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력 487년 12월 9일. 제국군 병원. 에리히 발렌슈타인.
내 머리맡에 오이겐 리히터, 칼 브라케가 앉아 있다. 그들의 표정은 결코 밝지 않다. 환자에게 있어서 고마운 일이 아니지만, 그들을 거절할 수도 없다.
뭐라 해도 그들을 스카우트 한 것은 나다. 고용주로서 듣고 싶지 않은 보고라도 들어야 한다는 각오는 있다. 그렇지 않으면 사람을 고용할 자격 따위 없겠지.
“역시 개혁을 생각하는 것과 실시하는 건 다른 문제로군요.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알게 됐습니다. 저희들은 개혁을 가볍게 보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500년 계속 되어온 통치체제를 바꾼다는 것을.”
“…….”
“카스트로프만으로도 이런 꼴입니다. 제국 전토에서 행하게 되면 얼마나 큰 혼란이 생길지……. 생각해보면 이번 내란도 개혁이 원인이었습니다. 전쟁이 일어날 정도의 정치개혁인 겁니다…….”
한숨 섞인 리히터의 말이었다. 브라케가 곁에서 끄덕이고 있다.
“개혁을 그만두고 싶다고라도?”
“말도 안 됩니다. 그런 생각으로 말한 게 아닙니다.”
내 눈앞에서 브라케가 얼굴을 새빨갛게 하고 반론했다. 그 곁에선 몇 번이나 끄덕이고 있는 리히터가 있다. 아직 백기를 들 생각은 없는가. 뭐, 그렇지 않으면 곤란하다.
내가 의식을 회복한 이후, 개혁파 문관들이 끊임없이 병실을 방문하게 됐다. 부상을 입기 전엔 군무와 궁중에 가는 일이 많아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일이 좀처럼 없었다.
하지만 부상을 입고 나서 일에 쫓기는 일도 없어졌다. 게다가 군인들은 출정하고 있다. 그런 고로 여유가 넘쳐흐르고 있을 터인 나의 무료를 풀어준다는 숭고한 목적을 가지고 그들은 찾아와 주는 것이다. 너무나 감사하게도!!
덕분에 난 레널드 선생에게 매일 혼나고 있다. 레널드 선생에게 있어서 난 대답은 잘하지만 말을 듣지 않는 나쁜 아이라고 한다. 그 건에 대해선 발레리는 전혀 내 도움이 되질 않는다. 여자들끼리 협동하여 날 책망하는 일에 전념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밤 9시에 소등, 2시간의 낮잠, 내가 싫어하는 피망과 리버를 반드시 식사에 포함하는 일이다. 덕분에 난 반쯤 울먹이며 피망과 리버를 먹어야 한다는 매일을 보내고 있다. 리히텐라데 후작의 말이 아니더라도 바로 퇴원하고 싶은 기분이다.
“가장 뼈저리게 느낀 건, 관리들이 생각처럼 움직여주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은 지금까지 평민들을 억누르는 통치법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들이 바라는 개혁이 뭘 목적으로 하는지 모르고,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모릅니다. 나쁜 마음을 품고 있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정체되고 맙니다…….”
“…….”
오이겐 리히터가 고개를 흔들면서 말하고 있다. 그들은 지금 행성, 카스트로프에서 개혁을 선행하고 있다. 하지만 그 성과가 반드시 맘에 드는 편이 아니다. 전혀 성과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생각보다도 성과가 적은 것이다.
“꽤나 고민했습니다. 어째서 생각처럼 되지 않는가? 브라케들과 몇 번이나 상의하고, 때론 감정적이 되어 싸움이 되는 일도 있었습니다. 관리들과, 주민들과 회의하고, 그래서 겨우 알았습니다.”
“…….”
리히터는 브라케와 서로를 돌아보고 “고생했지.”라고 말하기라도 하듯이 희미하게 웃음을 띠고 끄덕였다. 그럭저럭 얻은 게 있는 것 같다.
