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력 797년 6월 10일. 마리네티 분함대 기함 루스탐. 미하마 사아야.

 

 마리네티 소장이 이끄는 600척의 함대가 이제르론 회랑으로 항행하고 있습니다. 이제르론 국제협력도시에 함대가 도착하는 것도 이제 곧입니다. 함대에는 강화조약, 통상조약의 체결을 위해 그린힐 외교위원장, 알드닌 통상위원장이 타고 있고, 쌍두독수리훈장 수여를 위해 발렌슈타인 위원장도 같이 타고 있습니다.

 

 저번엔 페잔까지 호위했습니다만 이번엔 이제르론까지 호위입니다. 마리네티 소장은 역시 이제르론 방면은 긴장감이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도중에, 이제르론 회랑에 들어가자 한 번만 제국군의 초계부대, 500척 정도의 함대에게 수하를 받았습니다만, 자유행성동맹정부의 외교사절이 타고 있다는 걸 통보하자 “항행의 무사를 바란다”며 통신하고 떨어졌습니다.

 

 사전에 동맹정부에서 제국정부로 연락이 갔었으니까 안전할 겁니다만 그래도 제국군이 접근했을 때는 긴장도 했고 문제가 없었을 때엔 안심하기도 했다고 마리네티 소장이 말했습니다. 그 이후, 함대는 딱히 문제 없이 이제르론 회랑으로 항행하고 있습니다.

 

 동맹시민의 대다수가 발렌슈타인 위원장의 훈장 수여에 찬성하고 있습니다. 동맹시민에게도 제국의 훈장 수여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그 점이 큰 모양입니다. 사람이란 명예에 약하다.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훈장 수여에 반대한 사람들은 도량이 좁다고 매스컴에게서 비난을 받아 지금은 침묵하고 있습니다. 뭐, 언론인들은 발렌슈타인 위원장이 새로운 상의 설립을 제안한 것, 그것만으로도 수훈의 자격이 있다고 발언하고 시민에게서 큰 찬성을 얻었습니다.

 

 발렌슈타인 위원장에 대한 훈장 수여입니다만, 아말리에 폐하의 대리로서 리텐하임 후작부인 크리스티네 님이 행하게 됐습니다. 지금의 제국에는 유력한 남성 황족이 없습니다. 리텐하임 후작부인은 황제 아말리에 폐하의 여동생으로 성인 중에는 가장 유력한 황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리텐하임 후작부인이 황제의 대리로서 훈장을 수여한다. 그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제국측의 강화조약, 통상조약의 조인자는 리텐하임 후작이 되는 모양입니다. 리텐하임 후작은 내무상서니까 꽤나 직책이 다릅니다. 괜찮은가 의문스럽게 생각했습니다만 발렌슈타인 위원장에 의하면 제국에선 직책보다도 그 인물이 실력자인가 아닌지가 중요하다고 합니다. 리텐하임 후작은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의 뒤를 잇는 실력자로 부인은 황위계승자 중 한 명입니다. 그 자격에 문제는 없다고 합니다.

 

 발렌슈타인 위원장이 제창한 상의 설립은 트류니히트 의장에 의해 은하제국, 페잔 공하국에 전해졌습니다. 양국 모두 찬성했기에 설립을 위해 삼국합동의 준비위원회가 가을에는 발족합니다. 실제로 상이 수여되는 건 빨라도 2년 후, 아마도 3년 후가 되리라 여겨지고 있습니다.

 

 상의 이름입니다만 당초, 발렌슈타인 위원장의 이름을 붙이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제안자이고 강화를 위해 힘쓴 위원장의 이름을 붙여야 한다고 생각한 사람이 적잖게 있었습니다. 하지만 발렌슈타인 위원장 스스로가 그걸 거절했습니다.

 

 “3천만 명을 죽인 인간의 이름을 붙인 상이라니 피냄새가 진하다. 게다가 죄악감 때문에 그런 상의 설립을 생각한 거라고 여겨지기 싫다. 그래선 상의 의미가 일그러진다”

 그게 이유였습니다. 그리고 대신 “프로메테우스”라는 이름을 제안했습니다.

 

 프로메테우스는 인류에 불을 전해줬다고 하는 그리스의 신 이름입니다. 인류는 그 불을 써서 많은 은혜를 받고 문명이나 기술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새로운 상의 이름에 어울리지 않냐고……. 삼국에서 조정했습니다만 딱히 반대는 없었습니다. 아마도 상의 이름은 프로메테우스 상이 되겠죠.



우주력 797년 6월 13일. 이제르론 국제협력도시. 미하마 사아야.

 

 이제르론 국제협력도시의 중앙 홀에서 강화조약, 통상조약의 조인식이 열리고 있습니다. 중앙 테이블에는 그린힐 외교위원장, 알드닌 통상위원장, 리텐하임 후작이 앉아 있습니다. 그리고 그 주변엔 많은 정부관계자, 발렌슈타인 위원장, 리텐하임 후작부인, 그리고 저도 참관하고 있습니다. 역사적인 일대 이벤트에 참가하고 있는 겁니다. 매스컴도 와서 전 우주에 방송하고 있습니다. 조금 긴장됩니다.

 

 이 조인식 전날, 어제 일입니다만 발렌슈타인 위원장에게 쌍두독수리훈장 수여식이 같은 장소에서 행해졌습니다. 많은 참관자, 매스컴 앞에서 수여식이 행해졌습니다만 리텐하임 후작부인이 위원장의 가슴에 훈장을 달고난 후, 위원장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저는 지금 황제 아말리에의 대리로서 이 자리에 있습니다. 이제부터 말하는 건 황제 아말리에의 말입니다. 발렌슈타인 위원장, 양친의 일, 마음 깊이 사과합니다. 그리고 위원장이 동맹에 망명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틀림 없이 제국의 죄에 의한 것입니다. 위원장에게 죄는 없습니다. 저는 은하제국 황제로서 위원장과 양친에 대해 행해진 부정에 대해 마음 깊이 사죄합니다.”

 그리고 리텐하임 후작부인은 한 발 물러나고 한쪽 무릎을 꿇고 깊게 머리를 숙였습니다.

 

 중앙 홀의 이곳저곳에서 웅성거림이 일어났습니다. 매스컴의 프레시도 대단했습니다. 발렌슈타인 위원장은 한 순간 아연했다고 생각했습니다만 프레시를 눈치 채고 바로 후작부인에게 다가가 부인의 몸을 일으켰습니다. 그리고 후작부인의 양손을 감싸듯이 잡고 무언가 말하고는 이번엔 위원장이 후작부인의 양손을 잡고 깊게 머리를 숙였습니다.

 

 수여식 후, 매스컴의 무슨 말을 했냐는 질문에 발렌슈타인 위원장은

 “저는 군대에 들어가 많은 제국군인을 죽였습니다. 저에 대한 사죄는 받을 수 없습니다. 단지 양친에 대한 사죄는 마음 깊이 감사합니다. 아버지, 어머니도 기뻐하시겠죠”

 라고 말했다고 답했습니다.

 

 제국의 공보담당관도 마찬가지로 답했습니다. 그리고 매스컴이 카스트로프 공작이 산제물이라는 건 사실이냐고 묻자 사실이란 걸 인정했습니다. 그 순간 대단한 소란이 일어났습니다. 제국 정부가 스스로 그걸 인정하리라 누구도 생각하지 않은 거겠죠. 소란이 수습되자 공보담당관은

 “제국은 두 번 다시 이러한 비극, 어리석은 짓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정치 개혁을 행하고 있다. 제국은 제국 신민이 가진 권리와 안전을 보장한다. 누구라 할지라도 그걸 부당하게 범하는 건 용서 받을 수 없다. 그걸 실현하기까지 개혁은 계속 될 것이다”

 라고 답했습니다.

 

 동맹에서도 큰 소란이 일어난 모양입니다. 매스컴은 오늘의 강화조약, 통상조약의 체결보다도 제국이 정식으로 사죄한 것에 관심이 향하고 있습니다. 진정한 의미로 제국이 변하고 있다. 그렇게 느낀 거겠죠. 아마도 제국, 페잔에서도 같은 소란이 일어나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발렌슈타인 위원장은 당사자입니다만 꽤나 침착한 모습이었습니다. 위원장의 말에 의하면 제국은 사과하기 편하다고 합니다. 카스트로프 사건은 선선제 프리드리히 4세와 리히텐라데 후작의 치세 하에 있었던 사건, 현 정권을 운영하고 있는 브라운슈바이크 공작, 리텐하임 후작으로선 직접적인 관계가 없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 모두 돌아가셨고 사죄에 반대할만한 귀족들은 페잔에서 대부분이 죽었습니다.

 

 “현 정권이 사죄해도 누구도 반대하지 않습니다. 카스트로프 건을 발표해도 평민들의 반발은 적을 것이다. 그렇게 판단한 거겠죠. 제국은 꽤나 자신이 있는 모양입니다. 개혁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평민들은 개혁을 지지하고 있다. 그런 거겠죠. 좋은 일입니다.”

 그렇게 말하고 발렌슈타인 위원장은 가볍게 소리 내어 웃었습니다. 저에겐 기뻐하는 듯이 보였습니다.

 

 그린힐 외교위원장, 알드닌 통상위원장, 리텐하임 후작의 서명이 끝났습니다. 세 사람이 각각 만면의 웃음을 띄고 악수를 하고 있습니다. 박수가 일고 프레시가 터졌습니다. 우리들 참관자도 각각 박수를 쳤습니다. 강화조약, 통상조약의 체결입니다. 전쟁은 정말 끝났습니다.



우주력 797년 6월 13일. 이제르론 국제협력도시. 에리히 발렌슈타인.

 

 제1조. 본 조약의 비준서 교환과 동시에 조약국 간의 전쟁 상태는 종결하고 평화를 달성한다.

 제1조 1항. 조약국은 상호 주권, 영토보전 및 정치적 독립을 승인하며 존중하도록 한다.

 제1조 2항. 조약국은 그 보증되었으며 승인된 국경 내에서 상호간 평화 속에 생존할 권리를 승인하고 존중하도록 한다.

 제1조 3항. 조약국은 상호 간 직접간접을 따지지 않고 무력에 의한 위협 혹은 무력의 행사를 삼가하고 상호간의 모든 전쟁을 평화적 수단에 의해 해결하도록 한다.

 

 제2조. 조약국은 양국 간에 수립된 정상적인 관계, 외교, 경제, 문화관계, 국민과 물품의 이동의 자유, 차별적 장벽의 폐지를 보증하고, 한편 조약국의 관할 하에 있는 시민에 대한 법의 적정수속의 상호 향유를 보증한다.

 

 제3조……, 뭐였더라. 잘 모르겠다. 뭐 이 강화조약의 조문이지만 작성하는 게 큰일이었다. 뭐라 해도 제국도 동맹도 조약 같은 걸 맺어본 적이 없으니가.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 지구 시대의 강화조약을 꺼내서 보기까지 해서 만들었다. 코미디로군.

 

 페잔의 페이워드가 페잔과도 화평조약, 통상조약을 맺어줬으면 한다고 동맹, 제국에게 말해왔다. 뭐, 독립은 했지만 지금 상황으로는 독립의 보장도 통상의 보장도 없다. 자치령이었으니 정식 조약따위 아무 것도 없다. 덧붙여 독립했다고는 하지만 제국과 동맹 중간에 완충지대로서 존재하고 있을 뿐이니까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전쟁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 동맹과 제국이 협력체제를 강화하고 있으니까. 불안해진 모양이다. 따돌림 당하는 건 외롭다는 거지.

 

 나쁘지 않군. 나쁘지 않아. 페잔은 동맹과 제국의 협력체제에 참가하려고 하고 있다. 진정한 의미로 국제협력 시대가 오려 하고 있다. 아마도 올해 안에 동맹과 페잔, 제국과 페잔 사이에서 화평조약, 통상조약이 체결되겠지.

 

 하기야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동맹과 제국은 페잔에 대해 최우국 대우를 줄지 말지 망설이고 있다. 괴롭히려는 게 아니다. 장래를 생각하면 페잔에게 최우국 대우를 주는 게 타당한가 어떤가 판단을 하지 못하고 있는 거다.

 

 페잔은 인구 20억, 주거가능 행성은 페잔밖에 없다. 다시 말해 이 이상 발전은 어렵다. 지금은 그럭저럭 영향력을 가지고 있지만 앞으로는 전 인류에 주는 페잔의 영향력은 점점 작아진다. 최종적으로는 동맹, 제국이 각각 3천 억의 인구를 가질 때 페잔은 겨우 100억 정도의 인구 유지가 한계겠지.

 

 경제규모도 그에 비례한다고 하면 최우국 대우를 주는 것이 타당한가? 라는 의문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 페잔이 그 부분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페잔에는 다른 세 행성이 있다. 테라포밍, 패러테라포밍으로 인구 문제를 해결하고 경제규모를 확대할 것인가. 혹은 탐사선을 보내어 새로운 성계를 발견할 것인가. 어느 쪽이든 돈도 들고 시간도 걸리겠지. 성과도 나올지 어떨지 알 수 없다. 불안정 요소가 너무 많다. 머리 아픈 문제다.

 

 “발렌슈타인 위원장, 조약 체결 축하드립니다. 수고하셨던 보람이 있었네요.”

 생각에 잠겨 있자 사아야가 말을 걸어왔다. 싱글벙글 웃고 있다.

 “고맙습니다. 미하마 대령.”

 “트류니히트 의장도 하이네센에서 보고 계셨겠죠.”

 “그렇겠죠. 다들 보고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웃긴 일이다. 주전파의 선동정치가, 욥 트류니히트 국방위원장이 최고평의회 의장이 되어 강화를 맺었으니까. 그 조약을 맺는 것이 구국군사회의를 이끌었던 그린힐 외교위원장이다. 그리고 제국에선 문벌귀족 대표인 브라운슈바이크 공작, 리텐하임 후작이 국내 개혁을 행하고 있다. 내가 알고 있는 은하영웅전설은 어디로 사라진 건지…….

 

 “드문 일이네요. 위원장이 그렇게 싱글벙글 웃는 건. 고대하던 평화가 실현 됐기 때문, 입니까?”

 나보다도 사아야가 더 기뻐 보이는데.

 “저보다도 대령이 더 기뻐 보여요.”

 “기쁩니다. 전쟁이 사라졌으니까요. 위원장도 전쟁터에 나가지 않아도 돼요. 그렇죠?”

 

 조금 답하기 어려웠다. 사아야는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다. 라인하르트와 싸우지 않아도 된다. 전사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게 말하는 모양이다. 그렇지. 확실히 그것도 있다. 그런 이유로 트류니히트들과 강화를 모색했던 것도 사실이다. 인류를 위해서라니 숭고한 목적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다. 나도 꽤나 소시민이니까.

 

 “뭔가 재밌는 일이라도? 위원장.”

 “미하마 대령, 저는 제국에 의한 우주통일을 바라고 있었습니다. 뮈젤 대장을 도와 국내를 개혁하고 우주를 통일한다. 불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대신 오딘은 절 싫어했다. 저는 동맹으로 망명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사아야가 조금 곤란하단 표정을 지었다. 동맹인으로선 싫어도 망명할 수밖에 없었다는 건 듣기 좋지 않았나…….

 

 “동맹의 국력으로 통일은 어려웠습니다. 적어도 저는 방법을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제가 생각할 수 있었던 건 강화를 체결하여 삼국 정립에 의한 공존이었습니다.”

 통일하는 편이 안정될 것인가, 공존하는 편이 안정될 것인가……. 통일했을 경우 군사력은 절감할 수 있을 테고 국내 긴장도 적겠지. 하지만 통치자의 능력에 따라 분열, 반란이 일어난다. 외적은 없겠지만 내부에는 잠재적인 적이 있다는 거다. 그걸 통치자가 어디까지 이해할지가 문제다.

 

 공존의 경우는 어떨까. 항상 상대방이 적이 될 가능성이 있다. 군사력은 필요하고 국가 간의 긴장도 어느 정도 계속 존재한다. 삼국 정립이라고 해도 페잔의 힘은 약하다. 삼국지처럼은 되지 않는다. 동맹과 제국이 정면에서 노려보는 형태다. 뭐, 한 손으로 악수, 한 손으로는 주먹이다. 쥐고 있는 주먹의 존재를 잊지 않는다면 평화는 계속되겠지.

 

 “통일하는 편이 인류에게 있어서 좋았다는 걸까요?”

 사아야는 조금 납득하지 못하는, 그런 표정을 짓고 있다.

 “글쎄요. 어떨까요? 다양한 가치관이 존재할 수 있다는 의미로는 공존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내 대답에 사아야가 끄덕였다. 원작의 로엔그람 왕조는 어떻게 됐을까? 다양한 가치관을 인정할 수 있었을까?

 

 힐더 이후의 통치자가 약한 통치자였다면 권위를 만들고 거기에 매달리려고 했을지도 모른다. 그 경우 그들이 만드는 권위는 라인하르트겠지. 라인하르트의 언동, 사상을 절대시할 것이다. 꽤나 숨막히는 세상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면 공존도 나쁘지 않나. 내가 했던 일은 그럭저럭 괜찮은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위안은 되는군.



우주력 797년 6월 13일. 이제르론 국제협력도시. 미하마 사아야.

 

 발렌슈타인 위원장이 온화하게 웃음을 띄고 있습니다. 때때로 쓴웃음을 지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딘가 즐거워 보입니다. 양친의 명예회복도 됐고 위원장 자신의 명예도 회복됐습니다. 기쁘리라 생각합니다.

 “제국에 돌아가시는 건가요?”

 “…….”

 

 위원장이 놀라고 있습니다. 어라? 나 위험한 말을 했나요?

 “명예도 회복됐고 돌아가셔도 문제는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아, 이번엔 위원장이 웃고 있습니다. 조금 외로워 보입니다.

 “명예는 회복됐습니다. 하지만 제가 죽인 사람은 살아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건 누구보다도 그 유족이 잘 알고 있겠죠. 도저히 돌아갈 수 없습니다. 그런 짓을 하면 유족들이 화내겠죠. 제국정부도 제가 돌아오는 걸 바라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외로우신가요?”

 “…….”

 “외로우시겠죠. 멍청한 질문을 해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저는 기뻐요. 위원장이 계속 동맹에 계실 거니까요.”

 “……미하마 대령.”

 “동맹에도 위원장을 진심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저도 그 중 한 사람이에요. 동맹은 그렇게 나쁜 나라는 아니랍니다.”

 

 위원장이 곤란하다는 듯한, 조금은 수줍어하는 듯한 웃음을 띄웠습니다. 그리운 웃음입니다. 예전엔 자주 이런 웃음을 보여줬습니다. 강화가 맺어지고 예전 발렌슈타인 중위가 돌아왔다,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기쁩니다. 정말로 기쁩니다. 눈가가 뜨거워졌습니다.

 

 “강화가 맺어졌습니다만 아직 문제는 많습니다. 앞으로는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 싸워야죠.”

 “기대하고 있어요. 발렌슈타인 최고평의회자문위원장 각하.”

 위원장이 어깨를 으쓱했다.

 

 “이리하여 우주에는 평화가 돌아오고 전설이 끝나고 역사가 시작된다.”

 “?”

 위원장이 쿡쿡하고 웃었습니다. 잘 모르겠지만 위원장은 즐거운 모양입니다. 그러니 저도 즐겁습니다.

 

 “하이네센으로 돌아갈까요?”

 “네!”

 이리하여 우주에는 평화가 돌아오고 전설이 끝나고 역사가 시작된다. 그 말대로입니다. 오늘부터 인류의 역사가 새로이 시작됩니다. 동맹, 제국, 페잔에 사는 인류 전체가 역사를 만드는 겁니다. 그 역사가 찬란할 것이란 걸 저는 확신하고 있습니다. 인류에 축복이 가득하기를…….

 

Posted by 추리닝백작
,

 

우주력 797년 1월 21일. 하이네센, 통합작전본부. 시드니 시톨레.

 

 “드문 일이군요. 여기까지 오시다니.”

 “조금 상담하고 싶은 게 있어서 말입니다. 방문했습니다.”

 “호오, 그거 참.”

 며칠 전 이제르론 요새 반란이 진압됐다. 제국, 동맹의 골치를 썩히던 반란이 진압되어서 마음이 가볍게 됐겠지. 소파에 앉은 렘샤이트 백작은 싱글벙글 웃으며 커피를 마시고 있다.

 

 “하지만 상담 상대가 저라서 괜찮겠습니까? 오히려 트류니히트 의장이나 발렌슈타인 위원장이 적임이라고 생각합니다만.”

 내가 묻자 렘샤이트 백작이 끄덕였다.

 언젠가 그 두 사람에게도 상담하겠습니다만, 그 전에 시톨레 원수의 의견을 듣고 싶다 생각했습니다.”

 “그렇군요.”

 그렇군, 시범운전 같은 건가.

 

 “이제르론 요새의 반란은 진압 됐습니다.”

 “…….”

 “생각 이상으로 손해는 적었습니다. 제국 정부는 이에 대해 크게 기뻐하고 있습니다.”

 “이제르론 요새가 저항다운 저항도 하지 않고 항복했다는 점에 대해선 저도 놀라고 있습니다.”

 아마도 전 은하가 놀라고 있겠지. 아직도 동맹의 매스컴은 이제르론 요새 공략에 대해서 보도하고 있다. 그리고 그 공략안의 기발함에 대해서도.

 

 “제국도 동맹도, 그리고 페잔도 그렇습니다만, 다들 그 작전안을 칭찬하고 있습니다. 뭐, 제국이 그 작전안을 생각한 거라면 무조건 기뻐할 수 있겠습니다만 그렇지 않습니다. 칭찬을 받고 있는 제국으로서도 조금 마음이 무겁죠. 반란도 진압된 이상 진실을 공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흠, 그걸로 괜찮겠습니까? 조금 더 시간을 둬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만.”

 은연 중에 제국 내부에서 반발이 일어날 가능성은 없는가, 그렇게 물었지만 렘샤이트 백작은 “괜찮다고 제국정부는 판단하고 있다”고 답했다.

 

 “공표에 관해선 동맹 측에도 문제는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제국 측에 불편한 점이 없으면 나에게 상담할 일도 없다. 렘샤이트 백작은 뭘 확인하고 싶은 건지……. 백작이 커피를 한 입 마시고 접시에 되돌렸다. 찰칵하고 소리가 들렸다.

 

 “진실을 공표하면 그 작전안은 발렌슈타인 위원장이 작성한 거라고 다들 알게 됩니다. 그 무훈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죠. 그리고 무엇보다도 강화조약, 통상조약의 체결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

 “거기서 제국은 발렌슈타인 위원장에게 훈장을 수여하고 싶다고 생각합니다만, 시톨레 원수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훈장을 수여한다? 제국에서 망명자라고는 하지만 동맹인에 대해서 말인가. 전대미문이군. 양국의 국교가 없었다. 훈장의 수여라고 해도…….

 “쌍두독수리무훈장을 수여하고 싶다고, 제국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나도 모르게 신음소리가 나왔다. 제국의 훈장에 정통하지는 않다. 하지만 쌍두독수리무훈장이 극히 격식 높은 훈장이라는 건 알고 있다. 큰 무훈을 올린 군인에게만 수여될 터다.

 

 “괜찮겠습니까? 발렌슈타인 위원장에게 쌍두독수리무훈장을 수여하다니. 제국 내부의 반발은 없겠습니까? 솔직히 동맹 내부의 반응보다도 제국 내부의 반응이 걱정입니다만…….”

