솟아서, 꼬리는 붕붕하고 흔들리고 있다……고양이가 맞겠지?

 최근 자신이 없어지기 시작했다.

 

 “이 스테이션은 지금은 더 이상 쓰이고 있지 않는 타입의, 항성이 발하는 열을 이용하여 에너지 큐브를 생산하고 있었어요오.”

 에너지 큐브는 압축된 에너지 결정으로 막대한 에너지를 고형화하여 안정시킨 물건이라고 한다.

 형태는 반투명하고 새하얀 부드러운 수지…라고 해야 할지, 신기한 감촉이었다.

 드럼통 사이즈의 큐브 하나로 공업 스테이션 『바루나』 전체의 전력이나 에너지 소비를 30분에서 1시간 정도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이 에너지를 고형화 하는 기술 덕분에 전기같은 걸 자급자족할 필요가 없어져서 다수의 공업이나 상업 스테이션에서 하나의 에너지 생산 스테이션을 가지고 있으면 충분해졌다고 한다.

 

 “어째서 폐기되었지?”

 

 “효율이 너무 나빠서요오.

 항성 가까이에 플랜트가 있으니까, 에너지 큐브를 운반하는 데에도 특수해적항모처럼, 고열, 고에너지 환경에 강한 특수수송선이 필요하게 되는 거에요오.”

 …뭐, 잘 생각해 보면 그렇지.

 

 “무엇보다도 지금의 주류는 저효율을 사이즈라든가 숫자로 커버하는 태양관 집적형의 에너지 플랜트든가, 조금 위험하고 제어도 어렵지만 장소를 따지지 않는 데다가 에너지 생산 효율이 극단적으로 높은 축퇴로든가 둘 중에 하나에요오.”

 아아, 가스 화력발전소든가 원자력 발전소가 만들어진 뒤의, 환경에 좋지 않는 석탄 화력발전소가 과거의 유물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군.

 

 “리젤 님의 설명 감사드리지 말입니다.

 해당 해적은 특수해적항모를 모함으로서, 그리고 이 태양열 에너지 큐브 플랜트를 모항 겸 본거지로서 활동하고 있지 말입니다.

 또한, 태양열 에너지 플랜트는 근거리 스테이션에 직접 에너지 공급용으로 대용량 레이저 발신기가 탑재되어있지 말입니다.

 항성 근처라는 나쁜 환경 때문에 극단적으로 유효범위는 짧지만 무기로서 운용하면 신형 준전함의 주포에 손색이 없는 위력이 있다고 추측되지 말입니다.”

 예상 이상으로 난공불락이다.

 판타지적으로 따지면 무장된 요새에 틀어박혀 있는 산적인가.

 

 “듣는 한으로는 해적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충실한데, 어째서 나라나 군대가 방치하고 있는 거야?”

 그게 이해되지 않는다.

 

 “이 녀석들은 『배의 묘지 성계』에서 째째한 걸로 유명한 해적들이에요.

 근처 성간항로를 지나는 배를 노려서 특수해적항모에서 발진한 전투기로 습격하는 거에요.

 하지만 전투기는 적재량이 적어서, 수송선 내부의 물건을 그다지 가지고 돌아가지 못하니까, 해적 피해 발생횟수에 비해 피해액은 굉장히 적어요.”

 ……뭘까. 장대한 이야기가 갑자기 쪼잔하게 됐는데.

 

 “미제 님의 발언을 보충하지 말입니다.

 특수해적항모가 운용하는 함재전투기 자체는 숫자야 그럭저럭 되지만, 구식이기 때문에 호위가 붙은 대기업이나 상선단 수송선은 습격 못하지 말입니다.

 그리고 강력한 군대나 군사기업의 함대가 오면, 특수해적항모로 항성 근처까지 퇴각하지 말입니다.”

 

 “파파도 몇 번이나 군대에 토벌 의뢰를 내놓았지만, 특수함 이외에 항성 환경에서 버틸 수 있는 건 군대 주력전함 정도에요.

 주력함대가 포함된 함대는 군대에서도 굉장히 중요한 존재에요.

 여기는 시골이고, 위협도 낮고 피해도 너무 적어서 출동하지 않는 거죠.”

 ……아, 응. 틈새시장 같은 느낌의 해적이구나.

 

 “……훌륭한 본거지나 배를 가진 것치고는, 일하는 방식은 꽤나 소심하네.”

 

 “하지만 역시 해적. 심한 짓만 한다구요.

 몇 년 전이었던가…친구가 타고 있던 배가 습격 당해서, 귀여운 애였기에 그대로 유괴 당했어요.

 그 애의 집, 가난하고 평범한 집이어서 몸값도 낼 수 없어서.

 결국 친구, 돌아오지 못했죠…….”

 슬픈 어조에 정신을 차리니 함교 안에 침묵이 떨어졌다.

 지금 이야기한 건 오퍼레이터를 하고 있는 젖소 아가씨 동생쪽이다.

 평소 스포츠 소녀틱한 밝은 아이지만, 그런만큼 슬픈 어조에서 아픈 분위기가 전해져온다.

 몸값을 낼 수 있다면 무사히 해방, 내지 못한다면 부하의 노리개인가.

 부자와 적대하지 않는 해적으로선 좋은 방법인 거겠지만………분노밖에 솟아나지 않는다.

 

 “아르테, 와이번은 겉으로 보기보다 강한 배.

 하지만, 이 일은 실력을 과대평가해도 어려운 내용.

 우리들에게 무슨 기대를 하고 이 일을 의뢰한 거야?”

 

 “옛. 특수해적항모, 태양열 에너지 플랜트의 공략은 극히 곤란하지 말입니다.

 하지만 의뢰 내용은 격파 혹은 격퇴로 되어있지 말입니다.

 본함에는 광학측정을 회피하는 은폐장치가 탑재되어 있는 듯합니다.”

 뭐, 단지 투명화 마법이지만.

 

 “따라서 특수해적항모에서 출격하는, 해적기의 격퇴를 기대하고 있는 거라고, 소관은 판단하고 있지 말입니다!”

 착! 하고 경례 포즈를 취하는 아르테.

 우리 회사는 그런 사풍이 아니니까 평범하게 해도 좋다, 라고 말을 했지만 버릇으로 굳어진 모양이다.

 유니폼이라든가도 없어서 사복이나 작업복의 선원이 많은 와중, 저 장갑 메이드복인 채로 일하고 있으니까 눈에 띈다면 띄고……아니, 나로선 보기 좋으니까 됐지만 말이지?

 

 “납득. 매복하고 있다가 전투기를 요격한다면, 와이번도 충분히 할 수 있어.”

 마검이나 마법의 도구를 만드는 부여마법도 있고, 투명화 마법의 장비라도 만들어두는 편이 좋을까?

 

 하지만 이 SF세계에서 마법 도구 같은 건 국가나 대기업이 아주 좋아하는 유실기술(로스트 테크놀러지) 취급일 테고, 나중에 성가신 일이 될 것 같단 말이지.

 

 “하지만 어째서 이 타이밍에 직접 의뢰한 거지?”

 대형 구축함을 매각한 참이고, 우리 회사 선원들은 아직 초심자 마크가 붙어 있다.

 게다가 이번 의뢰, 의뢰주는 『바루나 상공조합』, 까놓고 말해 리젤 아빠의 의뢰다.

 

 “옛. 그 점에 대해선 정보 수집이 끝났지 말입니다.

 첸, 설명을.”

 아르테가 부하 메이드 중 한 사람을 불렀다.

 근무 중의 코드네임인 듯하지만, 아르테의 부하들은 아인(1), 츠바이(2)…에서 첸(10)까지 고대 지방어로 숫자―――내가 보면 단지 독일어로 불리고 있다.

 ……저기, 리젤 엄마의 사병이라고 들었는데 말이야.

 어딜 어떻게 봐도 어딘가의 특수부대란 말이지. 명백히 메이드 수준을 넘어가고 있지 않아?

 

 “예스, 맘.

 우리들이 작전행동 중이었던 그저께, 『바루나』 스테이션 소속의 민간선이 습격 당하여 민간인 89명이 납치되었습니다.

 『바루나』 스테이션 자치체 및 자경대에게도 확인을 받았지 말입니다.”

 일이 빠른 건 좋은 일이다.

 하지만 이 첸이라고 불리는 메이드 소녀, 전에 말했던 죽은 생선 같은 눈을 한, 눈동자에서 하이라이트가 사라진 아이인데.

 말하는 말에도 어조가 없고 감정도 들어있지 않는 국어책 읽기고, 이 아이 신변에 무슨 일이 있어서 이렇게 됐는지 굉장히 신경 쓰인다.

 

 “유괴된 민간인 중에는 휴가를 써서 친가에 귀성 예정이었던, 본가의 일반 메이드 15명이 포함되어 있었지 말입니다.

 해적들이 요구하는 몸값은 고액이기에, 특히 당가 메이드는 요구액이 굉장히 높았고.

 주인님께서도 동분서주하셨습니다만, 인재에 쓸 수 있는 예산적으로는 8명이라면 몸값을 낼 수 있으나, 반대로 말하자면 15명 중 7명을 버리는 판단이 필요하게 되었지 말입니다.

 

 전력상, 특히 유괴된 인질이 잡혀 있다고 생각되는 태양열 에너지 플랜트의 제압은 입지적으로 극히 곤란하지 말입니다.

 따라서 해적의 격퇴, 이 이상의 2차 피해를 막는 의뢰가 발생한 거라고 추측되지 말입니다.”

 리젤 아빠도 괴로운 모양이군.

 그리고 딸들이 엮이지 않으면 정말로 우수한 모양이다.

 한 사람이라도 많이 구하고, 버려야 할 때 버릴 수 있는 판단을 내리는 리더는 그렇게 많지 않다.

 

 “대장, 마님에게서 전언을 받았습니다. 「정보수집은 아직 미숙하네. 숨어 있을 셈이었겠지만, 귀여운 꼬리가 보이고 있어요」라고 하지 말입니다.”

 큭! 하고 분하다는 듯이 입술을 깨무는 메이드 대장인 아르테.

 리젤 엄마는 정말 뭐하는 사람인 걸까.

 

 첸이 조작하자, 투영 디스플레이에 대량의 이력서와 같은 얼굴 사진이 든 퍼스널 데이터가 표시되었다.

 이게 이번에 유괴 당한 사람들의 정보인가.

 메이드들은 알귀 쉽다……응? 왜냐고? 그야 전부 메이드복을 입고 있는 상태로 사진이 찍혔으니까.

 납치된 건 남자 2 : 여자 8 정도의 비율인가.

 …남자도 미형만 노려서 납치한 것 같고, 몸값을 받지 못했을 때를 해적들도 생각한 거겠지만, 남자가 2할 있다는 건 업보가 깊네.

 

 표시된 퍼스널 데이터…아니, 이력서만이 아니라 병력이나 부모의 정보라든지 적혀 있는데. 비합법적인 수단으로 입수한 건가?

 메이드들이나 젖소 아가씨 사이에서도 “……언니”라든가 “아르제 씨까지…”라고 감정을 억누른 목소리가 들렸다.

 메이드들 이외에도 납치당한 민간인이 이렇게나 많으면 지인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지.

 

 미제도 납치 당한 메이드는, 대부분 얼굴을 알고 있는 듯하다.

 필사적으로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려고 하지만, 꽤나 고통스러운 감정이 흘러넘치는 게 보인다.

 

 이런 때에도 “몸값을 너무 비싸게 불렀잖아요. 좀 더 싼값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요오”라고 계산하고 있는 리젤은 이래저래 거시기하다.

 분명 몸값을 교섭해서 싼값으로 만든다면 구할 수 있는 사람 수는 늘어나리라 생각하지만, 좀 더 이렇게……뭔가 다르겠지? 마왕인 내가 말하는 것도 이상하지만.

 어이, 미제 “그 수가 있었나!”라며 표정이 활짝 피는 걸 멈춰라.

 너의 냉정함과 머리회전은 높게 평가하지만, 너무 지나치면 애완동물 수준에서 벗어나고 만다.



 ……그럼 어디, 그런가. 육친이나 지인도 피해를 보고 있는 건가.

 가슴 깊은 곳에는 그립고 어두운, 열과 냉기가 뒤섞인 감촉.

 마왕으로서의 나는 이 정도의 피해는 자주 있는 일이라고 냉정하게 흘려보내고 있다.

 마왕으로서의 다른 측면은 동료의 가족에 손을 대는 적은 모두 죽이라고 맹렬하게 날뛰고 있다.

 마왕화의 영향인 거겠지. 정신이나 감정에 꽤 작용되고 있는 건.

 

 그리고 나 스스로의 감정도 분노하고 있다.

 

 그야 당연하겠지?

 

 너무나도 아릅답지 못하고 아깝다.

 유괴한 뒤에 몸값을 내지 못했다고 말이야, 뭘 바로 노리개로 만드는 걸까!

 거기는 “넌 버림 받은 거야”라고 절망을 속삭인다라든지 말이야.

 “널 버린 놈들에게 본때를 보여주자. 나는 마지막까지 아군이 되어주마”라든가.

 가볍게 농락한다든가 복수심을 부채질해서 부하로 만다든가 할 수 있는 좋은 장면이잖아!

 아아 정말이지, 너무나도 아깝다.

 너무나도 잡다한 취급에 울끈불끈하고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그런 종류의 일을 하고 있는 누님을 고용해서 파견해 줄테니까, 더 이상 돌아오지 못한다고 절망하고 있는 인질과 교환해줘……!

 너희들에겐 악의 미학이 없는 거냐고 약 1시간, 아니 하루 단위로 설교하고 싶다.

 

 응? 도덕이라든가 윤리는 어떻게 된 거냐고, 마왕에게 묻지 말았으면 한다.




 꾹꾹하고 코트 끝이 당겨졌다.

 당기던 건 라이무인가.

 

 “왜 그래?”

 

 “이구사, 이 사람들을 구하고 싶어. 용사로서가 아니라, 내가 구하고 싶어.”

