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력 796년 10월 7일. 하이네센. 율리안 민츠.


  원정군이 10월 4일에 하이네센으로 돌아왔다. 샨타우 성역에서 패배한 원정군의 최종적인 손해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심각했다. 동원된 9개 함대 중 돌아온 건 4개 함대. 그것도 어느 함대나 마찬가지로 정규함대에 크게 못미치고, 잔존병력은 3만 척도 되지 않으며, 귀환하지 못한 병사는 1천만 명에 가깝다.


  당연하지만 이번 원정에 대한 동맹시민의 비난은 굉장히 심하다. 제국군에게 유인당해 제국령 깊숙이까지 침공하여 그 끝엔 협공당했다. 이 실패는 우연이 아니라 처음부터 제국의 손에 놀아난 결과라고 모두 생각하고 있다.


  더욱이 동맹시민을 분노하게 한 건, 이번 원정군 총사령부의 무책임함이었다. 총사령관 도슨 대장은 패전 후에 지휘를 방폐하고 그린힐 중장에게 던져버렸고, 작전참모인 포크 준장은 무모한 진격을 진언한 끝에 패배시엔 소아성 히스테리를 일으켜 인사불성이 되어 있다.


  게다가 이 무책임한 두 사람이 이번의 무모하다고 할 수 있는 진격을 명했다고 한다면, 모두가 분노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매스컴은 모두 초콜릿을 달라고 찡얼거리는 아이와 그 아이를 꾸짖지 못하는 어리석은 보호자가 1천만 명을 죽게 했다고 말하고 있다.


  양 제독의 제 13함대는 돌아온 4개 함대 중 하나였다. 마지막까지 최후미를 지켜 원정군의 후퇴를 도왔다. 난 양 제독은 마지막까지 할 수 있는 일을 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양 제독을 책망하는 사람들도 있다. 아군을 죽게 내버려두고 자신들만 돌아왔다는 것이다. 이번 원정에선 이제르론 그룹이라 불리는 양 웬리, 뷰코크, 우란푸, 보로딘 네 사람의 제독이 총사령부에서 굉장히 심한 취급을 받았다.


  도슨 총사령관, 포크 작전참모의 질투심 때문이었겠지만, 다른 함대사령관도 관여하는 걸 피하고 이제르론 그룹을 고립하게 만들었다. 전투에서도 어려운 명령을 계속 받았다. 그게 감정적으로 응어리 져서 아군을 죽게 내버려두고 도망치게 했다. 라는 것이다.


  양 제독은 그런 사람이 아니다. 전장에서 아군을 버리고 도망칠 사람이 아니다. 그린힐 총참모장은 포위된 아군을 상관 말고 철퇴하라 명령을 내린 건 자신이라고 말하며 양 제독들을 감싸줬다.


  시트레 원수도 저대로 있었다간 9개 함대 전부가 전멸할 수밖에 없었기에 철퇴 명령은 올바른 선택이었다고 하고 있다. 양 제독들을 비난하는 사람은 9개 함대가 전부 전멸하는 쪽이 좋았던 걸까? 양 제독들이 어떤 기분으로 도망쳤을지 생각하지 않는 걸까?


  양 제독이 돌아온 이래, 샨타우 성역 패전에 대한 일로 인터뷰를 위해 많은 저널리스트가 찾아왔다. 아군을 버려두고 도망쳐온 기분은 어떤지, 그걸 듣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제독을 꾸짖고 있는 건 사람만이 아니다. 문장전송기는 초단위로 문서를 뱉어내고 있다. 그 안에도 양 제독을 비겁자라고 비난하는 문장도 있었다. 전멸한 함대의 가족에게서 온 것 같다. 원정에서 돌아온 이래 양 제독은 식사도 제대로 취하지 않고 술만 마시고 있다.


  이제 곧, 카젤느 소장, 라프 소령, 아텐보로 준장이 찾아온다. 양 제독에 대한 걸 말하니 걱정되니 찾아오겠다고 했다. 정말 고맙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온 것 같다. 현관이 소란스럽다. 아마도, 저널리스트를 밀어붙이며 오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쪽도 차 준비를 해야만 한다.


...


우주력 796년 10월 7일. 하이네센. 알렉스 카젤느.


  “어이, 양. 언제까지 자고 있을 생각이냐? 이제 11시라고.”

  “……음, 응? 얼래? 카젤느 선배. 어째서 여기에?”

  지독한 얼굴이다. 눈 밑에 그늘이 있고, 얼굴색도 나쁘다. 이건 중증이군.


  “네가 술만 마시고 있다고 율리안이 알려줘서 말이야. 걱정이 돼서 왔어. 적당히 옷 갈아입고 나와라. 라프와 아텐보로도 와 있어. 기다릴 테니까 빨리 오라고.”

  그렇게 말하고 침실에서 거실로 돌아왔다.


