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력 488년 1월 24일. 렌텐베르크 요새. 에리히 발렌슈타인.


  “루츠 제독.”

  “예.”

  “그쪽에서도 이미 알고 있을지도 모릅니다만, 1월 21일, 가이에스부르크 요새에서 대규모의 함대가 변경성역으로 향해 출격했습니다.”


  스크린에 비춘 루츠의 얼굴이 긴장으로 굳었다.

  “지휘관은 빌헬름 폰 리텐하임 후작. 병력은 약 8만 척 정도가 되겠죠.”

  “8만 척…….”


  중얼거리는 목소리다. 루츠가 긴장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내란이 시작하고 최대의 병력이 움직이고 있다. 원작에선 귀족연합군은 각자 출격해서 격파 당했다. 그 때문에 8만 척의 대규모 함대가 움직인 건 가이에스부르크 주역으로 이동하고 나서였을 것이다. 키포이저 회전조차 귀족연합군의 병력은 5만 척이었다. 리텐하임 후작이 이끌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목적은 변경성역 탈환이겠죠. 루츠 제독은 별동대의 총력을 가지고 이걸 격파하세요.”

  “예.”


  대답은 했지만 루츠는 어딘지 모르게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다. 기분은 알겠다. 변경성역의 지배를 건 싸움인 것이다. 중압감을 느껴도 이상하지 않다. 게다가 다른 이유도 있겠지.


  “불안합니까? 루츠 제독.”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불안이 있습니다. 제가 6개 함대라는 병력을 이끌고 싸울 수 있을지하고…….”


  좋은 남자다. 불안을 불안하다고 인정할 수 있다. 등신대의 자신을 인식할 수 있다. 간단한 것 같지만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바보 같은 남자라면 억지를 부리다가 자멸하겠지.


  “각 함대사령관은 모두 신뢰할 수 있는 인물들입니다. 괜찮습니다. 루츠 제독은 혼자가 아닙니다. 좀 더 편한 기분을 가지세요.”

  “…….”


  “슈타인메츠 소장이 불안합니까?”

  “슈타인메츠 소장에게 불안은 없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분함대 사령관들이 공적을 서두르고 있는 건 아닌지……. 그게 걱정입니다.”


  루츠가 고개를 숙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그건가. 녀석들은 라인하르트에게 발탁된 경위가 있다. 라인하르트에게 의리를 세워 반항하리라곤 생각하지 않았지만, 자신들의 입장을 강화하려고 서두르는 일도 있겠지. 루츠가 말하는 것이 기우라고는 할 수 없다.


  “걱정이라면 차라리 그들을 예비로서 사용하는 게 어떻습니까?”

  “예비 말입니까?”

  “예. 최종국면에서 승리를 결정할 때에 쓴다. 그들의 역할을 고정하는 겁니다.”

  “과연.”


  루츠가 두 번, 세 번하고 끄덕인다. 원작에선 비텐펠트가 주로 맡은 역할이다. 역할이 고정되면, 그들도 서두르는 일은 없겠지.


  “문제는 전투개시 직후로군요. 적들이 정면전력은 많을 겁니다.”

  “참을 수밖에 없겠죠. 다행히 별동대에는 수비에 강한 지휘관들이 모여 있습니다. 미터마이어 제독도 속공을 특기로 하고 있습니다만, 방어가 허술한 건 아닙니다. 그보다도 그에게 불가능한 일이 있다고도 생각할 수 없습니다만.”


  내 말에 은근한 미소를 띠며 루츠가 끄덕였다.

  “확실히 말씀대로입니다. 때때로 저보다도 그나 로이엔탈 제독이 별동대의 지휘관에 어울리지 않는가하고 생각합니다.”


  “제가 고른 건 루츠 제독입니다. 선임이니까 고른 게 아니에요. 그만한 능력이 있다고 생각했기에 고른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선임이라도 고르지 않습니다. 좀 더 자신에게 자신을 가지세요.”