 변함없이 감정을 읽기 어려운 표정에 담백한 어조지만.

 그 목소리 깊은 곳에는 화상을 입을 것 같은 열기가 담겨 있었다.

 용사로서의 성질이 돕고 싶다는 것만이라면 거절하겠지만, 라이무가 부탁한다면 다르다.

 

 “하지만, 나 혼자서는 무리. 부탁이야. 이구사, 손을 빌려줘.”

 

 “마왕에게 하는 부탁은 비싸다고?”

 마왕의 조력을 구하는 용사인가.

 서로 만난 것이 평범한 판타지 세계였다면 있을 수 없는 관경이겠지.

 

 “응. 알고 있어. 뭐든지 할게.”

 즉시 어떤 대가라도 지불한다고 말하는 라이무.

 너무 유쾌해서 저도 모르게 크핫, 하고 웃음이 흘러나오고 말았다.

 

 “계약 성립이군.”

 나치고는 계약마법도 쓰지 않았지만, 여기서 꺼내는 것도 멋이 없겠지?

 입으로 한 약속이기에 엄수되는 계약이라든가 로망이잖아.

 

 계약이나 대가 따위 없어도 라이무의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해도 좋겠지만.

 거기는 섬세한 마왕심이라는 걸 이해해줬으면 한다.



―――



 “좋아. 방침을 정했다. 들어줘.”

 

 “총원 주목하지 말입니다!”

 착, 하고 팔을 뒤로 하고 ‘열중쉬어’ 자세가 되는 메이드대 일동.

 

 ……리젤에 미제여, 상황을 눈치 채지 못하고 아직도 몸값을 어떻게 깎을지 계산을 계속하지 마라.

 그렇게 할 정도로 필사적인 걸지도 모르지만.

 사역마로 삼은 두 사람이 이렇다는 건 굉장히 미묘한 마음이다.

 

 유니아, 젖소 아가씨의 누나 쪽이 어깨를 두드려서 알려주고 있다.

 아, 미제가 눈치를 채고 리젤의 목을 뚜둑하고 이쪽으로 돌렸다.

 묘하게 힘이 들어가서, 리젤이 목덜미를 잡고 굉장히 아파하고 있다.

 그냥 뭐, 이제 나는 시리어스 풍으로 기합을 넣는 것도 그만 둬도 좋을까…….

 

 “우선 매복하여 해적 격퇴는 하지 않는다.

 한다면 철저하게 처부순다.

 이 와이번으로 할 수 있는가? 라는 의문은 넣어둬라.

 너희들이 생각하고 있는 무모라든가 무리를 어떻게든 할 방법은 얼추 있다.

 앞으로 선원들에게도 전달할 거지만, 신용할 수 없다면 배에서 내려도 상관하지 않아.”

 

 “저는 오빠를 믿을 거에요.”

 

 “잠, 미제. 타인의 대사를 뺏으면 안되요오.

 이구사 님과 라이무 씨의 비상식스러운 부분은 이제 익숙해졌으니까요.

 어디까지든 얼마든지 따라가겠어요오!”

 두 사람 모두 단번에 따라온다든가, 기쁜 말을 해주고 있다.

 

 메이드 대는 지식이 있는 만큼 아직 망설이는 사람이 낳군.

 유니아와 루니아 젖소 자매는 “우리들은 누나니까 정신 똑바로 차려야지”라든가 말하고 있다.

 마음은 이해하지만 나까지 남동생 카테고리에 넣는 건 그만뒀으면 한다.

 

 “와이번, 마이크와 카메라를 이쪽으로 해라. 함내방송 준비다.

 범위는 함내 전체. 못 듣는 사람이 없도록 해.

 그리고 역방향 마이크도 움직여라. 반응을 알고 싶어.”

 몸이 콤팩트 사이즈인 라이무를 끌어 안고 무릎 위에 올린다.

 라이무는 내 의도를 눈치챈 건지 다가와서 몸을 기울었다.

 애완동물에 속하는 건 미제지만, 모처럼 화려한 무대다.

 마왕과 용사가 나란히 있는 편이 좋겠지.

 

 「네이. 카메라 및 지향성 마이크 시동. 마왕님, 준비 되었어유.」

 시야에 ●REC라는 표시가 보인다.

 

 “와이번 함장, 그리고 민간군수기업 『마왕군』 대표인 이구사다.

 다음 일을 알려준다. 큰 사업이니까 신경 써서 들으라고?

 

 『바루나』 스테이션에 있었다면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폐기된 태양열 플랜트를 본거지로 쓰는 해적, 그리고 그 모함이 되고 있는 대형특수함을 상대하는 게 다음 일이다.

 

 목적은 특수대형함의 격침 및 태양열 플랜트의 완전재압과, 거기에 사로잡혀 있는 일반인의 구출이다.

 승산은 있다. 하지만 위험한 전투가 되겠지.

 배에서 내리고 싶은 녀석은 내려라. 계약위반을 물을 생각은 없어.

 준비기간은 24시간. 1일 후에 출항할 예정이다.

 배에서 내리고 싶다면 그 사이에 내려라.

 

 하지만 위험한 일인 만큼 벌이도 좋다.

 벌어야 할 때라고 생각하는 녀석은 실력 이상으로 일해줘. 성공할 때는 임시 보너스는 보장하지.

 

 자, 기합을 넣어라. 놈들아. 승부처다!

 최고의 화장을 해라. 비장의 옷과 속옷을 입어라.

 죽어도 후회를 남기지 않도록, 아름다운 죽음을 얼굴에 남길 수 있도록.

 

 그리고 개선했을 때, 꽃길을 가장 먼저 걸을 수 있도록 말이지!

 

 이상이다. 사원 일동의 활약을 기대한다.”

 

 연설 스킬을 넣어 둬서 다행이다…어떻게 말해야 할지 바로 생각할 수 있는 건 편리하군.

 시야에 보이던 ●REC가 사라지는 걸 확인한다.

 

 “와이번, 어느 정도는 보였지만 함내 반응은 어떻지?”

 

 「네이, 환성 10할이어유. 기대했던대로 근성이 있는 놈들이어라.」

 기대 이상이다. 2, 3할의 탈락은 각오하고 있었는데 말이지.

 

 “그런 고로, 1일을 두고 준비한다. 바쁜 날이 되겠군.”

 함교 요원을 둘러본다.

 메이드대는 나란히 모여 경례를 하고 있었다.

 신뢰의 시선을 느끼는군. 약 1명 정도 잘 알 수 없는 게 섞여 있긴 하지만.

 젖소 자매도 열정에 찬 모습이었다.



―――



 그로부터 하루만에 필요한 걸 갖추는 건 꽤나 큰일이었다.

 스테이션 내부의 고철상이나 전직 우주선 부품상을 둘러보고.

 리젤 아빠의 연줄을 써서 최우선으로, 그리고 할인가격을 받아 이것저것 사들였다.

 

 우선 특수환경용 돌입 포드, 장소가 장소인 만큼 1회용으로 쓰기엔 이래저래 아깝지만, 에너지 플랜트를 제압하는 것이기에 와이번의 적재 공간 아슬아슬한 숫자까지 갖췄다.

 리빙아머들은 고통도 모르고 다소 파손되어도 움직이지만, 역시 갑옷의 관절 부분이라든가가 파괴되면 움직일 수 없게 된다.

 충분한 숫자를 준비해둬야만 한다.

 

 고열, 고에너지 내성이 있는 돌입 포드라든가, 그런 마이너한 물건이 있는지 조금 걱정이었지만 의외로 간단히, 게다가 잔뜩 찾을 수 있었다.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빔포나 레이저가 날아다니는 우주전에서 쓰는 거니까 고열, 고에너지에 버틸 수 있는 물건은 평범하겠지.

 중고라도 내구도가 높은 물건을 쓸오마어사 나중엔 안에 냉각장치를 설치하면 완성이다.



 다음으로 중고 우주전용 장갑복 모으기.

 단순한 금속 덩어리에서 만든 리빙아머보다도 실전에 쓰이던 장갑복을 베이스로 리빙아머를 만드는 편이 지능이 높고 이것저것 판단을 할 수 있는 데다가 전투능력도 높게 만들 수 있으니까다.

 지금도 와이번에 50체 정도 있지만, 종족도 「팬텀아머」가 되어 있다.

 리빙아머의 상위종족같은 취급인 걸까.

 

 플랜트 내부를 제압하는 데에는 이래저래 기계 조작도 필요하게 되고, 평범한 리빙아머들에게 맡기면 빈틈 없이 제노사이드하고 말기에 지휘관역으로도 최적이다.

 해적이라도 비전투원을 학살하는 건 이것저것 잠자리가 뒤숭숭하고 아깝다.

 비전투원 중에는 해적에게 잡혀서 강제노동하고 있는 민간인이나 유괴 당했던 인질도 섞여 있을 테고.

 

 잊어선 안 되는 건 냉각젤의 대량 구입.

 항성에 적븐하게 되므로 와이번 선체내부를 식히는, 냉각제를 대량으로 옮겨 넣었다.

 이곳저곳 창고도 꽉 차게 되어 통로나 선원실까지 냉각젤을 넣은 금속통이 산처럼 쌓이게 됐다.

 

 마지막으로 함장석의 개조.

 이번엔 와이번으로 항성에 가까운, 무모한 장소로 접근하게 된다.

 아무리 경순양함의 실드 제너레이터가 있다고 해도 이대로 가면 바로 실드가 붕괴하고 함이 통째로 불타게 되는 게 불보듯 뻔하다.

 

 마법을 써서 억지로 비틀어 들어가면 어떻게든 되겠지만, 와이번 전체에 마법을 거는 거라면 함내를 돌고 있는 생체신경정보망에 직접 접촉할 수 있는 편이 좋다.

 이 부분을 미제와 상담하여 구상을 정리하고, 리젤이 개조해주었다.

 와이번 전체에 마법 행사는 더욱 잘되게 됐지만, 중년 샐러리맨 자체의 외견을 가진 와이번에 직접 연결된다든가, 굉장히 심리적인 저항을 느낀다.

 

 적어도 여성 인격이었다면 말이지……라고 중얼거려 보니.

 투영하고 있는 모습만이라도 여성으로 할까? 라는 질문이 들어와 거절했다.

 겉모습이 미녀라도 내용물이 중년 아저씨라든가, 더욱 싫다.

 

 이렇게 특수환경용 돌입 포드를 14개 준비하고.

 각 포드에는 리빙아머를 빡빡하게 작성, 인간과는 비교할 수 없는 무모한 수납이 가능하다는 점이 강점이군.

 그 숫자는 포드 하나에 180체, 합계 약 2,000체의 리빙아머와 500체의 팬텀아머를 준비했다.

 

 전부 준비를 끝냈을 쯤엔 출항 4시간 전이었기에 그대로 함장석으로 돌아가 가수면을 취했다.



 ……묘하게 잠자리가 답답해서 눈을 떠보니, 어째선지 라이무와 미제가 날 담요 대신으로 하여 자고 있었다.

 눈을 떴더니 고양이가 가슴 위에 타고 있었다는, 그런 시츄에이션과 비슷할까?

 유감스럽지만 소환되기 전에는 강아지는 있어도 고양이는 키우지 않았기에 경험은 없지만.

 

 선원의 탑승을 확인하고 점호도 종료. 항만관리에게 이미 출항허가도 받아뒀다.

 라이무와 미제가 달라붙은 채이기에 미묘하게 함교 요원의 시선이 따땃미지근한 건 어쩔 수 없다.

 좌석을 일으키고 우아하게 발을 꼬고, 애완동물처럼 되어버린 두 사람을 그대로 두고 출항 명령을 내린다.



 어디 그럼, 로망을 이해 못하는 해적 놈들에게 마왕의 심판을 내리도록 하자.

 

Posted by 추리닝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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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마왕군 설립 편

16화. 마왕, 애완동물을 입수하다



 “……혹시 이게 리젤 언니가 오ㅃ, 오…….”

 뻐끔뻐끔 입을 열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말할 수 없게 된다.

 아아, 사역마 계약의 디폴트에선 통칭도 금지였던가?

 

 “미제리타, 명령, 구속 부분 해제. 호칭은 맡긴다.”

 

 “…푸하, 오빠를 주인님이라든가 말하고 있는 이유인가요?”

 음. 경칭으로만 불리는 건 질리니까 말이야.

 마왕의 형식미로 따지면 경칭으로 불리는 걸로 통일시키고 싶긴 하지만.

 어린 미소녀에게 오빠라고 불리는 것도, 그것도 그것대로 좋지 않은가!

 

 “그래. 약점 같은 건 쥐고 있지 않지?”

 계약 상, 쥐고 있는 건 영혼뿐이니까.

 

 “비상식적인데다가 더 악질이에요.”

 판타지스런 계약인데도 흡수가 빠른 아이군.

 하지만 스무 명 가까운 인원으로 습격해온데다 스나이퍼까지 배치해뒀던 아이에게 악질이라는 말을 들으니 복잡한 기분이다.

 

 여우 귀의 어린 소녀, 미제리타는 놀라움에서 돌아오자, 나에게 질문하면서 냉정하게 이것저것 검토하기 시작했다.

 악의 조직에서 참모나 부관에 어울리는 성격을 하고 있네.

 재능이 있다고는 생각했지만, 좋은 걸 주웠을지도 모르겠다.

 

 덧붙여 마비시켰던 흑복들은 호위를 남기고 돌려보냈다.

 스나이퍼 두 사람이라든가 가지고 있던 총이 파괴되고 병원에 입원했다고 하니까.

 호위 두 사람은 불편한 얼굴로 조금 떨어진 곳에 서있다.

 

 미제리타는 판타지스런 것이라도 “현실에 있는 일이라면 일단 받아들인다”라고 하는, 과학자나 연구자에 어울리는 면모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을 과학적이지 않다고 부정했다간 과학은 진보하지 못할 테니까.

 

 “절 부를 땐 미제라고 부르시면 돼요.

 오빠, 한 가지 중요한 걸 묻고 싶어요.

