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마왕군 설립 편

 

15화. 마왕, 부하를 소집하다



 『배의 묘지 성계』에 있는, 리젤의 고향이기도 한 대형 공업 스테이션 『바루나』에 도착한 우리들은, 구인을 하기 전에 스테이션 내부를 둘러보기로 했다.

 어떤 종족의 우주인이 있는지도 모르고, 스테이션의 분위기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바루나』는 『배의 묘지 성계』가, 아직 『위대한 제국 조선항 성계』라고 불리던 시기부터, 역사 있는 대형 공업 스테이션이라고 한다.

 옛날엔 조선관계 부품을 만드는 공장이 쫙 나열되어 있었다고 하지만, 지금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

 일단 첫 인상을 솔직하게 말하자면, 「거대한 폐허 사이의 다운타운과 마을 공장이 늘어선 활기 있는 거리」로군.

 아무래도 몇 십년 전까지는, 스테이션 전체가 폐허와 슬람으로 채워져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부자는 적긴 하지만, 배의 잔해나 고철품을 취급하는 마을 공장 같은 작은 재생 공장과 주변의 자원 채굴, 농업, 식품생산 등의 소형 생산 스테이션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집이 다운타운에 형성되어 있다고 한다.

 

 인종적으로는 아드람인밖에 없다고 할 수 있겠지.

 지구인과 동물귀 중족이 3:7 정도의 비율이고, 딱 보기에도 외계인이라는 모습의 녀석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리젤의 안내로 거리를 돌아다니고, 길끝의 노점에서 산 수상쩍은 꼬치라든가 먹으면서 거리의 모습을 둘러봤지만, 이 스테이션에서 일정 수의 인원을 고용하기로 정했다.

 

 이 스테이션에는 일찍이 가졌던 영광은 더 이상 없을지도 모른다.

 정연한 규율이나 질서는 없다. 오히려 혼돈이 만연하다.

 하지만 이 거리에는 어수선하기에 활기가 있고 사람들은 생명력으로 가득차 있다.

 …풍류가 없을지도 모르지만 감정마법으로 통행인의 스테이터스를 확인했으니 분명하다.

 거리에는 선도 악도 혼재한다. 거기에 사는 자들은 어른도 아이도, 선악이든 뭐든 전부 에너지원으로 해서 살겠다는 듯이 탐욕스럽고 긍정적이다.

 

 이야기로만 들었을 뿐이지만, 고도성장기의 일본도 이런 분위기지 않았을까?



 훌륭하다. 일단 덮어 놓고 이 스테이션의 사람들을 칭찬하지 않겠는가.



 그야 물론 지금까지 만났던 상인들이 성공했다면 성공했겠지.

 앞으로의 일을 확실하게 통찰하고 리스크를 줄이고 IC(돈)를 늘리려는 자세, 생인으로서 중요한 자세일 거다. 그걸 부정할 생각은 없다.

 

 이 스테이션의 사람들은 반대다. 미래에 대해서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다.

 그저 오로지 한 순간의 희망을 위해 노력하고 오늘보다도 좋은 내일을 맞이하고자 한다.

 부모를 위해, 아이를 위해, 형제자매를 위해 단지 우직하게 살아간다.

 목돈이 손에 들어오면 환락가나 상점가에서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쓰기도 하고, 다음 날에는 생활이 곤란한 노인을 구하기 위해 쓰기도 한다.

 

 선도 악도 아니다. 어디까지나 자신에게 솔직하게, 마음에서 솟아나는 욕구에 따라 살고 있다.

 나는 그런 삶을 사는 자들이 매우 좋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 안에 있는 마왕스런 부분이 “이 자들의 절망은 굉장히 맛있을 것 같다”라고 속삭여서 곤란하다.

 내가 절망을 퍼트리고 열락에 젖는 타입의 마왕이었다면 단발에 매료 당했겠지.

 ……마왕이란 실은 인간들을 아주 좋아하는 녀석들이 아닌 걸까?



 “라이무, 이 마을은 어떻게 생각해?”

 

 “어수선하긴 하지만, 활기가 있어서 좋아. 이 간다.”

 

 “그런가. 배를 운항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인원을 확보할 예정이었지만 마음이 바뀌었다.

 바로 일할 수 있는 녀석만이 아니라 젊은 녀석을 지도할 수 있는 녀석도, 기술도 경험도 없지만 의욕이 있는 젊은 녀석도 포함해서, 많은 숫자를 고용하려고 생각해.

