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마왕군 설립 편

 

13화. 마왕, 군비를 갖추다



 실은 우주해적을 해볼까 진지하게 생각했던 적도 있다.



 우주해적이라는 단어 자체가 멋있잖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가?

 

 내가 생각하는 우주해적의 구성 요소는 세 가지.

 실익, 낭만, 악의 미학.

 그야 물론 편견일지도 모른다.

 아니라고 한다면 꼭 들려주기 바란다.

 악역에 관한 토론이라면 하루 종일 할 수 있다는 자신이 있다.



 실제로 해적을 할지 말지.

 저 교역 스테이션에서 정보를 모았었단 말이지.

 

 다행히 교역 스테이션에는 우주를 누비는 상인들이 모인다.

 당연히 상인들은 자신들을 습격하는 해적의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거다.

 

 혹시 해적이 된다면 참고가 되겠지.

 우주해적 놈들의 해적은 값비쌌지만, 손에 넣어서 검토했다.



 우선 결론부터 말하지, 그 놈들은 글러먹었다.




 우선 미학이 없다.

 해적은 기본적으로, 가끔씩 무방비거나 압도적인 전력차가 나는 수송선만 노린다.

 손상을 입었거나 단독항해 중이라면 전투함을 노리는 일도 있겠지만, 이례적인 일이겠지.

 그런데다 습격한 후에도 전통을 따른 나머지 고전적이다.

 

 화물을 빼았고, 승무원을 죽이고, 승무원이라도 여자는(때론 남자도) 납치해서 즐기고, 그리고 끝이다.

 가끔씩 유괴도 한다는 것 같지만.

 하나하나 하는 일들이 전부 악으로서 너무 째째하다.

 어느 시대의 해적이냐! 라고 말하고 싶은 기분이다.

 놈들의 보스는 안대에 한쪽 손이 의수고, 사벨이라도 허리에 꽂고 다니는 거 아닐까?

 어깨에 앵무새를 태우는 것도 잊어선 안 되겠지.

 이거라면 차라리 유치원 버스를 하이잭하는 악의 비밀결사 쪽이 악의 미학을 안다고 할 수 있을 거다…….



 다음으로 조직력도 없고 낭만도 없다.

 해적끼리는 다소 교류가 있는 것 같지만, 기본적으로 보스 한 마리가 부하들을 이끌고 있다.

 금주법 시대의 마피아적인 대규모 조직이 있다면, 그걸 가로채도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대규모 조직은 기본적으로 어딘가 나라의 군대, 함대가 와서 처부수는 일이 많다고 한다.

 커다란 조직을 유지할 정도의 해적질도 하면 나라도 움직인다는 거다.

 난획은 좋지 않군.

 그 때문인지 정말 극히 일부의 해적을 빼고 규모가 작다.

 그리고 군 함대가 오면 해적 놈들은 거미새끼마냥 흩어져서 꽁무니 빠지게 도망칠 뿐이다.

 무서운 귀신(함대)이 사라지면 다시 돌아와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해적질을 한다.

 우주해적에 대한 동경이, 빠직빠직 소리를 내며 부서지는 걸 느꼈다.

 정부나 군 상대라도 두려워하지 않고, 물러서지 않고, 자신의 의지대로 반항하는, 기개와 배짱이 두둑한 무뢰배가 모인 해적 길드라든지, 기대하던 시기가 제게도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익적으로도 그렇게 짭짤하지 않다.

 상선을 습격하여 화물과 배를 빼앗으면, 밑천이 필요하지 않는 만큼 배와 화물만큼은 그대로 꿀꺽이겠지.

 한순간에 큰 돈을 손에 넣을 수 있다면 생각해 볼만한 수단이긴 하다.

 하지만 조금 생각해 봤으면 한다.

 화물을 팔 수단이 없는 해적인 거다. 그 해적에게서 배나 화물을 사는 어둠의 브로커는 장절하게 약점을 이용하여 갯값 헐값 똥값으로 팔아치우게 하려 하겠지.

 게다가 덮칠 수 있는 배도 한정되어 있다.

 정말 짭짤한 화물은 착실하게 호위가 붙어있기 마련이니까.

 어라? 어쩌면 해적이란 거, 그다지 벌지 못하는 거 아니야? 라는 것을 눈치 채고.

 코끼리 얼굴을 한 외계인 교역상인에게 술을 한턱 내고 들어봤지만.

 돈이 있다면 해적따위 할 리가 없다는 소리를 들었다.

 지당한 말씀이다.




 그런 고로, 우주해적이 된다는 계획은 폐기됐다.

 이익도 로망도 악의 미학도 없다면 말이지…….



―――



 당면 방침을 정한 우리들은 며칠간 짧게 머무른 교역 스테이션을 출발하여.

 아드람 제국 세력권의 바깥 부분을 이동하면서 아드람 제국 동부 변경에 있는 성역에 도착했다.

 이 성계의 이름은 『배의 묘지 성계(Ship Graveyard Star System)』

 이름을 보면 알겠지만 되팔린 배나 중고선의 수리공장이나.

 폐선이 되어 부품으로 분해된 리사이클 도크 같은 게 주력산업인 장소다.

 

 꽤 옛날은 『영광스런 제국 조선항 성계(Imperial Glorias Shipyard Star System)』이라든가 굉장히 반짝반짝 빛나는 이름이 붙어 있는, 아드람 제국에서 손꼽히는 조선산업의 중심지었다고 하지만.

 지금은 몰락에 쇠퇴를 거듭하여 누구도 그 이름으로 부르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이야 이 미래세계에도 살아남아 있는, 폐허 매니아들의 성지가 되어 있다든가.

 이 정도로 이것저것 이해해 줬으면 한다. 마왕에게도 동정심이라는 게 있으니까.




 이 성계에 찾아온 이유는 리젤과 와이번이 추천하는 장소였기 때문이다.

 처음 도착한 제국 남부는 교역이 성행했던 점도 있어서.

 와이번을 수리할 수 있을만한 도크가 적었고, 요금도 높을뿐더러 기술자의 솜씨도 좋지 않다고 한다.

 수요가 많으면 일처리가 잡스러워도 높은 요금을 받을 수 있다. 어느 지방의 관광지 같군.

 

 리젤은 『배의 묘지 성계』 출신으로, 이 지역에 대해서도 잘 알고 아는 사람도 있다.

 기술자들도 요금은 높게 받지만 긴 세월(10세대 이상 대대로 기술자를 하고 있는 녀석도 있다고 한다) 동안의 경험 덕분에 실력도 좋다고 한다.

 와이번 같은 구식 함선이라면 특기 중의 특기라던가.

 리젤과 아는 사이라고 하는, 폐허와 조금도 구분이 가질 않는 노후화된 쉽야드 도크에 정박시켰지만.

 도크의 오너인, 드워프 같은 수염 얼굴의 아저씨의 첫마디가.

 

 “아직도 이따위 배를 쓰고 있는 미친새끼가 있다니. 이거 박물관에 처박혀있지 않더냐?”

 

 “잠깐, 가른 숙부! 현역 승무원에게 실례에요오!”

 였다. 나는 와이번의 나이를 듣는 게 무서워졌어.




 와이번의 수리, 개장 계획은 사전에 다 같이 회의를 통해 정해 두었다.

 식료생산기와 그 안에 들어 있던 레시피 데이터처럼.

 아무래도 회복마법으로 고칠 수 있는 곳과 그럴 수 없는 곳이 있는 듯하다.

 자세히 조사해 보니 실로 간단한 법칙을 따르고 있었다.

 

 판타지스런 인간으로 비유하면 알기 쉽다.

 리액터(심장)이나 추진기(다리)는 회복마법의 대상이 된다.

 아마도, 치유마법보다 고도의 재생마법이라면 회복률도 높겠지.

 무장에 관해서도 와이번 선체에 붙어 있는 고정포(주먹)은 회복마법으로 낫지만, 교환이나 개장이 전제된 주포(검)은 대상외인 듯하다.

 실드 제네레이터(몸)도 회복마법의 범위지만, 실드(옷)은 낫지 않는다.

 식료생산기와 레시피도, 식료생산은 고정이기에 몸 취급. 안에 들어 있던 레시피는 이후에 추가된 것이기에, 소품이나 도구 취급으로 낫지 않았다고 한다.

 평범한 회복마법으로 부러진 검이나 망가진 도구까지 낫는 건 이상하긴 하지.

 이걸로 이해하셨을까?

 리젤은 전례에 따라 “이해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요오!”라고 울고 있었지만.



 개장 계획은 “회복마법으로 고칠 수 있는 곳은 예산을 잔뜩 듬뿍 써서 좋은 부품으로 한다”, “그 이외는 어느 정도 타협한다”라는 게 되었다.

 그리고 와이번 자체가 부상신, 반생물화되어 있고 치유마법도 있기에, 수리가 어렵거나 내구도에 문제가 있는 부품도 사치스럽게 쓸 수 있다.

 

 “대략적인 견적이 나왔어요오.”

 “그렇고 말고. 이렇게 할 거면 알고 있는 고물상을 몽땅 모아서 부품을 모아오지.”

 리젤과 드워……아저씨가 함께, 이건 이게…저기는 새로운 거를 이라든가, 3D스런 설계도를 앞에 두고 실컷 토론한 결과가 나온 듯하다.

 이런 거는 대개 초보는 알지 못하는 기괴한 설계도와 전문용어가 줄줄이 이어지는 게 약속일지도 모르겠지만.

 두 사람이 건네준 설계도나 개조예정도는 나조차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SF 얕볼 수 없다.

 

 『리액터 : 전부 교체. 신형시작로(제국 해군 개발부 유출품)

  리액터 수 변경. 2기→4기. 출력 42000% 향상 예정  (출력상세/20KP→8400KP)

  출력 조정에 상세한 기술이 필요하다.』

 출력 조정이라든가, 와이번이 적당히 어떻게든 하겠지.

 

 『메인 프레임 : 유실기술품(로스트 테크놀러지)이기에 그대로』

 SF 세계에도 고대문명이 남겨놓은, 오버 테크놀러지의 산물이라는 건가.

 뭐, 판타지로 말하자면 고대 마법 문명의 마검 같은 분류의 유실기술품이라 할 수 있겠다.

 와이번에 있던 구형 부품을 부상신으로 만든 것일 뿐인데.

 SF 주민에게 하나하나 “마법이다”라고 말하며 돌아다니는 것보다 설명하기 쉬우니까 됐나.

 

 『추진기 : 전부 교체. 개조형 변경조사선용 추진기로 변경. 추력 533% 향상

  그와 함께 성간 항로용 리미터를 신설.』

 출력 덕후의 천조국 아저씨 취미의 얼굴을 한 개조 기술자의 보증수표 첨부다.

 개조 전의 사진도 붙어 있었지만, 원본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

 

 『기동제어용 추진기 : 전부 교체. 거대 무인 고기동함 (AI종족함)의 것을 계속 사용

  당 쉽야드에 해당 제품을 취급하는 기록은 일절 없습니다. 앞으로도.』

 어이, 무슨 수상쩍은 물건을 가져온 거냐.

 성능은 좋은 것 같지만…….

 

 『용골, 외각 : 그대로 둠. 해석 불능. 강도는 충분하다고 추측된다.』

 그러고 보니 이동 중에 한가했고. 와이번이 허리가 아프다고 하니까 연금마법을 써서 아다만다이트 결정으로 만들어 봤던가.

 SF세계에서 아다만다이트 결정은 일반적이지 않은 듯하다.

 

 『실드 제너레이터 : 전부 교체. 필헤이트 순양함 타입 고철품을 수리한 제품

  실드 출력 800S → 30KS. 상세 불명, 신형으로 추측된다.』

 뭔가 단위가 다르네. 3만이라든가…….

 그 파괴했던 경순양함의 잔해에서 주워온 물건이었지.

 

 『근접, 대공용 고정 레이저 포대 : 고압축, 고출력형. 단장연사형으로 전부 교환

  6세대 전의 아드람 제국 구축함 주포의 발신품을 재활용

 빈번한 수리가 필수』

 수리에 관해선 어떻게든 되겠지.

 고정포는 와이번에게 있어서 피부나 머리카락과 큰 차이 없는 듯하니까 말이야.

 

 『주포 : 전부 교체. 2세대 전의 시작품. 압축충격포(Shock Wave Canon) 예정

  순양함의 무장이지만, 구형이기에 동작하리라 생각됨. 2연장 포대x4 예정』

 생각된다는 게 뭐냐.

 ……아아, 리액터 출력이 충분하다면 동작한다는 건가.

 

 『부포 : 신설. 함체 상하좌우와 후방에 각 1문으로 총 5문. 대공용으로 조정 예정

  단장 고에너지 입자포. 필헤이트형으로 여겨짐』

 이것도 경순양함에거 주운 물건이다. 잔해가 되었던 것도 고칠 수 있는 건가.

 

 『센서 종류 : 전부 교체. 광역 조사용 새틀라이트 (폐기품)의 물품을 개조

  패시브 센서 종류를 메인으로 2429%의 성능 향상 예정』

 본래 어느 정도 수준인지는 알 수 없지만, 오염 행성 근처에서 부숴져 돌고 있던 위성의 부품까지 유효활용하는 거로군. 어쩐지 리젤이 파괴한 뒤의 고철품 회수에 집착하더라.

 

 『육전대 용도의 공간 : 개조용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오밋(omit)』

 싹뚝이구만.

 지상제압용의 전차라든가 태울 생각은 없고, 뭐…됐나.

 

 『돌입용 포드 : 최신형으로 교환. 신형으로 하라니 뭐냐. 비싸다고!』

 견적서에 짜증을 적지 말라고!?

 

 『그 외 소품 등 : 전통 쉽야드 오너에 의한 봄의 특선 코스.

                           ~숲의 향기가 나는 아드람풍 고철을 곁들어~』

 이젠 뭐가 뭔지 모르겠다.

 

 『통합 성능 : 준 프리깃함 → 준경순양함 클래스로 예정』

 외견은 강습상륙함, 사이즈는 구축함, 성능은 경순양함인가.

 이제 효율이라든가 그런 건 전부 내던진, 로망의 향기만 느껴진다.

 

 한 번 처음부터 끝까지 읽은 뒤 나는 투영식 디스플레이의 견적서를 닫았다.

 메카닉으로서 할 수 있는 바를 다 한 보람인 거겠지.

 잘난 얼굴의 아저씨와, 반짝반짝 눈을 빛내는 리젤을 봤다.

 

 “저기, 이거 말이야.

 수리라든가 개조를 넘어서, 아니 그딴 거 내팽개치고 몇 바퀴 빙글빙글 돈 뒤의 마개조 같은 거 아냐?”

 

 “물론이지!”

 “그렇다구요오!”

 솔직하게 인정하니 어찌 반응해야 할지 모르겠다.

 지금까지 한정된 환경이었기 때문에 눈치 채지 못했지만, 리젤도 매드 메카닉으로서의 소양이 있는 듯하다.

 

 “예산적으론 괜찮은 거야?”

 

 “물론. 신형으로 설치하라는 돌입 포드계 이외라면, 알고 있는 고철상의 엉덩이 털까지 뽑아서라도 모아오지!”

 

 “……그런 거야?”

 아저씨는 큰소리 뻥뻥 치고 있지만, 아무래도 불안이 남아서 리젤쪽에 물었다.

 

 “괘, 괜찮아요오. 조금 구축함을 개조할 수 있을 정도의 가격인 걸요.”

 시선을 돌리고 있군.

 

 “리젤리트, 명령. 작은 목소리로 솔직히 말해라.”

 

 “네. 마이 마스터. 제 적금도 쓰면 가까스로 맞출 수 있어요……하우으, 명령을 쓰는 건 치사하다구요오오오!”

 착실하게 예산을 넘기고 있구만.

 개조 계획을 짜다보니 즐거워져서 정신을 차려보니 이 가격……을 반복했을 걸로 보인다.

 지구에 있던 때의 대학 지인이 휴대 게임의 과금에 빠져서 적금을 탕진하던 때와 비슷한 분위기다.

 

 “라임의 클래스5 전투기, 액트레스를 사는 것도 잊지 않았겠지?”

 

 “거기는 덤으로 받기로 했……콜록콜록. 제대로 확보해 뒀어요오!”

 어디 그럼, 나중에 깨달아서 아저씨에게 울며 메달린 거로군.

 액트레스라는 거는 리젤이 만났을 때 타고 있었던, 그 결함 전투기 액트레이의 마이너 체인지 버전이다.

 결함 부분을 고쳤더니 대히트를 쳤다고 한다. 이미 구형이라고 하지만.

 라임의 전투력…이라기 보다 용사로서의 공격력이나 방어력을 살리려고 한다면 대형함은 조금 부족하단 말이지.

 오염 행성 탈출 때에도 회피력밖에 살리지 못했었고.

 무엇보다 액트레스는 기본적으로 복좌, 보조 시트도 있기에 3명이서 이동할 때의 이동수단도 될 수 있다는 게 훌륭하다.

 그런 이유로 모처럼 2기 함재기를 탑재할 수 있는 거다. 새로이 액트레스를 1기 구입할 계획이었다.

 이걸로 와이번의 함재기는 액트레이와 액트레스가 1기씩 2기가 될 예정이다.

 

 “하지만 괜찮은 거냐? 나야 취미 만빵으로 개조할 수 있으니 됐지만.

 이 녀석을 제대로 움직이기 위해선 베테랑 선원과 메카닉이 4다스씩은 필요할 거다. 특히 리액터나 추진기 부분은 쓰기 어렵거나 섬세한 부품이 많아.

 뭐, 그렇기에 싼값이긴 하지만.”

 

 “아아, 유지나 운용은 방법이 있으니까 괜찮아.”

 와이번에게 있어 함체는 몸이나 마찬가지고, 특별히 섬세한 부품을 사용한 곳은 회복마법을 쓸 수 있는 곳이니까.

 

 아저씨가 꺼내준 전자계약서에 사인하고 IC를 꽂았다.

 

 “그렇지. 도색은 서비스로 해주마. 재고품이라도 좋다면 말이지만.”

 아저씨가 휴대단말을 꺼내 리스트를 보여준다.

 역시 흑색이나 청색이라는 우주에서 잘 안 보이는 색은 모두 팔렸다.

 우주에서 채색 효과가 있을지 의심스러운 물방울 무늬까지 팔렸는데 뭐야 이거……?

 

 “응? 이거 새로운 물건이고 전파흡수라든가 성능도 나쁘지 않잖아.”

 리스트 끝에 있었던 건, 아드람 제국 해군의 제식채용 타입.

 지금도 현역으로 쓰이고 있는 선체 도색제였다.

 

 “아아, 그거 말이지. 해군 놈들이 도료는 세트로만 판다고 지껄여서 말이야. 사긴 샀지만 역시 남아서 말이다.”

 

 “이게 좋군. 성능도 충분하고. 무엇보다 겉모습이 좋아.”

 

 “뭐, 겉모습이 좋아진다는 건 알겠지만―――이거, 순백(Pure White)라고? 눈에 띄는 건 당연히고 맨눈으로도 뚜렷하게 보일 건데?”

 

 “그러니까 좋은 거 아냐. 로망이지?”

 씨익 웃음을 보여준다.

 

 “쳇, 젊은 놈이 잘 아는군. 로망이고 말고!”

 아저씨도 씨익 웃는다. 남자끼리는 때로 마음으로 통하는 바가 있기 마련이다.

 

 “그럼 도색은 됐고 형식번호와 함명, 나머진 소속은 뭐라고 적을 거냐?”

 

 “이걸로 부탁해. 멋지게 그려달라고.”

 휴대단말을 조작하여 데이터를 아저씨의 단말에 보낸다.

 

 “어디……고대어인가? 범용어로 토를 달아놓지 않으면 누구도 읽을 수 없는 취미의 세계로군.”

 

 아저씨의 휴대단말에는 이럭헤 표시되어 있을 거다.

 『민간군수기업 마왕군(Private Military Company DLA[Dark Lord Army])』



 그렇다. 우리들은 해적이 되는 길을 포기하고.

 해적들을 쓰러뜨려 현상금을 버는 길을 택하였다.




 …응? 라임은 뭐하고 있냐고?

 배에 대한 건 잘 모르니까 맡긴다, 라고 말하고 모습을 감추었지만.

 내 침대에서 이불을 뒤집어 쓰고, 태양이 중천일 때부터 우아하게 낮잠을 자고 있는 걸 나중에 발견했다.

 최초의 한 발을 내딛을 수 있도록 등을 밀어준 건 확실히 나였지만.

 이 용사님도 점점 더 프리덤이 되어가는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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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외편 「8화 : 마왕, 신민을 위로하다」 직후의 리젤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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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젤, 리젤리트라는 긴 이름을 가진 아가씨의 아침은 늦다.

 그렇지 않아도 아침과 일찍 일어나는 건 잘 하지 못하는데.

 최근엔 이러저러한 이유로 잠자리가 뒤숭숭한 거다.

 

 “뉴후후우……쿠우……스아―”

 으냠……으응. 아침 인 것 같네요오. 졸려라.

 요즘 들어 푹 잠들질 못했……쿠우……니까.

 이렇게 푹 잠들 수 있었던 날은 귀중합니다…….

 이것도 어제 저녁, 실컷 이구사님과 스킨십을 한…덕분……?

 

 “……에엑!?”

 단숨에 잠기운이 우주 저편으로 날아가고, 저도 모르게 벌떡하고 몸을 일으켰습니다.

 

 “아, 아하하. 요즘 들어 잠자리가 뒤숭숭했으니까……부, 부부분명 이상한 꿈을 본 거에요오.”

 입에서 메마른 웃음이 저절로 흘러나왔습니다.

 그렇습니다. 요즘 들어……그러니까. 이유에 대해선 묵비하겠습니다만, 잠자리가 나쁜 거에요오.

 자면서 식은땀…그렇지, 식은땀이 심해서 파자마를 몇 번이나 교환하게 되었던 겁니다.

 

 “하, 하지만 말이죠오. 역시나 그런 꿈은, 뭔가 조금 격렬하게 이상하단 거에요오.”

 두근두근두근하고, 미심쩍은 박동소리가 심합니다. 그럴 게 그런 꿈을…….

 

 “후, 후냐아아아아아아앗!!”

 너무나 심한 창피함에, 침대 위에서 데굴데굴데굴데굴! 하고 구르고 맙니다.

 

 “뭘까요. 나는, 그렇게나 욕구불만이었던 건가요!

 그렇다고 해도, 그 꿈은 아니겠죠. 아니겠죠!?

 뭔가요. 판타지가 심한 꿈이에요!

 이것도 이구사 님이나 라이무 씨가 판타지스런 짓만 저지르는 영향인 건가요오!”

 열 때문에 새빨개진 얼굴을 배게에 묻고, 팔다리를 퍼덕퍼덕 휘두르고.

 머릿속은 새하얀 주제에 부끄러운 사실이 계속해서 튀어나오고 있어요오!!?

 

 “진정해. 진정하는 거에요.

 환자도 아니고 운동도 하지 않았는데, 이런 격렬한 박동은 필요 없어요!”

 침대 위에서 팔딱팔딱 발버둥 친 나였지만, 30분 정도 있으면…….

 진정할 때까지 30분이나 걸렸습니다만, 어떻게든 겨우 침착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창피한 꿈을 봤다간 몸이 못 버텨요오.”

 침대에 앉아, 어린 시절부터 갖고 있던 나쁜 버릇입니다만.

 이런 때에 꼬리 끝을 입에 물고, 우물우물하는 버릇은 고치지 못했던 겁니다.

 하지만 그런 부끄러운 꿈을 또 보고 말 것 같습니다.

 

 “침착해. 침착해. 리젤, 쿨하게 되는 거에요오.”

 자신에게 들려주는 듯이 심호흡을 계속합니다.

 꼬리 끝을 입에 무는 건 멈추지 않았지만, 점점 진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진정하고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니, 파자마가 아니라 평상복을 입고 있었습니다.

 

 “어라? 저는 언제 갈아입은 건가요?”

 분명 어제는 파자마를 입고…역시 전전긍긍하며 전전 잠들지 못해서.

 꿈 속에서 이구사 님과 만나러 가기 위해 평상복으로 갈아입……고?

 

 “아하…아하하, 설마, 설마인 거에요오.”

 덜덜 떨리기 시작하는 손을 필사적으로 억누르면서.

 괜찮을 거라는 증거를.

 아까 전까지 얼굴이라든가 머리에 누르고 있던 베개를 손에 쥐었습니다.

 

 “혹시, 혹시나의 이야기에요오? 그 꿈처럼 부비부비 냄새를 뭍혔다면.

 절대로 이구사 님의 냄새가 뭍었을 거고, 베개라든가에도 뭍었을 거에요오.”

 네, 저는 누구를 향해 설명하고 있는 걸까요.

 하지만 입 밖으로 내지 않으면 무서워서 행동할 수 없었던 겁니다.

 

 “가, 각오를 하는 거에요오――――――스읍.”

 침착하게 베개에 코를 대고, 확실하게 냄새를 맡습니다.

 나 자신의 냄새에 더해, 무척이나 짙은 이구사 님의 냄새가.

 이건 더 이상 스쳐 지나갔다든가, 같은 방에 있다든가의 레벨이 아니라.

 마치 꿈속에서처럼, 몇 번이나 달라붙어 부비부비를 하지 않으면…

 뭍지 않을 정도의……짙은 냄새입니ㄷ…….

 

 “후냐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꿈이 아니었던 거에요오오오오오!!!”




 그 날, 겨우 침착해질 수 있었던 건 점심이 지나서였습니다.

 늦잠을 자서, 두 사람에게 꾸벅꾸벅 사과를 했습니다만.

 이구사 님은 “뭐, 지쳤을 테니까”라고 묘하게 상냥했습니다.

 

 …………상자가 있다면 들어가서 둥글게 몸을 말고 싶은 마음으로 한가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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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는 판타지색이 강한 오마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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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이구사 (사나다 이구사)

종족 : 지구인   성별 : 남성

연령 : 21세      직업 : 마왕

Lv : 3      EXP : 410/500

 

<스테이터스>

스테이터스 포인트 : 777

근력 (STR) = 100  (+860%)

체력 (VIT) = 100  (+938%)

민첩 (AGI) = 100  (+678%)

지력 (INT) = 500  (+1528%)

정신 (MND) = 600  (+1238%)

매력 (CHA) = 500  (+981%)

생명 (LFE) = 200  (+1002%)

마력 (MGI) = 600  (+5642%)

 

<스킬>

스킬 포인트 : 133945

  <이것저것 생략>

[오염내성] : Lv10

[아드람 제국 범용어] : Lv1(MAX)

[기계조작(공통규격)] : Lv10

[기계부정조작(공통규격)] : Lv10

[소프트웨어조작(공통규격)] : Lv10

[소프트웨어부정조작(공통규격)] : Lv10

[구조지식(우주선)] : Lv5

   <표기하기 어려운 특수 전투 스킬> : 합계 Lv1287

 

<그 외>

· 신장/체중 : 183cm/68kg

· 악에 대한 동경

· 입 다물고 있으면 지적인 외모

· 내용물은 에로 마왕

· 가짜 안경

· BL 재료 피해 583건

· 마왕의 특권 : 원통하게 죽은 자의 숫자 만큼 스테이터스 강화

· ○○피해자로서 가해자




이름 : 라이무 (무코지 라이무)

종족 : 지구인   성별 : 여성

연령 : 17세      직업 : 용사

Lv : 4      EXP : 978/1000

 

<스테이터스>

스테이터스 포인트 : 14

근력 (STR) = 20  (+138%)

체력 (VIT) = 15  (+86%)

민첩 (AGI) = 10  (+228%)

지력 (INT) = 10  (+120%)

정신 (MND) = 24  (+860%)

매력 (CHA) = 11  (+88%)

생명 (LFE) = 20  (+368%)

마력 (MGI) = 14  (+175%)

 

<스킬>

스킬 포인트 : 34

 

[무기숙련(검)] : Lv5

[무기숙련(창)] : Lv3

[무기숙련(활)] : Lv3

[강타] : Lv4

[저격] : Lv2

[방어구숙련(중갑)] : Lv4

[회피] :Lv4

[기승] : Lv2

[대형기승] : Lv2

[기승:비행] : Lv4

[물리마법] : Lv2

[기도마법] : Lv2

[개념마법] : Lv2

[공간마법] : Lv2

[교섭술] : Lv2

[감정] : Lv3

[치료] : Lv1

[마물지식] : Lv3

[불굴] : Lv2

[아드람 제국 범용어] : Lv1(MAX)

 

<그 외>

· 신장/체중 : 142cm/39kg

· 쿼터에 의한 격세유전. 은발녹안

· 외견 연령은 12세 정도

· 오보 횟수 115회

· 담백 냉담

· 내용물은 의외로 열혈

· 용사특권 : 전장에서 쓰러진 영령들의 숫자 만큼 스테이터스 강화

· 입고 있지 않(참격음)

· 약점을 쥐어주는 일 다수

· 무표정 데레 의혹




이름 : 리젤리트 폰 카르미라스

종족 : 사역마/아드람인   성별 : 여성

연령 : 16세                      직업 : 우주선 기술자

Lv : 3              EXP : 448/500

사역마Lv : 4   EXP : 1813/2000

 

<스테이터스>

스테이터스 포인트 : 14

근력 (STR) = 8  (+14)

체력 (VIT) = 9  (+14)

민첩 (AGI) = 7  (+14)

지력 (INT) = 13  (+14)

정신 (MND) = 5  (+14)

매력 (CHA) = 14  (+14)

생명 (LFE) = 12  (+14)

마력 (MGI) = 1  (+14)

 

<스킬>

스킬 포인트 : 2

 

[기계지식(공통규격)] : Lv1

[기계수리(공통규격)] : Lv1

[기계조작(공통규격)] : Lv1

[무중력운동] : Lv1

[소프트웨어조작(공통규격)] : Lv1

[소프트웨어작성(공통규격)] : Lv1

[구조지식(우주선)] : Lv1

 

<그 외>

· 신장/체중 : 158cm/58kg

· 고양이 귀, 고양이 꼬리. 흑모

· 본래 아가씨

· 천연

· 또한 복흑

· 판타지의 세계에 어서오세요!