 리젤 언니는 자신의 의지로 오빠와 동행하고 있나요?”

 

 “아아, 그건 확실해.

 자유롭게 될지 안 될지, 의지를 확인한 적이 있으니까.”

 질문한 타이밍은 비겁했다고 생각하지만.

 악으로서 유도하는 건 좋지만 강제는 NG다.

  악의 미학이란 사랑에 빠진 소년의 마음처럼 섬세한 것이니까.

 

 “……그럼 됐어요. 오빠, 저도 데려가주시면 안 될까요?”

 

 “좋아. 아까 말했듯이 재능도 있고.

 마침, 쿨럭……사원 모집도 하고 있던 참이다.

 단지, 이유를 들려주지 않겠나?”

 사역마로 하기 전부터 애완동물로서 확보할 예정이었지만, 모르는 게 약이라는 일도 있는 거겠지.

 마왕이라면 부하나 신하라고 해야겠지만, SF 사회라면 사원이라고 말하지 않으면 안된다든가.

 판타지와 SF의 격차를 느끼게 한다. 괴로운 부분이다.

 

 “리젤 언니를 방치하는 게 무서우니까요.

 악덕 용병에게 걸리기나 하고, 행방불명이 되기나 하고, 돌아왔다고 생각하니 오빠에게 잡혀있고, 전혀 자각도 없고…….”

 

 “아―………응.”

 무척이나 납득.

 주인으로서 옹호의 한 마디라도 하고 싶지만, 무엇 하나 반론할 수 없다.

 오히려 깊은 공감밖에 없다.

 속이 시컴한 아이지만 사서 고생하는 사람의 기운이 느껴진다.

 

 “오빠, 함께 와주면 좋겠어요.

 아까 만난 참이지만, 엄마를 설득하는 걸 도와주셨으면 해요.

 지금이라면 아직 파파는 잠들어 있을 테니까 하기 쉬워요.”

 

 ……아까 전에도 생각했지만, 리젤 아빠에 대한 이 가족들의 무시력은 왜 이렇게 높은 걸까?

 

 “알았다. 오래 있고 싶지는 않으니까.”

 이번엔 라이무도 없으니까, 폭주하는 리젤 아빠와 결투라도 하는 건 사양이다.

 

 호위인 흑복이 운전하는 트랜스포터에 타서 재차 저택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



 “엄마. 리젤 언니가 걱정이니까 오빠를 따라갑니다.”

 

 “알겠습니다. 미제가 정한 일이라면 됐어요.”

 좋은 거냐!? 그보다 설득이 짧아!?

 기품 있게 미소 짓는 리젤 엄마.

 역시 30을 넘었어도 어딘가 젊음이 느껴지고 묘하게 색기가 있다.

 손에 쥐고 있는 빠직빠직하고 아파 보이는 전격음을 내고 있는 채찍은 뭡니까, 라든가. 뒤에 방음성이 높아 보이는 문 너머에는 뭐가 있습니까, 라든가. 어째서 조금 얼굴이 황홀해 보입니까, 라든가. 따지는 건 위험하겠지이…….

 

 “해냈습니다. 이걸로 오빠를 따라갈 수 있습니다.”

 꼬옥하고 안겨오는 미제.

 애완동물로 할 예정이었기에 기쁘다면 기쁘지만, 작위밖에 느껴지지 않는군.

 눈이 순진무구하다면 치유되기도 하겠지만 굉장히 냉정하게 뭔가를 계산하고 있다. 이거.

 

 “이구사 씨. 저도 한 가지 부탁이 있습니디만, 괜찮을까요?”

 

 “무슨 내용이냐?”

 네네. 무슨 일일까요.

 리젤 아빠는 아무래도 좋지만, 리젤 엄마는 적으로 돌리고 싶지 않은 타입이다.

 손에 쥐고 있던 전격채찍 같은 것도 굉장히 자연스럽게 허리 주머니에 집어 넣었고.

 ……저거, 일상품인가. 그 날의 기분에 따라 색이라든가 바꾸는 걸까.

 

 “이구사 씨는 사원 모집을 하고 있었지요?

 열 명 정도가 되겠습니다만, 본가의 고용인을 데려가지 않겠습니까?

 당연히 특별 취급할 필요도 없습니다.

 신원이 확실한, 실력 좋은 아이들이라고 생각하고 동등하게 대해주세요.

 딸들을 걱정하는 거야 부모 마음이겠습니다만……이래선 남편을 비웃을 수도 없겠네요.”

 스테이션 내부 정보 네트워크에 내놓은 구인을 공간투영으로 표시하는 리젤 엄마.

 귀가 빠르네.

 하지만―――나쁜 이야기는 아니다.

 실제로 리젤이나 미제의 호위도 겸하고 있는 거겠지만.

 본래 편의점 알바 경험밖에 없는 초보자라도 고용할 생각이었다.

 대우가 같아도 좋다면, 다소라도 경험자가 있는 편이 좋다.

 

 “그래, 상관없어―――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이지만.

 실제로 만나봐야 하겠지. 부하로 삼는다면 일단 사람부터 보는 주의라서 말이야.”

 군인 머리의 울끈불끈한 근육남이 나열되어 있다면 즉시 거절하기로 하자.

 실력이 좋아도 내 정신이 비명을 지른다.

 

 “네. 바로 부르도록 하죠.

 메이드 치프, 제2특수전투군을 이쪽으로. 2종 병장인 채로도 상관 없어요.”

 리젤 엄마는 어딘가 만족스럽다는 듯이 끄덕이고.

 옆에 대기하고 있던, 근미래적에 기계적인 메이드복 같은 복장을 하고 있던, 쭉 뻗은 키의 붉은 머리카락 토끼 귀 여성에게 말을 걸었다.

 아아……응. 역전의 여자 군인 같은 얼굴의 상처라든가, 멀티스코프 같은 게 달려 있는 안대라든가, 메이드복을 입고 있는데도 팔을 뒤로 하고 열중 쉬어 자세로 직립부동의 군인자세라든가.

 힘내서 무시하고 있었습니다만, 그렇습니까. 메이드 치프(장)이셨습니까…….

 

 안 되겠다. 이 녀석들이 너무 색이 진해서 내가 따라가질 못하고 있다.

 마왕으로서 좋지 않은 사태다.

 

 토끼 귀의 메이드장……내 정신 안정을 위해 그렇게 호칭하도록 하자.

 메이드장은 묘하게 팬시한 색조합의 휴대 단말을 꺼내고는 빠릿빠릿하게 호출을 걸었다.




 “맘, 제2특수전투군. 호출을 받아 대령했습니다!”

 

 “좋다. 현상 보고를.”

 

 “제2특수전투군 11명 결원 없음. 명령이 있다면 언제든지 출격 가능하지 말입니다!”

 착! 하고 경례를 하는 긴 잿빛 머리카락을 한 강아지 귀 메이드.

 그 뒤에는 같은 잿빛 털을 가진 단발의 강아지 귀 메이드가 10명 나열하여 절도 있는 움직임으로 착! 하고 마찬가지로 경례를 했다.

 다들 15~18세 정도인가. 젊고 겉모습도 나쁘지 않다, 라기보다 오히려 좋다.

 

 메이드장이 입고 있는, 근미래의 기계적인 메이드복과는 다르다.

 옷의 이곳저곳에 금속이나 합금같은 빛을 내는 파츠가 붙어 있다.

 장갑 메이드복이라고 표현하면 될까? 아무튼 그런 복장을 하고 있다.

 다같이 의지가 강해 보이는 눈동자를 하고 있는 강아지 귀 메이드들이지만.

 어째선지 가장 안쪽에 있는 아가씨만 눈에 하이라이트가 없는 죽은 생선 같은 눈동자인데…….



 딴지를 걸지 마라. 나.

 여기서 딴지를 걸었다간 이래저래 진다는 느낌이 든다.



 “이구사 씨, 이 아이들은 어떤가요?

 숙련이라곤 할 수 없지만 전투함이나 전투기 탑승 경험도 있고, 겉모습도 성격도 좋은 귀여운 아이들뿐이에요.”

 알고 있습니다. 남자아이라면 귀여운 아이들에게 둘러싸이고 싶은 거죠? 라는 듯이 기품 있게 우후후 웃고 있는 리젤 엄마였지만.

 죄송합니다. 조금 너무 상급자 취향이라 솔직하게 기뻐할 수 없습니다.

 이 녀석들 미래에서 살고 있구만……아니, 내 입장에서 보면 전부 미래인이지만 말이야.

 

 개별로 들어보니까, 리젤 엄마의 메이드 겸 사병 같은 포지션인 듯하다.

 젊긴 젊어서 다소 경험이 부족하단 느낌도 들지만, 충분히 유능하기에 채용하기로 했다.



―――



 “리젤 언니, 어서와.”

 

 “호에. 미제, 어째서 여기에 있는 건가요?”

 

 쇼핑에서 돌아와 기분 탓인지 반들반들해진 라이무와 리젤과 함교에서 만났다.

 마왕답게 함장석에 우아하게 앉아, 미제를 무릎 위에 태우고 한 손으로 붉은 액체가 들어있는 와인잔을 들어봤다.

 

 ……어째서 이 로망 넘치는 모습을 보고 아무도 반응하지 않는 거지?

 

 “『법리마법 발동 : 감정Ⅱ』……종족이 절반 사역마가 되어 있다. 이구사, 늘렸어?”

 변함 없이 라이무는 감이 좋다.

 

 “그래. 사정은 본인에게 들어봐.”

 

 “우으으으. 어떻게 된 일인지 잘 모르겠어요오.”

 

 “리젤 언니. 나도 오빠의 사역마가 되었어요.

 언니와 마찬가지로 오빠의 것이 된 거에요.”

 

 “에……에엑? ……에에………이구사 니이이임.

 어째서 미제까지 사역마로 한 건가요오오오오?

 미제에게 손을 대다니, 범죄자 냄새가 나요오오오오!”

 소문 나면 큰일 날 소리를. 손은 대지 않았다고……아직은.

 덜컹덜컹 오랜만에 잡혀서 흔들리고 있지만, 와인잔의 내용물을 흘릴 것 같다.

 그것 보다, 이런 틈도 아닌 틈을 타서 목덜미 냄새를 맡지 말라고.

 고양이냐! 아니, 고양이긴 하지만.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오히려 미제가 내게 손을 댄 거니까 말이지?”

 평범한 놈이라면 5번은 죽었을 정도의 습격으로 말이다.

 

 “후, 후냐아아아아앗! 무슨일이 일어난 건지 전혀 모르겠어요오오오!!”

 기다려라 리젤. 놀란 건 알겠지만, 어째서 얼굴이 빨개진 거냐?

 너 지금 머리속으로, 절대로 핑크색 상상을 하고 있는 거겠지?

 ……진정할 때까지 방치할까.

 

 “뭐, 그렇게 된 거다. 와이번. 너도 잘 부탁한다.”

 

 「네이. 미제 아가씨. 지는 이 배의 관리 AI, 와이번이라고 해유.

 잘 부탁합니다. 사탕도 드셔유.」

 소형 매니퓰레이터(기계팔)로 미제의 손에 예쁘게 포장된 사탕을 떨어뜨린다.

 소소한 기예를 늘리는 것에 여념이 없는 녀석이다.

 

 “……고마워요. 미제입니다. 잘 부탁합니다.”

 

 “와이번, 명령권 제2위. 공석이었던 부함장 자리에 미제를 등록해줘.”

 

 「알겠습니다. 우선권 수정, 삽입 종료했어유.」

 

 “이구사, 이 아이 지휘라든가 잘해?”

 

 “물론이다. 내가 재능을 인정했을 정도로 장래가 유망하다고?”

 

 “이구사가 그렇게까지 터놓고 칭찬한다면, 납득. 어떤 아이인지 왠지 모르게 이해했어.”

 

 “이구사님! 미제를 빌릴게요. 제대로 대화하고 오겠어요오오오!”

 리젤이 미제를 끌어안고, 어째선지 라이무도 데리고 개인실을 향해 가버렸다.

 무릎 위에 있던 따뜻한 감촉이 사라져 조금 외롭다.

 

 뭐, 미제라면 1시간 이내에 리젤을 반대로 설득하겠지. 리젤이고 말이야…….

 

 그나저나 내 손에, 붉은 액체가 든 와인잔에서 외롭다는 듯이 수면이 흔들리고 있는데 말이지.

 ……저기, 이 악역의 로망스런 모습, 누구든 좋으니까 반응해줬으면 하는데?



―――



 다음 날, 인재 모집에 대한 응모가 정원의 10배를 가볍게 넘었으므로 접수를 정지했다고, 정보 네트워크 담당자인 토끼 귀 아가씨에게 연락을 받았다.

 역시나 『바루나』 스테이션 사람들이다.

 일자리에 극히 탐욕스러우며, 행동력도 있어 호감이 갔다.

 

 너무나도 사람 수가 많으므로, 절반 이상을 서류 심사에서 떨어뜨리고―――아무리 그래도 82세의 전직 베테랑 해병이라든가, 의욕 넘치는 7살이라든가는 되돌려 보냈다.

 400인 정도까지 줄였지만.

 이게 또 훌륭하게 젊은 동물귀 아가씨들만 남았다.

 남자가 전혀 없다. 이래선 음마를 소환할 수 없다……그 년들은 남자만 주면 충성심도 높고, 일에도 진지하니까 기대하고 있었는데.

 

 어째서 남자가 없는가. 미제에게 물어본 결과.

 『바루나』 스테이션의 남자들은, 거의 전원에게 이미 일자리가 있는 모양이다.

 일용직 근로자를 하고 있는 강인한(단 겉모습은 소년인) 남자들도 있다고 하지만, 그쪽은 모집조건으로 걸어놨던 장기근로를 좋아하지 않는 듯하다.

 필연적으로 일자리를 찾고는 있었지만 찾지 못했던, 젊은 아가씨들만 모여서 응모를 한 것 같다.

