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주력 792년 5월 20일. 하이네센. 후방근무본부. 알렉스 캬젤느.


  “정말이지. 어째서 이렇게나 서류가 많은 거야?”

  내 한탄에 주변은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뭐, 무리도 아니다. 요즘 최근 입을 열었다 하면 모두 한탄이다. 모두 익숙해져 있다. 그리고 대량의 서류를 안고 있는 건 모두 마찬가지다. 생각할 마음도 들지 않겠지.


  우주력 792년 5월 6일에 시작된 제 5차 이젤론 요새 공략전은 유감스럽게도 실패했다. 후방근무본부는 그 뒤처리 때문에 야단법석 상황이다. 그건 내가 소속되어 있는 보급담당부 제 1국 제 1과도 마찬가지다. 평소에도 일이 많은 곳인데도 버틸 수가 없다.


  그래도 의료위생부보단 낫겠지. 거긴 아마 지옥일 것이다. 이번 싸움에서도 꽤 많은 부상자가 나온 것 같으니까. 수용시설 수배에서 의사 수배, 거기에 기지 수배까지 해야 한다. 장의사가 차라리 낫다. 제국과의 전쟁으로 가장 많이 돈을 번 것은 장의사겠지.


  슬슬 인원 보충을 진심으로 생각해야한다. 지금까지도 몇 번인가 요청을 넣었는데도 이 녀석이든 저 녀석이든 최전선으로 사람을 보낼 생각만하고 후방에서 사람을 배치하는 건 완전히 경시하고 있다. 최전선에서 싸우는 사람을 지지하는 것이 후방에서 보급을 담당하는 사람이라는 걸 전혀 모르고 있다.


  “정말이지. 어떻게든 해달라고!”

  불만이 터져 나왔다. 스스로 후방근무를 지원했다곤 해도, 이렇게 될 바에야 차라리 통합작전본부 참사관 쪽이 정신적으로 좋을지도 모른다. 그런 걸 생각하니 책상 위의 TV전화가 울렸다.


  “캬젤느 대령. 록웰 소장이 부르십니다. 시급히 국장실로 와주세요.”

  “알았다.”

  이런이런. 보급담당부 제 1국 국장 록웰 소장의 호출인가……. 이렇게 바쁜 시기에 무슨 일이야?


  인원 보충이라면 광희난무겠지만. 일단 있을 수 없지. 상층부의 얼굴색이나 살피는 국장이다. 어차피 귀찮은 일을 밀어붙이겠지. 지금까지도 몇 번이나 있었다.

  “정말이지…….”

  이런. 또 불만이 튀어나올 것 같다…….


  국장실에 가니 거기엔 이미 선객이 있었다. 젊은 남녀가 한 쌍. 소파에 앉아 있다. 국장은 어딨나 보면 책상에서 불만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역시 귀찮은 일인 것 같다.

  “록웰 국장. 부르셨다고 들었습니다만?”

  용건이 없으면 돌아간다. 난 바쁘다고.


  “캬젤느 대령. 귀관은 인원 보충을 요청했다고 하더군.”

  “예.”

  “귀관에게 두 사람. 새로이 배속되었네. 자세한 건 거기에 앉아 있는 바그다슈 대위에게 들어라. 이상이네.”


  그렇게 말하고 개라도 내쫓듯이 손을 흔들었다. 두 사람 증원? 감사한 이야기지만, 국장의 태도를 보니 솔직하게 기뻐할 수 없다. 문제는 소파에 앉아 있는 두 사람이다. 이 두 사람. 대체 무슨 귀찮은 일을 몰고 온거냐?


  두 사람에게 시선을 향하니 소파에 앉은 젊은 남자가 쓴웃음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남자가 아마 바그다슈 대위겠지. 그리고 곁에 앉은 젊은 여성 병사도 함께 일어났다.


  “캬젤느 대령. 죄송합니다만 비밀리에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장소를 준비해주시지 않겠습니까? 아무래도 여기는 그렇게 할 수 없는 장소이기에.”

  바그다슈 대위는 힐끗하고 록웰 소장을 보면서 비아냥거렸지만, 소장은 불만 섞인 표정을 띄울 뿐 말이 없었다. 빨리 나가라는 것 같다.


  “알았네. 내 방에서 이야기하지. 그럼 국장. 실례하겠습니다.”