 라이무, 리젤, 와이번. 의견을 들려줘.”

 

 “응. 나도 찬성. 잘 될 것 같아.”

 

 “저는 여기 출신이지만, 일자리가 생기는 건 찬성이에요오.”

 

 「저도 찬성이어유. 즉 전력으로서는 조~금 어려울지도 모르쥬.

 하지만 그런 녀석들은 근성이 있어서 선원에 어울리어유.」

 휴대단말 너머로 대화에 섞여 있던 와이번도 찬성인 듯하다.

 

 “좋아, 그럼 부하……사원인가. 모집을 해볼까.”

 휴대단말을 조작하여 스테이션 내부의 정보 네트워크를 통해 구인 광고를 의뢰한다.

 인터넷 광고와 신문 광고를 섞어 발전시킨 거일까?

 본사 겸 기함이 와이번이므로 똬리를 튼 비룡의 로고로 주문해서…….

 

 『신예, 민간군사기업 DLA 사원 모집중.

 우주를 달리며, 사람들을 위해 싸우고, 돈을 번다.

 강한 배짱을 지닌 정사원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제국 기업국, 기업 평가 랭크 18

 

 대우 : 일급 15IC+성과급. 식사, 숙사 지급

           장기취업이 가능한 분을 우선합니다.

 모집인원 : 선박전투, 수리 선원 40명

                   일반잡부, 비정기 전투원 30명

                   지도교육자 8명』

 

 바로 “이 디자인과 문장이면 됩니까?”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일이 빠르네.

 

 거의 80명 가까운 모집이지만, 와이번의 선체라면 수용은 여유는커녕 적을 정도다.

 우주함이나 해적의 습격에 정시라든가 영업시간이란 개념은 없으므로 로테이션을 돌릴 필요도 있을 테고.

 

 지금까지 나나 와이번이 힘내……서?

 어라? 어째서 마왕인 내가 굉장히 열심히 일하고 있는 거지?

 깊게 생각하지 마라. 나……. 인원 모집을 확실하게 하자. 그리고 과거는 잊자.

 

 게다가 미경험자라도 채용할 예정이므로 큰 폭으로 채용해두지 않으면 무리가 온다.

 

 금전감각은, 아드람 제국 중앙 성계…일본으로 들자면 도쿄의 도심부일까?

 물 한 잔에도 가격이 붙는 물가가 높은 곳에서 1[IC]=1[$]정도라고 한다.

 1IC 이하의 물건은 지방 정보통화로 거래를 한다는 것 같다.

 

 일급 15$는 너무 싼 거 아냐? 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미경험자라도 채용할 생각이고, 이렇게 된 이상 조금 젊다든가 나이가 들었어도 고용할 생각이다.

 

 게다가 식사와 숙소까지 보장한다는 건 크다.

 “이 지방 스테이션은 중앙에 비해 굉장히 물가가 싼 편이고, 전투함 인원으로서도 불만이 나오지 않을 범위입니다. 다소 블랙 느낌은 들지만요”라는 것이 정보 네트워크에서 로고나 모집문장을 디자인 해준 토끼귀 아가씨의 코멘트다.

 현지인의 의견이고 신용할 수 있겠지.

 

 그리고 마왕군이니 다소 블랙한 정도가 딱 좋다.

 화이트컬러의 마왕군이라니 위화감 쩔겠지?



 실은 판타지스런 녀석들의 고용 계획도 몰래 진행하고 있었다.

 백병전 인원으로서 요전에 만든 리빙아머는 작성만 하면 급료를 요구하지 않고 식사도 필요 없고 취침도 하지 않는다. 실로 비용 대비 효율이 좋은 녀석들이지만.

 그 이외엔 꼭 어딘가 하나 나사가 빠져 있었다.

 

 마왕의 부하가 될듯한 대악마라든가 마수왕이라든가를 소환해서 어느 정도의 계약으로 일할지 교섭을 해봤지만.

 그 놈들, 실로 보수에 시끄럽고 요구가 밑빠진 독에 물붓기처럼 비싸다.

 지능이나 전투력이 높은 녀석일수록 천정부지로 요구가 올라간다.

 

 마수왕에겐 대륙 하나 넘기라는 소릴 들었다.

 너 말야, 우주선에서 일하게 될 텐데 별에 정착해서 어쩌려는 거냐! 라고 말하니, 마수라는 건 정착해서 산다. 우주선 따위 몰라! 라며 적반하장이었다.

