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국장실을 나오고 나서 나는 무언가에 쫓기는 듯이 빠른 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계단을 내려오자마자 그대로 군무성을 나가려고 한다. 그러자 나와 같은 모양으로 인사국에 와 있던 뮐러에게 잡혔다.


  "에리히. 경도 인사국에 왔었던 건가."


  마침 좋다. 이 녀석에게도 말해두지 않으면.


  "나이트하르트. 마침 잘 만났다. 잠깐 어울려줘."

  "에, 어디로 가는거냐?"

  "됐으니까. 잠깐 이리와."


  강제로 뮐러를 데리고 간 곳은 병참통괄부의 지하 2층에 있는 자료실, 통칭 [폐지창고]였다. 어째서 [폐지창고]라 불리냐면, 여기에 있는 것은 이미 250년 이상 전의 극비문서로 역사적 가치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군사적 가치는 전무라고 해도 좋을 정도의 폐지들이 모여있는 창고이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여기에 찾아오는 사람도 전무라고 해도 좋다. 재밌는 것은 여기에는 시청각용 부스가 있고, 독서, 시뮬레이션, 인터넷도 가능하다. 자료실인 이상 필요 불가결하다는 것 같다.


  "어이, 무슨 일이야? 이런 곳으로 데려오고."

  "잠깐 기다려줘."


  난 시청각용 부스에 앉아 격납형 디스플레이를 세우고, 어떤 문서를 찾았다. 생각했던 대로, 역시 없다.


  "나이트하르트, 이걸 봐."

  "……이건, 이 전의 싸움에 대한 전투보고 아닌가."

  "그래.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뭐가?"

  "잘 봐봐."


  "……경이 쓴 전투보고가 없군."

  "은폐되었어."

  "설마, 농담이겠지……그럴리가 없어. 이건 군칙이라고?"

  "당연하지."


  나는 인사국장실에서의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설명했다. 이야기가 나아갈 수록 뮐러의 표정이 나빠진다. 이야기가 끝나자 크게 한숨을 내쉰다.


  "나이트하르트. 다른 누군가에게 내가 병행 추격 작전의 가능성을 지적했다고 말한 적 있어?"

  "아니. 그런 적 없네."

  "다행이군. 이 일에 대해선 잊어주게. 결코 다른 누군가에게 이야기해선 안돼."

  "그래."

  "다음 착임지는?"

  "페잔이다."


  헤슈리히 엔첸의 동맹령 단독 침입 작전이다. 라인하르트는 여기서 뮐러를 인정하게 된다.


  "바로 가는게 좋아. 오딘은 위험하다."

  "하지만 경은 어떻게 할텐가? 위험하지 않나?"

  "괜찮아. 하우프트 인사국장이 내 안전은 보장해 줬어."

  "믿을 수 있어?"

  "처리해버릴 인간을 승진시키거나 하진 않겠지. 괜찮아."


  실제론 수상쩍었지만, 지금은 뮐러를 설득하는 것이 먼저다.


  "그럼 나도 여기에 있어서 문제가 되진 않잖은가?"

  "안돼. 경은 그 싸움의 생존자로 증언자라고? 나 혼자라면 괜찮지만, 경과 함께라면 상대가 불안해 할거야. 페잔으로 가게나."


  뮐러를 설득하는 것에는 30분 정도가 걸렸다. 마지막에는 날 죽을 셈인가? 하고 을러서 설득했다. 모레에는 페잔으로 가겠지. 그와 헤어져 병참통괄부 제 3국 제 1과로 돌아가니, 디켄 소장이 빙긋 웃으며 다가왔다.


  "돌아오게. 발렌슈타인 대위. 늦지 않았나."

  "죄송합니다. 각하. 조금 생각할 것이 있어서. 그보다 어떻게 알고 계신 겁니까? 승진에 대해서."

  "하우프트 각하가 알려주셨다네. 대위."

  "그렇습니까."


  그것을 시작으로 주변에서 "축하해.", "해냈구만."등등의 축복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내심 조금도 눈에 띄고 싶지 않았지만, 웃으면서 "고마워."라고 돌려줬다. 죄어들 것 같은 것을 참으면서.