 내가 묻자 렘샤이트 백작이 끄덕였다.

 

 “당연한 걱정입니다. 하지만 군인으로서의 역량에 대해선 제국인 전체가 인정하고 있습니다. 두려운 상대라고. 그리고 이번 양국에 있어 맺어지는 강화에 있어서도 가장 힘쓴 사람이 그라는 것도 이해하고 있습니다.”

 “…….”

 “솔직히 말하도록 하죠. 제국 정부로선 이걸 기회로 그와 그의 가족의 명예를 회복시키고 싶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건…….”

 

 말을 계속하려고 하다가 입을 다물었다. 그렇군. 제국이 생각하는 건 그건가. 그렇다면 간단하진 않군. 내 생각을 눈치챈 거겠지. 렘샤이트 백작이 내게 끄덕였다.

 “그는 진정한 의미로는 반역자가 아니다. 거기에 대해선 모두 알고 있습니다. 부당하게 가족이 죽임을 당하고 목숨의 위협을 받고 제국으로 쫓겨난 망명자. 반역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하지만 조금 사람을 너무 많이 죽였습니다. 그것 때문에 제국 내부에는 그에 대한 반감, 증오는 적잖게 있습니다.”

 “……그렇겠죠.”

 

 렘샤이트 백작은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발렌슈타인은 누구보다도 평화를 원했다. 그 때문에 많은 숫자의 제국인을 죽였다. 그를 잘 알면 알수록 그 아이러니가 가슴을 아프게 하겠지. 입안이 쓰다. 그를 대량살인자로 만든 건 제국만의 책임이 아니다. 동맹에게도 책임은 있다. 제국도 동맹도 그를 대량살인자로 몰아넣었다. 책임의 일부는 나에게도 있겠지.

 

 “지금 이대로는 명예회복은 어렵다. 제국 정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의도치않게 그는 제국을 위해 커다란 공을 세웠습니다. 이런 말은 어떨까 싶습니다만, 그의 공적을 대대적으로 공표하고 쌍두독수리훈장을 수여하는 걸 면죄부로 하고 싶은 겁니다.”

 “그렇군요. 그리고 명예회복을 하고 싶다는 겁니까.”

 “네.”

 

 잠시 동안 침묵이 떨어졌다. 렘샤이트 백작은 시선을 깔고 있다. 다시 말해 제국은 동맹 굴지의 실력자가 된 발렌슈타인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싶은 거다. 그것도 몰래몰래 숨어서가 아니라 공연하게 하려고 하고 있다.

 “명예회복은 어디까지 내딛을 생각입니까? 그 카스트로프 공작에 대한 것 말입니다만…….”

 

 “……모두 공표하려고 제국 정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

 나도 모르게 “진심입니까”라고 물을 뻔했다. 렘샤이트 백작의 말이 사실이라면 제국 정부는 자신의 죄를 인정한다는 말과 다를 바 없다. 명예회복 정도가 아니다. 이건 사죄다!

 

 “카스트로프 공작에 대한 일입니다만, 저건 리히텐라데 후작 혼자의 책임이라고 브라운슈바이크 공작도 리텐하임 후작도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다. 리히텐라데 후작을 감싸려는 건 아닙니다만, 그 당시엔 그런 방법을 쓰지 않았다면 제국을 유지할 수 없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아말리에 폐하는 그 사건을 일개 개인의 폭주라고 처리해선 안 된다고 생각하고 계십니다. 그 때문에라도 모든 걸 공표해야만 한다고…….”

 “여제 폐하가.”

 

 내가 확인하자 렘샤이트 백작이 말없이 끄덕였다. 아무래도 이 건은 아말리에 폐하의 의향이 강하게 반영되어 있는 듯하다. 그 여제 폐하, 단순한 허수아비가 아니군.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의 보좌가 있다곤 하지만 꽤 괜찮은 식견이다. 얕볼 수는 없다.

 

 “어떻습니까? 시톨레 원수. 원수의 생각은?”

 렘샤이트 백작이 조용히 시선을 보내왔다.

 “제국이 거기까지 생각하신다면 반대는 하지 않습니다.”

 “트류니히트 의장은 어떻게 생각하리라?”

 “글쎄, ……이번 건, 제국정부는 과거 청산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시는 거겠죠. 그렇다면 의장은 반대하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만.”

 렘샤이트 백작이 크게 끄덕였다.

 

 “상담하시는 게 어떻습니까?”

 “주선을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저로 괜찮다면. 제국에게서 훈장을 수여받다니 처음 있는 일입니다만 언젠가 강화를 맺게 되겠죠. 그렇게 되면 이후 훈장 수여는 있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이번 사건은 영광스런 첫 사례가 되겠죠.”

 렘샤이트 백작이 기쁘다는 듯이 웃었다. 새로운 시대의 도래로군. 확실히 세상사 변화하고 있는 듯하다.



우주력 797년 1월 25일. 하이네센, 동맹의회. 에리히 발렌슈타인.

 

 이제르론 요새 반란은 진압되고 우주에 평화가 돌아왔다. 평온무사, 천하태평, 세상 전체가 무사하다. 그렇게 말하고 싶지만 어느 세상에도 분위기를 읽지 못하는 바보는 있다. 그것도 세상의 상식이다. 하지만 그 바보가 모이는 장소가 동맹의회라는 건 어떻게 된 일일까? 동맹시민은 사람을 보는 눈이 없다는 거로군. 내 눈앞에는 사마귀 남자인 바리드가 목소리를 올리고 있다. 끼이, 끼이, 끼이, 벌레 같은 소리를 내는군.

 

 의원 제형은 모두 졸려 보인다. 일어나 있는 녀석도 성가시단 표정으로 듣고 있는게 대부분. 기뻐하며 듣고 있는 건 극히 일부다. 조금은 분위기를 읽으라고. 바리드.

 “제국군이 이제르론 요새 공략에 사용한 작전안은 동맹 정부가, 발렌슈타인 자문위원장이 만든 것이라고 제국 정부가 발표했습니다만, 이게 사실입니까? 답해주시길 바랍니다.”

 

 뭘 그렇게 흥분하는 거지? 정부는 이미 인정하고 있다. 나도 그렇다. 덕분에 매일 매스컴이 시끄럽다. 좀 봐줬으면 한다. 누가 질문에 대답할지 보고 있으니 트류니히트가 답변석으로 향했다. 장하다. 트류니히트 의장. 칭찬하도록 하지. 어제, 오랜만에 트류니히트, 시톨레, 네그퐁, 나, 네 사람이서 샌드위치를 먹었기에 나는 무척 기분이 좋다. 시끄러운 매스컴도 그 집에는 쫓아오지 못하고.

 

 “사실입니다. 제국 정부의 책략이 아닙니다.”

 좀처럼 괜찮은 한방이 없구만. 그다지 큰 웃음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그렇단 건 쌍두독수리훈장 수여도 사실인 겁니까?”

 “사실입니다.”

 트류니히트가 답하자 바리드가 내게 시선을 향했다. 기분 나쁜 눈빛이다. 사냥감을 찾은 뱀 같은 눈이다. 입술이라도 핥을 것 같은 느낌이다. 마음의 비열함이 눈에 보이고 있구만. 조심해야만 한다.

 

 “발렌슈타인 자문위원장에게 묻고 싶습니다. 정부 관료 입장인 귀하가 제국에게서 훈장을 수여받는다는 건 어떻습니까? 조금 비상식이라 생각하지 않습니까?”

 성가시다고 생각하면서 답변석으로 향했다. 비상식이라고 하지만 다시 말해 이 녀석은 내가 훈장을 받는 게 재미 없단 거다. 쌍두독수리훈장은 제국에서도 유명한 훈장이니까.

 

 “비상식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발끈하고 있구만. 어째서 사퇴하지 않는가? 그런 생각일까.

 “제국과 강화를 맺는다고 해도 작년까지는 전쟁하고 있던 사이가 아닙니까? 하물며 자문위원장은 망명자입니다. 제국이 위원장을 회유하려는 게 아니라고 말할 수 있습니까?”

 회유인가. 뭐 그런 부분이 있는 건 사실이니까 부정은 할 수 없네.

 

 “그렇군요. 생각한 적도 없습니다.”

 “그럼 생각하시길 바랍니다!”

 그렇게 화내지 말라고. 여유가 없는 남자는 미움 받는다.

 “알겠습니다. 생각하도록 하죠. 잠시 기다려주세요. ……생각했습니다. 역시 훈장은 감사히 받도록 하겠습니다.”

 

 의회에 폭소가 일어났다. 트류니히트도 배를 잡고 웃고 있다. 응. 역시 나에겐 괜찮은 한방이 있다. 이 승부는 내가 이겼군, 트류니히트. 사마귀가 뭔가 웅얼거리고 있지만 웃음소리 때문에 들리지 않는다. 입술 모양으로는 “바보 취급하는 건가”, “웃기지 마라”는 말이겠지. 겨우 알아챈 모양이다. 둔한 녀석이다.

 

 괜한 참견이다. 애초에 외국인에게 훈장을 수여하는 일은 환생하기 전의 세계에선 흔히 있던 일이다. 돈이 아니라 명예를 준다. 받는 쪽도 주는 쪽도 뒤끝이 없이 편하다. 이쪽 세계에선 제국과 동맹이 전쟁만 하고 있으니까 전례가 없었던 거겠지. 앞으로 강화가 맺어지고 협력체제가 쌓이면 몇 번이든 비슷한 일이 일어날 거다. 하찮은 고정관념으로 반대같은 걸 하지 마라! 포르말린에 넣어서 표본으로 만들어 버릴테다.

 

 웃음이 그치는 걸 기다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동맹과 제국은 강화를 맺고 협력체제를 쌓게 됩니다. 이건 정치, 경제, 군사 등의 정부간 협력만이 아닙니다. 국경을 열고 민간에 있어서도 교류를 넓히고 학문, 문학, 예술, 의학 같은 다양한 분야를 포함하여 협력하게 됩니다. 당연하지만 각각의 분야에서 다대한 공적을 쌓은 인물도 나오겠죠. 그런 인물에게 훈장을 수여하고 그 공적을 기리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그렇게 해야만 합니다. 그것이야말로 양국 간의 교류를 보다 깊게 만들 수 있는, 보다 상호이해가 깊어지고 평화가 길어지는 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사마귀가 우물우물거리고 있다. 평화가 길어진다는 대의명분 앞에 효과적인 반론이 없는 듯하다.

 “게다가 사람은 누구라도 칭찬을 받으면, 인정을 받으면 기뻐하기 마련입니다. 정치가는 그런 사람의 특성을 무시해선 안 됩니다. 그걸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합니다.”

 의회에 다시 웃음 소리가 들렸다. 호의적인 웃음 소리다. “나도 훈장을 받고 싶군”이라는 목소리가 들리자 또 웃음 소리가 커졌다.

 

 “여기에 제안합니다. 국가로서 공로자를 기리는 것과 함께, 인류 전체의 시점에서 볼 때 번영과 진보에 가장 두드러진 공적을 쌓은 인물을 기리는 상을, 우리들은 만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웅성거림이 생겼다. 훗훗훗, 이 세계의 노벨상이다. 평화가 찾아오는 거다. 그런 상도 있으면 좋겠지.

 

 “이 상의 결정기관을 이제르론 국제협력도시에 두고 선거위원은 동맹, 제국, 페잔에서 선출합니다. 그리고 1년에 1번 수상자를 고르고 그 공적을 기리고 포상금을 주는 겁니다. 물론 포상금은 동맹, 제국, 페잔의 3개국가가 준비합니다.”

 이곳저곳에서 웅성거리시 지가했다. 그리고 몇 사람인가 의원이 끄덕이고 있다. 좋은 감촉이다.

 

 “언젠가 이 상을 수상하는 것이 과학자로서, 문학자로서, 혹은 의학자, 정치가로서 최대의 명예가 되는 날이 오겠죠. 그리고 오늘, 이 날에, 그 상이 탄생의 첫 울음소리를 냈다는 걸 많은 사람들이 기억할 것이 틀림 없습니다.”

 “그렇다”, “만들어야 한다”, 그런 목소리가 들렸다. 흥분하기 시작했군.

 

 “의원 제형, 제 생각에 찬성하신다면 기립하여 박수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은하제국, 페잔에 요청을 실현하길 우리들의 국가원수, 욥 트류니히트 최고평의회 의장에게 부탁하지 않겠습니까.”

 의원들이 일어서서 박수치기 시작했다. 의원만이 아니다. 위원장들도 다들 박수치고 있다. 응, 나도 좋은 선동정치가가 될 것 같다.

 

 트류니히트가 자리에 일어서서 만면의 웃음을 띄우며 답변석으로 다가왔다. 꽤나 뺨이 상기되어 있다. 흥분하고 있는 듯하다. 당연하지만 나는 자리를 비켜주고 박수를 치면서 트류니히트를 맞이했다. “의원 제군”, 트류니히트가 말하자 박수가 멈췄다.

 “발렌슈타인 위원장의 훌륭한 제안에 찬성해준 것을 가장 먼저 감사한다. 그리고 나에게 훌륭한 임무를 준 것에 대해서도 감사를. 이 정도의 명예는 달리 없다. 기쁘게 임하도록 하지.”

 박수가 일어났다. 이곳저곳에서 “부탁한다”, “힘내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트류니히트가 오른손을 올리자 박수가 그쳤다.

 

 “나는 오늘 일을 생애 잊지 못하겠지. 이 상은 인류의 번영과 미래에 크게 기여하리란 것을 나는 확신하고 있다. 그리고 이 상을 만든 것은 인류의 역사에 찬란히 빛나는 한 페이지가 될 것이 틀림 없다. 우리들은 지금 인류의 미래에 새로운 희망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다시 박수가 올라왔다. 트류니히트도 기뻐하며 박수를 치고 있다. 응, 나도 만족이다. 3천만 명 죽이는 걸로 국가에 기여했다고 불리는 것보다 노벨상을 만들었다고 불리는 쪽이 훨씬 기쁘다. 만족하는 트류니히트를 보면서 나도 열심히 박수 쳤다. 뭐, 이걸로 강화조약 체결까지 기다릴 수 있겠지. 상의 이름은 뭘로 할까? 기대 되는군.

 

Posted by 추리닝백작
,

 

 우주력 796년 12월 31일. 하이네센, 화이트 유니콘. 미하마 셰인.

 

 “꽤나 바쁜 1년이었네. 셰인.”

 “그렇네. 하지만 그것도 오늘로 끝나.”

 누나가 얼음이 들어간 유리잔을 흔들고 있다. 나와 누나는 싱글 바렐 버본을 온 더 록으로 마시고 있지만, 싱글 바렐 버본이 뭐야? 나는 잘 모르겠다. 누나가 고른 거지만 꽤 술에 고집이 있는 듯하다. 의외이긴 하다. 몰랐었다.

 

 발렌슈타인 위원장은 샹그리아를 조금씩, 천천히 마시고 있다. 알코올 도수가 낮고 비교적 단맛이 나는 칵테일인 것 같다. 도수가 높은 건 취기가 도니까 마시지 않는다고 했다. 위원장은 그다지 알코올에 강하지 않은 듯하다. 딸칵딸칵하고 얼음이 유리잔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좋네. 가볍지도 않고 무겁지도 않은 투명한 느낌이 드는 소리다. 자연스레 뺨이 풀렸다.

 

 화이트 유니콘, 우리들 남매와 발렌슈타인 위원장이 마시고 있는 이 가게는 하이네센에서도 꽤 오래된 가게로 유명하다. 자유행성동맹의 건국 전, 장정 1만 광년 시대에 우주선 내부에 있었던 주점이 시작이라고 하는 게 가게측의 주장이지만, 진실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 전설 같은 거겠지만 사실이라면 꽤 재밌는 이야기다.

 

 그것만으로 가게 내부는 꽤 중후하며 장엄한 느낌이 든다. 실내에 흐르는 음악도 클래식이고 손님도 마시고 소란 피우는 녀석은 없다. 다들 조용히 담소하고 있다. 술을 마시는 것만이 아니라 분위기를 즐기는 가게인 거겠지. 발렌슈타인 위원장이 제국에 있는 고급사관전용의 라운지, 제아들러의 분위기가 비슷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꽤 커플도 많다. 나도 여자친구가 생기면 데려올까. 멋있다고 기뻐할지도 모른다.

 

 그건 그렇고 누나에게도 곤란하다. 요전엔 데로리안 위원, 그리고 오늘은 발렌슈타인 위원장. 누나에게 있어선 동료, 직속상관이라 마음 편할지도 모르지만 신참 소위에겐 구름을 넘어 대기권 너머의 존재다. 갑자기 불려서 “마시러 가자”, 거기에 가게에 왔더니 발렌슈타인 위원장과 함께라니……. 뜨허헉이다.

 

 그건 그렇고 위원장, 정말로 젊네. 나하고도 거의 나이 차이가 나지 않으니까……. 그런데 정부의 주요인물이라니 한숨이 나온다. 가게 안에선 위원장을 눈치 채지 못한 모양이다. 혹은 모르는 척하는 걸까? 이 가게라면 있을 법하다.

 “왜그러십니까?”

 위험하다. 정말로 한숨이 나오고 말았다.

 “아, 아뇨, 저기, 제국군은 이제르론 요새 반란을 정말로 진압할 수 있을까 생각해서요.”

 위원장이 누나와 시선을 교환하고 쿡하고 웃었다.

 

 “진압부대는 이미 오딘을 출발하여 이제르론 방면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새해가 밝자마자 이제르론 요새의 반란은 진압될 예정입니다.”

 정말로 그럴까? 이제르론 요새라고? 누나를 봤지만 맛있다는 듯이 버본을 마시고 있다. 누나도 위원장과 같은 의견이겠지. 하지만 말이지……. 아무래도 믿을 수 없다.

 

 “하지만 제국의 우주함대는 재건 도중이라고 들었습니다. 정예라고는 말하기 힘들지 않을까요. 이제르론 요새를 공략하는 건 꽤나 어려울거라 생각합니다만…….”

 나 혼자의 생각이 아니다. 다들 그렇게 말하고 있다. 위원장이 가볍게 웃고 한입 샹그리아를 마셨다. 또 딸칵하는 얼음 소리가 들렸다.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 제국군 우주함대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는 지휘관들은 모두 다 명장입니다. 그들이라면 이제르론 요새 공략을 실패할 일은 없겠죠.”

 어, 그래? 제국군에 명장만 모여 있다고 들은 적은 없는데. 애초에 이름도 모른단 말이지. 나.

 

 알고 있는 건 우주함대 사령장관인 오프레서 원수와 총참모장인 뮈젤 대장 정도다. 게다가 오프레서 원수는 원래 장갑척탄병, 다시 말해 지상전이 전문이겠지. 우주공간에서의 전투가 가능할까? 아무래도 그렇게 보이진 않는데……. 내 생각을 알았던 거겠지. 위원장이 쓴웃음을 흘렸다.

 

 “저는 제국에 있었기에 그들에 대해서 잘 알고 있습니다. 젊기 때문에 실적이 없다. 그 때문에 과소평과 받고 있습니다만, 그들은 위험할 정도로 유능합니다. 과거의 제국군 지휘관들과 명백히 다릅니다. 저는 그들과 전쟁하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윽, 굉장한 평가다. 발렌슈타인 위원장이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다. 누나는 무표정하다. 거짓말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의문이 생긴다.

 

 “발렌슈타인 위원장은 3개 함대, 4백만 명 이상의 손실이 나오리라 말씀하셨습니다만…….”

 위원장이 끄덕였다. 그렇겠지. 그렇다면 제국군이라도 그 정도의 손해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다. 지금의 제국군에서 그 정도의 손해가 나와도 괜찮을까? 재건 도중일텐데.

 

 “요새가 하나로 뭉쳐 있다면, 그리고 유능한 지휘관이 통솔하고 있다면, 그 정도의 손실은 나와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어라? 그럼 뭉쳐 있지 않다면 어떻게 되는 거야? 지휘관이 바보라면? 그만큼 손해는 나오지 않는다는 거?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하시나요?”

 나잇, 누나. 알고 싶은 걸 물어봤다.

 “아마도, 그렇지는 않겠죠. 이제르론 요새의 반란세력은 요새의 난공불락을 믿고 단지 요새 안에 틀어박혀 있을 뿐입니다. 전략도 전망도 있다고는 생각할 수 없죠. 감정이 이끄는 대로 반란을 일으켰다. 그런 게 아니겠습니까. 유능하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위원장이 샹그리아를 한 입 마셨다. 그리고 날 보며 가볍게 웃음을 띄웠다. 조금 무섭네. 위원장.

 

 “혹시 그들에게 전략이 있다면 요새에 틀어박혀 있거나 하지 않습니다. 그건 농성과 마찬가지입니다. 뭐 그런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만……, 농성이 성공하려면 필요한 조건이 있습니다. 그게 뭔지 아시겠습니까?”

 위원장이 나와 누나에게 질문했다.

 

 누나가 나를 봤다. 네가 대답해라. 그런 느낌이다. 좀 봐달라고. 사관후보생으로 돌아간 기분이다.

 “……원군일까요?”

 “그렇습니다. 이제르론 요새가 난공불락이라 불리는 건 증원이 있던 것이 커다란 이유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이제르론 요새의 반란군에겐 아군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아군을 모으려고 하고 있지 않습니다. 도저히 유능하다고는 말할 수 없고 전망이 있다고도 생각할 수 없죠.”

 

 그렇구나. 확실히 유능하다곤 할 수 없다. 전망도 없는 듯하다. 그건 그렇고 틀린 대답을 내놓지 않아 다행이다…….

 “고립된 상황에서 농성전은 압도적으로 불리합니다. 극히 유능하며 카리스마가 있는 통솔자가 있다면 다릅니다만, 그렇지 않다면 이탈자나 배신자가 나오게 되겠죠. 반드시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하나로 뭉쳐서 저항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옛부터 농성전에 있어 아군의 배신이나 도망자의 속출이 승패를 결정했던 적이 많습니다.”

 

 으음, 그런 건가. 어라? 하지만 그렇다면, 동맹군이 공격해도 제대로 저항하지 못하고 끝날 가능성도 있지 않아? 의회에는 말도 안 되는 피해가 나온다고 말했지만 그건 거짓말? 나도 모르게 힐끔힐끔 위원장을 봤지만 위원장이 희미하게 웃었다. 역시 무섭다고, 이 사람.

 

 “유능하고 카리스마가 있는 통솔자가 반란군을 이끌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구요?”

 “네에.”

 어째서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눈치챈 걸까. 누나에게 시선을 향하니 누나는 웃음을 띄우고 버본을 마시고 잇었다. 언제부턴가 덜렁이 누나가 무서운 누나가 되고 말았다. 호랑이와 늑대 사이에 끼인 토끼 기분이다…….



제국력 488년 1월 10일. 이제르론 회랑, 가이에스부르크 요새. 헤르만 폰 뤼네부르크.

 

 나와 케슬러 중장이 가이에스부르크 요새의 사령실로 돌아가자 오프레서와 뮈젤 두 사람이 묻고 싶어하는 표정으로 우리들을 맞이했다.

 “이제르론 요새의 도망자가 맞는 듯합니다.”

 내가 답하자 두 사람이 서로를 돌아보고 “그 외에는”하고 오프레서가 말했다. 내가 케슬러 중장에게 시선을 향하자 그가 끄덕이며 말하기 시작했다.

