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마왕군 설립 편

 

17화. 마왕, 종들의 진언에 귀를 기울이다



 공업 스테이션 『바루나』의 외부 정박항에 정박중인 와이번의 함교.

 평소엔 넓게 느껴지는 실내에는, 교대제가 익숙해지기 시작한 함교 요원들이 전부 모여 있었다.

 

 “그럼 『바루나』스테이션 행정기관으로부터 의뢰 받은 해적 배제 요청에 대해서 불초, 아르테가 설명하도록 하겠지 말입니다!”

 리젤의 친가에서 반쯤 파견 취급인, 전투 메이드대 (정식명칭은 제2특수작전군이라든가 그런듯 하지만, 이쪽이 더 알기 쉽다)의 대장, 아르테가 한층 커다란 사이즈의 공간투영형 모니터를 열면서 설명을 시작했다.

 군모틱한 디자인의 급속 재질 헤드 드레스를 쓰고, 잿빛 장발이 투영형 모니터 빛을 반사하며 빛난다. 꽤나 보기 좋군.

 군인 풍의 분위기도 금속봉 타입의 포인터(지시봉)과 맞춰보니 꽤나 어울린다.



 작전 전의 브리핑인 셈이지만 실제로는 아직 의뢰를 받을지 말지 검토하기 위해 열린 회의라든가 그런 거다.

 하지만 긴장감이라든가 흥미가 돋는다. SF적인 전투를 준비하는 이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그야말로 로망이다.

 

 “목표는 대상 해적 세력의 격파 혹은 격퇴, 주로 구시대 대형 에너지 생산 스테이션과 거기에 출입하고 있는 대형 해적소속함이 대상이 되지 말입니다.”

 격퇴? 쫓아내는 것만으로도 좋은 건가.

 해적들을 확보하든가, 섬멸하든가, 쫓아내는 것만으로 할까.

 뭘 노릴지에 따라 꽤나 준비에 걸리는 수고도 걸리겠군.

 

 “적 전력을 알려줘.”

 라이무가 추임새를 넣는다.

 잠자코 있어도 알려줬겠지만, 이런 발언은 중요하다.

 

 “옛. 우선 주요 타겟이 되는 해적 소속함은 800미터 클래스, 크기로만 따지면 준전함 클래스이지 말입니다.

 단지 이건 엄밀히 말해 전투함이 아니라 특수함이라는 분류지 말입니다.”

 

 “자세히.”

 

 “옛. 특수함은 유니오네스 왕국이 개발한 8세대 전의 과학 조사, 실험이지 말입니다.

 형식명은 SSU-540K 『라 헤쥬 우르』급(클래스).

 본래는 항성표면에 접근하여 항성환경에 있어 과학조사와 실험을 하기 위한 대형함이 되지 말입니다.”

 찰칵, 하고 소리를 내며 모니터에 특수함 사진이 나타났다.

 딱히 슬라이드도 뭣도 아니기에 바꿀 때에 소리따위 나지는 않지만.

 와이번은 『클리셰는 중요해유』라면서 일부러 효과음을 내고 있다.

 ……로망이 뭔지 아는 녀석 같으니.

 모니터에 나타난 건 밝은 잿빛의 대형함, 축적도 들어가 있지만 종횡으로도 넓기에 사이즈 이상으로 크게 보인다.

 대략적으로 말하자면 위와 아래가 잘린 구형.

 바로 위에서 보면 둥글게 조형된 알파벳 H같은 형태를 하고 있다.

 

 “항성 활동에 의한 플레어 직격에 견딜 수 있는 강력한 전함급 실드 제너레이터를 복수 장착, 그것을 유지하는 출력 리액터를 가지고 있지 말입니다.

 반면, 공격 성능은 최소한, 기동성도 있으나마나한 것이지 말입니다.”

 어렵군. 시간이 있을 때 리젤에게서 강의를 들었지만, 배의 급이 다르면 탑재할 수 있는 실드 제너레이터도 극단적으로 성능이 바뀐다.

 강습상륙함 시대의 와이번이 가졌던 실드 강도가 800S, 마개조한 와이번이나 그 근처의 경순양함이 3만S 전후.