· → 판타지 적응 (약)

· 마왕의 사역마가 되어 스테이터스 보정

· 에로 고양이 (칭호)

· 매드 매카닉

· 패시브 어빌리티 : 헌상Lv3

Posted by 추리닝백작
,

2장. 마왕군 설립 편

 

12화. 마왕, 길을 정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판타지스런 중세적 세계는 악으로서 실로 환경이 좋다고 더욱 더 생각하게 된다.

 

 

  그야 그렇겠지?

  마치 싱글플레이용의 RPG처럼 무슨 짓을 하면 좋을지 실로 알기 쉽다.

 

  만민의 상찬을 듣는 훌륭한 왕의 성에서 공주를 납치한다든가.

  마물을 뿌려서 사람들의 삶을 위협한다든지.

  변덕스럽게 타인의 마을을 지배하는 것도 좋다.

  무슨 일이든 다 싫어졌다면 파괴신이라도 숭배하여 세계의 파멸을 빌면 해결이다.

 

 

  하지만 시대가 지나면 진할수록 악이란 건 힘들어진다.

  어째서냐고?

  마왕이 할 것 같은 악한 짓은 대체로 다른 사람들이 먼저 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주를 납치한다? 유괴라니 이미 드문 일도 아니다.

  사람들의 삶을 위협한다? 전쟁이라든가 경제라든가, 위협이 없는 쪽이 적겠지.

  사람들이 공포에 떨 정도의 지배? 그런 거 세상 속에 썩을 정도로 널려있다.

  세계의 파멸? 미사일 버튼 하나면 끝이잖아.

 

 

  아직 현대라면, 전형적인 악의 비밀결사라도 만들면 위로 정도는 되겠지만.

  이것이 SF의 세계가 된다면, 뭘 해야 할지 솔직히 곤란하다.

 

  그야 그렇겠지?

  자신만만하게 악을 행했다가, 사람들은 ‘뭐야. 흔히 있는 일이잖아.’라는 반응을 얻었다간, 쓸쓸함과 외로움에 어떻게 될 것 같다.

 

 

―――

 

 

  아드람 제국의 변경에 있는 교역 스테이션에서, 와이번의 소유권을 바꾸고, 나와 라이무의 신분증명서를 만든 뒤, 함교에 모여서 회의를 시작했다.

  내용은 이후에 대해서다.

 

  나 자신에 대해선 이미 정하고 있다.

  나는 마왕이기도 하고, 그 이전에 악을 동경하는 인간이기도 하다.

  악의 미학과 이 시대의 선악에 대한 상성이 좋을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겨우 세계가 SF가 된 정도로, 악의 미학을 버리는 짓은 할 수 없다.

 

  그렇기에 더더욱, 내가 악의 미학을 실천하기 위한 힘을 얻기로 결심했다.

  판타지 세계라면 마왕 따위 반칙에 가까운 능력과 마법이 있으면 그걸로 충분했지만.

  SF세계라면 그렇게도 할 수 없다.

  아무리 강력한 마법을 쓰든지, 아니꼬운 과학기술이 발전한 것으로 인해, 거기에 드는 노력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대부분의 마법은 과학으로 치환할 수 있는 것이다.

 

  화염구의 마법 따위, 이미 근대 지구의 대포로 충분히 대신할 수 있다.

  마법의 방패나 속성 방어 따위, SF적인 실드가 있으면 충분하다.

  소환마법으로 용아병의 군세를 부른다고 해보자.

  숫자가 같다면 전투용 로봇 부대에게 솔직히 이길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그렇기에 더더욱. 나는 이 세계(SF)에게 어울리는 힘을 원하는 것이다.

  힘의 이름은, 돈(IC)과 인맥(신용)이라고 한다.

 

 

  어이 거기. 속물이라고 하지 마. 돌도 던지지 마라.

 

 

  그 오염행성을 탈출하고 나서, 나도 꽤 생각에 생각을 거듭했다고.

  SF세계에서 마왕으로서 살기 위해선, 악의 미학을 실천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만 하는가.

  몇 번이나 생각해도, 역시 이 두 가지로 집약하게 된다.

  반대로 말하자면, 이 두 가지가 있다면, 웬만한 일은 다 가능하다는 거다.

 

  “그런 이유다. 나는 당분간 정보를 수집하면서, 이런 방침으로 움직일 생각이다.”

 

  “속물적이야.”

  “절실하네요오.”

  이 녀석들은 말이 때로는 흉기가 된다는 걸 모르는 건가.

  나의 섬세한 하트는 이미 상처투성이라고.

 

 

  뭐, 나의 방침은 정해졌다.

  하지만, 라이무와 리젤은 어떻지?

 

 

  거시기한 짓을 해버리고 만 사이이긴 하지만, 지금도 매일 밤 습격을 받고 있는 사이이긴 하지만.

  응? …………어라. 이상한데? 나 마왕이지?

  습격을 한다면 하는 거지만, 매일 밤 습격을 받고 있다는 건……아니, 깊게 생각하면 안 될 것 같다.

  뭐, 아무튼 그거다. 묶어 둘 생각은 없다.

  묶어 둘 생각은커녕 책임을 질 생각도 조금도 없지만.

  만일 가족이 늘어나게 됐으니까 혼인적인 무언가를 하라는 소리를 들어도, 고개를 끄덕일 생각은 없다.

  쓰레기라고 부르려면 맘껏 불러라. 마왕이겐 칭찬에 불과하니까.

 

 

  라이무는 노예 머시기가 있긴 하지만, 용사님이다.

  나와는 기본방침이 다를 가능성이 크고, 마음을 무시하고 혹사한 끝에 텅 빈 눈동자가 되는 것도…….

  아니 그것도 좋다면 좋지만. 솔직히 마구 끌리고 있지만.

  그 시대에 뒤처진 기분을 함께 맛 본 동료이기도 하고. 오염행성에서 함께 탈출한 사이이기도 하다.

 

  “나에게 악의 미학이 있듯이, 라이무에게도 뭔가 뜻이 있겠지? 용사로서 자신이 바라는 행동을 취하고, 그 결과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된다 하더라도 얼마든지 보내주지.”

 

  “그거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변함없이 표정은 읽을 수 없지만, 화내고 있는 것 같다.

 

  “아아, 진심이다. 솔직히 보내고 싶진 않지만. 품에 둘 수 있다면 품어두고 싶다고 생각하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예속권 같은 간단한 도구를 써서 라이무의 의지를 굽히고 묶어 두는 심한 짓은 하고 싶지 않아. 이건 마왕으로서, 내가 가지고 있는 악으로서의 긍지가 용납하지 않는다.”

  갖가지 나쁜 짓은 했지만 말이지.

  악의 긍지란 미묘한 남심과 비슷한 것이다.

  어차피 묶어둔다면, 강제로 의지를 굽히게 하는 것이 아니라, 함락에 의해 묶어두고 싶은 것이다.

  함락당한 용사가 마왕님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하겠습니다……라든가 쾌락에 빠진 얼굴로 말하는 건 로망이겠지!?

  이걸 이해하는 녀석은 마왕으로서의 소질이 있다고 보장하도록 하지.

 

  “그럼, 됐어. 그대로 도망칠 수 없도록 잡아둬.”

  이번엔 갑자기 기분이 좋아진 것 같다.

  으응? 뭔가 내가 생각하는 뉘앙스와 다른 것 같은데. 뭐, 됐나.

 

  “하지만 내게도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것도 사실. 나는 내가 구하고 싶다는 사람을 구하고 싶어. 세계를 구한다든가 정의라든가 그런 것엔 흥미가 없지만. 내가 우연히 알게 된, 구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사람에게 손을 내밀고 싶어. 그것이 나의, 용사로서의 소원.”

  용사로서 그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 건 아니다.

  세계도 정의도 흥미가 없다는 건 의외였다.

  자신이 손을 내밀고 싶다고 생각한 자에게, 자신의 욕망으로서 손을 내민다는 것.

  규모는 다르지만, 그것은 인간을 멸하고 마물의 낙원을 만들고자 하는 마왕에게 가까운 것 아닌가?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이구사의 행동에 방해가 될까?”

  이번엔 갑자기 불안해진 것 같다. 감정의 변화가 심하군.

  라이무의 감정을 알기 어려운 얼굴에서, 여기까지 알 수 있게 된 자신을 칭찬해주고 싶다.

 

  “아니, 방해는 되지 않겠지. 그 정도라면 허용범위고, 라이무가 있어주는 편이 나도 좋다.”

 

  “그럼 좋아. 앞으로도 잘 부탁해.”

  이번엔 안도인가. 나의 옷소매를 잡고, 몸이 닿을 정도로 가까이 다가온다.

  리젤의 스킨십 버릇이 전염한 것인지, 최근 거리감이 가까워진 기분이 든다.

 

 

  그럼, 다음은 리젤인가.

  리젤은 사역마이긴 하지만, SF세계의 일반시민이다.

 

  덧붙여 우리들의 수중에는 그럭저럭 돈이 있다.

  와이번의 전대 승무원들에게서 회수한 IC(공통 통화)는 세 명의 것을 모두 합쳐도 중고 구축함을 아슬아슬하게 한 척 살 수 있는 정도에 불과하지만.

  일반시민의 개인자산으로선 충분하고도 남을 금액이다.

  검소하게 살며, 가족을 만들고 늙어 죽을 정도라면, 3등분해도 잔돈이 남는 쪽이 더 많겠지.

  오염행성에서 내가 줍지 않았다면, 일단 죽었을 것이 틀림없다고는 하지만.

  이 단기간에 리젤은 SF세계의 일반시민이 일생동안 체험할 모험이나 위험을 충분할 정도로 겪었다.

  그 활약은 훌륭하다고 해도 좋다.

 

  “라이무는 동행하는 것 같지만. 리젤은 어떻게 할 거지?”

 

  “저기, 이구사님. 제게 선택권은 있는 건가요?”

  일단 작게 손을 들면서 질문하는 리젤.

  사역마 근성이 몸에 배기 시작했군. 대단히 좋다.

 

  “당연하지. 오염행성에서 만난 뒤로 탈출하기까지 리젤은 훌륭히 역할을 다했다. 혼의 계역이나 절대충성은 없앨 수 없지만, 내가 사역하지 않으면 평범한 사람과 다를 바 없어. 리젤이 배에서 내려서 평화롭게 살고 싶다면, 인정하도록 하지.”

  마왕정도 되는 자, 부하의 공적도 인정해주지 않으면 안 된다.

  사역마로서 약간 스테이터스가 상승하고, 노화가 느려져서 수명이 늘어나기도 하지만.

  리젤은 아직 사역마 레벨도 낮으니까, 인외스런 스테이터스는 되지 않았으니까.

  수명증가와 노화의 완화에 대해선,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늘어나서 위험한 일은 없겠지.

 

  ““에!?”” 「네?」

  어이, 거기. 두 사람 모두 입을 맞춰 놀라지 마라. 그리고 와이번. 너까지 그러냐.

 

  “그렇게 의외인가?”

  나를 대체 뭐라고 생각하는 거냐.

 

  “아뇨. 전혀 그렇지 않아요오. 조금 놀랐을 뿐이에요!”

  아와아와하고 반쯤 혼란하면서, 필사적으로 변명하려는 모습이 귀엽군.

  리젤이라면 좋은 악의 여간부가 되어줬겠지.

  딱 알맞은 정도로 어리숙하니까, 매번 패배하고 돌아와서는 벌을 받고, 벌칙 타임에는 시청률을 늘려줄 것 같은 귀중한 인재다.

 

  “알겠나? 나는 마왕이다. 왕이기도 하지. 공적을 올린 부하에게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주는 것은 당연하다. 리젤이 조용하게 살고 싶다면, 그 의사를 존중하도록 하지.”

  뭐, 그 경우엔 해방하기 전에 2, 3명 정도 가족을 늘려줄 생각이긴 하지만.

  ……음. 악의 길에서 은둔하여, 잡다한 마을에서 살기 시작한 미혼의 젊은 아내.

  두 말 할 것 없이 좋군!

  그 아이가 장래, 나의 적이 된다면 최고다……!

 

  “……우우윽. 이구사님에 대해서 오해하고 있었어요오.”

  감동한 것인지 눈물을 글썽이는 리젤.

  그대로 나에게 안겨서 오열을 흘리고 있다.

  저기, 리젤. 지금까지의 그걸로 꽤나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던 거라고?

  오해가 생겼다고 한다면, 그건 지금 이 순간이 아닐까.

 

  「좋은 이야기네요…….」

  손수건으로 눈가를 누르는 와이번. 행동이 디테일하군.

  그리고 너라면, 나의 생각은 반쯤은 눈치 챘을 텐데.

 

  “어떻게 할 거지. 리젤? 길을 정하는 건 너다.”

  아직 나의 옷에 붙은 채로 오열을 흘리고 있기에, 아무렇지도 않게 고양이귀를 쓰다듬으면서 묻는다.

  마왕의 사역마 루트인가. 악의 길을 등진 미혼의 아내 루트인가. 정하도록 해라.

 

  “저는……. 저는 이구사님에게 어디까지나 따라갈 거에요! 혹시 만나지 못했다면, 분명 그 별에서 혼자 외롭게 죽었을 테니까요. 그러니 앞으로도 평생 버리지 말아주세요오오오오.”

  다시 울기 시작하는 리젤을 쓰다듬는다.

  마왕의 사역마 루트를 선택했는가. 이쪽은 엔딩까지 중도에 탈출할 수 없으니까 각오해 두라고.

 

 

  이렇게 우리들은 이후에도 행동을 함께 할 것을 결정했다.

  라이무나 리젤, 어느 쪽이든 한 명을 잃을 각오를 해둔 만큼, 두 사람 모두 남아준 것은 고맙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다.

  이 마음을 입에 담을 생각은 없지만.

 

 

  ……단지, 체력적으로 힘드니까, 몰래 리젤에게 걸어둔 <명령>을 풀어뒀다.

  평소에는 소심하지만, 밤에는 본능에 충실한 에로아가씨가 되는 건 예정대로이긴 했다.

  예정대로였지만, 에로아가씨가 예상보다 꽤 강력해지고 만 것이 문제였다.

 

  그리고 전에 써둔 <명령>은 확실하게 해제했다.

  해제했을 텐데, 야간에 리젤의 이성이 녹아버리는 건 해제되지 않았다.

 

  어쩌냐 이거.

 

 

―――

 

 

  그날 저녁식사 전의 일이다.

  라이무와 리젤은 클린룸 옆에 있는, 본래 사관용 식당의 식료작성기에 붙어서 고전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시대의 식료생산기는, 재료의 식감이나 맛, 가공 공정 같은 걸 디자인 하면 ‘범용 오가닉 마테리얼’이라는 수수께끼의 식료재에서 식품을 만들어준다.

  물론 진짜 고기나 야채류도 있지만, 고급품이라고 한다.

  식료생산기는 빈민의 동지이긴 하지만, 일일이 메뉴를 수동으로 셋팅하는 일은 적다. 아니, 적다기 보단 취미의 세계라고 한다.

  보통 식품 카탈로그의 레시피 데이터를 써서, 먹고 싶은 요리를 만드는 것일 뿐이지만, 와이번이 격추되었을 때, 식품 카탈로그째로 레시피 데이터가 지워졌다고 한다.

 

  식품생산기는 와이번의 일부로서 치료마법으로 복구되었지만, 데이터류는 사라진 채라고 한다.

  거기서 매뉴얼 조작에 의한 요리작성이 행해진 것이지만……. 여러모로 무참한 일이 되고 말았다.

  식료생산기를 쓴 수동 작성은, 지구에서 했던 식재료 선택에서 조리와 그렇게 다르지 않을 테지만.

  실제로 각자 만든 요리를 시식하고 비교한 결과, 요리 실력은 잔혹할 정도로 순위가 갈라졌다.

  어떤 순위라고 한다면, 대충 이렇다.

 

 

  이구사>>>(남자 요리의 벽)>>와이번>>>(참으면 먹을 수 없지는 않은 벽)>>리젤>>(단애절벽)>>(식품에 대한 모독적인 벽)>>>>>라이무

 

 

  여러모로 딴지 거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나도 딴지를 걸고 싶다.

 

  아무리 경험이 풍부하다고 해도, 강습양륙함의 주AI이며 부상신인 와이번에게 패배, 아니 완패하는 건 어떨까 싶다.

  리젤은 러브코메디에 자주 있는 ‘요리가 서툰 여자가 거뭇거뭇한 요리를 만든다’정도로 끝났다.

  본인도 만든 요리가 맛없다든가, 먹는 것이 고행이라는 건 이해해 줬다.

 

  하지만 라이무는 뭔가 강렬한 저주라도 걸려 있는 거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그 무시무시함에 조리하고 있는 모습은 보지 않았지만, 냄새만으로 ‘아, 이거 무리인 녀석이다.’라고 본능이 거절하는 레벨이었다.

  스킬 ‘독내성 lv10’을 취득하고 있는 나조차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리젤은 털을 곤두세우고 도망쳤고, 라이무는 작성한 요리라고 부르기에는 여러모로 무리가 있는 물체를 앞에 두고 어깨를 떨구고 있었다.

 

  들어보니, 리젤은 어렸을 적부터 메카닉 수행만 했고, 미래인적으로 요리라는 건 식료생산기에서 레시피대로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해왔다고 한다.

  라이무도 요리를 한 적은 없고, 보고 배울 기회도 거의 없었다고 한다.

 

  필연적으로 식사관계는 기본적으로 내가 담당하고, 가끔씩 와이번이 만들게 되었다.

  내가 만든 요리는, 식품 카탈로그의 요리보다 훨씬 맛있다고 리젤도 기뻐했다.

 

  칭찬을 받은 나도 기분이 좋아져서, 20세기나 21세기의 과자 종류를 하나하나 재현하기 시작해서 두 사람 모두 기뻐했지만, 돌연히 깨닫고 말았다.

 

 

  ―――나, 마왕이잖아. 뭐 하고 있는 거야.

 

 

  나도 모르게 바닥에 쓰러져 낙심하고 말았다.

 

  처음부터 눈치 채라고! 라며 딴지를 거는 건 봐줬으면 한다.

 

  잊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라이무도 리젤도 꽤 레벨이 높은 미유……어린 미소녀와 미소녀다.

  그런 두 사람에게 칭찬을 받고, 기분이 나빠질 남자는 좀처럼 없겠지.

  나도 그렇다. 마왕을 운운하기 전에, 남자라는 건 그런 슬픈 생물인 것이다.

 

 

  그런고로, 오후 3시의 티타임.

  미래에선 그런 풍습도 남아있지 않았지만, 나와 라이무가 부활시킨 휴식시간에 무심코.

 

  역시 최저한도의 요리를 할 수 없는 건 어떤가 싶다.

 

  그런 말을 하고 말았다.

 

  그 이후로 두 사람은 식당의 식료생산기 앞에서 떠나질 않고 있다.

 

  리젤이 주문한 거겠지. 스테이션 배달원을 하고 있다는 강아지 소녀가 식품 카탈로그나 취미용 요리책 같은 걸 배달을 했으니까, 아마도 요리에 관련된 일을 하고 있을 것이 틀림없다.

 

  풍겨오는, 탄 것 같기도 하고 달콤한 것 같기도 한 냄새로, 이미 결과는 반쯤 보이고 있지만.

 

  “저기, 와이번. 지금부터 도망쳐서 스테이션 안의 적당한 가게에서 식사를 끝내고 온다는 건 어떻게 생각해?”

  뭘 당연한 걸 말하고 있냐고 하지 말아줬으면 한다.

  마왕으로서도 너무나도 뻔히 보이는 미래의 비극에서 도망치고 싶을 때가 있다.

 

  「하아……. 좀처럼 생각하고 싶지 않은 미래가 될 것 같다고 생각하네요.」

  그렇겠지―.

 

 

  그런가. 사형 집행을 기다리는 죄수의 기분이라는 표현을 들은 적이 있지만, 그야말로 이런 느낌을 말하는 거겠지.

  하나 더 알게 되었다.

 

  …………살려줘.

 

 

―――

 

 

  후에 ‘비극의 저녁식사’라고 불리게 될(명명, 본인) 공포의 이벤트에서 살아남은 날 밤.

 

  함교에서 와이번과 둘이서 대화를 나눴다.

  그것은 이 시대의 상식에 대해서 가르침을 받는다든가, 근처 성계가 어떻게 되는가에 대해서 배운다든가, 기본적으로 내가 묻는 것들 뿐이었지만, 꽤나 유익한 시간이었다.

 

  그런 때였다.

  그러고 보면 라이무와 리젤은 IC(공통 통화)를 분배한다든가 해서 보수를 주기도 했지만, 와이번은 이 강습양륙함의 부상신이고, 실체가 없다는 것으로, 무보수로 일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와이번. 그러고 보면 너도 훌륭하게 일을 완수하고 있지만. 아무 것도 보상을 주지 않았군.”

 

  「헤헤이, 마왕님의 그 마음만으로 충분할 정도에요.」

  너무 겸손하지 말라고. 네가 좋아할 것은 이미 알고 있어.

 

  “적은 금액이긴 하지만, 나중에 예산에 넣어두지. 뭘. 너도 리스트를 보고 신경 쓰이는 사진이나 동영상 데이터는 10다스나 20다스 정도는 있겠지?”

  단위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지도 모르겠지만, 기분 탓이다.

  여기는 갖가지 정보가 모이는 국경 근처의 교역 스테이션이고, 여기까지 미래가 되면 100년, 200년 전의 작품이라도 충분히 실용적인 것들이겠지.

  어느 방향성으로 실용적일지는……. 묻지 말길 바란다. 그냥 알아 달라고.

 

  「서, 설마 마왕님…….」

  와이번도 눈치 챈 것 같군.

 

  “아아. 네가 바라는 것들을 생각해 두도록 해라. ……단, 나중에 내게도 보여주도록.”

 

  「네네이, 황송 무궁하옵니다!」

 

  응. 이미 눈치 챘겠지.

  와이번이 좋아할 사진이나 동영상이라는 건, 뭐 그쪽 계통이다.

  그걸 ‘와이번에 주는 보상’으로서 예산에 넣고 사게 한다.

  와이번도 기뻐하고, 나도 즐길 수 있다.

 

  그야말로 일석이조의 책략이다.

  용병대 놈들이 남겨둔 것들은 지나칠 정도로 상급자용이라서 말이지…….

 

  나와 와이번(의 입체영상)은 남자와 남자의 뜨거운 악수를 교환하는 것이었다.

 

  바보라고 말하지 말길. 남자라는 건 마왕이든 부상신이든.

  어느 시대든 이런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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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마왕군 설립 편

 

11화. 어느 해적의 불운

 

 

  그 날도 아웃캐스트(비국가군등록민)이며 아웃로우(무법자)인 발자크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그리고 최근 심심하게 느껴지기 시작한 일을 할 터였다.

 

  머릿속은 어째서, 무엇 때문에 라는 의문으로 가득 찼다.

 

  자신들이 습격자일 터인데, 습격을 받았다.

 

  우주전은 불합리하게 일방적으로 패배했다.

 

  기사회생의 백병전은 반대로 백병전을 도전 받아 패배하고 있다.

 

  두려움에 빠져 도망친 곳에는 아름다운 사신이 기다리고 있다.

 

 

  발자크의 의식은 루프를 계속하고 있다.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라고.

 

 

―――

 

 

  해적, 발자크의 일터는 아드람 제국의 동부변경에서, 은하중앙방면 이곳저곳으로 연결되는 ‘짐승길’이라고 불리는 오래되고, 그리고 길고 얇은 성간항로 전역이다.

  어느 종족이 만들었는지, 언제 만들었는지도 알 수 없는, 옛날부터 존재하는 점프게이트로 구성된 성간항로는, 항로 자체의 높은 통행난이도에 더하여, 1000년 전에 반란을 일으킨 뒤 지금도 자기증식을 계속하고 있는, 최근 종족 중 하나라고도 불리는 반유기생명체 AI군의 일부가 둥지를 틀고 있기도 하기에, 위험도가 높은 항로로서 어느 국가의 군대가 통행하는 일은 있어도, 위험도만 높지 어떤 이득도 없기에 점령이나 지배하려는 세력은 없었다.

  또한 안전하며 우회할 수 있는 점프게이트 항로가 몇 개나 있기 때문에 사실상, 어느 국가도 간섭을 삼가는 무법지대가 되어 있었다.

  지금도 ‘짐승길’을 쓰는 자는 국가의 관세를 피하려는 상인, 법에 저촉되는 위험한 상품을 취급하는 밀매선, 그리고 해적들뿐이다.

 

  발자크는 5대 이상 전부터 ‘짐승길’에서 해적질을 계속하고 있는 유례깊은 약소해적의 일가를 이끌고 있었다.

  부하들의 대부분은 어릴 때부터 서로를 알고 있는 자들이며, 폐선 직전의 해적선은 발자크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이기도 하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몇 대를 이어져 내려온 대형구축함을 개조한 모선에서 출격한, 클래스5의 함재전투기 6기로, 호위도 없이 항행하고 있는 상선으로 보이는 중형수송함을 습격했다.

  적당히 실드를 벗기고, 추진기를 파괴하고서 항복권고를 한다.

  항복권고에 응하지 않으면 병대가 타고 있는 돌입포트를 이용하여 백병전을 걸어 안에서 나포하는 약속 패턴이다.

 

  나머진 적재물을 모함으로 옮기고, 운 좋게 교배 가능한 종족의 여자가 있다면, 실컷 맛을 본 뒤에 부하들에게 준다.

  상선 자체는 오랫동안 알고 지낸, 해적전용의 불법 점프게이트를 열고 있는 할아범에게 팔아치워 돈(IC)로 한다.

 

 

  하지만 이 날엔 평소처럼 진행되지 않았다.

  공포에 질린 처녀의 옷을 한 장씩 벗겨내듯이.

  정중하게 상선의 실드를 벗기고 있을 때였다.

 

 

  「충격포, 사격 준비. 선체상부 포대, 선체 하부포대 선회. 각부에 대상 록온. 1번에서 8번 포대까지 올 오케이에요오.」

 

 

  센서류에 반응 하나 없었던 공간에서 돌연히 포격이 날아와 부하들의 전투기가 차례로 잡동사니가 되어갔다.

 

  “포격이다! 주포 부포, 뭐라도 상관없어. 사격이 날아온 곳을 향해 마구 쏴라!”

 

  발자크의 판단은 현명하며 적확했다.

  구식 대형구축함에서 발사된 에너지는, 어느 한 점에서 벽에 막힌 듯이 확산하고, 다음 순간에는 항성의 빛을 밝게 반사하는, 순백의 의장을 한 배가 공간에서 녹아내리듯이 나타난 것이다.