 

 악마들, 특히 인간에 대한 증오나 공포라든가 부의 감정을 양식으로 삼는 녀석들은 꽤나 기대하고 있었지만.

 그 놈들, 부의 감정을 포식한 나머지 전원 살이 피둥피둥 찌고 말았다.

 그렇겠지. SF 세계처럼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 당연히 부의 감정도 마음대로 먹을 수 있다.

 부의 감정을 줄 테니까 일하지 않겠나? 라고 하니까 “아뇨, 의사에게 먹지 말라고 들었으므로 그냥 돈으로 주세요”라든가. 엄청 비싼 금액을 요구 당했다.

 그럼 그냥 사람을 고용하고 말지. 훨씬 싸니까!

 그 놈들, 악마답게 광속성 에너지 병기에 약한 것 같다.

 SF 세계에서 에너지 병기따위 넘쳐난다. 약점밖에 없다니 어떻게 된 거야?

 

 뭐라고 할까, 마왕이 실익을 보고 부하를 찾으니, 촌민 같은 사람을 고용하는 게 가장 값싸고 평범하게 일해줄 것 같다든가.

 이거 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고 따져 묻고 싶다. 따질 사람이 없다는 게 문제지만…….



 이러저러 눈물 없이 말할 수 없는 기억을 봉인하며, 일단 3일 정도를 예정으로 인원모집에 GO사인을 내렸다.

 이 스테이션 녀석들은 일자리에 욕심이 넘쳐나서, 신문 3행 광고 같은 모집까지 체크에 여념이 없다고 하니까 일단은 지켜보기로 했다.

 

 직접 나가서 얼굴을 보이고 인원모집 의뢰도 끝나 정보 네트워크의 창구 오피스에서 나와 거리 산책이라도 계속할까 대화를 나누던 우리들이었지만, 창구 오피스 앞의 스테이션 내부용 트랜스포터가 기다리고 있었다.

 현대 지구로 말하자면 승용차같은 거지만, 묘하게 고급감이 흐르는 트랜스포터 옆에는 이 시대에도 살아남아 있었는가 감동하게 되는, 무척이나 집사! 라는 복장을 한 노년의 지구인이 서 있었다.

 

 “세바스찬이라는 이름에 꼬치 하나 건다.”

 라이무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 정도로 노집사의 이상형을 뭉쳐 만든 것 같은 사람이다.

 

 “아, 지크프리트 아닌가요. 오랜만이네요오.”

 응. 리젤의 지인이었나. 하지만 세바스찬이 아니라는 건 유감이군.

 

 “……(시무룩)”

 라이무도 실로 유감스러워 보인다.

 

 “주인님의 명령으로 마중 나왔습니다. 리젤 아가씨와 아가씨의 친구 분들.”

 딱! 하고 깊게깊게 고개를 숙이는 집사 지크. 응, 아가씨?

 

 ““……….””

 분위기를 보고 입에 담지는 않았지만, 나와 라이무의 시선은 리젤에 꽂혀 있었다.

 분명 생각하는 바는 같겠지.

 

 아가씨? 그거 무슨 농담이야?

 

 여러 각도에서 딴지를 걸고 싶지만, 리젤의 오랜만의 귀향이기도 하고 당연한 것처럼 안내를 받는 리젤에게 나와 라이무는 잠자코 따르기로 했다.

 

 진동 하나 없는, 묘하게 차내 공간이 넓은 트랜스포터로 이동하길 십여 분.

 스테이션 중심가에 가까운, 나무들이 무성한(여기 스테이션 안이지?) 넓은 부지를 가진 대저택으로 안내 받았다.



―――



 가끔씩, 희소하긴 하지만.

 근력이나 마력이나 재력처럼 「강함」의 종류가 다양하게 있는 와중.

 천연이라는, 단지 성격에 불과한 것이 두드러지게 강하게 느껴진 적이 없는가?

 

 본인에게 악의도 뭣도 없는데도 그 자리의 분위기를 얼리거나 분쇄하는 것 같은.

 책모의 천재가 10년 걸려 쌓아온 책략을, 직감도 뭣도 없이 그냥 부숴버리고 마는 듯한.

 

 무슨 일이 있었냐고 하냐면.

 

 꽤나 넓고 호화로운 실내.

 내부 공간이 한정되어 있는 우주 스테이션에 있어서 넓은 실내를 가진다는 것 자체가 스테이터스라고 한다지만.

 

 그 실내의 장식품도 졸부 취미와는 달리 시대를 느끼게 하는, 소유자가 평생 자본가로서, 자본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주저 앉지 않고, 계속해서 노력했다는 걸 느끼게 하는 침착한 실내.