 여기에 반해 현역으로 쓰이고 있는 일반적인 전함의 실드가 70~80만S.

 아무리 구형이라고 해도 전함급이라면 20만S 이상의 실드 강도를 가진다고 한다.

 말 그대로 0이 하나 더 붙는 격차다.

 강도가 높은 실드는 실드 수복 속도도 빠르기에 딱총으로 아무리 쏴봤자 소용 없다고 한다.



 “그 시점에서 충분할 정도로 난공불락이에요.”

 어려운 표정을 짓는 미제. 대응책을 이미 머릿속에서 생각하기 시작한 거겠지.

 

 “그렇긴 하지만, 이걸 해적이 개조한 듯해서.

 저속이면서 기동성을 향상, 공격병기의 추가는 없다고 해도 모함기능이 증설되어.

 원본이 된 『라 헤쥬 우르』급의 적재능력을 고려하면, 클래스3의 전투기가 추정 15에서 20기 탑재 가능, 클래스5 전투기라면 40기 이상으로 추측할 수 있지 말입니다. 호칭이 꽤나 불편하기에, 편의상 『특수해적항모』라고 호칭하지 말입니다.”

 특수환경 대응의 소형 항모라는 건가.

 사이즈로 봐서 소형이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 듯하지만, 이 SF세계의 군대가 사용하는 항모는 더욱 거대한데다 함재기 숫자도 많은 것 같으니까 소형이라는 표현이 되고 마는 듯하다.

 

 “히, 힘내겠지만. 강습상륙함 한 척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레벨이 아니지 않나요……않나요?”

 딱 부러지게 말하지 못하고 주변을 향해 질문하는 건, 오퍼레이터를 하고 있는 젖소 아가씨의 언니 쪽이다.

 건강한 느낌이 드는 세 갈래로 묶은 장발의 여성이다.

 분위기로 따지자면 「신입이라 자신은 없지만 열의가 있는 여교사」라고 할까?

 교사로 하기에는 지나치게 풍만한 체형이, 너무나도 청소년에게 있어서 눈에 독이 되겠지만.

 젖소 아가씨답게 카우벨이 달린 초커를 모쪼록 선물로 주고 싶어진다.

 두들겨 맞을 것 같지만……아니, 맞아도 상관 없다. 이번에 건네주자!



 “다음으로 구세대 대형 에너지 생성 스테이션이지 말입니다만.

 이건 약 320년 전에 폐기된 『태양열형 에너지 생산 플랜트』이지 말입니다.”

 

 “기술적인 거라면 제가 설명하겠어요오!”

 저요저요, 라며 손을 들며 주장하는 리젤.

 

 “그럼 리젤, 부탁해.”

 버려진 고양이가 “주워줘!”라는 느낌으로 올려다보는 것과 비슷한 시선을 리젤에게서 느낀다.

 전에는 설명에 대한 건 거의 전부 리젤에게 맡겨뒀으니까.

 일이 줄어든다는 위기감이라도 든 게 아닐까.

 

 “네에, 마이 마스터!”

 만면의 웃음으로 대답하는 리젤.

 귀는 빠릿하고 솟아서, 꼬리는 붕붕하고 흔들리고 있다……고양이가 맞겠지?

 최근 자신이 없어지기 시작했다.

 

 “이 스테이션은 지금은 더 이상 쓰이고 있지 않는 타입의, 항성이 발하는 열을 이용하여 에너지 큐브를 생산하고 있었어요오.”

 에너지 큐브는 압축된 에너지 결정으로 막대한 에너지를 고형화하여 안정시킨 물건이라고 한다.

 형태는 반투명하고 새하얀 부드러운 수지…라고 해야 할지, 신기한 감촉이었다.

 드럼통 사이즈의 큐브 하나로 공업 스테이션 『바루나』 전체의 전력이나 에너지 소비를 30분에서 1시간 정도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이 에너지를 고형화 하는 기술 덕분에 전기같은 걸 자급자족할 필요가 없어져서 다수의 공업이나 상업 스테이션에서 하나의 에너지 생산 스테이션을 가지고 있으면 충분해졌다고 한다.

 

 “어째서 폐기되었지?”

 

 “효율이 너무 나빠서요오.

