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마왕군 설립 편

 

12화. 마왕, 길을 정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판타지스런 중세적 세계는 악으로서 실로 환경이 좋다고 더욱 더 생각하게 된다.

 

 

  그야 그렇겠지?

  마치 싱글플레이용의 RPG처럼 무슨 짓을 하면 좋을지 실로 알기 쉽다.

 

  만민의 상찬을 듣는 훌륭한 왕의 성에서 공주를 납치한다든가.

  마물을 뿌려서 사람들의 삶을 위협한다든지.

  변덕스럽게 타인의 마을을 지배하는 것도 좋다.

  무슨 일이든 다 싫어졌다면 파괴신이라도 숭배하여 세계의 파멸을 빌면 해결이다.

 

 

  하지만 시대가 지나면 진할수록 악이란 건 힘들어진다.

  어째서냐고?

  마왕이 할 것 같은 악한 짓은 대체로 다른 사람들이 먼저 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주를 납치한다? 유괴라니 이미 드문 일도 아니다.

  사람들의 삶을 위협한다? 전쟁이라든가 경제라든가, 위협이 없는 쪽이 적겠지.

  사람들이 공포에 떨 정도의 지배? 그런 거 세상 속에 썩을 정도로 널려있다.

  세계의 파멸? 미사일 버튼 하나면 끝이잖아.

 

 

  아직 현대라면, 전형적인 악의 비밀결사라도 만들면 위로 정도는 되겠지만.

  이것이 SF의 세계가 된다면, 뭘 해야 할지 솔직히 곤란하다.

 

  그야 그렇겠지?

  자신만만하게 악을 행했다가, 사람들은 ‘뭐야. 흔히 있는 일이잖아.’라는 반응을 얻었다간, 쓸쓸함과 외로움에 어떻게 될 것 같다.

 

 

―――

 

 

  아드람 제국의 변경에 있는 교역 스테이션에서, 와이번의 소유권을 바꾸고, 나와 라이무의 신분증명서를 만든 뒤, 함교에 모여서 회의를 시작했다.

  내용은 이후에 대해서다.

 

  나 자신에 대해선 이미 정하고 있다.

  나는 마왕이기도 하고, 그 이전에 악을 동경하는 인간이기도 하다.

  악의 미학과 이 시대의 선악에 대한 상성이 좋을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겨우 세계가 SF가 된 정도로, 악의 미학을 버리는 짓은 할 수 없다.

 

  그렇기에 더더욱, 내가 악의 미학을 실천하기 위한 힘을 얻기로 결심했다.

  판타지 세계라면 마왕 따위 반칙에 가까운 능력과 마법이 있으면 그걸로 충분했지만.

  SF세계라면 그렇게도 할 수 없다.

  아무리 강력한 마법을 쓰든지, 아니꼬운 과학기술이 발전한 것으로 인해, 거기에 드는 노력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대부분의 마법은 과학으로 치환할 수 있는 것이다.

 

  화염구의 마법 따위, 이미 근대 지구의 대포로 충분히 대신할 수 있다.

  마법의 방패나 속성 방어 따위, SF적인 실드가 있으면 충분하다.

  소환마법으로 용아병의 군세를 부른다고 해보자.

  숫자가 같다면 전투용 로봇 부대에게 솔직히 이길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그렇기에 더더욱. 나는 이 세계(SF)에게 어울리는 힘을 원하는 것이다.

  힘의 이름은, 돈(IC)과 인맥(신용)이라고 한다.

 

 

  어이 거기. 속물이라고 하지 마. 돌도 던지지 마라.

 

 

  그 오염행성을 탈출하고 나서, 나도 꽤 생각에 생각을 거듭했다고.

  SF세계에서 마왕으로서 살기 위해선, 악의 미학을 실천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만 하는가.

  몇 번이나 생각해도, 역시 이 두 가지로 집약하게 된다.

  반대로 말하자면, 이 두 가지가 있다면, 웬만한 일은 다 가능하다는 거다.

 

  “그런 이유다. 나는 당분간 정보를 수집하면서, 이런 방침으로 움직일 생각이다.”

 

  “속물적이야.”

  “절실하네요오.”

  이 녀석들은 말이 때로는 흉기가 된다는 걸 모르는 건가.

  나의 섬세한 하트는 이미 상처투성이라고.

 

 

  뭐, 나의 방침은 정해졌다.

  하지만, 라이무와 리젤은 어떻지?

 

 

  거시기한 짓을 해버리고 만 사이이긴 하지만, 지금도 매일 밤 습격을 받고 있는 사이이긴 하지만.

  응? …………어라. 이상한데? 나 마왕이지?