 

 기본적으로 나와 미제가 순서대로 면접할 예정이었지만, 면접만으로 이틀은 가볍게 넘을 것 같다.

 라이무와 리젤은 어떻게 했냐고? 적재적소라는 게 있다는 거지…말하지 않아도 알잖아?



 하지만 재밌을 정도로 갖가지 종류의 귀를 가진 종족이 있다.

 종족적인 특징이겠지. 얼굴 생김새도 미녀계와 귀여움계로 나뉜다.

 동물 요소도 귀와 꼬리 정도로, 얼굴이나 몸까지 동물 요소가 섞여 있는 일은 적다고 한다.

 가끔씩 푹신푹신한 모피를 가진 아이라든가 태어날 것 같은데.

 이 동물귀 계통의 아드람인을 만든 지구인은 업보가 깊다.

 좋은 술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지만…!



 유감스럽게도, 나는 귀를 보기만 한 걸로 무슨 계통의 동물인지 판별할 수 있을 정도의 심각한 케모너도 아니지만.

 20세 보다 약간 젊은 정도인가? 힘 없는 표정을 짓고 있는, 털색도 얼굴도 많이 닮은 두 사람은 자매인 거겠지. 그 아가씨들은 바로 젖소 아가씨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뭐라고 해야 할까, 가슴의 풍만함스런 의미로.

 채용, 즉결 즉단으로 채용이다.

 저 겉모습이라면 다소 실수를 하든 무능하든 상관 없다!

 그보다 그러는 편이 오히려 좋다……!

 

 이래저래 내 취향이 섞인 인재 모집은 끝났다.

 대체적으로 진지하게 했으니까, 폭주해버린 부분은 좀 봐줬으면 좋겠다.

 

 전투, 수리 선원. 일반 선원 모두 전원 13~20세 정도의 여성.

 채용한 숫자는 선박 전투, 수리 선원이 67명, 일반 잡용, 비정기 전투원 42명으로 예정보다도 많이 채용했다.

 숫자가 아슬아슬하면 퇴직 희망자가 나오거나 전투로 부상자가 나왔을 때에 괴로우니까 좀 많이 채용하는 편이 좋다는, 미제의 조언을 받아들인 형태였다.

 

 이 선원들의 교육계가 될 교육자도 20~30세 정도의 여성으로 채워졌다.

 타고 있던 배가 침몰한 전직 선원이나, 일하고 있던 기업이 망하거나 해서 살길을 걱정하던 사람들이다.

 채용한 9명은 모두, 꽤나 생활이 곤란했던 모양이라 채용해준 것에 대해 대단히 감사했다.

 디폴트로 충성도가 높을 것 같군.

 

 리젤 엄마에게 받은 무장 메이드들은 선박 조작에도 익숙한 것 같았기에 그대로 전원 함교 요원으로 삼았다.

 백병전에서도 강할 것 같지만, 우리 쪽에는 리빙 아머들이 있으니까.

 함교 요원은 나, 라이무, 리젤, 미제, 와이번과 메이드들에, 오퍼레이터 요원으로 젖소 아가씨 자매가 교대로 하기로 정했다.

 나중에 알았지만, 막무가내로 채용한 젖소 자매는 전투함 승조 경험이 있었다.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걸 성적인 장난을 치면서 교육한다든가, 그런 로망을 품고 있던 내 남심이 피눈물을 흘리면서 한탄했던 건 비밀이다.

 벼, 별로 분하지 않으니까……!



 인원 보충도 할 수 있었고 단숨에 떠들썩해진 와이번 선내였지만, 남자 냄새 나는 것도 사양이지만, 여학교 느낌이 나는 것도 괴로운 부분이다.

 좋은 남성 사원은 앞으로 천천히 찾아보도록 하자…….



 심야, 와이번 선내 오피스.

 앞으로 대외적인 손님을 초대하는 일도 있으리라 생각해서 만든, 사관용 방 하나를 통째로 쓴, 사장실 겸 내객용 오피스에서 이런저런 일을 생각하고 있는 내 앞에는 이번에 채용한 인원의 계약용지가 있었다.

 보통은 공간투영형 계약서로 끝내는 것 같지만, 종이에 가까운 유기소재의 용지로 쓰게 했다.

 

 채용한 118명과, 메이드대의 11명. 합계 129명의 계약서 다발이 꽤나 두껍다.

 이력서도 포함된 계약서를 한 장씩 확인하면서, 마력을 쏟아 넣는다.

 마력을 희미하게 투과하니, 문자와 문자열에서 만들어진 문양이 떠올라, 사전에 넣어둔 마법이 발동한다.

 

 『계약 성립됐습니다. 랭크Ⅳ, 주인과 하인의 주종계약이 집행됩니다.』

 『계약자, ―――』

 『계약주, 마왕 이구사』

 『계약 대가 : 없음』

 『―――는 마왕 이구사의 하인으로서 목숨을 바쳐, 그 목숨이 다할 때까지 충성을 맹세할 것이 여기에 계약되었습니다.』

 『특기사항 : 본 계약은 계약자의 무의식에 상주하게 됩니다.』

 『특기사항 : 무의식 아래에서 발동하기에, 계약은 본래 효과를 발휘할 수 없습니다.』

 『특기사항 : 계약자의 신뢰가 늘어날수록 본 계약은 그 효과를 발휘하게 됩니다.』

 『특기사항 : 본 계약서를 계약자가 의식한 순간, 본 계약서는 완전한 효과를 발휘합니다.』

 

 고용 계약이라고 해도 마왕과 계약하는 이상, 다소의 각오는 해줬으면 하지만 처음부터 충성심 MAX의 부하들만 있는 것도 재미 없다.

 충성심이 늘어날 이벤트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충심을 바친다든가, 악의 미학적으로도 좋지 않다.

 그런 이유로, 신뢰하면 할수록 명령을 거역할 수 없게 되는 계약을 걸어놨다.



 매직 잉크로 적은 문서라니 고전적이지만, 로망이겠지?



―――



 선원들이 선내 활동에 최소한도로 익숙해지는 데에 5일 정도 걸렸다.

 기술을 가진 녀석도 꽤 있었지만, 마개조를 거친 구식 강습상륙함에 익숙해는 데엔 다소 시간이 걸리는 듯하다.

 실습을 대신해서 출항하여, 해적들이 도량발호하고 있는 『짐승길』에 들어가 「제1종전투태세」라고 메이드들이 말했던, 언제 전투가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가 계속되는 상황도 체험했다.

 

 가끔씩 해적에게 습격을 받고 있던 상선이 있었기에 현상금도 벌 겸 해서 섬멸하기도 했다.

 선원들이 아직 익숙해지 않은 탓도 있어서, 역시 제노사이드 느낌이 되었지만.

 

 꽤나 구식이지만, 대형 구축함을 나포할 수 있었기에 『바루나』스테이션까지 회항했다.

 배를 나포할 수 있게 된 점도, 인원수 증가가 가져온 커다란 성과로군.

 자동항행 시스템은 있긴 하지만, 골동품 레벨의 구식인데다 대형함이기에 함내조정에 최소한 5~6명 정도는 있어야 회항도 가능하다.

 

 라이무와 리빙아머들이 너무 활약해서 사이코호러 풍미의 인테리어가 되어버린 대형 구축함을 어떻게 할지 고민한 결과, 결국 팔아 치우게 되었다.

 

 구식 대형 구축함은 속도가 너무 느려서 와이번과 동행할 수 없고, 강습상륙기능을 가진데다 대형함인 탓에 운용에는 선원이 대량으로 필요하다.

 해적질이라도 하지 않는 이상 미묘하게 사용하기 어려운 물건이란 거다.

 이 이상 사업 내용을 늘리기 전에, 자본금(IC)이 좀 더 필요하다.

 

 『바루나』 스테이션은 전속 방위함대가 프리깃함 6척밖에 없었으므로, 대형 구축함을 판매했더니 장절하게 괴로운 표정을 한 리젤 아빠에게 감사 받았다.

 감사를 한 뒤에 “딸들을 돌려줘어”라고 아이처럼 울었지만.

 역시 『짐승길』이 가까운 탓에 해적 피해와 방위 전력에 고민하는 것 같다.



 그 결과, 와이번의 전투력―――주로 마개조와 마법을 사용한 비겁한 부분―――을 평가 받아 해적 상대로 큰 사업을 받게 되었다.

 

 구시대 발전 스테이션을 오랜 기간에 걸쳐 점거하고 있는 중견 규모의 해적단을 토벌해 달라는 의뢰다.

 

 ―――자, 이제야 겨우 재밌어지기 시작하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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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케 : 어느 하루의 제국정보국, 유실기술 탐색실, 변경 담당 11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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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넓고 어두운 실내에는 몇 개의 공간투영식 모니터가 표시되어.

 갖가지 정보―――그것도 기밀성이 높은, 외부에는 흘릴 수 없을 것들이 아낌 없이 흘러나왔다.

 타국 첩보원이나 정보수집 매니아가 보면 군침을 흘릴 것들뿐이지만, 이 방에 모인 자들은 「일상적인 관경」이라는 듯이 딱히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다.

 

 “그럼, 다음 보고서입니다.

 기술부가 새로운 타입의 유실기술을 관측하고 있는,

 신규 기업이 소지하는 고효율, 고집적형의 고도 AI로 보이는 유실기술의 정보수집에 임한 공작원이 보낸 보고서가 됩니다.”

 보조 모니터이기도 한 작고 둥근 안경알의 안경을 쓴 나약해 보이는 남자가, 정보투영 서류를 상단에 앉아 있던 몸이 마르고 키가 큰 남자에게 건낸다.

 

 “오랜만의 신계통이라서 정보국원을 보냈었지.

 꽤 고위 인물을 보낸 보람도 있어서 바로 성과가 나왔나.”

 신경질적인 얼굴을 한 남자는 만족스럽게 끄덕이고, 정보투영 서류를 열어 내용물을 확인한다.

 

 『제국정보국, 2급 잠입정보수집 에이전트, 코드네임 “카밀라” 제72차 보고』

 

 『은하표준시간, 06:15 이구사 님 일어나시다.

 산뜻한 손놀림으로 준비를 마치시고 10분만에 출입』

 

 『06:28 이구사 님 일반 선원용 식당에 도착.

 솜씨가 서투른 일반 선원에게 식료작성기의 매뉴얼 조작에 대해 교육.

 카르미라스 가 직속, 전투 메이드들도 참가.

 이구사 님이 사용하신 식기를 세정기에 투입하기 전에 확보』

 

 『07:12 이구사 님 화장실에.

 표준 장비인 중력파 마이크와 녹음기를 사용. 사용기록 165-180 음성기록 첨부』

 

 『07:22 이구사 님 함교에 들어오다.

 어젯밤 정성 들여 청소해둔 함장석에 앉다. 내 손으로 청소한 곳에…곳에!』

 

 ―――1548행, 중략―――

 

 『23:21 이구사 님의 개인실에 그 은발 애새끼가 들어간다.

 선체 관리의 고도 AI는 공작비용으로 구입한 동영상 데이터로 매수 완료.

 실내 화상은 실시간으로 입수 가능.

 은발 애새끼는 이구사 님과 친밀한 모습으로 이야기를 나ㄴ……은발 애새끼의 호칭을 도둑년새끼로 변경. 이구사 님과 저런 짓을!?

 부럽다. 부럽다. 부럽다. 부럽다. 부럽다. 부럽다. 부럽다. 부럽다. 부럽다. 부럽다. 부럽다. 부럽다. 부럽다. 부럽다. 부럽다. 부럽다. 부럽다. 부럽다. 부럽〈부정한 정보량을 검출, 표시 정지합니다〉』

 

 ““………….””

 방 안에 침묵이 가득 찬다.

 

 “…저기, 과장. 나는 유실기술 정보수집을 명령했을 텐데. 뭔가 전달 미스라도 있었던 건가?”

 

 “글쎄요. 저도 그렇게 명령했을 겁니다만. 어째선지 대상기업 사장의 행동정보만 보고서에 올라와 있습니다.”

 

 “저기, 과장. 제대로 정보국원을 보낸 게 맞는 거겠지?

 예산을 아끼려고 범죄자라도 보낸 건 아니겠지?”

 

 “…글쎄요. 근무실적이 높은, 고위 정보국원을 잠입시켰을 겁니다만.”

 

 “저기, 과장. 철수명령은 보냈는가?”

 

 “꽤―나 전에. 두 번째 보고서에서 이미 이상해졌으므로.”

 

 “…그래서, 결과는?”

 

 “글쎄요. 성과가 나왔다면, 아직 4일째인데 제72차 보고서라는 기가막힌 넘버링은 붙어 있지 않았으리라……어떻게 합니까?”

 

 탁, 하고 정보투영 서류를 닫은 신경질적인 얼굴의 남자.

 관자놀이에 손가락을 대고 누르고서 깊이 한숨을 내쉰다.

 

 “………저기, 과장. 나는 이 정보국원의 보고서를 무심코 확인하는 걸 잊었다.

 이후에도 이 국원의 보고서를 확인하는 걸 잊어버릴 거다. 알겠지?”

 

 “……글쎄요. 알겠습니다.”






 “―――최근, 가끔씩 오싹하단 말이지.”

 

 “이구사, 감기?”

 

 “질병 내성은 MAX니까 감기에 걸리지 않을 텐데.”

 

 “사람이 갑자기 늘어났으니까요. 피곤하신 거겠죠오.”

 

 “오빠는 일을 너무 늘렸어요. 조금 더 우리들을 의지하는 게 좋아요.”



 ―――주종 계약의 악영향이 나오고 있다는 걸, 이구사는 눈치 채지 못했다.

