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력 488년 1월 30일, 10:00. 리텐하임 함대 기함, 오스트마르크. 빌헬름 폰 리텐하임 3세.
함대가 키포이저 성계에 도착했다. 그것과 거의 같은 때에 가르미슈 요새에서 연락이 들어왔다. 우주함대 별동대가 접근 중. 적의 병력은 6개 함대, 약 7만에서 8만 척. 이쪽과 거의 같은 수라고 해도 좋다. 문제는 병사의 훈련도겠지.
지쳤다……. 방금 전까지 이 오스트마르크에 각 함대의 사령관을 불러 회의를 행했지만, 제대로 된 수확은 전혀 없었다. 당연하지만, 적과 어떻게 싸울지가 의제였다. 합의가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모두의 의견은 하나였다. 일전을 벌여 이긴다. 저 근거도 없는 자신감은 대체 어디서 오는 건지……. 적은 총사령관이 해임되어 동요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건가…….
적 별동대의 새로운 총사령관은 코르넬리아스 루츠 대장. 발렌슈타인에 의해 추천된 사내다. 샨타우 성역 회전에도 참가했다. 눈에 띄는 공적은 없다. 하지만 무능하진 않겠지. 오히려 견실하다고 봐야 한다.
이쪽의 함대는 일단 6개 함대로 성립되어 있다. 하긴, 거의가 오합지졸이다. 각자 약 1천 척 정도 단위를 이끄는 귀족들을 크게 다섯 개로 모았을 뿐이다. 그것과 내가 이끄는 함대, 합쳐서 6개 함대…….
6개 함대의 지휘관은 힐데스하임 백작, 헬더 자작, 하우징거 남작, 클라이스트 대장, 바르텐베르크 대장. 그리고 내 곁에는 라겔 대장, 노르덴 소장이 있다.
가르미슈 요새에 도착한 후엔 클라이스트 대장이 가르미슈 요새사령관 겸 주류함대사령관으로서 요새를 유지한다. 그리고 남은 5개 함대로 변경을 해방하게 되어 있다. 라겔이 있는 건 변경성역 해방에서 지상전이 상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긴, 거기까지 갈 수 있을지 어떨지……. 아무래도 적은 이쪽이 가르미슈 요새에 도차하기 전에 결전을 걸어올 것 같다. 적극과감이라고 해도 좋겠지. 전의는 높을 것이 틀림없다. 총사령관이 해임 됐다는 동요 따위 추호도 느껴지지 않는다.
“주먹이 우는 군요. 이정도 규모의 회전에 참가하는 건 처음입니다. 이제야 녀석들에게 우리들의 실력을 보일 수 있겠습니다.”
노르덴 소장이 의기를 담아 말했다. 얼굴에 홍조를 띄고 명백히 흥분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탄식이 나올 것 같았다.
“노르덴 소장. 정찰부대에게서 뭔가 보고는 있었나?”
“아뇨. 지금 시점에선 달리 없습니다.”
“그런가. 적은 이쪽에 접근하고 있네. 선봉에 있는 클라이스트 대장에게 충분히 주의하도록 전해주게.”
“예.”
내가 진중한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거겠지. 꽤나 불만하게 끄덕이고 지시를 내리기 위해 오퍼레이터를 향해 걸어갔다. 그는 이 싸움이 끝나면, 부친에게서 가독을 이어 자작가의 당주가 되겠다고 한다. 부친은 내무성의 차관까지 임했던 자다. 나도 알고 있지만, 꽤 훌륭한 인물이었다고 기억하고 있다.
교활하고 강하고 빈틈이 없는 사내였다. 지위를 이용해서 꽤 사복을 채웠겠지. 비방하는 게 아니다. 칭찬하고 있다. 그 정도의 악당 정도가 아니면 내무성이라는 거대관청에서 차관 따위 맡을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런 부친이 보자면 노르덴 소장은 변변찮은 아들이라고 한다. 30대 중반에 소장이라면 그럭저럭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우주함대의 정규함대에 소속하고 있지 않다. 그게 부친에게 있어서 불만이었던 것 같다.
