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력 487년 12월 7일. 가이에스부르크 요새. 오토 폰 브라운슈바이크.


  “어떤가? 그라이프스 총사령관. 잘 되고 있나?”

  “잘 되기 위해선 몇 가지 포인트가 있습니다.”

  “포인트?”


  리텐하임 후작의 말에 그라이프스 총사령관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끄덕였다.

  “하나는 오딘까지 적이 눈치 채지 못하고 침공할 수 있을 것인가. 또 하나는 발렌슈타인 원수의 부상이 어느 정도의 것인가. 그리고…….”

  “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앞으로 몸을 숙이는 내게 그라이프스 총사령관은 망설이면서 답했다.

  “슈타덴 대장은 참모 경력은 있습니다만, 지휘관 경력은 없습니다. 그 부분이 어떻게 나올지…….”

  “슈타덴으로는 어려웠는가.”

  “……차라리 지휘관을 바르텐베르크 대장으로 하는 편이 좋았을지도 모릅니다.”


  아군사살을 저지른 녀석을? 생각지도 못한 말이었다. 무심코 리텐하임 후작과 서로를 돌아봤다. 후작도 어려운 표정을 짓고 있다. 사령실에 있는 스크린으로 눈을 돌렸다. 스크린에는 가이에스부르크 요새를 떠나는 함대의 모습이 있다. 총세 3만척. 슈타덴 대장을 총사령관으로 하는 오딘 침공군이다.


  본래 오딘으로 별동대를 보낼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오딘에서 폭동이 일어나 발렌슈타인 원수가 의식불명의 중태라는 보고가 들어와 바뀌었다. 12월 4일의 일이었다.


  그날로 슈타덴을 중심으로 한 젊은 귀족들이 오딘으로 진격을 주장했다. 작전은 이미 결정되어 있다. 불문곡직하고 갈책하려 했을 때, 그라이프스가 막았다.


  “발렌슈타인 원수가 의식불명의 중태라면 오딘의 방어체제에 구멍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전제조건이 바뀐 이상 검토해볼 가치가 있겠지.”


  슈타덴의 의견을 무조건 받아들이는 것도 아니고, 부정하는 것도 아니다. 그라이프스는 재차 “발렌슈타인 원수, 의식불명의 중태”의 정보의 정확도를 확인했다.


  “이쪽을 유인하는 함정일 가능성도 있다. 확인이 필요하다.” 시급한 침공을 희망하는 슈타덴에 대해 그라이프스는 물러서지 않았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적의 본대가 행군을 중지하고 있는 것을. 적은 혼란에 빠져 있다. 중태설은 거짓이 아니다…….


  별동대를 파견해야 한다. 그라이프스가 그렇게 결론지은 건 다음 날 5일. 하루 뒤으 일이다. 그 때부터 침공군 준비를 시작했다. 어제 발렌슈타인이 의식을 회복했다는 에렌베르크 원수의 성명이 있었다. 하지만 바로 군무로 돌아올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라이프스는 오딘으로 침공군 파견 결정을 바꿀 생각은 없었다.


  오딘 침공군, 총세 3만 척. 총사령관은 슈타덴 대장. 그리고 그의 부하로 라트부르흐 남작, 세츨러 자작이 들어간다. 슈타덴들이 오딘 공략을 성공하면, 당연하지만 발렌슈타인을 시작하여 에렌베르크, 슈타인호프, 리히텐라데 후작은 죽게 되겠지…….


  “나머진 슈타덴 대장의 운과 역량 나름인가.”

  “그렇게 됩니다.”

  “하지만 총사령관이 별동대 파견을 받아들이리라곤 생각하지 않았네. 작전방침을 정한 직후다. 받아들이는 건 힘들었을 테지만.”


  그라이프스는 내 말에 가볍게 쓴웃음 지었다.

  “전쟁에서 상황은 항상 바뀝니다. 방침은 정해도 거기에 고집하는 건 위험합니다. 상황의 변화를 읽고 적절하게 대처해야만 합니다.”