 

 실내 중앙에는 뭉쳐 앉으면 6명 정도는 앚을 수 있을 듯한, 하나의 안티크 소파.

 미래 세계에서 보자면 현대 지구의 소파는 안티크 범위에 들어가겠지.

 묘하게 위화감이 없는, 가격은 비싸 보이지만 낯익은 디자인의 소파가 나열된 실내에서.

 

 여우 귀의 유…소녀, 고양이 귀의 소년, 어른의 고양이 귀 여성이 나란히 소파에 앉고.

 

 반대편 소파에는 라이무, 나, 리젤이 순서대로 앉아 있었다.

 

 고양이 귀의 소년―――12세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지만, 리젤의 아버지라고 한다.

 리젤의 종족에서 여성은 15세부터 30대 정도까지는 평범하게 나이를 먹는다고 하지만, 남성은 12세~15세에서 노화가 멈춘다고 한다.

 

 딱히 놀랄 일은 아니다.

 본래 리젤 같은 종족은 이민해 온 지구인류가 만든 종족이라고 한다.

 고양이 귀의 아저씨라니 누구 취향이야! 라고 소년에서 노화가 멈추도록 디자인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나도 거기에는 동의한다.

 혹시 살찐 중년 아저씨에게 귀연 고양이 귀가 달려 있다면, 직시하는 것도 괴롭겠지?

 억지 웃음을 지으며 끈적거릴 듯한 땀을 손수건으로 닦고 있는 중년 아저씨의 머리 위에 말이다. 고양이 귀가 뾱뾱하고 귀엽게 움직이고 있다든가 상상하는 것만으로 괴롭다.

 일부 사람들은 “짐승 귀 아저씨도 좋잖아!”라고 격렬하게 주장할지도 모른다. 뭐, 대다수의 사람은 “아니, 겉모습은 소년인 게 좋잖아”라고 납득해주겠지.

 미래 기술이라면 외견을 바꾸는 것도 가능할 테고, 마이널리티에게도 상냥한 세계로군.

 

 연령 40세를 넘었다고 하는 리젤의 아버지, 목소리도 소년이었지만, 온화한 어조에는 침착한 어른의 풍모가 느껴졌다.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는데 말이지.

 다음 순간에는 환상이 산산조각 박살나고 말았다. 박살나는 거 너무 빠르지 않아?

 

 “저기, 리젤 쨩? 슬슬 소개해주지 않을래?

 그쪽 지구인(테란) 소녀와―――그 놈은 누구실까?”

 태도로 처음부터 절반은 알고 있었지만, 충분히 성장한 자신의 아이를 쨩 붙여서 부르는 시점에서 “아, 아이에게서 떨어지지 못하는 팔불출이군”이라고 알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로서는 마음을 이해하지 못할 것도 아니지만, 처음 보는 사람을 그 놈이라고 부르는 건 어떨까 생각하는데.

 

 보통 이러한 친한 소녀의 양친과 대면한다는 이벤트에 조우하면 남자로서 식은땀을 흘리며 딱딱하기 긴장하는 거겠지만.

 

 뭐, 마왕인 시점에서 보통이 아니니까 말이지?

 그런 거 내 캐릭터도 아니고.

 

 그런 고로, 여유만만하게 발을 꼬고 대담한 웃음을 띄우고.

 덧붙여 양쪽에 앉아 있는 리젤과 라이무의 어깨에 손을 올려 친밀함을 어필해 보았다.

 실로 마왕다운 태도라고 칭찬해도 좋다고?

 

 이 시점에서 이미 리젤 아빠는 “!?”라든가 “빠직”이라는 효과음이 들릴 정도로 얼굴을 굳히고 이마에는 힘줄이 돋아 났지만.

 

 “이쪽은 라이무 씨, 같이 여행을 같이 해온 친구에요.”

 안녕, 이라는 듯이 라이무가 작게 고개를 숙였다.

 

 “이쪽은 이구사 씨……어, 그러니까. 제 사육주이자 주인님이에요오.”

 리젤은 악의 한조각 없이, 부끄럽다는 듯이 말했다.

 사역마로서는 합격점을 줄 수 있는 대답이다.

 

 아니, 천연이란 강하다고, 뼈저리게 느낀다.

 

 웃음을 무너뜨리지 않은 리젤 아빠는 떨리는 손으로 들고 있던, 이제 너무 떨려서 차가 흘러 넘쳐서 텅 비어버린 컵을, 소리도 내지 않고 우아하게 접시에 내려 놓았다.