 

 “요새 내부는 극히 혼란에 빠져있다고 합니다. 항복하려는 자, 철저 항전을 외치는 자, 상황을 지켜보자는 자……, 도망자는 세 갈래 파벌로 나뉘었다고 증언했습니다. 이제르론 요새를 공격하는 건 기다리는 편이 좋을지도 모릅니다. 도망자가 계속 나오면 더욱 자세한 요새의 상황을 알 수 있겠죠. 게다가 경우에 따라선 항복이라는 일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가…….”

 

 오프레서는 재미 없어 보인다. 뮈젤은 일단 안심했단 표정을 짓고 있다. 오프레서는 요새 안으로 돌입하는 걸 기대하고 있었다. 그게 항복할지도 모른다. 조금 더 기다리라고 하니까 재미가 없겠지. 그리고 뮈젤은 요새 안에 혼란에 빠진 것도 물론 기쁘겠지만, 오프레서의 요새 돌입이 일단은 없다는 것에 조금은 안심한 걸 거다. 뮈젤은 오프레서에 대해서 무모한 짓을 하는 아버지처럼 느끼고 있다.

 

 이제르론 회랑에 들어오자마자 반란군의 접촉을 받았다. 10척 정도의 구축함이었다. 정부가 토벌군을 보내리라 생각하고 초계활동을 하고 있었던 듯하다. 이쪽을 확인하자 바로 철퇴했다. 도망자의 말로는 이제르론 요새에 틀어박힌 반란자들은 이쪽이 가이에스부르크 요새를 가지고 온 것에 간담이 서늘해진 모양이다.

 

 이제르론 요새와 거의 동등한 규모를 가진 가이에스부르크 요새가 내뿜는 주포의 위력을 상상하고 몸을 떨었다. 그리고 그들 중에 이탈자가 나왔다. 50명 정도가 구축함으로 요새를 빠져나와 항복했지만, 그들의 말에 의하면 케슬러 중장이 말한대로 이탈자가 앞으로도 계속 나올 가능성이 있다……. 그렇군. 가이에스부르크 요새를 이동요새로 한 건 공략에 쓰기 위한 것 외에도 정신적인 데미지를 준다는 목적도 있겠지.

 

 “각하, 역시 여기선 적들의 심리를 흔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상대방이 항복할지 어떨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만, 사기는 떨어지겠죠. 강경책을 쓰게 되더라도 손해는 적어질 겁니다.”

 “음, 그렇겠지.”

 오프레서가 끄덕였다. 불만은 있겠지만 이치는 뮈젤에게 있다. 그리고 정부에게서도 가능한 만큼 손해를 적게 하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뮈젤의 제안을 거부할 수는 없다.

 

 뮈젤이 느긋하게 진행하고 싶다고 오프레서에게 제안했다. 상대방을 초조하게 만들어 불안하게 만들고 싶다고. 그리고 이제르론 요새에 접근하면 우리 쪽의 공략안을 제시하고 항복을 권고, 그리고 요새주포에 의한 위협을 행하고 싶다고 제안하여 오프레서가 그걸 쓴웃음을 지으며 승인했다. 어쩌면 오프레서도 반란군들이 항복하리라 생각하는 걸지도 모른다.



제국력 488년 1월 16일. 오딘, 신무우궁. 오토 폰 브라운슈바이크.

 

 “그런가, 반역자들은 항복했는가.”

 오랜만에 좋은 소식이다. 목소리에 탄력이 있다. 이제르론 요새에 틀어박혀 있던 반역자들이 전투에 들어가기 전에 항복했다. 옆에 앉은 리텐하임 후작도 표정이 밝다. 하지만 보고하러 온 에렌베르크, 슈타인호프 두 원수의 표정은 결코 밝지만은 않았다. 노골적으로 기뻐할 수만은 없는 무언가가 있는 듯하다.

 

 “반역자들은 우리가 가이에스부르크 요새를 이동요새로 만든 것에 놀란 모양입니다. 간이 철렁했겠죠.”

 “꽤나 혼란에 빠진 모양입니다. 요새 안에서 전투도 일어났다던가.”

 “그건 내분이 일어났다, 라는 건가? 슈타인호프 원수.”

 리텐하임 후작이 묻자 슈타인호프가 끄덕였다.

 “오프레서 원수에게서 그런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리텐하임 후작이 신음소리를 냈다.

 

 “대부분은 항복을 생각한듯 합니다만, 일부 철저 항전을 주장하는 자들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뭐, 항복한 자들 중에서도 반란의 주모자들이군요. 최종적으로는 철저항전을 주장하는 자들 약 500명이 죽고 항복한듯 합니다.”

 “뭐라고, ……처참한 일이군. 군무상서.”

 내 말에 에렌베르크가 고개를 저었다. 뭐냐? 또 뭔가 있는 건가?

 

 “어디까지가 진실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죽은 자는 말이 없으니까요.”

 “……다시 말해 주모자는 달리 있을 수 있다는 건가?”

 “마지막까지 저항한 자가 주모자라고 단정 지을 순 없습니다. 항복해도 사형 당하리라 생각하고 철저항전을 주장했을 가능성은 있겠죠. 혹은 주모자들은 자신들이 살아남기 위해 적당한 산제물을 준비했을지도 모릅니다.”

 

 에렌베르크만이 아니다. 슈타인호프도 엄한 표정을 짓고 있다. 무언가 확신이 있는 듯하다. 뭐, 주모자들 전원이 죽었다는 것도 확실히 이상한 이야기이긴 하다. 본래는 몇 사람인가 포로가 된 자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거다. 그렇다면 살아 남아선 곤란한 사정이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 좋겠지. 그렇군. 내가 처참한 이야기라고 말했을 때 에렌베르크가 고개를 저었다. 숨겨진 진실이야말로 처참한가.

 

 “그래서 어떻게 할 건가? 그들의 처분은.”

 리텐하임 후작이 낮은 목소리로 묻자 에렌베르크가 떫은 표정을 지었다.

 “그 건에 대해서입니다만 주모자는 전원 처형, 다른 자들은 당초 반란에 동조했으나 후에 반란진압에 협력했다는 걸로 1년 간, 5분의 1 감봉 처분으로 하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리텐하임 후작이 날 봤다. 불만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나도 조금 납득이 가지 않는다.

 

 “그걸로 되는가? 나중에 곤란한 일이 생기는 것 아닌가? 군부는 이런 부분에 대해 엄격하다고 생각했네만.”

 감봉, 강등, 좌천, 처분은 다양하게 있겠지. 내가 묻자 두 사람이 인상을 찌푸렸다. 슈타인호프가 입을 열었다.

 “진실이 어떻든 형식으로는 그들은 반란진압에 협력했습니다. 이에 대해 엄격한 처벌을 하면 이 이후 반란이 일어났을 경우, 내부에서 무너뜨리는 게 어려워집니다. 조기 해결이 어렵게 되는 겁니다. 옛부터 반란이라는 건 밖에서 무너뜨리는 것보다 안에서 무너뜨리는 일이 많습니다. 그걸 생각하면 그다지 엄한 처벌은 득책이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어디까지를 처벌의 대상으로 할지 선을 긋기가 어렵습니다. 조사에는 막대한 시간과 인원이 필요하겠죠. 아니꼽긴 하지만 녀석들이 쓴 조서를 인정하는 게 득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에렌베르크, 슈타인호프의 말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리텐하임 후작의 표정도 밝다고는 할 수 없다. 아니, 에렌베르크, 슈타인호프의 얼굴도 밝지는 않다…….

 “어쩔 수 없다는 건가. 지금은 반란을 끝내는 게 우선, 그런 거로군.”

 절반 이상은 자신을 납득시키기 위해 말한 거였지만, 에렌베르크와 슈타인호프가 끄덕였다.

 

 “이제르론 요새는 이제르론 국제협력도시가 됩니다. 이걸 기회로 요새수비병, 주류함대는 해체하여 병사를 뿔뿔히 흩어놓으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뭐, 당연하긴 하군.”

 “그들의 배치 장소는 변경 보급기지나 소규모 초계부대라는 게 됩니다. 국방 중심에는 배치하지 않습니다. 앞으로 전쟁이 사라지니까 무훈을 세울 기회도 없고, 그리고 승진면에서도 우대받는 일도 없습니다. 살려만 두는 겁니다. 언젠가 자발적으로 군대를 그만두는 자가 늘어나게 되겠죠.”

 살려만 둔다고 말할 때의 에렌베르크는 명백히 비웃음을 띄우고 있었다. 형식적으로 엄한 처벌은 없지만 용서하는 건 아니다. 그런 건가……. 즐거운 이야기는 아니군. 이야기를 바꿀까.

 

 “뭐, 어쨌든 반란은 끝났다. 그런 거겠지?”

 “네. 개수에 비용은 들었습니다만, 손해다운 손해는 없다는 걸 생각하면 헛된 비용은 아닙니다.”

 슈타인호프의 말대로다. 충분히 수지가 맞다. 무엇보다 가이에스부르크 요새를 이대로 이제르론 방면에 배치할 수 있는 거다. 방어체제의 조기 확립, 요새건설을 위한 예산 절약, 충분할 정도로 지수가 맞다.

 

 이 뒤엔 강화조약 체결과 통상조약의 체결인가. 장소는 이제르론 국제협력도시에서 행한다. 동맹정부도 목을 길게 빼고 기다리고 있을 거다. 시급히 반란의 뒷처리를 끝내야 하겠지…….

 

Posted by 추리닝백작
,

 

 제국력 487년 11월 25일. 오딘, 신무우궁. 오토 폰 브라운슈바이크.

 

 “슬슬 시작일까? 공작.”

 “음. 그럴 것이네만…….”

 리텐하임 후작을 돌아보고 눈앞에 있는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후작도 화면을 보고 있다. 슬슬 시작할 것이다. 잘 될 것인가. 아니면……. 연락이 오지 않는 것에 나쁜 예감이 들었다. 리텐하임 후작의 표정은 엄하다. 나도 마찬가지겠지. 자신의 뺨이 굳어 있는 걸 자각할 수 있다.

 

 “아무래도 진정되질 않는군.”

 “동감이다. 어젠 자지도 못했어. 한심한 이야기다.”

 “안심했네. 나도 잠들지 못했지. 좋은 친구를 가진 걸 대신 오딘에게 감사하지. 침울하지 않을 수 있겠어.”

 리텐하임 후작이 쓴웃음을 흘렸다. 동병상련, 그렇게 생각했나. 아니면 좋은 친구를 뒀다는 것에 대해서인가…….

 

 호출음이 울렸다. 아무래도 기다리던 연락이 도착한 모양이다. 크게 숨을 마시고 아랫배에 힘을 줬다. 리텐하임 후작에게 시선을 향했다. 후작이 끄덕이고 통신 버튼을 누르자 오프레서가 화면에 나타났다. 표정은 침착하다. 나쁜 징후는 아니다.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

 

 “사령장관, 워프 실험은 잘 끝났는가?”

 「예. 워프 실험은 성공했습니다. 문제 없이 끝났습니다.」

 옆에서 리텐하임 후작이 끄덕이는 걸 알 수 있었다.

 “수고했네. 잘 해주었어. 오프레서 원수. 이걸로 이제르론 요새 반란을 진압할 전망이 섰다. 그렇게 생각해도 되는 거겠지?”

 「예.」

 

 “그럼 재차 경에게 명하겠네. 이제르론 요새에 틀어박혀 제국에 반기를 들고 있는 어리석은 자들을 진압하라. 그를 위해선 어떤 수단을 써도 좋다. 우리에 대한 짐작은 필요 없네.”

 「예. 반드시 반란을 진압하여 폐하의 신금을 풀겠습니다.」

 “음. 잘 부탁하네. 원수. 경에게 대신 오딘의 가호가 있기를 빌지.”

 

 통신이 끝나자 리텐하임 후작이

 “괜찮은 건가? 어떤 수단을 취해도 좋다고 말해서. 요새를 부수면 곤란하네만.”

 라고 말했다. 걱정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오프레서도 그 부분은 잘 알고 있어. 뭐, 만약을 위해서 말해뒀다는 걸까. 부숴지면 곤란하지만 반란이 길어지는 것보다는 낫다.”

 내가 답하자 “그것도 그런가”라고 후작이 끄덕였다.

 

 “이동요새가 가능해진 이상, 변경성역 개발을 위해 소형 이동요새를 만들려고 하네.”

 “새로이 말인가? 렌텐베르크 요새는 이용할 수 없을까? 신규 건조보다는 시간도 비용도 절약할 수 있다고 생각하네만.”

 내가 말하자 리텐하임 후작이 인상을 찌푸렸다.

 

 “저건 소행성을 뚫어서 만든 요새라 중심이 중앙에 없는듯 하다. 그 때문에 항행용 엔진을 붙이기가 어렵다더군. 게다가 본래 소행성 부분이 워프에 견딜 수 있을지 없을지 의문도 있어. 사용 도중에 부서지면 그만큼 중심이 틀어진다. 기술자들의 말로는 새로 건조하는 편이 돈은 들지만 안전하다는 의견이 나와있어.”

 “그렇군. 그리 간단하겐 되지 않는가.”

 리텐하임 후작이 끄덕였다. 의외로 성가신 일이다.

 

 “뭐, 개발용 이동요새는 장기간에 걸쳐 사용하게 되네. 게다가 소형이니까 건조 기간도 짧고 비용도 그만큼 들지 않아. 신규 건조라도 충분히 이해타산이 맞겠지. 운용실적이 좋으면 양산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어.”

 “잘 되었으면 좋겠군. 변경성역 개발은 급한 일이니까.”

 서로를 돌아보며 끄덕였다.

 

 변경성역 개발이 급하다. 이제르론 회랑이 개방되면 동맹령에서 교역을 원하는 상선이 찾아오게 되겠지. 지금까지 방치되고 있었던 변경성역 주민에게 있어서 동맹의 생산물이 어떻게 보일지……. 동경, 선망이겠지. 그리고 자신들의 빈곤함에 탄식하여 지금까지 방치한 정부를 증오할 것이 틀림 없다.

 

 변경성역 개발에 힘을 들여야만 한다. 방치하면 변경성역은 제국보다도 동맹에 친근감을 가지게 되겠지. 그렇게 되면 제국의 안전보장은 비상히 불안하게 된다. 우리들은 개혁을 추진하여 적극적으로 국내 개발을 하는 걸 통해서만 살아남을 수 있다.

 

 “강화를 맺어도 동맹과의 전쟁은 끝나지 않겠군. 브라운슈바이크 공작.”

 “그렇지. 전쟁의 형태가 변할 뿐이다. 마음을 풀 수가 없어. 하지만 그걸로 좋은 걸지도 모르네. 최근은 그렇게 생각하도록 하고 있어.”

 “…….”

 리텐하임 후작이 지긋이 날 보고 있다.

 

 “통치자가 마음을 풀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 아닐까? 리텐하임 후작. 마음을 풀면 언젠가 발밑이 무너질지도 모르네. 제국은 한 번 멸망할 뻔했던 거다. 그걸 잊어선 안 돼.”

 “확실히 그렇군. 마음을 풀지 않기 위해서도 동맹이 필요한가. 숙명이로군.”

 리텐하임 후작이 한숨을 내쉬었다. 확실히 숙명 같은 일이다. 번영하기 위해선 적이 필요하다니 세상사 아이러니한 일로 가득 차있다. 그럼, 아말리에가 기다리고 있겠지. 보고하러 가볼까…….



제국력 487년 11월 25일. 발하라 성역, 가이에스부르크 요새. 라인하르트 폰 뮈젤.

 

 사령실 화면에서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의 모습이 사라지자 오프레서가 굵은 한숨을 내쉬며 내게 시선을 향했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으로부터 재차 반란 진압의 명령이 내려왔다. 뮈젤. 전군을 여기에 집결시켜라.”

 “예.”

 “어느 정도 걸리나?”

 “2일 정도면 모입니다.”

 

 내 대답에 오프레서는 “그런가”라고 답했다. 가이에스부르크 요새를 개수하고 통상항행으로 발할라 성역 근처까지 왔다. 그리고 최종 실험으로 가이에스부르크 요새를 워프로 제도 오딘 근처까지 옮겼다. 신경질적일 정도로 주의에 주의를 거듭한 실험이다. 꽤나 지쳤다. 아군이 모이기까지 2일 간, 조금은 휴식을 취해둘까…….

 

 “이제르론 요새 공략의 전망이 섰다고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은 기뻐하셨지만 문제는 이제부터다.”

 “예. 이 요새를 이제르론까지 옮기고 그리고 이제르론 요새를 가능한 한 손해 없이 되찾아야만 합니다. 어느 쪽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오프레서가 “음”하고 끄덕였다.

 

 “얌전히 항복한다면 좋겠지만…….”

 “가이에스부르크 요새가 얼마나 반란군에게 충격을 줄 수 있을지, 그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

 오프레서의 표정이 침울하다. 간단히는 항복하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한 거겠지. 마치 기운을 잃은 불독 같다.

 

 “저쪽에 도착하면 요새주포를 쏘고 싶다고 생각합니다만?”

 “갑자기 말인가?”

 “이제르론 요새에 맞추지는 않겠습니다. 단지 이쪽 주포의 위력을 보면 다소는 두려워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 뒤에 항복을 권고하면 어떻겠습니까?”

 “그렇군. 압력을 가한 뒤에 항복을 촉구하는가. 좋은 방법이다. 해보지.”

 오프레서가 응응하고 끄덕이고 있다. 다소는 힘이 난 모양이다.

 

 “각하, 피곤하시겠죠. 아군이 모이기까지 시간이 있습니다. 조금 쉬시지요.”

 오프레서가 날 보고 쓴웃음을 띄웠다.

 “총참모장, 나를 늙은이 취급하지 말게, 라고 말하고 싶지만 역시 이번엔 좀 지쳤군. 상대가 인간이라면 몰라도 엔진이나 출력이라면 손도 발도 못 써. 방으로 돌아가서 쉬도록 하지. ……경도 조금 쉬게나. 얼굴에 피곤함이 보이는군.”

 “예.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프레서가 몸을 돌렸다. 그리고 사령실을 나가려다가 잠시 멈춰서 날 봤다. 기묘한 웃음을 띄우고 있다.

 “이상한 일이군. 뮈젤.”

 “……무슨 말씀이신지?”

 “우주함대사령장관에 취임했을 때, 이젠 두 번 다시 장갑복을 입을 일은 없으리라 생각했다. 지상전 따위 두 번 다시 없으리라고.”

 “…….”

 “하지만 아무래도 한 번 더 장갑복을 입을 수 있을 것 같군. 장갑척탄병으로서 말이야.”

 

 “역시 직접 요새 안으로 돌입하실 생각이십니까?”

 “음. 이 요새와 함대는 경에게 맡기는 편이 좋겠지. 나는 토마호크를 휘두르는 편이 좋다. 적재적소 아닌가?”

 오프레서가 소리 내어 웃었다.

 

 “찬성할 수 없습니다. 사령장관 스스로 돌입하는 건 위험합니다. 입장을 생각해주십시오. 돌입은 뤼네부르크 중장에게 맡겨야만 합니다.”

 말려도 소용 없겠지. 그렇게 생각했다. 오프레서는 기분이 좋아보였다.

 “그리 말하지 말게. 총참모장. 반란 진압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지만, 이제르론 요새를 공략하는 건 무인의 명예겠지. 이 요새에서 잠자코 보고만 있으라니 성미에 안 맞아. 게다가 내가 앞에 나서는 편이 적들도 두려워하겠지.”

 

 “그건 그렇습니다만…….”

 다시 오프레서가 웃었다.

 “뒤는 맡기지.”

 그렇게 말하고 오르페서는 사령실에서 나갔다. 뒤라는 뭘까? 지금 이 자리에 대한 건가? 아니면 자신이 요새에 돌입한 뒤의 일일까. 아니면……. 지쳤군. 나도 조금 쉬는 편이 좋을 것 같다.



우주력 796년 12월 1일. 하이네센, 통합작전본부. 알렉스 카젤느.

 

 “그래서, 출병준비입니까?”

 “형식만으로는 그렇지. 통합작전본부와 후방근무본부에선 동원계획과 보급계획을 책정중이다.”

 “형식만이라.”

 와이드본이 고개를 갸웃하고 있다. 마음은 알겠다. 나도 고개를 갸웃하고 싶다. 동맹시민을 납득시키기 위해 형식만의 출병준비라니…….

 

 “뭐, 지금으로선 형식만이지만 언젠가는 진짜로 출병하게 될지도 모른다.”

 “…….”

 “와이드본, 제국은 정말로 반란을 진압할 수 있는 건가?”

 목소리를 낮추고 물었다. 오전 3시, 라운지에는 드문드문 사람이 있다. 그다지 큰 소리로 대화할 순 없다.

 

 “작전에 대해선 알고 계십니까?”

 “아니, 모른다. 너는?”

 “저와 양은 시톨레 원수가 알려주셨습니다. 타인에게 말하지 말라고. 작전안의 평가를 하고 싶었던 거겠죠.”

 “발렌슈타인은? 어리석은 질문이군. 최고평의회는 알고 있을 테니까. 모를 리가 없는가.”

 내 말에 와이드본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무슨 일인가. “곤란하네”라고 중얼거리고 있다.

 

 “뭐가 있었나?”

 내가 묻자 와이드본이 끄덕였다. 그리고 “타인에게 말하시면 안 됩니다”라고 속삭였다. 내가 끄덕이자 주변을 둘러보고 입을 열었다.

 “작전안을 고안한 건 발렌슈타인입니다.”

 힐끔힐끔 와이드본을 봤다. 거짓말을 하는 얼굴이 아니다.

 “……정말인가? 제국이 생각한 게 아니야?”

 “그런 식으로 알려져 있습니다만, 생각한 건 녀석입니다. 알고 계신 줄 알았습니다.”

 한숨이 나왔다.

 

 요전, 동맹의회에서 언제 이제르론 요새의 반란이 진압될지에 대한 대정부질문이 있었다. 정부는 제국이 요새공략에 성공할 거라 설명했지만 일부 대의원은 납득하지 않았다.

 “어째서 그걸 말하지 않는 거지? 작전을 생각한 게 녀석이라고 알려지면 의회도 얌전해질텐데.”

 

 동맹의회의 시끄러운 대의원 녀석들도 발렌슈타인이 작전을 생각했다고 하면 다소의 불만은 흘려도 얌전하게 될 터였다. 녀석에겐 그 정도의 실적이 있다.

 “그건 그렇죠. 하지만 제국에게도 체면이란 게 있으니까요. 발렌슈타인의 작전으로 이제르론 요새를 공략한다고 하면 반발하는 사람도 나오겠죠. 비밀로 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렇군. 제국측의 체면인가…….”

 “협력관계를 쌓는 이상, 동맹만의 이해를 추구할 수는 없습니다. 아마도 사실이 공표되는 건 반란진압 후가 되겠죠. 성가신 세상사가 됐습니다.”

 

 또 한숨이 나왔다. 내가 커피를 마시자 와이드본도 커피를 입으로 옮겼다. 입 안이 쓰다…….

 “그래서, 이제르론은 공략할 수 있는 건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에 대해선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자신이 있는 듯하군. 작전 내용은? 들어도 되는가?”

 “그건 조금……, 머리가 이상해질 것 같은 작전이니까요.”

 묘한 표정이다. 와이드본은 곤란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웃고 있다.

 

 “그럼 정말 이건 형식만의 출병계획인가.”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정부도 군상층부도 그럴 생각이겠죠. 실제로 출격할 일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의회와 동맹시민에 대한 포즈입니다. 만일의 사태에 준비는 하고 있다고……. 아니면 심술일까요? 언제든지 할 수 있다는 거죠.”