 항성 가까이에 플랜트가 있으니까, 에너지 큐브를 운반하는 데에도 특수해적항모처럼, 고열, 고에너지 환경에 강한 특수수송선이 필요하게 되는 거에요오.”

 …뭐, 잘 생각해 보면 그렇지.

 

 “무엇보다도 지금의 주류는 저효율을 사이즈라든가 숫자로 커버하는 태양관 집적형의 에너지 플랜트든가, 조금 위험하고 제어도 어렵지만 장소를 따지지 않는 데다가 에너지 생산 효율이 극단적으로 높은 축퇴로든가 둘 중에 하나에요오.”

 아아, 가스 화력발전소든가 원자력 발전소가 만들어진 뒤의, 환경에 좋지 않는 석탄 화력발전소가 과거의 유물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군.

 

 “리젤 님의 설명 감사드리지 말입니다.

 해당 해적은 특수해적항모를 모함으로서, 그리고 이 태양열 에너지 큐브 플랜트를 모항 겸 본거지로서 활동하고 있지 말입니다.

 또한, 태양열 에너지 플랜트는 근거리 스테이션에 직접 에너지 공급용으로 대용량 레이저 발신기가 탑재되어있지 말입니다.

 항성 근처라는 나쁜 환경 때문에 극단적으로 유효범위는 짧지만 무기로서 운용하면 신형 준전함의 주포에 손색이 없는 위력이 있다고 추측되지 말입니다.”

 예상 이상으로 난공불락이다.

 판타지적으로 따지면 무장된 요새에 틀어박혀 있는 산적인가.

 

 “듣는 한으로는 해적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충실한데, 어째서 나라나 군대가 방치하고 있는 거야?”

 그게 이해되지 않는다.

 

 “이 녀석들은 『배의 묘지 성계』에서 째째한 걸로 유명한 해적들이에요.

 근처 성간항로를 지나는 배를 노려서 특수해적항모에서 발진한 전투기로 습격하는 거에요.

 하지만 전투기는 적재량이 적어서, 수송선 내부의 물건을 그다지 가지고 돌아가지 못하니까, 해적 피해 발생횟수에 비해 피해액은 굉장히 적어요.”

 ……뭘까. 장대한 이야기가 갑자기 쪼잔하게 됐는데.

 

 “미제 님의 발언을 보충하지 말입니다.

 특수해적항모가 운용하는 함재전투기 자체는 숫자야 그럭저럭 되지만, 구식이기 때문에 호위가 붙은 대기업이나 상선단 수송선은 습격 못하지 말입니다.

 그리고 강력한 군대나 군사기업의 함대가 오면, 특수해적항모로 항성 근처까지 퇴각하지 말입니다.”

 

 “파파도 몇 번이나 군대에 토벌 의뢰를 내놓았지만, 특수함 이외에 항성 환경에서 버틸 수 있는 건 군대 주력전함 정도에요.

 주력함대가 포함된 함대는 군대에서도 굉장히 중요한 존재에요.

 여기는 시골이고, 위협도 낮고 피해도 너무 적어서 출동하지 않는 거죠.”

 ……아, 응. 틈새시장 같은 느낌의 해적이구나.

 

 “……훌륭한 본거지나 배를 가진 것치고는, 일하는 방식은 꽤나 소심하네.”

 

 “하지만 역시 해적. 심한 짓만 한다구요.

 몇 년 전이었던가…친구가 타고 있던 배가 습격 당해서, 귀여운 애였기에 그대로 유괴 당했어요.

 그 애의 집, 가난하고 평범한 집이어서 몸값도 낼 수 없어서.

 결국 친구, 돌아오지 못했죠…….”

 슬픈 어조에 정신을 차리니 함교 안에 침묵이 떨어졌다.

 지금 이야기한 건 오퍼레이터를 하고 있는 젖소 아가씨 동생쪽이다.

 평소 스포츠 소녀틱한 밝은 아이지만, 그런만큼 슬픈 어조에서 아픈 분위기가 전해져온다.

 몸값을 낼 수 있다면 무사히 해방, 내지 못한다면 부하의 노리개인가.

 부자와 적대하지 않는 해적으로선 좋은 방법인 거겠지만………분노밖에 솟아나지 않는다.