  “각하…….”


  “변경성역의 지배권은 이 일전에 걸려있습니다. 불안하긴 하겠지만, 전 루츠 제독을 믿고 있습니다.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싸우세요.”

  “……예. 반드시 적을 격파하겠습니다.”


  경례하는 루츠에게 답례하고 통신을 끝냈다. 아무것도 비추지 않게 된 스크린을 보자 자연스럽게 한숨이 나왔다.

  “불안합니까?”


  뤼네부르크였다. 놀리는 듯한 어조는 아니다. 어딘지 모르게 걱정하는 듯한 어조다. 루츠와는 나이도 그렇게 떨어지지 않았고, 친했던 걸까? 곁에는 발레리와 남작부인이 있다. 좋지 않군. 제대로 말해두자. 이상한 소문은 사양이다. 그렇다 해도 한숨 하나도 자유롭게 쉴 수 없다니. 높으신 분이 되는 것도 생각해볼 문제다.


  “그게 아닙니다. 전 루츠 제독에게 불안 따위 느끼고 있지 않아요.”

  “그럼.”

  “그의 기분이 이해할 수 있어서 말입니다. 훌륭한 부하를 가진다는 것도 큰일이지요.”


  뤼네부르크가, 발레리와 남작부인이 의문 섞인 표정을 짓고 있다.

  “자신이 그의 상사에 어울리는가. 그가 자신의 상사여야 하지 않는가. 그런 마음이 들고 마는 겁니다. 위에 선다는 것도 편하지 않아요.”


  아마도 모두 라인하르트를 생각하는 거겠지. 하지만 라인하르트만이 아니다. 메르카츠, 로이엔탈, 미터마이어……. 그들의 위에 선다는 건 결코 편한 일이 아니다.


  “각하라도 말입니까?”

  “절 뭐라고 생각하는 겁니까? 우주함대에서 가장 젊은이에 실전경험도 가장 적습니다. 불안이 없으리라고?”


  불안을 느끼지 않는 사람도 있다. 자신이 항상 정점에 있어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다. 라인하르트도 그렇지만 루돌프 대제도 그랬겠지. 능력은 둘째 치고 어느 종류 영웅적인 기질을 가진 사람, 지배자에겐 어울리겠지. 나머진 거기에 어울리는 능력이 있는가. 혹은 그걸 가진 부하를 가지고 있는지 어떤지다…….


  “어떻게 해서 그런 불안을 억누를 수 있는 건가요? 알려주실 수 없겠습니까?”

  남작부인이 흥미만만하게 물었다. 변함없이 호기심이 왕성한 분이다.


  “경쟁하지 않는 것, 이겠죠. 제 일은 그들에게 무훈을 세우게 하는 것이며, 그들과 무훈을 경쟁하는 일이 아닙니다. 그들이 원수의 밑이라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다. 무훈을 세울 수 있다. 살아서 돌아갈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제 일입니다.”

  “과연.”


  그렇다곤 해도 말만큼 간단하지 않다. 끄덕이고 있는 뤼네부르크들을 보면서 생각했다. 경쟁심이 없는 사람 따위 그렇게 이곳저곳 굴러다니는 게 아니다. 원작을 읽어보면 알 수 있다. 로이엔탈은 샨타우 성역 싸움에서 메르카츠를 상대로 후퇴했다. 그리고 라인하르트에게 뒤처리를 맡겼다…….


  다시 말해 라인하르트가 어떻게 그 패배를 회복하는 가를 로이엔탈이 시험하는 형태가 됐다. 라인하르트도 당연하지만 그걸 느꼈다. 로이엔탈의 일을 단순한 부하가 아니라 경쟁자에 해당하는 사내라고 라인하르트는 생각한 것이다.