 아드람 제국 정보국의 영향을 배제할 수는 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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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케 : 강습상륙함 와이번, 함교 요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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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구사 (사나다 이구사)

21세 남성 흑발흑안 단발

포지션 : 함장 겸 마법사

로망을 좋아하는 마왕님



라이무 (무코지 라이무)

17세 여성 은발녹안 장발

포지션 : 조타, 함재기 파일럿, 주포

합법로……용사님



리젤 (리젤리트 폰 카르미라스)

16세 여성 흑발흑안 단발 고양이 귀

포지션 : 화기관제, 그 외 잡무

천연에 다메카닉 고양이 귀 아가씨



와이번 (강습상륙함)

연령불명 남성 갈색머리(옅음) 흑안 대ㅁ…약간 단발

포지션 : 제어보조 (전체)

수상쩍은 사투리의 에로 부상신



미제 (미제리타 폰 카르미라스)

13세 여성 밝은 갈색, 갈색눈 포니 여우 귀

포지션 : 부함장

“~어요” 혹은 “~이에요”가 말버릇인 여우 귀 아가씨

사서 고생하는 타입의 음모가

세밀한 계산을 세운 뒤에 무심코 파산하는 무심코 속성 소유

어른답게 행동하고 있지만 어리광 부리고 싶어하는 나이



아르테 (아르티리아 카레이도미리트)

17세 여성 잿빛머리 흑안 장발 강아지 귀

포지션 : 화기관제 보조, 부조타수

“~이지 말입니다”가 말버릇인 군인 아가씨.

카르미라스 가 사병, 제2전투 메이드대, 대장

전투에 방해되는 장발이 베테랑의 증거

취미는 봉재와 봉재인형 수집



아르테의 부하 ×10

15~18세 여성 뱃빛머리 흑안 단발 강아지 귀

포지션 : 이것저것

잿빛 단발이 트레이드 마크. 아르테의 부하인 군인 메이드들

근무중에는 역시 “~이지 말입니다”가 말버릇

쉴 때는 나이에 어울리는 떠들썩한 아가씨들

아르테와는 대체로 친척관계에 있음

한 명만 말버릇이나 분위기가 다른 아이가 섞여 있다



유니아 (유니아 발바리아)

20세 여성 금발 갈색눈 세갈래 장발 젖소 귀

포지션 : 오퍼레이터

기운이 좋긴 하지만, 기운도 열의도 헛도는 느낌이 드는 누나 캐릭터

일은 똑바로 하지만 사생활은 무능한 사람



루니아 (루니아 발바리아)

18세 여성 금발 갈색눈 사이드테일 단발 젖소 귀

포지션 : 오퍼레이터

스포츠 소녀풍의 건강한 캐릭터

가사도 요리도 할 수 있는 모범생

함내 「소꿉친구 히로인이라면 이 사람 랭킹」에서 항상 순위권

Posted by 추리닝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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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마왕군 설립 편

 

15화. 마왕, 부하를 소집하다



 『배의 묘지 성계』에 있는, 리젤의 고향이기도 한 대형 공업 스테이션 『바루나』에 도착한 우리들은, 구인을 하기 전에 스테이션 내부를 둘러보기로 했다.

 어떤 종족의 우주인이 있는지도 모르고, 스테이션의 분위기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바루나』는 『배의 묘지 성계』가, 아직 『위대한 제국 조선항 성계』라고 불리던 시기부터, 역사 있는 대형 공업 스테이션이라고 한다.

 옛날엔 조선관계 부품을 만드는 공장이 쫙 나열되어 있었다고 하지만, 지금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

 일단 첫 인상을 솔직하게 말하자면, 「거대한 폐허 사이의 다운타운과 마을 공장이 늘어선 활기 있는 거리」로군.

 아무래도 몇 십년 전까지는, 스테이션 전체가 폐허와 슬람으로 채워져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부자는 적긴 하지만, 배의 잔해나 고철품을 취급하는 마을 공장 같은 작은 재생 공장과 주변의 자원 채굴, 농업, 식품생산 등의 소형 생산 스테이션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집이 다운타운에 형성되어 있다고 한다.

 

 인종적으로는 아드람인밖에 없다고 할 수 있겠지.

 지구인과 동물귀 중족이 3:7 정도의 비율이고, 딱 보기에도 외계인이라는 모습의 녀석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리젤의 안내로 거리를 돌아다니고, 길끝의 노점에서 산 수상쩍은 꼬치라든가 먹으면서 거리의 모습을 둘러봤지만, 이 스테이션에서 일정 수의 인원을 고용하기로 정했다.

 

 이 스테이션에는 일찍이 가졌던 영광은 더 이상 없을지도 모른다.

 정연한 규율이나 질서는 없다. 오히려 혼돈이 만연하다.

 하지만 이 거리에는 어수선하기에 활기가 있고 사람들은 생명력으로 가득차 있다.

 …풍류가 없을지도 모르지만 감정마법으로 통행인의 스테이터스를 확인했으니 분명하다.

 거리에는 선도 악도 혼재한다. 거기에 사는 자들은 어른도 아이도, 선악이든 뭐든 전부 에너지원으로 해서 살겠다는 듯이 탐욕스럽고 긍정적이다.

 

 이야기로만 들었을 뿐이지만, 고도성장기의 일본도 이런 분위기지 않았을까?



 훌륭하다. 일단 덮어 놓고 이 스테이션의 사람들을 칭찬하지 않겠는가.



 그야 물론 지금까지 만났던 상인들이 성공했다면 성공했겠지.

 앞으로의 일을 확실하게 통찰하고 리스크를 줄이고 IC(돈)를 늘리려는 자세, 생인으로서 중요한 자세일 거다. 그걸 부정할 생각은 없다.

 

 이 스테이션의 사람들은 반대다. 미래에 대해서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다.

 그저 오로지 한 순간의 희망을 위해 노력하고 오늘보다도 좋은 내일을 맞이하고자 한다.

 부모를 위해, 아이를 위해, 형제자매를 위해 단지 우직하게 살아간다.

 목돈이 손에 들어오면 환락가나 상점가에서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쓰기도 하고, 다음 날에는 생활이 곤란한 노인을 구하기 위해 쓰기도 한다.

 

 선도 악도 아니다. 어디까지나 자신에게 솔직하게, 마음에서 솟아나는 욕구에 따라 살고 있다.

 나는 그런 삶을 사는 자들이 매우 좋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 안에 있는 마왕스런 부분이 “이 자들의 절망은 굉장히 맛있을 것 같다”라고 속삭여서 곤란하다.

 내가 절망을 퍼트리고 열락에 젖는 타입의 마왕이었다면 단발에 매료 당했겠지.

 ……마왕이란 실은 인간들을 아주 좋아하는 녀석들이 아닌 걸까?



 “라이무, 이 마을은 어떻게 생각해?”

 

 “어수선하긴 하지만, 활기가 있어서 좋아. 이 간다.”

 

 “그런가. 배를 운항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인원을 확보할 예정이었지만 마음이 바뀌었다.

 바로 일할 수 있는 녀석만이 아니라 젊은 녀석을 지도할 수 있는 녀석도, 기술도 경험도 없지만 의욕이 있는 젊은 녀석도 포함해서, 많은 숫자를 고용하려고 생각해.

 라이무, 리젤, 와이번. 의견을 들려줘.”

 

 “응. 나도 찬성. 잘 될 것 같아.”

 

 “저는 여기 출신이지만, 일자리가 생기는 건 찬성이에요오.”

 

 「저도 찬성이어유. 즉 전력으로서는 조~금 어려울지도 모르쥬.

 하지만 그런 녀석들은 근성이 있어서 선원에 어울리어유.」

 휴대단말 너머로 대화에 섞여 있던 와이번도 찬성인 듯하다.

 

 “좋아, 그럼 부하……사원인가. 모집을 해볼까.”

 휴대단말을 조작하여 스테이션 내부의 정보 네트워크를 통해 구인 광고를 의뢰한다.

 인터넷 광고와 신문 광고를 섞어 발전시킨 거일까?

 본사 겸 기함이 와이번이므로 똬리를 튼 비룡의 로고로 주문해서…….

 

 『신예, 민간군사기업 DLA 사원 모집중.

 우주를 달리며, 사람들을 위해 싸우고, 돈을 번다.

 강한 배짱을 지닌 정사원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제국 기업국, 기업 평가 랭크 18

 

 대우 : 일급 15IC+성과급. 식사, 숙사 지급

           장기취업이 가능한 분을 우선합니다.

 모집인원 : 선박전투, 수리 선원 40명

                   일반잡부, 비정기 전투원 30명

                   지도교육자 8명』

 

 바로 “이 디자인과 문장이면 됩니까?”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일이 빠르네.

 

 거의 80명 가까운 모집이지만, 와이번의 선체라면 수용은 여유는커녕 적을 정도다.

 우주함이나 해적의 습격에 정시라든가 영업시간이란 개념은 없으므로 로테이션을 돌릴 필요도 있을 테고.

 

 지금까지 나나 와이번이 힘내……서?

 어라? 어째서 마왕인 내가 굉장히 열심히 일하고 있는 거지?

 깊게 생각하지 마라. 나……. 인원 모집을 확실하게 하자. 그리고 과거는 잊자.

 

 게다가 미경험자라도 채용할 예정이므로 큰 폭으로 채용해두지 않으면 무리가 온다.

 

 금전감각은, 아드람 제국 중앙 성계…일본으로 들자면 도쿄의 도심부일까?

 물 한 잔에도 가격이 붙는 물가가 높은 곳에서 1[IC]=1[$]정도라고 한다.

 1IC 이하의 물건은 지방 정보통화로 거래를 한다는 것 같다.

 

 일급 15$는 너무 싼 거 아냐? 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미경험자라도 채용할 생각이고, 이렇게 된 이상 조금 젊다든가 나이가 들었어도 고용할 생각이다.

 

 게다가 식사와 숙소까지 보장한다는 건 크다.

 “이 지방 스테이션은 중앙에 비해 굉장히 물가가 싼 편이고, 전투함 인원으로서도 불만이 나오지 않을 범위입니다. 다소 블랙 느낌은 들지만요”라는 것이 정보 네트워크에서 로고나 모집문장을 디자인 해준 토끼귀 아가씨의 코멘트다.

 현지인의 의견이고 신용할 수 있겠지.

 

 그리고 마왕군이니 다소 블랙한 정도가 딱 좋다.

 화이트컬러의 마왕군이라니 위화감 쩔겠지?



 실은 판타지스런 녀석들의 고용 계획도 몰래 진행하고 있었다.

 백병전 인원으로서 요전에 만든 리빙아머는 작성만 하면 급료를 요구하지 않고 식사도 필요 없고 취침도 하지 않는다. 실로 비용 대비 효율이 좋은 녀석들이지만.

 그 이외엔 꼭 어딘가 하나 나사가 빠져 있었다.

 

 마왕의 부하가 될듯한 대악마라든가 마수왕이라든가를 소환해서 어느 정도의 계약으로 일할지 교섭을 해봤지만.

 그 놈들, 실로 보수에 시끄럽고 요구가 밑빠진 독에 물붓기처럼 비싸다.

 지능이나 전투력이 높은 녀석일수록 천정부지로 요구가 올라간다.

 

 마수왕에겐 대륙 하나 넘기라는 소릴 들었다.

 너 말야, 우주선에서 일하게 될 텐데 별에 정착해서 어쩌려는 거냐! 라고 말하니, 마수라는 건 정착해서 산다. 우주선 따위 몰라! 라며 적반하장이었다.

 

 악마들, 특히 인간에 대한 증오나 공포라든가 부의 감정을 양식으로 삼는 녀석들은 꽤나 기대하고 있었지만.

 그 놈들, 부의 감정을 포식한 나머지 전원 살이 피둥피둥 찌고 말았다.

 그렇겠지. SF 세계처럼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 당연히 부의 감정도 마음대로 먹을 수 있다.

 부의 감정을 줄 테니까 일하지 않겠나? 라고 하니까 “아뇨, 의사에게 먹지 말라고 들었으므로 그냥 돈으로 주세요”라든가. 엄청 비싼 금액을 요구 당했다.

 그럼 그냥 사람을 고용하고 말지. 훨씬 싸니까!

 그 놈들, 악마답게 광속성 에너지 병기에 약한 것 같다.

 SF 세계에서 에너지 병기따위 넘쳐난다. 약점밖에 없다니 어떻게 된 거야?

 

 뭐라고 할까, 마왕이 실익을 보고 부하를 찾으니, 촌민 같은 사람을 고용하는 게 가장 값싸고 평범하게 일해줄 것 같다든가.

 이거 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고 따져 묻고 싶다. 따질 사람이 없다는 게 문제지만…….



 이러저러 눈물 없이 말할 수 없는 기억을 봉인하며, 일단 3일 정도를 예정으로 인원모집에 GO사인을 내렸다.

 이 스테이션 녀석들은 일자리에 욕심이 넘쳐나서, 신문 3행 광고 같은 모집까지 체크에 여념이 없다고 하니까 일단은 지켜보기로 했다.

 

 직접 나가서 얼굴을 보이고 인원모집 의뢰도 끝나 정보 네트워크의 창구 오피스에서 나와 거리 산책이라도 계속할까 대화를 나누던 우리들이었지만, 창구 오피스 앞의 스테이션 내부용 트랜스포터가 기다리고 있었다.

 현대 지구로 말하자면 승용차같은 거지만, 묘하게 고급감이 흐르는 트랜스포터 옆에는 이 시대에도 살아남아 있었는가 감동하게 되는, 무척이나 집사! 라는 복장을 한 노년의 지구인이 서 있었다.

 

 “세바스찬이라는 이름에 꼬치 하나 건다.”

 라이무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 정도로 노집사의 이상형을 뭉쳐 만든 것 같은 사람이다.

 

 “아, 지크프리트 아닌가요. 오랜만이네요오.”

 응. 리젤의 지인이었나. 하지만 세바스찬이 아니라는 건 유감이군.

 

 “……(시무룩)”

 라이무도 실로 유감스러워 보인다.

 

 “주인님의 명령으로 마중 나왔습니다. 리젤 아가씨와 아가씨의 친구 분들.”

 딱! 하고 깊게깊게 고개를 숙이는 집사 지크. 응, 아가씨?

 

 ““……….””

 분위기를 보고 입에 담지는 않았지만, 나와 라이무의 시선은 리젤에 꽂혀 있었다.