“10월 15일 칙령으로 개혁 실시가 선언됐습니다. 그 건으로 나와 브라케는 모든 사람이 개혁을 받아들었다고 생각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
“많은 사람들이 그걸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동시에 어떻게 받아들어야 좋을지 판단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 상태였던 겁니다.”
“……이번 내란과 연결되는 일이 개혁의 의미를 희미하게 만들었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헤르 브라케. 경의 말대로 내란을 끝내고 나서 하는 편이 좋았을지도 모르겠군요……. 하지만 그 이외의 단기간에 내란을 일으킬 방법이 있었을지…….”
내 말에 리히터가 조금 당황하듯이 입을 열었다.
“사령장관 각하. 그런 의미로 한 말이 아닙니다. 브라케도 지금은 그게 최선의 수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문제는 저희들이 현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로 개혁을 진행하고 말았다는 겁니다. 방금 전에도 말했습니다만, 칙령이 포고되어 모든 사람들이 개혁을 받아들었다고 생각했습니다. 발이 땅에 닿아있지 않았던 겁니다.”
오이겐 리히터가, 칼 브라케가 입을 모아 내게 죄가 없다고 했다.
두 사람 모두 상냥하군. 환자를 배려해준다. 건강체였다면 브라케에게 투덜투덜 불만을 들었겠지. 원작에선 라인하르트를 꽤나 비판했으니까 말이야. 그렇게 생각하면 입원생활도 나쁘지 않다. 피망과 리버만 없었다면 말이지만…….
“이제부터 어떻게 하면 좋을지는 알고 있습니다. 먼저 해야 할 일은 개혁 주지를 이해하게 하는 일입니다. 개혁이란 무엇인가. 어째서 개혁을 행하는 것인가. 그걸 제국 전토에 철저하게 이해하게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모두의 협력은 얻을 수 없습니다. 우리들이 겉돌 뿐입니다.”
“그렇습니다. 브라케의 말 대롭니다. 각각의 개혁안 실시는 그 뒤에 하면 됩니다. 카스트로프에서 개혁은 그걸 알게 된 것만으로도 쓸데없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오이겐 리히터, 칼 브라케의 말에는 힘이 있었다. 패배를 인정하지 못하고 억지를 부리는 건 아니겠지. 이상을 가지는 것, 현실을 파악하는 것, 그리고 그 사이를 채우는 것. 그걸 할 수 있게 되면 내란 종결 후의 개혁에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애초에 그렇게 되지 않으면 곤란하지만…….
“과연. 군대에선 상명하복. 경우에 따라선 때려서라도 따르게 합니다만. 정치경제에선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거로군요. 사람을 움직인다는 것처럼 어려운 일도 없죠…….”
내 말에 두 사람은 깊게 끄덕였다. 꽤나 고생한 거겠지. 표정에 피로함이 보인다. 군인만이 싸우고 있는 게 아니다. 그들도 싸우고 있는 것이다. 아직 시작됐을 뿐이지만, 제국 240억 명의 사람을 상대로 싸우고 있다. 언젠가 전 인류 400억 명을 상대로 싸우게 되겠지.
“지금 생각하면 카스트로프에서 개혁을 행하기 전에 ‘잘 될 필요는 없다. 실행한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라는 엘스하이머가 말했습니다만, 실제로 그 말대로라고 생각합니다. 각하의 말씀대로, 사람을 움직이는 일의 어려움을 알게 됐습니다.”
“…….”
칼 브라케의 말엔 무게가 있었다. 그 무게를, 여운을 확인하는 듯한 침묵이 방을 지배했다.
...
제국력 487년 12월 9일. 제국군 병원. 오이겐 리히터.
병실은 침묵하고 있다. 브라케의 말을 마지막으로 아무도 말하려 하지 않는다. 어딘지 모르게 말하는 게 망설여지는 분위기가 있었다.
발렌슈타인 사령장관이 습격 당했다. 의식불명의 중태. 그렇게 들은 나와 브라케는 나머지를 엘스하이머, 오스마이어에게 맡기고 급히 카스트로프에서 나와 오딘으로 향했다.
