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력 487년 9월 30일. 오딘, 우주함대 사령부. 울리히 케슬러.
“방금 전의 질문에 대답하도록 하죠. 오베르슈타인 준장이 가진 독. 그건 저주입니다. 모든 걸 부정하고, 모든 걸 멸하려는 저주. 그는 너무 위험한 자입니다…….”
발렌슈타인 원수는 그렇게 말하고서 뭔가를 견디듯이 조용히 눈을 감았다…….
원수의 속눈썹이 희미하게 떨리고, 젊고 선이 얇은 얼굴 생김새에 피로의 색이 나타났다. 원수는 지쳐있다. 그리고 중압에 괴로워하고 있다. 아직 22세의 젊은이인 거다. 하지만, 그가 짊어진 책임은 그가 22세라고 해서 용서하지 않는다.
“원수. 오베르슈타인이 위험하다는 건 알았습니다. 그렇다면, 더욱 더 로엔그람 백작을 이대로 두는 건 득책이라고 생각할 수 없습니다. 뭔가 손을 써야 하지 않겠습니까?”
원수는 눈을 뜨고 나를 봤다. 그리고 바로 눈을 피했다. 나는 심한 말을, 잔인한 말을 했을지도 모른다. 원수의 귀에는 내가 로엔그람 백작과 오베르슈타인을 배제하라는 듯이 들렸겠지.
“…….”
“각하는 키슬링 준장에게 로엔그람 백작은 걱정 없다고 하셨습니다만. 정말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내 말에 원수가 한숨을 내쉬었다. 날 한 순간 보고 시선을 피한다. 그리고 곤란한 듯한 말투로 말을 시작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자신이 없습니다. 귄터와 말했을 땐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어리석게도 어떤 점을 놓치고 있었습니다.”
“!”
어떤 점을 놓쳤다……. 이 사람이 놓쳤다. 그런 일이 있을까. 아니, 대체 뭘 놓쳤던 걸까.
“케슬러 제독. 오베르슈타인 준장이 내가 출정 중에 은밀히 사회질서유지국과 접촉했다고 들었습니다만?”
“예. 폐하의 건강 문제를 확인했다고.”
원수는 내 말에 끄덕이고, 조용한 말투로 말하기 시작했다.
“저는 그가 폐하의 건강 문제를 확인한 것은 폐하의 죽음이 가까우면 그걸 이용하여 로엔그람 백작의 지위를 높이고자 한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
무슨 말일까? 저 시점에서 폐하가 돌아가시면 국내는 혼란에 빠지겠지. 반란군이 눈앞까지 온 것이다. 그게 로엔그람 백작의 이득으로 이어진다?
“폐하가 돌아가시면, 그 순간에 모반의 죄를 브라운슈바이크 공작, 리텐하임 후작에게 붙이고 처단합니다.”
“각하. 그런 짓을 하면 오딘이 혼란에 빠집니다.”
그 순간, 원수는 입 근처에 희미한 웃음을 띠웠다.
“예. 그거야말로 오베르슈타인 준장의 노림수입니다.”
“?”
“오딘이 혼란에 빠지면, 로엔그람 백작은 함대를 움직일 수가 없습니다.”
“……설마, 그런 겁니까?”
무심코 어미가 흔들렸다. 그런 내게 원수가 웃음을 띠우면서 끄덕였다.
“예. 반란군이 오딘에 다가오는 이상, 발을 묶는 건 필요합니다. 그 역할은 내가 행하게 되겠죠. 5개 함대로 9개 함대를 상대하게 됩니다.”
“…….”
“내가 이끄는 5개 함대는 전력을 소모하게 되겠죠. 그 후에 로엔그람 백작이 이끄는 본대가 적을 쳐부숩니다.”
“…….”
한 순간이지만 침묵이 떨어졌다. 나와 원수는 조용히 시선을 교환한다. 원수가 희미하게 끄덕였다.