  10분 정도 지나고 나서 양이 거실에 나타났다. 이렇게 보니 더욱 잘 알겠다. 얼굴색이 나쁜 것과 그늘만이 아니다. 눈도 조금 충혈되어 있다. 제대로 수면을 취하고 있지 않겠지. 곤란한 녀석이다.


  양은 조금 곤란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죄송합니다. 선배. 라프, 아텐보로.”

  “우리들보다도 율리안에게 사과하는 게 먼저겠지?”


  “그렇네. 라프 말대로야. 율리안. 걱정을 끼쳐서 미안해.”

  “그렇지는…….”

  율리안은 차를 준비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우리들만 이야기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 같다. 정말 좋은 아이다.


  양은 홍차를, 우리들은 커피를 마시면서 시선을 마주한다.

  “양. 무슨 고민을 하고 있는 건지 상상은 간다. 저건 네 탓이 아니야. 신경 쓰지 마라.”

  라프의 말에 나와 아텐보로도 끄덕였다.


  “맞습니다. 선배 때문이 아니에요. 애초에 선배는 출병에 반대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도 불구하고 전쟁터로 내몬 건 동맹정부와 거기에 찬성한 동맹시민, 거기에 부채질한 저널리스트가 아닙니까?”

  “…….”


  “이제와서 아군을 죽게 내버려두고 왔다느니 뭐라느니. 무책임한……. 저 샨타우 성역에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누구도 모르겠죠. 죽게 버림받은 건 이쪽입니다. 아군에겐 버림패로 취급받고, 적도 계속 쫓아오고……. 저 지옥을 모르는 사람에게 우리들을 비난할 자격 따위 없어요!”


  내뱉는 듯이 말하는 말에 아텐보로의 분노가 보였다. 어지간히 뚜껑이 열린 걸로 보인다. 저널리스트 지망이었기 때문에 더욱 무책임한 보도를 참을 수 없었던 걸지도 모른다.


  양은 잠자코 있다. 조금 고개를 숙이고 홍차를 마시고 있다. 모두 시선을 마주치고 침묵했다. 저 철퇴전을 생각하고 있는 걸까. 무거운 침묵이 떨어진다.


  거기서 철퇴명령을 내린 그린힐 참모총장이 틀렸다곤 생각하지 않는다. 틀린 건 무리한 진격을 명한 도슨 총참모장과 포크 작전참모겠지. 그 잘못을 살아남은 양들에게 짊어지게 하려 하다니, 나도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침묵하고 있던 양을 보고 있으니 무심코 한숨이 나왔다. 그 한숨이 계기가 되었는지 양이 입을 열었다.

  “그렇지 않아. 동맹이 패배한 건 틀림없이 나 때문이야.”


  괴롭게 짜내는 듯한 어조였다.

  “양. 자신을 책망하지 마라. 네 나쁜 버릇이야. 저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

  “그래요. 양 선배. 라프 선배의 말대롭니다.”


  라프, 아텐보로가 어딘가 애절한 표정으로 양에게 말을 건다.

  “아니야. 라프. 아텐보로. 이번 패전은 이제르론에서 완전히 이기지 못했던 나 때문이야.”

  “?”


  이제르론에서 이기지 못했다? 무슨 말이냐? 무심코 라프, 아텐보로를 보지만, 그들도 이상하다는 얼굴을 하고 있다. 로엔그람 백작을 살려서 돌려보냈던 것 말인가? 하지만 그게 어째서 이번 패전으로 이어지는 거냐?


  “무슨 말이냐. 양. 이제르론이 무슨 관계가 있어? 애초에 저건 대승리였잖아? 완전히 이기지 못했다는 건 무슨 말이냐?”

  내 질문에 양은 조금씩 대답하기 시작했다.


  “이번 샨타우 성역 회전도 그렇습니다만. 발렌슈타인 원수는 과거 두 번, 제국을 구했습니다.”

  양은 이제르론에 대한 것이 아니라 다른 것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과거 두 번인가……. 양,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거야?


  “한 번은, 프리드리히 4세가 중태에 있었던 때입니다. 저 때 제국은 내란에 돌입해도 이상하지 않았습니다만, 발렌슈타인 원수의 힘으로 내란을 회피했습니다.”


  기억하고 있다. 당시 발렌슈타인 원수가 전장에 없다는 걸 주목하고 있던 건 일부 사람들뿐이겠지. 뮈켄베르거 원수가 국내안정을 위해서 그를 일부러 오딘에 뒀다. 지금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당시엔 양을 포함한 일부의 사람만이 그걸 중시하고 있었다.


  “또 하나는 제 3차 티아매트 회전입니다. 저 전투에서 뮈켄베르거 원수가 전투지휘를 취할 수 없는 상태에 빠졌었습니다. 원래라면 제국군은 혼란에 빠져 대패배를 맛봐도 이상하지 않았죠…….”