 

 

  「역시 안 되나. 공격을 받으면 해제되는 건 이런 타입의 은폐마법의 난점이군.」

 

 

  “뭐냐. 저 배는. 군의 신형……? 아니, 구식 강습양육함인가? 웃기지마! 어떤 속임수를 쓴 건지는 모르겠지만, 속임수 째로 뺏어주마. 해병들, 강습 준비하여―――”

 

 

  「돌입. 팬텀1에서 40은 탐색. 아머들은 적병의 배제.」

 

 

  유리가 대량으로 깨지는 듯한 파열음과 함께, 이니셜 캔슬러 같은 고급품은 전혀 없는 구식의 대형구축함이 격하게 흔들렸다.

 

  “이번엔 뭐야! ……아앙!? 함수돌입포트 착륙장이 습격을 받았다고!? 그럼 침입해 온 병신들에게 본때를 보여줘라! 너희들 해적이기 전에 남자로서 불알은 달려 있냐!”

 

  발자크가 선내 모니터를 격하게 조작하자, 병대를 태운 돌입포트로 강습을 할 터였던 돌입 포트 발착장의 외벽에, 몇 개나 돌입포트가 찔려들어, 반대로 강습을 받으며 백병전이 열리고 있었다.

 

  “진두지휘를 한다. 싸울 수 있는 놈은 날 따라와!”

 

  백병전의 진두지휘를 하러, 증조부가 썼다고 하는 대형 바이브로 액스(고주파진동 도끼)를 한 손에 들고 함교를 뛰쳐 나왔지만, 발자크의 뇌리에는 위화감이 두통처럼 경고를 하고 있었다.

  뭔가가 이상하다.

  뭔가가 장절하게 잘못되고 있다.

 

 

  무모하게도 반대로 습격을 걸어 온 돌입포트에서 나타난 것은, 마테리얼(물리) 블레이드에, 골동품에도 정도가 있을 손에 드는 방식의 마테리얼(물리) 실드를 가진, 통일된 장비와 외견의, 너무나도 기괴한 형태의 전투용장갑복의 집단였다.

  해적들은 투사무기 하나 없는 기괴함에 나쁜 느낌을 받았지만, 혹시 고대 지구사에 자세한 자가 있다면 눈치 챘을 것이다.

  저건 장검과 방패를 장비한, 전신갑주의 기사단이라고.

 

 

  발자크가 바이브로 액스를 한 손에 들고 현장에 도착했을 때엔 전투가 시작되고 있었다.

  그리고 눈앞의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

 

  부하들은 백병전―――선내에서의 대인전투에 익숙하다.

  침입한 함내에서도 쓰기 쉬운 크기의, 레이저 라이플이나 블라스터(열선총)를 가지고 일제사격을 했지만, 벌집이 되었을 적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태연하게 움직이고 있다.

  듣지 않은 것은 아니다.

  실제로 레이저는 장갑복 이곳저곳에 구멍을 뚫고 내부를 관통하고 있었고, 블라스터는 명중한 장갑복의 표면을 하얗게 태우며 녹이고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레이저에 뚫리고 움직일 수 없게 되거나 죽었을 테고, 블라스터가 저만큼 맞았다면 그 안은 바비큐가 되었을 테지.

  그런데도, 멈추지 않는다.

  오히려 ‘뭐야 그거. 공격이야?’라는 듯이 힘차게 움직이고 있다.

 

 

  돌입해온 장갑복 집단이 부하들의 대열에 돌입하여, 비참한 광경이 벌어졌다.

 

  기괴한 장갑복 놈들이 휘두르는 마테리얼 블레이드는, 대 레이저 블라스터의 장갑복을 가볍게 찢고, 이곳저곳에 원래 부하였을 것들이 양산되고 있다.

  마테리얼 실드는 공격의 방해가 되는 방어구만이 아니라, 때려 부수는 무기로서도 쓰이고 있었다.

  자금이 많은 고참병이 가지고 있던 휴대식의 개인용 실드 제너레이터는, 실드 배쉬를 맞아 전개하고 있던 실드째로 부하를 이기지 못하고 날아가 버렸다.

 

  이쪽의 공격은 듣지 않는다.

  저쪽의 공격은 치명타뿐.

  백전연마의 해적들이니만큼 전투로서 형태는 갖추고 있었지만, 이미 전투와는 다른 무언가가 되어가고 있었다.

 

  발자크도 대대로 이어져 내려오는 바이브로 액스를 휘둘러 장갑복과 싸웠다.

  방해가 되는 마테리얼 실드를 때려서 날려버리고, 이상한 틈새가 들어간 장갑복의 정면 바이저를 파괴했을 때, 자신의 전의가 산산조각 나는 소리를 들었다.

  장갑복의 헬멧 안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장갑복 속은 텅 비어있었던 것이다.

 

 

  「꽤 하는군. 저 해적. 그럭저럭 레벨이 높은 리빙아머인데, 맞서 싸울 수 있다니 말이야.」

 

 

  텅 빈 장갑복 헬멧 안, 눈 부위에 해당하는 위치에는 붉고 어두운 빛을 뿜어내는 무언가가 있고, 그 빛은 눈동자처럼 발자크를 ‘보고 있었다’.

  발자크는 공포로 몸이 덜덜덜 떨니는 것을 느꼈다. 이런 건 아버지에게 끌려가서 치렀던 첫 출전 이래로 처음이었다.

  그때도, 전리품으로 받은 여자를 좋을 대로 하는 사이에 공포 같은 건, 사상의 지평 너머로 날아가 버렸지만―――

  붉고 어둡게 빛나는 눈이 라이트나 센서 종류가 아니라는 증거로, 붉은 색의 깊은 곳에는 익숙한 적의의 감정이 보이고, 그걸 이해했을 때엔 발자크는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고 있었다.

 

 

  증조부에게서 전해 내려오는 바이브로 액스조차 던져버리고, 함교로 도망쳐 온 발자크를 기다리고 있었던 건 일찍이 악인면상뿐인 함교 요원이 아니라.

  고대의 동화에 나오는 요정처럼 은색의 머리카락을 늘어뜨리고, 귀여운 칠흑과 순백의 천으로 만든 옷을 입은, 천사라고 잘못 볼 정도로 아름다운 소녀였다.

 

  평소의 발자크라면 욕망대로 소녀를 잡으려고 했겠지만, 그 때엔 단지 허리가 빠져서 그 자리에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소녀의 손에는 신성한 디자인의 백은색을 한 마테리얼 블레이드가 쥐어져 있었고, 블레이드는 이곳저곳에 쓰러져 있는 함교 요원들의 혈액으로 코팅되어 있었던 것이다.

 

  “아…아아……아아.”

 

  불합리하고 비현실적인 광경의 연속에, 사고하길 방폐한 발자크의 입에는, 이제 의미도 없는 소리밖에 나오지 않았다.

 

  “여기는 당신이 마지막. 잘 가. 천국이나 지옥이 아직 있으면 좋겠네.”

 

  슥! 하고 날카롭게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발자크는 공포에서 해방되었다.

 

 

―――

 

 

  그 날, 역사와 전통이 있는 약소해적단 ‘발자크 일가’는 이 해적에서 모습을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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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오염행성 편

 

10화. 마왕, 격전 끝에 마을에 도착하다

 

 

  잠깐, 누구나 장난치고 싶을 때가 있지 않은가?

 

 

  예를 들자면, 차도에서 인도를 보호하고 있는 돌 위를 걷는다든가.

  자전거를 타고 내리막길을 이용해서 자동차만큼의 속도를 낸다든가.

 

  딱히 이득이 있기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왠지 모르게 그렇게 하고 싶기 때문에 하는 일이다.

 

  분명 누구나 이런 경험을 한 번쯤 있지 않나?

  의미도 없이 위험을 동반한 바보 같은 일일지도 모른다.

  물론 무슨 일이 일어나면 모든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

 

  그래도 장난치고 싶은 마음을 완전히 억누를 수 있는 사람은 좀처럼 없지 않나?

 

 

  나의 에두른 표현을 좋아하는 탓에 지긋지긋한 녀석도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뭐 참고 들어주길 바란다.

  슬슬 2행으로 정리할 테니까.

 

  이번에 내가 장난을 친 탓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성검을 휘두른 라이무에게 “속옷 입는 거 잊었나?”라고 물어봤더니.

  그 날 밤에 습격을 당했소이다.

 

 

  아니, 진짜로 이거 어쩌냐.

 

 

  이렇게 된 원인에 대해서, 확실히 이것저것 짐작가는 바가 있기는 하다.

  점점 욕구불만이 되고 있는 리젤의 개인실 소리를, 일부러 라이무의 방까지 들리게 한다든가.

  설계 미스로 위장하고 리젤의 개인실을 라이무의 방에서도 볼 수 있게 해둔다든가.

  식품작성기(원재료를 가공해주는 타입)을 써서 신급 디자인으로 20~21세기의 디저트를 재현해서, 그걸 미끼로 야간에 이성이 날아가서 심각한 애교를 부리는 리젤의 모습을 목격하게 한다든가.

  같은 수법으로 몇 번이나 같은 상황을 목격하게 해서, 일상적인 일이라고 이해하게 만든다든가.

  세 번째부터 자발적으로 훔쳐보러 오게 되어서, 나도 텐션이 올라가 더욱 심하게 리젤의 응석을 받아준다든가.

 

  ……어라, 이상하다. 필연적인 것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

 

 

  필하이트의 경순양함을 날려버리고, 인연 깊은 오염행성을 탈출한 그날 밤의 일이다.

  강습양륙함 와이번은 진로를 북으로, 오염행성이 있는 성역에서 아드람 제국 변경으로 연결되는 점프게이트로 진로를 향하고 있었다.

 

  확실히 다들 피곤했던 것 같다.

  전투 후에도 수리나 조정으로 열심히 일했던 리젤은, 저녁을 먹으면서도 반쯤은 자고 있었다.

  디저트의 마롱 글라세(마왕제)의 마지막 한 입을 넣은 채로 잠들었기에 개인실 침대에 눕혀줬다.

  그 때엔 라이무도 도와줬다.

 

  이런저런 일로 나도 피곤했던 거겠지.

  평소처럼 함교의 함장석에서 좌석을 뒤로 눕히고 휴대단말로 책이나 읽으려던 것이, 자기도 모르게 잠들고 말았다.

 

 

  무게를 느끼고 눈을 뜨자, 허리 위에 라이무가 올라타고, 나를 지긋이 보고 있었다.

 

 

  나를 밀어 눕히는 듯이, 손은 나의 손을 잡고서, 언제나 강한 의지를 띄우고 있던 눈동자에는, 지금은 무표정하면서도 불안, 기대, 갈망, 공포 등 다양한 감정이 만화경처럼 스쳐지나가고 있었다.

 

  “……안녕. 무슨 일이야?”

  예상외의 상황에 당황 반, 즐거움 반.

  솔직히 말하자면 즐거운 기분이 꽤나 앞서고 있었지만, 당황을 겉으로 내보이며 물었다.

 

  “이구사. 언제부터 눈치 채고 있었어?”

  어이쿠, 선택지를 잘못 선택하면 배드엔딩으로 직행할 듯한 분위기다.

  내 손을 잡고 있는 손에도 힘이 들어가 있다.

  팔의 굵기도 어린아이 수준에 불과하지만, 이래도 용사다.

  스테이터스 수준으로 볼 때, 근육질 남성조차 저항할 수 없을 정도의 힘이 들어가 있다.

 

 

  나도 싫어하지는 않았던, 미연시적인 선택지로선.

  > 1. 아까 전에 눈치 챘다. 라고 우연을 가장한다.

  > 2. 전부터 눈치 채고 있었다, 고 고의였다는 걸 고백한다.

  > 3. 뭐가 말이냐? 고 모르는 척한다.

  이 정도일까.

 

 

  거기 너, 어차피 헤타레는 1이나 3밖에 선택하지 않잖아? 라고 생각하지 않았나?

 

 

  확실히 헤타레라든가 무자각둔감계스런 주인공이라면, 그 선택지밖에 없겠지.

  하지만 잊고 있지 않나. 나는 마왕이라고?

 

 

  “꽤 전부터, 그보다 숨기고 있을 셈이었나?”

  > 2. 전부터 눈치 채고 있었다, 고 고의였다는 걸 고백한다.

  칭찬을 바란다. 이 선택지를 고르는 녀석은 좀처럼 없다.

 

  “그래……. 그렇구나.”

  어이쿠. 내 손을 잡고 있는 힘이 더욱 강해졌다.

  하지만 이런 흐름에서 찔린다고 해도 후회는 없지……!

 

  “어떻게 할 생각?”

  어째서 라이무는 뺨을 붉히고 있는 걸까.

  허리를 슬금슬금 비비고 있고.

 

  “어떻게, 라는 건 무슨 의미냐?”

  조금 더 주어를 확실하게 해라. 역시나 의도를 읽기 힘들다.

 

  “내 약점을 잡았으니까, 이구사라면 나에게 심한 짓을 할 터.”

  현재진행형으로 내가 심한 짓을 당하고 있습니다만.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손목이 아프다.

  그리고 심한 짓을 할 거라고 단정하다니. 너무하네. 뭐, 실은 이미 하고 있지만.

  하지만, 의도는 알았다.

 

  “심한 짓을 하려고 한다면, 라이무는 어떻게 할 거지?”

 

  “……약점을 잡혔으니까, 저항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그걸 재료로 더욱 협박하리라곤 생각하지 않는가?”

 

  “이구사라면 그 정도는 한다. 하지만, 별 수 없어.”

  OK, OK. 알았습니다.

  라이무로선 협박을 당해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이 좋은 변명거리란 거다.

  이걸로 내가 착한 사람이었다면, 그렇게 자포자기를 하면 안 돼! 라며 설교할 터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리고 장본인이나 신사적인 여러분에게 있어서 다행스럽게도, 나는 마왕이다.

  악의 미학적으로도 이 상황은 있을 법하다! 라고 생각하고.

  악을 기대하고 있다면, 거기에 답하는 것도 마왕의 일이겠지.

 

  “그런가. 그럼 약점을 이용하도록 하지.”

  나를 억누르고 있던 손을 억지로 빼고, 라이무의 턱을 손으로 잡고 작은 입술을 빼앗았다.

 

  ―――잘 먹겠습니다.

 

 

――

 

 

  결론부터 말하지.

  마왕과 용사의 싸움으로서 부끄럽지 않은 격전이었다.

  전투 개시는 심야 직전이었을 텐데, 정신을 차리니 아침이었다.

  솔직히 몇 번이나 패배를 각오했다.

  잘 먹겠습니다, 라고 말한 주제에 몇 번이나 잘 먹혔다.

  그보다 용사님에겐 초심자 마크가 달려있었을 텐데 공격력이 여러모로 이상하다.

  보통 무표정하며 언동도 담백한 주제에 사람이 변한 듯이 애교를 부리는 건 비겁하잖아!

  마왕의 스테이터스에, 사망자에 의한 스테이터스 강화가 포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슬아슬하다고……?

 

  의식을 잃은 라이무를 개인실 침대에 눕히고, 샤워를 끝내고 나왔을 때엔, 심각한 피로감 때문에 방금 태어난 사슴새끼처럼 다리가 떨렸다.

 

  이번 일로 추가된, 극히 한정된 환경의 전투가 아니면 장식에 불과한 스킬도 몇 개나 취하기로 했다.

 

  개인실의 침대 위에 누웠을 땐, 이미 진흙처럼 잠들고 싶었지만, 의식을 잃기 전에 할 일이 있었다.

 

  “어이, 와이번. 어차피 카메라 총동원해서 촬영했겠지? 가장 알아보기 쉬운 앵글의 카메라 영상을, 실수를 가장해서 리젤의 단말에 넣어둬.”

 

  「네이.」

 

 

――

 

 

  다음 날 밤.

  겨우 싸움의 상처에서 회복된 나는, 슬슬 지정석이 되고 있는 함장석에 누워서 단말을 이용하여 고전문학의 책을 찾고 있었다.

  이 휴대단말의 이전 주인은 낭만을 모르는 인물이었던 것 같아서, 시간 기록이 짧은 책은 열등품이 많았지만, 고전문학, 내 주관으로 보자면 현대에 가까운 미래의 서적들은 제대로 된 것들이 많았다.

  다음 격전에 대비하여 참고가 될 것 같은 책을 찾고 있었지만.

 

  데자뷔라고 하는 것이 좋을까. 또 허리 위의 무게를 느꼈다.

  위에 타고 있는 것은 리젤이었지만, 평소보다 훨씬 상태가 이상하다.

 

  평소에는 제대로 갖추고 있던 의복은 흐트러져있고, 눈은 반짝반짝 육식동물처럼 험악한 빛을 띄고 있다. 털색이 좋은 고양이 꼬리는 감싸듯이 내 허리를 빙글빙글 두르고 있다.

 

  “리젤, 이런 시간에 무슨 일인가?”

  평소와 같은 대사를 말하지만, 왠지 모르게 예상하지 못한 사태가 일어났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마스터어, 마스터어는 너무해요오. 언제나언제나, 애교 부리는 것으로 참고 있는데, 라이무씨만 그런 포상을 주다니. 사역마 차별이에요오.”

  어조가 이상하다. 녹아내리는 듯한 묘하게 달콤한 어조다.

 

  “그게 어쨌다는 거냐?”

  뭐, 리젤의 의도는 알겠지만. 마왕으로서 위엄을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

 

  “사역마 차별 같은 짓을 하는, 나쁜 마스터에게 벌을 주는 거에요오.”

  어라? 뭔가 흐름이 이상하다.

  리젤의 요구를 받는 건 예상대로이긴 하지만.

  어째서 내 옷을 벗기고 손을 묶는 거지?

  그보다 사역마인데 주인에게 이런 식의 반항을 할 수 있는 건가?

 

  “오늘의 먹이는 마스터어에요오. 잘 먹겠습니다아.”

  리젤은 겉모습은 고양이였지만, 속은 늑대였던 것 같다.

 

 

――

 

 

  …………또, 아침이 됐다.

  내가 허약한 건가? 아니면 라이무와 리젤이 이상한 건가?

  기절한 리젤을 개인실 침대에 눕히고.

  흐트러지고 찢어진 의복을 손으로 누르면서 개인실로 돌아갔다.

  지금 내 모습을 보면, 아무리 여권지상주의를 외치는 배심원이라 해도, 피해자라고 인정할 것이 틀림없다.

  샤워를 하고 의복을 새로운 것으로 한 뒤, 이곳저곳에 입은 상처를 치료하고.

  조금 울면서 침대에 눕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지만, 아직 해야 할 일이 있다.

 

  “와이번. 어차피 보고 있었겠지? 솔직히 조금은 도와줬으면 했지만, 뭐 됐어. 음성 첨부로 가공한 것을 라이무의 단말에 넣어둬라. 그리고 리젤이 일어나면 방을 나오기 전까지의 모든 걸 내 단말에 넣어둬.”

 

  「네이.」

  와이번의 대답을 들으며, 나는 의식을 놓았다.

  고양이의 꼬리에 그런 무시무시한 사용법이 있었을 줄이야………….

 

 

――

 

 

  오염행성에서 탈출한 지 5일 째.

  강습양륙함 와이번은 오염행성이 있는 성계의 북(성계도 상의 편의적 방위)에 위치하는 점프게이트를 이용하여, 아드람 제국 변경에 들어갔다.

  점프게이트는 아드람 제국함대가 방어하고 있었기에, 다소 뇌물을 쓰게 되었지만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다.

  와이번의 등록을 아드람 제국 소속의 용병부대에서 무소속 민간인, 이구사 명의로 변경하기 위해서 변경에 위치한 성계에 있는 지방행정부가 있는 교역 스테이션에 겨우 도착했다.

 

 

  의외일지도 모르지만, 이 시대의 우주선은 그렇게 속도를 낼 수 없다.

  변경을 개척하거나, 신규 점프게이트를 설치하기 위한 배는 특별히 빠르다고 하지만.

 

 

  우선 속도가 빠르면 방향전환이 힘들다.

  탑승원을 지킬 정도의 관성중화장치는 있지만, 배 전체를 보호하기 위해선 강력한 리액터가 필요하다고 한다.

  그렇기에 속도를 너무 낸 상태에서 방향전환을 하면, 관성과 원심력으로 배가 공중분해한다.

  실드 제너레이터에 의해 배 전체의 강도는 비교적 필요하지 않게 되었기에, 더욱 그런 경향이 강해졌다고 한다.

 

 

  다음으로 속도가 너무 빠르면 조작이 힘들다.

  우주공간은 원래 지구 근처의 우주처럼 조용하지 않다.

  다종다양한 종족이 이동, 항행, 상업, 갖가지 이유로 우주선을 날리고 있다.

  너무 빠르면 충돌이 일어날 것 같아도 회피할 수 없고, 실제로 사고가 났을 때엔 심각한 참사로 이어진다.

  사고방지도 겸해서 점프게이트와 점프게이트를 연결하는 성간항로에선 소형의 고속기라도 겨우 음속 정도의 속도밖에 내지 못한다.

 

 

  다음으로 너무 빠르면 싸우는 것도 제대로 할 수 없다.

  속도가 너무 빠르면 급한 방향전환으로 공중분해할 위기도 있지만, 그 이상으로 고속전투를 할 수 있는 파일럿이나 승조원의 수가 적다고 한다.

  음속의 몇 배 정도, 현대 지구의 전투기가 낼 수 있는 최대 속도라고 하면 이해하기 쉬울까, 그 정도가 생물로서 반응할 수 있는 한계라고 한다.

 

  전투기끼리의 전투라면 음속 이하에서 음속의 몇 배 정도, 함대전이라면 음속의 5분의 1이라도 내면 고속함이라고 한다.

 

 

  인간이나 우주인이 할 수 없다면, 기계에게 맡기면 되지 않나? 그렇게 나도 생각했다.

  하지만 평범한 AI로는 대처할 수 없고, 인간과 같은 사고를 할 수 있는 AI는 인간과 마찬가지로 반란을 일으킬 수 있다.

  천 년 정도 전에 고등 AI들이 일제히 반란을 일으켜서 은하 레벨의 대전쟁이 일어났고, 그 상처가 지금도 남아있다고 한다.

  드론의 제어나 자동항행 장치 같은 일부를 제외하고, 기본적으로 인력으로 행하고 있다고 한다.

 

  냉동수면이나 시간감속 장치도 발달되어 있다.

  점프게이트와 점프게이트 사이도 장거리다. 통상항행으로 몇 주 간격이라지만, 냉동수면으로 잠들거나, 시간감속장치로 자신의 시간경과를 늦게 해서 지낸다고 한다.

  미래인이나 우주인은 참을성이 강하군. 현대인이 너무 급하게 사는 걸지도 모르지만.

 

  그리고 결정적인 것이 점프게이트의 존재다.

  언제부터 은하에 있었던 건지는 모른다고 하지만, 거리를 무시하여 쌍으로 된 점프게이트까지 순간이동할 수 있는 편리한 물건이다.

  하기야 거리가 너무 멀어지면 제어가 곤란하므로, 중요한 성계끼리 연결하는 정도로 그치고 있다지만.

  은하의 반대로 가는 것도, 점프게이트를 갈아타기만 하면 되기에, 원거리를 가기 위해 초고속함이나 스스로 워프하는 배는 쓰이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자세한 건 알 수 없지만, 점프와 워프는 전혀 다른 거라고 한다.

  변경이라 불리는 개척지역 이외엔 거의 모든 지역이 점프게이트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이상이 섣불리 질문을 한 나에게, 리젤 선생이 끝도 없이 말해준 내용이다.

 

  와이번은 본래 고속함이었고, 부상신으로 변했기에 리미터가 풀려있지만, 그래도 최대속도가 대기권내에서 음속의 4배, 우주공간이라도 음속의 6배정도 밖에 되지 않는 건 어째서냐? 라는 질문은 어떤 의미로 지뢰였던 것 같다.

 

 

  뭐가 어찌됐든, 뇌물 덕분에 실로 아무 일도 없이 행정부에서 와이번의 소유권을 덮어쓰는 것이 끝나고, 나와 라이무의 신분증명서까지 작성할 수 있었다.

  나도 라이무도 소환된 거긴 하지만, 이 시대에선 희귀한 순혈의 지구인(Pure Terran)이기에, 리젤과 와이번의 조언에 의해, 이전에 전투가 있었던 성계의, 지구이민의 로스트 콜로니 출신이라는 것으로, 간단하게 증명서를 만들 수 있었다. 우주에서도 뇌물의 힘은 위대하군.

  이렇게 이 SF세계에서 생활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 수 있었던 우리들은, 급하지는 않은 각자의 목적을 위해서 활동을 시작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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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오염행성 편

 

9화. 마왕, 성검의 빛을 보다

 

 

  “곤란하군……. 상황이 움직이지 않아.”

 

  “무리는 할 수 있어도 무모한 짓은 좋지 않아.”

 

  “상황이 심해요오.”

 

  우주에서 벌어졌던 전투는 종결한 것 같다.

  이번엔 필헤이트 종교국이 승리하여 이 행성 주변 주역을 제압한 것 같다.

 

  뭐, 모르는 나라끼리의 세력다툼은 솔직히 아무래도 좋지만.

 

  필헤이트측이 행성 근처에 다수의 정보수집용 위성을 뿌렸고,

  게다가 경순양함이 한 척, 궤도상에 붙어 있는 것이 큰 문제였다.

 

  와이번은 용병대라곤 해도 아드람 제국 소속의 강습양륙함이었다.

  이대로 대기권 이탈을 하면 위성에게 발견될 것이고, 달려온 경순양함에게 적 취급을 받아 침몰하리라고 리젤도 와이번도 말하고 있다.

 

  “이 세계의 경순양함이 어느 정도로 강한지 몰라. 전력 차를 알려줄 수 있을까?”

 

  『네이, 대형의 함선은 나라에 따라서 차이가 있습니다만, 항모, 전함, 중순양함(준전함), 순양함, 경순양함, 구축함, 호위함이란 느낌으로 클래스가 나눠져 있습니다.』

 

  “각 클래스의 전력비는 형식에 따라 오차는 있지만, 1척으로 하위의 함선 3척을 동시에 상대해서 이길 수 있다고 듣고 있어요오.

  와이번은 크기는 구축함급이지만, 무장도 실드도 호위함보다 조금 강한 정도에요오.“

 

  “단순 계산으로 전력비는 1:8 정도? 정면승부는 무모.”

  전투에 관해선 라임의 통찰은 빗나가지 않겠지.

  좌석에 앉은 상태로 어째서인지 스커트 자락을 잡고 있다.

  ……큭큭, 이렇게 나쁜 상황에 한 때의 청량제다.

 

  “이 배에 붙어있는 아드람 제국의 인식 비콘은 뗄 수 없는 건가?

  우리들은 제국의 인간도 아니고 군인도 아니니.“

 

  『인식 비콘의 프로텍트는 단단하다기 보다도, 고유의 것이라서 말입니다아.

  어느 도크에 들어가서 행정부에 신고를 하기 전까지 무리에요.

  쉽게 바꿀 수 있으면 해적이나 특수부대가 활개칠 겁니다.』

 

  이 시대, 배의 소유권은 꽤 대강대강이라고 한다.

  기본적으로 “배의 메인프레임(주전자두뇌)에 마스터 등록된 사람의 것”이라는 것이 대강대강이다.

  우리들처럼 격추되어 파손 된 군함이나 어떤 사고로 소유자나 승무원이 전멸한 배를 회수, 수리하여 재활용하는 것이 일상적이라고 한다.

  하지만 해적의 활보나 비참한 테러를 방지하기 위해, 소유권을 변경하려면 각국에서 공유하고 있는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할 수 있는, 나라나 지방의 행정부에 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한다.

  보통 도굴상의 배가 대파한 배를 예항하고 있든가, 동반하고 있으면 “저건 노획한 배로군”이라고 알 수 있고, 군대도 못 본 척하는 것이 상식이라고 한다.

  꽤 대충이지?

 

  하지만 우리들의 배는 와이번 한 척과 함재기인 액트레이 한 기 뿐.

  게다가 양쪽 모두 군속인데다가 와이번도 꽤 수리되어 깔끔하게 되었다.

  이 상태에서 “이거 주워서 등록 바꾸러 가는 중입니다.”라고 해도 설득력이 없다.

  패잔병 수고라며 격침되는 것이 빤히 보인다.

  너무한 말일지도 모르지만, 오해를 사고 싶지 않다면 군함을 줍지 말라는 소리를 듣겠지.

 

  ……라는 것이 지금 상황.