  라인하르트의 저 도발 섞인 말, “날 쓰러뜨릴만한 자신과 각오가 있다면, 언제라도 도전해도 상관없다.”, 저건 로이엔탈이 상대이기에 말할 수 있는 게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로이엔탈의 반역은 샨타우 성역 전투에서 후퇴했을 때부터 정해져있던 일일지도 모른다. 이건 지나친 생각인 걸까…….


  혹시 내가 라인하르트의 입장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라인하르트와 같은 방법을 취했을까. 메르카츠를 상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브라운슈바이크 공작들을 도발하여 그들을 격파한다……. 그렇게 하는 것으로 전국을 결정했을까…….


  라인하르트와 같은 방법을 취한다. 그에 의해 귀족연합은 꽤 대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동시에 장래적으론 로이엔탈의 반란을 불렀다……. 그렇다면 로이엔탈에게 충분한 병력을 주는 것으로 샨타우 성역 정복을 명령했다면 로이엔탈은 어떻게 생각했을까. 경쟁 상대는 되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했을까. 그렇다면 반란은 막을 수 있었을까……. 알 수 없는 것들 뿐이다…….


  생각에 잠겨 있으니 슈마허가 다가왔다.

  “사령장관.”

  “?”

  “오딘에서 통신이 들어왔습니다. 국무상서, 리히텐라데 후작입니다.”

  “이쪽으로 비춰주세요.”


  뤼네부르크들이 내게서 떨어졌다. 그리고 스크린에 리히텐라데 후작이 나타났다. 노인은 신경이 곤두선 표정을 짓고 있다. 뭔가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왜 이렇게 일이 많은 건지. 내심 한숨을 내쉬고 싶은 기분이다.


  “무슨 일입니까? 좋지 않은 상황이라도?”

  “반란군이 페잔으로 진주했다.”

  “…….”


  그건 알고 있다. 일주일 정도 전에 동맹은 페잔에 진주했다. 이쪽의 생각대로다. 문제는 없을 것이다.

  “그건 좋다. 하지만 렘샤이트 백작이 묘한 이야기를 가져왔어.”

  “…….”


  과연. 노인 둘이서 판단을 곤란해하여 내게 이야기를 가져왔는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성가신 일일 것이 틀림없다.

  “경. 장로회의를 알고 있겠지?”

  “예. 알고 있습니다만?”


  내 대답에 눈앞의 노인은 곤혹한 표정을 보였다. 묘하군. 이 표정이라면 성가신 일이 아니다. 납득가지 않는 일이 일어났나.

  “반란군이 장로회의의 멤버에게 접촉했다고 하네.”

  “……그렇다면?”


  “어째서 장로회의를 열어서 루빈스키를 추방하지 않았냐고.”

  “!”

  저도 모르게 자신의 표정이 엄해지는 것을 알았다.


  “추방하면 제국은 페잔을 침공할 이유를 잃겠지. 반란군은 은밀히 페잔의 장로회의에 루빈스키를 추방하라고 움직였다고 하더군. 훌륭한 수요.”


  확실히 좋은 수다. 동맹은 페잔 침공이 동맹을 위해서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순순히 제국의 페잔 진주를 인정할 수도 없었다. 거기서 침공의 이유 그 자체를 지워버릴 것을 생각했다……. 그런 건가.


  “하지만 루빈스키는 추방되지 않았습니다…….”

  “음. 장로회의는 어째서 루빈스키를 추방하지 않은 것인가.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가. 반란군의 새로 온 고등변무관은 그 부분을 조사했던 것 같네. 확실히 묘한 이야기야.”


  “그래서 뭔가 알았습니까?”

  “아니, 렘샤이트 백작의 조사로는 반란군은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고 하네. 하지만…….”

  “?”

  리히텐라데 후작이 우물거리고 있다. 망설이고 있나?


  “녀석들은 아무래도 페잔에는 뒷면, 진정한 지배자가 있는 건 아닌가하고 생각하는 것 같네.”

  “…….”

