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주력 794년 2월 1일. 하이네센, 후방근무본부. 미하마 사아야.


  카젤느 대령의 개인실 분위기가 굉장히 끔찍합니다. 제 눈앞에서 대령이 똥을 씹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때때로 저를 부모의 원수를 보는 듯한 눈으로 봅니다. 대령, 전 전혀 나쁘지 않다구요. 나쁜 건 발렌슈타인 소령입니다. 그리고 소령을 반플리트 4=2로 보내겠다고 한 건 대령들입니다.


  “발렌슈타인 소령은 이게 필요하다는 거군.”

  “예.”

  카젤느 대령이 리스트를 노려보고 있습니다. 그 기분은 충분히 알겠습니다. 소령이 요구한 병기, 물자 일람은 막대합니다. 새해도 밝았으니 조금 늦은 창고정리라도 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알았다. 약속이니까 말이지. 준비하지.”

  “감사합니다. 그리고…….”

  “뭐야. 더 있는 건가?”

  “예. 이 부대를 반플리트 4=2로.”


  부대가 기록된 리스트를 대령에게 조심스럽게 건내니 대령은 리스트를 노려보면서 받아들었습니다.

  “……제 31 전략폭격 항공단, 제 33 전략폭격 항공단, 제 52 제공전투 항공단, 제 18 공격 항공단……. 반플리트 4=2에서 대체 뭘 할 셈인거야? 제정신인가? 아니, 제정신이겠지. 알았다. 준비하지.”


  부탁입니다. 한숨 섞어서 대답하지 말아주세요. 뭔가 대단한 죄악감이 듭니다. 게다가 아직 남았어요. 대령…….

  “그리고 이 사람을 반플리트 4=2로.”

  “……알았다.”

  대령은 제가 내미는 리스트를 보지도 않고 오케이 했습니다. 포기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직 남은건가…….”

  부탁이니까 한숨을 내쉬지 말아주세요. 대령. 그리고 절 노려보는 것도 안돼요. 저는 단지 전달자에 불과하니까요.


  “양 중령을 제 5함대의 작전참모로…….”

  “……제 5함대? 이번 출격에 함께하라는 거지?”

  “예.”

  대령이 저를 노려봅니다. 가시방석이라는 건 이런 걸 말하는 거구나. 납득.


  “……나중에 양을 그쪽으로 보내도록 하지. 녀석은 게으름뱅이니까말야. 일을 시키려면 스스로 설득하라고 소령에게 전해라. 제 5함대 전속은 알았다. 다른 건.”

  “이제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실례하겠습니다.”

  저는 서둘러서 방을 나섰습니다. 대령, 제가 나쁜 게 아니라구요. 몇 번이나 말합니다만, 나쁜 건 발렌슈타인 소령입니다.


  소령의 곁으로 돌아오니 소령은 반플리트 성계의 성계도, 반플리트 4=2의 지도, 그리고 기지의 설계도를 보고 있었습니다. 때때로 컴퓨터로 뭔가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 쪽을 보지도 않고 질문했습니다.


  “카젤느 대령은 뭐라고?”

  “소령의 요구는 전부 받아들어 주셨습니다. 단지 양 중령에게 사정을 설명해주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소령은 묵묵히 끄덕였습니다. 저, 거짓말은 하지 않았어요.

  “미하마 중위. 정보부의 바그다슈 소령에게 연락을 취해주세요. 그리고 제국군의 원정군 함대편제, 장성 이상의 지위를 가진 인간의 리스트를 요구해주세요.”

  “장성 이상 말인가요?”


  각 함대의 사령관이라면 알겠습니다. 하지만 장성 이상? 그런 생각이 무심코 입으로 나왔습니다. 소령이 저를 봅니다. 차가운 눈입니다. 죄송합니다. 저, 착각했습니다. 하지만 사과하기 전에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장성 이상입니다.”

  “예…….”


  몸이 굳었습니다. 반플리트 4=2에 간다고 정한 이래로 발렌슈타인 소령의 표정은 변했습니다. 지금까지는 언제나 부드러운 웃음을 띠고 있었는데, 어제부터 소령의 얼굴에 미소는 없습니다. 그리고 눈은 얼어붙은 듯이 차갑습니다…….