  방에서 나가니 바그다슈 대위가 말을 걸어왔다.

  “정말이지. 그릇이 작은 남자군요. 이야기하기 힘듭니다.”

  대위가 소장을 비난한다. 게다가 말도 낮추지 않았다. 어처구니 없는 남자로군.


  “귀찮은 일인 듯 하지만.”

  “그렇습니다. 조금 곤란해하고 있습니다. 상세한 건 대령의 방에서.”

  이번엔 대위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아무래도 꽤나 곤란한 일인 것 같다. 귀찮구만…….


  “알았다. 그런데 귀관. 어디의 인간인가?”

  “정보부입니다.”

  역시 그런가. 이 남자에겐 어딘가 방심할 수 없는 분위기가 있다. 헌데 인원 보충과 어떻게 관련된 건지…….


  “정보부의 어디인가?”

  “……방첩과.”

  방첩과. 다시 말해 스파이 헌터인가. 그렇다면 내가 있는 곳에 스파이가 있던가. 혹은 보내올 두 사람이 스파이인가. 할 일은 감시. 혹은 기만정보를 흘려 역이용. 그런 정도인가. 어쩐지 국장이 불쾌할 만하다. 소인배인 국장에겐 조금 짐이 무겁다.


  내 방에 들어가 적당히 앉도록 했다. 방은 그다지 크지 않고, 소파도 없다. 내 책상 외에는 접이식 의자가 있을 뿐이다. 살풍경하고 그다지 좋은 방이라고도 할 수 없지만, 두 사람 모두 불만도 말하지 않고 의자에 앉았다.


  새삼 두 사람을 본다. 바그다슈 대위는 20대 중반에서 후반이겠지. 머리카락도 깔끔하게 정돈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대담하달까, 침착하달까, 독특한 분위기가 있는 남자다. 또 한 명 젊은 여성 병사는 20세가 될까 말까 하겠지. 부드러운 미소를 띄우고 있다. 내 시선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그녀가 이름을 밝혔다.


  “미하마 사아야 소위입니다. 정보부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빙긋 웃었다. E식인가. 그렇다면 원래는 동양계인 것 같다. 미하마 소위라 불러야 겠지.


  웃으면 눈이 가늘어지며 보조개가 양 뺨에 나온다. 귀여운 느낌의 여성이다. 목소리도 어딘지 달콤한 느낌으로 들린다. 정보부라고 했지만 그다지 그런 느낌이 들지 않는다. 소위란 건 사관학교를 졸업하여 1년도 지나지 않았다는 거다. 그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야기를 들어볼까.”

  “제 5차 이젤론 요새 공략전이 실패했습니다. 병행추격작전은 잘 된 듯이 보였습니다만. 최종적으론 제국의 만용 앞에 실패했습니다.”


  바그다슈 대위의 말에 나는 말없이 끄덕였다. 제 5차 이젤론 요새 공방전은 동맹군의 병력 함정 약 5만척, 제국군은 이젤론 요새와 그 주류 함대 약 1만 3천척으로 행했지만. 그 결말은 비참한 것이었다.


  제국함정 전체가 요새에 향해 후퇴를 시작했을 때, 동맹군은 병행추격작전을 행하여 양군의 함정이 뒤섞여 혼란 상태가 되었다. 사정거리 내에 있으면서도 토르 해머를 쏘지 못한다는 상황을 만들어 통맹군은 단숨에 요새를 공략하려 공세를 취했지만, 진퇴양난에 빠진 제국군은 토르 해머 발사를 명령. 아군의 제국군 함정채로 동맹군의 함대를 분쇄했다.


  병행추격작전은 실패로 끝나고, 동맹군은 잔존병력을 모아 철퇴했다. 동맹군 총사령관 시트레 대장은 유감이었겠지. 설마 제국군이 아군까지 싸잡아서 포격을 날릴 줄이야. 그것만 없었다면 이젤론 요새를 공략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철퇴중인 동맹군에 한 명의 제국군인이 망명을 희망했습니다.”

  “망명자…….”

  “에리히 발렌슈타인 중위. 병참통괄부에 소속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과연. 제국측의 후방근무사관인가. 내 곁에 오는 건 그건가…….


  “아시리라 생각합니다만. 대령 곁에 배속되는 건 그입니다.”