우주함대에는 뮈켄베르거 원수가 퇴역한 뒤, 대대적인 인사이동이 있었다. 주로 그건 발렌슈타인에 의해 행해진 것이지만, 새로운 우주함대에 배속된 사람들은 신분이나 연고가 아니라 실력으로 골라졌다. 그리고 노르덴 소장은 그 인선에서 빠졌다……. 노르덴 소장도 그의 부친도 거기에 크게 불만을 가지고 있다.
노르덴 소장이 이 내란에 참가한 건 발렌슈타인에 대한 반발도 있겠지만, 이 내전에서 무훈을 세워 주변이 자신의 실력을 인정하게 만들어 가독을 잇는다. 그런 마음도 있는 것 같다. 부친을 되돌아보게 만들고 싶은 걸지도 모른다.
하긴, 내 입장에서 보자면 발렌슈타인이 등용하지 않았다는 그 한 점 때문에 얼마나 신뢰해도 좋을지 불안을 가질 수밖에 없다. 물론 등용되지 않은 사람 중에도 그라이프스 같은 믿음직한 사람도 있다. 선입견은 가져선 안 되겠지. 하지만 노르덴에 대한 불안은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새삼 브러울러, 감리히가 곁에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지 생각하고 있다.
“각하.”
내게 말을 건 것은 클라우스 폰 재커드였다. 옛날부터 리텐하임 후작가를 섬기고 있던 사내로 나이는 벌써 70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머리카락이 거뭇거뭇하다. 이상한 남자다.
“뭔가? 재커드.”
“너무 고민하시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표정이 어두운가?”
재커드는 잠자코 끄덕였다. 리텐하임 후작가의 군대는 이 남자가 제어하고 있다. 군에선 30대 전후일 때 소장까지 올랐지만, 그 뒤엔 은퇴하고 리텐하임 후작가의 함대를 맡아왔다. 이 사내가 있는 한 함대에 불안은 없다. 군을 은퇴한 이유는 모른다. 한 번 물어본 적이 있지만, 침묵한 채로 답하지 않았다. 어딘지 모르게 압도당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뒤엔 지금 이 상태다.
적과 접촉했다고 정찰부대에서 보고가 있던 건 5시간 정도 지난 뒤였다.
“적과 교전까지 앞으로 얼마나 시간이 있는가?”
“두 군대가 이대로 전진하면 3시간 후일까요.”
“그런가……. 일단 전군을 멈춰라.”
내 말에 노르덴이 조금 놀란 표정을 보였다.
“격렬한 싸움이 되겠지. 2시간 정도 휴식을 취하지. 식사도 허가한다. 단, 음주는 불가다. 전장에서 취해서야 싸울 수 없으니까.”
“알겠습니다.”
노르덴이 명령을 내리기 위해 오퍼레이터에게 가는 것과 교환하듯이 라겔 대장이 찾아왔다.
“적과 접촉했다고 들었습니다만?”
잠자코 끄덕이니 “그렇습니까. 슬슬 결전이군요.”라고 말하고 몸을 살짝 떨었다. 무사의 떨림이란 게 이런 건가. 그런 걸 생각하니 돌아온 노르덴 소장과 둘이서 흥분 섞인 이야기를 시작했다. 근거도 없는 승리의 확신. 듣고 있는 쪽이 괴롭다.
“미안하네만 나도 조금 쉬도록 하지. 경들도 적당히 쉬어두게.”
“예.”
“재커드. 나중에 방으로 오게. 30분 정도 후면 되네.”
“예.”
방으로 돌아가 소파에 앉아 적과 어떻게 싸울지 생각했다. 아군은 오합지졸이다. 덧붙여 지휘능력은 결코 높지 않다. 아니, 낮겠지. 클라이스트, 바르텐베르크 대장은 군인이라고 해도 지휘하의 분함대는 귀족이 이끌고 있다. 지시대로 움직일지 어떨지…….