  분위기도 변했습니다. 지금까지의 부드럽고 온화한 분위기는 없습니다. 어딘지 모르게 주변을 거절하는 듯한 엄격한 분위기를 몸에 두르고 있습니다. 이전의 소령이 햇볕 좋은 마당이라면 지금은 북극의 빙산입니다. 보급담당부 사람들은 소령의 변모에 모두 놀랐지만, 반플리트 4=2로 간다는 걸 알고 모두 납득했습니다. 전장으로 가기에 긴장하고 있는 거라고…….


  그렇지 않습니다. 소령은 사실 제국과 싸우고 싶지 않은 겁니다. 언젠가 제국에 돌아가기 위해서 싸우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도 싸울 수밖에 없게 되었다……. 아마도 마음을 죽이고 있는 걸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전쟁 따위 할 수 없으니까.


  소령이 마음을 죽였기에 제가 아는 소령도 죽고 말았다……. 언제나 부드럽고 온화한 미소를 띠우고 있던 소령, 심술궂고 사디스트에 어떻게도 할 수 없는 근본이 나쁜 사람이지만, 그래도 지금의 소령보다는 훨씬, 훨씬 좋은, 훨씬 인간다웠던……. 이제는 만날 수 없는 걸까요…….


  바그다슈 소령은 작년 스파이 소동을 해결한 공적으로 대위에서 소령으로 승진했습니다. 애초에 소령으로의 승진은 자연스럽게 결정된 건 아닙니다. 예의 스파이 소동이 바그다슈 소령과 카젤느 대령에 대한 보복이라는 것이 문제시되었기 때문입니다.


  승진은 했지만 다른 사람보다 3일 늦은 승진이었습니다. 바그다슈 소령은 “뭐, 승진은 했으니까. 그걸로 됐다고 치자.”라고 했습니다만, 그런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이 앞으로도 3일 늦은 승진이라는 건 붙어 다닐 거고, 그만큼 정보누설사건에 대해서 구설수에 오르겠죠. 다른 사람과의 출세 경쟁에선 한발이라곤 할 순 없어도 반보 정돈 불리해 집니다.


  소령에게 연락을 취하니 TV전화 스크린에 소령이 나타났습니다. 이전엔 정보부에 연락을 취할 수 없었습니다만, 예의 사건 이후로 정보부에서 파견이라는 형태가 되었습니다. 제가 정보부에 연락을 취해도 아무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저의 정체가 들킬 일도 없습니다.


  “바그다슈 소령, 오랜만입니다.”

  “미하마 중위인가. 오랜만이다. 건강한가?”

  “예. 덕분에.”

  거짓말입니다. 어제도 연락을 취했습니다. 바그다슈 소령은 저희들이 반플리트 4=2로 가는 걸 알고 있습니다. 발렌슈타인 소령이 화내고 있다는 것도 말입니다.


  “그래서 무슨 용무인가? 중위.”

  “실은 이번 저와 발렌슈타인 소령이 반플리트 4=2로 가게 되었습니다.”

  “그런가. 큰일이군.”


  “그래서 발렌슈타인 소령이 제국군 원정군의 함대편제, 장성 이상 지위를 가진 사람의 리스트를 받고 싶다고…….”

  “장성 이상? 제정신인가? 얼마나 많은 수고가 들거라 생각하는 거냐.”

  부탁입니다. 그런 어처구니 없다는 목소리를 내지 말아주세요. 곤란하게도 바그다슈 소령에겐 발렌슈타인 소령이 보이지 않습니다. 저는 몸을 움츠렸습니다.


  “미하마 중위. 통신을 끊으세요.”

  블리자드가 휘몰아쳤습니다. 스크린에 비춘 바그다슈 소령의 얼굴이 경악에 일그러졌습니다.

  “그가 여기에 있는 건가?”

  작은 목소리였습니다. 저도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예…….”