  대기권을 이탈하기 위한 전망은 섰지만, 궤도상에서 지켜보고 있는 경순양함과 색적망의 방해로 움직일 수 없는 상태다.

  없는 것보다는 좋다는 생각에 라이무의 회복마법으로 와이번의 무장이나 제네레이터의 수리는 계속하고 있다.

 

 

―――

 

  더욱 며칠이 지나고 와이번의 기능이 8할 이상 회복했을 때 나쁜 뉴스가 늘어났다.

  다시 한 번 긴급회의다.

 

  『큰일이네요. 통신을 훔쳐들었습니다만, 필헤이트 놈들 여기 궤도상에 군용 중계 스테이션을 만들 생각인 것 같아요.

  며칠 지나면 건설기재를 만재한 초대형운송함과 호위함대가 올 겁니다.』

  그거 큰일이군. 경순양함 한 척만으로도 벅찬 상태인데.

 

  “무리라도 돌파할 수밖에 없군.

  이 이상 상황이 나빠지면, 그야말로 여기에 정착하게 돼.“

  무엇보다도 요전에 베푼 훈련에 의해 밤중 리젤이 해오는 스킨십이 날이 갈수록 과격해지고 있다.

 

  절대복종의 사역마에게 내가 먼저 손을 대는 것은 악의 미학적으로 피하고 싶은 부분이지만.

  찰싹 달라붙어서 내 옷에 얼굴을 뭍어 굉장한 기세로 냄새를 맡으면서 꿈틀꿈틀 작게 떠는 리젤을 덮치고 싶은 마음을 참는 건 무척 힘들었다.

  차라리 성검으로 베이는 쪽이 편할 정도다.

  그냥 냅둬도 병약한 나의 이성이 ‘이제 골해도 괜찮잖아?’라며 좋은 웃음을 짓는 것을 몇 번이나 끌어내렸는지 모른다.

  하지만 마왕으로서 악에 타협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손을 댄다면 저쪽(리젤)이 해야 한다.

  더욱이 절망적인 상황에서 마음이 약해졌다든가, 괜한 변명이 불가능한 상황이 좋다.

 

  실은 여유 있는 거지, 라고?

  무슨 말을 하는가? 악의 미학을 수행하기 위한 이성은 이제 슬슬 한계다.

  슬슬이라기 보다 이미 한계를 명백하게 돌파하고 있다. 차라리 편해지고 싶다.

  죽느냐 사느냐의 의미로는 이런 말을 할 때가 아니지만.

 

 

  “경순양함의 무장은 알 수 없어?

  드론 때처럼 이구사가 속성내성 부여를 해주면 꽤 편해질 거라 생각해.“

 

  “저 정도 클래스가 되면 적재량에도 여유가 있고 포대도 범용성 중시니까 장비할 수 있는 무장의 폭이 너무 넓어서 실제로 맞아보지 않으면 특정할 수 없어요오.”

 

  『경순 자체를 어떻게 할지도 큰 문제네요. 저 타입은 기동성도 좋으니까 여유로 추월당할 거예요.』

 

  “이 배는 저것보다 소형이겠지? 속도로 지는 건가.”

 

  『네이. 저쪽은 한창 현역인 군함, 이쪽은 민간으로 떨어진 3세대 전의 노골입니다.

  추진기도 리액터도 낡아빠졌으니까요오……. 근대화개수하면 저런 하이에나 따위 뿌리칠 수 있습니다만.』

 

  “그럼 격퇴할 수밖에 없군.”

  SF적으로는 꽤 막힌 상황이겠지.

  하지만 여기에는 판타지(비상식)의 세계에 살고 있는 마왕과 용사가 있다.

 

  “라이무, 와이번의 조종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할 수 있나?”

 

  “응. 기승과 대형기승, 비행기승 스킬도 있으니까, 아마도 여유.”

  기승 스킬의 범용성 수준에 놀랐다.

  며칠 전에 주변탐색을 위해 액트레이가 나갔지만, 라이무가 조종하면 리젤의 때보다 꽤나 움직임이 좋았다.

  말도 아닌데도 라이무가 박차가 붙은 그리브(족갑)으로 기체를 차자 수수께끼의 가속을 했던 것은 나조차 부조리하다고 느꼈을 정도다.

 

  “조종과 회피는 맡겼다. 공격과 방어는 내가 하지.

  와이번, 네 무장은 어떠냐?“

 

  『네이, 기체 전방에 붙은 6문 중에 4문의 전자가속포는 어떻게든.

  나머지 2문, 이라기보다 주포인 고압축 플라즈마 포는 세심하니까 교환부품이 없으면 움직일 수 없어요.

  각부에 붙은 근접요격용의 연장 펄스레이저 포는 9할 정도 복구했습니다.』

  전자가속포? ……아아, 리니어 레일건인가. SF적인 로망무기로군.

 

  “전자가속포의 상세를 알려줄 수 있을까?”

 

  『네이야, 우선 에네르기 축적률이 좋은 탄체에 리액터에서 쬐끔 에너지를 돌려서 고에네르기 포탄화합니다.

  그리고 유지 에네르기량이 증대한 포탄을 전자 레일로 쏘는 거예요.

  이 놈의 가장 큰 특징은 실드를 관통하여 적의 장갑이나 선체에 직접 데미지를 줄 수 있다는 거지만요오.

  실체탄이니까 탄속은 느리지, 유효사정은 되게 적지, 빈말로라도 쓰기 좋은 무기라고는 할 수 없네요.』

  전자가속포는 자력을 쓰고 있지만, 그걸 발생하는 것이 전기라면 뇌속성인가.

  약점은 느린 탄속과 유효사정인가. 어떻게든 될 것 같군.

 

  “전자가속포로 어떻게든 해보지.

  포탄에 세공을 하겠어. 리젤, 탄약고로 안내해줘.

  와이번은 전자가속포를 주포로서 쓸 수 있도록 조정해주고.“

 

  출발은 내일 날이 밝을 때로 결정.

  우리들은 행성 탈출을 위해서 준비를 시작했다.

 

 

  ……이날 밤도 내 이성은 견뎠다.

  슬슬 아무나 칭찬해주지 않을까.

  견디지 마라. 흘러가라는 목소리가 더 많이 들리는 건 기분 탓이겠지……?

 

 

―――

 

  새벽, 아직 이 성계의 태양은 지평선에서 얼굴을 내밀지 않았다.

  어두운 하늘이 밝아지기 시작할 때 쯤, 우리들은 함교에 모여있다.

 

  중앙 후방에서 정보파악하기 쉬운 함장석에 앉은 나.

  우전방에는 조종, 항행 시스템에 특화한 조종석에 앉은 라이무.

  좌전방에는 화기관게와 함내제어의 콘솔에 묻혀 있는 리젤.

  좌석도 콘솔도 필요 없는 와이번은 적당한 곳에 적당한 화면에 서 있다.

 

  “그럼 가볼까. 각오는 됐어?”

 

  “응. 문제없어.”

  담백하게 답하는 라이무지만, 뭔가 이상하군.

  언제나 대화 상대를 직시하는 시선이 묘하게 엇나가있다. 무슨 일 있었나?

 

  『와이번, 시스템 대체로 그린. 언제라도 갈 수 있네요.』

  기계 주제에 대체로 라든가 팬시한 판단이 할 수 있다는 건 대단하네.

  역시 부상신이라는 건가.

 

  “각오 같은 건 되어있지 않아요오오…….”

  아직도 약한 소리를 내는 리젤을 다들 무시한다.

  팀워크는 확실하군.

 

  “기동 시퀀스 스타트.”

  음. 이런 건 실로 SF의 함장 같아서 좋다.

  악과는 방향성이 다르지만, 이것 또한 로망이다.

 

  “네에, 마이 마스터.

  리액터 출력 상승, 스텔스에서 밀리터리.

  함내기능 각부 동작 개시, 실드 제네레이터 기동.“

  이런 순서는 소중히 여기고 싶다. 무언이라니 맛이 없다고.

 

  『네이야, 실드 발생률 84%, 실드 강도 672s.

  자세제어 개시, 부유장치 작동, 함체 수평으로 이행이에요.』

  모니터 너머로 기울어서 정지하고 있던 광경이, 빌딩의 잔해를 헤치며 지면과 수평이 되어간다.

 

  “그럼, 발진.”

  양손으로 조이스틱 같은 조종간을 잡은 라이무가 움직이자, 배가 하늘을 향해 기울어 함체에 타고 있던 빌딩의 잔해를 떨어뜨리고, 가속하며 공중으로 떠오른다.

 

  “보조추진기 출력 65%, 대기권내 항행용, 보조익 전개.

  ……우우우, 점점 긴장하기 시작해요오.

  고도 500m 도달. 추진기 점화합니다.“

  기체 후방에 추진기에 빛이 들어오고, 가속하기 시작하나…….

  이런 때에 폭음이 없으면 심심하네.

 

  『패시브 센서에 반응 있음. 위성 3기에 잡혔네요.

  액티브 센서 개방, 정보를 윈도우에 전송.』

 

  “확인. 운이 좋은지 나쁜지 모르겠지만, 경순양함은 진행방향으로 오고 있네.”

  뒤에서 쫓아오는 것보단 좋나. 어차피 붙어야 할 일이고.

 

  “고도 상승, 추진기 출력 92%. 대기권내 보조추진기관도 87%로 안정.

  대기권 이탈은 할 수 있을 것 같아요오.“

  100% 기능을 내기엔 치료……수리 시간이 부족했었나.

 

  『고 에너지 반응 복수! 라이무씽, 경순양함에게서 제1파 오네요!』

 

  “……에잇.”

  와이번이 뱉은 경고에 기합이 들어가지 않은 목소리로 라이무가 함체를 롤하면서 보조 바니어가 불을 뿜는다.

  키잉! 하고 부서진 피아노의 높은 음을 증폭한 듯한 소리를 내며 붉은 색의 입자가 선체를 아슬아슬하게 빗나가 지상에 거대한 불기둥을 만든다.

 

  “히이이이익! 무장확인, 고에너지 입자포에요오!”

  고에너지에 입자포라면 불, 물리속성인가.

 

  『개념마법발동: 화속성내성부여IX』

  『기도마법발동: 수호의 방패X』

 

  다중마법발동 스킬과 이중마법영창 스킬로 화속성 내성과 물리방어 부여를 동시에 전개한다.

 

  『경순양함에게서 2차 제사 옵니다. 이번엔 포문 전부 쓰고 있네요. 진심이에요!』

  경순양함에게서 붉은 입자의 창이 차례대로 떨어진다. 연사할 수 있는 건가.

 

  “힘내서 피한다.”

  선체에 붙은 바니어가 더욱 불을 뿜는다.

  회피할 때에 걸리는 부담에 기긱하고 선체가 비명을 지른다.

 

  『잠깐, 너무 격렬해요 라이무씽. 좀 더 부드럽게 부탁해요.』

  신음하지 마. 집중력이 떨어진다.

 

  기기긱! 하고 라이무라도 회피할 수 없었던 3할 정도의 에너지 입자의 창이, 속성 방어와 방패의 마법에 튕겨 굴곡된 소리와 함께 진로를 바꾼다.

 

  『실드 78%로 감소. 보통 이런 걸 맞았다면 이곳저곳 통풍이 좋게 되었겠죠. 역시 마왕님이네요.』

  얼마나 종이장갑인 거야. 아니, 저쪽 화력이 너무 높은 건가.

 

  “고고도 도착, 추진기 효율 상승.

  상면포대가동개시, 전자가속포 1, 2번 탄약 장전, 에너지 축적 개시에요오.“

  연속으로 쏟아져 내려오는 고에너지 입자의 간격이 좁아지고 있다.

  저쪽도 서두르고 있는 걸까.

 

  “라이무. 여기까지 근접하면 회피하기 힘들겠지. 사전회의대로 부탁해.”

 

  “응. 맡겨.”

  라이무가 조종간을 오토파일럿으로 바꾼다.

 

  『술리마법: 환경적응VII』

  『개념마법: 풍속성내성부여X』

 

  환경적은의 마법을 받은 라이무가 통로 쪽으로 뛰어갔다.

 

  “주포사정 안입니다. 1번 2번 각각 목표를 포착.

  ……쏘, 쏩니다아!“

  리젤의 자포자기한 목소리와 함께 포대에서 붉은색 입자의 뭉치가 날아 다음 순간에는 경순양함이 오렌지와 붉은색의 폭염을 흩뿌리고 있다.

 

  “호에……. 어째서 이렇게 탄속 빠른 건가요?”

  아연해하는 모습의 리젤. 와이번도 비슷한 표정을 짓고 있다.

 

  “전자가속포가 뇌속성이라고 예상했으니까. 포신에 뇌속성 강화마법을 걸어뒀다.

  겸사겸사 탄에도 『마왕의 분노』와 『가속』마법을 2중으로 걸어놨어.

  이걸로 위력도 탄속도 상승했을 거다.“

 

  “또 판타지에요오오오오……. 이젠 그냥 편리하면 아무래도 좋아졌어요오오.”

  꽤나 판타지에 독을 먹은 것 같다. 그대로 익숙해면 된다.

 

  『가속』의 마법은 단순한 이동력 상승 마법.

  『마왕의 분노』는 마왕전용의 마법계통으로, 마왕이 받은 분노나 증오를 힘으로 한다…….

  뭐, 그거다. 용사 파티에게 두들겨 맞아서 빈사 상태인 마왕이 “나의 비장의 수를 받아라.”라는 전개를 할 때 쓰는 마법이다.

 

  분노라는 마법명이지만, 딱히 분노가 아니더라도 쓸 수 있다는 거지. 이게.

  마왕이 품은 강한 감정이라면 뭐라도 좋은 것 같다.

  이번엔 요즘 최근, 쌓일 대로 쌓인 울분이라고 해야 할지, 이성이 견디고 버티던 젊은 리비도를 쏟아 넣었다. 이야, 엄청난 위력이다.

  에너지원은 주로 리젤이로군. 라이무도 2할 정도 들어있지만.

 

  “경순양함에 에너지 반응 남아있어요오오오!?”

  폭염이 잦아든 경순양함을 보니, 함체 중앙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있고, 함수에 이르러선 거의 갈기갈기 찢어져 있었다. 이걸로 아직 싸울 수 있다니 튼튼하긴 튼튼하다.

 

  “위력이 너무 높아서 관통해버렸나?”

 

  『그런 것 같네요오. 리액터에 맞은 것 같지 않고. 운이 좋은 놈입니다.』

 

  “뭘 침착하게 파악하고 있는 건가요오오. 저쪽은 아직 포대가 몇 개 살아있어요오!?”

  진정해라 리젤. 아직 방법은 남아있다.

  이래 뵈도 지성파 마왕이니까.

 

  “그런 상황이다. 라이무, 맡겼다.”

 

  『맡겨.』

  마이크 너머로 드려오는 든든하고도 아름다운 목소리.

  와이번 함수 상방 에어록이 열리고 라이무가 함수에 선다.

 

  우주와 대기권 사이에 있는 죽음의 세계.

  그 우주선의 함수에서,

  귀여운 디자인의 드레스를 존재하고 있지 않는 바람에 휘날리는 소녀가 성검을 겨눈다.

 

 

  SF적으로는 부조리하다고 제정신을 의심할 광경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들은 마왕과 용사다.

  판타지적으로는 있을 수 있는 광경이겠지?

 

 

  그 광경을 실현하기 위해, 환경적응 마법과 풍속성내성 부여 마법을 걸은 것이다.

  그리고―――

 

  『성검 해방』

  라이무가 손에 쥔 백은의 검에 황금의 빛이 깃들고, 그 도신을 넓힌다.

 

  『단죄의 검』

  황금의 입자로 된 도신을 라이무가 휘두른다.

  경순양함은 그 단면도 깔끔하게, 중앙에서 반쪽이 되어 갈라졌다.

 

  노출한 리액터가 유폭을 일으키고,

  작은 태양으로 변한 경순양함이 그 모습을 지워간다.

 

  바보 같은 광경이다.

  하지만 같은 판타지의 주민으로서 이보다 더 유쾌한 광경도 없겠지.

 

 

  거의 끝까지 성장한 성검이 하루에 3번 쓸 수 있는 기술 중 하나인 것 같지만.

  저런 걸 하루에 3번이나 쓸 수 있다는 건, 마왕으로선 복잡한 기분이다.

 

 

 

 

  그 뒤.

  저 비상식적인 광경을 렌즈에 찍었을 것인 근처 위성을 부수고.

  한 길, 아드람 제국령을 향해서 여행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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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오염행성 편

 

8화. 마왕, 신민을 위로하다

 

 

  라이무가 회복량 최우선, 최대효율(즉시회복이 아니라, 시간경과회복)으로 치료마법을 계속 써도 반나절이면 마력이 떨어지고 말아 와이번이 안전하게 대기권 이탈 가능할 때까지 대략 일주일 정도 걸린다는 걸 알고.

  수리 중엔 딱히 나도 할 일이 없어 첫날만에 브릿지와 클린룸까지의 통로, 클린룸 자체의 정비와 오염물질 제거도 끝났기에 시간에 여유도 생겼다.

 

  시간에 여유가 생겼기 때문에 생각할 것, 고민할 것이라고 해도 될 것들.

  그런 것들이 가능해졌다. 가능해지고 말았다.

 

 

  그건, 무척무척 소중한 일이다.

 

 

  리젤은 이제 어른이라고 해도 좋겠지.

  듣기로는 아드람 제국에선 성인은 자격식으로 되어 있기에 리젤은 13세 때에 성인자격을 취득했고 일반적으로 어른으로 취급되는 15세도 넘었다고 한다.

 

  그럼 라이무, 용사님은 어떨까?

  꽤 스타일이 좋은 리젤과 비교하면 안 되는, 그보다 장르가 다른 체형.

  볼륨 자체는 없지만 몸과 손발의 밸런스가 아이의 그것과는 다르다.

  작은 주제에 늘씬하게 길고 샤프한 이미지를 받는다.

  애교 없는 무표정할 때가 많지만 얼굴 조형은 문자 그대로 한 번 본 것만으로 눈이 떠질 정도로 아름답다.

  동양인과 거리가 먼 투명감이 있는 긴 은발에 비취색 눈동자.

  하얀 피부에 은발의 조합 속에 비취색 눈동자가 괜히 더 눈에 띈다.

  그리고 그 눈동자에 깃든 의지는 무서울 정도로 강하다.

  귀여움과 아름다움이 8:2 정도로 절묘하게 배분되어 섞여있어서 분명 고스로리나 판시한 마법소녀복이 잘 어울리겠지.

  용모에 관해서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우아하게 어리다.’

  그 존재 전부가 고민의 씨앗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응? 무슨 고민을 하고 있는지 알기 어렵다? 별 수 없지. 한 줄로 설명하겠다.

 

  그건 라이무(용사님)에게 손을 대면 로리콤인가 아닌가라는 점이다.

 

 

  잠깐, 거기, 도망치지 마라.

  내 감이지만 라이무는 그럭저럭 연령이 있다.

  에로한 부분에선 일단 틀린 적이 없는 감이다. 신뢰해도 문제없다.

  만일을 위해서 이번에 『감정X』의 마법으로 제대로 확인할 생각이다.

  솔직히 그 마법은 프라이버시를 격렬하게 침해한다고 생각한다.

  악용하지 않을 생각은 전혀 없지만.

 

  이야기가 벗어났군.

  나는 라이무 정도의 외견연령을 가진 아이에게만 에로한 짓을 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리젤은 당연히 수비범위 안이고 좀 더 연상의 누님이라도 가능하다.

  다시 말해 수비범위가 꽤 넓은 나라면, 라이무에게 손을 대는 것도 평범하지 않은가?

 

 

  아아, 물론 로리콤을 해악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나는 그쪽도 이해하고 있다.

  사랑에 연령은 관계없고 욕망을 가지면서도 범죄에 치닫지 않은 신사들은 위대하다고 생각한다.

  나 스스로 로리콤이라 불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악평을 칭찬이라며 웃어 넘기는 것이 마왕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로리콤이라는 딱지가 붙어서 누님에게 야한 생각을 가지지 못하는 놈으로 보이는 것이 좋지 않다.

  아니, 마왕의 자존심이 용서하지 못한다……!

 

 

  마왕이 되기 전에는 대학의 여학우나 여동생에게까지 리얼 BL 의혹을 받고 있었다.

  그것을 뿌리치지 못했던 내가 말하는 것도 설득력이 없을지도 모른다.

  평범하게 성추행을 해도 “또또, BL 숨기려고 연기하는 거지?”라며 웃으며 진심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건 괴로운 일이다.

  아니, BL이 나쁜 건 아니다. 마왕으로서 욕망은 긍정해야 할 것이다.

  단지 고백해도 “위장애인은 싫어요.”라며 울리고 마는 것은 진짜로 괴롭다.

  오히려 그땐 집에 돌아가서 방문을 걸어 잠그고 내가 울었다.

 

 

  그럼 내 고민을 이해하셨을까.

  로리만이라고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귀축외도에 만화의 스포츠 선수급으로 수비범위가 넓은 에로라고 말해주게.

  마왕으로서 나는 인정하지.

 

 

  “이구사님이 굉장히 진지한 표정으로 책을 보고 있어요오…….”

 

  “속으면 안 돼. 눈이 문자를 쫓고 있지 않아. 저건 절대로 이상한 생각을 하고 있어.”

 

 

―――

 

 

  요즘 신경 쓰이는 점이 있다.

  이것저것 할 일이 있어서 뒤로 미뤄놨지만, 그 많은 사람들의 목숨이 사라졌을 때 들렸던 목소리, 아마도 나와 라이무를 이 세계에 소환한, 시스템적인 무언가가 말했던 그것이다.

 

  《용사의 생존을 확인. 마왕의 승리에 의해 용사는 마왕의 노예가 됩니다.》

 

  원래대로라면 마왕이 인류를 멸망시킬 때까지 아무 일도 안하고, 반대로 목숨을 아끼며 도망치고 있는 용사에 대한 페널티 같은 거였겠지.

  이 별의 역사를 들으면 마왕이나 용사가 있던 때의 문명 레벨이라면 태연하게 노예라든가 있을 것 같고 말이야.

 

  그 노예라는 시스템이 신경 쓰인다.

 

  노예, 좋은 단어 아닌가?

  지금 끄덕인 신사라면 마음의 친구라고 생각한다.

 

 

  그럼 그 이후 라이무의 목에는 금속제의 목줄과 거기에서 늘어진 쇠사슬이 붙어있다.

  본인은 아무 것도 아닌 듯이 행동하고 있지만, 몰래 벗어보려고 몇 번이나 시도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내 손에도 금속제의 팔찌와 쇠사슬이 있고, 도중에 쇠사슬은 끊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아무래도 라이무의 목줄에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

  전에 리젤과 계약했던 때, 일시적으로 라이무의 입을 막았듯이 어느 정도 내 의지를 따라주는 것 같다.

 

  하지만 성가신 일도 있다.

  마왕으로서의 스킬은 스킬을 습득한 시점에서 대충 뭘 할 수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내가 처음 보는 마법을 마치 숙지한 것처럼 쓸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이 노예 시스템은 다른 구조로 움직이고 있는 것 같아서 아무래도 조건이 불투명하다.

  한계를 확인하기 위해서 과격한 실험을 해도 좋겠지만, 그 결과 라이무가 죽고 말아서야 아깝……너무나도 불쌍하겠지.

 

  신중하게, 감이 좋은 라이무가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신중하게 조사해본 결과.

  아무래도 사역마에 대한 <명령>과 꽤 다른 시스템인 것 같다.

 

  사역마가 행하는 <명령>은 ~해야만 한다는 조건의 설정이다.

  자주 쓰는 건 내가 “말해라”고 했을 때 “진실을 말해야만 한다.”

  무료를 풀기 위해 “공을 던졌”을 때 “열심히 달려서 입으로 잡아야만 한다.”

  이 공을 던지는 놀이를 일단락 지었을 때 리젤은 반나절 화장실에 틀어박혔었다. 어째서냐.

 

  라이무의 목줄로 할 수 있는 것은 조건의 설정이 아니라 억제가 주류인 것 같다.

  ~하면 안 된다. 고 하는 억제. 이건 무척 명령보다 쓰기 힘들다.

  리젤의 경우 “계약이 끝날 때까지 말을 해선 안 된다.”라는 억제.

  하려고 생각하면 “야한 짓에 저항해선 안 된다.”라는 것도 가능하겠지.

  아름답지 않기에 하진 않지만.

  다소 조건을 붙일 순 있어도, 역시 억제밖에 할 수 없는 건 허들이 높아진다.

 

 

  하지만 모처럼 손에 넣은 노예권이다. 쓰지 않으면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나?

 

 

  “이구사님, 이구사님. 봐주세요오.”

  심원한 사고의 바다에 빠져들어서도 브릿지의 콘솔을 만지면서 이 시대의 기계조작에 익숙해지기 위해 와이번의 조언을 받으면서 조작하고 있었지만, 리젤의 즐거워 보이는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무슨 일이냐? 리젤. 즐거워 보이지만.”

 

  “라이무씨를 봐주세……. 아앗, 뒤에 숨지 마세요!”

  어째서인지 리젤의 뒤에 딱 붙어서 숨어있는 라이무였지만, 리젤의 손에 앞으로 나왔다.

 

  “…………호오.”

  과연. 말로 하는 것이 촌스러울 때엔 감탄의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 거군.

 

  『이거 놀랐네요. 눈의 요정인가 생각했답니다.』

  와이번도 아낌없이 칭찬하고 있다.

  부상신에게 요정 같다는 소리를 듣는 건 어떤 느낌일까 싶지만.

 

  지금까지는 용사의 장비일 터인 백은에 금색 치장이 그려진 갑옷차림이었지만, 지금은 어딘가의 아가씨 같은 복장을 입고 있다.

  같은 색조합과 디자인이기에 일견 원피스로 보이지만, 블라우스와 스커트로 나눠져있다.

  블라우스 부분은 블레이저 같은 커다란 목깃이 목 주변에 있어서 정면은……버튼으로 잠겨 있지만, 살이 보이지 않도록 2중으로 되어 있군.

  스커트도 복잡하게 접혀있어서 몇 장이나 되는 천으로 두둥실 안을 감싸는 것처럼 보이고 있다.

  허리 뒤에 커다란 리본이 붙어 있는 점도 포인트가 높다.

  그리고 장갑에 니삭스, 모두 하얀 천에 금색 실……?

 

  “혹시 갑옷이나 장갑을 변화한 건가?”

 

  “호와, 벌써 들켰어요오. 라이무씨가 갑옷을 평범한 옷으로 바꿀 수 있다고 해서, 전에 스테이션에서 산 뒤에 숨겨뒀던 비장의 디자인집을 보여준 거예요오!”

  ……어째서 리젤은 강아지도 아닌데 꼬리가 파닥파닥 흔들리고 있는 거지? 고양이 맞지?

 

  “이건 놀랄 정도로 귀엽군. 원래부터 소재가 좋았지만.”

  솔직히 이것저것 못된 장난을 가르치고 싶어진다. 입밖으로 꺼내진 않지만.

 

  “…………!”

  또 라이무가 리젤의 등 뒤에 숨고 말았다. 설마 부끄러운 건가?

  의외로군. 칭찬을 받는 건 서툰가.

 

  『와이에게 육체가 있으면 사탕을 건내줄 텐데요오』

  와이번. 네 용모로 그건 범죄 냄새가 나니까 그만둬라.

 

  “라이무, 하나 질문이 있다. 그 머리색과 조합적으로 다른 색의 천이 더 좋지 않았나?”

 

  “……어떻게 알았어?”

  의외라는 표정을 하는구만.

  이래 뵈도 여동생 쇼핑에 실컷 따라다니거나, 여동생 쇼핑에 실컷 끌려다니거나해서 익숙……어째서냐. 왠지 모르게 슬퍼졌다고.

 

  “……뭐, 조합의 문제로군. 어떻게 될지도 몰라. 이쪽으로 와 봐라.”

  와이번의 브릿지의 조명이 꽤 밝은 탓도 있어서, 옷의 순백과 은색 머리카락이라는 색이 헐레이션을 일으켜서 물리적으로 눈부시다.

 

  “……알았어. 옷이 바뀌어도 방어력은 그대로니까.”

  슬금슬금 다가온다. 경계하고 있구만……짐작 가는 데밖에 없지만.

  손끝으로 라이무의 천을 만지고 마법을 발동한다.

 

  『주인마법: 저주마인X』

 

  마법발동을 한 뒤 눈부실 정도로 순백이었던 천이 어두운 색으로 물들었다.