가이에스부르크 요새에 틀어박혀 있던 것도 그런 이유가 있기 때문이었다. 적이 쳐들어오기 전까지 함대행동을 연습하게 할 생각이었다. 매일처럼 연습했지만, 어디까지 쓸 수 있게 되었을지. 솔직하게 말하자면 불안이 있다.
재커드가 왔다. 애교가 없는 남자다. “무슨 용무입니까?”라고는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마음이 편했다. 아무 말 없이 소파를 가리키니 재커드는 아무 말 없이 앉았다.
“전투 중에 상세한 함대운용은 할 수 없겠지. 자칫 잘못하면 혼란에 빠져 적에게 틈을 내줄 수밖에 없어.”
“그렇지요.”
“그렇게 되면, 정면에서 힘으로 밀고 붙이는 수밖에 없겠지.”
재커드가 아무 말 없이 끄덕였다.
“……중앙에 우리들을, 그 양쪽에 클라이스트, 바르텐베르크를 둔다. 헬더 자작, 하우징거 남작은 그 외측에 두고, 힐데스하임 백작을 예비로 쓰고자 생각하네.”
재커드는 이번엔 눈썹을 올릴 뿐이었다.
“나와 클라이스트, 바르텐베르크가 있는 중앙이 적을 돌파하면 우리들의 승리. 돌파하기 전에 양익이 무너지면 이쪽의 패배다. 그 경우엔, 최후미에서 아군의 철퇴를 원호하게 되네.”
아마도 그렇게 되겠지. 재커드도 같은 생각일지도 모른다. 크게 끄덕였다.
“클라이스트와 바르텐베르크가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른다. 뭐라해도 아군사살의 오명이 있는 자들이니까. 하지만 그렇다 해도 이제르론 요새에서 최전선을 맡고 있었던 거다. 헬더 자작이나 하우징거 남작, 힐데스하임 백작보다는 괜찮겠지.”
내 말에 재커드는 끄덕였지만, 문뜩 웃음을 보였다.
“그렇지요. 게다가 예비로라도 두면 뒤에서 맞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무심코 그 말에 웃음이 일었다. 웃을 일이 아닌데도 웃을 수밖에 없다.
“심한 말을 하는 녀석이군. 달리 뭔가 주의할 점은 없는가?”
“아뇨. 제가 말할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런가…….”
“안심하십시오. 각하를 실망하게 할 싸움은 하지 않습니다. 약속합니다.”
“음. 부탁하네.”
재커드는 소파에서 일어나고 인사한 뒤 방을 나갔다. 그에겐 모든 걸 말해뒀다. 최후미에서 아군을 도망치게 하기 위해선 이 남자의 지휘가 필요하다. “미안하지만, 나와 함께 죽어주게.” 그 말에 재커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웃음을 보였다. 미심쩍어하는 내게 “꽤나 화려한 최후가 될 것 같군요.”라며 기뻐하는 듯이 말했다. 그 웃음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단지 “미안하네.”라고 말하고 고개를 숙이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문벌귀족으로서 삶을 관철해 보이라인가……. 발렌슈타인. 아무래도 경의 소원대로 죽을 수 있을 것 같다. 각오는 되어있다. 이 나의 죽음으로 아군이 하나로 뭉칠 수 있다면, 이 이상의 죽음, 아니 삶은 없겠지…….
...
제국력 488년 1월 30일, 20:00. 루츠 함대 기함 스키르니르. 코르넬리아스 루츠.
지휘관석에 앉아 눈앞의 스크린을 보고 있다. 거기에는 적의 대함대가 비추고 있다. 정면전력은 5개 함대, 후방에 예비가 1개 함대다. 진형 그 자체는 이쪽과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예상외의 일이 있다. 적의 중앙에 함대는 한층 규모가 크다. 2만 척 정도 되겠지. 아마도 리텐하임 후작이 이끄는 함대다.