“로엔그람 백작은 오딘의 혼란을 진정시키고, 반란군을 쳐부순 영웅으로서 그 지위를 확립하게 되겠죠. 한 편, 나는 전력을 소모하여 눈뜨고 볼 수 없는 상태에 처합니다. 경우에 따라선 전사했을지도 모릅니다.”
담담히 원수의 목소리가 흐른다. 이 무슨 무시무시한 이야기인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곤 할 수 없다. 오베르슈타인에게 있어서 원수는 서로 상응할 수 없는 존재다. 저 남자가 그걸 생각했다면, 확실히 오베르슈타인은 독이다. 적뿐만이 아니라 아군까지 죽이는 음침한 독.
혐오를 떨치듯이 고개를 젓는 내게 원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건 무슨 말입니까?”
무심코 나는 원수를 봤다. 원수는 조금 망설이는 듯한 표정으로 말을 계속했다.
“혹시 오베르슈타인 준장은, 폐하가 언제 돌아가실지가 아니라, 언제까지 살고 계실지를 확인하려고 한 걸지도 모릅니다…….”
“…….”
언제까지 살 것인가. 무슨 말일까.
“오늘, 궁중에서 폐하를 배알했을 때 생각했습니다. 건강해지셨다. 폐하는 제 예상보다도 훨씬 장수할지도 모른다고.”
“그건, 소관도 동감입니다만.”
내 말에 원수는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그렇게 되면, 그뤼네발트 백작부인은 계속 후궁에 있게 되겠지요.”
“!”
무심코 나는 원수의 얼굴을 봤다. 원수도 날 보고 있다. 원수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져갔다. 시선도 아까 전의 조용한 시선이 아니다. 강하고 엄한 시선이다.
“저는, 어떻게 하면 반란군을 물리치고, 국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생각했습니다. 오베르슈타인 준장은, 어떻게 하면 로엔그람 백작을 패자로 할 수 있을지, 그걸 계속 생각했겠죠.”
“…….”
“그에게 있어서 중요한 건, 어떻게 해서 자신의 생각대로 로엔그람 백작을 움직일까, 입니다.”
“그 열쇠가 그뤼네발트 백작부인입니까.”
원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대로는 로엔그람 백작이 패자가 될 수 없다. 그리고 그뤼네발트 백작부인도 궁중에 계속 있게 된다. 그걸 막기 위해선…….”
그걸 막기 위해선……. 간단한 일이다. 원수를 죽인다. 그것밖에 없다. 무심코 한숨이 나왔다. 원수도 마찬가지로 한숨을 뱉는다.
폐하가 살아계시는 한, 그뤼네발트 백작부인은 후궁에 있게 되겠지. 원수가 살아있는 한, 로엔그람 백작이 정점에 설 일은 없다. 정점에 설 수 없다면 폐하로부터 그뤼네발트 백작부인을 되찾지 못한다.
“저는 로엔그람 백작은 암살이라는 수단을 취하지 않으리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저를 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어도, 죽이고 싶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겁니다. 그러니 걱정은 필요 없다고.”
“…….”
“하지만 그뤼네발트 백작부인이 포함되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저 두 사람의 백작부인에 대한 집착은 평범한 것이 아닙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까?”
“확실히.”
확실히 원수의 말대로다. 로엔그람 백작, 지크프리트 키르히아이스 준장, 저 두 사람의 그뤼네발트 백작부인에 대한 집착은 심상찮다. 결국 그 집착이 원수와 로엔그람 백작의 결렬을 결정했다.
로엔그람 백작과 지크프리트 키르히아이스 준장은 백작부인에 대해 죄악감을 품고 있겠지. 백작부인을 희생으로 해서 자신들이 영달을 취하고 있다고. 백작부인의 희생 위에 자신들의 영달이 있다고.