  “그럼 또 한 명은?”

  난 미하마 소위를 봤다. 그녀는 조금 곤란한 표정을 보였다.


  “보신 대로 미하마 소위입니다. 그녀가 발렌슈타인 중위의 감시역이 됩니다.”

  두 사람 증원이라고 해도 한 사람은 스파이에 한 사람은 감시역인가. 말도 안 되는군. 무심코 한숨이 나왔다.


  “이런이런. 대위. 증원을 희망했지만 한 사람은 스파이에 한 사람은 감시역인가? 정말이지. 말이 안나오는군.”

  내 말에 바그다슈 대위는 조금 곤란한 표정을 보였다. 그런 얼굴을 해도 안 된다고. 대위.


  “분명 그녀는 감시역입니다만, 발렌슈타인 중위는 아직 스파이라고 확정된 건 아닙니다.”

  “그럴까? 동맹군이 돌아올 때까지 앞으로 2주일이 남았어. 지금 시점에서 벌써 그 중위를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은 꽤 확실하게 그를 스파이라고 의심하는 거겠지?”


  “그렇지 않습니다. 대령. 실은 그가 스파이인가 그렇지 않은가 판단할 수 없습니다.”

  “판단할 수 없다?”

  내 말에 바그다슈 대위가 끄덕였다. 진지한 표정이다. 거짓말이 아닌 걸로 보이지만, 상대는 정보부다. 간단히 믿을 순 없다.


  “현 시점에서 원정군 총기함, 헥토르에서 그에 대한 조사가 행해지고 있습니다만. 모두 판단할 수 없다고 합니다. 조사 내용은 정보부에게도 보내지고 있습니다만. 이쪽도 판단할 수 없어서…….”

  “농담이겠지…….”

  원정군만이 아니라 정보부도 판단할 수 없다? 그런 말을 믿으라는 건가. 눈앞의 남자는.


  내가 아연해하고 있지 미하마 소위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발렌슈타인 중위 말입니다만. 그는 사관학교에서 병참을 4년간 전공했다고 합니다. 대령도 아시겠습니다만, 제국에선 보급담당사관의 지위가 극단적으로 낮습니다. 병참을 4년간 전공했다고 한다면 틀림없이 낙오생입니다.”


  그녀의 말대로다. 일단 틀림없이 발렌슈타인 중위는 낙오생기겠지. 대단한 정보 따위 가지고 있을 리 없고, 그런 낙오생을 스파이로 삼을 리도 없다. 아마도 거짓 신분이겠지.


  “헌데 중위의 사관학교 졸업성적은 5등이었습니다. 그것도 제국고등문관 시험도 합격했습니다. 연령은 지금 현재 17세. 12세에 사관학교에 입학하여 16세에 졸업했습니다. 아무리봐도 낙오생으론 보이지 않아요.”

  “…….”


  동감이다. 아무리 봐도 이상하다. 곤란해하는 내게 이번엔 바그다슈 대위가 말했다.

  “그런겁니다. 대령. 스파이라면 할 수 있는 한 이쪽을 믿을 수 있게 하겠죠. 그렇다면 이런 어설픈 거짓 신분은 만들지 않을 겁니다.”


  “망명 이유는?”

  “살해당할 뻔했다고 합니다.상대는 귀족의 명령을 받은 남자라고 합니다. 그 남자를 역으로 쓰러뜨렸습니다만. 이 이상 제국에 있으면 위험하리라 판단한 듯 합니다.”


  평민의 중위가 귀족에게 살해당할 뻔하다? 대체 무슨 짓을 했나?

  “그의 양친이 어떤 귀족의 상속문제로 그 귀족에게 살해당했다고 합니다. 이번 건도 거기에 관련되어 있으리라고 그는 말하고 있습니다.”

  “사실인가? 그건.”


  내 질문에 바그다슈 대위와 미하마 소위는 얼굴을 마주했다. 그리고 이번엔 소위가 말을 이었다.

  “페잔 경유로 사건을 찾았습니다. 분명 5년 전, 콘라트 발렌슈타인, 헬레네 발렌슈타인 두 사람은 살해당했습니다. 그들은 변호사와 사법서사로 모 귀족의 상속문제에 관련되어 살해당한 걸로 보입니다.”

  “…….”