  용사의 장비라도 저주에 빠지면 검게 변하리라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성공한 것 같다.

  조금 어레인지 해서 곳곳에 흰색을 남겨뒀지만 괜찮은 작업이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라이무의 은발과 천의 검은색, 금실의 조합이 좋다.

 

  “오옷, 색이 변했어요. 이구사님 좋은 취미시네요오.”

  리젤이 손바닥을 치며 기뻐하고 있다.

  놀라지 않는 점을 보면, 미래소재에는 색이 변화하는 천도 있을지도 모른다.

 

  “기쁘지만……지금 그거 지속성 있는 저주였지?”

 

  “신경 쓰지 마. 색을 바꾸는 것이 목적인 저주에 대단한 내용은 들어있지 않아.

  다가오는 해충이나 독충이 즉사할 뿐이다.“

  살충용이로군. 적어도 생명의 시옷자도 없는 이 오염된 별에선 의미가 없겠지만.

 

  “응. 고마워. 나도 이쪽 색이 좋아.”

  색이 변한 옷을 확인하는 듯이 둥실둥실 돌아보는 라이무.

  그 얼굴에는 희미하게 웃음이 떠 있었다―――

 

 

  ―――라는 미담으로 끝날 마왕이라고 생각했나?

 

 

  나중에 듣게 되면, 이렇게 말하도록 하지.

  방아쇠를 당긴 건 라이무와 리젤 두 사람이라고.

  책임을 떠넘기는 것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말이지, 지뢰밭에서 탭댄스를 추는 행동은 하면 안 된다.

 

 

  “이건 서비스다.”

  라이무의 목줄에 대고 간섭한다.

  목줄은 내가 쓰고 있는 마법과 조금 시스템이 다르지만, 흥미가 끌리는 점도 있어서 다소 해석도 하고 있다.

  기본이 마법이라면 다소 어레인지도 가능하단 거다.

  조금 거칠었던 금속 고리에 불과했던 목줄이, 마력에 의해 간섭을 받아 끈을 목 앞에서 교차한 얇은 체인 장식이 붙은 쵸커 형태가 되었다.

 

  “고마워…….”

 

  “뭘. 마법의 실험도 겸사겸사다. 내일도 와이번의 회복마법을 부탁하지.”

  아연하는 라이무였지만, 리젤과 함께 클린룸으로 돌아갔다.

 

  내가 좋은 사람으로라도 보였나?

  그렇다면 착각이다. 단순한 마왕이다.

 

  어째서 라이무의 쵸커에 간섭을 했는가?

  물론 이유가 있다.

  목줄의 기능인 노예권을 쓸 때마다 쇠사슬을 당기는 것 같은 동작을 한다.

  하지만 저렇게 쇠사슬을 얇은 장식용 체인처럼 바꾸면, 보고 놓칠 정도의 작은 움직임 밖에 보이지 않겠지.

  중량도 꽤 가벼워졌을 테고.

 

 

  먼저 말해두지.

  나를 외도라고 불러도 좋다. 귀축이라 불러도 좋다. 뭐하면 에로마왕이라 경멸해도 좋다.

  하지만 나는 웃는 얼굴로 말하지. 칭찬에 감사한다! 라고.

 

 

  그럼 바로 목줄의 기능을 써볼까.

 

  『마왕님, 무척 악면상을 하고 계시네요. 기분은 알겠지만 말이죠오.』

  바로 그렇다. 이 녀석은 부상신인 주제에 에로한 일을 이해한다.

  그보다 속도 겉도 보이는 대로 에로아저씨다.

  클린룸의 개인 데이터 안에 있던 신사들의 영상이나 입체영상 소프트집 안에서 우선 조교라든가 감금이라든가 마이너한 장르의 물건을 모아서 관리하고 있는 것 같다.

  뭐, 다시 말해 그런 녀석이다.

  꽤나 한다고 신사로서 공감했을 정도다.

 

  “뭘. 마왕이 악면상을 하는 건 당연한 일이겠지?”

  바로 팔찌에 마력을 집중하여 <노예>명령을 적어낸다.

 

  1. [현재 행성 위에서 화장실 안에서 요의를 느껴선 안 된다.]

  2. [속옷을 입고 있는 동안 개방감을 느껴선 안 된다.]

  3. [개방감이 없을 때 긴장감이 끊어져선 안 된다.]

  4. [이상의 행동을 할 때, 다른 감정보다 위기감을 강하게 느껴선 안 된다.]

 

  흐음……. 명령을 할 때 마력이 많으면 쇠사슬이 크게 흔들리니까. 무척 신경 쓰이는 작업이다.

  라이무가 달려오는 것이 보이지 않는 걸 보면, 리젤이 난리치고 있기 때문에 노예권의 실행을 눈치 채지 못한 거겠지.

 

  『마왕님, 좋은 취미시네요오. 나쁜 사람입니다.』

  칭찬하지 마라 와이번. 아부해도 아무 것도 나오지 않아.

 

  단지 억제하는 것보다도.

  ~한 때에 ~하면 안 된다. 라는 반쯤 조건을 붙인 억제는 굉장히 마력을 소비한다.

  그냥 둬도 마법저항력이 이차원 레벨로 높은 라이무에게 하려고 생각하면 대작업이다.

  실제로 마력을 너무 많이 써서 심장소리가 격렬하고 숨이 차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 변태라고 부르려면 부르도록 해라!

 

 

  그 뒤, 라이무는 어째서인가 필사적으로 냉정함을 가장하며 묘하게 괴로운 변명을 하면서도 밖으로 나갈 용건을 만들어서 환경적응 마법을 써달라고 하게 되었다.

 

  “이, 이구사. 신경 쓰이는 곳이 있으니까. 근처를 둘러보고 싶어……윽.

  환경적응 마법을 걸어줘. 빠, 빨리……부탁해.“

 

  역시 갑옷 차림은 괴로운 거겠지. 그 평범한 복장 타입으로 갑옷을 바꾼 채였지만. 묘하게 스커트의 옷자락을 신경쓰는 것 같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무표정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때때로 숨기지 못하고 얼굴이 홍조하는 모습을 보이게 되었다.

 

  “……(우물쭈물)”

 

  “왜 그러나? 검의 자세치고는 묘하군.

  훈련 시간은 그다지 없어. 이쪽부터 가도록 하지.“

 

  “……윽! …………!!!!”

 

  “어째서 주저앉는 거지?”

 

  “……아, 아무것도 아니야.”

 

 

  당연히, 나는 아무 것도 모르고, 눈치 채지 못한 것처럼 행동한다.

 

 

  아름다운 악이란 이런 것이다.

  이해하는 녀석은 동지다. 부하로 삼아줄 테니 내게로 와라.

 

 

―――

 

 

  시간은 한밤중이나 마찬가지다.

  당직 같은 건 필요 없지만, 방으로 돌아가서 자는 것도 아깝기에 브릿지에서 전자서적을 읽고 있었다.

  와이번은 일으켰을 때 얻었던 범용단말, 그 안에 소유자의 취미였는지 대량의 텍스트 데이터가 들어있었던 것이다.

  원래 지구에 있을 때부터 독서가였다.

  책 속은 자유롭다. 현실과 다른 아름다운 악이 펼쳐진 이야기도 잔뜩 있다.

 

  그럼 그 대량의 텍스트 데이터지만. 역시 미래의 범용단말이라고 할 수 있다.

  단말에 들어있는 문장량만으로 국회도서관급은 되지 않을까?

  그 안에 신경 쓰이는 타이틀을 발견해서 읽고 있었다.

  그 타이틀은 「반항적인 부하를 벌주는 법. 관리직인 당신에게 보내는 한 권」

  아무래도 사역마로서 순종하는 면이 부족한 리젤이 고민의 씨앗이 되고 있는 나에게 무척 고마운 타이틀이었다.

  하지만 그 고마움도 길게 유지되지 않았다.

 

  “……단순한 관능소설이냐!”

 

  반항적인 부하를 성적으로 벌주는 내용의 관능소설이었다.

  게다가 내용이 최악이었다. 이 녀석은 절대로 사람의 마음이라는 걸 모른다.

  악이라는 걸 이해하고 있지 않다.

  뭐가 약점을 잡아서 협박하면 나머진 어떻게든 된다냐.

  일단 관계를 가지면 나머진 어떻게든 된다냐.

 

  그런 건 악이 아니다.

  이런 아릅답지 못한 것은 벌도 뭣도 아니다.

 

  너무나 최악인 내용에 저도 모르게 취침중이던 와이번을 일으켜서 텍스트 데이터를 보내 내용을 보여줬다.

  부상신도 잠은 자는구나.

 

  『마왕님. 와이, 이런 걸 보여주기 위해서 한밤중에 깨우신 건가요…….』

  좋은 에로를 위해서라면 기체성능의 한계조차 넘을 이 녀석조차 시무룩해졌다.

 

  “내 분노도 알아줘. 이건, 심하지?”

 

  『두말할 것도 없네요. 일단 미학이 없습니다. 용량의 낭비네요.』

 

  “그런 이유다. 일으킨 사과도 겸해서 입가심을 하려고 한다.

  와이번. 녹화용량을 남겨둬라. 편집은 맡겼다.“

 

  『마왕님, 뭘 하실 생각이신지?』

 

  “교육이다. 일단은, 돈에 시끄러운 부하가 조금은 얌전하게 되도록, 말이지.”

 

 

  와이번의 브릿지 근처에 있는 클린룸.

  본래 함장 클래스의 고급사관용의 방이었던 건지, 고급 이너셜 캔슬러나 바닥을 향해 1G 중력을 발생하는 의사중력발생장치(그래비터), 단순순환으로서 악취가 나지 않는 환기 시스템 등등 고급스런 방이었다.

  본래 조금 넓은 1개 방이었던 것을 지금은 보수용의 장갑재로 벽을 만들어 삼등분하여 방이 세 개가 되었다.

  방 하나의 넓이는 대략 13 제곱미터. 싱글용 시티호텔의 개인실 정도의 넓이다.

  이래도 공용 다인실이 아닌 것만으로도 전투함으로선 파격의 넓이라고 한다.

  액트레이 같은 건 콕핏에서 움직이지 못하고 말이지.

 

 

  시간은 더욱 늦어져서 지구로 말하자면 오전 2시.

  리젤의 방문을 열었다.

  물론 확실하게 잠겨있었지만, 와이번의 최상위 권한이 나에게 있는 한 마스터키는 마음대로 쓸 수 있다.

  물론 이제부터 리젤이 자는 도중 덮친다든가, 그런 하찮은 짓은 하지 않는다.

  혹시 덮칠 마음이 든다면 리젤이 일어나 있을 때 덮치러 간다.

 

  그럼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이불을―――미래적인 수면 포드도 있었지만, 내 취미로 각 방에는 침대와 모포를 설치했다―――손으로 안고서 잠든, 묘하게 소녀취미의 파자마를 입은 리젤이 쿠우―…피유― 하고 색기 없는 잠소리를 내고 있다.

  찾아 온 목적은 사역마에 대한 <명령>의 실행이다.

  라이무의 <역제>와는 달리 멀리서 발동도 할 수 없고, 명령에 의한 조건을 본인에게 직접 들려줘야만 한다.

  하지만 조금 반칙기가 있다.

  본인에게 들리기만 하면 명령은 발동하니까, 그 동안 의식이 있든 없든 상관없다.

  다시 말해 자고 있는 리젤에게 <명령>을 주입하면 눈치 채지 못하는 것이다.

 

 

  비겁하다고 생각하나?

  악은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을 고르지 않는 법이다.

 

 

  “리젤리트, 명령 오더.

  1. 저녁식사 후 2시간 정도 단기간 발정기에 빠진다.

  2. 발정기 중의 욕구억제는 어려워진다.

  3. 스스로 행하는 욕구의 해소행동으로 만족할 수 없다.

  4. 주인과 가까울수록 2, 3의 조건은 완화된다.

  5. 주인과 가까울수록 만족감이 증폭된다.

 

  좋아. 대충 이 정도면 되나.

  다소 마스터에 의존하는 에로아가씨가 되었으면 한다.

  솔직히 이대로 방치하면 점점 더 자유로운 행동을 할 테고 말이지…….

 

  마법까지 써서 소리도 기색도 없이 리젤의 방에서 퇴각했다.

 

  브릿지까지 돌아오자, 처음부터 끝까지 본 거겠지.

  공중투영식 윈도우 저편에 보이는 와이번이 생각에 잠긴 표정을 짓고 있다.

  와이번이 시큐리티 상 어쩔 수 없이 모든 방을 감시할 수 있는 건 라이무와 리젤에겐 말하지 않는 편이 좋겠지.

 

  “왜 그러나? 와이번. 무슨 고민을 하고 있어?”

 

  『아니요. 마왕님의 행동은, 좀 더 직접적으로 에로한 일을 하시리라 생각했는데 말이죠.

  그런데 그 멀리 돌아가는 명령. 아무래도 와이에겐 좀처럼 이해할 수 없어서 곤란하고 있습니다아.』

  그런가. 뭐……지금까지 와이번 안에 있었던 녀석들은 좀 더 단락적인 에로만 추구하던 녀석들일테니.

 

  “알겠나? 와이번. 단지 명령대로 허리를 흔들 뿐이라면, 이렇게나 과학이 발전된 세계다.

  사람과 구분이 불가능한, 어른을 위한 등신대 인형 정도 있겠지?“

 

  『네에, 뭐어. 그런 종류는 초가 붙을 정도로 비쌉니다만, 있네요.』

 

  “하지만 리젤은 인형이 아니야.

  인형 정도로 가능한 일을 대신하게 만드는 건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나?“

 

  『그것도 이해합니다만, 아무래도 아까 전의 명령으로 어떻게 할지. 마왕님의 의도를 전혀 모르겠네요.』

 

  “뭐, 보고 있어라……그렇지. 2, 3일 뒤에 변화가 있으리라 생각하는데?”

 

 

  와이번의 수리가 순조롭게 진행되어 함내의 기능이 꽤 회복된 밤이었다.

  저녁식사 후, 나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브릿지에서 가장 쾌적한 함장석에 앉아 휴대단말에 들어있는 텍스트를 읽고 있었다. 장르가 풍부하기에 좋은 장물이라고 생각한다.

  라이무가 잘라낸 문도 겨우 수리가 끝나서 여닫을 수 있게 된 문을 열고 리젤이 들어왔다.

 

  “무슨 일이냐? 리젤. 잊은 물건이라도 있나?”

  읽고 있던 것은 제국귀족(이라는 이름의 명예칭호 보유자)의 여행기였다.

  명백히 대단한 일도 없는데 무리하게 이야기를 진행하기 위해 이야기를 덧붙이는 부분이 유쾌해서 지구에서 심야에 방영하고 있던 C급 영화적인 의미로 즐기고 있다.

 

  “이구사니임, 최근 좀처럼 잘 잘수가 없어요오.”

  확실히 졸린 것처럼 보인다. 그대로 휘청휘청 함장석으로 다가와서,

 

  “………하후―”

  옆에서 껴안으며 고양이가 마킹하는 것처럼 머리를 꾹꾹 목덜미에 붙여왔다.

  고양이적인 본능인 걸까?

 

  “왜 그러나? 리젤.”

  단말에 시선을 향한 채 질문한다.

 

  “이구사님은 기르고 있는 사역마에게 스킨십이 부족하다구요오…….”

  그대로 머리를 비비기에 별 수 없이 한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얌전해졌다.

  확실히 2, 3일 만에 효과가 나왔지만, 효과가 예상 이상이었군.

  「사역마」라는 존재를 인정한데다가 「기르고 있다」까지 스스로 말하고 있다.

  그렇게 말한 리젤은 반쯤 잠들어 있는 것 같은, 이성이 녹아버린 눈동자를 하고 있다.

 

  리젤은 그대로 줄곧 응석을 부린 뒤 무릎을 베개 삼아 잠들고 말았기에 방까지 옮겨줬다.

  내일 아침 머리가 식어 냉정하게 되고 나서 이것저것 생각난 뒤 기절할 정도의 비명을 들려주게 되겠지.

 

 

  『놀랐어요……두 손 들었습니다. 마왕님.』

  와이번은 놀람과 전율이 반쯤 섞인 표정을 짓고 있다.

 

  “내가 뭘 했는지 알겠나? 와이번.”

 

  『그렇지요. 시뮬레이터와 분석을 반복했습니다.

  마왕님은 명령으로 행동을 끌어낸 것이 아니라, 명령으로 행동이나 사고를 유도하신 거군요.』

 

  “그렇다. 와이번.

  리젤은 요 며칠, 욕구불만으로 인한 몸 상태 불량을 고민했겠지.

  그야말로 잠이 부족할 정도로 말이야.

  하지만 이 좁은 생활공간에서 살고 있으면 리젤이라도 눈치 챌 것이다.

  어째선가 내 근처에 있을 땐 몸 상태가 좋아진다……라고 말이지.“

  리젤이라도 눈치 챈다든가 심한 말일지도 모르지만, 실제로 그러니까 별 수 없다.

  라이무가 너무 눈치가 좋기도 하지만, 리젤도 너무 천연이다.

 

  『그 결과가 저거로군요.

  수면부족과 욕구불만이 피크에 달해서, 사고능력이 떨어져서 편한 쪽으로.

  마왕님에게 밀착이라는, 해결수단을 자발적으로 원하게 된다는 수법일 줄이야.』

 

  “당연히 수면상태도 아니기에 기억에는 확실하게 남아있지.

  게다가 <명령>받아서 했다, 는 정신적 도주로도 없어.

  내일 아침, 리젤의 반응이 실로 기대되지 않나?“

 

  “네이, 확실히 녹화해 두겠습니다.

  아니, 정말 좋은 걸 보여주셨네요.“

 

  “뭘, 조금 멋대로 행동하길 좋아하는 부하에 대한 교육이다.”

 

  그럼 리젤은 이후 오늘 같은 행동이 늘어나겠지.

  그 뒤 어떻게 될지. 실로 기대된다.

 

 

―――

 

 

  와이번의 수리도 꽤 정리됐다.

  요즘 수복된 센서 종류로 주변이나 궤도상 데이터 수집을 시작하고 있다.

 

  라이무는 마력이 떨어진 뒤의 시간을 써서 근처에 재밖에 남지 않은 인간의 무덤을 만들고 있었지만, 겨우 끝난 것 같다.

  리젤은 와이번의 브릿지 주변의 개량에 여념이 없다. 본래 6명 정도로 운용할 것을 3명으로 일단 조작할 수 있도록 커스터마이즈 하고 있다.

 

  이 별에서 출발이 가깝다. 그런 걸 느끼는 날의 밤이었다.

  오늘은 브릿지가 아니라 개인실에 있다.

  딱히 짐도 없기에 소도구나 가구류가 없는 무미건조한 방이다.

 

  함내통신용의 모니터 앞에 나와 공중투영 스크린을 전개하여 얼굴을 내민 와이번이 있다.

  지금도 함체에 붙은 패시브 센서가 가동하고 있지만, 와이번이 붙어서 관리할 필요는 없다.

  지금은 함내에 남겨진 데이터의 인양작업을 하고 있……다는 명목으로 남자 둘이 모여있다.

  이것만으로 눈치 채리라 생각하지만, 함내에 남겨진 신사들의 정보 데이터를 관람하고자 본능에 솔직한 남자가 두 사람, 기대를 가슴에 품고 있는 것이었다.

 

  『마왕님, 슬슬 괜찮겠습니까이?』

 

  “아아, 시작해라. 오늘을 위해서 고생해온 것이다.”

  라이무는 신경도 쓰지 않았지만, 리젤은 부끄러워한 나머지 내가 이미 손에 넣은 것까지는 간섭하지 않았지만, 발견하지 못한 것이 있으면 어둠 속에 묻어버리고자 했으니까 말이지.

  와이번가 두 사람이사 필사적으로 수집한 나날이 그립다.

 

  자, 미래인이여. 너희들은 대체 어떤 욕망을 가슴속에 숨기고 있는 것인가.

  이 마왕에게 보이도록 하여라………!

 

 

  ―――첫 번째 작품. 그쪽 계통의 프로가 만든 작품이었다. 단지 너무 숙성되어 말라 비틀어질 정도의 고령이었다.

  “…………………오웩.”

  입가를 막고서 화장실로 달려간 나를 빈약하다고 갈책해도 상관없다.

 

  『이, 이거 무시무시하네요……. 에? 이거 가지고 있던 거 19세의 애송이였는데.

  얼마나 업이 깊은 녀석이었던 걸까요…….』

 

 

  ―――두 번째 작품. 아름다운 영상작품이었다. 단지 원시적인 공작로봇이 서로를 때리는 영상의 효과음에 신음소리가 섞여있는 건, 이것저것 문제 있다고 생각한다.

  “………저기, 와이번. 나에겐 단순한 로봇 배틀물로 보이는데.”

  단순한 로봇 배틀물로 본다면, 뭐 대충 볼만한 작품이긴 하다.

  그 경우 효과음으로 들어있는 신음소리가 쓸데없어지지만.

 

  『상급자용이네요……부상신인 와이라면 아슬아슬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할 수 있는 거냐. 와이번. 나도 모르게 존경할 뻔했다고.

 

 

  ―――세 번째 작품. 점균 같은 슬라임이 서로를 서서히 침식하는 물건이었다.

  “……우주는 넓군. 조금 많이 종족이 달라서 이해할 수가 없어.”

 

  『뭐, 종족 문제가 없다면 대흥분할 물건일 테지요오.』

 

 

  ―――네 번째 작품. 단순한 노이즈였다.

  “데이터가 부서진 건가?”

 

  『이걸로 맞는 것 같네요. 타이틀은 「노이즈x노이즈, 끈적끈적 치직치직 노이즈 대천국」이랍니다.』

 

  “그런가. 내 시대라면 인류에겐 너무 이르다고 불릴 레벨이지만.

  그러고 보니 여기는 미래였군……인류여, 따라잡았는가.“

 

 

  결국, 미래인들의 업의 깊이는 나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고 있었다.

  그게, 뭐라고 해야 할지. 마왕으로서 이해할 수 없는 욕망은 수없이 있었다.

 

Posted by 추리닝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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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오염행성 편

 

7화. 마왕, 상처 입은 비룡과 만나다

 

 

  클래스 5 전투기, 액트레이의 광학장치가 잡은 주변 풍경이 꽤나 변했다.

  줄곳 적동색 황야가 펼쳐져 있던 평야부에서 도시부가 되었다.

  아직 건축물의 밀도는 낮지만, 진행방향으로 가면 갈수록 건축물의 밀집구역이 되어가는 것 같다.

  생명의 흔적이 없는 적동색의 폐허도시라는 건, 꽤나 정서 넘치는 광경이지만, 식물이 없기에 좀 부족하다.

  폐허 매니아라면 침 흘릴 광경이겠지.

  단지 그런 광경이라도 나로선 보면서 탄식밖에 나오지 않는다.

 

  뭐,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냐고 한다면.

  확실히 마왕으로서 이런, 인류의 문명이 멸망한 광경은 싫지 않다.

  싫지는 않지만, 나는 굳이 말하자면 인류를 지배하는 타입의 마왕이기에, 이렇게 무차별적으로 파멸하거나 파괴하는 건 취미가 아니다.

  그보다 아깝다.

 

  당연하겠지?

 

  거대한 도시를 지배하며 처녀를 산제물로 바치길 요구한다고 치자.

  이것저것 즐기면서, 너희들은 도시가 내버린 거라고 바람을 넣으며 상냥하게 대해준다고 치자.

  자신들을 내버린 사람들에게 복수하는, 악의 여간부 같은 걸 만드는 건 로망이 아닌가!

  게다가 매번 사람들에게 역공 당할 때마다 침울해진다면 더욱 좋다……!

 

  ……그래도 말이지.

  아무 짓도 안 했는데도 멸망한 꼴을 보면 허망함밖에 생기지 않는다.

 

  그렇지. 알기 쉬운 예시를 들도록 하자.

  당신이 정의의 수호자가 됐다고 치자.

  어떠한 우연으로 변신 같은 걸 하고서 「용서할 수 없어. 악의 조직을 쓰러뜨린다……!」라고 흥분했을 때다.

  「저녁 뉴스입니다. 오늘 악의 조직 xxx가 붕괴했습니다. 후계자 다툼을 발단으로 한 내부항쟁이 원인으로 보이며…….」

  같은 텔레비 뉴스가 흘러봐라.

  이미 슬픔을 넘어서 허망함과 허탈감밖에 없겠지?

 

 

  ……마왕도 타인이 없으면 성립할 수 없는 서비스업이라고.

  빨리 사람이 많은 장소로 가고 싶은 마음이다.

  과학이 진행된 세계의 에……신사들의 사교장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도 궁금하고.

 

  “이구사가 뭔가 이상한 걸 생각하는 표정이야.”

  내 포커페이스를 꿰뚫었다고?

  날카롭지 않은가. 이 용사님?

 

  “그렇게 생각한 이유를 들어볼까?”

 

  “이구사는 진지한 일은 대체로 즉단즉결.

  길게 생각할 때엔 이상한 사고를 하고 있을 때가 많아.“

  반론할 수 없군. 진지한 일을 길게 생각할 정도로 고민이 많은 인생을 살고 있지 않다.

 

  “과연. 참고가 되었다.”

 

  “이구사님, 라이무씨. 모함이 보이기 시작했어요오.”

  리젤의 목소리로 의식을 밖으로 향한다.

  추락현장은 풍화한 대형 빌딩이 밀집한 폐허도시의 중앙부 근처로군.

  위에서 보면 알기 쉽지만, 추락 시에 꽤나 속도가 높았던 것 같다.

  빌딩이 쓰러지고 함체는 지면을 뒤집고, 한 무리의 빌딩이 밀집하고 있는 장소에 머리를 박고 정지하고 있다.

  형태는 무척이나 SF적인 전투함이로군. 예를 들자면 쿠나이를 좀 더 유선형으로 하고 날개를 붙인 듯한 형태다.

  근미래적인 잠수함이라든가, 원래 지구에서 상상에 있던 SF적인 우주선에 가까운가?

  선체는 이곳저곳 불에 타고 커다란 구멍이 열려있어, 밖에서 보는 한 반쯤 잔해에 가까운 상태다.

 

  “리젤. 너무 커서 스케일을 잘 모르겠는데. 모함은 어느 정도 크기야?”

 

  “180m 클래스에요오. 전투함 중에선 작은 편이에요.”

  180m로 소형인가. 납작하고, SF라면 대충 그 정도인가.

 

  “원형은 유지하고 있지만, 손상이 심하군. 수리라든가 가능할 것 같나?”

 

  “무리에요오. 여기까지 부서졌다면 완전 수리부품이 부족하고, 장갑도 용골도 파손된 것 같으니까, 이런 파손상황에선 수리를 해도 움직이는 것만으로 자폭하고 말아요오.

  이 상태에서 원래대로 돌리려면 수리가 아니라 수복(restore)이 되고……. 겉을 고쳐도 배로서 날기는 무리에요오오.“

 

  “곤란하네. 이 별에서 셋이서 살기엔 쓸쓸해.”

  몸의 위험도 느끼고, 라고 작게 속삭이는 라이무.

  잘 알고 있네.

  외면은 너무 어리지만, 식사적인 면이 아닌 쪽으로 굶으면 손을 내밀지 않을 자신이 없다.

  일본인 같지만, 외면은 일본인 같지 않다. 요정 같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예쁘니까 말이야.

  ……응. 1년 이내에 가족이 늘어날 것 같다.

 

  “리젤, 생존자는 있을 것 같나?”

  이 이상 생각하고 있으면, 사악한 생각을 눈치챌 것 같다. 방향전환.

 

  “생명반응은 없어요. 탈출 포트로 도망쳤든지, 도망치지 못하고 추락의 충격으로 사망했든지, 오염대기 같은 걸로 전멸한 것 같아요오.”

  원래 동료에 대해서 말하는 것치곤 꽤 드라이하다.

 

  “신경 쓰이지 않아? 원래 동료였지?”

  라이무도 같은 감상을 품은 것 같다.

 

  “용병대라고 해도, 해적이나 마찬가지인 무법자 같은 사람들만 있었어요오. 포로의 학대나 고문, 마약 운송 같은 일을 태연하게 하던 사람들이니까 자업자득이에요오.”

  확실히 그건 내버리고 혼자서 탈출해도 마음이 아프지 않겠네.

 

  “……그런 배에 있었는데 잘도 무사했네.”