 

 “아르테, 와이번은 겉으로 보기보다 강한 배.

 하지만, 이 일은 실력을 과대평가해도 어려운 내용.

 우리들에게 무슨 기대를 하고 이 일을 의뢰한 거야?”

 

 “옛. 특수해적항모, 태양열 에너지 플랜트의 공략은 극히 곤란하지 말입니다.

 하지만 의뢰 내용은 격파 혹은 격퇴로 되어있지 말입니다.

 본함에는 광학측정을 회피하는 은폐장치가 탑재되어 있는 듯합니다.”

 뭐, 단지 투명화 마법이지만.

 

 “따라서 특수해적항모에서 출격하는, 해적기의 격퇴를 기대하고 있는 거라고, 소관은 판단하고 있지 말입니다!”

 착! 하고 경례 포즈를 취하는 아르테.

 우리 회사는 그런 사풍이 아니니까 평범하게 해도 좋다, 라고 말을 했지만 버릇으로 굳어진 모양이다.

 유니폼이라든가도 없어서 사복이나 작업복의 선원이 많은 와중, 저 장갑 메이드복인 채로 일하고 있으니까 눈에 띈다면 띄고……아니, 나로선 보기 좋으니까 됐지만 말이지?

 

 “납득. 매복하고 있다가 전투기를 요격한다면, 와이번도 충분히 할 수 있어.”

 마검이나 마법의 도구를 만드는 부여마법도 있고, 투명화 마법의 장비라도 만들어두는 편이 좋을까?

 

 하지만 이 SF세계에서 마법 도구 같은 건 국가나 대기업이 아주 좋아하는 유실기술(로스트 테크놀러지) 취급일 테고, 나중에 성가신 일이 될 것 같단 말이지.

 

 “하지만 어째서 이 타이밍에 직접 의뢰한 거지?”

 대형 구축함을 매각한 참이고, 우리 회사 선원들은 아직 초심자 마크가 붙어 있다.

 게다가 이번 의뢰, 의뢰주는 『바루나 상공조합』, 까놓고 말해 리젤 아빠의 의뢰다.

 

 “옛. 그 점에 대해선 정보 수집이 끝났지 말입니다.

 첸, 설명을.”

 아르테가 부하 메이드 중 한 사람을 불렀다.

 근무 중의 코드네임인 듯하지만, 아르테의 부하들은 아인(1), 츠바이(2)…에서 첸(10)까지 고대 지방어로 숫자―――내가 보면 단지 독일어로 불리고 있다.

 ……저기, 리젤 엄마의 사병이라고 들었는데 말이야.

 어딜 어떻게 봐도 어딘가의 특수부대란 말이지. 명백히 메이드 수준을 넘어가고 있지 않아?

 

 “예스, 맘.

 우리들이 작전행동 중이었던 그저께, 『바루나』 스테이션 소속의 민간선이 습격 당하여 민간인 89명이 납치되었습니다.

 『바루나』 스테이션 자치체 및 자경대에게도 확인을 받았지 말입니다.”

 일이 빠른 건 좋은 일이다.

 하지만 이 첸이라고 불리는 메이드 소녀, 전에 말했던 죽은 생선 같은 눈을 한, 눈동자에서 하이라이트가 사라진 아이인데.

 말하는 말에도 어조가 없고 감정도 들어있지 않는 국어책 읽기고, 이 아이 신변에 무슨 일이 있어서 이렇게 됐는지 굉장히 신경 쓰인다.

 

 “유괴된 민간인 중에는 휴가를 써서 친가에 귀성 예정이었던, 본가의 일반 메이드 15명이 포함되어 있었지 말입니다.

 해적들이 요구하는 몸값은 고액이기에, 특히 당가 메이드는 요구액이 굉장히 높았고.

 주인님께서도 동분서주하셨습니다만, 인재에 쓸 수 있는 예산적으로는 8명이라면 몸값을 낼 수 있으나, 반대로 말하자면 15명 중 7명을 버리는 판단이 필요하게 되었지 말입니다.

 

 전력상, 특히 유괴된 인질이 잡혀 있다고 생각되는 태양열 에너지 플랜트의 제압은 입지적으로 극히 곤란하지 말입니다.

