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마왕군 설립 편

 

11화. 어느 해적의 불운

 

 

  그 날도 아웃캐스트(비국가군등록민)이며 아웃로우(무법자)인 발자크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그리고 최근 심심하게 느껴지기 시작한 일을 할 터였다.

 

  머릿속은 어째서, 무엇 때문에 라는 의문으로 가득 찼다.

 

  자신들이 습격자일 터인데, 습격을 받았다.

 

  우주전은 불합리하게 일방적으로 패배했다.

 

  기사회생의 백병전은 반대로 백병전을 도전 받아 패배하고 있다.

 

  두려움에 빠져 도망친 곳에는 아름다운 사신이 기다리고 있다.

 

 

  발자크의 의식은 루프를 계속하고 있다.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라고.

 

 

―――

 

 

  해적, 발자크의 일터는 아드람 제국의 동부변경에서, 은하중앙방면 이곳저곳으로 연결되는 ‘짐승길’이라고 불리는 오래되고, 그리고 길고 얇은 성간항로 전역이다.

  어느 종족이 만들었는지, 언제 만들었는지도 알 수 없는, 옛날부터 존재하는 점프게이트로 구성된 성간항로는, 항로 자체의 높은 통행난이도에 더하여, 1000년 전에 반란을 일으킨 뒤 지금도 자기증식을 계속하고 있는, 최근 종족 중 하나라고도 불리는 반유기생명체 AI군의 일부가 둥지를 틀고 있기도 하기에, 위험도가 높은 항로로서 어느 국가의 군대가 통행하는 일은 있어도, 위험도만 높지 어떤 이득도 없기에 점령이나 지배하려는 세력은 없었다.

  또한 안전하며 우회할 수 있는 점프게이트 항로가 몇 개나 있기 때문에 사실상, 어느 국가도 간섭을 삼가는 무법지대가 되어 있었다.

  지금도 ‘짐승길’을 쓰는 자는 국가의 관세를 피하려는 상인, 법에 저촉되는 위험한 상품을 취급하는 밀매선, 그리고 해적들뿐이다.

 

  발자크는 5대 이상 전부터 ‘짐승길’에서 해적질을 계속하고 있는 유례깊은 약소해적의 일가를 이끌고 있었다.

  부하들의 대부분은 어릴 때부터 서로를 알고 있는 자들이며, 폐선 직전의 해적선은 발자크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이기도 하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몇 대를 이어져 내려온 대형구축함을 개조한 모선에서 출격한, 클래스5의 함재전투기 6기로, 호위도 없이 항행하고 있는 상선으로 보이는 중형수송함을 습격했다.

  적당히 실드를 벗기고, 추진기를 파괴하고서 항복권고를 한다.

  항복권고에 응하지 않으면 병대가 타고 있는 돌입포트를 이용하여 백병전을 걸어 안에서 나포하는 약속 패턴이다.

 

  나머진 적재물을 모함으로 옮기고, 운 좋게 교배 가능한 종족의 여자가 있다면, 실컷 맛을 본 뒤에 부하들에게 준다.

  상선 자체는 오랫동안 알고 지낸, 해적전용의 불법 점프게이트를 열고 있는 할아범에게 팔아치워 돈(IC)로 한다.

 

 

  하지만 이 날엔 평소처럼 진행되지 않았다.

  공포에 질린 처녀의 옷을 한 장씩 벗겨내듯이.

  정중하게 상선의 실드를 벗기고 있을 때였다.

 

 

  「충격포, 사격 준비. 선체상부 포대, 선체 하부포대 선회. 각부에 대상 록온. 1번에서 8번 포대까지 올 오케이에요오.」

 

 

  센서류에 반응 하나 없었던 공간에서 돌연히 포격이 날아와 부하들의 전투기가 차례로 잡동사니가 되어갔다.

 

  “포격이다! 주포 부포, 뭐라도 상관없어. 사격이 날아온 곳을 향해 마구 쏴라!”

 

  발자크의 판단은 현명하며 적확했다.

  구식 대형구축함에서 발사된 에너지는, 어느 한 점에서 벽에 막힌 듯이 확산하고, 다음 순간에는 항성의 빛을 밝게 반사하는, 순백의 의장을 한 배가 공간에서 녹아내리듯이 나타난 것이다.

 

 

  「역시 안 되나. 공격을 받으면 해제되는 건 이런 타입의 은폐마법의 난점이군.」

 

 

  “뭐냐. 저 배는. 군의 신형……? 아니, 구식 강습양육함인가? 웃기지마! 어떤 속임수를 쓴 건지는 모르겠지만, 속임수 째로 뺏어주마. 해병들, 강습 준비하여―――”

 

 

  「돌입. 팬텀1에서 40은 탐색. 아머들은 적병의 배제.」

 

 

  유리가 대량으로 깨지는 듯한 파열음과 함께, 이니셜 캔슬러 같은 고급품은 전혀 없는 구식의 대형구축함이 격하게 흔들렸다.

 

  “이번엔 뭐야! ……아앙!? 함수돌입포트 착륙장이 습격을 받았다고!? 그럼 침입해 온 병신들에게 본때를 보여줘라! 너희들 해적이기 전에 남자로서 불알은 달려 있냐!”

 

  발자크가 선내 모니터를 격하게 조작하자, 병대를 태운 돌입포트로 강습을 할 터였던 돌입 포트 발착장의 외벽에, 몇 개나 돌입포트가 찔려들어, 반대로 강습을 받으며 백병전이 열리고 있었다.

 

  “진두지휘를 한다. 싸울 수 있는 놈은 날 따라와!”

 

  백병전의 진두지휘를 하러, 증조부가 썼다고 하는 대형 바이브로 액스(고주파진동 도끼)를 한 손에 들고 함교를 뛰쳐 나왔지만, 발자크의 뇌리에는 위화감이 두통처럼 경고를 하고 있었다.