  “…….”


  “하지만 실제로는 제국군은 혼란에 빠지는 일 없이 승리를 취했습니다. 발렌슈타인 원수가 모은 사내들이 그걸 막은 겁니다……. 그는 항상 제국의 위기를 막아왔습니다. 마치 그러기 위해서 제국에서 태어난 것처럼 말입니다.”


  제국의 위기를 막아왔다……, 확실히 샨타우 성역 회전을 넣으면 세 번이나 제국을 구한 일이 된다. 보통 있을 수 없는 일이겠지. 제국의 위기를 막기 위해서 태어났다. 양이 그렇게 말하는 기분도 이해할 수 있다.


  길게 말하다보니 목이 말랐는지, 양은 천천히 조금씩 홍차를 마시고 있다.


  “이제르론 요새 공략전은 두 가지 노림수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요새의 탈취, 또 하나는 발렌슈타인 원수의 실각입니다.”

  “!”


  조용한 양의 목소리였지만, 우리들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한 내용이었다. 무심코 라프, 어텐보로와 시선을 마주쳤다. 그들의 얼굴에도 의문이 떠올라 있다. 발렌슈타인 원수의 실각? 무슨 말일까.


  “저는 그가 있는 한 동맹은 제국에게 이길 수 없다. 동맹은 그 앞에서 멸망하리라 생각했습니다. 동맹을,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선 그를 쓰러뜨릴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죠…….”


  나와 라프, 아텐보로 모두 말도 없이 양의 독백을 듣고 있다. 양은 뭔가 중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신경쓰이는 점은 양의 표정에 어딘가 자학적으로 보이는 웃음이 있다는 점이다.


  “전선에 나오지 못하는 발렌슈타인 원수를 쓰러뜨리는 일은 제겐 불가능했습니다. 그래서 제국인의 손으로 그를 쓰러뜨리자고 생각했죠…….”

  “기다려라. 양. 그 일과 이제르론 요새 공략이 어디에서 이어지는 거냐. 로엔그람 백작의 실각을 노렸다면 알겠지만.”


  라프의 말에 양은 어딘가 무서운, 불길한 웃음을 뺨에 띠웠다. 얼굴색이 안 좋기 때문인지 그 인상을 괜히 더 나쁘게 만든다. 거실의 공기가 어딘지 바싹 죄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라프. 로엔그람 백작이 죽으면 그의 누나, 그뤼네발트 백작부인은 어떻게 생각할까? 자신이 우주함대 사령장관이 되기 위해서, 동생을 불과 1개 함대로 동맹령으로 보냈다. 그리고 동생을 죽게 만들었다…….”

  “!”


  어딘가 웃고 있는 듯한 양의 말이 바짝 죄어진 공기를 더욱 무겁게 만들었다. 우리들은 모두 말도 없이 양의 말을 듣고 있다.


  “잘 되면 그를 제국인의 손으로 배제할 수 있었겠죠. 그게 무리더라도 실각하게 만들 수는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가 실각하면 제국군은 그 지주를 잃습니다. 그리고 내란을 막을 인재를 잃게 되겠죠.”


  언제부턴지 양은 중얼거리는 듯한 말투로 그가 생각했던 모략을 말하고 있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은 아니다. 하기에 따라선 불가능하진 않겠지. 제국이라는 나라라면, 군주제 국가에 대해서라면 가능한 이야기다.


  “제국 사이에 화평을 맺을 수 있을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맺지 못하더라도, 제국이 혼란에 빠져 있으면 동맹이 회복할 시간은 충분히 취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생각했습니다만, 실패했습니다. 약간의 차이로 전 실패하고만 겁니다.”


  내 눈앞에 어딘가 스스로를 자조하는 듯한 어조로 말하고 있는 건 전략가가 아니라 모략가로서의 양 웬리였다. 이 남자에게 이런 면이 있었는가…….


  “그 뒤엔 알고 있는 대롭니다. 발렌슈타인 원수는 제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저 이제르론 요새 공략전이 뭘 목적으로 했는지, 모두 눈치챈 거겠죠. 그리고 샨타우 성역 회전이 행해졌습니다. 동맹이 두 번 다시 제국에 대해 수작 부리지 못하도록 발렌슈타인 원수가 각본을 쓰고, 그대로 모든 게 움직였습니다. 동맹은 10만 척과 함정과 1천만 명의 병사를 잃은 겁니다…….”


  쥐어짜는 듯한 목소리였다. 양은 괴로워하고 있다. 이 남자가 이런 모습을 보이는 일이 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언제나 표표하고 어딘가 믿음직스럽지 못한 이 남자가, 마치 독을 마신 것처럼 괴로워하고 있다.


  “그래요. 이제 알았겠죠? 전 발렌슈타인에게 진 겁니다. 이 이상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이 패전의 책임은 저에게 있습니다…….”

Posted by 추리닝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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