 

  “바로 위험하다고 알았으니까, 계속 풀페이스 헬멧을 쓰고 있었어요오……. 답답했어요.”

  이런 무법자라면 리젤의 외모라면 여유로 노리개로 삼았겠지.

  언제나 풀페이스 헬멧을 쓴 메카닉이라면, 손을 내밀기 전에 피했을 테지만.

 

  “이구사. 어떻게 할 수 없어? 아까 전의 수복마법이라든가.”

 

  “물체시간 역행이라면 무리다. 역시 이 정도 크기라면 내 마력이라도 부족해.

  그렇지……. 리젤, 브릿지와 정보기관은 살아있는지 알 수 있나?“

 

  “파손상황은 알 수 없지만, 형태는 남아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나머진 안에 들어가서 확인하지 않으면 알 수 없어요오.”

 

  “그럼 가보지.”

  라이무는 꽤나 의욕만만하다. 아까 전의 속셈이라도 눈치채서 위기감을 가지게 됐나?

 

  “네에. 착함 블록이 대파되었으니까, 근처에 착륙할게요.”

 

  액트레이는 강습양륙함 근처에 천천히 강하했다.

 

 

―――

 

 

  액트레이에서 내린 우리들은 추락한 강습양륙함으로 걸었다.

  도시부의 지면은 모래 같은 걸로 보였지만, 원래는 무언가의 파편인 걸까?

  묘하게 입자가 크다. 비즈로 된 지면을 걷는 것 같다.

 

  리젤의 가슴주머니에 들어있는 스마트폰 같은 형태의 단말이 삐삐하고 경고음을 마구 울리고 있다. 리젤이 서둘러 멈췄다.

 

  “우우……주변 수 킬로미터에서 사람이 즉사할 농도의, 오염물질 결정체 위를 걷는다든가. 원래라면 제정신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오.”

  모래인가 생각했더니 무언가의 결정체인 건가. 어쩐지 입자가 너무 크다 했다.

 

  강습양륙함의 주변을 조사하니 에어블록이 부서져서 통로가 겉으로 나와있는 곳을 발견했기에 거기에서 안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자 통로 이곳저곳에 재로 덮인 옷이나 슈츠 같은 것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신선한 시체로 가득 차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로테스크를 각오하고 있었지만 기가 빠졌다.

 

  “이봐, 리젤. 아까부터 이곳저곳 굴러다니는 재 같은 것이 원래 사람이었던 건가?”

 

  “그래요. 이구사님. 오염물질의 농도가 너무 높아서 살이나 뼈까지 분해된 거에요.”

 

  “복잡하지만 대량의 시체와 대면하는 것보단 나아.”

  정말 동감이다.

 

  “그건 그렇고, 아까부터 의복이나 슈츠에서 소량의 단말 같은 걸 주웠다고 내려놓고 있지만, 뭘 하고 있는 거냐? 리젤.”

 

  “……뜨, 뜨끄음!”

  입으로 뜨끔, 이라든가 말하는 녀석은 처음 봤다.

  변함없이 리액션이 좋은 녀석이다.

 

  “아, 아무 것도 아니에요. 눈에 띄는 정보가 없나 확인했을 뿐이에요오?”

  변명을 하려면 좀 더 제대로 해라. 있는 대로 시선을 피하고 있잖나.

 

  “명령이다. 리젤. 뭘 하고 있는지 솔직히 자백해라.”

 

  “네, 마이 마스터. 타인의 단말에서 인터크레짓, 공통 통화를 모으고 있었습니다.

  무법자들답게, 많이 모아둔 사람이 많아서 월척이에요……아아아아, 자백하고 말았어요오오오오오“

  정말로 좋은 근성과 행동력이로군.

 

  “리젤, 나중에 3명으로 분배. 독점은 안 돼.”

 

  “……네에에.”

  추우욱, 하고 고양이 귀를 내리는 리젤. 그만큼 벌고 있었던 건가?

  ……응? 라이무도 분배 받는 건가?

  정의감 강한 용사님이라면 시체에서 뜯어내는 것도 반대할 것 같지만.

 

 

―――

 

 

  “겨우 도착이에요. 여기가 브릿지입니다. 배를 관리하는 메인프레임도 여기 아래에 있어요오.”

 

  이곳저곳 붕괴하여 미로 같은 것이 된 통로를 우회하면서, 때로는 잔해를 날리며 겨우 도착했다.

  위치적으로는 강습양륙함의 동체 중앙부 근처인가? 가장 중요한 시설이니까 제대로 보호 받고 있는 거겠지.

 

  브릿지로 통하는 장갑문이 절반쯤 열린 상태로 일그러져 움직이지 않았지만, 20센티미터는 될 미래금속으로 만든 장갑문을 라이무가 성검으로 두부를 자르듯이 간단히 잘라버렸다.

  아무래도 성검은 물리와 마법의 2중 속성이기에 물리방어만이 아니라 마법방어도 높지 않으면 막을 수 없다고 한다.

  ……SF적인 미래금속에 마법방어는 없잖나.

 

  중요한 브릿지를 둘러보면, 역시 가장 방어가 제대로 된 장소인 탓인지 거의 피해가 없는 것 같다.

  오염물질이 흘러들어 오고는 있기에 실내에는 거창해 보이는 옷이 재로 뒤덮여 있었지만.

  바로 “월척이에요오.”라고 기뻐하며 리젤이 공통 통화를 유출하고 있었다.

  미래인이 모두 이렇게 간이 큰 건지, 리젤이 남들 보다 두꺼운 건지 판단하기 힘든 부분이다.

 

  “이런 대형함 브릿지로선 그렇게 크지 않군. 이 배는 몇인승이야?”

  브릿지의 넓이는 15m x 15m 정도. 그 안에 기계나 시트가 탑재되어 있으니까, 꽤 좁은 인상을 받는다.

 

  “으음. 그렇네요오. 기본은 400인 정도지만 절반 이상은 상륙부대에요.

  움직이는 것만 생각하면 브릿지에 4명 있으면 보통 날 수 있어요.

  수리라든가 보급에 대해서 운용을 생각하면 40명은 필요하지만요오.

  오오! 역시 용병대장, 300만 IC(International Credit=공통 통화)나 쌓아뒀어요.

  클래스 2 전투기라도 풀 옵션을 붙여서 살 수 있어요. 야호오!“

  사역마의 교육엔 고생할 것 같다. 이 별을 탈출하면 예절에 관한 서책을 입수해야겠군.

 

  트레져헌터에 정신이 없어진 리젤은 방치하고 브릿지 함장석 같은 시트에 앉았다.

  비상전원으로 바뀐 건지 아직 살아있는 것 같다.

  조작은……응, 액트레이와 같군. 어쩐지 어떻게든 할 수 있을 것 같다.

 

  『M-HD4002 드라군 클래스: 함적명 와이번-Ez138 비상모드로 재기동했습니다.』

  이 강습양륙함은 와이번이라는 이름인가. 비룡이라니 좋은 이름이다.

  그 뒤에 숫자가 붙어있는 걸 보면 분명 와이번이라는 이름의 배가 잔뜩 있는 거겠지.

 

  『비상 모드 중에 따라, 해당 단말은 잠겨있습니다. 생체인식 또는 액세스 허가 패스워드를 입력해 주세요.』

  당연하군. 수비가 단단할수록 떨어뜨리는 기쁨이 크다는 거다.

 

  “리젤, 그쪽에서 적당한 휴대단말. 가능하면 새로운 걸 하나 받을 수 있을까?”

 

  “네에, 마이 마스터.”

  리젤도 가지고 있던 스마트폰 같은 기계, 검은색을 한 시크한 디자인의 플레이트판의 휴대범용단말을 받았다.

  스테이터스에서 스킬리스트를 열어 지금까지 추가된 스킬 중에서 『기계조작(공통규격)』 Lv.10을 얻고, 파생된 『기계부정조작(공통규격)』도 Lv.10으로 습득한다.

  거기에 『소프트웨어 조작(공통규격)』 Lv.10과 마찬가지로 파생한 『소프트웨어 부정조작(공통규격)』 Lv.10도 덧붙여 얻어둔다.

  여담으로 『구조지식(우주선)』도 Lv.5 정도로 얻어주자.

 

  “어떻게 하려고?”

  빼꼼하고 라이무가 손 안을 훔쳐본다.

 

  “일단은 배를 일으키는 거야.”

  타다다닥, 하고 경쾌하게 움직이는 손끝으로 단말을 두드린다.

 

  『범용단말 익스벨A1……조작하고 있는 건 부정한 유저입…………마스터 권한에 의한 유저 등록인증을 확인, 이구사 사나다님을 정규 유저로서 등록합니다.』

  일단은 범용단말을 입수, 하고.

 

  『외부접속 모드. 강습양륙함 와이번-Ez138에 강제 액세스를 개시합니다. …방벽 확인. 논리방벽type1358이 방해합니다.』

  눈앞에 있는 와이번의 선장용 콘솔에 손을 두고서 스킬 보조에 맡기고 감에 따라 대충 이거라는 느낌으로 조작을 한다.

 

  『주의, 부정조작을 받고 있습니다. 와이번-Ez138은 전자전 경험자를 써서 요격하t’ad*a……』

  『방벽 부분 해제를 확인. 마스터 권한에 의한 침투에 의해 액세스 완료.

  권한 인증 시스템으로 접속……덮어쓰기 완료』

  역할을 끝낸 단말을 가슴 주머니에 넣는다.

  눈앞의 공중에 공간투영식인가? 윈도우가 열린다.

 

  『M-HD4002 드라군 클래스: 함적명 와이번-Ez138 예비 시스템 기동했습니다.

  어서 오세요. 오너 이구사님. 최상위권한자의 승함을 환영합니다.』

 

  “반칙을 쓰고 있어. 스킬이야?”

  아아, 하고 끄덕인다.

  “나도 범용단말 하나 필요해. 나중에 부탁해.”

 

  “좋아. 괜찮은 디자인으로 하나 확보해둬.”

  용사님까지 의욕만만한가. 아니, 타인의 집에 침투하여 재산을 어지럽히는 것도 용사님이니까.

  판타지적으론 평범하지만……미묘한 라인이다.

 

  “어디 그럼. 여기부터가 중요하군. 와이번, 메인프레임 기동. 자고 있는 걸 깨워라.”

  이제부터 하고자 하는 걸 성공시키려면 두뇌가 살아있지 않으면 안 된단 말이지.

 

  “리젤, 이 배는 만들고서 몇 년이 지났는지 아는가?”

  이것저것 확보한 거겠지. 복스러운 얼굴로 돌아온 리젤에게 물어본다.

 

  “하이브리드 강습양륙함의 드라군 클래스라면, 17년 전에 제조중지 되었으니까, 아마도 그보다 훨씬 이전일 거에요오.”

 

  “의외로 박식하군. 혹시나하고 물어본 거지만.”

 

  “실례에요. 이래 뵈도 메카닉으로선 꽤 실력 있는 편이라구요오!”

  뿡뿡하고 화내고 있다. 화내는 것도 귀엽지만……. 실수로군, 입으로 말하고 있었나.

 

  “미안. 진심이 입으로 나온 것 같다. 신경 쓰지 마라.”

 

  “더욱 더 신경 쓰여요오오오오!”

  뿌우. 하고 뺨을 부풀리는 리젤. 이런 표정은 시대가 변해도 공통인 건가.

 

  『각부 체크 종료. 와이번 메인프레임 기동합니다.

  경고, 비상전력으로 동작은 남은 시간 32분이 한계입니다.』

  침묵하고 있던 브릿지 안의 다른 콘솔에도 빛이 들어오고, 공중투영식 윈도우가 열린다.

  선체정보도 표시되었지만, 전체의 89%가 새빨갛다. 대파를 넘어 폐기처분 수준이로군.

 

  “어디, SF의 클리셰에 따라서 해봤지만, 여기부턴 판타지의 시간이다.”

 

  “이번엔 뭘 할 생각인가요오…….”

  불안하다는 듯이 달라붙는 리젤.

  음. 그 무의식적인 접촉은 나쁘지 않다. 아니, 가슴까지 제대로 붙이고 있는 점이 포인트 높다. 좋다. 좀 더 해라……!

  이런. 이상한 방향으로 흥분할 것 같다.

 

  『개념마법발동: 지정마법진공중기술VIII/대상수증가VIII』

 

  공중에 복잡한 마법진을 다중전개한다.

  직접 해도 좋지만, 제대로 준비하는 쪽이 편하고 마력적으로도 부담이 적단 말이지.

 

  『사령마법발동: 잔류사념통합』

  8개 전개한 중에 4개의 마법진이 발동하고 구성이 복잡하게 변화한다.

 

  『사령마법발동: 부상신창생VIII』

  모든 마법진이 가동하여 브릿지 안에 대기의 흐름과 다른 바람이 분다.

  압축되어 붉게 발광하는 작은 구형의 마법진이 공중에 투영된 윈도우로 수면 같은 파문을 남기며 흡수된다.

 

  『…………….』

  투영된 윈도우에 조금씩 노이즈가 흐르고, 바로 새로운 윈도우가 하나 열린다.

 

  『이야아, 처음 뵙겠습니다. 와이가 와이번-Ez138이로소이다.

  말하기 힘들면 와이쨩이라도 와이양이라도 좋을대로 불러주세요.』

  윈도우에는 양복을 입은 복신의 얼굴을 한 중년남성의 모습이 나타났다.

  두발이 쓸쓸한 숫자가 되어있고, 좋은 양복인 것 같지만 오래 입은 느낌이다.

  발음은 표준어에 가깝지만 미묘하게 발음이 다르다. 사투리 같다.

  어딜 봐도 지친 중년 샐러리맨이라는 풍모다.

  ……어쩌지, 예상하던 거하고 꽤나 다르다.

 

  “내가 네 주인, 마왕 이구사다. 기억해 둬라.”

 

  『네에에, 이대로 풍화를 기다릴 뿐인 노골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마왕님께서 혼을 만들어 주시니 감격무량이옵니다.』

 

  “아와와와, 저, 저기, 이 사람 누구인가요? 와이번이라고 말했는데요. 이렇게 인간스런 고도AI는, 여기 메인프레임으론 처리 할 수 없어요오!”

  당황하는 리젤에게 중년―――와이번은 복스러운 얼굴에 더욱 웃음을 띈 애교 만점의 얼굴이 된다.

 

  『이거이거, 리젤 아가씨가 아닌가요.

  이야, 탈출한 것은 봤습니다만. 살아있다니 운이 좋으시군요.』

  그런가. 리젤은 이 배에 타고 있었지.

  그럼 얼굴을 알고 있는 것도 당연하다. 일방적이긴 하지만.

 

  “리젤. 오랫동안 쓰던 물건엔 의식―――혼이 깃든다는 미신을 알고 있나?”

 

  “후와!? ……에, 그러니까. 고대민족학에서 들은 적이 있는 것 같은.”

 

  “이 녀석은 그야말로 그거다. 강습양륙함 와이번에 깃든 혼. 부상신이라고 하지.

  오래된 배라서 다행이군. 신품이었다면 이렇게까지 확실한 자아는 없다고.“

 

  『이야아, 쑥스럽네요. 와이따윈 년수가 오래될 뿐인 노골이랍니다.』

 

  “영문을 모르겠어요오오오오!”

  음. 리젤의 비명은 오늘도 좋은 소리다.

  처음에는 거절하는 성분이 많았지만, 최근엔 포기하는 색이 강하다.

  비명을 올리며 도피하고 있지만 이제 곧 익숙해지겠지.

 

  “라이무. 회복마법 있다면 써주지 않겠어?”

 

  “좋지만. 사령마법으로 만들었으니까 데미지 들어가지 않아?”

 

  “작성은 사령마법이지만, 분류적으론 골렘과 생체에 가까워.

  언데드는 아니니까 괜찮다.“

 

  “그럼…….”

 

  『기도마법발동: 지속치료II』

 

  라이무가 콘솔에 손을 올리고 회복마법을 발동한다.

 

  『오오, 오우. 시원해. 시원하구만요.

  메인리액터 수복률 3%…5% 점점 회복하고 있어요.』

  기분 좋은 와중에 미안하지만, 중년 아저씨의 쾌락성이라든가 싫은 일이다…….

  솔직히 구역질이 올라온다. 무슨 벌게임이야? 이거.

  뭐 회복마법으로 낫는다면 좋은가.

 

  『리액터가 최저한이라도 움직일 수 있게 되었어요. 불을 넣어서 함내전력 안정시킵니다.』

  믿음직하지 않은 비상전력에서 전환하여 함내가 밝은 빛으로 찬다.

 

  “반생물이라면 회복으로도 수리 가능한 것 같네.

  라이무, 효율중시로 반복해소 회복 부탁해도 좋을까?“

 

  “괜찮지만. 이구사가 회복마법 쓰지 않는 거야? 나보다 훨씬 마력도 있을 텐데.”

  좋은 질문이다. 하지만 문제가 있단 말이지.

 

  “마왕 보정 때문인지 내 회복마법은 좀처럼 안정하지 않는단 말이지.

  긴급 시 이외엔 별로 쓰고 싶지 않아. 솔직히 어떤 부작용까지 함께 올지 모르니까 말이야.“

  안정하지 않는다는 건 사실이다. 회복량도 최대 최소폭이 심하다.

  무엇보다 부상신이라고 하지만 중년 아저씨의 쾌락음을 유발하는 건 싫다……!

 

  “납득. 맡겨줘.”

  맡겼다. 주로 나의 정신위생을 위해서.

 

  “이봐. 와이번. 보통 배라는 건 여성으로 취급하는 일이 많지?

  그런데 어째서 넌 남자인 거냐?“

  그렇단 말이지. 보통 배라는 건 여성이잖아. 부상신 만들면 색기 넘치는 누님이 나오리라 생각해서 거기까지 기합 넣어서 만들었다고.

  그 결과가 중년 아저씨(이거)라고!?

 

  『네에, 이 배의 초대 함장이 무척 우상신봉자여서.

  와이 같은 외모를 한 행운의 신을 섬기고 있었어요.

  그 습관이 대대 와이번 함장씨나 브릿지 요원들에게 이어져 내려와서 말이죠오』

  큭, 무슨 특수취미를 하고 있는 거냐. 그 초대 함장.

  기왕에 우상을 섬기려면 여신으로 해달라고……!

 

  “그런가……뭐 됐어. 부상신도 일단 마물취급인 것 같으니까. 충성을 바치도록.”

  실제로는 그다지 좋지 않지만. 내심 고통과 미련이 몸부림치고 있지만.

  지배자로서 너무 그릇이 작은 것도 문제다.

 

  『헤이. 그야 뭐 봉공하도록 하겠습니다.

  와이는 마왕님을 위해서라면 불속 대기권속 태양속, 어디라도 가겠어요!』

  아니, 태양에 돌격하면 안 되잖아. 너 녹는단 말이지.

 

  “그런가. 충성심은 중요하다. 그래서 지금 페이스로 수복하면 대기권 이탈할 수 있을 때까지 얼마나 걸리지?

 

  『그렇네요오. 지금은 기관부와 장갑의 구멍을 우선시하고 있지만, 데브리를 부술 정도의 외부화기나 실드제너레이터를 생각하면 2, 3일 정도일까요?

  완전수복은 이동하면서라도 괜찮지만, 더욱 2주 정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알았다. 기관부의 최소한 수리와 장갑의 구멍을 다 메우면, 생명과 환경유지를 먼저 부탁하지. 지금은 마법으로 보호하고 있지만, 오랫동안 오염상태에 두고 싶지 않아.”

 

  『네이, 알겠습니다.

  브릿지 근처에 무사한 클리닝룸이 있으니, 그쪽도 정비해 두겠습니다.

  아가씨들에겐 침구라든가 필요하니까요.』

 

  “정비? 무사한 거겠지?”

  뭘 정비한다는 건가.

 

  『아―…아니, 그게 말이죠오.

  원래 있던 간부 남자들이 개인실로 하고 있어서.

  청소는 하지 않지, 더럽히기만 하지, 창피한 굿즈가 잔뜩 있지.

  아가씨들을 재우기엔 너무한 상태입니다. 네에.』

  아아. 한심한 남자가 혼자 사는 방을 응축한 상태인가……그냥 비어있는 쪽이 훨씬 낫군.

 

  “그 부분은 맡기지.

  단지 신사들이 즐기는 데이터 종류는 다른 장소에 제대로 보관해두도록. 알겠지?“

  그걸 버리다니 말도 안 된다……!

  미래의 거시기한 물건인 거겠지.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역시 굿즈 종류는 만질 생각이 들지 않지만. 데이터에 죄는 없다.

 

  『헤헤이, 그야 뭐. 마왕님도 호사가시로군요.』

  빙그레 웃음을 짓는 와이번. 그런가. 너도 아는가.

  어느 의미 결벽증인 누님 인격보다 훨씬 좋을지도 모른다.

 

  “이구사. 천박.”

  “이구사님 불결해요오…….”

  이런, 두 사람 모두 근처에 있다는 걸 잊고 있었다.

 

  “……두 사람이 근처에 있다는 걸 염두에 두지 않았군.

  하지만 나는 후회하지 않아. 마왕이란 자가 욕망을 부정하면 어떻게 하나?

  아니, 부정은커녕 적극적으로 긍정해주지. 그것이 마왕의 그릇이다……!“

  여기는 새삼, 번쩍하는 의성음이 들릴 정도의 얼굴로 단언했다.

 

  “”…………“”

  두 사람의 시선과 침묵이 아프다. 하지만 후회는 하지 않는다.

  하지만 말이지. 리젤. 사역마인 네가 주인을 부정하면 어쩌나?

  너는 나중에 예절교육에 더해 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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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색이 강한 오마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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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중 등장 함선

 

▶ 전투기 클래스 5 [C5]

 

● TLF-90049 액트레이 (15m x 30m 사이즈)

T테스트 L라이트 F파이터의 이름대로 아드람 제국의 시작경전투기.

어느 정도 양산되긴 했지만, 가동효율 최우선으로 설치된 리액터가 피탄하여.

바로 기관대파하는 사례가 다발했기에 생산중지된 결함품.

하지만 거친(촌스럽다고도 할 수 있는) 디자인의 배가 많은 아드람 제국에 있어서.

희소하게 우아한 디자인의 배이기 때문에 애용하는 호사가는 많다.

 

● MTL-90050 액트레스 (15m x 30m 사이즈)

M밀리터리 시리즈의 클래스 5 경전투기.

액트레이의 결함부분을 수정하여 약간 화력을 향상한 뒤에 정식채용되었다.

구식화되었지만 아드람 제국 전체에서 현역으로 쓰이고 있는 명 기체.

운동성이 세일즈 포인트지만 화력과 실드는 빈약하다.

일반시장에 판매도 되고 있지만, 하물 적재량이 없기에 해적 세계에선 기피되고 있다.

 

 

▶ 드론 [NH]

 

● FD-TypeAFL-50926E (16x15m)

필헤이트 종교국이 개발한 신형의 대기권한정(Air Field Limited) 무인전투기.

동형의 드론이 들어 있는 포드를 써서 대기권 밖에서 돌입한 뒤에 행동을 시작한다.

강하에 쓴 포드는 무인기의 지휘를 하는 고급AI가 탑재되어 있다.

연사식 레이저 기총과 그 연사를 지지하는 신형 리액터가 세일즈 포인트다.

또한 무인이므로 무리한 기동조차 가능한 대기권 내의 사신.

가변익을 가지고 구시대의 항공기 같은 외견을 하고 있다.

클래스 4 전투기급의 실력을 가지고 있지만 고가인 데다가 사용환경이 한정되어 있기에

군 이외에 운용하는 데는 거의 없다.

 

 

▶ 강습양륙함 [AAS] (Amphibious Assault Ship)

 

● M-HD4002 드라군 (180x30m)

아드람 제국, 유니오네스 왕국이 공동개발한 3세대 전의 하이브리드 강습양륙함.

준구축함 레벨의 전투능력을 가지고 함재기를 최대 2기 탑재하여 돌입 포드에 의한 백병전,

행성 궤도상에서 강하작전도 가능한 만능함……을 목표로 했지만,

요망이 너무 많은 데다 작성 비용에 제한이 있었기 때문에

뭐든지 할 수 있지만 아무 것도 못하는 배가 되고 말았다.

어느 정도 양산은 되었지만 구식화 되어 바로 전문함으로 배치가 끝난 상태다.

유니오네스 왕국도 개발에 참여하고 있었기에 아드람 제국함치고는 드물게 외견이 좋다.

형태로서는 날개를 가진 유선형의 쿠나이. 추진기가 있는 후부가 조금 부풀어 있다.

Posted by 추리닝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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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오염행성 편

 

6화. 마왕, 첫 친정을 행하다

 

 

  흔들, 흔들. 몸이 흔들리고 있다.

  듣기 좋은 목소리가 먼 곳에서 들려서 꽤나 기분이 좋다.

  이대로 자는 것도 나쁘지―――

 

  “이구사님, 이구사님. 일어나주세요오. 수리 끝났으니까.

  어째서 저는 이구사님을 이구사님이라고 하는 데에 저항감을 느끼지 않게 된건가요오오오오!“

  리젤군, 그건 말이야. 마왕의 사역마로서 자네가 순조롭게 정착하고 있으니까다.

  마왕의 사역마라는 건 마왕의 직속 신하라고. 그야 님이라는 말도 붙이겠지.

  자고 있는 마왕의 고간을 발로 차면서 “어이 일어나, 이 돼지!”라고 깨우는 부하는 있을 수 없잖아?

  ……아니, 그건 그거대로 있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나는 심각한 M은 아니기에 그 뒤에 잔뜩 잠자리 위에서 벌을 주겠지만.

  오히려 벌을 받고 싶어서 반항적인 태도를 취하는 부하라든가 좋지 않은가!?

  이런, 안 되지. 또 사고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사고에 몰두하는 데에, 사고가 엇나가는 건 나의 나쁜 버릇이다.

  하지만 신경 쓰여서 참을 수 없다. 자고 있는 것도 아까울 정도로.

 

  ―――흠.

 

  번쩍하고 눈을 뜨자 좋은 목소리로 반쯤 울고 있는 리젤이 있었다.

 

  “좋은 아침. 리젤.

  갑작스럽게 미안하지만, 성적인 의미로 벌을 받고 싶어서 반항적인 태도를 취하는 부하를 어떻게 생각하나?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나?“

  타인에게 의견을 구하는 건 지배자로서 중요한 자세라고 생각한다.

  타인에게 너무 의존하는 건 어떨지 생각하지만, 의견을 너무 듣지 않는 것도 좋지 않겠지.

 

  “일어나자마자 그건가요. 그런 거 저에게 묻지 말아주세요오오오!”

  울리고 말았다.

  여심이라는 건가? 어려운 일이다.

 

  용사님―――라이무에게도 같은 질문을 해봤지만.

  “뇌가 썩은 거야? 죽으면 좋을 텐데.”

  굉장히 평가가 나빴다.

 

 

――――――

 

 

  무사히 수리와 조정이 끝난 리액터가 가동하여 하얀 부메랑 형태의 전투기,

  정식명 「클래스 5 전투기, TLF-90049 액트레이」의 기동 체크가 행해졌다.

  그렇다 하더라도 작업이 너무 전문적이라서 실제로는 리젤이 열심히 하고 있는 걸 보고 있을 뿐이지만.

 

  옛날부터 SF에서 신경 쓰였었다.

  SF스런 메카닉, 너무 만능이지 않아?

  잘 생각해 봐라. 갖가지 종류의 기계가 있어도 잠깐 작업장에 들어가면 하드도 소프트도 완성하잖아?

  어째서 배나 전투기나 이것저것 수리나 분해가 가능한 거야? 실력이 좋든 나쁘든, 일단 지식량이 이상하잖아.

  그 부분을 리젤에게 물어봤다.

 

  “으음. 과학문명의 여명기 땐 하나의 기계마다 복잡한 매뉴얼이 있었다고 들었어요오? 하지만 과학기술이 일정 라인을 넘으면, 급격히 공통규격화가 진행되는 거에요오.

  그래서 가정의 조리기구를 수리할 수 있는 사람은, 전투기도 전함도 수리할 수 있어요오.

  그게 크기라든가 규모는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같은 걸요.“

  과연. 알기 쉽다.

  제품 하나하나에 수리나 작성 매뉴얼이 있는 것보다도 다소 쓰기 힘들거나 효율이 떨어져도 공통규격화하면 제조나 수리에 관해선 하나의 기술을 배우면 모든 것에 응용할 수 있다는 거다.