  습격을 한다면 하는 거지만, 매일 밤 습격을 받고 있다는 건……아니, 깊게 생각하면 안 될 것 같다.

  뭐, 아무튼 그거다. 묶어 둘 생각은 없다.

  묶어 둘 생각은커녕 책임을 질 생각도 조금도 없지만.

  만일 가족이 늘어나게 됐으니까 혼인적인 무언가를 하라는 소리를 들어도, 고개를 끄덕일 생각은 없다.

  쓰레기라고 부르려면 맘껏 불러라. 마왕이겐 칭찬에 불과하니까.

 

 

  라이무는 노예 머시기가 있긴 하지만, 용사님이다.

  나와는 기본방침이 다를 가능성이 크고, 마음을 무시하고 혹사한 끝에 텅 빈 눈동자가 되는 것도…….

  아니 그것도 좋다면 좋지만. 솔직히 마구 끌리고 있지만.

  그 시대에 뒤처진 기분을 함께 맛 본 동료이기도 하고. 오염행성에서 함께 탈출한 사이이기도 하다.

 

  “나에게 악의 미학이 있듯이, 라이무에게도 뭔가 뜻이 있겠지? 용사로서 자신이 바라는 행동을 취하고, 그 결과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된다 하더라도 얼마든지 보내주지.”

 

  “그거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변함없이 표정은 읽을 수 없지만, 화내고 있는 것 같다.

 

  “아아, 진심이다. 솔직히 보내고 싶진 않지만. 품에 둘 수 있다면 품어두고 싶다고 생각하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예속권 같은 간단한 도구를 써서 라이무의 의지를 굽히고 묶어 두는 심한 짓은 하고 싶지 않아. 이건 마왕으로서, 내가 가지고 있는 악으로서의 긍지가 용납하지 않는다.”

  갖가지 나쁜 짓은 했지만 말이지.

  악의 긍지란 미묘한 남심과 비슷한 것이다.

  어차피 묶어둔다면, 강제로 의지를 굽히게 하는 것이 아니라, 함락에 의해 묶어두고 싶은 것이다.

  함락당한 용사가 마왕님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하겠습니다……라든가 쾌락에 빠진 얼굴로 말하는 건 로망이겠지!?

  이걸 이해하는 녀석은 마왕으로서의 소질이 있다고 보장하도록 하지.

 

  “그럼, 됐어. 그대로 도망칠 수 없도록 잡아둬.”

  이번엔 갑자기 기분이 좋아진 것 같다.

  으응? 뭔가 내가 생각하는 뉘앙스와 다른 것 같은데. 뭐, 됐나.

 

  “하지만 내게도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것도 사실. 나는 내가 구하고 싶다는 사람을 구하고 싶어. 세계를 구한다든가 정의라든가 그런 것엔 흥미가 없지만. 내가 우연히 알게 된, 구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사람에게 손을 내밀고 싶어. 그것이 나의, 용사로서의 소원.”

  용사로서 그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 건 아니다.

  세계도 정의도 흥미가 없다는 건 의외였다.

  자신이 손을 내밀고 싶다고 생각한 자에게, 자신의 욕망으로서 손을 내민다는 것.

  규모는 다르지만, 그것은 인간을 멸하고 마물의 낙원을 만들고자 하는 마왕에게 가까운 것 아닌가?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이구사의 행동에 방해가 될까?”

  이번엔 갑자기 불안해진 것 같다. 감정의 변화가 심하군.

  라이무의 감정을 알기 어려운 얼굴에서, 여기까지 알 수 있게 된 자신을 칭찬해주고 싶다.

 

  “아니, 방해는 되지 않겠지. 그 정도라면 허용범위고, 라이무가 있어주는 편이 나도 좋다.”

 

  “그럼 좋아. 앞으로도 잘 부탁해.”

  이번엔 안도인가. 나의 옷소매를 잡고, 몸이 닿을 정도로 가까이 다가온다.

  리젤의 스킨십 버릇이 전염한 것인지, 최근 거리감이 가까워진 기분이 든다.

 

 

  그럼, 다음은 리젤인가.

  리젤은 사역마이긴 하지만, SF세계의 일반시민이다.

 

  덧붙여 우리들의 수중에는 그럭저럭 돈이 있다.

  와이번의 전대 승무원들에게서 회수한 IC(공통 통화)는 세 명의 것을 모두 합쳐도 중고 구축함을 아슬아슬하게 한 척 살 수 있는 정도에 불과하지만.

  일반시민의 개인자산으로선 충분하고도 남을 금액이다.