  지구교라고 특정하진 못하지만 페잔에는 뭔가가 있다고 눈치 챘나. 만만찮군. 누가 눈치 챈 거지? 양인가? 그렇다면 동맹의 정부, 군부의 연계는 꽤나 좋다. 원작과는 다르다…….


  “경은 놀라지 않는군.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도 아닌 것 같네만…….”

  “리히텐라데 후작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모르겠네. 반신반의. 그 정도인가. 하지만 신경 쓰이는 것도 사실이지…….”


  “소관도 동감입니다. 주의가 필요하겠죠.”

  지구교를 내놓는 건 아직 빠르겠지. 뭐라 해도 증거가 없다. 오히려 의심을 살 뿐이다. 주의를 풀지 않으면 된다. 이야기를 바꿀까.


  “리텐하임 후작이 변경성역으로 출격했습니다. 병력은 약 8만 척…….”

  “!”

  리히텐라데 후작이 긴장하는 것이 스크린 너머에서도 알 수 있었다.


  “별동대에게 격파하라 명령했습니다. 큰 싸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변경성역의 지배권을 건 싸움이 되겠죠.”

  “질 수 없는 싸움이로군. 괜찮은가? 별동대는.”

  걱정인가. 노인.


  “괜찮습니다. 전 그들의 능력에 불안을 가진 적이 없습니다.”

  “호오. 믿음직하군. 경이 자랑하는 부하들인가.”

  리히텐라데 후작이 웃음소리를 올렸다.


  그 말대로다. 내가 자랑하는 부하들이다. 조조도 알렉산더도 나폴레옹도 그들을 알면 날 부러워하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꽤나 쑥쓰러웠다. 나도 후작에게 맞춰 웃음소리를 올렸다. 다시 한 번 생각한다. 내가 자랑하는 부하들이다.


  리히텐라데 후작과의 통신을 끊은 뒤, 난 혼자 스크린을 보면서 지구교에 대한 걸 생각했다. 지구교. 저 녀석들을 방치할 순 없다. 처리한다면 제국, 동맹 양쪽에서 단숨에 행할 필요가 있다. 시기적으론 내란종결후, 포로교환 조인식에서 의뢰한다. 대충 그 정도인가.


  지구교의 정체를 알면 놀라겠지. 동맹정부는. 그리고 백년 이상 전에 동맹과 지구교가 협력하여 페잔을 성립하게 했다고 알면 더욱 그렇겠지.


  자유행성동맹이 페잔 성립에 관여하고 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모두 생각하겠지. 하지만 난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것이 없었으면 페잔의 성립은 없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제국력 331년, 다곤 성역 회전이 일어났다. 동맹이 대승리했지만, 제국은 이에 대해서 바로 반격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당시 제국은 굉장히 혼란에 빠져있었기 때문이다. 암갈색의 6년간이다. 음모, 암살, 의혹사건이 다발하여 제국은 내부 분열할 수밖에 없는 상태가 됐다.


  제국력 337년에 즉위한 막시밀리언 요제프 황제가 동맹과 싸우지 않았던 건, 제국의 재건이 최우선사항이었기 때문이다. 외정을 할만한 여유 따위 어디에도 없었다.


  하지만 전혀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고 하면 그렇지도 않다. 당시 제국은 이제르론 회랑 이외에 동맹령으로 침공할 루트가 없는지 조사한 것이다. 조사 기록, 제 38에서 제 57 항로탐사선 조사기록에 의하면, 제국은 당초 이제르론 회랑 가까이에 쓸 수 있는 항로의 유무를 조사하고 있었다.


  단지 막시밀리언 황제가 내정을 중시했기 때문에 그렇게 빈발하진 않다. 적극적이 된 것은 다음 코르넬리아스 황제가 되고 나서부터다. 그리고 조사는 점점 페잔 방면으로 움직이게 된다.


  한 편 지구 말이지만, 그들은 동맹을 이용해서 지구의 복권을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동맹과 비밀리에 접촉할 것을 생각했다……. 당연하지만 군부와 마찬가지로 항로탐사를 했을 리가 없다. 아마도 그들은 처음부터 페잔 방면에서 조사를 시작했을 것이다. 그것이 그들에게 행운이었다.