  “과연. 임기응변이라는 건가.”

  “그렇습니다. 그 점에서도 슈타덴 대장에겐 다소의 불안이 있습니다. 예측 못한 사태가 일어났을 때,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을지 없을지…….”

  그라이프스의 어미는 중얼거리는 듯한 어조였다. 시선은 스크린을 향한 채다.


  “총사령관처럼 말인가?”

  리텐하임 후작의 질문에 그라이프스는 고개를 저어 부정했다.

  “소관은 군무의 대부분을 참모로서 지냈습니다. 참모라고 하는 건 생각하는 것이 일입니다. 혹시라도 전장의 지휘관으로선 조금 결단에 시간이 걸렸을지도 모릅니다. 이번 침공군 파견도 좀 더 빨리 결단해야했을지도…….”


  묘한 남자다. 지위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자신의 결점은 숨겨야만 한다. 그런데도 그라이프스는 태연하게 자신의 결점을 말했다. 무방비한가. 아니면 이쪽을 신뢰하고 있다는 의미의 표명인가……. 하지만 싫은 기분은 아니었다. 어쩐지 그라이프스에 대해서 호감이 들었다.


  “그럼 그라이프스 총사령관의 입장에서 봐서 임기응변의 재능을 가진 인물은 누구인가?”

  내 질문에는 꽤나 웃음 성분이 들어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본심에서 물어본 건 아니다. 다만 그라이프스와 좀 더 이야기하고 싶었다.


  내 기분을 알았을지도 모른다. 그라이프스는 웃음을 띠웠다.

  “이거야, 공작의 말씀이라곤 생각할 수 없군요. 이미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미안하네. 시험할 생각은 없었네. 단지 경과 조금 이야기하고 싶어서 말이야……. 경도 그렇게 생각하나?”

  그라이프스는 끄덕이고 말을 계속했다.


  “……벌써 3년이 지나가고 있군요. 밴플리트 성역 회전에서 소관은 적에게, 아니. 전장에 휘둘렸습니다. 적도 아군도 혼란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속에서 전장을 제어하고 있던 것이 발렌슈타인 원수였습니다. 그때, 자신의 한계를 알게 된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


  “그로부터 3년입니다……. 대령이었던 그는 원수가 되고, 당대의 명장으로서 모든 사람에게 알려지게 됐습니다. 이상한 이야기입니다. 그 당시엔 자신의 미숙함을 알게 되었을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와 굉장히 싸우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그로부터 3년. 소관은 뭘 얻었는가. 뭐가 부족 했는가……. 싸우게 되면 그걸 알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난 알 수 없었다. 그라이프스는 스크린을 보고 있다. 점차 가이에스부르크 요새를 떨어져가는 함대를. 아니, 정말로 보고 있는 걸까? 혹은 다른 무언가를 보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눈이었다.


  리텐하임 후작도 나도 단지 잠자코 스크린을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다른 누군가가 우리들을 보면 출격하는 아군을 배웅하고 있다. 그런 식으로 보이겠지…….


  사령실을 나와 개인실로 돌아가니 거기엔 이미 사람이 있었다.

  “백부님. 배웅입니까?”

  “뭐, 그런 걸세.”


  방에 있던 건 조카인 샤이드 남작이었다. 비아냥거리는 어조로 말을 걸어온다.

  “괜찮은 겁니까? 백부님. 슈타덴들이 오딘을 공략하면 황제를 짊어지고 칙령을 이용해 제멋대로 행동할 겁니다.”


  “혹은 우리들을 배신하고 자신들만의 영달을 생각할지도 모른다. 경은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군. 경과 슈타덴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면, 어리석은 일이로군.”

  “?”


  샤이드가 의심쩍은 표정을 짓는다.

  “모르겠나? 이번 내전은 지금까지의 권력투쟁과 다른 것이다. 모든 걸 가진 우리들 귀족과 가지지 못한 자들의 싸움이다. 설령 칙령이든 그들이 물러설 일은 없어. 물러서면 우리들에게 짓밟힐 뿐이니까 말이야.”