  효율이 떨어지거나 쓰기 힘들어지는 부분은, 그거야말로 향상된 성능으로 보충하면 되고.

  이 세계가 다른 SF와 같은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긴 세월의 의문이 시원하게 풀렸다.

 

  액트레이가 가지고 있는 두 개의 리액터가 공명하는 소리는 신비적이기도 하다.

  휘이이이……하고 소리 높은 동작음. 내 기억 속에 있는 비슷한 거라면, 제트엔진의 기동시에 들리는 소리와 닮았지만, 이것이 액트레이에 탑재된 형식의 리액터 작동음이라고 한다.

 

  “이구사. 나는 원래 지구에서 병기라든가 자세하지 않았지만, 이 기체는 아름답다고 생각해.”

  그다지 남자의 로망을 알아주지 않는 라이무지만, 기능미에 대해선 다른 것 같다.

 

  “그렇군. 지구의 병기 기준으로 보면 이질적인 디자인이지만, 좋은 취미다.”

 

  이대로 세 사람이 타면 콕핏에서 밀착한 데다가 트위스터 게임 상태가 되기에 리젤이 열심히 복좌 개조를 하고 있다.

  전후로 나눠진 복좌가 아니라, 옆으로 나란히 만드는 점에서 리젤의 고생이 보인다.

  개조 후에 완성된 것을 봤지만, 좁았던 콕핏이 꽤나 넓어졌다.

  아무래도 수리를 위해서 예비부품을 전부 썼기 때문에 공간이 비었다고는 하지만.

 

  “뭔가 어려운 생각이 간단하게 떠오르고, 지나치게 높은 난이도의 작업이 간단하게 가능하고, 기분 나빠요오…….”

  좋은 일뿐인데도 어째선지 작업하면서 울고 있었지만.

  마왕의 사역마가 되었으니까 스테이터스도 상승한 거겠지.

 

  “잘됐군. 스테이터스가 올라서. 전체적으로 꽤 상승한 거 아닌가?”

 

  “스테이터스라니 뭔가요. 사람의 능력은 그렇게 단순한 숫자로 나타낼 수 있는 게 아니라구요오오오오!”

  아니, 숫자로 나타낼 수 있지만. 해석마법을 걸면 아마도 구체적인 숫자가 보일 거라고?

  ……뭐, 실제로 알려주는 건 리젤이 좀 더 진정하고 난 다음이 나을까?

 

 

――――――

 

 

  “네네, 탔으면 제대로 앉아주세요.

  모션캔슬러는 있지만, 사람이 많으니까 상쇄할 수 없는 반동이 올 거에요오.“

 

  “옆으로 나란히 앉는 건……뭔가 위화감. 전차 같아.”

  중앙에 앉은 리젤의 저편에 라이무의 모습이 보인다. 신장의 문제로 좌석에서 다리가 떠있다.

  과학기술이 대단한 건지, 긴 시간 걸려서 디자인한 녀석들이 대단한 건지 모르겠지만, 왠지 모르게 조작방법을 알 수 있다. 그보다 간단한 것 같다.

 

  “이구사님. 만지지 말아주세요오. 오래된 배니까 섬세하다구요.”

  어째서 들켰나. 얼굴에 나왔나?

 

  “의외란 표정을 하고 있어. 이구사. 실제로 손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건, 들키겠군.

 

  그럼……정말 보는 것만으로 왠지 모르게 알 수 있군. SF도 얕볼 수 없다.

  리젤이 앉아 있는 곳에선 뭐든지 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운전석.

  조종과 항행 계열의 조작이 하기 쉬운 것 같다.

 

  라이무가 앉아 있는 곳은 부관석. 리젤의 보좌를 하는 느낌의 작업이 가능한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앉아 있는 곳은……지휘관석이로군.

  각종 정보를 조작, 참조하기 쉬운 것 같고, 통신기능도 충실하다.

  단지 조종이라든가 화기제어라든가는, 할 수 없는 건 아니지만 하기 힘들다.

  ……우연이겠지? 내가 그런 계통을 만지면 이상한 일이 일어날 거라 생각한 거라면 나중에 벌이다.

 

  “출발 전에 의식이나 이벤트를 곁들일 일도 없군. 리젤, 출발해줘.”

 

  “네에, 마이 마스터……우우, 결국 자연스럽게 말하고 말았어요오.”

  울사이 되었지만 리젤은 익숙한 손짓으로 조작을 하고 있다.

  지휘관석이니까 그렇겠지만, 눈앞에 있는 모니터적인 것에 전투기의 상태가 흘러간다.

 

  『리액터 가동률 5%에서 40%로 상승』

  리액터의 가동음이 높아진다. 이거 로망이 있구만.

 

  『실드 제너레이터 기동……성공. 실드 70% 전개. 강도 83s』

  헤에, 이렇게 작은 전투기에도 실드가 있는 건가.

  쨍그랑하고 깨지는 배리어적인 것도 아니고, 투명하다.

  적어도 청색의 흐린 거라도 있다면……아니, 필요가 없겠지.

 

  『화기관제 시스템 기동. 각부 정상.』

  모니터에 떠오른 액트레이의 전체도에 그린 표시가 늘어난다.

  기체 정면에 고정포가 하나, 날개 좌우에 소형의 선회포가 하나씩 총 3개인가.

  선회포에는 미사일 요격용이라든가 적혀 있고, 실질적인 무장은 하나인가. 역시 정찰기로군…….

 

  『이륙 시퀀스 개시. 부유 상태로.』

  표시 기기의 저편에서 보이는 밖의 영상이, 기울어진 상태에서 지면과 수평이 되었다.

  전방위 모니터는 로망이라고 생각하지만, 장소도 차지하는 데다가 효율이 나쁘다는 이유로 망막에 화상투영하든가, 시각신경에 직접 정보를 흘리는 것이 주류라고 한다.

  당연히 낡은 형식의 액트레이는 원시적이면서도 견실하며 값이 싼 전자, 망막투영형이라고 한다.

 

  “최종 체크 종료. 액트레이 발진합니다아.”

  ……아니 뭐, 리젤에게 있어선 일상적인 광경이겠지만.

  가볍다. 가볍다고! 거기엔 좀 더 연출이라든가 해야 하잖아!

 

  리액터 소리가 더욱 강해지자 둥실하고 부자연스럽게 상승하며 하늘로 날아갔다.

  떠올랐을 때의 부유감도, 가속 중에 시트에 달라붙을 것 같은 가속감도 없다.

  리젤이 말하던 모션 캔슬러……관성제어 장치 덕분인가.

  이건 편리한 물건이겠지만, 뭔가 굉장히 부족하다.

  풍경 영상이 움직이고 있는 것처럼 보여서, 화면 너머로 영화라도 보고 있는 것 같다.

 

  “……위화감.”

  라이무도 꽤 미묘한 표정을 짓고 있다. 나도 비슷한 표정을 짓고 있겠지.

 

  우리들을 태운 ‘액트레이’는 강습양륙함의 추락 지점을 향해서 적동색의 세계를 날아갔다.

 

 

――――――

 

 

  출발로부터 몇 분, 변함없이 불모의 대지 위를 이동하고 있을 때였다.

  어떤 사실을 라이무가 눈치 챘다.

  나쁘진 않다고 생각하지만, 솔직히 플래그겠지.

 

  “리젤, 의문이 있어. 지금 괜찮아?”

 

  “네에, 라이무씨. 조종은 반쯤 오토로 해두고 있으니까 괜찮아요오.”

 

  “우리들과 만나기 전, 습격을 했던 드론(무인전투기)라는 건 어떤 물건?”

 

  “드론인가요? 에……그러니까, 반쯤 소모품에 염가부품을 조립한 무인전투기에요.

  회수 타입도 있지만, 전쟁에서 쓰는 건 소모품 타입이 많네요.

  에너지가 떨어질 때까지 지정된 장소에서 아군이 아닌 것을 습격하는 거에요오.“

 

  “그건 민간인도 곤란하지 않아?”

 

  “소모품 타입은 전투가 끝나면 자폭 코드를 보내서 부수는 거에요오.

  가끔 자폭하지 않고 힘내는 야생 드론도 있지만 말이에요.“

  힘낸다든가 병기로서 어떤가 하지만.

  리젤의 말에 라이무는 시선을 위로 향했다. 나도 거기에 따라 하늘을 봤다.

  우주공간에서의 전투는 이미 절반쯤 끝났겠지.

  때때로 생각났다는 듯이 빔이라든가 날고 있지만, 꽤나 산발적인 것이 되었다.

 

  “그럼 한 번 이 액트레이를 떨궜던 드론, 아직 움직이고 있는 거 아냐?”

 

  “……후에?”

  이상한 소리를 내며 고개를 갸웃한 상태로 정지하는 리젤.

  굉장히 타이밍 좋게, 삐! 하고 나 같은 원시인도 알 수 있는 경고음이 울렸다.

 

  “싫-은 예감이 들어요오……싫어어어!”

  리젤이 반투명한 레이더 표시를 확대하자, 후방에서 세 반응이 접근하고 있었다.

  꽤나 빠르군. 이거라면 바로 따라잡히잖아.

 

  “드론이 왔어요. 오고 말았어요……!

  이쪽은 우주형에, 저쪽은 지상특화형. 어떻게 생각해도 도망칠 수 없어요오!“

 

  “그건 날기 전에 눈치 채라. ……저기, 지인에게 자주 천연이라든가 듣지 않아?”

 

  “뭔지 모르겠지만 그런 말 자주 들어요오!”

  자포자기한 느낌으로 답하는 리젤. 아아, 역시 주변에서도 천연이라고 생각하는가.

 

  “납득. 그래서 싸워서 이길 수 있어?”

 

  “드론은 기본적으로 숫자로 밀어붙이는 타입이지만, 성능은 클래스 4에 가까워요오……

  이 아이는 구형인 데다가, 저쪽은 신형에 숫자도 많고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어요.

  ……모처럼 살았는데 또 추락하고 싶지 않아요오오오오오!?“

  울면서도 리젤은 뭔가 바쁘게 조작하고 있다.

 

  『리액터 가동률 120% 주의: 과부하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추진기 작동효율 112%로 상승』

 

  지금까지 평화롭게 비행하고 있던 액트레이가, 발로 차인 듯이 가속을 시작했다.

  모션캔슬러로 상쇄할 수 없을 정도의 가속이 몸에 걸려 시트에 몸이 달라붙는다.

  아니, 역시 가속하고 있는 전투기라면 이래야지!

  필사적으로 조작하고 있는 리젤에게 나는 SF적 로망을 느끼며 만족하고 있었다.

 

 

――――――

 

 

  “아아아아, 안 되요오. 역시 따라잡혀요오오오오!”

  일시적으로 드론과 같을 정도로 가속한 액트레이지만, 슬프게도 구형의 운명인가.

  리액터를 한계 이상으로 출력을 올리는 숨겨진 기술을 써서 출력을 150%까지 올렸을 땐 드론보다도 속도가 나왔지만.

  1분도 지나지 않아 과부하에 비명을 올린 리액터의 출력이 저하하여 꽤나 속도가 떨어졌다.

  이미 육안으로 드론(무인전투기)를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접근하고 있다.

  이대로 격추 당하는 것도 재미없다.

  격추되어도 라이무와 나는 괜찮겠지만, 리젤의 목숨은 애매하고.

  귀중한 고양이귀 사역마를 잃을 순 없다. 야한 짓도 아직 하지 않았고……!

 

  “리젤, 드론의 무장은 알 수 있어?”

 

  “알 수 있어요. 마이 마스터……마이 마스터. 마이 마스터…익숙해졌어요……우우.

  저 타입은 필헤이트의 지상전용 신형이니까, 접근해서 저감쇠형의 레이저 기총일 거에요오……우히이!“

  리젤이 비명을 올리며 기체를 기울여 가로로 움직이자, 아까 전까지 날고 있던 위치를 향해서 푸른 빛의 광선이 몇 개나 통과했다.

 

  “레이저……레이저인가.”

 

  “이구사. 뭔가 방법이 있어?”

 

  “시험해 보지. 아마 효과가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운 좋게 피했지만, 이젠 무리. 더 이상 피할 수 없으니 추락해요오오오!”

 

  『개념마법: 광속성내성부여X』

 

  개수를 늘린 레이저가 직격 코스로 명중했지만……좋아. 듣지 않았군.

  반사하는 것도 아니고 단지 명중해도 효과가 없을 뿐이다.

 

  “맞았어요. 이제 떨어져요. 떨어질 거에요오오오오! ……어라아……? 어째서 20번은 벌집이 될 정도로 레이저를 맞았는데도 멀쩡한 건가요오……?”

 

  “리젤. 지금 발언은 좋은 느낌으로 에로했다. 다음 부터도 그 마음을 소중히 해줘.”

 

  “그런 건 대단히 아무래도 좋은데요오오오!?”

 

  “뭐, 설명은 해주지. 레이저라는 건 기본적으로 빛이겠지?

  그럼 광속성 내성 레지스트 마법을 걸면 되잖아.

  레이저라서 다행이었지. 빔이었다면 아마도, 물리나 화속성이 섞여있었을 테니까.“

  하전입자포라면 광, 물리속성이겠지. 아니 화, 물리일지도 모르지만.

 

  “아, 과연. 마왕이고 광속성 내성은 확실하게 해둔 거네.”

  라이무는 납득한 것 같다.

 

  “이젠 마법이라든가 싫어요오오오. 상식이 이상해져요!”

  리젤도 그렇지만 드론들도 혼란에 빠진 것 같다.

  필사적으로 레이저를 쏘고 있지만, 반사하는 것도 아니다.

  단지 듣지 않는 건 AI로선 이해할 수 없는 거겠지.

 

  “리젤, 반격은 할 수 없나?”

 

  “저쪽은 고기동형의 드론이고, 클래스 4 상당이라면 실드도 제대로 있으니까, 이런 구닥다리 구식 빔 연사포에 제 실력으로는 이구사님의 명령이라도 무리에요오.”

 

  “이번엔 내가 어떻게든 할 수 있을지도.

  선회식 레이저포, 조작 이쪽에서 넘겨받을게.“

  라이무가 자신의 앞에 있는 콘솔을 삥뽕 두드리며 조작한다.

  21세기의 지구인 여자아이가 감각적으로 조작할 수 있다니. SF 정말로 대단하다.

  솔직히 가장 감동하고 있는 부분이기에 몇 번이라도 주장하고 싶은 기분이다!

 

  “무리라니까요오. 미사일 요격용의 저출력 레이저포니까, 맞아도 드론의 실드에 기스를 낼 정도에요오.”

 

  “아마도 괜찮아.”

  라이무가 조작권을 잡자 날개에 묻혀 있던 볼 형태의 레이저포가 눈처럼 보이기도 하는 사격용 렌즈를 빙글하고 후방으로 움직인다.

 

  “타겟 고정……은 무리네. 수동으로 변경해서. 에잇.”

  기합이 들어가지 않은 라이무의 목소리와 함께, 명백히 두껍고 날카로운 레이저가 발사되었다……어이쿠, 직격을 받은 드론이 기체에 큰 구멍이 뚫리며 2기 추락했다. 일격에 대단하네.

 

  “어째서 그런 구닥다리 레이저포로 실드로 장갑도 관통할 수 있는 건가요오오오오.”

  점점 리젤의 울음소리가 놀라움보다도 포기라든가 슬픔의 성분이 많아졌다.

  어째서 알 수 있냐고? 그야 전직 악을 동경하던 사람이고, 지금은 마왕인걸.

  사람들의 비명에 일가견 있는 건 당연하겠지?

 

  “공격력은, 본인의 능력과 무기 성능의 합계.

  그렇기에 기본적으로 공격력 높으니까 약한 무기라도 어떻게든 돼.“

  과연. 청동의 검이라도 강한 녀석이 장비하면 강력한 마물이라도 데미지가 들어가니까.

  적어도 레이저포는 청동의 검보다도 훨씬 공격력이 높을 것 같다.

 

  “이제 판타지는 그마아아안. 리젤땅 집에 돌아갈래애애애!”

  최후의 드론이 라이무의 손에 의해 간단하게 추락하는 와중, 리젤은 유아퇴행이 시작되고 있었다. 그런가. 어린 시절엔 리젤땅이라고 불리고 있었나.

 

 

  이렇게 무사히 드론을 격퇴한 우리들이지만.

  본격적으로 유아퇴행을 일으켜서 텅 빈 눈으로 “오빠, 언니는 누우구?”라며 말하기 시작한 리젤을 제정신으로 돌리기 위해 꽤 고생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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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형 오마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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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이구사 (사나다 이구사)

종족: 지구인   성별: 남

연령: 21   직업: 마왕

Lv: 1   EXP: 10/100

 

<스테이터스>

스테이터스 포인트: 775

근력 (STR) = 100 (+860%)

체력 (VIT) = 100 (+938%)

민첩 (AGI) = 100 (+678%)

지력 (INT) = 500 (+1528%)

정신력 (MND) = 600 (+1238%)

매력 (CHA) = 500 (+981%)

생명력 (LFE) = 200 (+1002%)

마력 (MGI) = 600 (+5642%)

 

<스킬>

스킬 포인트: 135465

  <이것저것 생략>

[아드람 제국 공용어] Lv.1(MAX)

 

<그 외>

● 신장/체중: 183cm/63kg

● 악에 대한 동경

● 가만히 있으면 지적인 외모

● 속은 에로 마왕

● 안경은 폼

● BL 소재 피해 583건

● 마왕의 특권: 원통하게 죽은 사망자 수에 의한 스테이터스 강화

 

이름: 라이무 (무코지 라이무)

종족: 지구인   성별: 여

연령: 17   직업: 용사

Lv: 3   EXP: 468/500

 

<스테이터스>

스테이터스 포인트: 13

근력 (STR) = 20 (+138%)

체력 (VIT) = 15 (+86%)

민첩 (AGI) = 10 (+228%)

지력 (INT) = 10 (+120%)

정신력 (MND) = 24 (+860%)

매력 (CHA) = 11 (+88%)

생명력 (LFE) = 20 (+368%)

마력 (MGI) = 14 (+175%)

 

<스킬>

스킬 포인트: 33

[무기숙련(검)] Lv.5

[무기숙련(창)] Lv.3

[무기숙련(궁)] Lv.3

[강타] Lv.4

[저격] Lv.2

[방어구숙련(중갑)] Lv.4

[회피] Lv.4

[기승] Lv.2

[대형기승] Lv.2

[기승: 비행] Lv.4

[법리마법] Lv.2

[기도마법] Lv.2

[개념바법] Lv.2

[공간마법] Lv.2

[교섭술] Lv.2

[감정] Lv.3

[치료] Lv.1

[마물지식] Lv.3

[불굴] Lv.2

[아드람 제국 공용어] Lv.1(MAX)

 

<그 외>

● 신장/체중: 142cm/39kg

● 쿼터에 의한 격세유전. 은발벽안.

● 외견 연령은 12세 정도.

● 연령 착오 횟수 115회

● 담백 냉담

● 속은 의외로 열혈

● 합법로―……어이, 뭐하는 거야 그만ㄷ

● 용사특권: 전장에서 쓰러진 영령들의 수에 의해 스테이터스 강화

 

이름: 리젤리트 폰 카르미라스

종족: 사역마/아드람인   성별: 여

연령: 16   직업: 우주선 기술자

Lv: 1   EXP: 48/100

사역마 Lv: 1   EXP: 13/500

 

<스테이터스>

스테이터스 포인트: 12

근력 (STR) = 8 (+10)

체력 (VIT) = 9 (+10)

민첩 (AGI) = 7 (+10)

지력 (INT) = 13 (+10)

정신력 (MND) = 5 (+10)

매력 (CHA) = 14 (+10)

생명력 (LFE) = 12 (+10)

마력 (MGI) = 1 (+10)

 

<스킬>

스킬 포인트: 0

[기계지식(공통규격)] Lv.1

[기계수리(공통규격)] Lv.1

[기계조작(공통규격)] Lv.1

[무중력운동] Lv.1

[소프트웨어 조작(공통규격)] Lv.1

[소프트웨어 작성(공통규격)] Lv.1

[구조지식(우주선)] Lv.1

 

<그 외>

● 신장/체중: 158cm/52kg

● 고양이귀 고양이꼬리. 검은 털.

● 원래는 아가씨

● 천연

● 거기에 복흑

● 판타지 세계에 어서 오세요!

● 마왕의 사역마가 되어 스테이터스 포정

Posted by 추리닝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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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오염행성 편

 

5화. 마왕, 세계를 알다

 

 

  “사역마라니 뭔가요오!

  혼이라든가 영원한 충성이라든가, 이거 혼인신고서보다 훨씬 무겁잖아요오오오!“

  고양이귀 아가씨, 다시 말해 리젤리트가 나의 목덜미를 잡고 덜컹덜컹 흔든다.

  이 시대에도 있는 거군. 혼인신고서.

 

  “마왕, 외도……하긴 마왕이고 외도인가.”

  오물을 보는 듯한 시선으로 보는 용사님.

  계약도 끝났고, 말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그리고 자신의 발언에 스스로 납득한 것 같다. 네. 외도에 마왕입니다.

 

  “사역마는 무냐고 해도 말이지.

  명령, 리젤리트. 앉은 다음에 손.“

  나를 흔들고 있던 리젤리트가 네 발을 모아 앉은 다음, 내가 내민 손 위에 툭하고 둥글게 만 손을 올린다.

 

  “에에에엣, 나는 어째서 이런 말을 듣고 있는 건가요!?”

  손을 내민 다음, 멋대로 움직인 몸을 안고서 두려움에 떨고 있다.

 

  “봐라. 고양이라고 한다면 사역마고 말이지. 사역마라면 절대충성이고 말이지?”

 

  “영문을 모르겠어요오오오!”

  반쯤 울고 있는 리젤리트.

  으음. SF의 주민에게 판타지 설명은 어려운가.

 

  “뭐, 혼인사기에 걸렸다고 생각하고 편하게 인생 포기하자?”

  좋은 미소로 리젤리토의 어깨를 툭하고 두드려준다.

 

  “싫어어어어어!

  모처럼 용병대에서 자주퇴직했는데, 인생 포기하다니 싫어어어어!“

  지면에 엎드려서 울고 있지만……어딘지 모르게 여유를 느낀단 말이지.

  게다가 자주퇴직이라니. 역시 방심할 수 없는 아이다.

  랭크가 높은 사역마 계약을 하는 건 정답이었나……?

 

 

――――――

 

 

  울고 외치길 일단락 짓고 나서 리젤리트도 진정했다.

  좋은 리액션의 비명과 울음소리, 잘 먹었습니다.

 

  일단은 자기소개 타임이 되었다.

 

  “나는 마왕, 마왕 이구사. 소환된 지구인이다.”

 

  “나는 라이무. 소환된 용사. 마찬가지로 지구인.”

 

  “욱…훌쩍…리젤리트. 아도람 제국시민이에요.

  전직 제1113용병대, 메카닉이었습니다.“

 

 

  “일일이 경칭을 붙이는 것도 성가신 일이지.

  이구사, 라이무, 리젤이라고 서로를 부르는 건 어떤가?“

 

  “응. 나도 그러는 편이 좋아.”

  용사는 꽤나 담백한 반응이군. 아직 시선이 아프지만.

 

  “네에에……훌쩍.”

  아직 울음이 그치지 않았다. 일일이 리액션이 좋은 아이다.

  여기에 어미가 ‘냐’였더라면, 이성이 끊어져서 덮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럼 리젤. 이 나라의 상황이라든가 알려줄 수 있을까?

  나도 라이무도 거의 설명 없이 소환되었기에 아무 것도 모른단 말이지.“

 

  리젤은 훌쩍이면서도 설명을 시작했다.

 

 

  우선 이 나라.

  몇 계인가 항성계를 소유하고 있다고 하니까, 꽤 대규모인 거겠지.

  명칭은 ‘아도람 제국’. 제국이라고 해도 황제가 독재하고 있는 건 아니다.

  원래 세계의 일본처럼 황실은 남아있지만 정치는 대의제라고 한다.

 

  나라 규모는 우주에서도 유수, 꽤 거대국가라고 한다.

  그렇다곤 해도 유일한 거대국가라는 것도 아니고, 그 외에도 비슷한 사이즈의 거대국가와 패권다툼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놀라운 것은, 국가를 구성하고 있는 아도람 제국이 판도를 넓히고 있는 성계나 혹성에 살고 있던 우주인만이 아니라, 지구 기원의 인류가 많이 있다는 사실이다.

  이세계인 데다가 훨씬 미래라고 생각하지만, 지구 기원의 인간이 있다는 건 솔직히 의외였다.

  본래 아도람 제국의 판도에는 지적생물이 적다.

  주로 이민해서 늘어난 지구 기원의 인간과, 인간과 판도 내에 있는 행성에서 진화한 원주생물을 서로 합쳐서 만들어진 수인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 같다.

  지구인이 이민해 온 것이 대략 1200년 전.

  처음엔 차별 같은 것도 있었던 것 같지만 혼혈이 진행되면서 그것도 사라지고 지금은 인간과 수인은 차별하는 일 없이 살고 있다고 한다.

  덧붙여 멀리 떨어진 지구는 태양계채로 장기간 쇄국하고 있다고 한다.

 

  위에서 열심히 전투하고 있는 상대는 아도람 제국적인 지도에서 말하자면 남쪽에 위치하는―――우주이긴 하지만, 편의적으로 방향을 붙이는 것 같다.

  필헤이트 종교국과의 전쟁이라고 한다.

  이 정도 규모의 우주전쟁이 일어난 건 20년만이라든가.

  필헤이트 종교국은 단일종교면서도 많은 지적생명체 종족이 모인 연합국가다.

  교황과 사교를 중심으로 한 반독재체제로 같은 종교라면 종족은 묻지 않는다고 한다.

  아도람 제국만큼 대규모는 아니지만 국민 중엔 지구 기원의 인류도 섞여있다고 한다.

 

  전쟁이라고 한다면 어느 한 쪽이 멸망직전까지 싸우는 대전쟁인가 하고 마왕적으로 기대했지만, 기본적으론 어디에서 세금을 걷는가 라든지 세력권의 경계선을 어떻게 그을 것인지로 국가사이에서 싸우기는 해도, 시민이나 상인, 기업에는 딱히 전쟁의 영향이 없다고 한다.

  시민을 살해하면 생산력이 떨어져서 침략하는 의미가 없고, 상업행동을 멈추면 자국의 세수도 생산력도 떨어지는 데다가, 다국가 간에 걸친 기업의 눈밖에 나가서 비참한 꼴이 된다고 한다.

  그렇기에 기본적으로는 군대와 군대가 전투를 하고 상대방의 거점을 부수거나 배를 침몰시키는 정도.

  전투주역 근처를 날고 있으면 눈먼 총알에 맞을 수도 있지만, 군대나 군속 이외에는 딱히 영향도 관계도 없는, 불리하게 되면 간단하게 정전조약을 맺는 드라이한 전쟁이라고 한다.

 

  리젤이 소속되어 있던 곳은 아도람 제국과 용병계약을 맺은, 함재기를 2기 탑재한 강습양륙함이 1척 있을 뿐인 소규모 용병부대였다고 한다.

  원래 리젤은 전쟁 같은 것 할 생각도 없고 평범한 상선이라고 생각하고 메카닉 모집에 응모했지만 전투함이라고 하는, 광고에 속은 경우라고 한다.

  전투가 벌어지고 바로 강습양륙함은 대파를 당했으니까 더욱 운이 나쁘다.

  우연히 전투기를 정비하고 있었던 리젤은 그것을 기회로 전투기를 약탈하고(본인이 말하기론 퇴직금) 혼자서 도망친거지만.

  필헤이트 측의 무인전투기가 발견하여 격추, 여기에 추락했다고 한다.

 

 

  “음, 뭐라고 해야할지 행동력이 있는 건 알겠지만 운이 나쁘네.”

 

  “이구사님이 그런 말을 하지 말아주세요오오오오!”

  내 코멘트에 다시 리젤이 울며 나의 몸을 흔들었다.

  참고로 사역마 계약 때문인지 막 부를 수 없어서 님을 붙이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중요한 우리들이 소환된 이 별.

  이 별에는 아도람 제국권내에도 적은, 지구인류와 교배조차 가능할 정도로 유사성이 높은 지적생명체가 살고 있었다고 한다.

  지구인류와 원주생물과, 일부 발달하고 있던 지적생명체가 아도람 제국을 만들었을 때엔 아직 문명 레벨이 중세였기에 접촉하지 않고 관찰대상으로 보고 있었다고 하지만, 600년이 지나도 여전히 문명 레벨이 중세였다고 한다.