  그들이 언제 페잔 회랑을, 페잔 성계를 발견한 것인가……. 아마도 제국력 350년대 후반이 되고 나서라고 생각한다. 지구가 페잔이라는 교역국가를 만들고, 제국과 동맹 사이의 어부지리를 생각한 건 이 시기였을 것이다.


  제국력 359년, 코르넬리아스 1세의 대규모 친정이 일어난다. 이 싸움에서 동맹군은 두 번에 걸쳐 대패배했다. 오딘에서 궁중 쿠데타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우주는 코르넬리아스 1세에 의해 통일됐겠지.


  대패배를 맛본 동맹은 공포에 떨었겠지. 군부의 재건에 필사적이었을 것이다. 그때 지구는 레오폴드 라프를 이용해 동맹정부에 비밀리에 접촉했으리라 생각한다. 이제르론 회랑 이외에도 쓸 수 있는 회랑이 있다고하며…….


  악몽이다. 당시의 동맹정부의 입장에서 보면 악몽 이외의 어떤 것도 아니었을 것이다. 혹시 제국이 두 회랑에서 침공하면 어떻게 될까? 안 그래도 패배에 의해 적어진 병력을 더욱 분할해야만 한다. 당연히 승산이 낮아진다.


  페잔에 기지를 만든다? 그것도 무리다. 지킬수 있을 정도의 전력이 없다. 혹은 동맹령 깊숙한 곳까지 끌어들인다? 그렇다 해도 어디서 적을 요격할 것인가…….


  무리를 감싸 쥐고 있는 동맹의 위정자에게 라프는 중립국가 페잔을 만들 걸 제안했겠지. 동맹의 위정자는 거기에 편승했다. 전력이 적은 이상 집중해서 써야만 한다. 그럼 중립국가 페잔을 만들어 제국의 침략로를 이제르론 하나로 줄여야 한다…….


  동맹의 구체적인 협력이라면, 아마도 자급협조겠지. 지구에서 자금이 있다고 하지만, 그 자금은 결코 풍족하진 않았을 것이다. 지구는 시리우스 전역에서 철저하게 박살났으니까.


  인구도 적고, 자원도 없다. 오염된 대지밖에 없다. 페잔을 만들 재력, 그걸 제국이 인정할 만큼의 뇌물, 그걸 지구가 지불할 수 있었을지……. 지구만으론 어려웠겠지. 협력자가 필요했을 것이다.


  레오폴드 라프의 자금은 동맹이 조달했을 것이다. 라프는 동맹정부의 비공식적인 협조 아래, 자금을 조달했다. 교역, 시세, 정부의 협조가 있으면 대금을 거는 것도 어렵지 않았겠지.


  물론 동맹의 통화는 제국에선 쓸 수 없다. 하지만 귀금속, 보석류는 쓸 수 있다. 라프는 동맹에서 얻은 자금을 귀금속, 보석류로 바꿔 제국에 가져갔다. 그리고 제국 마르크로 바꿔 페잔 설립을 위해 사용했다…….


  제국력 373년, 페잔 자치령이 성립한다. 동맹정부가 페잔 성립에 관여한 건 완전히 숨겨졌다. 당연하겠지. 혹시 사실이 제국에게 알려졌으면 페잔은 순식간에 제국에 의해 멸망했을 것이다.


  페잔은 성립 이후, 약체화한 동맹에 대해 협력을 계속 했을 것이다. 당시 동맹정부의 위정자에게 있어서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그리고 페잔, 지구에 있어서도 제국, 동맹의 어부지리를 취하기 위해서도 그게 필요했다…….


  모두 내 상상이다. 가설에 지나지 않는다. 혹시 진실은 다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구에서 모든 자금이 나왔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 그렇다면…….

Posted by 추리닝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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