 무지막지한 정신력이군. 거물일지도 모른다.

 

 “리, 리리리리젤 쨩? 사육주라든가 주인님이라든가 무슨 의미일까? 일까?

 파파는 잘 모르니까, 아, 아아알려주면 좋을까? 을까?”

 파래지거나 빨개지거나 했던 리젤 아빠의 얼굴색은 이미 흙색에 가깝다.

 

 “엥, 어…어떤 의미라니, 이런 곳에서 설명할 수 없어요오.”

 부끄러움과 쑥쓰러움이 4:6 정도로 귀여운 홍조를 띄우며 고개를 숙이는 리젤.



 정말로 천연이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래. 그런가…잠깐 기다려주지 않을까?”

 빙의했던 귀신이 떨어진 듯이 산뜻한 웃음을 띄운 리젤 아빠는, 자리에서 일어나 벽에 걸려 있던 레이저 블레이드의 발진기 같은 걸 손에 쥐어 스위치를 넣었다.

 부웅, 하고 고주파와 함께 빛의 칼날이 솟아났다.

 

 “기다려라. 지금 해충을 퇴치할 테니까.”

 산뜻한, 그리고 눈동자 깊숙한 곳에는 광기의 불꽃이 깃든 눈동자로 레이저 블레이드를 날 향해 휘둘러 내리쳤다.

 

 다음 순간에는 빠직! 하고 파열음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난 라이무가 성검으로 레이저 블레이드를 받고 있었다.

 성검 대단하네. 실체가 없을 터인 레이저 블레이드를 받아낸다니.

 

 “뭐하는 짓? 이구사를 죽일 거면 내가 상대하겠어.”

 굉장히 마음 든든한 말을 해주는 라이무지만.

 

 리젤은 양친 앞에서 주인님 발언이나 하고, 실력행사는 옆에 있던 유…어린 미소녀인 라이무가 막게 하고.



 어라?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판단하자면.

 이 구도, 나는 꽤나 등급이 높은 인간 쓰레기로 보이는 게 아닐까?



 ―――뭐, 됐나. 마왕이고.



 결국 “아가씨, 비켜주게. 그 녀석을 죽일 수가 없어!”라고 소리치고 있던 리젤 아빠는 리젤 엄마의 손칼, 이 아니라 스턴봉(전자경봉)을 목덜미에 맞아 의식을 잃었다.

 손수건이라도 꺼내는 듯이 자연스럽게 스턴봉을 꺼내다니…….

 리젤 엄마, 꽤나 하는구만.

 

 “모처럼 찾아 오셨는데 면목 없게도 남편의 몸이 안 좋은 모양이에요.

 훈육……남편의 상태는 되돌려 놓겠으니 또 나중에 찾아오시겠습니까?”

 힘이 쭉 빠져 쓰러진 리젤 아빠를 어깨에 짊어지고 기품 있게 말하는 리젤 엄마.

 체격차가 있다는 건 알겠지만 그건 그렇고 참 가볍게도 짊어진다.

 

 “알았다. 오늘은 급현 방문이었으니까.

 또 훗날에 재차 방문하도록 하지.”

 이쪽에서 자주적으로 올 생각은 좀처럼 없지만.

 

 “감사합니다.

 딸도 좀처럼 귀향하지 않았기에, 건강한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만으로 기쁜 일이에요.”

 

 “잠깐, 엄마. 전에는 일을 고르는 데에 약간 실패했을 뿐이에요.

 저를 집에서 뛰쳐나가 돌아오지 않는 말괄량이처럼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오!”

 뭐야, 리젤. 자신에 대해서 잘 알고 있잖아.

 

 그리고 이 가족들의 리젤 아빠에 대한 무시가 장난 아니다.

 스턴봉의 출력이 높았던 건가, 조금 타는 냄새가 나는데…….

 

 이렇게 리젤의 집을 뒤로 한 우리들이었지만.

 뭔가 나쁜 짓을 했던가?

 여우 귀의 어린 소녀는 조용히 쭉 날 노려보고 있었지.



―――



 꽤 대저택이었던 리젤의 친가를 뒤로 하고 우리들은 와이번을 정박시켜놓은 스테이션 외연부 부두 가까이에 있는 상업거리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사정을 물어보니 리젤의 친가는 이 스테이션에서도 이름 있는 유지로 그 팔불출 리젤 아빠는 스테이션 경제를 재건한 중심인물 중 한 사람이라고 한다.