 따라서 해적의 격퇴, 이 이상의 2차 피해를 막는 의뢰가 발생한 거라고 추측되지 말입니다.”

 리젤 아빠도 괴로운 모양이군.

 그리고 딸들이 엮이지 않으면 정말로 우수한 모양이다.

 한 사람이라도 많이 구하고, 버려야 할 때 버릴 수 있는 판단을 내리는 리더는 그렇게 많지 않다.

 

 “대장, 마님에게서 전언을 받았습니다. 「정보수집은 아직 미숙하네. 숨어 있을 셈이었겠지만, 귀여운 꼬리가 보이고 있어요」라고 하지 말입니다.”

 큭! 하고 분하다는 듯이 입술을 깨무는 메이드 대장인 아르테.

 리젤 엄마는 정말 뭐하는 사람인 걸까.

 

 첸이 조작하자, 투영 디스플레이에 대량의 이력서와 같은 얼굴 사진이 든 퍼스널 데이터가 표시되었다.

 이게 이번에 유괴 당한 사람들의 정보인가.

 메이드들은 알귀 쉽다……응? 왜냐고? 그야 전부 메이드복을 입고 있는 상태로 사진이 찍혔으니까.

 납치된 건 남자 2 : 여자 8 정도의 비율인가.

 …남자도 미형만 노려서 납치한 것 같고, 몸값을 받지 못했을 때를 해적들도 생각한 거겠지만, 남자가 2할 있다는 건 업보가 깊네.

 

 표시된 퍼스널 데이터…아니, 이력서만이 아니라 병력이나 부모의 정보라든지 적혀 있는데. 비합법적인 수단으로 입수한 건가?

 메이드들이나 젖소 아가씨 사이에서도 “……언니”라든가 “아르제 씨까지…”라고 감정을 억누른 목소리가 들렸다.

 메이드들 이외에도 납치당한 민간인이 이렇게나 많으면 지인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지.

 

 미제도 납치 당한 메이드는, 대부분 얼굴을 알고 있는 듯하다.

 필사적으로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려고 하지만, 꽤나 고통스러운 감정이 흘러넘치는 게 보인다.

 

 이런 때에도 “몸값을 너무 비싸게 불렀잖아요. 좀 더 싼값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요오”라고 계산하고 있는 리젤은 이래저래 거시기하다.

 분명 몸값을 교섭해서 싼값으로 만든다면 구할 수 있는 사람 수는 늘어나리라 생각하지만, 좀 더 이렇게……뭔가 다르겠지? 마왕인 내가 말하는 것도 이상하지만.

 어이, 미제 “그 수가 있었나!”라며 표정이 활짝 피는 걸 멈춰라.

 너의 냉정함과 머리회전은 높게 평가하지만, 너무 지나치면 애완동물 수준에서 벗어나고 만다.



 ……그럼 어디, 그런가. 육친이나 지인도 피해를 보고 있는 건가.

 가슴 깊은 곳에는 그립고 어두운, 열과 냉기가 뒤섞인 감촉.

 마왕으로서의 나는 이 정도의 피해는 자주 있는 일이라고 냉정하게 흘려보내고 있다.

 마왕으로서의 다른 측면은 동료의 가족에 손을 대는 적은 모두 죽이라고 맹렬하게 날뛰고 있다.

 마왕화의 영향인 거겠지. 정신이나 감정에 꽤 작용되고 있는 건.

 

 그리고 나 스스로의 감정도 분노하고 있다.

 

 그야 당연하겠지?

 

 너무나도 아릅답지 못하고 아깝다.

 유괴한 뒤에 몸값을 내지 못했다고 말이야, 뭘 바로 노리개로 만드는 걸까!

 거기는 “넌 버림 받은 거야”라고 절망을 속삭인다라든지 말이야.

 “널 버린 놈들에게 본때를 보여주자. 나는 마지막까지 아군이 되어주마”라든가.

 가볍게 농락한다든가 복수심을 부채질해서 부하로 만다든가 할 수 있는 좋은 장면이잖아!

 아아 정말이지, 너무나도 아깝다.

 너무나도 잡다한 취급에 울끈불끈하고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그런 종류의 일을 하고 있는 누님을 고용해서 파견해 줄테니까, 더 이상 돌아오지 못한다고 절망하고 있는 인질과 교환해줘……!