  아마도 그 그림자에는 정기적으로 발생하는 마왕과 용사의 싸움이 있었던 거겠지.

  기다리기 지친 아도람 제국이 접촉을 가지고 단숨에 문명화를 추진했다고 하지만, 약속처럼 인구폭발과 환경파괴, 자원의 고갈, 마지막엔 민족이나 종교에 의한 내전 상태가 되어 위험한 병기를 서로 쏴댄 끝에 생명이 살지 못할 정도의 오염이 행성 전체에 퍼졌다고 한다.

  뭐라고 할 수도 없네. 그보다 마왕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인구가 급격히 줄어든 사람들은 행성을 버리고 아도람 제국이나 주변 국가 등등 우주로 퍼졌다고 한다.

  대충 이런 설명을 듣고 있는데 옆에서 라이무가 먼 산을 보는 눈이 되었다.

  상심이 크겠다는 말밖에 해줄 말이 없다.

  배경도 지킬 대상도 없는 용사라든가, 주거지 불명의 무직이니까 말이지…….

 

 

  “이 별에는 아무도 살고 있지 않는 거겠지?”

 

  “그래요. 그보다 아무도 살 수 없어요.

  오염방지 환경슈츠도 없이 맨 몸으로 살아있는 쪽이 이상하다구요오오오.“

  훌쩍훌쩍 한탄하는 리젤. 아직 좀처럼 마법이라는 걸 믿을 수 없는 것 같다.

 

  “그럼 뭐, 당면 목적은 정해졌군.”

 

  “응. 무인행성에 있어봐야 소용없어.”

  라이무도 동의하는 것 같다.

 

  “이 별을 탈출할 방법을 생각할까. 리젤, 뭔가 좋은 방법 없나?”

 

  “이 애를 수리해도 대기권 탈출은 무리에요오……. 탑승가능인원수도 적고.”

  확실히 저 좁은 콕핏에 세 사람은 무리일 것 같다.

 

  “리젤이 타고 있던 모함은 이 별에 떨어졌어?”

 

  “맞아요. 탈출한 것도 대기권 내였고…그다지 멀리 날지는 못했어요.”

 

  “……응? 이상하지 않아? 우주선이잖아. 어째서 대기권 내에 있었던 거야.”

 

  “그건 말이죠…….”

 

  설명에 의하면 강습양륙함은 적함에 육박하여 해병대를 태운 포트를 쏴서 내부에서 제압하는 타입과 우주공간에서 행성으로 낙하하여 지상거점의 점령을 행하는 타입 2종류가 있다고 한다.

  리젤이 타고 있던 강습상륙함은, 어느 쪽도 가능한 하이브리드 타입이라고 한다.

 

  “좋은 배에 타고 있었던 거야?”

 

  “형식이 오래된 것일 뿐이에요오……. 어느 쪽에 특화한 전문함 쪽이 훨씬 고성능이에요.”

 

  대기권 내에 들어가는 능력을 살려서 대기권 안에서 살금살금 상대방에게 다가가려고 했지만, 발견된 데다가 대기권 내 전투용의 무인전투기가 들어간 낙하 포트를 몇 개나 궤도상에서 투하 당하여, 거기서 나온 무인전투기에게 몰빵을 맞았다고 한다.

 

  “그 강습상륙함, 대기권 탈출 할 수 있어?”

 

  “당연해요오. 낙하할 뿐인 일회용품은 효율이 나쁜 걸요.”

 

  “마ㅇ……이구사. 쓸 수 있을 것 같아.”

 

  “그렇네. 찾아 볼 가치는 있을 것 같군. 리젤. 모함이 떨어진 위치는 알 수 있어?”

 

  “비콘이 죽지 않았다면, 아마도. 하지만 이 별 넓으니까 며칠이나 걸린다구요오.”

 

  “확인해줘.”

 

  “네에. 마이마스ㅌ……어째서 나는 이런 대답을 하고 있는 거야아아아!?”

  크크큭. 사역마에 물들기 시작한 것 같군.

 

  울면서 전투기의 기기를 만지작거리던 리젤이 바로 장소를 찾았다.

  이 전투기가 날면 10분 이내, 걸어서라면 일주일은 가볍게 걸린다고 한다.

  다행히 같은 대륙에 추락하고 있으므로 바다를 건널 필요는 없다고 하지만…….

  음. 역시 걸어서 일주일은 너무 귀찮다.

 

  “리젤, 이 전투기는 수리할 수 없나?”

 

  “응급수리는 할 수 있어요오. 하지만 리액터가 절반 날아간 걸요. 중고품이라도 좋으니까 교환부품 가져오지 않으면 무리에요오.”

 

  이 전투기의 엔진적인 것. 반응로 리액터는 2개 있어서 활공이나 불시착이라면 한쪽만이라도 좋지만, 이륙이나 상승 같은 부담이 걸릴 때엔 2개가 움직이지 않으면 무리라고 한다.

  실제로 보러 가자 날개와 날개 사이에 농구공 정도의 구체부품이 두 개 있고, 기체 좌측에 있었던 것은 빔인가 뭔가의 직격을 받은 건지 한입 먹은 사과처럼 부서져있었다.

 

  “……저기, 리젤. 전문가도 아닌 내가 말하는 것도 그렇지만, 어째서 이런 곳에 중요부품이 노출되어 있는 거냐?”

 

  “원래 이런 타입은 전투기 중에서도, 클래스 5……그러니까, 정찰이나 반격기능을 가지지 못한 대상에 대한 습격 전용인 거예요오.”

  그렇군. 정찰용이라면……뭐, 피탄 전제가 아니라는 건 알겠다.

  아무래도 이 위치가 가장 출력이 강하게 나오는 것 같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약점이 너무 빤히 보인다고 판매중지 된 형식이에요오……. 그래서 약소 용병대가 가지고 있었던 거예요.”

 

  “……그런가.”

  나는 우주인이나 미래인에게 너무 많은 환상을 가지고 있었던 걸까.

  미래인이나 우주인도 때로는 바보 같은 걸 만드는군……응.

  ……뭐, 이 크기라면 어떻게든 될까.

 

  “피탄하고 나서 어느 정도 지났어?”

 

  “2시간하고 조금이에요……. 어떻게 하실 건가요?”

 

  『시공마법발동: 물체상태역행』

 

  리액터에 손을 대고 마법을 영창하며 발동했다.

  에너지를 만드는 기관인 만큼 마력의 소모가 극심하네…….

 

  천천히 리액터의 시간이 돌아가서…좋아. 나았다.

  파괴된 것은 한 순간이었던 거겠지. 어느 정도 시간을 돌리자 단숨에 복원했다.

 

  “우에에에에에에에!? 뭐가 어떻게 된 건가요오오오!”

  파괴되기 전의 상태까지 돌아간 리액터를 앞에 두고 리젤이 무릎을 꿇고 아연해하고 있다.

 

  “마법이다.”

  “마법이네.”

 

  “이상하잖아요오! 마법이라든가 비과학적이에요! 어째서 부서진 것이 원래대로 돌아가는 건가요오오오!”

  리젤이여. 상식은 버리는 편이 좋다.

  하지만 양식은 버리지 마라. 그편이 재밌으니까.

 

  “이구사, 이 마법 무슨 계통? 흥미 있어.”

 

  “법리계 마법 스킬 트리 깊숙한 곳에 있다. 공간마법 lv.10과……나머지 조건은 모르겠다.

  마력 소모가 너무 심해서 쓰기 힘드니까, 솔직히 추천할 순 없다고?“

 

  “유감. 공간마법을 최대까지 올리기엔 스킬포인트가 아까워.”

  추욱……하고 실망하는 용사였다.

 

  “리젤, 그런고로 수리는 맡겼다.”

  세 명 분량의 환경적응마법을, 유지시간을 길게 해서 새로 걸고…….

 

  『법리마법발동: 환경적은V/효과시간연장VII/대상수증가III』

 

  리젤이 혼란에 빠져있는 사이에 콕핏의 시트에 들어가서 한숨 자기로 했다.

  ……굿 나잇.

Posted by 추리닝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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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오염행성 편

 

4화. 마왕, 촌민을 잡다

 

 

  마왕님과 둘이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자 피탄 하여 비행장치가 부서진 건지, 이 별의 중력에 이끌려 우주선이 불덩이가 되어 때때로 추락했다.

 

  “불꽃놀이치곤 너무 화려하네.

  그것보다, 대기권에서 전부 타오르지 않는다든가. 굉장한 테크놀러지의 결정체인 거겠지.“

  추락한 것이 근처였다면 쿠쿵! 하고 배에 울리는 소리와 충격파가 덮쳐온다.

  이것도 『풍속내성 lv.10』의 효과인 건지, 마왕의 효과인 건지.

  용사님은 자세를 낮게 하고 방패로 버티며 충격파를 견디지만,

  나는 머리카락에 먼지가 묻을 정도의, 조금 강한 강풍 정도로 느끼고 있었다.

 

  “이제부터 어떻게 할까.”

  주변 지형을 뒤바꿀 정도의 충격파로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바로잡으며, 앞으로 어떻게 할지 생각했다.

  미소녀와 두 사람만 있다면,  그야 뭐 낳아라 늘려라 아담과 하와와 아이들적인, 할렘 해피엔딩을 맞이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마왕으로선 조금 부족한 결과이긴 하지만.

 

  단지……, 용사님이 너무 어려서 그건 어떨까 싶다.

  거기, 악이라면 로리든지 페도든지, 좋을대로 하면 된다든가 생각한 녀석 없었나?

  알겠어? 악이라는 건 어려운 일이다.

  확실히 용사님은 조금 어리지만, ‘뭔가’를 할 수 없는 레벨인 것도 아니다.

  외견도 좋고. 이거 중요하다.

  어이쿠, 이야기가 엇나갔다.

  하지만 말이다. 이 상황에서 분별없이 그런 짓을 해버리면 어떻게 되겠는가?

  잘 생각해 봐라. 다른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매일 먹으면 질리기 마련이다.

  제멋대로 했다고 치자.

  그 제멋대로 한 결과 질리고 말아 재미없어지는 미래가 눈에 보이지 않는가?

  일시적인 욕망으로 여러모로 즐길 수 있는 것을 버려버리는 것은, 아름다운 악이 아니겠지.

  ……응? 부정하지 않는 건 외도라고? 외도 아주 좋다. 당연하잖아. 나, 마왕이고.

 

  “오한이 들어. 기온이 떨어지지 않았어?”

  이 용사님, 생각 보다 감이 좋다. 이것저것 조심하자.

 

  “아니, 딱히 변화는 없다. 기분 탓이겠지.”

  악의 소양으로서 오랜 시간 연마를 계속한 포커페이스는 폼이 아니다.

  쓰레기 같은 속마음이나 살기라면, 이 용사님도 탐지할 수 있겠지만.

  단지 야한 생각 정도라면 숨길 수 있을 자신이 있다.

 

  아, 야한 생각을 너무 잘 숨겨서, 여동생이 “오빠는 여성에게 흥미가 없는 거야?”라고, 뭔가 굉장한 기대의 눈으로 본 기억이 생각났다. ……봉인봉인.

 

  “이제 슬슬 사망자가 몇 사람이니까 강화합니다 메시지도 질렸군.

  용사님이여. 그쪽도 아직 메시지가 줄줄이 나오는 중인가?“

 

  “응. 나오고 있어. 역시 스테이터스 강화와 스킬 개방 정도지만.”

 

  “아무래도 과학이 너무 진보한 탓에 사망자가 지나치게 나오는 세계라는 건 확실한 것 같군.

  숫적으로는 고전적인 스페이스 오페라와 거의 다르지 않은 것 같지만.“

  고전 명작 스페이스 오페라 애니메이션의 금자탑이나 마찬가지인 DVD 박스가 집에 있다.

  판타지도 좋지만, 저쪽도 싫어하지 않는다.

  고등학생 때엔 이것저것 해버린 결과 얻은 공돈으로 구입한 것이다.

  저 냉혈무비한 참모가 좋았었지…….

 

  “그래? 숫자가 너무 많아서 실감이 나지 않아.”

  모르는 것 같군. 혹시 가능하다면 저 DVD 박스를 마라톤 시청하게 만들고 싶다.

 

  “뭐, 이 세계가 평범하게 SF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틀리지 않을 거다.”

 

  그런 대화를 하고 있을 때였다.

  휘이이이이……하고 모터 같은 소리와 함께 부메랑 같은 형태를 한 하얀 전투기 같은 것이 머리 위를 통과했다.

  피탄 한 것인지 날개에서 하얀 연기를 올리고 있는 채, 흔들흔들 불안정하게 날고 있다고 생각했더니, 고도를 내리고 가가가각하고 귀 아픈 소리를 내며 근처 황야에 추락했다.

 

  “추락했군. 거창한 소리를 냈지만……. 형태는 남아있는 것 같다.

  생존자를 찾으러 갈 생각이지만. 용사님은 어떻게 할 거지?“

 

  “마왕이 솔선해서 사람을 구하는 거야? 나도 갈 생각이지만.”

 

  “오디언스(관객)이 없는 악역 따위 재미없겠지?

  게다가 이 세계에 대한 걸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르고!“

  지면을 차고 날아오르듯이 추락지점을 향해 이동한다.

  스테이터스 강화라는 거 대단하네. 조금 점프한 것만으로 반쯤 하늘을 날고 있다.

  이래선 NINJA를 넘어서 어디의 미국만화적인 히어로 레벨이구만.

 

 

――――――

 

 

  “이것이 우주선인가 보네. 이 예리한 디자인을 보면, 분류적으론 전투기일까?”

  추락한 우주선을 가까이 가서 새삼 관찰한다.

  전장 10m, 전폭 30m 정도. 색은 흰색이지만, 도장이 벗겨진 곳은 은색인가? 금속질의 광택을 내고 있다.

  전체적인 형태는 부메랑을 두 장 겹친 것 같은 느낌이다. 동체 부분과 날개 끝으로 연결되어 있다.

  멋있는 디자인이다. 가지고 싶어졌다.

  지면에는 30미터 정도를 거쳐 전투기가 지면을 깎은 흔적이 남아있지만, 본체에는 그렇게 큰 피해는 없는 걸 보니 뭔가의 보호장치라도 움직이고 있었던 거겠지.

 

  “읏, 샤.”

  콕핏 같은 것이 있는 우주선의 동체 부분으로 날아오른다.

  캐노피가 있네……. 안전을 위해서라면, 전방 모니터를 써서 콕핏을 좀 더 깊숙한 곳에 넣는 편이 좋으리라 생각하지만. 병사의 목숨이 가벼운가?

 

  “구조라든가 알 수 있어?”

  뒤따라온 용사님이 흥미롭게 우주선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

 

  “솔직히 잘 모르겠지만 말이지. 과학이 올바르게 발전했다면 조작 같은 건 누구라든지 한눈에 알 수 있든가 직감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만들기 마련이야.”

  대학에서 같은 서클에 있었던, 로봇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친구가 말한 기술발전에 대한 강의는 꽤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그런……걸까?”

  아무래도 이 용사님을 남자의 낭만을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 것 같다.

  뭐 아직 소녀만화를 좋아할 것 같은 외견이고 말이지.

 

  이런 전투기나 전투정 같은 콕핏은 갇혔든가 안에서 의식을 잃은 녀석을 밖에서 돕기 위한 무언가……가, 있다. 회전식 레버로군.

  캐너피 옆에 있는 레버를 잡고 일그러져서 단단해진 것을 반쯤 억지로 회전한다.

  푸쉭! 하고 공기가 빠지는 소리를 내며 캐노피가 열렸다.

  미래적인 어레인지가 된 현대지구의 전투기에 가까운 콕핏에는 16세 정도의 소녀가 의식을 잃고 앉아있었다. 꽤나……라기 보단, 굉장한 미소녀다.

  소녀는 흑발머리를 하고 있고, 피부도 흰색이라기 보단 약간 황색 느낌이다. 아시아인에 가까운 느낌이다.

  그레이타입처럼 밋밋한 얼굴이라든가, 조금 받아들이기 힘든 털복숭이 우주인이 아니라는 건 다행이군. 그레이타입은 기분 나쁘고 솔직히 버겁다고…….

  나나 용사님과 같은 인간? ……아니, 머리에서 고양이 같은 귀가 달려 있다. 고양이 같은 귀가 달려 있다! 중요한 일이기에 두 번 말했습니다.

 

  고양이귀 소녀 왔다아아아! 판타지 만세!!

  이제는 SF라도 좋지만 고양이귀 만세, 만ㅅ―――

  ―――아차차, 냉정해지자.

  마왕으로서 이 아이는 전력으로 가져갈 생각이지만……!

 

  소녀의 복장은 바지의 작업복을 스타일리쉬하게 만든 것 같은, 파일럿슈츠라기 보단 메카닉풍의 복장이다.

  가슴 주머니나 허리에 공구적인 것이 달려있고 말이지.

  의식을 잃은 채로 괴로운 듯이……아차, 위험하다. 잊고 있었다.

 

  『법리마법발동: 환경적응V』

  괴로워하던 고양이귀 소녀의 호흡이 안정된다.

  토양오염 쎄다……. 그보다 우주인이라도 이 환경은 힘든 건가.

 

  『기도마법발동: 치료III』

  겸사겸사 상처를 입고 있으면 안 되기에 회복마법도 걸어둔다.

  엷은 빛에 둘러싸인 소녀의 몸의 이곳저곳에 있던 타박상이 사라졌다.

 

  좁은 콕핏에서 고양이귀 아가씨를 끌어내어 가까운 지면에 눕혔다.

 

  “고양이귀? ……판타지스럽지만, 우주인이라면 이런 종족도 있을지도.”

  치료중에 힐끔하고 근처에 얼굴을 내민 용사님도 흥미가 있는 것 같다.

 

  “마왕. 아까 전부터 신경 쓰였는데. SF적인 세계인데 마법 쓸 수 있어?”

  아아. 응. 나도 신경 쓰이던 참이다.

 

  “이 환경적응이라는 마법은 말이지, 법리마법이라는 분류로 이 세계의 법칙에 따르는 현상을 일으키는 종류란 거지. 그래서 물리법칙이 다른 이세계라면 제대로 발동하지 않을 거야.

  그렇다는 건, 나와 용사님이 SF적인 세계에 빠져 들었다기 보단, 마왕과 용사가 소환될 터인 판타지 세계가 과학에라도 눈을 떠서 그대로 지나치게 기술 발전한 거 아닐까?“

 

  “……응. 합리적인 판단. 나도 그 추측이 맞다고 생각해.”

  “……으……아.”

  어이쿠, 고양이귀 소녀가 눈을 뜨는 것 같다.

  왕자님은 없기에 마왕님의 키스로 일으키고 싶지만, 걸신들린 것 같은 것도 악으로서 한심하다. 신사적인 대응을 하자.

 

  “……? +A@KIf<0!?”

  아아, 역시 말은 통하지 않겠지.

 

  《스킬: 『아도람 제국 공용어』가 추가되었습니다.》

 

  “용사, 스킬포인트 남았나?”

 

  “응. 나중에도 쓸 수 있는 것 같으니까. 남겨두는 것이 당연.”

  그럼 얻어둘까.

  언어계 스킬 트리 오픈……이라니, 언어계 스킬은 연대별로 나눠져 있지만, 새로운 언어 스킬은 모두 스킵하고 가장 아래에 있군.

  아도람 제국 공용어 lv.1(MAX) 습득, 하고.

 

  “아와와와. 어쩌지. 이 사람들 모르는 언어 쓰고 있어.

  자동번역기도 움직이지 않고. 복장을 보면 미개인일까……?

  저쪽 아이는 갑옷에 검이라든가. 나 죽는 걸까. 우우우…….“

  아깝다. 고양이귀 아가씨인데 어미에 ‘냐’가 없다니.

  주로 용사의 갑옷을 보고 두려워하고 있는 것 같다.

  뭐, 용사님은 지나치게 판타지적인 복장이고. 현대의 지구인이라도 두려워하겠지.

 

  “아―, 아―. 아가씨? 그렇게 떨지 않아도 괜찮다. 이 말 이해할 수 있나?”

  바로 습득한 『아도람 제국 공용어』로 말을 걸었다.

 

  “에, 네! 다행이다. 말이 통하네요.”

  활짝하고 얼굴을 빛내는 고양이 아가씨. 작은 동물 같은 아이로군.

 

  “아니, 지금 익혔다.”

  “마찬가지.”

 

  “히엣!?”

  눈을 크게 뜨고 있다.

  응. 역시 고양이 아가씨다. 꼬리도 붙어 있고, 놀라자 바짝 서서 털이 곤두서는 건가.

  ……좋아요!

  1인의 마왕님이 ‘좋아요!’라 말합니다. 라든가.

 

  “에, 저기. 자동번역기에 언어를 추가했다……든가?”

  실로 SF적인 해석이지만, 이 애가 그걸로 납득할 수 있다면 됐나.

  용사님에게도 시선으로 아이컨텍을 보내자 끄덕이고 있고.

 

  “뭐, 대충 그런 거다. 상황은 알겠어?”

 

  “에, 그러니까……. 분명 모함이 질량탄에 직격을 받아 침몰할 것 같은 상황이 되어서……그러니까, 퇴직금 대신 받는 셈으로 함재기에 올라타서……드론 파이터(무인전투기)의 습격을 받아 추진기가 피탄 되어 고도가 떨어져서…….”

  이 고양이귀 소녀. 생각보다 좋은 성격인 것 같다.

  아무렇지 않게 퇴직금 대신 멋대로 이 전투기 타고 도망쳤다든가 꽤나 악의 재능이 있다.

 

  “……엣, 에에!? 분명 이 별은 대행성용 원자분열탄을 받아서 전면 오염되었을 텐데, 어째서 저도 당신들도 태연하게 호흡할 수 있는 건가요!?”

  원자분열……? 핵분열이냐. 토양오염이라니 방사능오염이라든가 구쪽 계통!?

  그야 독내성 스킬이 있어도 괴로울만 하네!

  아―……하지만 방사능만으론 눈이나 코가 아프진 않겠지.

  그 외에도 이것저것 위험한 오염물질이 퍼져 있을 것이다.

 

  “분열탄이라니 뭐야? 마왕은 알아?”

  용사님에겐 잘 감이 오지 않는 것 같다.

 

  “아―…간단히 말하면 핵폭탄이로군.

  아마도 폭발보다도 방사성물질의 오염을 넓혀서 사람을 살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목적인.”

  이래도 전직 이과 대학생이다.

  아니 뭐, 병기라든가 그런 건 서클의 악우 놈들에게 들은 지식이지만 말이지.

  역시 핵폭탄이라는 표현은 알기 쉬웠는지 용사도 싫은 표정을 지었다.

 

  “……오염도는…역시 사망 레벨이야. 어째서 태연하게 있을 수 있는 거야……?

  나 이미 죽어서 유령이라든가……?”

  고양이귀 아가씨가 스마트폰 같은 것을 손에 쥐고 있다.

  측정기인가? 오염도측정 할 수 있는 것 같고.

  괜찮다. 죽었다면 마왕의 소양으로서 익혀둔 사령마술로 부활시켜서 야한 짓을 하기 위한 부하로 삼아줄 테니까 말이야! 조금 언데드가 되겠지만.

 

  “아니, 죽지 않았어. 죽지 않았어. 우리들도 살아있고.

  마법으로 보호하고 있으니까, 최소한 앞으로 1시간은 안전하다.“

 

  “마법……?”

  고양이 아가씨는 영문을 모르겠어. 라는 듯한 표정이다.

  아아, 여기의 SF는 마법과학이 아니라 마법이 사라진 평범한 과학인 거군.

 

  “마법이다. 덧붙여 말하자면 나는 마왕이고 저쪽은 용사님.”

 

  “엣……에? ……에에―……?”

  고양이귀 아가씨의 당황은 점점 더 깊어진다.

  라노벨에 감염된 일본의 오타쿠스런 젊은이들이라면 모를까, 평범한 문화권에서 제대로 살고 있다면, 용사라든가 마왕이라든가 받아들이기 힘들겠지……아니, 평범한 반응이겠지.

  어떻게 하면 믿어줄까……좋아. 좋은 생각이 났다.

 

  “네가 믿으려면 실제로 마법을 보이는 편이 빠를 것 같군.”

 

  『계학마법발동: 계약서작성 랭크IX』

 

  내 손을 지정하여 마법을 발동한다.

  마법진이 떠오르고 한 장의 양피지가 나타났다.

  ……아니, 딱히 양피지가 아니라도 좋지만 말이지.

  복사지라든가 위엄도 없고 이것저것 아깝잖아?

 

  “거짓말, 전송……아니, 물질생성인가요!?

  제너레이터도 없이 개인단위의 전송이라든가 있을 수 없고,

  물질작성 같은 건 좀 더 비용도 에너지도 들고!?“

  물질작성에 전송이라. 역시 과학기술이 꽤나 진보된 상태인 것 같다.

 

  “그러니까 마법이다. 중앙의 원에 손을 대보겠나?”

  촘촘히 검은 문양이 모인, 그림 같은 것이 그려진 양피지를 받은 고양이귀 아가씨.

  검은 문양은 극소 사이즈까지 압축된 문자지만, 눈치 채지 못한 것 같다.

  여기까지 압축된 문장을 기재한데다 그림처럼 문양을 넣는 것은 마왕의 스테이터스를 가지고도 꽤나 뼈가 빠지는 작업이었다.

 

  고양이귀 아가씨의 손가락은 유감스럽게도 육구가 아니라 인간과 같은 손가락이었다.

  손가락이 문양의 중앙에 닿자, 부웅하고 문자가 공중에 떠올라 고양이귀 아가씨의 주변에 전개되었다.

 

  “후와, 와와와와와와!?”

  희미하게 빛나는 붉은 미지의 문자에 둘러싸인 고양이 아가씨는 혼란하고 있는 것 같다.

 

  “위험은 없으니까 안심해라. 눈앞에 윈도우가 있겠지?”

  고양이 아가씨의 앞에는 아도람 제국 공용어로 『네, 아니오』라고 쓰인 윈도우가 열려있다.

 

  “마왕, 이건.”

  역시 용사님은 눈치를 채는가. 고양이 아가씨 주변에 떠 있는 것은, 고양이 아가씨에게 있어서 미지의 언어일 터인 일본어로 쓰여진 계약서 항목이다.

  알려주면 성가신 일이 벌어진다. 끝나기까지 잠자코 있어주지 않을까?

  손목에 달린 금속제의 팔찌, 그 끝에 걸린 쇠사슬이 짤랑하고 소리를 냈다.

 

  “당신, 조심하……! ……!?”

  용사님이 고양이귀 아가씨에게 뭔가 말하려고 하는 순간 말할 수 없게 된 듯 입을 뻐끔뻐끔 열고 닫는다.

  아까 전에 들린 메시지에 있던 노예라는 건 그런…….

  용사님을 노예로서 명령을 듣게 만든다든가……. 아니, 마왕이란 건 정말 좋군!

 

  “윈도우에 나와있는 ‘네’를 눌러주겠나?”

  누르라고 강요하면 계약위반이 된다.

  랭크 IX의 계약서는 혼까지 묶기 때문에 취급은 신중해야만 한다.

 

  “……네, 네에.“

  아직 당황하고 있는 고양이 아가씨가 『네』를 향해 손을 뻗는다.

  생각보다 방심할 수 없는 근성이지만, 혼란에 빠진 상태에선 무척이나 사고능력이 떨어지는 타입인 것 같다.

  이 아이는 가정판매에 이것저것 억지로 사는 타입이 아닐까?

 

 

  『계약이 성립되었습니다. 랭크 IX, 영원한 혼의 계약이 집행됩니다.』

  『계약자 리젤리트 폰 카르미라스』

  『계약처 마왕 이구사』

  『계약대가 없음』

  『리젤리트 폰 카르미라스는 마왕 이구사의 사역마로서 혼을 바치고, 그 혼이 소멸할 때까지 영원한 충성을 바칠 것을 여기에 계약합니다.』

 

 

  아도람 제국 공용어로 계약성립 조건이 표시된다.

  원래라면 계약서와 마찬가지로 일본어로 표시되지만, 번역은 서비스다.

 

  “엣, 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

  표시 내용에 비명을 지르는 고양이귀 아가씨. 아니, 리젤리트인가?

 

 

  ───오늘의 교훈. 계약서는 확실하게 읽읍시다.

 

Posted by 추리닝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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