  “…….”


  “슈타덴들이 오딘을 점령해도 단기간에 끝나겠지. 메르카츠가 이끄는 제국군 본대의 손에 슈타덴들은 정벌되고 말 것이 틀림없어. 꿈에 취하는 것도 불과 한순간이로군.”


  “그럼 어째서 별동대의 출격을 허락한 겁니까? 나쁜 장난으로 병사를 잃을 뿐 아닙니까?”

  꽤나 분노를 느끼게 하는 어조였다. 샤이드는 적어도 병력의 귀중함을 알고 있는 것 같다.


  “발렌슈타인이 죽으면 메르카츠와 로엔그람 백작 사이에서 후계자 분쟁이 발생하겠지.”

  “…….”


  “아마도 메르카츠가 이기네. 하지만 군부는, 아니 정부는 혼란할 것이야. 에렌베르크, 슈타인호프, 발렌슈타인, 그리고 리히텐라데 후작이 죽는 거니까. 그렇게 되면 혹은 우리들에게도 승기가 보일지도 몰라.”

  “…….”


  “별동대가 오딘을 공략할 가능성은 결코 높지 않아. 아니, 오히려 낮겠지. 하지만 희미하긴 해도 승기를 발견하기 위한 희생이라고 생각하면 결코 쓸데없다곤 할 수 없네. 성공하면 충분히 그만한 이득을 얻을 수 있어…….”


  설령 실패해도, 어떻게든 그라이프스에게 대항의식을 보이는 슈타덴을 잃는 일이 군의 통솔상 오히려 플러스로 움직이겠지. 슈타덴은 잃어도 아깝지 않은 말이다.


  “……백부님. 승기라고 하셨습니다만, 이 싸움. 그렇게까지 위험한 것입니까?”

  샤이드의 표정은 창백해져있다. 이 정도의 대군이다. 간단하게 이기리라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도망치려면 지금 뿐이야. 샤이드. 언젠가 군대가 이 요새를 포위하겠지. 그렇게 되면 도망치는 일도 할 수 없어.”

  “…….”


  로엔그람 백작은 실수했다. 침묵한 샤이드 백작을 보면서 생각했다. 본래의 뮈젤인 채로 있어야 했다. 문벌귀족의 일원인 로엔그람 백작가 따윌 이어선 안 됐다.


  그렇게 했으면 그의 입장도 지금보다 훨씬 안정됐을지도 모른다. 로엔그람 백작가를 이은 것이 저 남자를, 문벌귀족에게서도 평민에게서도 거리를 만들게 됐다.


  그 점에선 발렌슈타인은 훌륭했다. 원수봉 수여식에서 귀족이 되는 것을 거부했다. 그건 어떤 말보다도 그의 입장을 강화했겠지. 평민들의 희망으로서……. 그렇기에 그를 죽여야만 한다. 우리들이 살아 남을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서…….


...


우주력 796년 12월 8일. 하이네센, 우주함대사령부. 드와이트 그린힐.


  “제국의 상황도 조금 확실하지 않구먼.”

  “그렇군요.”

  좋지 않다는 듯이 말하는 뷰코크 사령장관에게 난 맞장구 쳤다. 확실히 확실하지 않다.


  “괜찮을까? 그들은.”

  “뭐, 그렇게까지 말했습니다. 괜찮으리라 생각합니다만…….”

  “그러면 좋겠네만…….”


  어딘가 불안해 보이는 뷰코크 제독을 보면서 그들을 생각했다. 그들, 제 3함대사령관 루페브르 중장, 제 9함대사령관 알 살렘 중장, 제 11함대사령관 루그랑쥬 중장. 이번 페잔 방면파견군의 사령관들이다.


  당초, 페잔 방면파견군의 목적은 페잔 회랑의 중립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했을 때, 그들은 거기에 특별히 불복하지 않았다. 하지만 페잔으로 향하는 도중, 제국에서 발렌슈타인 원수 중상의 보고가 들어오니 그들의 태도가 변했다.