  퇴근시간이 지나고 주변에는 일이 있다고 말하고 난 속공으로 귀가했다. 이후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으면 안된다. 틀림없이 전선으로 나가게 되겠지. 거기서 죽을 것을 기대받으며 말이다. 3장관을 적으로 두고 아군이 되어줄 인간이 있으면 좋겠지만, 그런 실력자가 적당히 보이진 않는다. 라인하르트도 아직 중령이다. 아무리 그래도 기댈 수 없다. 그렇다면 자력으로 살아남을 길을 찾을 수 밖에 없지만, 어떻게 해야하나. 간단하게 군대를 그만두고 변호사가 되는 길이 있다.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이 탄생하기 전까진 정군관계에 다가가고 싶진 않다. 하지만 퇴역하게 내버려 둘거라곤 생각하기 힘들다. 승진까지 했으니까. 아니, 사표를 내는 일에 의미가 있을지도 모른다. 이 쪽에는 적대할 의지가 없다. 이번의 일은 불운한 사고였다. 본인은 3장관을 화내게 했던 것에 떨고 있다는 메세지가 되지 않을까? 해볼 가치는 있다. 디켄 소장과 하우프트 중장을 잘 이용할 순 없을까?


  TV전화가 울렸다. 받아보니 페르너와 키슬링이었다. 뮐러 녀석, 이야기했나.


  "에리히. 괜찮나?"

  "괜찮아. 귄터. 보는대로 아직 살아있다."

  "등신아, 농담 할 때냐? 이야기는 나이트하르트에게 들었다. 어처구니 없는 일이 되었군."

  "입막음은 했지만 말야. 그가 그렇게 입이 가벼울줄은 몰랐어."

  "녀석을 탓하지마. 고민한 뒤에 우리들에게 상담한거다."

  "하지만 귄터. 경은 헌병대 소속이잖아? 에렌베르크 원수가 움직인다면 헌병대다. 자넬 괴롭게 만들게 돼."


  "에리히. 헌병대는 움직이고 있지 않아."

  "귄터. 그건 정말인가?"

  "그래. 틀림없어."

  "그렇다면 움직이고 있는 건 정보부인가. 뭔가 움직임은?"

  "미안. 그건 몰라. 이쪽과 정보부는 견원지간이라서 말이지."

  "아니, 충분해. 살았다."


  그리고 그때까지 입다물고 있던 페르너가 입을 열었다.


  "에리히. 내가 있는 곳으로 오지 않겠나?"


  페르너는 지금, 브라운슈바이크 공에게 가 있다. 나에게 브라운슈바이크 공을 섬기라고 하는건가?


  "경이 귀족을 싫어한다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이 경우 살아남는 것을 우선해야지 않겠나?"

  "안톤. 경의 친절에는 감사한다. 하지만 난 브라운슈바이크 공을 섬길 생각은 없어. 공에겐 이번 일을 이야기해도 아마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사용할 뿐이겠지. 최악의 경우, 원수들과 거래해서 날 잘라버릴지도. 그렇게 되면 경에겐 괴로운 일이 되어버려. 서로에게 최악의 결과라고. 괜찮아. 모두들. 걱정을 끼쳤지만 어떻게든 될 것 같아."


  쉬고 있을 때가 아니다. 희망이 보인 것이다.


  헌병대는 군무성, 정보부는 통수본부에 소속되어 있다. 위가 사이가 나쁘면, 당연히 아래도 사이가 나쁠 수 밖에 없다. 이번 헌병대가 움직이지 않는 것은, 에렌베르크는 날 그다지 중요시여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째서인가? 에렌베르크는 이번 일은 슈타인호프의 실수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투정보는 통수본부로 집약한다. 통수본부에선 전투정보를 분석하고 군훈을 낸다. 그리고 그것들을 군무성으로 전하고 군무성이 전투정보, 군훈을 공표한다. 우주함대 사령부는 그 전투정보, 군훈을 상세히 조사하여 다음 전투에 살리기 위해 노력한다. 이 경우에 전투보고는 두가지 있었다. 이젤론에서 온 것과 병참통괄부에서 온 것이다. 이젤론에서 온 것은 먼저 도착하고 병참통괄부에서 온 것은 늦게 도착했다.