  뭔가가 이상하다.

  뭔가가 장절하게 잘못되고 있다.

 

 

  무모하게도 반대로 습격을 걸어 온 돌입포트에서 나타난 것은, 마테리얼(물리) 블레이드에, 골동품에도 정도가 있을 손에 드는 방식의 마테리얼(물리) 실드를 가진, 통일된 장비와 외견의, 너무나도 기괴한 형태의 전투용장갑복의 집단였다.

  해적들은 투사무기 하나 없는 기괴함에 나쁜 느낌을 받았지만, 혹시 고대 지구사에 자세한 자가 있다면 눈치 챘을 것이다.

  저건 장검과 방패를 장비한, 전신갑주의 기사단이라고.

 

 

  발자크가 바이브로 액스를 한 손에 들고 현장에 도착했을 때엔 전투가 시작되고 있었다.

  그리고 눈앞의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

 

  부하들은 백병전―――선내에서의 대인전투에 익숙하다.

  침입한 함내에서도 쓰기 쉬운 크기의, 레이저 라이플이나 블라스터(열선총)를 가지고 일제사격을 했지만, 벌집이 되었을 적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태연하게 움직이고 있다.

  듣지 않은 것은 아니다.

  실제로 레이저는 장갑복 이곳저곳에 구멍을 뚫고 내부를 관통하고 있었고, 블라스터는 명중한 장갑복의 표면을 하얗게 태우며 녹이고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레이저에 뚫리고 움직일 수 없게 되거나 죽었을 테고, 블라스터가 저만큼 맞았다면 그 안은 바비큐가 되었을 테지.

  그런데도, 멈추지 않는다.

  오히려 ‘뭐야 그거. 공격이야?’라는 듯이 힘차게 움직이고 있다.

 

 

  돌입해온 장갑복 집단이 부하들의 대열에 돌입하여, 비참한 광경이 벌어졌다.

 

  기괴한 장갑복 놈들이 휘두르는 마테리얼 블레이드는, 대 레이저 블라스터의 장갑복을 가볍게 찢고, 이곳저곳에 원래 부하였을 것들이 양산되고 있다.

  마테리얼 실드는 공격의 방해가 되는 방어구만이 아니라, 때려 부수는 무기로서도 쓰이고 있었다.

  자금이 많은 고참병이 가지고 있던 휴대식의 개인용 실드 제너레이터는, 실드 배쉬를 맞아 전개하고 있던 실드째로 부하를 이기지 못하고 날아가 버렸다.

 

  이쪽의 공격은 듣지 않는다.

  저쪽의 공격은 치명타뿐.

  백전연마의 해적들이니만큼 전투로서 형태는 갖추고 있었지만, 이미 전투와는 다른 무언가가 되어가고 있었다.

 

  발자크도 대대로 이어져 내려오는 바이브로 액스를 휘둘러 장갑복과 싸웠다.

  방해가 되는 마테리얼 실드를 때려서 날려버리고, 이상한 틈새가 들어간 장갑복의 정면 바이저를 파괴했을 때, 자신의 전의가 산산조각 나는 소리를 들었다.

  장갑복의 헬멧 안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장갑복 속은 텅 비어있었던 것이다.

 

 

  「꽤 하는군. 저 해적. 그럭저럭 레벨이 높은 리빙아머인데, 맞서 싸울 수 있다니 말이야.」

 

 

  텅 빈 장갑복 헬멧 안, 눈 부위에 해당하는 위치에는 붉고 어두운 빛을 뿜어내는 무언가가 있고, 그 빛은 눈동자처럼 발자크를 ‘보고 있었다’.

  발자크는 공포로 몸이 덜덜덜 떨니는 것을 느꼈다. 이런 건 아버지에게 끌려가서 치렀던 첫 출전 이래로 처음이었다.

  그때도, 전리품으로 받은 여자를 좋을 대로 하는 사이에 공포 같은 건, 사상의 지평 너머로 날아가 버렸지만―――

  붉고 어둡게 빛나는 눈이 라이트나 센서 종류가 아니라는 증거로, 붉은 색의 깊은 곳에는 익숙한 적의의 감정이 보이고, 그걸 이해했을 때엔 발자크는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고 있었다.

 

 

  증조부에게서 전해 내려오는 바이브로 액스조차 던져버리고, 함교로 도망쳐 온 발자크를 기다리고 있었던 건 일찍이 악인면상뿐인 함교 요원이 아니라.

  고대의 동화에 나오는 요정처럼 은색의 머리카락을 늘어뜨리고, 귀여운 칠흑과 순백의 천으로 만든 옷을 입은, 천사라고 잘못 볼 정도로 아름다운 소녀였다.

 

  평소의 발자크라면 욕망대로 소녀를 잡으려고 했겠지만, 그 때엔 단지 허리가 빠져서 그 자리에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소녀의 손에는 신성한 디자인의 백은색을 한 마테리얼 블레이드가 쥐어져 있었고, 블레이드는 이곳저곳에 쓰러져 있는 함교 요원들의 혈액으로 코팅되어 있었던 것이다.

 

  “아…아아……아아.”

 

  불합리하고 비현실적인 광경의 연속에, 사고하길 방폐한 발자크의 입에는, 이제 의미도 없는 소리밖에 나오지 않았다.

 

  “여기는 당신이 마지막. 잘 가. 천국이나 지옥이 아직 있으면 좋겠네.”

 

  슥! 하고 날카롭게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발자크는 공포에서 해방되었다.

 

 

―――

 

 

  그 날, 역사와 전통이 있는 약소해적단 ‘발자크 일가’는 이 해적에서 모습을 감췄다.

Posted by 추리닝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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