  검소하게 살며, 가족을 만들고 늙어 죽을 정도라면, 3등분해도 잔돈이 남는 쪽이 더 많겠지.

  오염행성에서 내가 줍지 않았다면, 일단 죽었을 것이 틀림없다고는 하지만.

  이 단기간에 리젤은 SF세계의 일반시민이 일생동안 체험할 모험이나 위험을 충분할 정도로 겪었다.

  그 활약은 훌륭하다고 해도 좋다.

 

  “라이무는 동행하는 것 같지만. 리젤은 어떻게 할 거지?”

 

  “저기, 이구사님. 제게 선택권은 있는 건가요?”

  일단 작게 손을 들면서 질문하는 리젤.

  사역마 근성이 몸에 배기 시작했군. 대단히 좋다.

 

  “당연하지. 오염행성에서 만난 뒤로 탈출하기까지 리젤은 훌륭히 역할을 다했다. 혼의 계역이나 절대충성은 없앨 수 없지만, 내가 사역하지 않으면 평범한 사람과 다를 바 없어. 리젤이 배에서 내려서 평화롭게 살고 싶다면, 인정하도록 하지.”

  마왕정도 되는 자, 부하의 공적도 인정해주지 않으면 안 된다.

  사역마로서 약간 스테이터스가 상승하고, 노화가 느려져서 수명이 늘어나기도 하지만.

  리젤은 아직 사역마 레벨도 낮으니까, 인외스런 스테이터스는 되지 않았으니까.

  수명증가와 노화의 완화에 대해선,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늘어나서 위험한 일은 없겠지.

 

  ““에!?”” 「네?」

  어이, 거기. 두 사람 모두 입을 맞춰 놀라지 마라. 그리고 와이번. 너까지 그러냐.

 

  “그렇게 의외인가?”

  나를 대체 뭐라고 생각하는 거냐.

 

  “아뇨. 전혀 그렇지 않아요오. 조금 놀랐을 뿐이에요!”

  아와아와하고 반쯤 혼란하면서, 필사적으로 변명하려는 모습이 귀엽군.

  리젤이라면 좋은 악의 여간부가 되어줬겠지.

  딱 알맞은 정도로 어리숙하니까, 매번 패배하고 돌아와서는 벌을 받고, 벌칙 타임에는 시청률을 늘려줄 것 같은 귀중한 인재다.

 

  “알겠나? 나는 마왕이다. 왕이기도 하지. 공적을 올린 부하에게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주는 것은 당연하다. 리젤이 조용하게 살고 싶다면, 그 의사를 존중하도록 하지.”

  뭐, 그 경우엔 해방하기 전에 2, 3명 정도 가족을 늘려줄 생각이긴 하지만.

  ……음. 악의 길에서 은둔하여, 잡다한 마을에서 살기 시작한 미혼의 젊은 아내.

  두 말 할 것 없이 좋군!

  그 아이가 장래, 나의 적이 된다면 최고다……!

 

  “……우우윽. 이구사님에 대해서 오해하고 있었어요오.”

  감동한 것인지 눈물을 글썽이는 리젤.

  그대로 나에게 안겨서 오열을 흘리고 있다.

  저기, 리젤. 지금까지의 그걸로 꽤나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던 거라고?

  오해가 생겼다고 한다면, 그건 지금 이 순간이 아닐까.

 

  「좋은 이야기네요…….」

  손수건으로 눈가를 누르는 와이번. 행동이 디테일하군.

  그리고 너라면, 나의 생각은 반쯤은 눈치 챘을 텐데.

 

  “어떻게 할 거지. 리젤? 길을 정하는 건 너다.”

  아직 나의 옷에 붙은 채로 오열을 흘리고 있기에, 아무렇지도 않게 고양이귀를 쓰다듬으면서 묻는다.

  마왕의 사역마 루트인가. 악의 길을 등진 미혼의 아내 루트인가. 정하도록 해라.

 

  “저는……. 저는 이구사님에게 어디까지나 따라갈 거에요! 혹시 만나지 못했다면, 분명 그 별에서 혼자 외롭게 죽었을 테니까요. 그러니 앞으로도 평생 버리지 말아주세요오오오오.”

  다시 울기 시작하는 리젤을 쓰다듬는다.

  마왕의 사역마 루트를 선택했는가. 이쪽은 엔딩까지 중도에 탈출할 수 없으니까 각오해 두라고.

 

 

  이렇게 우리들은 이후에도 행동을 함께 할 것을 결정했다.

  라이무나 리젤, 어느 쪽이든 한 명을 잃을 각오를 해둔 만큼, 두 사람 모두 남아준 것은 고맙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다.

  이 마음을 입에 담을 생각은 없지만.