 너희들에겐 악의 미학이 없는 거냐고 약 1시간, 아니 하루 단위로 설교하고 싶다.

 

 응? 도덕이라든가 윤리는 어떻게 된 거냐고, 마왕에게 묻지 말았으면 한다.




 꾹꾹하고 코트 끝이 당겨졌다.

 당기던 건 라이무인가.

 

 “왜 그래?”

 

 “이구사, 이 사람들을 구하고 싶어. 용사로서가 아니라, 내가 구하고 싶어.”

 변함없이 감정을 읽기 어려운 표정에 담백한 어조지만.

 그 목소리 깊은 곳에는 화상을 입을 것 같은 열기가 담겨 있었다.

 용사로서의 성질이 돕고 싶다는 것만이라면 거절하겠지만, 라이무가 부탁한다면 다르다.

 

 “하지만, 나 혼자서는 무리. 부탁이야. 이구사, 손을 빌려줘.”

 

 “마왕에게 하는 부탁은 비싸다고?”

 마왕의 조력을 구하는 용사인가.

 서로 만난 것이 평범한 판타지 세계였다면 있을 수 없는 관경이겠지.

 

 “응. 알고 있어. 뭐든지 할게.”

 즉시 어떤 대가라도 지불한다고 말하는 라이무.

 너무 유쾌해서 저도 모르게 크핫, 하고 웃음이 흘러나오고 말았다.

 

 “계약 성립이군.”

 나치고는 계약마법도 쓰지 않았지만, 여기서 꺼내는 것도 멋이 없겠지?

 입으로 한 약속이기에 엄수되는 계약이라든가 로망이잖아.

 

 계약이나 대가 따위 없어도 라이무의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해도 좋겠지만.

 거기는 섬세한 마왕심이라는 걸 이해해줬으면 한다.



―――



 “좋아. 방침을 정했다. 들어줘.”

 

 “총원 주목하지 말입니다!”

 착, 하고 팔을 뒤로 하고 ‘열중쉬어’ 자세가 되는 메이드대 일동.

 

 ……리젤에 미제여, 상황을 눈치 채지 못하고 아직도 몸값을 어떻게 깎을지 계산을 계속하지 마라.

 그렇게 할 정도로 필사적인 걸지도 모르지만.

 사역마로 삼은 두 사람이 이렇다는 건 굉장히 미묘한 마음이다.

 

 유니아, 젖소 아가씨의 누나 쪽이 어깨를 두드려서 알려주고 있다.

 아, 미제가 눈치를 채고 리젤의 목을 뚜둑하고 이쪽으로 돌렸다.

 묘하게 힘이 들어가서, 리젤이 목덜미를 잡고 굉장히 아파하고 있다.

 그냥 뭐, 이제 나는 시리어스 풍으로 기합을 넣는 것도 그만 둬도 좋을까…….

 

 “우선 매복하여 해적 격퇴는 하지 않는다.

 한다면 철저하게 처부순다.

 이 와이번으로 할 수 있는가? 라는 의문은 넣어둬라.

 너희들이 생각하고 있는 무모라든가 무리를 어떻게든 할 방법은 얼추 있다.

 앞으로 선원들에게도 전달할 거지만, 신용할 수 없다면 배에서 내려도 상관하지 않아.”

 

 “저는 오빠를 믿을 거에요.”

 

 “잠, 미제. 타인의 대사를 뺏으면 안되요오.

 이구사 님과 라이무 씨의 비상식스러운 부분은 이제 익숙해졌으니까요.

 어디까지든 얼마든지 따라가겠어요오!”

 두 사람 모두 단번에 따라온다든가, 기쁜 말을 해주고 있다.

 

 메이드 대는 지식이 있는 만큼 아직 망설이는 사람이 낳군.

 유니아와 루니아 젖소 자매는 “우리들은 누나니까 정신 똑바로 차려야지”라든가 말하고 있다.

 마음은 이해하지만 나까지 남동생 카테고리에 넣는 건 그만뒀으면 한다.

 

 “와이번, 마이크와 카메라를 이쪽으로 해라. 함내방송 준비다.