약하기 때문에 누나를 후궁으로 들이게 됐다. 약하기에 백작부인을 해방할 수 없다. 저 두 사람에게 있어서 백작부인이 후궁에 있는 건 자신들이 약하다는 증명일 뿐이다. 저 두 사람이 무훈과 출세에 집착하는 것도 그게 원인이겠지. 조금이라도 빨리 강해져서 누나를 해방한다…….
오베르슈타인이 저 두 사람의 그런 마음을 눈치 채지 못할 리라곤 생각할 수 없다. 그가 저 두 사람의 귀에 무슨 바람을 불어 넣을지…….
발렌슈타인 원수가 있는 한 백작부인이 해방될 날은 오지 않는다……. 이 내란을 기회로 원수를 암살하여 군의 실권을 쥔다. 그렇게 하면 백작부인을 해방할 수 있다. 로엔그람 백작이 황제가 되는 길도 열린다…….
참을 수 있을까. 이 유혹에. 로엔그람 백작, 키르히아이스 준장은 참을 수 있을까. 나날이 건강해져가는 폐하와 나날이 그 지위를 반석으로 만들어가는 발렌슈타인 원수…….
“원수 각하. 역시 여기서…….”
“케슬러 제독. 아직 시간은 있습니다. 지금 여기서 정하지 않아도 좋겠죠. 저도 다소, 생각하는 점이 있습니다.”
“원수 각하. 어째서 그렇게까지 로엔그람 백작을 감싸시는 겁니까? 전부터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만.”
“감싸고 있는 건 아니에요.”
원수는 쓴웃음과 함께 말했다. 원수는 예전부터 로엔그람 백작에게 호의적이었다. 옆에서 봐도 이상할 정도로 호의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저 사건이 일어나 결렬했어도, 결정적으로 대립하는 일을 피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원수라면 언제라도 로엔그람 백작을 배척할 수 있었을 것이다. 단지 내가 아는 한 원수가 로엔그람 백작을 배척하려고 한 것은 한 번뿐이다. 그것도 잠시 동안의 일이며, 나 외에 아는 자는 로이엔탈 제독뿐이겠지.
이제르론 요새 함락의 책임을 지우고 군에서 추방할 수도 있었겠지. 하지만 현실에선 원수의 도움으로 우주함대 부사령장관에 착임하고 있다. 로엔그람 백작에게 양보하고 있다고밖에 보이지 않는다.
내가 납득하지 않고 있다는 걸 눈치 챘겠지. 원수는 쓴웃음을 지은 채로 말을 계속했다.
“뭐, 오래 봐 왔으니까요. 나름대로 마음 가는 구석은 있습니다.”
“오래, 입니까.”
“예. 오랫동안입니다.”
이상한 표정이었다. 먼 곳을 보는 듯한, 뭔가를 추억하는 듯한. 어딘가 애절하고, 슬픈 표정. 그런데도 입가에는 희미한 웃음이 있다. 대체 두 사람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원수가 나를 봤다. 아까 전까지 이상한 표정은 없다. 어딘가 웃어버릴 것 같은, 이상한 표정을 하고 있다.
“케슬러 제독. 저를 속였군요. 황제의 어둠의 왼손은 해산하지 않았지요?”
그렇게 말하고 원수는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웃었다.
“원수 각하…….”
“거짓말하지 마세요. 한 번 속인 겁니다. 이제 충분하겠죠?”
드디어 들켰는가. 무심코 쓴웃음이 나왔다.
“역시 궁중에서 사생아 소동이 원인입니까?”
“군무상서와 통수본부장도 이상한 얼굴을 하고 있었습니다. 헌병대도, 정보부도 두 사람의 명령으로 움직이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폐하는 브라운슈바이크 공작들의 움직임을 알고 있었어요. 그리고 케슬러 제독이 제게 왔다. 역효과로군요.”