 “기가 막히는군.”

 “기가 막히죠.”

 

 동맹의회에선 정부에 대해 제국의 군사행동이 실패하면 어떻게 할 거냐는 질문이 나왔다. 제국이 반란 진압에 실패했을 때는 동맹이 그걸 진압하고 이제르론 요새를 동맹의 것으로 해야만 한다. 질문자는 그렇게 주장했다. 실현 가능하다곤 생각할 수 없다. 요새를 공략하는 것, 그리고 제국에게 요새의 소유권을 인정하게 만드는 것, 어느 쪽이든 극히 어렵다.

 

 질문자도 진심은 아니겠지. 정부를 곤란하게 만들기 위핸 심술이다. 애초에 경제계가 바라고 있는 건 이제르론의 소유권이 아니다. 이제르론 회랑의 개방과 제국과의 교역이다. 이제르론 요새의 소유권 같은 걸 요구했다간 제국과의 강화가 무너진다. 본말전도다. 하기야 질문자는 그걸 어떻게든 하는 게 외교라고 말했지만……. 무책임한 이야기다.

 

 심술에 대해서 정부를 대표하여 답했던 것이 발렌슈타인이었다. 그는 10개 함대를 동원하면 공략은 가능하다고 답했다. 그리고 추가로 말했다. 단 최소한 3개 함대, 400만 명 이상의 손실과 사상자가 나올 걸 각오해야 한다고……. 요새 공략은 가능하다고 들었던 때의 질문자의 얼굴은 희색만면이었다. 언질을 받았다. 그렇게 생각한 거겠지. 하지만 손실을 들은 순간 그의 얼굴은 굳었다. 그리고 발렌슈타인이 추가타를 때렸다.

 

 그만큼의 손실이 발생하면 당연하지만 보충은 최우선으로 할 수밖에 없다. 새로운 함선 건조는 말할 필요도 없지만, 그만큼 국방비 증액이 필요하게 되겠지. 재무위원회가 검토하고 있는 감세, 그리고 정부가 생각하고 있는 일부 장병의 동원해제, 인원 감축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다. 사회기관 전체에 걸쳐 진행되고 있는 소프트웨어 약체화는 더욱 심각한 사태가 되리라 생각된다…….

 

 동맹의회에서 무책임하게 이제르론 요새공략론이 말해지는 일은 사라졌다. 그리고 동맹시민도 대부분이 이제르론 요새의 반란진압은 제국에게 맡겨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정부와 군부가 출병계획을 책정하고 있지만 형식만 그렇다. 와이드본이 말한대로 의회에 대한 심술이겠지. 아무도 전쟁을 바라고 있지 않다. 동맹은 평화에 익숙해지고 있다.

 

Posted by 추리닝백작
,

 

우주력 796년 10월 10일. 하이네센. 마리아 크란베르츠.

 

 “꽤 오래 얼굴을 보지 못했군.”

 “그렇네요. 이상하게도 그리운 마음이 듭니다.”

 “이상하다고? 변함 없이 입이 나쁘군. 조금은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도중에 우르바시에 들렸기 때문에.”

 “그렇군. 우르바시인가.”

 

 발렌슈타인 위원장과 렘샤이트 백작이 대화하고 있다. 제국어로 말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긴장감은 없다. 온화하게 대화하면서 느긋하게 소파에 앉아 있다. 방에는 그 외에 나와 바제트 대위가 있다. 사람을 물릴거라 생각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이쪽에서 사양하고자 했지만 그럴 필요 없다고 못 박혔다. 귀국 후의 예방, 이라는 거겠지. 우리들은 자신의 책상에서 작업하고 있다.

 

 “페잔은 어떠했는가?”

 “독립을 기뻐했죠. 그리고 지금 상황을 기뻐하고 있었습니다.”

 “뭐, 그렇겠지.”

 렘샤이트 백작이 재미 없단 표정을 지었다. 발렌슈타인 위원장이 쿡하고 웃었다. 백작이 더더욱 재미 없단 표정을 지었다.

 

 “반란 진압은 가능하냐고 페이워드 주석이 물었었습니다. 반 년이면 진압될 거라고 답했습니다만 표정이 좋지 않더군요. 지금의 백작과 같은 반응이었습니다.”

 “…….”

 위원장이 야유하자 렘샤이트 백작이 쓴웃음을 띄웠다.

 

 “제국군의 준비는 어떻습니까? 순조롭나요?”

 “요새 개수는 순조로운 듯하다. 이제 곧 끝나겠지. 샤프트 기술대장도 필사적인 모양이야. 실패하면 출세는커녕 목이 달아날테니.”

 힐끔 옆에 앉은 바제트 대위를 봤다. 대위는 표정을 바꾸는 일 없이 작업을 하고 있다.

 

 “그럼 나머진 운용실험인가요.”

 “그렇게 되겠지. 하지만 정말로 잘 되는 건가? 저것이. 아직도 반신반의네만…….”

 “잘 되어주길 바랍니다. 다행히 제국의 우주함대에는 뮈젤 대장을 시작하여 허술한 준비를 하는 인물은 없습니다. 잘 될 것을 믿도록 하죠.”

 “그렇게 되어주면 좋겠구먼.”

 렘샤이트 백작이 자신을 납득시키듯이 끄덕였다.

 

 잠시 동안 대회가 끊겼다. 두 사람 모두 움료를 잠자코 마시고 있다. 렘샤이트 백작은 홍차, 자문위원장은 코코아, 방에는 코코아의 달콤한 향기가 풍기고 있다.

 “요전, 그린힐 외교위원장이 방문했지.”

 “…….”

 “반란진압시에는 동맹에서도 함대를 보내고 싶다는 거였다.”

 또 바제트 대위를 봤다. 표정은 변하지 않았지만 놀라고 있겠지. 그 때엔 사람을 물렸기 때문에 우리들은 회담 내용을 알지 못했다. 설마 반란 진압에 협력이라니…….

 

 “국내 대책이라는 점도 있는 듯하더군요. 제국측이 반란 진압을 위해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도 있습니다만, 꽤나 시끄럽게 구는 사람이 있는 듯합니다.”

 “그런듯하군. 성가신 일이다.”

 “동감입니다. 대답은 뭐라고?”

 자문위원장이 묻자 렘샤이트 백작이 고개를 저었다.

 

 “오딘에서는 이동요새가 실용가능하게 된 시점에서 대답하고 싶다고 한다. 거기까지 공식 표명은 하지 말라고……. 공동출병만이 선행하는 걸 두려워하는 모양이군.”

 자문위원장이 끄덕였다.

 

 “그렇게 판단하는 게 옳겠죠. 자칫 잘못하면 요새 준비가 되기 전에 출병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게다가 혹시 현 시점에서 출병하게 된다면 지휘계통을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도 있습니다. 조잡한 조직력으로 떨굴 수 있을 정도로 이제르론 요새는 쉽지 않습니다.”

 “음. 경의 말대로다.”

 

 “앞으로 1개월 반쯤일까요…….”

 “그렇게 되겠군. 꽤 길다…….”

 두 사람이 크게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음료를 마시고 있다. 묘한 느낌이다. 이 두 사람과 함께하는 이곳이 제국이 아닌가 생각하고 만다. 그정도로 두 사람에겐 긴장감이 없다. 그리고 은근슬쩍 양국 상층부의 움직임을 거론하고 있다. 우리들을 물리지 않은 이유는 잡담이기 때문이 아니다.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증인이 필요하기 때문이겠지. 자문위원장이 시선을 렘샤이트 백작에게 향했다.

 

 “동맹에선 이동요새를 만들어야 하는지 아닌지 국방위원회와 군부가 망설이고 있습니다.”

 “호오, 그래서?”

 렘샤이트 백작이 흥미진진한 시선을 자문위원장에게 향했다. 괜찮은 건가? 기밀누설이 아니야? 바제트 대위를 봤다. 대위는 작업을 하고 있지만 아주 조금 표정이 엄해진 느낌이 들었다.

 

 “이제르론이나 페잔 부근에 건조하는 것보다 안전하고 비용도 싸진다고 국방위원회는 계산하고 있는 듯합니다.”

 “그렇군.”

 “저도 같은 의견입니다만, 이동요새를 이제르론, 페잔에 설치한 후에는 이동 가능한 워프 엔진이나 통상운행용 엔진은 철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엣, 하고 생각했다. 나 혼자만이 아니라 렘샤이트 백작도 놀라고 있고 바제트 대위도 놀라고 있다.

 

 “무슨 말인가? 그건.”

 렘샤이트 백작이 질문하자 자문위원장은 한 입 코코아를 마셨다. 그리고 컵을 테이블에 뒀다. 딸칵하는 소리가 들렸다. 위원장의 표정은 진지하다.

 “저건 극히 위험합니다. 요새 주변에 12개의 워프 엔진, 통상항행용 엔진을 붙입니다만, 모든 것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위험합니다. 엔진 출력이 균등하게, 같은 타이밍에 행해지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대참사가 일어납니다.”

 렘샤이트 백작이 신음소리를 냈다.

 

 “설치하고 10년, 15년 후에 갑자기 요새를 움직였을 때 정상적으로 움직이리라 생각합니까?”

 “……모두가, ……갑자기 움직이는 건 어려울지도 모르겠군.”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사고가 일어나기 쉽습니다. 다시 말해 세공하기도 쉽죠. 사고가 일어날 경우, 그게 정말로 사고인가 사건인가, 판단할 수 없습니다. 의심을 불러일으키게 됩니다.”

 렘샤이트 백작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지구교가? 아니면 페잔…….”

 “한정 지을 순 없겠죠. 그 시점에서 이동요새가 방해물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간단하게 사고는 일어납니다. 혹은 정말로 사고였더라도 사건으로 만들어 버릴 가능성도 있죠…….”

 “그렇군. 그래서 철거하라는 건가?”

 “네. 철거하여 순수하게 요새로서 이용하는 편이 좋겠죠. 이동할 필요가 생기면 그 때마다 재차 확인하면서 붙이는 편이 안전합니다.”

 렘샤이트 백작이 다시 신음소리를 냈다.

 

 “이후, 이동요새는 좀 더 규모를 작게 하여 다른 형태로 이용하는 편이 좋으리라 저는 생각합니다.”

 “무슨 뜻인가?”

 백작의 질문에 자문위원장이 어깨를 으쓱했다.

 

 군사요새가 아니라 변경성역이나 미개발성역을 개발하기 위한 거점기지로 이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요새 내부에는 식량, 개발용 기구, 공업용 플랜트, 농업용 플랜트를 넣어둡니다. 전쟁에 쓰이는 게 아니니까 요새의 규모는 작아도 좋습니다. 요새주포도 필요 없습니다. 그만큼 개발, 운용은 쉬워질 겁니다. 편리하리라 생각합니다. 의료 면으로도 쓸 수 있으니까요. 이건 군대가 아니라 내무성 관할일까요?”

 그렇군. 이라고 생각했다. 렘샤이트 백작도 끄덕이고 있다. 그건 그렇고 좋은 생각을 한다.

 

 “재밌는 제안이다. 이번에 브라운슈바이크 공작, 리텐하임 후작에게 말해보지. 제국은 변경성역 개발에 힘을 쏟게 되어 있다. 두 사람도 관심을 가질 터.”

 제국만이 아니다. 아마도 동맹도 마찬가지겠지. 군사기술이 국내 개발을 위해서 이용된다. 이 이외에도 비슷한 사례가 나올지도 모른다.

 

 “헌데 경, 좋은 걸 보내줬군.”

 “쿠키 말입니까?”

 “브랜디도. 쿠키는 모두 함께 먹었지만 브랜디는 내가 독점했다.”

 렘샤이트 백작이 기뻐하며 말했다. 자문위원장이 그런 백작의 모습에 쓴웃음을 지었다.

 

 “그 브랜디는 내 지인이 만든 물건이다. 설마 이 나라에서 마실 수 있을 줄은 몰랐군.”

 “그랬습니까……, 이번 귀족연합군에는?”

 걱정하며 위언장이 질문하자 렘샤이트 백작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참가할 리가 없지. 그 자는 술을 만드는 것 외엔 아무런 흥미도 없는 자니까 말이야.”

 위원장이 웃자 렘샤이트 백작도 웃었다. 두 사람 모두 즐거워 보인다.

 

 “재밌어 보이는 분이군요. 어떤 분이십니까?”

 “흠. 본래 아버지가 스스로 즐기기 위해 와인이나 브랜디, 위스키를 만들었다고 하더군. 본인은 그걸 돕고 있었던 듯하지만 아버지의 뒤를 이어 본격적으로 만들기 시작한 모양이다. 술이야말로 삶의 친구, 좋은 술은 인생을 윤택하게 만들어 준다. 그게 말버릇이었지.”

 렘샤이트 백작이 그립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분과 친하셨습니까?”

 “영지가 가까웠지. 때때로 놀러 갔던 적도 있어. 주조를 도왔던 적도 있었다. 뭐, 그만큼 받기도 했지만. 밖에는 팔지 않는 비장의 와인이나 블랜디를 말이지.”

 “그래서, 맛은 어땠습니까?”

 렘샤이트 백작이 싱글벙글 웃었다.

 “맛있었지. 술이야말로 삶의 친구, 좋은 술은 인생을 윤택하게 해준다. 그 말대로라고 생각했다.”

 부럽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와인을 나도 마시고 싶다. 바제트 대위도 부럽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오딘에 오는 것도 1년에 세 번, 와인, 브랜디, 위스키의 품평회가 있을 때뿐이다. 그 외엔 궁중 행사라 할지라도 태연하게 무시했지.”

 “그건 조금 문제가 되지 않습니까?”

 위원장이 조금 걱정스럽게 말하자 렘샤이트 백작이 소리 내어 웃었다.

 

 “본래는 그렇겠지만 그 자의 경우 프리드리히 4세 폐하가 그걸 허락하셨으니까. 폐하는 누구보다도 그 자가 만든 술을 애음하셨다. 책망하는 사람이 있어도 내버려둬라, 그 말만 하셨지. 아니, 좀 더 맛있는 술을 만들라고 하셨던가.”

 “……그 분답군요.”

 렘샤이트 백작이 조금 의아하게 위원장을 봤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위원장은 코코아를 마시고 있다. 렘샤이트 백작의 표정에는 눈치 채지 못한 듯하다. 이상한 일이다. 위원장의 어조에는 혐오나 경멸은 없었다. 원한이 있었던 게 아닌 걸까…….

 

 “좋은 술을 만드는 데엔 좋은 원료가 필요하다. 영지경영에 열심인 자였지. 풍요롭게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맛있는 술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영지를 경영했다. 기인, 괴인이라고 영지민들에게도 들었다던가…….”

 렘샤이트 백작이 말을 끊었다.

 

 “사실은 그야말로 가장 귀족다운 귀족인 걸지도 모르지. 뭔가 하나 몰입할 수 있는 것을 찾고 그에 의해 영지를 윤택하게 만들고 영지민들을 풍요롭게 만든다. 나날의 생활에 쫓기는 일 없는 귀족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다들 그랬다면 귀족들은 멸망하지 않았을 텐데…….”

 자문위원장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단지 잠자코 소파에 앉아있었다. 렘샤이트 백작과 두 사람, 마치 귀족들을 애도하는 듯했다.



우주력 796년 10월 30일. 하이네센, 동맹의회. 에리히 발렌슈타인.

 

 덜컥 몸이 흔들리고 눈을 떴다. 옆에 앉은 토렐이 “자지마”라고 입을 움직였다. 모처럼 좋은 기분으로 자고 있는데 깨운 모양이다. 토렐은 비난하는 눈으로 날 보고 있다. 한숨이 나왔다. 졸리다고, 나는. 어제는 쇤코프와 로젠리터와 함께 늦게까지 마셨다. 뭐, 마지막엔 논알콜이었지만. 이제르론 요새를 공략하자고 말했었지. 아무래도 요즘 한가해서 어쩔 줄 모르는 듯하다. 뭔가 좋은 일거리를 줘야 하겠지만……, 오딘에 대사관을 두고 거기의 주재무관이라든가 어떨까? 여자문제를 일으키고 강제송환일까?

 

 주변을 둘러보자 살찌고 이상한 중년 남성이 질문하는 참이었다. 행성 맛지드의 발칸 드레이크였나. 사마과 남자인 바리드와는 대조적인 외견을 가진 자다. 하기야 속 내용은 바리드와 다를바 없다. 정부를 곤란하게 만드는 게 자신의 임무라고 생각하는 자다.

 

 “지금 상황에 있어 이제르론 요새가 반란을 일으킨 것으로, 이제르론 회랑을 이용한 자유행성동맹과 제국와 무역을 행할 수 없습니다. 경제계는 큰 불만을 품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알드닌 통상위원장. 답해주세요.”

 

 지명된 알드닌이 떫은 표정으로 답변석으로 향했다. 불쌍하게도. 모두들 그를 책망하고 있다. 공평하게 봐서 알드닌 때문에 일어난 일도 아닌데……. 조금 더 자둘까. 내 자리는 뒤쪽 끝이니까 눈에 띄지 않는다. 생각하는 척하며 자둬도 문제는 없겠지.

 

 “대단히 곤란한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국군이 하루라도 빨리 반란을 진압할 것을 바라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국군이 반란진압에 노력하고 있는 듯이 보이지 않습니다. 제국은 정말로 반란을 진압할 생각이 있는건가? 동맹과 협력해 나갈 의지가 있는 건가? 무척 의문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알드닌 위원장은 그 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살찐 돼지가 심술궂은 얼굴을 하고 있다. 끈질기네, 이 녀석. 정부는 몇 번이나 반란은 반 년 정도 있으면 진압될거라 말했는데. 알드닌도 지긋지긋하겠지. 내 위치에선 알드닌의 등밖에 보이지 않지만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돼지의 얼굴을 보고 싶지 않으니 눈을 감았다. 졸리니까 그런 거 아냐.

 

 “드레이크 대의원은 제국이 동맹과 협력하여 나아가는 일에 의심을 갖고 계신듯 합니다만 저는 그런 의심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이제르론 요새 반란에 의해 중단된 포로교환은 페잔 회랑을 사용하는 걸로 무사히 끝났습니다. 이건 제국이 동맹과의 협력을 유지하고자하는 의지를 행동으로 표명한 것이라 저는 판단합니다.”

 “…….”

 

 “게다가 지금까지도 몇 번인가 정부의 설명이 있었습니다만, 제국은 이제르론 요새 반란을 반 년 정도로 진압할 수 있다고 연락해왔습니다. 그 구체적인 작전의 내용도 함께. 어떻게 진압할 것인가는 설명할 수 없습니다만, 높은 확률로 반란은 진압될 것이라 동맹정부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단지 준비에 시간이 걸립니다. 하지만 이제르론 요새를 공략하는 거니까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알드닌은 정부의 공식견해대로 대답했다. 자신만만하네. 목소리에 힘이 있다. 꼴 좋다고 생각하는 거겠지.

 

 “그럼 그 반란 진압이 실패했을 경우, 정부는 어떻게 할 것인가. 정부 견해를 누군가가 설명해주시길 바랍니다.”

 드레이크는 아마도 내 쪽을 짖궂은 표정으로 보고 있겠지. 자는 척, 자는 척, 나는 관계 없다. 누군가가 대답하겠지. 애초에 정부 견해라는 건 트류니히트가 답하는 게 정답이고 안전보장문제라면 그린힐이나 네그퐁이다. 훗훗훗, 최고평의회자문위원장이란 담당을 가지지 못한 무소위의 위원장이라고. 드레이크 군.

 

 “발렌슈타인 위원장, 깨어있다면 답해주시겠습니까?”

 눈을 떴다. 다들 날 보고 있다. 드레이크는 짖궂게, 트류니히트는 웃기다는 듯이, 그리고 몇 사람인가는 날 비난하는 듯한 시선으로 보고 있다. 다시 한 번 눈을 감고 자는 척을 해볼까? 그렇게도 못하겠지. 한숨이 나왔다. 돼지, 너는 틀렸어. 나는 그냥 잠재워두는 편이 좋았을 거다. 지금의 나는 배가 고픈 늑대만큼이나 위험하다. 그렇게 속으로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졸리다. 할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Posted by 추리닝백작
,

 

우주력 796년. 10월 1일. 하이네센, 최고평의회 빌딩. 미하마 사아야.

 

 “그럼 평화조약은 미뤄지나요.”

 “그렇게 되겠죠. 강화조약 체결을 이제르론 국제협력도시에서 최초로 행하는 이벤트로 하고 싶다는 건 동맹정부든 제국정부든 같은 생각이니까요.”

 “강화조약의 체결이 빠르면 반 년 후, 통상조약은 그 뒤니까 아직 시간이 걸리겠지요.”

 

 킬리렌코 위원의 질문에 프레인버그 위원, 후바 위원이 답했습니다. 두 사람의 대답에 다들 끄덕이고 있습니다. 키스 프레인버그 위원은 신설된 외교위원회에서 출장 온 사람입니다. 본래 국방위원회에 소속되어 있었기에 데로리안 위원과는 꽤나 친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캐롤 후버 위원은 경제개발위원회에서 통상위원회로 이적, 그리고 자문위원회로 출장 나왔습니다. 30세를 막 넘었을 뿐인 아름다운 여성입니다만 독신입니다. 이런 아름다운 사람이 독신이라니, 나는 어떻게 되는 걸까. 여자로서는 겨울 시대입니다.

 

 “우리 쪽의 위원장, 머리를 싸매고 있었어요. 취임하자마자 큰 문제가 터졌으니까요. 각 기업에서도 언제쯤 되면 이제르론 회랑을 쓸 수 있냐고 질문이 쏟아지는 모양입니다.”

 레오니드 알드닌 통상위원장, 경제계 출신의 위원장입니다만 조금 불쌍합니다. 통상위원장 취임 직후에 이제르론 요새에서 반란이 일어났습니다. 동맹에서 가장 불행한 정치가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로 잘 되는 걸까요? 저거.”

 “데로리안 위원, 안 되지. 그걸 말해선. 우리들은 모르는 걸로 되어 있으니까.”

 디렌 위원에게 주의를 받고 데로리안 위원이 어깨를 수그리자 다들 웃었습니다. 한 주에 두 번, 우리들은 이렇게 모여서 본사에서 얻은 정보를 교환하고 있습니다. 이제르론 요새공략안은 발렌슈타인 위원장과 동행했던 몬테이유 위원에게서 얻은 극비정보입니다. 동맹에서도 알고 있는 건 정부, 군부 안에서도 극히 일부겠죠.

 

 “뭐, 어처구니 없는 일을 생각하네요.”

 “이제르론 요새를 국제협력도시로 만들자고 생각한 사람이니까 일반인과 조금 발상이 다르겠지.”

 “발상인가. ……그러고 보니 지구교의 음모를 폭로한 것도 저 사람이었지. 어째서 그런 걸 생각해낼 수 있는 건지…….”

 아브로즈, 노엘베이커, 킬리렌코 세 위원의 대화에 다들 끄덕였습니다.

 

 “미하마 대령은 위원장과 알고 지낸 기간이 길었지? 익숙한 거 아냐?”

 후버 위원의 질문에 모두 절 봤습니다.

 “그렇지도 않아요. 엉망진창이니까 익숙해지는 일은…….”