 범위는 함내 전체. 못 듣는 사람이 없도록 해.

 그리고 역방향 마이크도 움직여라. 반응을 알고 싶어.”

 몸이 콤팩트 사이즈인 라이무를 끌어 안고 무릎 위에 올린다.

 라이무는 내 의도를 눈치챈 건지 다가와서 몸을 기울었다.

 애완동물에 속하는 건 미제지만, 모처럼 화려한 무대다.

 마왕과 용사가 나란히 있는 편이 좋겠지.

 

 「네이. 카메라 및 지향성 마이크 시동. 마왕님, 준비 되었어유.」

 시야에 ●REC라는 표시가 보인다.

 

 “와이번 함장, 그리고 민간군수기업 『마왕군』 대표인 이구사다.

 다음 일을 알려준다. 큰 사업이니까 신경 써서 들으라고?

 

 『바루나』 스테이션에 있었다면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폐기된 태양열 플랜트를 본거지로 쓰는 해적, 그리고 그 모함이 되고 있는 대형특수함을 상대하는 게 다음 일이다.

 

 목적은 특수대형함의 격침 및 태양열 플랜트의 완전재압과, 거기에 사로잡혀 있는 일반인의 구출이다.

 승산은 있다. 하지만 위험한 전투가 되겠지.

 배에서 내리고 싶은 녀석은 내려라. 계약위반을 물을 생각은 없어.

 준비기간은 24시간. 1일 후에 출항할 예정이다.

 배에서 내리고 싶다면 그 사이에 내려라.

 

 하지만 위험한 일인 만큼 벌이도 좋다.

 벌어야 할 때라고 생각하는 녀석은 실력 이상으로 일해줘. 성공할 때는 임시 보너스는 보장하지.

 

 자, 기합을 넣어라. 놈들아. 승부처다!

 최고의 화장을 해라. 비장의 옷과 속옷을 입어라.

 죽어도 후회를 남기지 않도록, 아름다운 죽음을 얼굴에 남길 수 있도록.

 

 그리고 개선했을 때, 꽃길을 가장 먼저 걸을 수 있도록 말이지!

 

 이상이다. 사원 일동의 활약을 기대한다.”

 

 연설 스킬을 넣어 둬서 다행이다…어떻게 말해야 할지 바로 생각할 수 있는 건 편리하군.

 시야에 보이던 ●REC가 사라지는 걸 확인한다.

 

 “와이번, 어느 정도는 보였지만 함내 반응은 어떻지?”

 

 「네이, 환성 10할이어유. 기대했던대로 근성이 있는 놈들이어라.」

 기대 이상이다. 2, 3할의 탈락은 각오하고 있었는데 말이지.

 

 “그런 고로, 1일을 두고 준비한다. 바쁜 날이 되겠군.”

 함교 요원을 둘러본다.

 메이드대는 나란히 모여 경례를 하고 있었다.

 신뢰의 시선을 느끼는군. 약 1명 정도 잘 알 수 없는 게 섞여 있긴 하지만.

 젖소 자매도 열정에 찬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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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로부터 하루만에 필요한 걸 갖추는 건 꽤나 큰일이었다.

 스테이션 내부의 고철상이나 전직 우주선 부품상을 둘러보고.

 리젤 아빠의 연줄을 써서 최우선으로, 그리고 할인가격을 받아 이것저것 사들였다.

 

 우선 특수환경용 돌입 포드, 장소가 장소인 만큼 1회용으로 쓰기엔 이래저래 아깝지만, 에너지 플랜트를 제압하는 것이기에 와이번의 적재 공간 아슬아슬한 숫자까지 갖췄다.

 리빙아머들은 고통도 모르고 다소 파손되어도 움직이지만, 역시 갑옷의 관절 부분이라든가가 파괴되면 움직일 수 없게 된다.

 충분한 숫자를 준비해둬야만 한다.

 

 고열, 고에너지 내성이 있는 돌입 포드라든가, 그런 마이너한 물건이 있는지 조금 걱정이었지만 의외로 간단히, 게다가 잔뜩 찾을 수 있었다.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빔포나 레이저가 날아다니는 우주전에서 쓰는 거니까 고열, 고에너지에 버틸 수 있는 물건은 평범하겠지.