  원래라면 슈타인호프는 양족이 도착하길 기다리고 전투정보를 분석해야 했겠지. 하지만 슈타인호프는 내가 작성한 전투보고를 기다리지 않고 군훈을 만들어 군무성에 전하고 말았다. 병참통괄부에서의 전투부고따위 대단할 것은 없다고 콧대를 세운 것이다. 하지만 병참통괄부에서 낸 전투보고는 어처구니 없는 내용이었다. 어떻게 해야 하나? 통수본부는 대혼란이었겠지. 그 사이 군무성, 우주함대 사령부에서 전투정보는 어떻게 됐나? 군훈은 어떻게 됐나? 하고 재촉했을 것이 틀림없다. 슈타인호프가 정직히 말한 것인지, 아니면 에렌베르크가 손을 써서 병참통괄부에서 직접 전투보고를 손에 넣은 것인지.


  사실이 명확해 진 이상, 에렌베르크와 뮤켄베르거는 슈타인호프를 책망할 것이 틀림 없다. 처음부터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면, 이젤론에 대해 전투보고를 다시 내라고 명령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실에선 크라이스트 대장과 발텐베르크 대장에게 좋은 내용만 적은 전투정보와 군훈이 되어있다. 군은 양 대장의 변명을 인정하는 식이 된 것이다. 이젤론의 병사들은 전투정보, 군훈을 읽고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아무리 양 대장이 입막음을 한다 하더라도 이번 전투정보가 허위로 가득차 있다는 사실은 반드시 흘러나올 것이다. 그것이 퍼졌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 이젤론 요새의 사기는 점점 떨어지고 하락하여 자칫 잘못하면 반란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상황이 된다. 슈타인호프는 결과로서 그것을 조장한 것이 되겠지.


  슈타인호프는 날 저주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잘못된 분노라는 건 알고 있겠지. 그리고 에렌베르크와 뮤켄베르거는 슈타인호프의 분노를 그냥 봐두고 있을 순 없다. 그 3명은 본래 견원지간인 것이다. 일치하는 것은 공통의 적이 나타났을 때 뿐이다. 하물며 일개 대위에 대해서 신경이나 쓸 것인가. 에렌베르크와 뮤켄베르거로선 이번 일은 슈타인호프의 실수에 지나지 않는다. 하우프트 중장의 입막음은 말 그대로 입막음에 지나지 않겠지. 적어도 지금 당장 킬러가 찾아올 일은 없을 것이다. 단지 전선 착임은 어쩔 수 없겠고, 전사할 것을 기대받는 것도 어쩔 수 없다. 나머지는 내가 어떻게 움직일까다.


  다음 날, 난 평소보다 빨리 일터로 나왔다. 디켄 소장은 이미 자리에 앉아 있었다. 인사를 하고 상담하고 싶은 일이 있다고 말했다. 디켄 소장과 하우프트 중장이 연결되어 있다면 거절하진 않을 것이다. 내 동향을 조사하는 것은 디켄 소장의 일이겠지. 그 추측은 맞아서 안쪽 방에서 이야기하게 되었다.


  "군을 그만두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난 그렇게 말하고, 퇴직서를 디켄 소장 앞으로 내밀었다.


  "그만두는겐가? 대위. 이제 막 승진한 참인데."

  "그렇게 생각하면 괴롭습니다만. 소관은 군인에 어울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요전 이젤론에서도 부상자의 비참한 모습에 구토할 뿐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초진이었던 것이다. 어쩔 수 없겠지."

  "하지만 언젠가 실수하는 것은 아닐지 걱정으로 밤에도 잘 수 없습니다."

  "그래서 그만두겠다고."

  "예."


  내가 인사국으로 퇴직서를 제출하려고 생각하고 있다. 라고 말하니 디켄 소장은 자신이 하우프트 중장에게 상담해 보겠다고 말해왓다. 난 퇴직서를 디켄 소장에게 제출하고, 부탁합니다하고 고개를 숙였다. 제대로 전해달라고. 전서구군. 이쪽에는 적대할 의사가 없다. 이번 일은 불운한 사고. 슈타인호프가 바보일 뿐이라고. 여차하면 퇴직서를 수리해줘도 상관없다고 말이지.


Posted by 추리닝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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