 분명 생각하는 바는 같겠지.

 

 아가씨? 그거 무슨 농담이야?

 

 여러 각도에서 딴지를 걸고 싶지만, 리젤의 오랜만의 귀향이기도 하고 당연한 것처럼 안내를 받는 리젤에게 나와 라이무는 잠자코 따르기로 했다.

 

 진동 하나 없는, 묘하게 차내 공간이 넓은 트랜스포터로 이동하길 십여 분.

 스테이션 중심가에 가까운, 나무들이 무성한(여기 스테이션 안이지?) 넓은 부지를 가진 대저택으로 안내 받았다.



―――



 가끔씩, 희소하긴 하지만.

 근력이나 마력이나 재력처럼 「강함」의 종류가 다양하게 있는 와중.

 천연이라는, 단지 성격에 불과한 것이 두드러지게 강하게 느껴진 적이 없는가?

 

 본인에게 악의도 뭣도 없는데도 그 자리의 분위기를 얼리거나 분쇄하는 것 같은.

 책모의 천재가 10년 걸려 쌓아온 책략을, 직감도 뭣도 없이 그냥 부숴버리고 마는 듯한.

 

 무슨 일이 있었냐고 하냐면.

 

 꽤나 넓고 호화로운 실내.

 내부 공간이 한정되어 있는 우주 스테이션에 있어서 넓은 실내를 가진다는 것 자체가 스테이터스라고 한다지만.

 

 그 실내의 장식품도 졸부 취미와는 달리 시대를 느끼게 하는, 소유자가 평생 자본가로서, 자본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주저 앉지 않고, 계속해서 노력했다는 걸 느끼게 하는 침착한 실내.

 

 실내 중앙에는 뭉쳐 앉으면 6명 정도는 앚을 수 있을 듯한, 하나의 안티크 소파.

 미래 세계에서 보자면 현대 지구의 소파는 안티크 범위에 들어가겠지.

 묘하게 위화감이 없는, 가격은 비싸 보이지만 낯익은 디자인의 소파가 나열된 실내에서.

 

 여우 귀의 유…소녀, 고양이 귀의 소년, 어른의 고양이 귀 여성이 나란히 소파에 앉고.

 

 반대편 소파에는 라이무, 나, 리젤이 순서대로 앉아 있었다.

 

 고양이 귀의 소년―――12세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지만, 리젤의 아버지라고 한다.

 리젤의 종족에서 여성은 15세부터 30대 정도까지는 평범하게 나이를 먹는다고 하지만, 남성은 12세~15세에서 노화가 멈춘다고 한다.

 

 딱히 놀랄 일은 아니다.

 본래 리젤 같은 종족은 이민해 온 지구인류가 만든 종족이라고 한다.

 고양이 귀의 아저씨라니 누구 취향이야! 라고 소년에서 노화가 멈추도록 디자인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나도 거기에는 동의한다.

 혹시 살찐 중년 아저씨에게 귀연 고양이 귀가 달려 있다면, 직시하는 것도 괴롭겠지?

 억지 웃음을 지으며 끈적거릴 듯한 땀을 손수건으로 닦고 있는 중년 아저씨의 머리 위에 말이다. 고양이 귀가 뾱뾱하고 귀엽게 움직이고 있다든가 상상하는 것만으로 괴롭다.

 일부 사람들은 “짐승 귀 아저씨도 좋잖아!”라고 격렬하게 주장할지도 모른다. 뭐, 대다수의 사람은 “아니, 겉모습은 소년인 게 좋잖아”라고 납득해주겠지.

 미래 기술이라면 외견을 바꾸는 것도 가능할 테고, 마이널리티에게도 상냥한 세계로군.

 

 연령 40세를 넘었다고 하는 리젤의 아버지, 목소리도 소년이었지만, 온화한 어조에는 침착한 어른의 풍모가 느껴졌다.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는데 말이지.

 다음 순간에는 환상이 산산조각 박살나고 말았다. 박살나는 거 너무 빠르지 않아?

 

 “저기, 리젤 쨩? 슬슬 소개해주지 않을래?

 그쪽 지구인(테란) 소녀와―――그 놈은 누구실까?”

 태도로 처음부터 절반은 알고 있었지만, 충분히 성장한 자신의 아이를 쨩 붙여서 부르는 시점에서 “아, 아이에게서 떨어지지 못하는 팔불출이군”이라고 알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로서는 마음을 이해하지 못할 것도 아니지만, 처음 보는 사람을 그 놈이라고 부르는 건 어떨까 생각하는데.

 

 보통 이러한 친한 소녀의 양친과 대면한다는 이벤트에 조우하면 남자로서 식은땀을 흘리며 딱딱하기 긴장하는 거겠지만.

 

 뭐, 마왕인 시점에서 보통이 아니니까 말이지?

 그런 거 내 캐릭터도 아니고.

 

 그런 고로, 여유만만하게 발을 꼬고 대담한 웃음을 띄우고.

 덧붙여 양쪽에 앉아 있는 리젤과 라이무의 어깨에 손을 올려 친밀함을 어필해 보았다.

 실로 마왕다운 태도라고 칭찬해도 좋다고?

 

 이 시점에서 이미 리젤 아빠는 “!?”라든가 “빠직”이라는 효과음이 들릴 정도로 얼굴을 굳히고 이마에는 힘줄이 돋아 났지만.

 

 “이쪽은 라이무 씨, 같이 여행을 같이 해온 친구에요.”

 안녕, 이라는 듯이 라이무가 작게 고개를 숙였다.

 

 “이쪽은 이구사 씨……어, 그러니까. 제 사육주이자 주인님이에요오.”

 리젤은 악의 한조각 없이, 부끄럽다는 듯이 말했다.

 사역마로서는 합격점을 줄 수 있는 대답이다.

 

 아니, 천연이란 강하다고, 뼈저리게 느낀다.

 

 웃음을 무너뜨리지 않은 리젤 아빠는 떨리는 손으로 들고 있던, 이제 너무 떨려서 차가 흘러 넘쳐서 텅 비어버린 컵을, 소리도 내지 않고 우아하게 접시에 내려 놓았다.

 무지막지한 정신력이군. 거물일지도 모른다.

 

 “리, 리리리리젤 쨩? 사육주라든가 주인님이라든가 무슨 의미일까? 일까?

 파파는 잘 모르니까, 아, 아아알려주면 좋을까? 을까?”

 파래지거나 빨개지거나 했던 리젤 아빠의 얼굴색은 이미 흙색에 가깝다.

 

 “엥, 어…어떤 의미라니, 이런 곳에서 설명할 수 없어요오.”

 부끄러움과 쑥쓰러움이 4:6 정도로 귀여운 홍조를 띄우며 고개를 숙이는 리젤.



 정말로 천연이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래. 그런가…잠깐 기다려주지 않을까?”

 빙의했던 귀신이 떨어진 듯이 산뜻한 웃음을 띄운 리젤 아빠는, 자리에서 일어나 벽에 걸려 있던 레이저 블레이드의 발진기 같은 걸 손에 쥐어 스위치를 넣었다.

 부웅, 하고 고주파와 함께 빛의 칼날이 솟아났다.

 

 “기다려라. 지금 해충을 퇴치할 테니까.”

 산뜻한, 그리고 눈동자 깊숙한 곳에는 광기의 불꽃이 깃든 눈동자로 레이저 블레이드를 날 향해 휘둘러 내리쳤다.

 

 다음 순간에는 빠직! 하고 파열음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난 라이무가 성검으로 레이저 블레이드를 받고 있었다.

 성검 대단하네. 실체가 없을 터인 레이저 블레이드를 받아낸다니.

 

 “뭐하는 짓? 이구사를 죽일 거면 내가 상대하겠어.”

 굉장히 마음 든든한 말을 해주는 라이무지만.

 

 리젤은 양친 앞에서 주인님 발언이나 하고, 실력행사는 옆에 있던 유…어린 미소녀인 라이무가 막게 하고.



 어라?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판단하자면.

 이 구도, 나는 꽤나 등급이 높은 인간 쓰레기로 보이는 게 아닐까?



 ―――뭐, 됐나. 마왕이고.



 결국 “아가씨, 비켜주게. 그 녀석을 죽일 수가 없어!”라고 소리치고 있던 리젤 아빠는 리젤 엄마의 손칼, 이 아니라 스턴봉(전자경봉)을 목덜미에 맞아 의식을 잃었다.

 손수건이라도 꺼내는 듯이 자연스럽게 스턴봉을 꺼내다니…….

 리젤 엄마, 꽤나 하는구만.

 

 “모처럼 찾아 오셨는데 면목 없게도 남편의 몸이 안 좋은 모양이에요.

 훈육……남편의 상태는 되돌려 놓겠으니 또 나중에 찾아오시겠습니까?”

 힘이 쭉 빠져 쓰러진 리젤 아빠를 어깨에 짊어지고 기품 있게 말하는 리젤 엄마.

 체격차가 있다는 건 알겠지만 그건 그렇고 참 가볍게도 짊어진다.

 

 “알았다. 오늘은 급현 방문이었으니까.

 또 훗날에 재차 방문하도록 하지.”

 이쪽에서 자주적으로 올 생각은 좀처럼 없지만.

 

 “감사합니다.

 딸도 좀처럼 귀향하지 않았기에, 건강한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만으로 기쁜 일이에요.”

 

 “잠깐, 엄마. 전에는 일을 고르는 데에 약간 실패했을 뿐이에요.

 저를 집에서 뛰쳐나가 돌아오지 않는 말괄량이처럼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오!”

 뭐야, 리젤. 자신에 대해서 잘 알고 있잖아.

 

 그리고 이 가족들의 리젤 아빠에 대한 무시가 장난 아니다.

 스턴봉의 출력이 높았던 건가, 조금 타는 냄새가 나는데…….

 

 이렇게 리젤의 집을 뒤로 한 우리들이었지만.

 뭔가 나쁜 짓을 했던가?

 여우 귀의 어린 소녀는 조용히 쭉 날 노려보고 있었지.



―――



 꽤 대저택이었던 리젤의 친가를 뒤로 하고 우리들은 와이번을 정박시켜놓은 스테이션 외연부 부두 가까이에 있는 상업거리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사정을 물어보니 리젤의 친가는 이 스테이션에서도 이름 있는 유지로 그 팔불출 리젤 아빠는 스테이션 경제를 재건한 중심인물 중 한 사람이라고 한다.

 이미 실익이 없는 명예칭호이긴 하지만, 아드람 제국 귀족이기도 하다고 한다.

 사람은 겉모습만으로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아니, 딸이 연관되면 미치는 타입인가?

 리젤도 본래는 아가씨이긴 아가씨였지만, 어린 시절부터 메카 종류나 기계를 만지는 게 좋아서 이곳저곳 고철상이나 폐선소를 나돌아다니며 아가씨 가업을 버려버린 말괄량이었다고 한다.

 

 “저는 아가씨라든가 불리는 것보다도 조선소 아저씨들과 기계 만지는 편이 좋은 거에요오.”

 리젤답군. 뭐, 아가씨라고 해도 이 스테이션 내부 한정 같은 거다.

 이제와서 태도를 바꿀 필요도 없겠지.

 

 라이무와 리젤은 상업거리 입구에서 일단 헤어졌다.

 이래저래 보충하고 싶은 소품이 있는 듯하다.

 그 녀석들도 일단은 여자다운 면이 있긴 있겠지.

 쇼핑에 어울렸다간 비참한 일이 될 것이 불보듯 뻔하기에 나는 혼자 별도행동을 하기로 했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노점상이 여러가지 줄지어 있었기에 적당히 먹거리를 사서 산책하고 있었지만, 돌연 뒤에서 꾹꾹하고 코트의 뒷부분이 당겨졌다.

 뒤를 돌아보니 여우 귀의 어린 미소녀…라이무보다도 어리게 보이는 아이가 코트 자락을 잡은 채 날 올려보고 있었다.

 진한 갈색 머리카락 사이에서 여우 귀가 바짝 서 있고, 머라키락은 뒤에서 포니테일……여우 귀니까 폭스테일인가? 뭐, 그런 느낌으로 묶었다.

 

 어린 겉모습 때문에 속을 뻔했지만 눈동자에는 확실한 의지의 빛이 있는 것을 보니 머리도 좋은 것 같다.

 지속 발동으로 해놓았던 감정 마법으로 본 스테이터스도 지력이 두드러지게 높았으므로 틀림 없겠지.

 지력과는 반대로 의지력이 묘하게 낮았던 것도 신경 쓰였지만.

 

 “무슨 일이냐? 나에게 무슨 용건이라도?”

 신사적인 대응을 해봤다. 마왕이라고 하지만 아이를 울리는 건 아름답지 않으니까.

 

 “그래요. 오빠에게 용건이 있어요.”

 끄덕끄덕하고 끄덕이는 여우 귀 아가씨.

 작은 동물 같은 움직임이 귀엽다. 애완용으로 한 마리 포획할 수 없을까?

 악의 미학적으로는 와인잔 외에도 무릎 위에 올려두는 애완동물이 필수적이니까.

 아니, 또 사고가 벗어났군.

 

 “그런가……무슨 용건이냐?”

 솔직히 짐작가는 데가…아니, 어디선가 본 얼굴이군.

 

 “리젤 언니를 해방해주면 좋겠어요.

 저 리젤 언니가 주인님이라든가 말하다니 이상해요.

 그러니 오빠가 약점을 잡고 있다고 생각한 거에요.”

 아아, 리잘 아빠 옆에 앉아있던 아이인가.

 리젤 아빠와 리젤 엄마의 임팩트가 강해서 잊고 있었다.

 리젤 언니? 여동생일까? 그렇다고 보기엔 귀가 다른데.

 

 “해방이라고 해도 말이지. 약점 같은 건 쥐고 있지 않은데?”

 사역마로서 영혼은 쥐고 있지만.

 

 “그…그럴 리가 없어요.

 저 완전 천연의 리젤 언니가 안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사람을 주인님이라든가 부르는 건 약점이라도 쥐고 있지 않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말이 심하구만. 리젤에 대해서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 것 같긴 하지만.