 제가 답하자 “그런가, 그렇겠지”, “마리겠지”라며 다들 입을 모았습니다. 조금 안심했습니다. 그런 무모한 짓을 하난 사람에게 익숙해졌다고 여겨지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 상황은 그다지 좋지 않아요. 조선업계는 이제르론 회랑을 이용한 교역이 성황이 될 거라 보고 있었습니다. 전쟁이 사라지고 군함의 발주가 격감했습니다. 그 만큼을 상선으로 보충하려고 했죠. 그런데 저 반란 때문에 그 계산이 틀어졌습니다. 이대로 가면 조선업계는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게 됩니다. 바로 도산하지는 않겠지만 비명을 지르는 건 그리 머잖을 겁니다. 반 년 이내에 진압하겠다고 했습니다만, 그게 조선업계로서 참을 수 있는 아슬아슬한 선이겠죠.”

 바바 위원의 말에 다들 인상을 찌푸렸습니다.

 

 “조선업계만의 이야기가 아니에요. 군수산업도 나란히 두통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반란이 진압되기까지 요새 건조는 연기됩니다. 기업에는 현 시점에서 건설은 위험하기 때문이라고 국방위원회와 군부는 말하고 있습니다만, 사실은 고정요새로 할 것인지 이동요새로 할 것인지를 결정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결과가 나오는 건 반 년 후입니다. 그때까지 아무 것도 못합니다. 겨우 설계도를 가지고 노는 것 정도입니다. ……정말이지, 괜한 짓을 해줬습니다. 목 졸라 죽이고 싶은 기분이에요.”

 데로리안 위원이 투덜거렸습니다.

 

 “농담이 아니라 위원장의 현역 복귀, 있을 법한 이야기 아닙니까?”

 크라이 위원이 모두를 둘러봤습니다. 반란이 일어난 직후부터 경제계로부터 발렌슈타인 위원장을 현역 복귀시켜 이제르론 요새를 공략하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이유는 바바 위원, 데로리안 위원이 말한 대롭니다. 최근 동맹의회에서도 그런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쪽은 반란 진압을 통해 이제르론 요새를 동맹의 것으로 하자는 의도가 있습니다.

 

 “하지만 말이지. 제국군이 실시하는 작전은 위원장이 생각한 거야. 게다가 공략을 해도 동맹의 것이 되지는 않겠지. 그런 짓을 했다간 전쟁이 터져. 강화가 문제가 아니야. 그래선 의미가 없잖아.”

 “요새를 공략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모두를 진정시키기 위해서입니다. 리드 위원. 이대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으면 무력하게 손가락만 빨고 있다, 그런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에게 있어선 피하고 싶은 사태겠죠.”

 이곳저곳에서 “그렇군”, “그럴지도 몰라”라는 동의하는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확실히, 정치가들이 생각할 법한 것이긴 합니다.

 

 “경제계에서의 항의는 꽤나 격렬한 것 같네.”

 “그만큼 경제계는 제국과의 무역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거죠. 뭐라 해도 200억을 넘는 시장이에요. 동맹보다도 2배나 더 큰 시장입니다. 눈빛도 달라지겠죠.”

 “경제계 중에는 좀 더 빨리 강화를 맺어야 한다고 외치는 사람도 있습니다. 게다가 그게 책망을 받는 일도 없어요. 바로 이전까지 모두가 타도 제국이라고 외치고 있었는데 말이죠. 바뀌려고 하면 순식간이네요.”

 

 노엘베이커 위원의 질문에 팔 위원, 바바 위원이 답하자 후버 위원이 “돈이란 게 참 무섭네요”라고 중얼거렸습니다. 동감입니다. 돈이 얽히면 주의주장따위 어딘가로 날아가 버립니다. 다들 같은 생각이겠죠. 달관한 표정입니다.

 

 똑똑하고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다들 문으로 시선을 향했습니다. 제가 문으로 향했습니다. 가장 나이가 어리고 문에 비교적 가까운 자리에 앉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문을 열자 서기국 사람이 있었습니다.

 “화물이 도착했습니다.”

 라고 말하며 양손에 들고 있던 상자를 내밀었습니다. 꽤 큽니다. 두 개나 있습니다.

 

 받아 들자 서기국 사람이

 “큰일이었어요. 자문위원회 외에도 최고평의회와 서기국에도 왔으니까요. 테러의 가능성도 있으니까요. 보안부가 출동해서 확인했습니다. 문제가 없다는 걸 확인했으니까 받아주세요.”

 라고 말했습니다.

 

 “수고를 끼쳤습니다.”

 라고 말하자 “이쪽이야말로 꽤 좋은 물건을 받았습니다. 위원장 각하께 안부 부탁 드려요”라고 답이 돌아왔습니다. 어, 발렌슈타인 위원장에게서 온 물건이야? 이거. 회의 테이블에 두자 다들 흥미진진한 표정을 향해왔습니다.

 

 “발렌슈타인 위원장에게서 온 물건이야?”

 “그런 모양이에요. 팔 위원. 발렌슈타인 위원장이 페잔에서 보낸 물건인듯합니다. 내용물은……, 바로아의 과자?”

 누군가가 휘파람을 불었습니다.

 

 “페잔에서 발렌슈타인 위원장의 이름으로 온 바로아의 과자라니, 그야 테러가 아닌가 안보부가 걱정하는 것도 당연하네.”

 “그래그래. 덧붙여 최고평의회와 서기국에도 보내다니, 위원장도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본인은 단 걸 좋아하니까 다들 기뻐하며 받으리라 생각했겠죠.”

 리드, 크라이, 디렌 위원이 곤란하다고 말하고 싶은 듯한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목소리에는 쓴웃음의 울림이 있습니다.

 

 “이쪽은 다들 이제르론 반란으로 곤란해하고 있는데……, 여행선물이라니…….”

 “위원장에게 있어 반란따위 이미 끝난 거나 마찬가지겠죠.”

 데로리안 위원과 프레인버그 위원은 반쯤 울 것 같습니다. 불쌍해라. 위로하지 않으면……, 이런 때엔 단 것이 최고입니다.

 

 “모처럼 받았으니까 먹도록 할까요? 바로아의 과자는 맛있어요. 지금 커피를 타도록 하겠습니다.”

 “…….”

 어째서 다들 입을 다무는 거죠? 게다가 이상한 눈으로 날 보고 있습니다. 바로아의 과자는 맛있습니다. 정말이라구요?



우주력 796년 10월 4일. 하이네센, 최고평의회 빌딩. 죠안 레벨로.

 

 최고평의회 멤버 13인이 회의실에 모였다. 모두 앞에는 접시에 나눠 담긴 쿠키가 놓여 있다.

 “이게 그 쿠키인가? 큰 소동이 있었다고 들었네만.”

 내가 묻자 트류니히트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 그것 때문에 최고평의회 빌딩은 말도 안 되는 소란이 일어났지. 지구교의 잔당이 페잔에서 발렌슈타인 위원장의 이름을 써서 위험물을 보낸 건 아니냐고 말이야. 보안부는 화학, 생물, 방사능, 핵, 폭발물, 각각의 탐지기를 총동원해서 조사했다고 한다. 거기에 있는 건 동맹의 모든 기술력을 총 동원한 검사가 끝난, 은하에서 가장 안전한 쿠키다. 뭐, 맛보게나.”

 

 회의실에 쓴웃음이 흘렀다. 몇 사람인가가 어깨를 으쓱이고 몇 사람인가가 한숨을 내쉬고 있다. 정말이지 어처구니 없는 짓을 하는 애송이다. 한 입 먹었다. 확실히 맛있다. 꽤 훌륭한 물건이다. 다들 맛있게 먹고 있다.

 “최고평의회 빌딩만이 아닙니다. 국방위원회, 통합작전본부, 우주함대사령부, 후방근무본부에도 보내졌습니다. 그 외에도 제1함대, 제3함대, 어디도 큰 소란이 되었던 모양입니다.”

 

 네그로폰테가 덧붙이자 보론이

 “최고평의회와 군조직을 노린 테러, 그런 거겠군. 뭐, 보내온 본인이 위험물이다. 보안부가 신경질이 되는 것도 어쩔 수 없겠지. 우리 쪽에는 보내지지 않아서 다행이야.”

 라고 말하며 쿠키를 입으로 옮겼다. 회의실에 웃음이 일었다. 다들 각각 동의하는 말을 입에 담았다.

 

 “본인은 알고 있을까? 큰 소동이 일어났단 걸.”

 “알고 있어. 어처구니 없어 하더군. 겨우 쿠키를 보냈을 뿐인데 뭘 그렇게 소란을 피우냐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호안과 트류니히트의 대화에 또 웃음소리가 일었다.

 

 “그걸 말하자면 어째서 또 이런 걸 보낸 거지? 바로아의 쿠키잖아. 확실히 맛있지만 바로아는 하이네센에도 있잖은가?”

 타렐이 고개를 갸웃하고 있다. 트류니히트가 웃었다.

 “그런 말로 그의 기분을 해치지 말게나. 이건 페잔에 있는 바로아 본점한정판매 상품이니까.”

 “…….”

 다들 서로를 돌아봤다.

 

 “정말인가? 그건.”

 “정말이다. 호안. 다시 말해 이건 하이네센에는 팔고 있지 않아. 덧붙여 현장판매 뿐인 것 같다. 문자 그대로 페잔 본점에서만 손에 넣을 수 있는 쿠키라고 한다.”

 이게 한정품? 단순한 쿠키가 아닌가? 나 혼자만이 아니다. 다들 쿠키를 보고 있다. 트류니히트가 “잘 맛봐주게”라고 말하고 또 웃었다.

 

 “먹으면서도 괜찮네. 듣고 싶은 일이 있어. 발렌슈타인 자문위원장을 현역 복귀시키자는 이야기가 경제계, 의회에서 나오고 있다. 매스컴도 난리를 피우고 있지. 그리고 정부 내부에서도 현역 복귀시키면 어떻겠냐는 의견이 나왔다. 이에 대해 회의하고 싶어.”

 정부 내부? 다시 말해 이 중에 말인가. 누구지? 네그로폰테인가?

 

 “어디에서 나온 이야기인가? 그건.”

 “국방위원회, 외교위원회, 통상위원회다.”

 트류니히트가 내 질문에 답하자 다들 시선을 네그로폰테, 그린힐 알드닌에게 향했다. 세 사람은 자리가 불편해 보였다.

 

 “현역 복귀한다면 자문위원장 자리는 어떻게 하는 건가? 사직하는 건가? 아무리 그래도 겸임은 안 되겠지.”

 맥과이어가 질문했지만 세 사람은 답하지 않는다. 답하지 못하는 건가? 그걸 보고 샤논이 “일단 이유를 듣고 싶네”라고 말했다.

 

 세 사람이 서로를 돌아봤지만 네그로폰테가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

 “알고 계시다시피 이동요새에 대해 국방위원회와 군부는 운용실적을 확인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에 따라 이쪽에서 건설하는 요새를 고정요새로 할 것인가, 이동요새로 할 것인가 결정하게 되겠죠. 그 부분의 판단을 자문위원장에게 부탁하고 싶은 겁니다.”

 

 그렇군, 그건가. 군부가 결정을 내리고 있지 못하다는 건 이미 다들 알고 있다.

 “그건 실제로 제국군의 반란 진압에 참가한다는 건가?”

 “그런 방향으로 진행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토렐과 네그로폰테의 대화에 다들 서로를 돌아봤다.

 

 “제국이 싫어하지 않을까?”

 “음, 반란 진압에 타국의 힘을 빌리고 싶다고 생각하진 않겠지.”

 라우드와 리우는 찬성은 아닌 듯하다. 어쩌면 발렌슈타인의 현역 복귀 그 자체에 반대일지도 모른다. 간단히 허락하면 군부와 정부의 경계가 애매하게 된다는 의견도 매스컴에는 있다. 맥과이어가 먼저 겸임은 안 된다고 말했던 것도 그 부분을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제르론 요새 반란은 이미 제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제르론 국제협력도시가 없으면 양국 간의 협력, 교류, 무역이 멈추게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게 동맹시민을 극히 불안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면 정상회담 전과 비교하여 전혀 상황이 변하지 않습니다. 정상회담의 성과가 사라지고 맙니다.”

 몇 사람이 신음소리를 냈다. 트류니히트가 표정을 찡그리고 있다. 정치가로서 실적이 부정 당할 위기인 거다. 재미 없겠지. 그린힐도 꽤 정곡을 찔렀다. 아니꼽긴 하지만 외교위원장으로선 적임이군.

 

 “외교위원장의 말대로입니다. 동맹시민을 진정시키기 위해서라도 자문위원장의 현역복귀는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지금 상태에서 통상위원회는 유명무실합니다. 아무 의미도 없이 경제계에서 맞기만 하는 존재입니다.”

 알드닌의 말에 다들 인상을 찌푸렸다.

 

 그가 동맹에서도 가장 불행한 정치가라고 불리고 있다는 건 다들 알고 있다. 경제계 출신인 그의 고충을 방치하면 이후 경제계에서 협력을 받고 싶다고 생각해도 생각처럼 얻을 수 없게 될 가능성도 있다. 제국과의 교류가 길어지면 경제계의 역할은 지금 이상으로 커지게 되겠지. 알드닌의 고충도 무시는 할 수 없다. 뭔가 구제는 필요하다. 하지만 발렌슈타인의 현역복귀?

 

 “군부에선 이후 전쟁이 일어날 경우 이동요새를 어떻게 사용할지, 정했는가?”

 내가 묻자 네그로폰테가 고개를 저었다.

 “아뇨. 정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운용실적을 확인하고 싶은 겁니다. 얼마나 판별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고정요새로 할 것인지 이동요새로 할 것인지의 판단 재료는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국의 반란 진압에 협력한다. 그건 괜찮겠지. 하지만 발렌슈타인 위원장을 현역복귀시킬 필요는 없지 않을까? 실용실적의 확인이라면 다른 사람이라도 괜찮을 거다.”

 내가 지적하자 네그로폰테는 “그 말이 맞습니다”라고 끄덕였다.

 

 “하지만 레벨로 위원장, 국내 대책도 포함하면 발렌슈타인 위원장을 현역복귀시키는 것이 최선이 아니겠습니까? 반란 진압에는 앞으로 3개월에서 4개월이 걸립니다. 그 사이, 동맹시민을 진정시켜야만 합니다.”

 “…….”

 다들 신음했다. 국내 대책인가. 네그로폰테의 의견도 일리가 있다.

 

 “말하는 바는 알겠지만 현역복귀는 가능하면 피해야만 하겠지. 나는 찬성할 수 없네.”

 호안이 확실하게 반대 의견을 냈다. 그리고 모두를 둘러보고 “조금 들어줬으면 하는 이야기가 있네”라고 말했다.

 

 “발렌슈타인 자문위원장을 위험시하는 인물이 있네. 내가 알고 있는 건 한 사람이지만, 어쩌면 좀 더 많을지도 몰라.”

 위험시? 다들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다.

 “그 인물은 자문위원장의 영향력이 군부, 정부, 경제계에서 너무 커진 건 아닌가, 언젠가는 독재적인 영향력을 가지는 건 아닌가 걱정하고 있었다. 민주공화정 국가에게 있어서 위험한 상황이 아닌가 하고 말이야.”

 

 아무도 입을 열지 않는다. 단지 잠자코 호안을 바라보고 있다. 확실히 발렌슈타인의 영향력은 크다.

 “오해하지 말아줬으면 하지만 그는 자문위원장을 부정하고 있는 게 아니야. 그는 긍정하고 있다. 그렇기에 불안을 가지고 걱정하고 있어.”

 

 “그의 불안에는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네. 하지만 나는 그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아. 발렌슈타인 자문위원장을 지금까지 봐왔지만, 그에겐 야심이 없어. 그리고 권력에 대한 집착도 없지. 누구보다도 평화를 바라면서 그리고 인류 사회의 번영을 바라고 있네. 다소 성격은 나쁘지만 극히 유능하며 성실한 정치가라고 할 수 있겠지. 독재하곤 가장 먼 곳에 있다.”

 몇 사람인가가 끄덕였다.

 

 “그렇기에 우리들은 그를 소중하게 써야만 한다고 생각하네. 그를 현역복귀시키는 건 어렵지 않아. 하지만 그렇게 하면 동맹시민 중에는 정부는 발렌슈타인 위원장을 너무 의지한다, 자기관리능력이 없다고 판단하는 사람도 생기겠지. 그가 정부를 자유롭게 조종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사람도 나올 거다. 그건 그를 위해서도 좋지 않아.”

 이곳저곳에서 신음소리가 나왔다.

 

 “그리고 동맹에게 있어서도 극히 불행한 일이라고 생각하네. 우리들은 그 불행한 사태를 만들어선 안 돼. 날이 잘 드는 명검이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사용법에 주의해야만 하네. 마검으로 여겨지지 않기 위해서 말이지. 모두가 두려워하는 검은 명검이라고 할 수 없잖은가.”

 호안이 모두를 둘러봤다. 아무도 반론하는 사람은 없었다.

 

Posted by 추리닝백작
,

 

우주력 796년 9월 1일. 페잔. 에리히 발렌슈타인.

 

 페이워드와 마린도르프 백작이 지켜보는 와중, 나는 쓱쓱하고 문서에 사인했다. 페잔의 독립을 인정하는 조약문서다. 문서는 페잔이 독립하겠다 선언하고 동맹과 제국이 그걸 인정한다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단 조건이 붙어 있다. 동맹이 페잔에 대해 기업 주식을 반환할 것. 그에 따라 페잔이 제국에 대한 배상청구를 포기할 것. 그에 따라 제국이 페잔의 독립을 인정할 것…….

 

 내 이름 위에는 페이워드와 마린도르프 백작의 이름이 있다. 페이워드가 가장 위, 두 번째가 마린도르프 백작, 그리고 나 순서다. 2일 전, 마린도르프 백작에게 부탁 받았다. 페이워드 다음은 자신으로 하게 해달라고. 페잔의 선언에 대해 제국과 동맹의 어느 쪽이 먼저 승인할지에 대해 이 경우 위에 있는 자가 유력자, 혹은 강국이란 걸로 되어 있다.

 

 은하제국으로서 체면이 있으니까. 여기는 양보할 수 없다는 거다. 제국은 이제르론 요새가 반란을 일으킨 상황이다. 여기서 체면을 세워주지 않으면 반란을 일으킨 놈들에게 동조자가 생길지도 모른다. 기세가 살지는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특히 페잔의 독립이니까. 제국으로선 자치령의 독립을 제국 주도로 행했다. 그런 형태를 취하고 싶은 거다.

 

 뭐 동맹으로서 양복해도 전혀 상관 없다. 동맹시민 대다수는 제국이 페잔을 포기한 걸로 만족하고 있다. 그런 세세한 걸로 구차하게 딴지 걸지 않는다. 트류니히트에게도 확인을 취했지만 양보해주자고 말하며 웃었다. 여유로군. 흥흥하고 콧노래라도 부를 듯한 느낌이었다.

 

 조인식장은 구 자치령주부의 중앙 홀에서 행해졌다. 서명이 끝나자 참가자들로부터 박수가 일어났다. 그 중에는 헨슬로도 있다. 그에게 있어선 최후의 공무다. 제대로 박수 치라고. 그게 일이니까. 세 사람이서 악수를 했다. 페이워드와 마린도르프 백작, 그리고 나와 페이워드. 각각 프레시를 받으며 사진을 찍히며 박수를 받았다. 지긋지긋하다. 재미도 없는데 싱글벙글 웃으면서 악수하고 사진이라니. 정말이지, 정치가를 하다보면 인간불신에 빠질 것 같다.

 

 조인식이 끝나면 하이네센으로 귀국이다. 여행 선물도 준비했다. 페잔에선 꽤 유명한 과자 메이커가 만든 쿠키다. 분명 다들 기뻐하겠지. 최고평의회, 서기국, 자문위원회, 통합작전본부, 우주함대사령부, 후방근무본부, 제1특설함대, 그리고 바그다슈와 로젠리터에게 각각 2통씩. 그리고 와이드본과 양과 렘샤이트 백작에게도 한 통씩 보냈다. 배달을 부탁했으니 내가 돌아가기 전에는 도착할 터였다.

 

 꽤 대량으로 샀으니까 점원이 놀랐었다. 아니, 그보다도 배달처에 놀랐던가. 사람 좋아 보이는 아줌마였다. 귀족연합에게 점령 당했을 때엔 장사를 할 수 없었다. 쫓아내줘서 고맙다고 들었지만 조금 복잡한 기분이다. 페잔으로 향하게 만든 것도 나니까. 대량으로 샀던 건 그 때문일지도 모른다.

 

 렘샤이트 백작과 쇤코프와 바그다슈에겐 특별히 브랜디를 한 병씩 보냈다. 제국산의 브랜디다. 귀족이 재미로 만든 브랜디였지만, 그런 만큼 품질이 좋은 모양이다. 한 병에 3천 디나르지만 그 세 사람에겐 그럭저럭 신세도 졌다. 게다가 어딜 봐도 쿠키를 받고 기뻐할만한 귀여움이 없다. 때로는 사치도 좋겠지. 할아범은 그리운 맛이라고 울지도 모르겠네.

 

 “이걸로 페잔은 독립했다. 그런 거로군요.”

 페이워드가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이 녀석도 기뻐하는 모양이지만 독립한 걸 기뻐하는지는 의문이다. 아마도 다른 일로 제국과 동맹에 대하여 우월감을 느끼고 있는 걸 거라고 생각한다. 쉽게 말해서 꼴 좋다, 라는 거겠지.

 

 최근 페잔 언론의 논조를 보면 이제르론 요새의 반란은 장기화 될 것이라는 말이 많다. 이제르론 회랑을 사용한 교역은 당분간 불가능하며 페잔의 지위는 그만큼 안전하다는 거다. 다시 말해 이제르론 요새의 반란을 환영하고 있다. 녀석들의 견해는 추측이라기 보다 소망에 가깝지만 지금까지 요새공략전의 실적을 보면 방약무인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

 

 “그렇지요. 페잔은 독립했습니다. 페잔 공화국의 성립, 마음 깊이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발렌슈타인 위원장.”

 “페잔은 자신들의 힘으로 독립에 책임을 가지게 됐습니다. 어려움이 많으리라 생각합니다만, 페이워드 국가주석이라면 문제 없이 그 책무를 다하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마린도르프 백작.”

 “위원장 각하의 말씀대롭니다.”

 

 어라라, 마린도르프 백작의 시선이 조금 차갑다. 독립으로 들뜬 페잔이 맘에 들지 않는 걸지도 모른다. 페이워드도 눈치 챘을까. 뺨이 미묘하게 꿈틀거리고 있다. 하지만 말이지. 괜히 오해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내가 말한 건 일반론이야. 일반론. 안전보장은 통치차의 중요한 임무다. 그걸 잊지 말라고 말했을 뿐이다. 그러니 이제르론 방면에서 묘한 짓을 하지 말라고.

 

 “가르침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음에 새겨두도록 하죠.”

 페이워드 국가주석이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페잔은 페잔 국가주석을 국가원수로하는 민주공화정 국가, 페잔 공화국으로 다시 태어났다. 국가주석은 페잔 시민의 직접 선거에 의해 선출된다. 임기는 5년, 재선은 몇 번이든 상관 없다.

 

 페잔에는 각료가 없다. 한 사람의 국가주석을 10명의 보좌관이 돕는다. 그 부분은 일찍이 자치령주부와 많이 닮았다. 국가주석은 극히 독재색이 강한 통치자지만 그 국가주석의 폭주를 막는 역할을 가지는 게 페잔 공화국 시민의회다. 페잔 시민으로부터 선출된 약 400명의 대의원 중에 3분의 2가 찬성하면 국가주석을 파면할 수 있다. 말하자면 강한 통치자는 필요하지만 폭주는 용서하지 않는다. 그런 거겠지.