  “당시 제국에선 꽤 유명한 사건이었다고 합니다. 두 사람 사이에 에리히라는 아들이 있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연령은 당시 12세. 살아 있었다면 17세입니다. 망명한 발렌슈타인 중위와 일치합니다.”

  “……사실인가.”


  “그의 소지품 안에 페잔 은행 카드가 있었습니다.”

  “은행 카드?”

  “예. 20만 제국 마르크의 저금이 들어있었습니다.”

  “거짓말이겠지…….”

  목소리가 떨린다. 평민인 중위에게 20만 제국 마르크? 대체 무슨 돈이야?


  내 곤혹을 무시하고 미하마 소위가 침착한 말투로 말을 계속한다. 하지만 소위의 얼굴엔 아까 전까지 있었던 웃음이 없다.

  “양친이 죽은 후, 상속문제로 신세를 진 데다 그 건으로 그의 양친을 죽게 만든 걸 후회한 귀족이 그에게 준 것이라고 합니다.”


  “믿을 수 있나? 병참통괄부는 보급담당이다. 횡령이나 부정으로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사복을 취할 수 있잖아?”

  그렇다면 범죄를 발각될 뻔해서 망명한 것이 아닌가? 그런 남자를 이쪽으로 보내면 이번엔 이쪽에서 사복을 취하겠지. 장난이 아니다!


  “분명 그렇습니다만. 금액이 너무 큽니다. 게다가 그 구좌가 개설된 건 5년 전입니다. 20만 제국 마르크도 그 때 입금되어 있습니다. 입금자는 리메스 남작. 발렌슈타인 중위의 증언은 틀림없습니다.”


  방에 침묵이 떨어졌다. 어떻게 판단해야 좋을지 알 수 없다. 그것이 겨우 알았다. 이 무슨 묘한 망명자인가. 하나하나가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이유를 들으면 분명 있을 수 있어 보인다. 하지만 그 이유가 처음부터 준비되어 있었다면……. 아니, 대체 이런 이상한 신분을 준비하여 스파이로 삼을 수 있는 것인가…….


  “혹시 그가 스파이라면 5년 전부터 제국은 그를 준비한 것이 됩니다. 하지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으리라곤 생각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정말 망명자냐고 한다면, 거기에도 의문이 남습니다. 판단할 수 없다는 거에요.”


  바그다슈 대위의 말에 자연스럽게 나도 끄덕였다.

  “우리들에게 있어 스파이는 두려운 존재가 아닙니다. 그것만 알면 얼마든지 감시도 할 수 있고 이용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르면 곤란합니다.”

  “그래서 내 쪽에서 감시하겠다는 건가.”


  바그다슈 대위가 끄덕였다.

  “발렌슈타인 중위는 하이네센에 도착한 후, 약 1개월 간 정보부에서 조사를 받습니다. 그때까지 미하마 소위를 가능한 한 보급담당사관으로 만들어 주세요. 중위의 배속 후엔 그녀를 보좌역으로 붙여주십시오.”


  내가 미하마 소위에게 시선을 향하니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잘 부탁드립니다.”

  “알았다. 그렇게 하지.”

  “그녀의 배속은 내일이라도 내시가 있을 겁니다만. 그 시점에 그쪽으로 보내겠습니다.”

  “알겠다.”


  이야기가 끝났다고 판단한 거겠지. 두 사람이 돌아가려 했지만, 돌아가려는 사이에 바그다슈 대위가 묘한 걸 말했다.

  “그러고보니 대령은 양 중령과 친했지요?”

  “그렇지만. 그건 왜 물어보나?”


  “발렌슈타인 중위와 양 중령이 전술 시뮬레이션에서 대전했다고 합니다.”

  “!”

  대전. 양이 발렌슈타인 중위와?


  “어떻게 되었나?”

  “그게…….”

  바그다슈가 곤란하다는 듯 한 목소리를 냈다. 묘하군. 이기지 않았나? 양이 진다? 그거야말로 있을 수 없는 이야기지만…….


  “묘한 결과가 나왔다고 합니다. 소관도 잘 모릅니다만. 언젠가 중령이 돌아오면 직접 물어보십시오. 저도 알고 싶으니까요.”

  그렇게 말하고 바그다슈 대위는 방을 나갔다. 묘한 이야기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Posted by 추리닝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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