 중고라도 내구도가 높은 물건을 쓸오마어사 나중엔 안에 냉각장치를 설치하면 완성이다.



 다음으로 중고 우주전용 장갑복 모으기.

 단순한 금속 덩어리에서 만든 리빙아머보다도 실전에 쓰이던 장갑복을 베이스로 리빙아머를 만드는 편이 지능이 높고 이것저것 판단을 할 수 있는 데다가 전투능력도 높게 만들 수 있으니까다.

 지금도 와이번에 50체 정도 있지만, 종족도 「팬텀아머」가 되어 있다.

 리빙아머의 상위종족같은 취급인 걸까.

 

 플랜트 내부를 제압하는 데에는 이래저래 기계 조작도 필요하게 되고, 평범한 리빙아머들에게 맡기면 빈틈 없이 제노사이드하고 말기에 지휘관역으로도 최적이다.

 해적이라도 비전투원을 학살하는 건 이것저것 잠자리가 뒤숭숭하고 아깝다.

 비전투원 중에는 해적에게 잡혀서 강제노동하고 있는 민간인이나 유괴 당했던 인질도 섞여 있을 테고.

 

 잊어선 안 되는 건 냉각젤의 대량 구입.

 항성에 적븐하게 되므로 와이번 선체내부를 식히는, 냉각제를 대량으로 옮겨 넣었다.

 이곳저곳 창고도 꽉 차게 되어 통로나 선원실까지 냉각젤을 넣은 금속통이 산처럼 쌓이게 됐다.

 

 마지막으로 함장석의 개조.

 이번엔 와이번으로 항성에 가까운, 무모한 장소로 접근하게 된다.

 아무리 경순양함의 실드 제너레이터가 있다고 해도 이대로 가면 바로 실드가 붕괴하고 함이 통째로 불타게 되는 게 불보듯 뻔하다.

 

 마법을 써서 억지로 비틀어 들어가면 어떻게든 되겠지만, 와이번 전체에 마법을 거는 거라면 함내를 돌고 있는 생체신경정보망에 직접 접촉할 수 있는 편이 좋다.

 이 부분을 미제와 상담하여 구상을 정리하고, 리젤이 개조해주었다.

 와이번 전체에 마법 행사는 더욱 잘되게 됐지만, 중년 샐러리맨 자체의 외견을 가진 와이번에 직접 연결된다든가, 굉장히 심리적인 저항을 느낀다.

 

 적어도 여성 인격이었다면 말이지……라고 중얼거려 보니.

 투영하고 있는 모습만이라도 여성으로 할까? 라는 질문이 들어와 거절했다.

 겉모습이 미녀라도 내용물이 중년 아저씨라든가, 더욱 싫다.

 

 이렇게 특수환경용 돌입 포드를 14개 준비하고.

 각 포드에는 리빙아머를 빡빡하게 작성, 인간과는 비교할 수 없는 무모한 수납이 가능하다는 점이 강점이군.

 그 숫자는 포드 하나에 180체, 합계 약 2,000체의 리빙아머와 500체의 팬텀아머를 준비했다.

 

 전부 준비를 끝냈을 쯤엔 출항 4시간 전이었기에 그대로 함장석으로 돌아가 가수면을 취했다.



 ……묘하게 잠자리가 답답해서 눈을 떠보니, 어째선지 라이무와 미제가 날 담요 대신으로 하여 자고 있었다.

 눈을 떴더니 고양이가 가슴 위에 타고 있었다는, 그런 시츄에이션과 비슷할까?

 유감스럽지만 소환되기 전에는 강아지는 있어도 고양이는 키우지 않았기에 경험은 없지만.

 

 선원의 탑승을 확인하고 점호도 종료. 항만관리에게 이미 출항허가도 받아뒀다.

 라이무와 미제가 달라붙은 채이기에 미묘하게 함교 요원의 시선이 따땃미지근한 건 어쩔 수 없다.

 좌석을 일으키고 우아하게 발을 꼬고, 애완동물처럼 되어버린 두 사람을 그대로 두고 출항 명령을 내린다.



 어디 그럼, 로망을 이해 못하는 해적 놈들에게 마왕의 심판을 내리도록 하자.

 

Posted by 추리닝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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