각하의 용태가 걱정되기도 했지만, 만일의 일이 있을 경우. 개혁이 어떻게 될지를 지켜봐야만 했다. 리히텐라데 후작은, 겔라흐 자작은 개혁을 속행할 의지가 있는가?
다행히 각하는 의식을 회복하셨지만, 카스트로프에서 오딘에 도착하기까지의 초조함, 불안함을 어떻게 표현해야만 좋을까. 리히텐라데 후작도 겔라흐 자작도 귀족인 것이다. 얼마나 개혁에 호감을 가지고 있을지 모른다. 그 불안이 항상 우리를 괴롭혔다.
필요성은 이해해도 호감은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한다면, 개혁 그 자체가 어디까지 행해질 것인지……. 불안정한 것이 될 수밖에 없다. 이제 와서 우리들, 개혁파의 뒷배경이 되어주는 것이 사령장관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각하. 걱정되는 점이 하나 있습니다.”
부끄러워하는 듯한 표정으로 브라케가 침묵을 깼다. 자신의 말이 침묵을 가져왔다는 걸 부끄럽게 여기고 있는 것 같다. 브라케에겐 그런 면이 있다.
“?”
발렌슈타인 사령장관은 침대에 누워있는 채로 눈으로 물었다. 얼굴색은 그다지 좋지 않다. 꽤 출혈이 심해서 위험했다고 들었지만, 그 때문이겠지.
“개혁을 진행하기 위해 사람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국에는 개혁을 생각한 관료가 거의 없습니다. 지금은 아직 저희들만으로 충분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개혁이 진행되고, 여러 갈래로 뻗어 나가면 개혁을 추진할 인재가 부족해지는 건 당연합니다.”
“…….”
브라케의 말대로다. 곤란하게도 제국에선 사회개혁은 정부 상층부에서 기피되는 존재였다. 당연하지만 관료들도 거기에 추종하고 있다. 다시 말해, 사회개혁을 행하려는 사람, 그리고 우리들의 뒤를 이어 개혁을 진행할 사람이 결정적으로 부족한 것이다.
“교육하고 나름대로 인재로 만들기 위해선 시간이 걸립니다. 물론 소홀히 할 수는 없습니다만, 일단 당장은 맞지 않습니다.”
“3년, 아니 2년 반 참을 수 있습니까?”
2년 반? 사령장관의 말에 무심코 브라케와 서로를 돌아봤다. 브라케가 끄덕인다. 참을 수는 있겠지. 하지만 2년 반에 인재를 확보한다는 건가. 아니면 달리 무슨 생각이 있는 건가.
“그건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만. 2년 반 후엔 인재를 확보할 수단이 있다는 것입니까? 브라케가 희망하는 인재의 레벨은 낮지 않습니다만?”
“예. 아마도 그 나름대로의 인재를 준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나름대로의 인재. 사령장관에겐 짐작가는 데가 있는 것 같다. 대체 어디에…….
“각하. 그건?”
“자유행성동맹에 있습니다. 헤르 리히터.”
“!”
자유행성동맹! 사령장관은 악동 같은 표정으로 이쪽을 보고 있다.
“내란 종결 후, 1년은 내정에 전념해야만 하겠죠. 하지만 그 뒤엔 우주통일을 위해서 군사행동을 일으킵니다. 페잔을 점령하고, 동맹을 보호국으로 합니다…….”
“…….”
보호국으로 만든 뒤 30년 걸려 제국의 개혁을 진행하며, 자유행성동맹이 제국과의 병합에 불안을 품지 않을 레벨까지 국내를 정비한다. 사령장관의 지론이다.
“그 뒤에 동맹에서 사람을 부르면 되겠죠. 동맹이 제국보다도 사회정책이 진행되어 있습니다. 무리하는 일 없이 발견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반란군, 아니 동맹이 협력할까요?”
“화평조약의 조건으로 넣으면 되겠죠. 헤르 리히터. 제국과 동맹 사이의 인재 교류를 바란다고.”
“…….”