 

 으음. 정말로 혼 이외는 쥐고 있지 않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

 이야기를 나누는 게 재밌는 아이이기도 하고, 조금 놀아줄까.

 

 “그런가. 그럼, 내가 리젤의 약점을 쥐고 무슨 말이든 듣게 했다고 치자.

 그런 인간이 말을 들었다고 해서 솔직히 해방하리라 생각하는가?”

 크크큭, 하고 사악한 얼굴로 웃는다.

 아아…나, 오랜만에 판타지스런 마왕 같은 짓을 하고 있어…….

 

 “아뇨. 생각하지 않아요.”

 호오? 갑자기 거리를 벌리고……스모크 고글 같은 걸 쓰고 있는 흑복의 형님들이 사람들 무리에서 접근해오기 시작했다.

 호위겠지. 눈앞의 여우 귀 소녀 옆에 체격이 좋은 게 두 사람.

 날 포위하듯 다가오는 게 8명으로 합계 10명……아니.

 그 외 피해가 퍼지지 않도록 유도하고 있는 게 또 8명 있다.

 각자 손에는 스턴봉……이 아니군.

 뭔가 새하얗게 빛나고 있다. 죽일 생각이 충만한 장비 아냐? 저거.



 “생각하지 않기에. 오빠를 배제하고 겸사겸사 어둠에 묻어버릴 생각이에요.”



 클리셰처럼 “리젤 언니를 걸고 승부에요!”라든가 말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좀 하는군. 이 여우 귀 아가씨. 처음부터 실력행사는 물론이고 어둠에 묻어버리는 것까지가 전제라든가.

 너에겐 리젤보다도 악의 재능이 있다고!

 악의 간부 교육을 실시하고 싶어지지 않는가.

 

 지성적으로 속이 검은 여우 귀 아가씨를 내심 칭찬하면서.

 이 뒤에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했다.

 용사님의 갑옷처럼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지금 입고 있는 코트 같은 것이나 의복은 전통 깊은 마왕의 옷이라고 한다.

 라이무의 갑옷과 마찬가지로 오염 행성에 있었던 때에 사망자 수 보너스로 받은 물건이다.

 마법 방어라든가 이러저러 있는 듯하지만, 그 이상으로 착용감이 좋다.

 세탁도 간단. 금방 마르고, 더러움도 묻기 어렵다는 훌륭한 물건이다.

 

 거기, 마왕이 너무 가정적이라든가 말하지 말라고.

 라이무도 리젤도 세탁조차 하지 못하니까 말이야. 절실한 상황이다.

 

 그럼 거창한 소란을 일으켜 코트나 의복을 상처 입히고 싶지는 않다.

 

 『법리마법 발동 : 신경쇄약Ⅱ/대상확대Ⅸ×Ⅱ』

 

 폼을 잡고 딱, 하고 손가락을 울려 마법을 발동시켰다.

 호위에 실행부대에, 사람들을 유도하고 있던 흑복의 형님들이 “으극”하는 작은 비명을 각자 지르면서 지면에 쓰러진다.

 아무리 험한 일에 익숙하다고 해도 어차피 일반인.

 그런데다 마법 방어도 있으나마나한 레벨이라면 마왕의 적이 아니다.

 

 “무슨…일이 일어난 건가요?”

 쓰러진 자걱이나 호위를 보며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어둠에 묻어주는 게 아니었나?

 숫자도 질도 부족해서 조잡하군.”

 분하단 표정을 짓는 여우 귀 아가씨, 그 눈동자에 있는 건……웃음?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

 이 상황, 악으로서 수단을 고르지 않는다면―――

 

 『개념마법 발동 : 의사안/시선탐지Ⅶ』

 

 ―――있다. 370미터 앞의 빌딩 위, 스나이퍼(저격수)!

 아니, 80도 기울어진 430미터 앞의 폐공장 난간에도 또 한 명.

 살의 너무 높은 거 아냐!?

 저격총 정도로 죽지는 않겠지만, 맞으면 아플 것 같다고!

 마왕이라도 아픈 건 아프기 마련이다.

 

 『법리마법 발동 : 운동정지Ⅷ』

 

 “―――꽤 하는군. 그 나이에 대단한 일이다.”

 한 번 더 손가락을 울려 마법을 발동한다.

 응? 무영창으로 발동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액션 없는 마법이라니 로망이 없잖아.

 

 붕! 하고 굉장히 작은 소리를 내며, 거의 동시에 날아오는 물리탄두.

 센서류에 걸리기 어려운 암살 사양이라든가 그런 거 아닐까?

 전개해둔 운동정지 마법에 걸려 공중에 두 개의 탄두가 멈춘다.

 

 “확실히 보통이라면 이걸로 당할 테지만.

 전력평가도 하지 않고 습격이라는 게 오판이었군.”

 

 『주인마법 발동 : 저주반사Ⅲ/대상수증가Ⅱ/제한 : 대상파괴한정』

 

 공중에 멈춘 탄두를 손으로 만지니 각각 붉은 저주의 각인이 새겨진다.

 운동정지의 마법을 해제.

 날아온 코스를 역주행한 탄두가 스나이퍼가 쥐고 있던 대형 저격총을 각각 파괴한다.



 “그럼, 네 비장의 수도 전부 사라진 것 같지만.

 아직도 숨겨둔 공연물이 남아 있는가?”

 여우 귀 아가씨에게 다가가, 즐겁게 악의에 찬 웃음을 흘린다.

 

 후후후, 아하하하하, 으앗핫하하하하!

 무척이나 기분이 좋다. 이렇게 무척이나 악역스런 일을 하는 건 오랜만이다…!

 그렇다고, 이거라고, 이 감각이다. 악이란 훌륭하다.

 역시 마왕이란 이래야 하지 않는가……!

 

 “엣……앗………히으―――”

 성공을 의심하지 않았던 건가, 휴대 단말 저편에서 들리는 스나이퍼들의 고통에 찬 보고나 비명을 듣고, 웃음을 띄우고 있는 날 이번에야말로 공포의 눈동자로 보고 있는 여우 귀 아가씨.

 작은 몸을 덜덜덜하고 공포로 떨고 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이대로, 신사 여러분이 대단히 좋아하는 얇은책 같은 전개를 해도 좋겠지만.

 공포로 떨고 있는 유ㄴ……어린 미소녀를 희롱하는 것도 좋다면 좋은 일이지만, 리젤의 관계자이기도 하고 말이지.

 악이란 언제나 팔이 안쪽으로 굽는 법이다. 정의는 안쪽이고 밖이고 용서 없이 처벌하는 듯하지만.

 

 “―――에?”

 톡, 하고 여우 귀 아가씨의 머리에 상냥하게 손을 올려 쓰다듬어 주었다.

 복슬복슬한 느낌이 좋다. 음, 역시 애완동물로서 훌륭하지 않은가.

 

 “가족을 위해서라면 주저도 용서도 없이, 죄를 범하려는 그 자세는 훌륭하다.

 네 주변 사람 누구도 칭찬하지 않고, 인정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내가 인정하고 칭찬하도록 하지.

 넌 대단한 녀석이다. 긍지를 가져라.”

 이 녀석은 확실히 날 습격했지만, 가족을 위해 자신의 손을 더럽힌다는 건 악으로서 칭찬할 일이겠지.

 

 “오―빠……어째서.”

 여우 귀 아가씨의 눈동자에는 당황과 놀람의 색이 짙다.

 

 “뭘, 나도 동료가 심한 꼴을 당한다면, 비슷한 짓을 했을 테니까 말이야.”

 규모가 조금, 정도가 아니라 엄청 다르겠지만.

 

 “―――흐, 흐에에에엥”

 공포가 당황에서 안도로 바뀌어 울기 시작했는가. 아직 어리구만.

 겉모습에 어울리게 눈물을 흘리는, 어린 소녀의 머리를 진정할 때까지 쓰다듬어 주었다.




 아, 거기의 너. 안심해도 좋아. 내가 관련되어서 좋은 이야기로 끝날 리가 없잖아?




 “윽……훌쩍. 죄송했습니다.”

 한차례 울고서 진정한 소녀는, 쓰다듬어진 것이 부끄러웠던 거겠지.

 나와 미묘하게 거리를 두었다. 반보 정도의 거리감이 재밌군.

 

 “사죄는 받아들이지. 나도 이해할 수 있는 행동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몇 번이나 습격 당하는 건 괴로운 일이다.

 더 이상 습격하지 않겠다고 계약서에 사인을 받을 수 있을까?”

 

 “……알겠어요.”

 응. 어린 소녀는 솔직한 게 가장 좋다.

 내가 꺼낸 투영형의 전자계약서에 사인을 하는 여우 귀 소녀.

 

 사인이 끝난 직후, 나와 여우 귀 소녀에게만 보이는.

 그리고, 언젠가, 어딘가의 별에서 봤던 문서가 재생된다.

 

 『계약 성립했습니다. 랭크Ⅸ, 영원한 영혼의 계약이 집행됩니다.』

 『계약자, 미제리타 폰 카르미라스』

 『계약주, 마왕 이구사』

 『계약 대가 : 없음』

 『미제리타 폰 카르미라스는 마왕 이구사의 사역마로서 영혼을 바치고, 그 영혼이 사라질 때까지 영원한 충성을 바칠 것이 이에 계약되었습니다.』



 “………에에에에에에에에엑!?”

 역시 리젤의 관계자로군. 쉽다.

 

Posted by 추리닝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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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마왕군 설립 편

 

14화. 마왕, 냉철한 심판을 내리다



 개장이 끝난 와이번은 항성의 빛을 반사하는 순백의 도색도 눈부시게.

 본체이기도 한, 후줄그레한 중년 샐러리맨 얼굴의 부상신도 잊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개장이라고 해야 할까, 마개조는 상업 스테이션에서 조금 떨어진 위치.

 우주공간에 떠 있는 아저씨의 개방형 도크에서 진행됐다.

 

 요즘 시대의 우주선은 대기권 내에서 만들어지는 일이 적고 낭비가 심하다.

 호흡 가능한 공기를 채운 기밀 도크에 들어가는 일조차 희소하다고 한다.

 

 이곳저곳 개조 당해, 디테일이 변화하여 아름답게 완성된 와이번을 보자니.

 무심코 얼굴이 풀어지는 것은 용서했으면 좋겠다.

 “나의 우주전함”을 보고 가슴이 뛰지 않는 남아는 적지 않을까?

 

 지상에서 무참하게 쓰러져 있던 와이번의 잔해를 생각해 보면, 감동도 한층 더 커진다.



 “이구사가 헤실거려서 기분 나뻐.”

 

 “………에헤에”

 

 “…엇, 리젤도?”

 

 이번만큼은 라이무가 소수파인 듯하군.



―――



 첫 출진은 바로 찾아왔다.

 『배의 묘지 성계』의 동쪽에는 무법지대인 『짐승길』이라고 불리는, 오래된 성간 항로로 이어지는 점프 게이트가 있다.

 거기서 줄줄 새어 나오는 해적들이, 이 성계에서도 이곳저곳에서 악행을 저지르고 있어서.

 아저씨의 도크가 소속되어 있는 상업 스테이션도 피해를 입고 있다는 거다.

 

 아무리 와이번이 겉모습은 강습상륙함이고, 함선 중에는 약한 편이라고는 하지만.

 민간인의 셔틀이나 소형 수송선을 습격하는 해적 놈들이 제대로 된 배에 타고 있을 리도 없어서.

 최초의 사냥감으로 선택된 해적은, 액트레이보다 5세대는 오래된 클래스5 전투기 2기로 찔끔찔끔 푼돈을 벌고 있던 잡것들이었다.

 이대로 모습을 보여준다면, 발견된 순간 전력으로 도망치겠지.

 

 따라서 스테이션 근처에서, 와이번 전체에 은폐마법을 걸고 숨어 있었다.

 스테이션의 것도 팔고 싶어지는 개 얼굴의 담당자에게는, 일부 실용화되어 있는 듯한 은폐장치(Clocking System)을 탑재하고 있다고 말해두었다.

 

 『법리마법 : 투명화 Ⅱ』

 

 이 미래세계에서 일반적으로 쓰이고 있는 레이더나 센서를 속이는 일은, 판타지적으로 어려운 이야기가 아니었다.

 광학 측정도 레이더도, 적외선 조사도 일단은 전자파다.

 약간 변형하여 빛에 작용하는 투명화 마법으로 거의 숨길 수 있다.

 와이번에게는 색적 성능이 높은 배 중에는 질량 탐지나 중력파 조사를 하는 배도 있다고 경고 받았으므로, 나중에 다른 대책도 생각해 둘 필요가 있겠지.

 

 그리고, 와이번은 개장할 때에.

 아저씨가 말하길 「구시대의 유물」인 생체신경 통신로(Bio Neuro Net)를 선체 내부에 둘러 펼쳐놨기 때문에, 와이번은 선체 내부를 자신의 몸처럼 느낄 수 있고, 함선 자체가 하나의 생명체에 가까운 구조가 됐기에, 함선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마법이 무척 걸기 쉬워졌다.

 

 그럼, 만전의 체제로 임한 첫 출진이지만―――

 

 “소속 불명의 신호 2기, 고속으로 접근 중. 정보대로 클래스5 전투기가 2기입니다.

 아직 도착에 10분 이상 걸리겠어요오………하후으”

 좀 많이 센서류가 지나치게 좋아져서, 해적선을 발견하고 접근하기까지 한가함이 지나쳤다거나.

 

 “…이구사, 언제 항복 권고할 거야? 통신을 날리면 들켜.”

 

 “아.”

 투명화 마법의 생각치 못한 결점이 발견되거나.

 

 “겨우 도착했어요. 상부 포탑은 벌써 한참 전에 준비 끝났습니다. 조준도 끝났어요오.”

 

 “좋아. 쏴라.”

 

 “네에. 3번과 4번, 타겟 A 조준, 충격포 발사입니다.