 

 

  ……단지, 체력적으로 힘드니까, 몰래 리젤에게 걸어둔 <명령>을 풀어뒀다.

  평소에는 소심하지만, 밤에는 본능에 충실한 에로아가씨가 되는 건 예정대로이긴 했다.

  예정대로였지만, 에로아가씨가 예상보다 꽤 강력해지고 만 것이 문제였다.

 

  그리고 전에 써둔 <명령>은 확실하게 해제했다.

  해제했을 텐데, 야간에 리젤의 이성이 녹아버리는 건 해제되지 않았다.

 

  어쩌냐 이거.

 

 

―――

 

 

  그날 저녁식사 전의 일이다.

  라이무와 리젤은 클린룸 옆에 있는, 본래 사관용 식당의 식료작성기에 붙어서 고전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시대의 식료생산기는, 재료의 식감이나 맛, 가공 공정 같은 걸 디자인 하면 ‘범용 오가닉 마테리얼’이라는 수수께끼의 식료재에서 식품을 만들어준다.

  물론 진짜 고기나 야채류도 있지만, 고급품이라고 한다.

  식료생산기는 빈민의 동지이긴 하지만, 일일이 메뉴를 수동으로 셋팅하는 일은 적다. 아니, 적다기 보단 취미의 세계라고 한다.

  보통 식품 카탈로그의 레시피 데이터를 써서, 먹고 싶은 요리를 만드는 것일 뿐이지만, 와이번이 격추되었을 때, 식품 카탈로그째로 레시피 데이터가 지워졌다고 한다.

 

  식품생산기는 와이번의 일부로서 치료마법으로 복구되었지만, 데이터류는 사라진 채라고 한다.

  거기서 매뉴얼 조작에 의한 요리작성이 행해진 것이지만……. 여러모로 무참한 일이 되고 말았다.

  식료생산기를 쓴 수동 작성은, 지구에서 했던 식재료 선택에서 조리와 그렇게 다르지 않을 테지만.

  실제로 각자 만든 요리를 시식하고 비교한 결과, 요리 실력은 잔혹할 정도로 순위가 갈라졌다.

  어떤 순위라고 한다면, 대충 이렇다.

 

 

  이구사>>>(남자 요리의 벽)>>와이번>>>(참으면 먹을 수 없지는 않은 벽)>>리젤>>(단애절벽)>>(식품에 대한 모독적인 벽)>>>>>라이무

 

 

  여러모로 딴지 거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나도 딴지를 걸고 싶다.

 

  아무리 경험이 풍부하다고 해도, 강습양륙함의 주AI이며 부상신인 와이번에게 패배, 아니 완패하는 건 어떨까 싶다.

  리젤은 러브코메디에 자주 있는 ‘요리가 서툰 여자가 거뭇거뭇한 요리를 만든다’정도로 끝났다.

  본인도 만든 요리가 맛없다든가, 먹는 것이 고행이라는 건 이해해 줬다.

 

  하지만 라이무는 뭔가 강렬한 저주라도 걸려 있는 거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그 무시무시함에 조리하고 있는 모습은 보지 않았지만, 냄새만으로 ‘아, 이거 무리인 녀석이다.’라고 본능이 거절하는 레벨이었다.

  스킬 ‘독내성 lv10’을 취득하고 있는 나조차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리젤은 털을 곤두세우고 도망쳤고, 라이무는 작성한 요리라고 부르기에는 여러모로 무리가 있는 물체를 앞에 두고 어깨를 떨구고 있었다.

 

  들어보니, 리젤은 어렸을 적부터 메카닉 수행만 했고, 미래인적으로 요리라는 건 식료생산기에서 레시피대로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해왔다고 한다.

  라이무도 요리를 한 적은 없고, 보고 배울 기회도 거의 없었다고 한다.

 

  필연적으로 식사관계는 기본적으로 내가 담당하고, 가끔씩 와이번이 만들게 되었다.

  내가 만든 요리는, 식품 카탈로그의 요리보다 훨씬 맛있다고 리젤도 기뻐했다.

 

  칭찬을 받은 나도 기분이 좋아져서, 20세기나 21세기의 과자 종류를 하나하나 재현하기 시작해서 두 사람 모두 기뻐했지만, 돌연히 깨닫고 말았다.

 

 

  ―――나, 마왕이잖아. 뭐 하고 있는 거야.

 

 

  나도 모르게 바닥에 쓰러져 낙심하고 말았다.

 

  처음부터 눈치 채라고! 라며 딴지를 거는 건 봐줬으면 한다.

 

  잊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라이무도 리젤도 꽤 레벨이 높은 미유……어린 미소녀와 미소녀다.