“동맹에서 사람을 부르는 것만이 아니라, 제국에서도 사람을 파견한다. 동맹 사회정책을 스스로의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겁니다. 얻을 수 있는 건 많겠죠. 그 외에 제국으로의 이주자를 모집하면 됩니다. 이미 제국에서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주에 적극적이 되어 주는 사람도 있겠죠.”
과연, 선구자가 있으면 뒤를 잇는 건 어렵지 않다. 게다가 동맹에도 제국이라는 국가를 만들고 싶다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국가를 만든다는 건 일단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게 눈앞에서 일어났다. 자신의 손으로 국가창조를 행한다. 그 매력을 거부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게다가 언젠가 동맹의 사회정책을 본 사람도 제국에 돌아온다. 그들도 전력으로서 도움을 받을 수 있겠지. 그리고 그들을 쓰는 도중에 제국 내에도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자라난다……. 잘 될지도 모른다.
곁에 앉아 있는 브라케도 중얼거리며 끄덕이고 있다. 그도 잘 될 거라고 생각하는 거겠지.
“그들을 받아들어 개혁을 행하는 일은 절대로 필요합니다.”
“절대로 필요? 그건, 어째서 입니까?”
내 질문에 사령장관은 조금 잠자코 천장을 보고 있었다.
“제국이 동맹과 병합했을 경우, 동맹 사람에게 있어서 가장 불안한 것은 제국의 정치가 국민의 권리를 어디까지 보장하는 가하는 점이겠죠. 그러니 동맹 출신 사람이 개혁에 참가할 필요가 있는 겁니다.”
“다시 말해 같은 동맹 출신자가 제국 개혁에 참가하고 있으면, 동맹 사람이 안심할 수 있다는 겁니까?”
브라케의 질문에 사령장관이 끄덕였다.
“예. 이제부터 제국의 정책은 동맹 사람의 불안을 얼마나 풀어줄 수 있는가. 그게 중요하게 됩니다. 30년 걸려서 불안을 걷어낸다. 그것이 동맹의 병합을, 우주의 통일을 가능하게 하겠죠. 무리한 병합은 혼란을 부를 뿐입니다.”
브라케와 눈이 맞았다. 그가 끄덕이고 있다. 나도 끄덕였다. 그렇다 해도 동맹에게서 사람을 받아들이는가. 그런 발상은 나도 브라케도 하지 못했다. 우리들에게 있어선 개혁이 전부였다. 그래서 거기서 멈추고 말았다…….
하지만 사령장관에게 있어서 개혁은 우주통일이라는 목적을 위한 수단이다. 거기서 동맹에게서 사람을 받아들인다는 발상이 생겼다. 우리들도 그걸 잘 이해하지 않으면 사령장관의 생각을 따라잡지 못하게 된다. 신경 ㅆᅠㅇㅑ만 한다.
“이제부터 30년. 바빠질 겁니다.”
“…….”
“개혁만이 아니라 통일을 항상 생각하면서 움직여야만 합니다.”
“…….”
“언젠가 제국에 헌법도 만들어야겠죠.”
“!”
헌법! 브라케를 봤다. 그도 놀라고 있다. 제국에 헌법을 만든다. 황제의 권력을 제한한다는 것인가. 신성불가침의 은하제국 황제에게. 진심일까. 숨이 멎을 것 같은 마음으로 사령장관을 봤다. 사령장관은 온화한 표정으로 천장을 보고 있다. 조용한 눈이었다…….
'번역 : 새로운 조류 시리즈 > 본편(연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로운 조류(에리히 발렌슈타인 전) 제 180 화. 분진합격 (0) | 2015.02.12 |
---|---|
새로운 조류(에리히 발렌슈타인 전) 제 179 화. 뇌명 (0) | 2015.02.12 |
새로운 조류(에리히 발렌슈타인 전) 제 177 화. 새로운 불씨 (0) | 2015.02.12 |
새로운 조류(에리히 발렌슈타인 전) 제 176 화. 감상과의 결별 (0) | 2015.02.12 |
새로운 조류(에리히 발렌슈타인 전) 제 175 화. 어두운 기쁨 (0) | 2015.02.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