 

 “헌데 발렌슈타인 위원장, 고명한 군인이기도 한 위원장에게 질문하고 싶습니다만?”

 “뭐일까요.”

 대체로 상상은 간다. 뭐라 해도 질문하면서 마린도르프 백작을 힐끔 시선을 향했으니까. 마린도르프 백작도 상상한 거겠지. 조금 표정이 떫다.

 

 “이제르론 요새에서 반란이 일어났습니다만, 진압은 가능하겠습니까? 그 요새는 난공불락이라고 들었습니다만.”

 “…….”

 마린도르프 백작이 언짢은 표정을 짓고 있잖아. 그렇게 괴롭혀서 즐거운가? 성격이 나쁘네. 혹은 그만큼이나 제국에 대한 감정이 나쁘다고 봐야 하나. 내가 잠자코 있자 페이워드가 말을 계속했다.

 

 “페잔에는 군사면에서 높은 견식을 가진 사람이 없습니다. 이후 정치경제에 커다란 영향을 주는 일이 될테고, 위원장의 생각을 부디 가르쳐주셨으면 합니다.”

 “진압에는 반 년도 걸리지 않겠죠.”

 “반 년입니까…….”

 불만스러워 보이는군. 페이워드. 마린도르프 백작은 놀라지 않았다. 이미 알고 있었나.

 

 “제국정부에서 동맹정부에 그러한 연락이 있었다고 합니다. 제국정부는 반란 진압에 자신이 있는 모양이군요.”

 “…….”

 “기대 됩니다. 어떤 방법으로 저 요새를 공략할지.”

 내가 웃으면서 말하자 페이워드도 “그러게 말입니다”라며 넉살 좋게 웃었다.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겠지. 마린도르프 백작은 곤란한 표정이다. 작전안을 생각한 게 나라고 알고 있는 건가, 아니면 반 년으로 진압할 수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 걸까…….

 

 “그런데 이번, 자유행성동맹의 고등변무관이 교대하게 됐습니다.”

 “……그렇습니까.”

 “헨슬로 고등변무관에게 있어서 오늘 조인식의 참가가 마지막 공무가 됩니다.”

 “…….”

 페이워드가 헨슬로에게 시선을 향했다. 헨슬로는 얼굴색이 없는 추레한 표정을 짓고 있다. 옆에는 비올라 준장, 반대측에는 몬테이유가 있었다. 비올라 준장은 페잔에선 나와 나란히 가장 위험한 인물이라고 평가 받고 있는 듯하다. 파괴공작의 전문가라고 한다. 마치 오토 스코르체니로군. 머잖아 영화의 주인공이 될지도 모르겠다.

 

 “헨슬로 고등변무관은 그쪽에 꽤나 민폐를 끼친 모양이더군요. 그는 그 점을 굉장히 후회하고 있습니다. 그쪽의 후의에 불필요하게 기대고 말았다고.”

 “…….”

 마린도르프 백작이 조금 기분 좋아 보이는 표정으로 페이워드를 보고 있다. 타인의 불행은 꿀맛이겠지. 백작은 인격자일지도 모르지만 성인군자는 아니니까. 기뻐해도 누구도 책망하지는 않는다.

 

 “후임인 하르딘 씨는 그러한 일이 없도록 확실하게 주의를 줬습니다. 그러니 주석 각하, 정도를 벗어난 마음 씀씀이는 자제하시길 바랍니다. 자유행성동맹, 페잔, 양국을 위해서도 좋지 않습니다. 이해 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주석 각하.”

 페이워드의 얼굴이 경련하고 있다. 좋지 않는 경향이다. 다들 보고 있단 말이지?

 

 “그리고 헨슬로 고등변무관은 하이네센으로 귀환 후에 24시간 체제로 호위가 붙게 되는 듯합니다. 의미는 아시겠지요?”

 “…….”

 “주석 각하. 미소입니다. 미소. 다들 보고 있습니다. 자, 빙그레하고 말이죠.”

 마린도르프 백작이 웃기 시작하고 페이워드가 울다가 웃는 듯한 웃음을 보였다. 뭐냐, 그건. 사람의 친절함을 무시하는 녀석이네. 나는 널 책망하는 게 아냐. 격려하는 거라고. 착각하지 마라. 페이워드.

 

 유쾌하지 못한 조인식이 끝나고 고등변무관청으로 돌아오자마자 바로 하이네센의 트류니히트에게 연락이 들어왔다. 화면에 트류니히트의 얼굴이 비춘다. 페이워드의 얼굴보다도 귀여움이 있는 듯이 보였다. 아마도 기분 탓이겠지.

 「조인식은 끝난 모양이군.」
 “네. 무사히 끝났습니다. 그쪽은 어떻습니까?”

 「경제계에서 반란은 정말로 반 년안에 진압 가능하냐고 질문 공세를 받았어. 그들은 새로운 비지니스 찬스를 빨리 자기 것으로 하고 싶은 것 같아.」

 그렇게 말하고 트류니히트가 쓴웃음을 띄웠다.

 

 실은 내가 제안한 작전안은 내가 만들었다는 것도 포함하여 공표되지 않았다. 제국에서 공표하는 건 기다려달라는 청원이 있었던 거다. 반란만으로도 체면이 구겨졌는데 작전안까지 받았다고 알려져선 제국의 위신은 땅에 떨어진다. 반발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그런 이유로 표면적으로는 제국정부에서 진압에는 반 년걸린다고 동맹정부에 연락이 있었다는 걸로 되어 있다. 반란진압 후, 제국측에서 진실을 공표하게 되어 있다. 성가신 일이다. 정말이지.

 

 “괴로운 입장이네요. 말하지 못하는 건.”

 「정말 그렇다. 뭐라 해도 상대가 이제르론 요새니까. 좀처럼 납득해주지 않아. 경제계에선 반란 진압에 동맹군도 움직이는 게 어떻냐는 목소리도 있어. 자네를 현역 복귀시켜서 말이지.”

 의미심장한 웃음을 트류니히트가 띄웠다.

 “재밌는 농담이네요.”

 「그들은 꽤나 진심이야.」

 재밌어 보이네. 트류니히트. 그 제안의 바람잡이가 너라고 해도 놀라지 않을 것 같아.

 

 「헌데, 페잔의 상황은 어떤가?」

 “예상대로 제국에 대한 반발이 강하네요.”

 「그럼 동맹에 대해선?」

 “반감은 있겠죠. 뭐라 해도 제국과 협조체제를 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국만큼 증오하고 있진 않습니다. 대충 그렇습니다.”

 트류니히트가 “그렇군. 위안은 되는구만”이라고 말하며 끄덕였다.

 

 「이번 반란에 얽혀있을까? 혹은 얽힐 것 같은가?」

 “지금으로선 뭐라고 할 수 없습니다. 반란이 진압되면 뭔가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만…….”

 「혹은 반란이 길어지면 그렇겠지. 그리 되면 움직이는 사람이 나올 테니까.」

 “그런 의미로는 반 년은 조금 애매하네요.”

 트류니히트가 소리 내어 웃었다. 나도 웃었다.

 

 「그렇지. 긴 것도 아니고 짧은 것도 아니야. 어중간하긴 하다.」

 조금 더 반란이 길어지면 욕심을 내는 사람이 나올지도 모른다. 중간교역을 페잔 회랑 하나로 줄일 수 있다면 거기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은 막대하다. 그런 대세를 만들고 싶어하는 사람이 움직일 가능성은 있겠지…….



우주력 796년 9월 3일. 하이네센, 통합작전본부. 시드니 시톨레.

 

 「일은 잘 하고 있는가? 시톨레.」

 “당연하잖은가. 무례하군. 자네는.”

 「그렇게 화내지 말게. 전쟁이 사라졌으니 심심함을 주체 못하는 건 아닌가하고 생각해서 말이야.」

 농담인가하고 생각했으나 화면에 비춘 레벨로는 꽤 진지한 표정이었다. 아무래도 진심인 듯하다.

 

 “유감이지만 바쁘다. 전쟁의 유무는 상관 없어.”

 「흠, 페잔은 독립했고 이제르론 요새에선 반란이 일어났다. 전쟁은 당분간 일어날 것 같지 않아. 뭐가 바쁘단 거지?」

 이런이런, 레벨로는 상황을 이해하고 있지 못하다. 아니, 군인이 아닌 레벨로는 상상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전쟁이 사라졌을 때야말로 전쟁을 준비해야 한다는 걸.

 

 “지금 군대와 국방위원회의 일부에서 비밀리에 검토회가 열리고 있다.”

 레벨로가 인상을 찌푸렸다.

 「비밀리에? 흘려 듣지 못하겠군. 뭔가 그건. 꽤나 수상쩍은 이야기네만.」

 “…….”

 수상쩍지는 않겠지. 우리는 이상한 일을 꾸미고 있지 않다.

 「시톨레,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가?」

 

 “이동 요새에 대한 거다.”

 「이동 요새?」

 “이제르론 요새 반란진압이 성공했을 경우, 그건 이후 군사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그걸 검토하고 있어.”

 레벨로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역시 상상할 수 없는가.

 

 이제르론 뱡면, 페잔 방면에 군사요새를 건설한다. 그런 결정이 내려졌을 때, 군부 일부에선 은밀히 어느 문제가 제기되었다. 요새의 유효성에 대해서가 아니다. 제국이 방해했을 경우, 요새 건설은 어려운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다. 요새 건설에는 시간이 걸리는 이상, 제국군의 재건이 예상 이상으로 빠르면 방해가 들어올 게 아닌가. 화평이 항구적인 거라는 확신이 없다면 당연히 나올 수밖에 없는 의견이다.

 

 발렌슈타인에게서 이제르론 요새공략안이 제시되었을 때, 군부와 국방위원회는 비밀리에 군기술부, 민간기업의 기술부에 군사요새를 이동요새로 하는 게 가능한지 어떤지 검토를 의뢰했다. 반란과의 관계는 덮어뒀다. 요새건설을 하이네센 근처에서 하면 제국의 방해를 막을 수 있다. 게다가 이제르론 회랑 근처에서 건설하는 것보다도 하이네센 근처에서 건설하는 쪽이 어떤 면에서든 편리하지 않은가. 건설 비용도 아낄 수 있지 않은가……. 그게 그들에게 제시한 검토 이유였다.

 

 “군민 기술자들이 내놓은 결론은 가능하다는 거였다. 몇 가지 문제는 있지만 해결할 수 있다고.”

 「이상한 결론은 아니군. 제국도 같은 결론을 내렸으니까.」

 아무렇지도 않은 어조다. 속 편하군. 레벨로. 기술자들은 그 결론을 내리기까지 큰일이었는데.

 

 “비용 면에서도 감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제르론까지 수송선이나 공작선을 보낼 바에야 하이네센 근처에서 건설하고 옮기는 편이 값이 싸게 드는 것 같아. 공사기간도 단축할 수 있다고 하더군.”

 「좋은 일만 있군. 그래서? 이동요새로 하는 건가?」

 

 “제국군의 운용실적을 보고 나서. 그들이 반란 진압에 성공하면 이쪽도 이동요새로 변경하게 되겠지.”

 「뭐, 타당한 선이군.」

 “이제 알겠지? 제국과의 최전선에 이동요새가 있다. 그게 전쟁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그걸 검토하고 있는 거야.”

 “그렇군”하고 레벨로가 끄덕였다.

 

 「그래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모른다. 아직 검토하는 중이야. 이런저런 의견이 나오고 있어.”

 「…….」

 의심쩍은 표정이군. 레벨로. 하지만 실제로 검토회에선 통일된 견해는 나오지 않고 있다. 아니 내놓고 있지 못하고 있다.

 

 수용함정은 1만 6천 척. 요새주포의 위력은 이제르론 요새주포에 필적한다고 여겨지고 있다. 3백 척을 동시에 수리 가능한 정비선창이나 1시간에 6천 개의 레이저 핵융합 미사일이 생산 가능한 병기창, 6만 톤의 곡물저장고, 15만 개의 침상을 가진 병원. 이만한 기능을 가진 이동요새를 어떻게 쓸 것인가…….

 

 요새를 함대 후방에 두고 후방지원기지로 써야 한다는 의견이나 전면에 내보내 적극적으로 적 함대를 격파하는 데에 써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제국도 요새를 전면에 내보내겠지. 이동요새 대 이동요새의 대결이 될 것이 틀림없다. 과연 비용 면에서 이해타산이 맞는 전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인가? 억지력으로서 존재하는 것만으로 좋은 게 아닌가. 그런 의견도 있다.

 

 알고 있는 점도 있다. 기동력을 가지지 못한 이제르론 요새는 군사요새로서 가치는 폭락할 거라는 점이다. 개수하지 않는 한, 이제르론 요새는 군사요새라기 보다는 국제협력도시로서 사용하는 편이 가치가 있으리라 제국도 판단하겠지. 발렌슈타인은 그걸 노린 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반란이 일어날 것도 상정했을 가능성은 있군. 어쩐지 대응이 빨랐다고 생각했다.

 

 그건 그렇고 이동요새인가. 어처구니 없는 괴물을 만들어냈다. 우리들은, 아니 제국군도 그렇지만 당분간 이 괴물을 어떻게 써야 할지를 생각하며 두통에 시달리게 되겠지…….

 

Posted by 추리닝백작
,

 

제국력 487년 8월 27일. 오딘, 우주함대 사령부. 아우구스트 자무엘 바렌.

 

 8월 26일에서 27일로 날짜가 바뀌었다. 작전회의는 끝나고 오프레서 원수, 뮈젤 총참모장, 케슬러 부참모장은 이미 퇴석하고 있다. 남은 우리들 자리 앞에는 커피가 놓여 있다. 아까 전 뮐러 소장이 가져온 것이었다. 하지만 아무도 입을 대려 하지 않는다. 말없이 생각에 빠져있다. 커피를 가져온 뮐러도 포함하여…….

 

 메크링거 제독이 후우하고 굵은 한숨을 내쉬었다.

 “클레멘츠, 경은 어떻게 생각하나? 자신이 가르쳤던 제자의 작전안을. 채점을 해주지 않겠나?”

 “놀리지 말게. 메크링거. 지금은 이쪽이 가르침을 받고 싶을 정도다.”

 클레멘츠 제독이 씁쓰레하게 웃었다. 그리고 “터무니 없는 생각을 하는 자다”라고 말하며 표정을 진지하게 했다.

 

 확실히 터무니 없는 생각을 한다. 여기에 있는 자들은 모두다 담력에 자신 있는 자들이다. 그렇지 않으면 100만 명 이상의 장병의 목숨을 맡을 수 없다. 하지만 발렌슈타인이 지시한 작전안 앞에서 모두 침묵하고 있다. 간담이 서늘해졌다는 말이 어울린다. 퇴석한 오프레서 원수, 뮈젤 참모총장, 케슬러 부참모장도 어딘가 낙심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작전안의 근간이 되는 건 요새에는 요새로 대항한다는 거다.”

 “가이에스부르크 요새를 가지고 이제르론 요새를 공략한다.”

 오프레서 원수가 무슨 말을 하는 건가, 발렌슈타인이 무슨 생각을 하는 건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설마 요새에 워프엔진과 통상운행용 엔진을 붙여 이제르론 회랑까지 옮길 줄이야…….

 

 “가이에스부르크 요새를 이제르론 회랑까지 옮길 수 있을지 없을지는 기술적인 문제다. 그건 제쳐놓지. 그 점을 제외하고 요새 공략안에 관해서 말하자면, 극히 이치에 맞는 작전인이라고 나는 생각하네.”

 클레멘츠 제독이 생각하며, 말을 고르면서 말을 시작했다.

 

 “이치에 맞고 있는가?”

 “음. 이제르론 요새를 난공불락으로 만들고 있는 건 세 가지 원인 때문이다. 하나, 요새가 가진 강고한 외벽, 둘, 토르 해머가 가진 압도적인 파괴력. 셋, 움직이지 않는 요새를 돕는 기동력을 가진 주류함대. 이 세 가지 원인이 유기적으로 통합하여 이제르론 요새는 난공불락이 됐다.”

 다들 끄덕였다.

 

 “동맹군은 이제르론 요새를 공격했지만 공략하지는 못했다. 발렌슈타인은 과거의 실패에서 함대 전력을 가지고선 이제르론 요새를 공략하긴 극히 어렵다고 생각한 건 아닌가 싶다. 함대 전력만으로는 세 가지 원인을 모두 공략하기는 불가능하다고. 제7차 이제르론 요새공방전이 요새의 공략이 아니라 함대전력의 격멸이 된 것도 그런 인식이 있었기에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어.”

 이곳저곳에서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번 가이에스부르크 요새를 이용하는 의미를 잘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네. 발렌슈타인은 이제르론 요새를 난공불락으로 하고 있는 세 가지 원인을 무력화시키려는 거다. 가이에스부르크 요새와 압도적인 함대전력이 있으면 그게 가능해진다고 생각하고 있어. 그가 제시한 네 개의 공략안은 모두 그 점을 보여주고 있는 거겠지.”

 “그렇군.”

 메크링거 제독이 맞장구를 쳤다. 다들 끄덕이고 있다.

 

 공략안은 네 개 있었다. 첫번째는 가이에스부르크 요새를 토르 해머의 사각으로 옮기고 거기서 요새주포로 공격하는 거다. 반란군이 그걸 방해하기 위해 주류함대를 출격시켜도 우리쪽의 병력이 더 많다. 간단히 격멸 할 수 있다. 놈들은 이제르론 요새가 파괴되기 전에 항복하는 것밖에 살아남을 길은 없다.

 

 두번째는 가이에스부르크 요새의 주포를 가지고 이제르론 요새의 주요항구를 사격범위 안에 잡는 거였다. 그렇게 하면 주류함대의 출격을 막을 수 있다. 그리고 이쪽 함대를 가지고 이제르론 요새의 외벽을 파괴하고 거기서 육전대를 들여보내 내부에서 제압한다. 자유행성동맹이 제6차공방전 때 보였던 전법이다. 제압목표는 사령부, 혹은 핵융합로가 된다.

 

 세번째는 가이에스부르크 요새를 이제르론 요새에 부딪히는 것이다. 여기에 가장 놀랐다. 설명을 들었을 때에도 “말도 안 되는”, “제정신인가”라는 소리가 들렸을 정도다. 단 작전에는 부딪히겠다고 하여 항복을 받아내라고 써있었던 듯하다. 주목적은 부딪히는 것보다 항복을 재촉하는 것에 있겠지. 그리고 네번째는 위의 세 가지 작전안을 반란자들에게 통지하여 항복을 받아내라는 거였다.

 

 “가이에스부르크 요새를 보면, 그리고 가이에스부르크 요새의 주포로 일격을 받으면, 그것만으로 놈들은 전의를 상실할지도 몰라. 놈들이 반란을 일으킨 것도 이제르론 요새가 난공불락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게 무너지면 반란은 조기에 종결할 가능성이 있지.”

 “그보다도 내부분열이 일으킬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로이엔탈과 미터마이어의 대화에 다들 끄덕였다.

 

 “가이에스부르크 요새의 개수에는 꽤 시간이 걸릴 터다. 그 사이에 이쪽도 함대훈련에 전념할 수 있어. 그런 의미로도 고맙군.”

 “그렇지. 바렌 제독의 말대로다. 얼마나 개수에 시간이 걸릴지 모르겠지만, 한 달밖에 걸리진 않겠지. 그보다 더 걸릴 거다. 반란진압에는 만전상태로 임할 수 있겠지.”

 만족스러운 모양이군. 비텐펠트.

 

 아까 전부터 뮐러는 대화에 참가하지 않고 심각한 듯한 표정으로 뭔가를 생각하고 있다. 그와 아이제나흐만이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뮐러 소장, 뭔가 신경 쓰이는 점이라도 있는가?”

 말을 걸자 뮐러는 곤란하단 표정을 지었다.

 

 “클레멘츠 제독, 제독은 에리히가 저 작전안을 생각한 건 망명한 후라고 생각합니까?”

 클레멘츠 제독이 의심쩍은 표정을 지었다.

 “……아니란 건가? 뮐러 소정.”

 뮐러가 “네”하고 끄덕였다.

 

 “에리히의 작전안을 소관도 봤습니다만, 너무나도 상세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반란을 계기로 생각한 거라고는 생각하기 힘듭니다만…….”

 회의실 분위기가 무거워졌다. 다들 생각에 잠겨있다.

 “가이에스부르크 요새에 대한 것 따위, 소관은 지금까지 신경 쓴 적도 없었습니다. 구체적인 요새의 성능같은 것도 아무 것도 몰랐죠. 하지만 이번 작전안에는 가이에스부르크가 가진 성능이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동맹에 있던 에리히가 가이에스부르크 요새에 대한 걸 알 수 있으리라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저런 작전안을 만들 수 있었는지…….”

 

 “제국에 있었을 때 만들었다. 그렇게 생각하는 거로군?”

 클레멘츠 제독이 답하자 뮐러가 “네,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라고 끄덕였다. 신음소리가 들렸다. 비텐펠트가 “말도 안 돼”라고 중얼거렸다. 나도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제국에 있으면서 이제르론 요새공략을 생각했다고?

 

 “그렇죠.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하지만 어떻게 생각해도 그렇게 됩니다. ……그 녀석,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제르론 요새 공략작전을 생각했는지…….”

 마지막엔 속삭이는 어조로 뮐러가 말했다. 다들 서로를 돌아봤다.

 “게임, 일까?”

 로이엔탈이 속삭였다. 모두의 시선이 로이엔탈에게 집중됐다. 로이엔탈이 곤혹함을 보였다.

 

 “아니, 왠지 모르게 생각한 거다. 난공불락따위 없다. 단지 그걸 증명하고 싶었던 게 아닌가 하고.”

 “…….”

 “말도 안 되는 생각일까?”

 나로선 답할 수 없었다. 그리고 아무도 로이엔탈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제국력 487년 8월 30일. 오딘, 신무우궁. 오토 폰 브라운슈바이크.

 

 “다들, 수고가 많네. 이제부터 이제르론 요새공략 작전회의를 시작한다. 시작하기 전에 주의해두지. 이번 사건은 제국의 최중요 안건이다. 따라서 폐하의 임석을 부탁했다. 다들, 허심탄회한 의견을 말해주게.”

 신무우궁 일실에서 회의 개최를 선언하자 출석자가 각자의 표정으로 끄덕였다.

 

 군부에선 군무상서 에렌베르크 원수, 통합본부총장 슈타인호프 원수, 우주함대사령장관 오프레서 원수, 우주함대총참모장 뮈젤 대장, 과학기술총감 샤프트 대장, 그 외에는 내무상서 리텐하임 후작, 재무상서 겔라흐 자작이 출석했다. 그리고 아말리에와 나를 포함하여 합계 9명.

 

 경우에 따라선 이제르론 요새의 파괴를 선택하게 될지도 모르지. 아말리에가 여기에 있는 건 황제로서 승인했다는 걸 보이기 위해서다. 그만큼이나 이번 반란진압은 성가시고 복잡한 문제가 되고 있다. 뭐라 해도 공략안을 제안한 것이 동맹이다.

 

 “일단 가이에스부르크 요새를 이제르론 회랑까지 이동시키는 것이 가능한가 아닌가, 샤프트 기술대장, 과학기술총감부의 의견을 듣고 싶네.”