 이미 실익이 없는 명예칭호이긴 하지만, 아드람 제국 귀족이기도 하다고 한다.

 사람은 겉모습만으로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아니, 딸이 연관되면 미치는 타입인가?

 리젤도 본래는 아가씨이긴 아가씨였지만, 어린 시절부터 메카 종류나 기계를 만지는 게 좋아서 이곳저곳 고철상이나 폐선소를 나돌아다니며 아가씨 가업을 버려버린 말괄량이었다고 한다.

 

 “저는 아가씨라든가 불리는 것보다도 조선소 아저씨들과 기계 만지는 편이 좋은 거에요오.”

 리젤답군. 뭐, 아가씨라고 해도 이 스테이션 내부 한정 같은 거다.

 이제와서 태도를 바꿀 필요도 없겠지.

 

 라이무와 리젤은 상업거리 입구에서 일단 헤어졌다.

 이래저래 보충하고 싶은 소품이 있는 듯하다.

 그 녀석들도 일단은 여자다운 면이 있긴 있겠지.

 쇼핑에 어울렸다간 비참한 일이 될 것이 불보듯 뻔하기에 나는 혼자 별도행동을 하기로 했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노점상이 여러가지 줄지어 있었기에 적당히 먹거리를 사서 산책하고 있었지만, 돌연 뒤에서 꾹꾹하고 코트의 뒷부분이 당겨졌다.

 뒤를 돌아보니 여우 귀의 어린 미소녀…라이무보다도 어리게 보이는 아이가 코트 자락을 잡은 채 날 올려보고 있었다.

 진한 갈색 머리카락 사이에서 여우 귀가 바짝 서 있고, 머라키락은 뒤에서 포니테일……여우 귀니까 폭스테일인가? 뭐, 그런 느낌으로 묶었다.

 

 어린 겉모습 때문에 속을 뻔했지만 눈동자에는 확실한 의지의 빛이 있는 것을 보니 머리도 좋은 것 같다.

 지속 발동으로 해놓았던 감정 마법으로 본 스테이터스도 지력이 두드러지게 높았으므로 틀림 없겠지.

 지력과는 반대로 의지력이 묘하게 낮았던 것도 신경 쓰였지만.

 

 “무슨 일이냐? 나에게 무슨 용건이라도?”

 신사적인 대응을 해봤다. 마왕이라고 하지만 아이를 울리는 건 아름답지 않으니까.

 

 “그래요. 오빠에게 용건이 있어요.”

 끄덕끄덕하고 끄덕이는 여우 귀 아가씨.

 작은 동물 같은 움직임이 귀엽다. 애완용으로 한 마리 포획할 수 없을까?

 악의 미학적으로는 와인잔 외에도 무릎 위에 올려두는 애완동물이 필수적이니까.

 아니, 또 사고가 벗어났군.

 

 “그런가……무슨 용건이냐?”

 솔직히 짐작가는 데가…아니, 어디선가 본 얼굴이군.

 

 “리젤 언니를 해방해주면 좋겠어요.

 저 리젤 언니가 주인님이라든가 말하다니 이상해요.

 그러니 오빠가 약점을 잡고 있다고 생각한 거에요.”

 아아, 리잘 아빠 옆에 앉아있던 아이인가.

 리젤 아빠와 리젤 엄마의 임팩트가 강해서 잊고 있었다.

 리젤 언니? 여동생일까? 그렇다고 보기엔 귀가 다른데.

 

 “해방이라고 해도 말이지. 약점 같은 건 쥐고 있지 않은데?”

 사역마로서 영혼은 쥐고 있지만.

 

 “그…그럴 리가 없어요.

 저 완전 천연의 리젤 언니가 안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사람을 주인님이라든가 부르는 건 약점이라도 쥐고 있지 않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말이 심하구만. 리젤에 대해서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 것 같긴 하지만.

 

 으음. 정말로 혼 이외는 쥐고 있지 않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

 이야기를 나누는 게 재밌는 아이이기도 하고, 조금 놀아줄까.

 

 “그런가. 그럼, 내가 리젤의 약점을 쥐고 무슨 말이든 듣게 했다고 치자.

 그런 인간이 말을 들었다고 해서 솔직히 해방하리라 생각하는가?”

 크크큭, 하고 사악한 얼굴로 웃는다.

 아아…나, 오랜만에 판타지스런 마왕 같은 짓을 하고 있어…….

 

 “아뇨. 생각하지 않아요.”