  그런 두 사람에게 칭찬을 받고, 기분이 나빠질 남자는 좀처럼 없겠지.

  나도 그렇다. 마왕을 운운하기 전에, 남자라는 건 그런 슬픈 생물인 것이다.

 

 

  그런고로, 오후 3시의 티타임.

  미래에선 그런 풍습도 남아있지 않았지만, 나와 라이무가 부활시킨 휴식시간에 무심코.

 

  역시 최저한도의 요리를 할 수 없는 건 어떤가 싶다.

 

  그런 말을 하고 말았다.

 

  그 이후로 두 사람은 식당의 식료생산기 앞에서 떠나질 않고 있다.

 

  리젤이 주문한 거겠지. 스테이션 배달원을 하고 있다는 강아지 소녀가 식품 카탈로그나 취미용 요리책 같은 걸 배달을 했으니까, 아마도 요리에 관련된 일을 하고 있을 것이 틀림없다.

 

  풍겨오는, 탄 것 같기도 하고 달콤한 것 같기도 한 냄새로, 이미 결과는 반쯤 보이고 있지만.

 

  “저기, 와이번. 지금부터 도망쳐서 스테이션 안의 적당한 가게에서 식사를 끝내고 온다는 건 어떻게 생각해?”

  뭘 당연한 걸 말하고 있냐고 하지 말아줬으면 한다.

  마왕으로서도 너무나도 뻔히 보이는 미래의 비극에서 도망치고 싶을 때가 있다.

 

  「하아……. 좀처럼 생각하고 싶지 않은 미래가 될 것 같다고 생각하네요.」

  그렇겠지―.

 

 

  그런가. 사형 집행을 기다리는 죄수의 기분이라는 표현을 들은 적이 있지만, 그야말로 이런 느낌을 말하는 거겠지.

  하나 더 알게 되었다.

 

  …………살려줘.

 

 

―――

 

 

  후에 ‘비극의 저녁식사’라고 불리게 될(명명, 본인) 공포의 이벤트에서 살아남은 날 밤.

 

  함교에서 와이번과 둘이서 대화를 나눴다.

  그것은 이 시대의 상식에 대해서 가르침을 받는다든가, 근처 성계가 어떻게 되는가에 대해서 배운다든가, 기본적으로 내가 묻는 것들 뿐이었지만, 꽤나 유익한 시간이었다.

 

  그런 때였다.

  그러고 보면 라이무와 리젤은 IC(공통 통화)를 분배한다든가 해서 보수를 주기도 했지만, 와이번은 이 강습양륙함의 부상신이고, 실체가 없다는 것으로, 무보수로 일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와이번. 그러고 보면 너도 훌륭하게 일을 완수하고 있지만. 아무 것도 보상을 주지 않았군.”

 

  「헤헤이, 마왕님의 그 마음만으로 충분할 정도에요.」

  너무 겸손하지 말라고. 네가 좋아할 것은 이미 알고 있어.

 

  “적은 금액이긴 하지만, 나중에 예산에 넣어두지. 뭘. 너도 리스트를 보고 신경 쓰이는 사진이나 동영상 데이터는 10다스나 20다스 정도는 있겠지?”

  단위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지도 모르겠지만, 기분 탓이다.

  여기는 갖가지 정보가 모이는 국경 근처의 교역 스테이션이고, 여기까지 미래가 되면 100년, 200년 전의 작품이라도 충분히 실용적인 것들이겠지.

  어느 방향성으로 실용적일지는……. 묻지 말길 바란다. 그냥 알아 달라고.

 

  「서, 설마 마왕님…….」

  와이번도 눈치 챈 것 같군.

 

  “아아. 네가 바라는 것들을 생각해 두도록 해라. ……단, 나중에 내게도 보여주도록.”

 

  「네네이, 황송 무궁하옵니다!」

 

  응. 이미 눈치 챘겠지.

  와이번이 좋아할 사진이나 동영상이라는 건, 뭐 그쪽 계통이다.

  그걸 ‘와이번에 주는 보상’으로서 예산에 넣고 사게 한다.

  와이번도 기뻐하고, 나도 즐길 수 있다.

 

  그야말로 일석이조의 책략이다.

  용병대 놈들이 남겨둔 것들은 지나칠 정도로 상급자용이라서 말이지…….

 

  나와 와이번(의 입체영상)은 남자와 남자의 뜨거운 악수를 교환하는 것이었다.

 

  바보라고 말하지 말길. 남자라는 건 마왕이든 부상신이든.

  어느 시대든 이런 거니까.

Posted by 추리닝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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