  경우에 따라선 무력을 써서라도 페잔 회랑을 지켜야함. 그게 그들의 주장이었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가. 포로교환을 제국 사이에 약속하고 있는 지금, 어떤 의미에서도 제국 사이에 전투행동은 피해야 하는데.


  “역시 불만이 있는 걸까요? 우리들은 샨타우 성역에서 패했음에도 불구하고 승진하여 군의 중앙에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함대사령관인 채입니다. 재미있는 일은 아니겠죠.”


  “그것도 있을 테지만. 역시 발렌슈타인 원수 중상 보고가 컸을테지. 그들은 제국이 혼란하고 있다고 봤겠지. 제국군의 침공부대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봤겠고…….”


  “있을 수 있는 일이긴 합니다만. 발렌슈타인 원수는 의식을 되찾았습니다. 그건 그들도 알고 있을 겁니다.”

  내 말에 뷰코크 사령장관은 끄덕이며 답했다.


  “어딘지 발렌슈타인 원수의 코를 납작하게 해주고 싶다. 그런 마음이 있는 거겠지. 그것과 우리들을 되돌아보게 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을지도 몰라…….”

  “……과연. 귀찮군요.”


  “페잔 회랑을 제압하면, 동맹은 이제르론, 페잔 양 회랑을 억누르게 되네. 동맹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선 두 회랑을 억눌러 둬야 한다는 그들의 말에도 일리가 있네만…….”


  뷰코크 제독이 어미를 흐렸다. 오른손으로 이마룰 잡고 있다. 확실히 머리가 아픈 문제다. 적어도 3개 함대 정도만 있어도 가능하다. 하지만 지금의 동맹엔 그게 없다.


  “지금의 동맹에는 양 회랑을 유지할 수 있을 만한 병력이 없습니다. 페잔은 중립국가로서 존재하게 해둬야…….”

  “그렇지. 페잔에는 여러 가지 생각할 부분이 있겠네만, 일단 완충지대로서 존재하게 해둬야만 하네.”


  그러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외교교섭을 힘내야만 한다. 하지만…….

  “총참모장. 귀관은 예의 신임 고등변무관 말이네만. 저 남자를 어떻게 생각하나?”


  뷰코크 사령장관이 얼굴을 찡그리고 질문했다.

  “올리베이라 변무관 말입니까. 뭐, 전임자인 헨슬로우 변무관 보다는 나을지도 모릅니다만…….”


  예의 공동회견 이후, 헨슬로우 전 변무관의 평판은 하강 일색이라고 해도 좋다. 제국의 변무관이 당당한 모습을 보인 데에 반해 헨슬로우 전 변무관의 태도는 추태라고까지 할 수 있는 거였다. 페잔에게 매수됐었다는 소문도 있다.


  “저 남자가 부채질했다는 건 생각할 수 없겠나? 총참모장.”

  “설마…….”


  이번 페잔 방면파견군에는 올리베이라 신 변무관이 동승하고 있다.


  뷰코크 사령장관의 말에 난 출발 전에 인사하기 위해 찾아온 올리베이라 변무관을 생각했다. 이전엔 국립중앙자치대학 학장이라는 지위에 있었지만, 학자보다는 자신감과 우월감에 넘치는 관료 같은 분위기를 가진 남자였다.


  “아니. 나의 기분 탓인지도 몰라. 나이를 먹으면 의심이 많아지지. 곤란한 일이로군.”

  “…….”


  뷰코크 사령장관이 의심이 많다는 건 있을 수 없다. 사람을 보는 눈은 확실하다. 확실히 올리베이라 변무관에겐 나 스스로 위험함을 느끼지 못한 건 아니다. 그렇다면 동맹은 페잔에 새로운 불씨를 품게 만든 걸지도 모른다…….


  이제부턴 이제르론 보다도 페잔 방면이 위험할지도 모른다. 페잔에도 더욱 주의 깊게 눈을 향해야만 하겠지. 일단 주재무관인가…….



Posted by 추리닝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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