 호오? 갑자기 거리를 벌리고……스모크 고글 같은 걸 쓰고 있는 흑복의 형님들이 사람들 무리에서 접근해오기 시작했다.

 호위겠지. 눈앞의 여우 귀 소녀 옆에 체격이 좋은 게 두 사람.

 날 포위하듯 다가오는 게 8명으로 합계 10명……아니.

 그 외 피해가 퍼지지 않도록 유도하고 있는 게 또 8명 있다.

 각자 손에는 스턴봉……이 아니군.

 뭔가 새하얗게 빛나고 있다. 죽일 생각이 충만한 장비 아냐? 저거.



 “생각하지 않기에. 오빠를 배제하고 겸사겸사 어둠에 묻어버릴 생각이에요.”



 클리셰처럼 “리젤 언니를 걸고 승부에요!”라든가 말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좀 하는군. 이 여우 귀 아가씨. 처음부터 실력행사는 물론이고 어둠에 묻어버리는 것까지가 전제라든가.

 너에겐 리젤보다도 악의 재능이 있다고!

 악의 간부 교육을 실시하고 싶어지지 않는가.

 

 지성적으로 속이 검은 여우 귀 아가씨를 내심 칭찬하면서.

 이 뒤에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했다.

 용사님의 갑옷처럼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지금 입고 있는 코트 같은 것이나 의복은 전통 깊은 마왕의 옷이라고 한다.

 라이무의 갑옷과 마찬가지로 오염 행성에 있었던 때에 사망자 수 보너스로 받은 물건이다.

 마법 방어라든가 이러저러 있는 듯하지만, 그 이상으로 착용감이 좋다.

 세탁도 간단. 금방 마르고, 더러움도 묻기 어렵다는 훌륭한 물건이다.

 

 거기, 마왕이 너무 가정적이라든가 말하지 말라고.

 라이무도 리젤도 세탁조차 하지 못하니까 말이야. 절실한 상황이다.

 

 그럼 거창한 소란을 일으켜 코트나 의복을 상처 입히고 싶지는 않다.

 

 『법리마법 발동 : 신경쇄약Ⅱ/대상확대Ⅸ×Ⅱ』

 

 폼을 잡고 딱, 하고 손가락을 울려 마법을 발동시켰다.

 호위에 실행부대에, 사람들을 유도하고 있던 흑복의 형님들이 “으극”하는 작은 비명을 각자 지르면서 지면에 쓰러진다.

 아무리 험한 일에 익숙하다고 해도 어차피 일반인.

 그런데다 마법 방어도 있으나마나한 레벨이라면 마왕의 적이 아니다.

 

 “무슨…일이 일어난 건가요?”

 쓰러진 자걱이나 호위를 보며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어둠에 묻어주는 게 아니었나?

 숫자도 질도 부족해서 조잡하군.”

 분하단 표정을 짓는 여우 귀 아가씨, 그 눈동자에 있는 건……웃음?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

 이 상황, 악으로서 수단을 고르지 않는다면―――

 

 『개념마법 발동 : 의사안/시선탐지Ⅶ』

 

 ―――있다. 370미터 앞의 빌딩 위, 스나이퍼(저격수)!

 아니, 80도 기울어진 430미터 앞의 폐공장 난간에도 또 한 명.

 살의 너무 높은 거 아냐!?

 저격총 정도로 죽지는 않겠지만, 맞으면 아플 것 같다고!

 마왕이라도 아픈 건 아프기 마련이다.

 

 『법리마법 발동 : 운동정지Ⅷ』

 

 “―――꽤 하는군. 그 나이에 대단한 일이다.”

 한 번 더 손가락을 울려 마법을 발동한다.

 응? 무영창으로 발동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액션 없는 마법이라니 로망이 없잖아.

 

 붕! 하고 굉장히 작은 소리를 내며, 거의 동시에 날아오는 물리탄두.

 센서류에 걸리기 어려운 암살 사양이라든가 그런 거 아닐까?

 전개해둔 운동정지 마법에 걸려 공중에 두 개의 탄두가 멈춘다.

 

 “확실히 보통이라면 이걸로 당할 테지만.

 전력평가도 하지 않고 습격이라는 게 오판이었군.”

 

 『주인마법 발동 : 저주반사Ⅲ/대상수증가Ⅱ/제한 : 대상파괴한정』

 

 공중에 멈춘 탄두를 손으로 만지니 각각 붉은 저주의 각인이 새겨진다.

 운동정지의 마법을 해제.