 ………이구사 님, 해적기가 증발해버렸어요오.”

 주포의 위력이 너무 높아져서, 적당히 위협하고 항복권고를 할 예정이었던 해적을, 우주의 먼지는커녕 금속증기로 만들어 버리고 만다든가.

 

 “아, 아직 1기 남아있으니까 괜찮아.

 주포의 위력이 너무 높아. 3% 정도로 부드러운 느낌까지 위력을 떨어뜨려.”

 

 “하아……어, 그러니까. 이구사 님, 조작과 조정이 필요한 항목이 너무 많아서, 조정이 끝나기 전에 사정거리 밖으로 도망치고 말거에요오.”

 본래 함교만으로 10명 정도, 그 이외를 포함하면 50명은 필요한 함선을 3명이서 운용한다는 무리스러움이 드러난다든가.

 

 “별 수 없지……라이무, 액트레스로 나가줘.

 같은 클래스5 전투기라면 적당히 아픈 꼴을 보여줄 수 있겠지.”

 

 “응. 알았어.”

 

 “자, 작업량이 늘어났어요. 추진기 정지, 역분사. 와이번 정지한다구요오!”

 함재기의 파일럿과 핵심 주포(성검)과 조종사가 겸임인 탓에.

 함재기를 내보내면 선원 숫자가 3명은커녕 2명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거나.

 

 “리젤, 액토레스의 무장은 뭐지?”

 

 “분명 소형 입자빔포가 2문이었어요오.

 클래스5에 어울리는 딱총이에요.”

 

 “좋아. 어떻게든 될 것 같네………아.”

 액트레스가 쏜 소형 빔포는 용사님의 공격력 보정으로, 명백히 딱총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두께와 출력을 가지고, 역시 해적기를 증발시킨다거나.

 

 「이구사 미안, 칼등치기를 할 생각이었지만 손대중이 부족했다.」

 

 “생각으로 빔포의 위력이 변하는 건 이상하다고, 슬슬 생각해줬으면 하는 거에요오오오오오!”

 얼마나 자신들의 판타지(비상식)적인 존재인지 통감하게 되었다.

 

 「무참하다, 라고 해야 헐지. 비참한 결과가 되었구만유우.」

 와이번의 말이 귀에 아프지만, 반박할 말도 없다.

 

 해적을 격퇴하긴 했기 때문에 상금은 나왔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이라는 스테이션 오퍼레이터의 멍멍이귀 소녀의 시선이 아팠다.

 이 아픔이 버릇이 되면 어떻게 해줄거냐.

 

 ―――뭐라고 해야 할지, 반성점밖에 없는 첫 출진이었다.



 대체로 이해했을 거라 생각하지만, 사람 손이 부족하다……!



―――



 최근 신기의 진수가 보이기 시작했다. 식료작성기의 매뉴얼 조작에 의한.

 세컨드 플래시의 아삼 티와, 고급 과실의 후르츠 크림 롤케이크를 준비한 승리 축하연은, 그대로 반성회가 되었다.

 

 거기, 마왕이 뭘 하고 있는 거냐고 말하지 마라.

 

 마왕이라도 맛있는 걸 먹고 싶다.

 미래 세계의 식품 카탈로그로 만든 식사는 맛이 너무 정해져 있어서, 뭐라고 해야 할까, 패밀리 레스토랑의 식사같은 느낌이다.

 풍족한 현대에서 자라난 몸으로서는, 맛없지는 않지만 질린다.



 “그럼, 현상금 사냥꾼으로서 첫 출진의 반성회를 하도록 하지.”

 

 “우물우물우물…맛있. 맛있………저기이, 이구사 님, 문제점을 찾지 않아도 빤히 보인다고 생각하는데요오?”

 적확한 발언이군. 입 주변이 크림 범벅이 되어 있지 않다면 설득력도 있었지 않았을까?

 

 “응. 사람부족.”

 

 “그렇지이……어이, 와이번.

 지금의 구성으로 라이무를 유격군으로 뺀다고 했을 때다.

 운영에 몇 사람 정도 필요하게 되지?”

 

 「그렇구만유우. 함교 요원이 앞으로 4명.

 함내에서 일하는 선원 겸 메카닉이 30명.

 마왕님이나 지가 열씸히 한다고 케싸도, 이 정도는 없으면 함선 기능은 충분히 발휘 할 수 없구만유.

 그냥 그저 학살만 케싸는 거라믄, 이대로 케도 어떻게든 되겠지만.

 효율은 좋지 않겠지어라아…….」

 

 “함교 요원은 알겠지만, 메키낙과 선원이 그렇게나 필요한가?”

 

 「네이. 선내조작은 뭐어, 지가 어떻카든 하믄 되겠지만.

 라이무 씨의 회복마법이 듣지 않는, 주포나 소품의 정비.

 피탄했을 때의 데미지 컨트롤과 응급수리.

 나머진 제 신변의 바라지나 청소라든가도 필요하구만유우.」

 아아, 응. 알고는 있었다.

 라이무도 리젤도 전투요원이나 메카닉으로서는 우수하지만.

 생활력이라고 해야 하나, 가사능력은 무참할 정도다.

 

 “그렇겠지. 식사 준비, 설겆이, 청소, 세탁.

 내가 전부 하고 있는 건 이상하겠지…….”

 

 저기, 지금 “엑?”이라고 말한 놈.

 지금까지 라이무나 리젤이 제대로 된 집안 일을 하고 있는 광경을 본 적이 있나?

 아니, 없겠지. 그야 물론 내가 전부 하고 있었으니까……!

 이런, 진심으로 울 것 같다.



 “귀가 아프다. 그러니 듣지 못한 걸로 한다.”

 어이, 그건 너무한 거 아니냐.

 

 “………~♪”

 리젤에 이르러선 먼 곳을 보면서 휘파람을 불고 있다. 미래 세계에서도 그 제스처는 건재한 건가.

 쓸데 없이 휘파람이 능숙한 게 괜히 더 화난다.

 

 “이구사, 소환마법은 쓰지 않는 거야? 마왕이라면 부하를 잔뜩 부를 수 있을 것.”

 

 “소환마법은 쓸 수 있어. 하지만, 마왕의 부하에게 SF 세계에서 뭘 요구할 수 있는 거냐?”

 

 “……납득.”

 아니, 사실은 신변 시중이나 봉사 정도는 할 수 있는 마물 같은 것도 있긴 하지만.

 그런 종류의 것들은 기본적으로 음마계열이란 말이지.

 가장 하급인 마계 메이드라는 녀석이라도, 부르는 이상 보수가 필요하게 된다만.

 음마라는 것의 보수는 보물도 사람의 영혼도 아니라 정기라는 거다.

 남자 선원이 있다면 그 녀석에게 빨리게 하면 되겠지만.

 ………그, 뭐냐. 이 이상 일상적으로 정기를 잃게 되는 상황에 빠진다면.

 마왕이라도 진지하게 목숨이 위험하다.

 마왕의 사망 원인이 복상사라니 진짜 웃기지도 않는다.

 이상하네. 보통 이런 이야기는 하렘 만세! 라든가로 기뻐하게 되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어째서 나는 목숨의 위기를 느끼지 않으면 안 되는 거냐.

 

 “소환마법인가…그렇지. 기본적으로 골렘이나 악령 계열은 음식도 필요 없고.

 나중에 돌입 포드 안에 리빙아머라도 만들어 두자.

 라이무 혼자만 태우고 돌입하게 하는 건 아깝고 말이지.”

 적당한 소혹성이라도 잡을 수 있다면, 금속인가 뭔가를 빨아들여서 재료로 할 수 있겠지.

 

 “좋아. 선원을 모집하자.

 리젤, 역시 신용이 있으면 선원도 모집하기 쉬울까?”

 

 “그럼 물론이지요! 나라에서 평가가 높은 선장이나 배의 구인은 바로 채워지고 말아요오…….”

 …아아, 광고에 속아 와이번에 타게 된 옛날 상처가 있었지.

 

 “별 수 없지. 조금 더 해적을 쓰러뜨리고, 자금이라도 모아서 사람을 모아볼까.”

 

 “응. 급하면 돌아가라고 한다. 같은 배에 타는 거니까 좋은 사람이 좋아.”

 

 “와이번, 성계 내부 네트워크에 접속.

 우리들이 받을 수 있는 일거리 중에서 전멸시켜도 상관 없는 해적이나 수배자를 검색해줘.”

 

 목 자체에 현상금이 걸려 있는 해적이나 수배자는 그대로 쓰러뜨려도 IC(돈)이 되지만.

 스테이션이나 지방행성 정부라든가가 내고 있는 토벌의뢰도 받으면, 현상금과 보수를 동시에 받을 수 있고, 나라에서의 신뢰…라든가 평가기준도 올라가기 쉽다.

 실패할 위험도 포함 되지만.

 이런 점은 판타지와 같아서 익숙해지기 쉽다.



―――



 ―――Case 1, 소혹성 자원채굴시설의 습격자

 

 “이런 쪼잔한 벌이를 하고 있는 주제에 클래스3 전투기인가. 단독이라고 하지만 아깝네.”

 

 「아무래도 적대 기업에게 고용된 무법자라는 구만요.」

 

 “하부포대 조준 완료. 발사합니다……역시 증발해버리고 말았어요오.”



 ―――Case 2, 고속 마약 밀수선

 

 “역시 빠르구만. 물고기 같은 모양이지만, 다른 나라의 배인가?”

 

 “저건 옆나라 통상연합국의 배에요오. 하지만 꽤나 개조된 모양이네요.”

 

 「마약은 싫어. 손대중은 필요 없지?」

 

 “그래. 좋을대로 해치워버려.”

 

 「응.」

 

 “클래스5 전투기의 빔포로, 소형이라도 수송선이 증발한다든가 이상하잖아요오….”



 ―――Case 3, 개인 경영 농장 스테이션을 습격하는 무법자

 

 “좋아. 방금 구입한 통신중계기는 괜찮지?”

 

 “링크 정상, 통신 온라인인 거에요오.”

 

 “여기는 민간군사기업, 마왕군 소속 와이번이다. 목숨이 아깝………어이, 쓰러졌는데?”

 

 “기절한 모양이에요오.”

 

 “왜? 아직 공격도 하지 않았잖아?”

 

 “아마도, 악명이 높아져서.”

 

 “―――뭐, 무지막지하게 증발시키거나 증발시키거나 증발시켰으니까.”



―――



 이런 느낌으로 1주일 노력해 봤다.

 증발시킨 해적기는 22기, 밀수선 2기.

 포획할 수 있었던 건 무법자의 클래스5 전투기 하나…손에 넣자마자 팔아버렸지만.

 

 와이번 개장 전 정도는 아니지만, 적어도 선원을 모집하여, 당분간은 급료를 지불할 수 있을 정도의 IC(돈)은 모였다.

 

 지금으로선 의뢰 달성률은 100%다.

 아드람 제국의 기업평가도 랭크 20(평가 없음)에서 랭크 18까지 올랐다.

 기회를 봐서 평소 거점으로 하고 있는 상업 스테이션에서 구인을 걸어 봤지만.

 

 “………꽤 보수도 좋을 터인데, 반나절 기다려도 아무도 안 오네.”

 

 “이 스테이션 근처에서 화려하게 학살한 탓이라고 생각해요오.”

 

 “어쩔 수 없잖아. 손대중을 하려고 해도 사람 손이 부족하니까.”

 미래인에 우주인은 인도주의인 건가?

 

 “와이번, 아드람 제국에서 체포된 해적이라든가, 벌칙은 어때?”

 라이무도 같은 감상을 품은 모양이다.

 

 「네이, 기본적으론 원상복귀에 +@구만유.

 물건을 훔치거나 부수면, 대체로 2~3배의 손해 배상.

 살인이나 유괴를 저지르면, 눈이 튀어나올 정도의 배상금과 벌금.

 지불을 거부하면 잘해야 열악환경에서 강제 노동.

 기본은 사형이구만유우.』

 그 부분은 현대와 큰 차이 없네.

 

 “내가 알고 있는 지구의 벌칙…보다 조금 엄격할까? 선진국 한정이지만.”

 그렇겠지. 나나 라이무가 있던 지구에도, 아직 개발도상국은 아무 생각 없이 함무라비 법전의 세계라든가, 목숨으로 지불하는 곳도 있다.

 

 “하지만 무법자 상대라도 적극적으로 죽이고 싶다는 시민은 없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있다면 위험한 사람이라구요오.”

 

 “별 수 없나. 여기서 구인은 일단 중지하자.

 어쨌든 평가 랭크도 올랐어. 다른 스테이션에서 모집하자고.”

 

 “이구사 님, 그거라면 제가 살고 있던 스테이션이 있어요오.

 알고 있는 사람도 꽤 있고, 와이번의 순항속도라도 2일 정도 걸리니까.

 아직 평판도 퍼지지 않았을 거라 생각해요.”

 

 “딱 좋네.

 리젤, 항로 설정은 맡기겠어.”

 

 “아이 아이 서, 인 거에요오.”

 우주에도 아직 그 구호가 남아 있는 거냐. 의미는 알고 있는 것 같긴 하지만.

 

 “리젤의 고향. 조금 기대 돼.”



 이렇게, 악에는 극형을 내리는 민간군사기업, 마왕군이라고 하는.

 애절한 평판을 등에 짊어지고 만 통상 스테이션을 뒤로 했다.

 별 수 없는 일이었다고는 하지만, 복잡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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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람 제국 내, 정보국, 기업분석실 자료

상위 기업 클래스 1 ~ 클래스 10

하위 기업 랭크 1 ~ 랭크 20

 

민간군사기업, 마왕군

대표이사 : 이구사 사나다

평가 : 하위 기업 랭크 18/20

상벌 : 없음

특기사항

 신설의 민간군사기업.

 구식 강습상륙함을 소유. 소유자는 대표.

 임무달성률이 높고, 견실한 경영방침의 신설기업이다.

 유실기술기기를 소유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어, 확인 필요.

Posted by 추리닝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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