아무래도 난 저 함대의 공격을 받아내게 될 것 같다. 격렬한 싸움이 되겠지. 하지만 남은 함대는 제각기 이쪽이 병력이 많은 듯하다. 다시 말해 중앙을 돌파되든가, 막고서 적의 양익을 무너뜨릴 수 있을까가 승패를 정하게 된다고 보면 된다.
꽤나 밀고 들어오겠지. 위험한 상태가 될지도 모른다. 양쪽에 있는 바렌, 로이엔탈과 연계를 통해서 함대진형을 V자형으로 한다. 아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겠지. 그리고 버틴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버티는 일뿐이다.
나머진 미터마이어와 뮐러가 적의 양익을 얼마나 칠 수 있는가다. 그리고 슈타인메츠의 투입시기. 적도 예비를 준비하고 있다. 투입시기가 승부를 정할지도 모른다.
“적과의 거리, 100광초.”
오퍼레이터의 목소리가 긴장을 품고 있다. 함교의 공기가 그 목소리에 응하는 듯이 무거워진다. 내 곁에는 프로이라인 마린도르프가 있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긴장하고 있다. 그리고 스크린을 노려보는 듯이 보고 있다. 초진에서 이만한 대함대가 변경성역의 지배권을 걸고 자웅을 겨루는 싸움에 참가하고 있는 거다. 긴장은 물론이고 공포도 있겠지.
이 싸움이 시작되기 전에 그녀에겐 함선에서 내릴 것을 권했다. 그녀는 군인이 아니다. 함선에서 내리는 건 결코 불명예가 아니다. 하지만 그녀는 내게 감사를 표하면서도 퇴함하는 것을 거부했다. “저는 제 의지로 여기에 남을 것을 선택합니다. 아군을 버리고 도망칠 수 없습니다.”
백작가의 차기당주에게 만일의 경우가 있어선 마린도르프 백작에게 면목이 없다. 그렇게 말하고 퇴함을 권했지만 “별동대에 동행하고 있는 이상, 아버지도 각오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그녀는 웃음을 띠울 뿐이었다.
질 수 없다. 곁에 있는 프로이라인 마린도르프를 보며 생각했다. 혹시 지면 어떻게 되나? 그녀는 마지막까지 함께 하려고 하겠지……. 또 하나 짊어질 것이 늘어났다.
지위가 오르고, 권한이 커지게 되는 것과 동반하여, 짊어지는 것도 무거워질 뿐이다. 여기에는 두 군대를 합쳐 15만 척, 1500만 명을 넘는 병력이 모여 있다. 그리고 내 명령 하나에, 생사를 걸고 싸우는 것이다.
사관학교 시대가 그립다……. 그 때엔 순진하게 시뮬레이션에서 우열을 겨루는 것만으로 좋았다. 자신의 지휘로 병사가 죽는다는 걸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전장에 나오고 나선 무리한 명령을 내리는 상급사령부를 악담하는 것만으로 좋았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그 상급사령부인 것이다. 누굴 악담할 수도 없다.
발렌슈타인 사령장관, 메르카츠 제독, 그리고 로엔그람 백작도 이런 중압감을 견뎌온 것일까. 계속 참을 수 있는 것인가? 그리고 나는……. 뮈켄베르거 원수에 대한 걸 생각했다. 원수의 위엄 넘치는 모습과 심장에 병을 가지고 있던 것을…….
“적군, 옐로존을 돌파하고 있습니다.”
희미하게 떨림을 가진 오퍼레이터의 목소리가 전투가 임박했음을 고했다. 함교의 공기가 더욱 긴박해진다. 쓸데 없는 생각을 하지 마라! 지금은 이기는 것만을 생각할 때다!
“적, 완전히 사정거리에 들어왔습니다!”
“쏴라!”
내 명령과 함께 수십만이라는 에너지파가 적을 향해 돌진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적에서도 에너지파가 이쪽을 향해 온다. 변경성역의 지배권을 건 싸움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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