 날아온 코스를 역주행한 탄두가 스나이퍼가 쥐고 있던 대형 저격총을 각각 파괴한다.



 “그럼, 네 비장의 수도 전부 사라진 것 같지만.

 아직도 숨겨둔 공연물이 남아 있는가?”

 여우 귀 아가씨에게 다가가, 즐겁게 악의에 찬 웃음을 흘린다.

 

 후후후, 아하하하하, 으앗핫하하하하!

 무척이나 기분이 좋다. 이렇게 무척이나 악역스런 일을 하는 건 오랜만이다…!

 그렇다고, 이거라고, 이 감각이다. 악이란 훌륭하다.

 역시 마왕이란 이래야 하지 않는가……!

 

 “엣……앗………히으―――”

 성공을 의심하지 않았던 건가, 휴대 단말 저편에서 들리는 스나이퍼들의 고통에 찬 보고나 비명을 듣고, 웃음을 띄우고 있는 날 이번에야말로 공포의 눈동자로 보고 있는 여우 귀 아가씨.

 작은 몸을 덜덜덜하고 공포로 떨고 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이대로, 신사 여러분이 대단히 좋아하는 얇은책 같은 전개를 해도 좋겠지만.

 공포로 떨고 있는 유ㄴ……어린 미소녀를 희롱하는 것도 좋다면 좋은 일이지만, 리젤의 관계자이기도 하고 말이지.

 악이란 언제나 팔이 안쪽으로 굽는 법이다. 정의는 안쪽이고 밖이고 용서 없이 처벌하는 듯하지만.

 

 “―――에?”

 톡, 하고 여우 귀 아가씨의 머리에 상냥하게 손을 올려 쓰다듬어 주었다.

 복슬복슬한 느낌이 좋다. 음, 역시 애완동물로서 훌륭하지 않은가.

 

 “가족을 위해서라면 주저도 용서도 없이, 죄를 범하려는 그 자세는 훌륭하다.

 네 주변 사람 누구도 칭찬하지 않고, 인정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내가 인정하고 칭찬하도록 하지.

 넌 대단한 녀석이다. 긍지를 가져라.”

 이 녀석은 확실히 날 습격했지만, 가족을 위해 자신의 손을 더럽힌다는 건 악으로서 칭찬할 일이겠지.

 

 “오―빠……어째서.”

 여우 귀 아가씨의 눈동자에는 당황과 놀람의 색이 짙다.

 

 “뭘, 나도 동료가 심한 꼴을 당한다면, 비슷한 짓을 했을 테니까 말이야.”

 규모가 조금, 정도가 아니라 엄청 다르겠지만.

 

 “―――흐, 흐에에에엥”

 공포가 당황에서 안도로 바뀌어 울기 시작했는가. 아직 어리구만.

 겉모습에 어울리게 눈물을 흘리는, 어린 소녀의 머리를 진정할 때까지 쓰다듬어 주었다.




 아, 거기의 너. 안심해도 좋아. 내가 관련되어서 좋은 이야기로 끝날 리가 없잖아?




 “윽……훌쩍. 죄송했습니다.”

 한차례 울고서 진정한 소녀는, 쓰다듬어진 것이 부끄러웠던 거겠지.

 나와 미묘하게 거리를 두었다. 반보 정도의 거리감이 재밌군.

 

 “사죄는 받아들이지. 나도 이해할 수 있는 행동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몇 번이나 습격 당하는 건 괴로운 일이다.

 더 이상 습격하지 않겠다고 계약서에 사인을 받을 수 있을까?”

 

 “……알겠어요.”

 응. 어린 소녀는 솔직한 게 가장 좋다.

 내가 꺼낸 투영형의 전자계약서에 사인을 하는 여우 귀 소녀.

 

 사인이 끝난 직후, 나와 여우 귀 소녀에게만 보이는.

 그리고, 언젠가, 어딘가의 별에서 봤던 문서가 재생된다.

 

 『계약 성립했습니다. 랭크Ⅸ, 영원한 영혼의 계약이 집행됩니다.』

 『계약자, 미제리타 폰 카르미라스』

 『계약주, 마왕 이구사』

 『계약 대가 : 없음』

 『미제리타 폰 카르미라스는 마왕 이구사의 사역마로서 영혼을 바치고, 그 영혼이 사라질 때까지 영원한 충성을 바칠 것이 이에 계약되었습니다.』



 “………에에에에에에에에엑!?”

 역시 리젤의 관계자로군. 쉽다.

 

Posted by 추리닝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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