역효과인가. 확실히 그렇다. 아무래도 생각보다 서둘렀던 것 같다. 폐하에게서 일의 경위를 TV전화로 들었을 때, 이쪽도 웃고 말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원수가 의심을 가지리라 생각했다. 어떻게든 원수의 의혹을 피하려고 했지만, 그에게 있어선 오히려 확증을 얻은 셈이었나…….
“해산을 결정한 건 사실입니다. 그 준비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사정이 변해서 존속하게 되었습니다.”
“사정이라면?”
“원수 각하가 소관을 로엔그람 백작의 참모장으로 추천한 것이 원인입니다.”
“?”
원수는 의심쩍은 표정을 지었다.
“실은 소관이 그림멜스하우젠 자작의 뒤를 이어 황제의 어둠의 외손을 이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당초, 그림멜스하우젠 자작 사후에도 소관은 오딘에 있을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헌병대에 있던 소관을 쾌히 생각하지 않는 유력자가 있었습니다. 그들의 의향에 의해 소관은 변경성역으로 가게 되었던 겁니다.”
“…….”
“혹시 소관이 변경성역으로 갔더라면, 아니 가게 됐을 겁니다만. 그렇게 되면 통솔자가 오딘에 없게 됩니다.”
“과연. 그래서야 조금 불편하겠죠…….”
원수는 가볍게 끄덕이며 답했다.
“예.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리하게 소관을 오딘에 머물게 하고자 하면 부자연스러운 인사에 누군가가 눈치챌지도 모릅니다.”
“…….”
“폐하도 당시엔 그다지 정치에 관심을 가지지 않으셨었습니다. 그래서 귀찮다고 하셨기에 해산하게 되었던 겁니다.”
“헌데 제가 케슬러 제독을 로엔그람 백작의 참모장으로 추천했다. 다시 말해 통솔자가 오딘에 있게 됐다.”
“그렇습니다. 그걸로 해산은 급히 멈추게 된 겁니다.”
원수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때 원수는 순수한 호의에서 로엔그람 백작의 참모장으로 날 추천했다. 설마 그 일이 어둠의 왼손을 존속하게 하는 데에 이어지리라곤 생각하지 않았겠지.
“각하에게 관하는 문서도 한 번 폐기했었습니다. 저 문서의 내용을 알고 있던 건 그림멜스하우젠 자작과 폐하뿐입니다. 그리고 폐하에게서 새로이 조사 명령이 내려왔습니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조사하고 있었기 때문이군요. 저 바보 같은 소문을.”
원수는 쓴웃음을 더욱 깊게 하고 내게 질문했다.
“그렇습니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은 원수 각하와 폐하의 혈연관계를 의심하고 있었습니다. 저희들도 조사했습니다만, 결국 알 수 없었습니다. 저건 진짜입니까?”
“설마. 거짓입니다. 그런 일은. 나는 에리히 발렌슈타인입니다. 그 이외의 어떤 것도 아닙니다.”
원수는 결국 웃고 말았다. 아무래도 정말 거짓이었던 것 같다. 적어도 원수는 거짓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나 더, 원수 각하를 속이고 있던 것이 있습니다.”
“……귄터 말이군요.”
“알고 계셨습니까. 각하가 생각하셨던 대로, 귄터 키슬링은 어둠의 왼손입니다.”
“귄터 키슬링이 안톤과 오베르슈타인의 접촉을 눈치 채지 못했던 건, 예의 바보 같은 소문을 조사하는 데 신경을 빼앗겼기 때문 아닙니까?”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원수는 웃음을 거두고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래도 제 주변에선 방심도 틈도 없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것 같군요. 이런이런. 점점 더 성격이 나빠질 것 같습니다.”
어깨를 으쓱하고 그렇게 말하고 원수는 또 웃었다. 원수의 말에 쓰게 웃으면서, 문뜩 생각했다. 원수는 어딘가 속는 걸 원하고 있던 게 아니었나. 즐기고 있는 건 아닌가 하고. 그렇게 생각할 정도로 원수의 웃음은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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