 모두의 시선이 샤프트 기술대장에게 향했다. 동맹에서의 연락으로는 샤프트가 페잔과 통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샤프트 본인도 그 점은 인정했다. 하기야 페잔과 지구교의 관계를 알고 난 뒤로는 두려워져서 손을 끊었다고 말하고 있다. 페잔도 혼란 때문에 그 이후로 접촉은 사라졌다고. 지금 시점에 있어 샤프트는 헌병대, 내무성의 감시 하에 놓여 있다. 본인도 그 점은 알고 있다.

 

 “가이에스부르크 요새에 통상항행용 엔진과 워프엔진을 붙이고 더욱 진로방향제어용의 보조엔진을 측면에 붙이는 걸로 군사이동요새가 됩니다. 이론상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다들 끄덕였다. 이론상으론 가능하겠지. 워프 항법은 이미 확립된 기술이다. 요새를 옮기다니 말도 안 되는 작전이라고 생각했지만, 옮기는 물건이 커졌을 뿐이다. 불가능인 건 아니다.

 

 “문제는 실현성입니다. 일단 가장 먼저 엔진 출력을 조정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약 40조 톤의 질량을 가진 가이에스부르크 요새를 움직일 수 있을만한 엔진 출력이 필요합니다. 막대한 에너지라고 해도 좋겠죠.”

 샤프트의 설명에 몇 사람인가가 굵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말리에도 작게 한숨을 내쉬고 있다.

 

 이제르론 요새의 반란이 없었다면,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면 바보 같은 소리를 한다고 일갈했겠지.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지금도 믿어지지 않는다는 마음이 있다. 악몽이라도 보고 있는 건 아닐까? 아니, 이제르론 요새의 반란 그 자체가 악몽이라고 생각한다면 해결책이 악몽이 되는 것도 당연한가. 하물며 해결책을 제시한 게 니드호그라니…….

 

 “이걸 실현하기 위한 동맹의 작전안이 있었습니다만, 각각 12기의 통상항행용 엔진과 워프엔진을 붙일 필요가 있겠죠. 이것의 제어가 기술면에서의 문제가 됩니다.”

 “…….”

 

 “복수의 엔진을 사용하는 이상 완전히 연동시키지 않으면 안 됩니다. 워프엔진 출력에 조금이라도 불균형이 있으면 어떤 결과가 될지……. 가이에스부르크 요새는 아공간에서 행방불명되든가 원자로 환원되는 일도 있을 수 있습니다.”

 샤프트의 설명에 다들 표정을 찡그렸다. 실현할 수 있는가. 그렇게 생각한 거겠지.

 

 “통상항행용 엔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것들의 출력이 불균형하면 요새는 진로를 유지하지 못합니다. 균형이 무너져 굉장히 위험합니다. 아까 전에도 말씀드렸듯이 가이에스부르크 요새를 이제르론 회랑으로 옮기기 위해선 이 엔진의 제어가 기술면에서의 최대 문제가 됩니다.”

 

 “그리고 우주공학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공학적?”

 아말리에가 목소리를 내자 샤프트가 “예”하고 끄덕였다.

 “질량 40조 톤을 넘는 가이에스부르크 요새가 워프 인, 워프 아웃할 경우, 그것이 대체 통상공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시공간 진동이 발생하여 치명적인 결과가 일어나진 않을까. 그 검토가 필요합니다.”

 한숨이 나왔다. 나 혼자만이 아니다. 다들 한숨을 내쉬고 있다.

 

 “과학기술총감부로서 이러한 문제는 해결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답해주게.”

 리텐하임 후작이 질문하자 샤프트가 미세하게 자세를 바로했다.

 “해결은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시간은 어느 정도 걸릴까?”

 “개수, 시험운용에는 약 3개월을 상정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건 지금 시점에 있어서 그렇다는 말입니다. 새로운 문제점이 발견되면 그만큼 시간은 길어집니다.”

 

 “통수본부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슈타인호프 원수.”

 아말리에가 슈타인호프에게 대답을 촉구했다.

 “예. 기술적인 문제가 해결되고 가이에스부르크 요새를 이제르론 회랑으로 옮길 수 있게 된다면, 동맹으로부터 제시된 작전안을 실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실질적인 문제로서 그 이상의 공략안은 우리로서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떫은 표정이다. 공략안을 제시 받았다니 굴욕일 수밖에 없겠지.

 

 “우주함대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아말리에의 질문이 계속된다. 오프레서가 미세하게 고개를 숙였다.

 “우주함대도 통수본부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럼 구체적으로 어느 공략안을 사용할 겁니까?”

 “그에 대해선 뮈젤 총참모장이 답하겠습니다.”

 오프레서의 대답에 뮈젤이 고개를 숙였다.

 

 “제국의 지금 상황을 생각하면 가능하면 싸우기 전에 항복시키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제국군끼리의 전투로 전력을 잃는 건 피해야만 합니다.”

 뮈젤의 대답에 다들 끄덕였다. 흠. 이전에는 좀 더 번뜩이는 눈을 했던 자라고 생각했지만 조금 변했군.

 “우선 제4안을 사용하여 반란자들에게 항복을 촉구합니다. 항복하지 않았을 경우엔 제1안에서 제3안 중에 어떤 것을 써서 이제르론 요새를 공략하게 됩니다.”

 

 “제3안은 그만두길 바라네. 이제르론 요새와 가이에스부르크 요새를 둘 다 잃는 건 너무나도 뼈아파.”

 겔라흐가 떫은 표정으로 말했다.

 “재무성은 국제협력도시 이제르론에 기대하고 있어. 금전적인 면에서만 그런 게 아니야. 이제르론에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은 극히 클거라 보고 있네. 변경성역도 크게 발전하겠지. 재무성은 이걸 기회로 적극적으로 변경성역을 개발하려고 하고 있네.”

 재무성만이 아니다. 나도 리텐하임 후작도 같은 생각이다. 정부의 공식견해라고 봐도 좋다.

 

 “군무성도 제3안은 피해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이에스부르크 요새가 움직일 수 있다면 이제르론 방면 요새로도 쓸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새로운 요새를 건설하는 건 페잔 방면만이면 됩니다. 제국의 방어체제는 조기에 완성할 수 있겠죠. 이후에는 느긋하게 우주함대의 편성을 행하면 됩니다. 하지만 제3안을 채택하면 우선 이제르론 요새의 건설부터 시작해야만 합니다.”

 에렌베르크가 겔라흐의 말을 이었다.

 

 동맹에선 새로운 이제르론 요새의 건설에는 동맹도 자금을 출자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공동으로 건설하자고. 솔직히 고맙지만은 않은 제안이다. 그렇게 하면 이제르론에서 제국이 얻을 수 있는 이득은 격감하겠지. 희희낙락하며 받아들일 순 없다. 하지만 거절하면 제국의 방어체제가 늦어질 거라는 것도 사실. 반란 같은 걸 일으킨 바보 놈들을 목졸라 죽이고 싶은 마음이다.

 

 “물론 그 부분에 대한 사정은 우주함대도 알고 있습니다. 제3안을 채택하는 건 최후의 수단입니다. 공략에는 제1안, 제2안을 우선하여 사용합니다.”

 “…….”

 “성공률이 높은 건 제1안이겠습니다만, 이제르론 요새의 손상이 심해지는 것도 제1안입니다. 제2안은 이제르론 요새의 손상은 비교적 경미합니다만, 작전 성공률은 제1안에 비하면 급격히 떨어집니다. 동맹도 한 번 요새 내부에 병사를 들여보내는 데엔 성공했습니다만 요새제압에는 실패, 철퇴했습니다.”

 

 침통이라고 해도 좋은 뮈젤의 어조에 다들 표정을 찡그렸다. 단지 공략하라고만 한다면 어려울 건 없다. 하지만 가능하면 손해가 적을 것이란 조건이 붙는 순간 무척이나 어려워진다. 오프레서도 뮈젤도 표정이 어둡다. 무리난제가 주어졌다. 그런 마음이겠지.

 

 “이 이상 우주함대에 주문을 하는 건 그들의 손발을 묶는 것이 아닌가. 우주함대는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들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생각하네만? 공략안의 무엇을 사용할지는 이제르론 회랑에 가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일도 있겠지.”

 “…….”

 내 말에 다들 떫은 표정을 지으면서도 끄덕였다. 오프레서, 뮈젤 두 사람의 표정이 조금은 풀렸다.

 

 가이에스부르크 요새의 개수에는 3개월은 걸린다. 그 사이에 상황이 변하는 일도 있을 수 있겠지. 반란을 일으킨 바보 놈들이 반성하여 항복한다. 혹은 전염병으로 모두 죽고 만다든가. 발렌슈타인의 저주를 받아 죽는다는 일도 있을 수 있겠군. 부탁해 볼까? 현실도피인가. 아니면 명안인가. 저주 의뢰료는 1억 제국 마르크, 대충 그쯤 되겠지. 누가 반란의 주모자인가. 확인해둘까…….

 

Posted by 추리닝백작
,

 

우주력 796년 8월 25일. 페잔. 에리히 발렌슈타인.

 

 하이네센에 연락하기 전에 비올라를 집무실로 불렀다. 이제르론 요새에서 반란이 일어났다는 걸 전하자 “그럴수가!”라며 놀랐다. 신경 쓰이는 점이 있었다. 페잔에 도착했을 때 보도관계자들이 밀고 들어왔었다. 반란 때문인가 하고 생각하여 비올라에게 확인했지만 그럴 리가 없다고 단언했다. 그렇겠지. 알고 있었다면 좀 더 큰 소란이 일어났을 거다.

 

 아니, 이 고등변무관청은 많은 숫자의 매스컴 관계자들에게 둘러싸여 있겠지. 그렇단 건 페잔인은 아직 반란 사실을 모르고 있다고 봐도 좋다. 하지만 그것도 시간 문제겠지. 기뻐할 거다. 페잔인은. 반란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페잔 회랑의 중요성은 높아질 거니까.

 

 집무실 TV전화에서 하이네센의 최고평의회의장실에 연락을 했지만 트류니히트는 부재 중이었다. 비서의 말로는 임시 최고평의회를 열고 있는 듯하다. 그대로 회의실로 전송 당했다. 화면이 트류니히트를 비췄다. 트류니히트 뒤에는 최고평의회 멤버가 몇 사람인가 보이고 있다.

 「자넨가, 발렌슈타인 위원장. 기다리고 있었네.」

 좋지 않군. 트류니히트는 꽤나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사태는 심각한 듯하다.

 

 “이제르론 요새에서 반란이 일어났다고 들었습니다만, 요새는 점거 당했습니까?”

 트류니히트가 끄덕이자 비올라가 굵은 한숨을 내쉬었다.

 「바로 한 시간 전, 렘샤이트 백작에게서 연락이 있었다. 요새는 이미 점거당한 듯해. 어제, 주모자에게서 제국 정부를 향해 연락이 있었다는 듯하다.」

 어제? 연락이 늦다! 자신들만으로 해결하려고 했다. 반란을 그만두게 하려고 설득했지만 실패했다. 그리고 설득이 불가능하리라고 보고 이쪽에 연락했는가. 비상시 연락체제가 불충분하다. 조금 더 긴밀함이 필요하다. 하기야 반란이 일어났다고 좀처럼 말하기 힘든가.

 

 「주류함대도 반란에 동조한 듯하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네그퐁의 목소리였다. 주류함대도 반란에 동조했다는 건 꽤 큰 규모다. 이번엔 하르딘이 굵은 한숨을 내쉬었다.

 “주모자는 누구입니까? 요새사령관, 주류함대사령관입니까?”

 

 「아니, 그들은 구속당한 듯하다. 반란 주모자는 요새사령부, 주류함대사령부의 참모들인 것 같아. 거기에 병졸들이 동조한 듯하다.」

 이번엔 그린힐이다. 운이 나쁘군. 취임하자마자 큰 문제가 터졌다. 그건 그렇고 항상 사이가 나쁘던 놈들이 손을 잡았나. 꽤 심각하군. 아니 기다려, 함대가 배치된 건 1년 정도 전이다. 사이는 그럭저럭 나쁘지 않을지도 모른다.

 

 “반란자들의 요구는?”

 「이제르론 요새를 국제협력도시로 하는 걸 백지 철회할 것이다. 그들은 동맹이 이제르론 요새를 공략할 수 없으니까 교섭으로 무력화하려고 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그걸 참을 수 없는 듯하다.」

 트류니히트가 안타까운 듯이 답했다. 요새를 굳이 공략하지 않았던 게 이런 사태를 일으켰다. 생각처럼 굴러가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한 거겠지.

 

 난공불락, 이제르론 요새인가. 제국 군인, 아니 제국인에게 있어서 긍지겠지. 주류함대도 요새수비병도 사이는 나빠도 이제르론 요새에는 애착이 있었다는 건가. 그걸 놓치다니……. 국제협력도시, 언젠가는 제국에게 있어서 없어선 안 될 도시가 될 터였지만…….

 

 제국인에게 있어선 그런 걸로는 이제르론 요새를 잃는 굴욕을 참을 수 없었다는 거다. 특히 요새를 지키고 있든 그들에게 있어 이제르론 요새에 대한 마음은 반란을 일으킬 정도로 강했다……. 양을 비웃지 못하겠네. 이상에 취했다고는 생각하기 싫지만 인간의 감정을, 긍지를 경시했다. 이익을 추구한 나머지 인정을 무시했다는 거다. 나는 오벨슈타인인가. 침울해진다…….

 

 「우리 쪽에서는 포로를 돌려줬지만 제국에게서는 포로가 돌아오지 않아. 반란자들은 제국 정부에 대해 포로 반환을 취소하라고 요구하고 있어. 그들은 동맹과 제국이 협력하는 게 참을 수 없는 듯하다.」

 그러고 보면 제7차 이제르론 요새공략전에서는 요새 눈앞에서 원정군과 주류함대를 궤멸시켰지. 뼈에 사무친 원한인가. 그것도 놓쳤군.

 

 “의장, 제국정부는 이 사태에 대해 뭐라고 하고 있습니까?”

 트류니히트가 가볍게 숨을 내뱉는 걸 알 수 있었다.

 「렘샤이트 백작의 이야기에 의하면 반란은 용서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어. 포로는 페잔 회랑 경유로 반환한다고 한다.」

 그렇군. 지금으로선 제국정부가 반란세력에 동조할 걱정은 없다. 좋은 뉴스를 처음으로 들었네. 하지만 길게 끌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몬테이유가 다행스럽다는 듯이 숨을 내뱉는 걸 알 수 있었다.

 

 “페잔의 독립에 대해선 뭐라고 했습니까?”

 「아니, 그에 대해선 아무 말도 하고 있지 않아. ……발렌슈타인 위원장, 자네는 의심하고 있는 건가?」

 “네. 의심하고 있습니다.”

 내가 답하자 트류니히트가 인상을 찌푸렸다.

 

 「우리들 사이에서도 그 점이 지적됐다. 어디선가 페잔, 혹은 지구교가 얽혀 있는 게 아닌가하고 말이야. 지금 관계가 없어도 반란이 길어지면 어딘가에서 얽혀오는 게 아닌가 하고 보고 있어. 렘샤이트 백작도 같은 걸 걱정하고 있다. 성가신 일이야.」

 “렘샤이트 백작은 반란 진압의 전망에 대해서 뭐라고 말했습니까?”

 트류니히트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진압할 전망이 서지 않겠지. 뭐라 해도 난공불락이니까.」

 “그렇겠죠. 애초에 제국군은 이제르론 요새공략이라니 생각한 적이 없겠죠. 머잖아 동맹군에게 공략방법을 들어 올지도 모릅니다.”

 내가 답하자 화면에서 힘 빠진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안 되겠네. 농담을 했지만 반응이 약하다. 다들 기운이 빠져있다.

 

 “동맹시민은 반란 사실을 알고 있습니까?”

 「아직 모르지만 시간 문제겠지. 벌집을 쑤신 듯한 소란이 일어날 거야. ……페잔은 어떤가?」

 “이쪽도 모르는 듯합니다만, 마찬가지로 시간 문제겠죠.”

 「성가시군. 정부발표를 하지 않으면 안 되겠지만 어떻게 발표할지 고민하고 있어. 머리가 아프다.」

 어이어이, 그렇기 인상을 찌푸리지 말라고. 안면신경이 다칠지도 모른다고 걱정하게 되잖아.

 

 “거짓말을 해도 소용 없습니다. 솔직하게 말해야 하겠죠.”

 「그렇게 말해도 말이지. 반란이 일어난 것, 포로는 페잔 경유로 반환될 것은 문제 없어. 하지만 반란 진압의 전망은 어떻게 할 건가? 반드시 질문이 나올 거라 보네만.」

 화면에서 트류니히트에게 동의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런 걸 알겠냐. 제국에게 물어봐라. 라고 말하는 건 안 될까?

 ……안 되겠지. 길게 끌 수는 없다. 제국과 동맹의 협력에도 영향이 나올 수밖에 없다. 묘한 생각을 하는 놈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별 수 없다. 그걸 할까. 이제르론 요새의 난공불락 전설에 정점을 찍어주자.

 

 “반란은 반년 이내에 진압된다고 발표해 주세요.”

 아, 다들 날 보고 있다. 무슨 말을 하는 거냐, 이 녀석. 그런 느낌이다.

 「근거는 있는가? 반년 이내에 진압 할 수 없으면 문제가 되네만.」

 “있습니다. 이쪽에서 이제르론 요새 공략안을 제국에 제시합시다. 준비에 시간이 걸립니다만 공략 그 자체는 어렵지 않습니다.”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오”라든가 “설마”라는 소리가 들린다.

 

 「정말인가? 그건.」

 “정말입니다. 트류니히트 의장. 이제르론 요새공략안은 이쪽에서 작성하여 하이네센으로 보내겠습니다. 그쪽에서 내용을 확인하시고 렘샤이트 백작 경유로 제국으로 보내도록 하죠. 어떻습니까?”

 

 내가 묻자 트류니히트가 주위에 확인을 취했다. 아무래도 반대 의견은 나오지 않은 모양이다. 샤프트에게 감사해야 겠군. 이 세계에선 이동요새의 제안자는 나라는 게 된다. 그런데 그 녀석, 이 세계에서도 페잔과 연결고리가 있을까? 주의가 필요하겠군.

 

 「좋겠지. 시급히 공략안을 준비해주게.」

 “알겠습니다. 늦어도 내일에는 전하겠습니다.”

 목소리가 밝하졌군. 좋은 경향이다.

 「헌데, 하나 물어도 될까? 발렌슈타인 위원장.」

 타렐이 질문했다. 대체로 무슨 질문인지는 알겠다. 하지만 “그러시죠”라고 재촉했다.

 

 「그렇게 쉽게 이제르론 요새를 공략할 수 있다면 어째서 공략하지 않았는가?」

 “간단합니다. 동맹은 그 공략방법을 쓸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뭐, 설령 가능하더라도 공략에는 반대했을 겁니다. 그 부분에 대해선 의장 각하께 여쭤보세요. 저는 준비가 있으므로 이만.”

 탐색 당하는 건 서툴다. 바로 작업에 들어갈까.



제국력 487년 8월 26일. 오딘, 제아들러(바다독수리). 아우구스트 자무엘 바렌.

 

 “설마 이제르론 요새에서 반란이라니.”

 “정상회담도 무사히 끝나고 이제부터 국내개혁에 전념할 수 있게 되었는데.”

 “군부도 마찬가지다. 전쟁이 없어지고 겨우 재건이 가능해졌다. 그렇게 생각했던 때에 이런 일이.”

 “성가신 일이 일어났군.”

 로이엔탈과 미터마이어의 대화에 다들 끄덕였다.

 

 “경들, 함대의 상태는?”

 비텐펠트가 묻자 다들 얼굴을 찡그렸다.

 “묻지 말게. 비텐펠트 제독. 아직도 훈련 부족이다. 다들 그렇겠지?”

 내가 묻자 모두의 표정이 더욱 떫어졌다.

 

 오늘 밤은 메크링거, 클레멘츠, 로이엔탈, 미터마이어, 베텐펠트, 아이제나흐, 그리고 나, 7명이서 마시러 왔다. 우리들은 귀족연합군의 잔당 토벌로 중장으로 승진하여 우주함대의 정규함대사령관이 됐다. 여기에는 없지만 뮈젤 대장은 우주함대총참모장으로, 그리고 케슬러 중장이 부참모장이 됐다. 하급귀족, 평민인 우리들에게 있어서 순풍에 돛을 달았다, 우리의 시대가 왔다고 해도 좋겠지만 도저히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진창에 발이 빠져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진흙을 뒤집어쓴 기분이 든다. 불행감으로 마음이 가득 찼다.

 

 “곤란하군, 지금 상황에서 이제르론 요새를 공략하라고 해도…….”

 “공략했다고 하더라도 이쪽 손해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이 되겠지.”

 “그렇겠지. ……애초에 그렇게 간단히 공략할 수 있는 것이었다면 이미 오래전에 주인이 바뀌었을 거다.”

 안 되겠군. 지금 상태를 걱정하기보다 우는 소리나 불평이 나오고 있다. 눈앞이 캄캄한 느낌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비극이라기 보다 참극이다. 우주함대는 약 1만 척 정도의 정규함대를 7개 보유하고 있을 뿐이다. 총 병력은 8만 척을 약간 넘었을 뿐이고 병력도 질도 재건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그런 와중, 이제르론 요새와 주류함대가 반란을 일으켰다. 주류함대만으로도 1만 5천 척을 넘는다. 이걸 잃는 건 제국에게 있어서도 커다란 손실이다. 덧붙여 요새공략의 전망도 보이지 않는다. 공략에 실패하면 대손실을 입겠지. 군 재건은 그만큼 늦어지게 된다.

 

 “차라리 반란군, 아니 동맹군에게 이제르론 공략이라도 부탁하면 어떤가?”

 “하아, 비텐펠트 제독, 경,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가? 제정신인가?”

 내가 비텐펠트 제독을 나무라자 메크링거 제독이 “아니, 기다려”라며 나를 멈췄다. 다들 이상한 표정으로 메크링거 제독을 보고 있다. 비텐펠트도 그렇다. 이 녀석,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 거냐? 잘 모르겠다.

 

 “재밌군. 일리 있어.”

 “…….”

 괜찮은가? 메크링거 제독. 다들 걱정스럽게 그를 봤다. 가장 걱정스럽게 보고 있던 건 클레멘츠 제독이었다. 그걸 눈치챈 거겠지. 메크링거 제독이 쓴웃음을 띄웠다.

 “그런 표정을 짓지 말게. 나는 제정신이다. 우리들은 이제르론 요새 공략 경험이 없어. 당연하지만 노하우도 없다. 하지만 동맹군에겐 실패했다곤 해도 경험이 있다. 입수 가능하다면 입수하는 편이 좋겠지. 요새공략으로 이어지는 무언가가 있을지도 모르고 손해를 경감시킬 수 있을 거다.”

 

 그렇군. 듣고 보니 일리 있다. 다들 끄덕이고 있다.

 “차라리 발렌슈타인을 데려오는 건 어떤가?”

 “또 경은 어처구니 없는 말을.”

 “이번 반란은 이제르론 요새를 국제협력도시로 하자는 게 원인이었지? 그렇다면 녀석에게도 책임이 있다. 그렇지 않은가?”

 진지한 표정으로 그러지 마라. 비텐펠트. 다들 곤란해하고 있잖아.

 

 “뭐, 어렵겠지.”

 “하지만 실현되면 재밌겠군. 녀석이 어떤 작전을 생각할지 흥미가 있어.”

 로이엔탈, 미터마이어의 대화에 다들 끄덕였다.

 “공략할 수 있을까? 저걸.”

 내가 묻자 다들 신음했다.

 

 “모르겠군. 증원은 없으니까 대군을 이용하면, ……그런 생각은 하네만. 하지만 그래도 가능할지 의문은 남아.”

 다들 클레멘츠 제독의 의견에 끄덕였다. 그러고 잠시 동안 “공략할 수 있다”, “할 수 없다”, “병력은?”같은 말이 오갔다. 현실도피일지도 모르지만 조금 즐거웠다.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겠지. 다들 즐거웠을 거다. 몇 번인가 웃음 소리가 들렸다. 아이제나흐도 소리 내지 않고 웃었다.

 

 “손님, 뮐러 소장에게서 연락이 들어왔습니다.”

 웨이터가 말을 걸었던 건 대화가 일단 마무리 된 시점이었다. 다들 서로를 돌아봤다. “성가신 문제일지도 몰라. 내가 가보지”라며 메크링거 제독이 TV전화가 있는 쪽으로 향했다. 클레멘츠 제독이 “미안하지만 차가운 물을 7개 부탁하지. 서둘러서”라고 웨이터에게 부탁했다.

 

 메크링거 제독이 돌아오는 것과 웨이터가 물을 가져오는 건 거의 동시였다. 메크링거 제독은 자리에 앉으려고 하지 않았다. 소집이 걸렸는가. 무슨 일이 일어난 듯하다.

 “뭔가 있었나? 메크링거 제독.”

 비텐펠트 제독이 질문하자 “음”하고 끄덕였다.

 

 “우주함대 사령부에 모이라는 명령이다. 요새공략에 대해 작전회의를 시작하는 듯해.”

 “지금부터?”

 나도 모르게 소리가 커졌지만, 메크링거 제독은 말없이 끄덕였다. 그리고 선 채로 물을 마시기 시작했다. 다들 서로를 돌아봤다. 그리고 서둘러 물을 마셨다. 서둘러야만 한다.

 

 우주함대 사령부에 도착하자 곧바로 회의실로 향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회의실에는 오프레서 원수, 뮈젤 총참모장, 케슬러 부참모장이 이미 있었다. 원수는 기분 안 좋아 보이는 표정을 짓고 있다. 안 좋은 경향이다. 기다리게 한 것을 사과하며 자리에 앉았다.

 “다 모였군. 그럼 이제부터 이제르론 요새 공략에 대해 작전 회의를 시작한다.”

 

 오프레서 원수의 발언을 들으면서 묘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건 나 혼자만이 아니다. 뮈젤 총참모장도 케슬러 부참모장도 의심쩍은 표정을 짓고 있다. 다시 말해 이 두 사람도 회의 내용을 아무 것도 모른다는 거다. 오프레서 원수가 스스로 공략안을 생각한 건가? 아니면 앞으로 모두에게 검토시킨다? 어느 쪽이든 이상하긴 마찬가지다.

 

 “자유행성동맹에서 이제르론 요새 공략안을 보내왔다. 공략안을 생각한 건 발렌슈타인인 듯하다.”

 이곳저곳에서 소리가 들렸다. 다들 놀라고 있다. 술자리의 농담이 진짜가 됐다. 체내에 남아 있던 알코올의 잔재가 깨끗이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조금 엉뚱한 작전안이다. 정부는 극심한 혼란에 빠져있어. 재무성, 군무성, 통수본부, 그리고 우리들에게 공략안을 검토하라는 명령이 내려왔다. 아아, 그리고 과학기술총감부도.”

 또 다들 서로를 돌아봤다. 군무성, 통수본부, 우주함대사령부는 알겠다. 과학기술총감부? 재무성? 뭐냐 그건.

 

 “작전안의 근간이 되는 건 요새에는 요새를 써서 대항한다는 거다.”

 “…….”

 허? 뭐냐 그건. 발렌슈타인은 무슨 생각이냐?

 “가이에스부르크 요새를 써서 이제르론 요새를 공략한다.”

 가이에스부르크 요새? 안 된다. 전혀 모르겠다……. 유일한 구원은 나 혼자만이 아니라 모두들 곤혹스러워하고 있다는 거다. 원수는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가?

 

Posted by 추리닝백작
,

우주력 796년 8월 5일. 최고평의회 빌딩. 미하마 셰인.

 

  "셰인, 이쪽은 데로리안 위원. 자문위원회에서 함께 일하고 있어. 국방위원회 분이야. 데로리안 위원, 동생인 미하마 셰인 소위입니다."

  "여어, 소위. 오늘은 만나서 반가워."

  "이쪽이야말로, 만나서 반갑습니다. 데로리안 위원."

 

 최고평의회 빌딩의 홀에서 세 명의 남녀가 만났다. 나는 얼굴이 굳어 있는 걸 느낄 수 있다. 누나, 변함없이 천연이다. 말도 안 되는 짓을 해준다.

 

 점심을 함께 먹자는 건 좋다. 최고평의회 빌딩에서 먹자는 것도 참을 수 있다. 하지만 말이지. 동반자가 최고평의회자문위원이고 국방위원회의 출장자라니 뭐야. 우리들 군인에게 있어서 슈퍼 울트라 디럭스 공무원님이시잔항. 이보다 위라고 하면 발렌슈타인 위원장 정도밖에 없다. 그 사람이라면 고져스가 추가되겠지.

 

  "그럼 점심을 먹을까. 이 빌딩에 입주하고 있는 레스토랑은 다섯 집 있지만 다들 맛있다고 평판이 자자하지."

  "……저기, 소관은 군인입니다만, 최고평의회 빌딩 안에서 식사해도 괜찮습니까?"

 은연 중에 사양하고 싶다고 고했지만 데로리안 위원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이 사람도 천연일지도 모른다.

 "괜찮아. 우리들과 함께 있으니까."

 아니, 그게 곤란한 건데요…….

  "그래, 셰인. 자, 가자."

  "……예."

 

 최고평의회자문위원회, 당초 농산물인지 수산물인지도 알 수 없었던 이 위원회를 현 시점에서 얕보는 사람은 동맹 전국에서 어딜 찾아봐도 없을 것이다. 정부의 통합작전본부라고 불리며 트류니히트 의장의 씽크탱크라 평가받고 있다. 불과 12명, 아니 외교위원회와 통상위원회에서도 사람이 들어올 테니까 14명의 작은 조직이지만 그 실력을 의심하는 자는 없다…….

 

  "중화요리로 괜찮을까?"

  "예."

 물론입니다. 이런 때에 이의를 제기할 정도로 저는 바보가 아닙니다. 먹을 것에 대한 원한은 무섭다. 회과육은 싫어하지만 중화요리는 그 외에도 있다. 설령 회과육밖에 없다 하더라도 나는 맛있게 먹을 수 있겠지. 앞뒤도 모르는 물소위로서 할 수 있는 건 견디는 것뿐이다.

 

 군 내부에선 발렌슈타인 위원장을 자문위원장으로 한 건 시톨레 원수의 정교한 책략이라는 소문이 있다. 화평이 성립되면 군부는 무엇이든 불이익을 입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네그로폰테 국방위원장은 신임이기 때문에 최고평의회에선 충분히 군부의 의향을 주장해줄까 싶은 불안이 있었다. 거기서 심복인 발렌슈타인 대장을 자문위원장으로 보낸 것이라고.

 

 사실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발렌슈타인 대장을 설득하는 데엔 시톨레 원수의 힘이 컸다고 들었다. 그리고 포로교환에서 정상회담까지 연출을 한 건 발렌슈타인 위원장으로 그 동안 군부는 거의 불이익을 입지 않았다.

 

 특히 이제르론 회랑에서 제국의 방어선을 밀어낸 것은 크게 환영받고 있다. 동맹측이 승리한 상징이라는 거다. 군부의 발렌슈타인 위원장에 대한 신뢰는 극히 크다. 군부는 네그로폰테 국방위원장과 발렌슈타인 자문위원장이라는 두 사람의 대변인을 가졌다고 일컬어지고 있다.

 

 가게 안은 그다지 혼잡하지 않았다. 중앙에 있는 네 사람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에 데로리안 위원이 향했기에 뒤를 따랐다. 자리에는 누나와 데로리안 위원이 마주 앉고 내가 그 옆자리에 앉게 되었다. 종업원이 와서 메뉴와 물을 두고 갔다. 누나는 마파두부 정식, 데로리안 위원은 볶음밥과 춘권튀김, 나는 탕수육 정식을 주문했다.

 

  "소위는 어디 소속인가?"

  "후방근무본부 기지운영부입니다."

  "호오, 그거 참 바쁘겠군."

  "예. 바쁩니다."

 내가 답하자 데로리안 위원과 누나가 응응하고 끄덕였다.

 

 전쟁이 없어졌다. 군인은 한가해지려나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보급기자의 통폐함, 신기지 건설, 그리고 새로이 건설하는 군사요새, 주변 사람들에게 들었지만 이전에는 이렇게 바쁘지 않았다고 한다. 전쟁이 사라졌는데 일은 늘어났다고 다들 쓴웃음을 지었다.

 

  "뭐, 별 수 없지. 앞으로는 이제르론 회랑만이 아니라 페잔 회랑도 방어 대상이 된다. 페잔 방면은 지금까지 거의 손대고 있지 않았지. 이러저러 정비할 일이 있을 거야."

  "그렇죠. 우주함대도 그에 따라 움직이겠고."

 데로리안 위원과 누나의 대화에 나도 끄덕였다. 방어선이 하나 늘어난 거다. 바빠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기지 운영부만이 아니라 군 전체가 그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

 

  당연히 우주함대도 예외는 아니다. 시톨레 원수가 통합작전본부장으로 복귀했다. 그리고 그린힐 본부장 대리가 외교위원장에 취임. 동맹시민 사이에선 안전보장 문제는 군부가 독점하고 있다는 평판이다. 시톨레 원수의 후임 사령장관은 뷰코크 원수, 부사령장관은 보로딘 원수가 취임했다. 병졸부터 올라와 우주함대사령장관이다. 다들 놀라고 있다.

 

  우주함대는 방면군같은 걸로 편성하는 듯하다. 이제르론 방면군, 페잔 방면군이다. 뷰코크 원수가 이제르론을 담당하고 보로딘 원수가 페잔을 담당한다. 전군 통괄은 물론 뷰코크 원수가 행하니까 완전히 분리하는 건 아니다. 함대도 딱 절반으로 나누는 건 아닌 것 같다. 이상한 파벌이나 대항의식이 생기지 않도록 적당히 교대하는 듯하다. 긴급한 상황에서 대응하기 쉽게 한다. 그런 거라고 평가되고 있다. 발렌슈타인 위원장이 제안한 거라고 한다.

 

  "위원회도 바쁘겠습니다?"

  "다른 위원회는 바쁘지."

  "제국과 협력하는 부서를 만들거나 이제르론 요새로 가는 인물을 선발하거나, 제국과 무엇을 협력할 수 있을지 검토하거나……. 예산 편성도 막바지고 다들 큰일이죠."

  데로리안 위원과 누나가 서로를 돌아보며 쓴웃음을 띄웠다.

 

  "자문위원회는 그렇지도 않습니까?"

  "뭐, 이쪽은 그만큼 예산을 쓰는 일이 없으니까. 재무위원회도 우리들에겐 관심이 없어. 행정기관이라기 보단 씽크탱크 같은 거니까 제국과 협조하는 부서를 만들 필요도 없지. 아마도 동맹에서 가장 한가한 위원회가 아닐까?"

  "예에."

  뭔가 의외다. 좀 더 바쁠 거라고 생각했는데.

 

  "발렌슈타인 위원장도 페잔에 갔고 말이지……."

  "그렇지. ……그런가. 바쁘지는 않겠지만 힘들거라고 생각되는 위원은 있지. 몬테이유 위원이라든가. 발렌슈타인 위원장과 함께 있으니까 긴장하고 있겠지."

 

  누나가 "그렇네요"라며 웃었다. 데로리안 위원도 웃고 있다. 좋겠네. 웃을 수 있으니까. 나는 도저히 웃을 수가 없다. 상대가 발렌슈타인 위원장이니까. 이번엔 누나가 함께하지 않았지만, 누나와 위원장은 어떤 관계일까? 조금 신경 쓰이지만 묻는 건 조금 꺼려진다.

 

  식사가 나왔다. 눈앞에 접시가 놓였다. 그렇구나. 확실히 맛있어 보인다. 볶음밥의 먹음직스러운 냄새가……, 실수했네. 나도 볶음밥으로 할 걸 그랬다.

  "자, 먹도록 할까."

  데로리안 위원의 목소리에 나와 누나가 "잘 먹겠습니다"라고 합창했다.

 

우주력 796년 8월 25일. 페잔. 에리히 발렌슈타인.

 

  마리네티 소장이 이끄는 600척의 함대가 페잔에 도착했다. 나, 몬테이유, 압둘라 하르딘, 그리고 비올라 준장을 포함한 페잔 주재원을 무사히 전달하는 게 소장의 일이다. 나머진 나와 헨슬로를 하이네센으로 데리고 돌아간다는 일이 남아 있다.

 

  당초 1개 함대를 움직이자는 이야기가 있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고 생각했지만 군대로선 일을 하고 있다고 주변에 생각하도록 만들고 싶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페잔을 독립시키는 거니까 군사력을 과시하여 페잔을 위압한다고 생각될 수밖에 없는 행동은 피해야만 한다. 그렇게 말하여 거절했다. 그 결과 마리네티 소장이 내 이송역으로 선발되었다는 거다. 운이 나빴네. 마리네티.

 

  "수고했습니다. 마리네티 소장."

  "예. 송구합니다."

  마리네티 소장이 딱딱하게 긴장하고 있다. 이제 군대 상관이 아니니까 그렇게 긴장하지 않아도 좋을 텐데…….

 

  "조약 체결은 9월 1일이 됩니다. 체결 후, 저는 바로 하이네센으로 돌아가게 되니까 준비를 부탁드립니다."

  "예. 반드시 그렇게 하겠습니다. 각하께서도 신변에 주의하시길. 좋지 않은 생각을 하는 자가 없으리라 단정할 수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조심하죠."

  마리네티가 힐끔 비올라 준장을 보고, 그리고 준장이 끄덕이는 걸 알 수 있었다. 아무래도 나는 신용이 없단 말이지.

 

  마리네티 함대는 600척, 함대로서 적은 수라고 해도 좋겠지만 무력을 가지지 못한 페잔에게 있어선 충분한 위협이겠지. 페잔은 독립하지만 군사력은 어떻게 할 건지, 그 부분도 신경이 쓰인다. 페잔 회랑을 경비하는 소함대를 가지는 걸로 만족하는 건가, 아니면 정규함대를 보유하게 되는 건가…….

 

  기함 루스탐에서 내려 공항 내부에 들어가자 일반객과는 다른 루트로 안내 되었다. 입국 검사도 거의 없다. 뭐 사전에 이쪽에 대한 건 전해뒀으니까 그런 걸지도 모르지만, 이것도 일종의 외교관 특권 같은 거겠지. 검사를 끝내고 게이트에서 나오자 갑자기 찰칵찰칵 사진을 찍혔다. 일반인이 아니다. 보도관계자다. 많이도 모여 있다. 나에게 다가왔지만 바로 동행하고 있던 비올라의 부하들이 내 주변을 감싸고 노려봤다.

 

  "늦어서 면목 없습니다."

  비틀비틀 다가온 것은 헨슬로 고등변무관이었다. 빈번하게 얼굴의 땀을 손수건으로 닦고 있다. 늦은데다 수완도 좋지 않다. 본래라면 매스컴따위 사전에 배제해뒀어야만 했겠지. 비올라 준장이 얼굴을 찡그리는 게 보였다. 사이가 나쁘지. 이 두 사람. 헨슬로가 장황한 인사를 하려고 했지만 멈추게 하고 걷기 시작했다.

 

  지상차 10대로 변무관청으로 향한다.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주요 인물은 따로 탑승했다. 본래라면 나는 헨슬로와 함께 지상차에 타서 이야기를 해야겠지만, 헨슬로에겐 그다지 기대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런 걸로 내가 동승자로 고른 건 몬테이유다.

 

  대범한 성격이라 사양하지 않아도 되니 고맙다. 몬테이유만이 아니라 자문위원회의 다른 위원들도 꽤 좋은 사람이 보내져 왔다. 성가신 자만 보내지는 자리가 되리라 생각했지만 그렇지도 않은 듯하다. 때로는 사아야 이외의 사람과 함께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돌아가는 길에 선물이라도 살까. 모두에게 주려면 많이 필요하겠군. 오래 보관할 수 있는 과자 종류가 좋겠지.

 

  "번영하고 있군요. 귀족연합군에게 심한 꼴을 당했다고 들었습니다만……."

  "그렇죠. 번영하고 있습니다.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지상차에서 보이는 페잔은 충분히 활기찬 모습이었다. 수개월 전, 귀족연합군 앞에 떨고 있던 페잔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뭐, 도시가 파괴됐던 건 아니니까.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보일 수밖에 없지.

 

  하기야 사람 마음에 입은 상처는 눈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 페잔에는 괴로워하는 사람이 있을 터다. 아내를, 남편을, 가족을 잃은 자……. 슬프게 생각하지 않는다. 동정도 하지 않는다. 동맹에도 제국에도 긴 전쟁에서 가족을 잃은 자는 많이 있다. 그 그림자에서 페잔의 자치령주부는 음모를 꾸미고 페잔 시민은 많은 돈을 벌고 있었다. 자업자득이라고는 하지 않겠지만 불쌍하다거나 동정할 일은 아니다.

 

  고등변무관청에 도착하자 바로 헨슬로가 다가왔다. 변함없이 헨슬로는 뺨에 흐르는 땀을 닦고 있다. 보고만 있어도 더워진다.

  "피곤하시진 않습니까? 발렌슈타인 위원장. 잠시 쉬는 건 어떻습니까?"

  "아뇨. 잠시 말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대화가 가능한 방을 준비해주세요."

  헨슬로는 머쓱해했지만 집무실로 날 안내했다. 동행자는 하르딘과 비올라다. 헨슬로는 재미가 없겠지. 나 같은 애송이에게 꾸벅꾸벅 절하는 건.

 

  헨슬로를 상대로 방심할 순 없다. 귀족연합군이 페잔을 점령했을 때, 헨슬로는 그 놈들에게 죽었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헨슬로는 죽지 않고 무사히 살아있다. 그를 지킨 건 볼텍이겠지. 그 외엔 생각할 수 없다. 다시 말해 루빈스키 납치 후에도 헨슬로는 페잔 자치령주부와 연결점을 갖고 있었다는 거다. 그리고 지금도 있을지도 모른다.

 

  실수였을까. 페잔을 점령했을 때, 헨슬로를 구속하는 방법도 있었다. 하지만 후임자가 없었다. 게다가 그 시점에선 주전파의 폭발과 진압이 최우선 과제였다. 자연히 헨슬로에 대한 대응은 뒤로 돌리게 되었다……. 헨슬로의 집무실에서 대화를 시작했다. 이 녀석, 이 방에서 일을 한 적이 있는 걸까? 묘하게 깨끗한 방이다.

 

  "헨슬로 변무관, 이제부터 정부의 결정을 전합니다. 귀관의 변무관으로서의 임무는 9월 1일 조약조인식에 참가하는 걸로 종료합니다. 후임 변무관은 압둘라 하르딘 씨입니다."

  "……."

  하르딘이 인사했지만 헨슬로는 눈이 튀어나올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다. 뭐, 갑자기 이런 소리를 들으면 그렇게 되겠지.

 

  "조인식 종료 후, 귀관은 저와 함께 하이네센으로 귀환하게 됩니다. 9월 1일까지 신변 정리와 하르딘 씨의 인수인계를 끝내주세요."

  "9월 1일……, 그건, 아무리 그래도. 조금 더 시간을……."

  동공이 흔들리고 있다. 애인에 대한 거라도 생각하고 있는 걸까? 마지막으로 한껏 즐긴다든가? 미련도 많다. 마무리를 지을까.

 

  "유감이지만 그건 인정할 수 없습니다. 헨슬로 변무관, 동맹정부는 귀관이 페잔의 자치령주부와 지나치게 친하다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이 이상 귀관을 고등변무관의 지위에 두는 건 동맹의 국익을 해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겠지요?"

  "저, 저는, 국익을, 해하다니."

  다시 땀을 닦기 시작했다.

 

  "부정해도 소용 없습니다. 동맹정부는 모두 알고 있습니다. 아드리안 루빈스키가 정부의 보호 하에 있다는 걸 잊으신 건 아니겠죠?"

  이번엔 덜덜 떨기 시작했다. 바쁜 녀석이다. 하지만 패닉에 빠져도 성가시다. 바보 같은 짓을 저지를지도 모른다.

 

  "안심하세요. 헨슬로 변무관. 하이네센에 돌아가도 귀관이 처벌을 받는 일은 없습니다."

  노골적으로 안심하는 표정이다.

  "단, 이후 귀관의 행동은 24시간, 동맹정부의 감시하에 놓입니다. 귀관을 이용하려는 세력이 접촉을 꾀할지도 모릅니다. 그걸 막기 위해서입니다. 이해하시길 바랍니다."

  헨슬로의 얼굴이 굳었다. 실컷 즐겼잖아. 이제 충분하겠지.

 

  "9월 1일까지 귀관의 행동은 비올라 준장의 감시 하에 놓입니다. 준장의 지시에 따라주세요. 그리고 외출은 조인식까지 금지합니다."

  헨슬로는 한심한 표정으로 나, 비올라, 하르딘을 봤다. 지긋지긋하다. 비올라와 하르딘도 불쾌하단 표정을 짓고 있다. 뭐 이걸로 하르딘이 페잔의 유혹에 넘어갈 일은 없겠지.

 

  헨슬로가 비올라를 따라 방에서 나갔다. 나와 하르딘이 방에 남았다.

  "이후로는 귀관이 이 방을 채워주세요. 비올라 준장의 협력을 받아서 직무 파악을, 불명확한 점은 헨슬로 변무관에게 확인해주세요."

  "알겠습니다."

  뭐, 헨슬로에게 확인하는 건 소용 없을지도 모른다. 하르딘도 기대하고 있진 않겠지.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누구지? 비올라치고는 너무 빠르다. 입실을 허가하자 몬테이유가 들어왔다. 긴장하고 있군. 무슨 일이 있었던 모양이다.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하이네센에서 연락이 있었습니다. 이제르론 요새에서 반란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트류니히트 의장이 시급히 발렌슈타인 위원장과 연락하고 싶다고 합니다."

 

  하르딘이 "말도 안 되는"이라고 중얼거렸다. 마음은 이해한다. 페잔 도착일에 이제르론 요새에서 반란인가. 거친 환영이군. 하르딘에게 있어서 평생 잊혀지지 않는 하루가 되겠지. 나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럼, 이제르론 요새에서 반란인가. 어느 정도 진행됐을까…….

 

  이미 이제르론 요새를 제압했나? 아니면 요새 내부에서 전투 중인가……. 하이네센에서 연락이 있었다는 건 반란은 대규모일지도 모른다. 뒤에서 실을 잡고 있는 녀석이 있을지도 모른다. 지구교, 그리고 페잔. 설마하고 생각하긴 하지만 지구교와 페이워드가 손을 잡았다? 일단은 트류니히트에게 연락을 취할까…….

Posted by 추리닝백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