  “저도 중위도 전장으로 가는 겁니다. 조금이라도 살아남을 가능성을 높이고 싶습니다. 하지만 하이네센에서 음모놀이를 하고 있는 사람들에겐 그 부분이 이해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헛수고입니다. 끊으세요.”


  발렌슈타인 소령의 목소리만이 방에 울립니다. 조소도 야유도 없습니다. 그 목소리에는 잘라내는 듯한 차가움만이 있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모두 얼굴을 숙이고 있습니다. 누구도 저희들 쪽을 보려하지 않습니다. 어딘가에서 TV전화가 울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하지만 누구도 받으려하지 않습니다. 보급담당부는 발렌슈타인 소령의 앞에서 얼어붙어 있습니다.


  “기다려. 발렌슈타인 소령.”

  “이야기는 반플리트 4=2에서 돌아와서 듣죠. 살아있다면 말입니다만.”

  목소리에 냉소가 섞여있습니다. 그 사실에 더욱 저는 몸을 움츠렸습니다.

  “주, 준비하지. 귀관이 하이네센을 나가기 전에 반드시 보내지. 반드시다.”

  “2주일입니다. 그 이상은 기다릴 수 없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알았다.”


  바그다슈 소령은 도망치듯이 통신을 끊었습니다. 비겁합니다. 소령. 저도 도망가고 싶은걸……. 소령은 반플리트 4=2의 지도, 그리고 기지 설계도를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때때로 한숨을 내쉽니다. 제게 내린 지시는 반플리트 4=2로의 운송계획 작성이었습니다.


  이런 막대한 양의 물자, 운송계획이라니 나에겐 무리! 그렇게 생각했지만 입 밖으로 낼 순 없습니다. 수단을 찾으면서 과거의 운송계획을 참고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양 중령이 보급담당부에 온 것은 2시간 정도 지난 뒤였습니다. 좀 더 빨리 와주세요. 중령. 지금의 소령과 일을 하는 건 괴롭습니다.


  양 중령이 방에 들어오니 발렌슈타인 소령은 중령을 회의실로 안내했습니다. 저도 회의실로 불렸지만, 솔직히 좀 봐줬으면 합니다. 양 중령과 발렌슈타인 소령은 반드시 사이가 좋다곤 할 수 없습니다. 어느 쪽이냐고 한다면 양 중령이 발렌슈타인 소령을 위험시하는 느낌이 있지만, 아무래도 두 사람 사이의 공기는 미묘합니다. 오늘도 또 그 사이에서 불편한 분위기를 참아야 할 걸 생각하면…….


  회의실 안은 평소보다 더욱 공기가 무거웠습니다. 양 중령은 어딘가 불쾌하다는 듯이, 그리고 발렌슈타인 소령은 무표정인 채로 자리에 앉아있습니다.

  “나를 제 5함대의 작전참모로 추천했다더군. 발렌슈타인 소령.”

  “예.”


  “대체 무슨 일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어?”

  “승리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승리?”

  발렌슈타인 소령은 양 중령의 질문에 무언으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양 중령. 이번 싸움에 있어 동맹군의 목적은 뭐라고 생각합니까?”

  “……반플리트 4=2 기지의 방어, 인가.”

  “그렇지요. 여기서 기지를 방어하여 다음 이젤론 요새공방전에 이용한다. 대충 그런 거겠죠.”

  양 중령이 끄덕였습니다.


  “그럼 제국의 목적은?”

  “당연하지만 기지의 파괴, 혹은 무력화겠지.”

  “기지의 존재를 알고 있다면 그렇겠습니다. 하지만 제국이 기지의 존재를 알고 있다는 확증은 없습니다. 혹시 그들이 기지의 존재를 모른다면…….”

  “동맹군의 격파인가…….”


  이번엔 발렌슈타인 소령이 끄덕였습니다. 두 사람 모두 조금도 웃지 않습니다. 친밀함이란 추호도 느껴지지 않지만, 서로의 역량에 관해선 인정하고 있다. 그런 느낌입니다.


  “문제는 제국군이 전투 한 가운데에 반플리트 4=2 기지를 눈치 챌 경우입니다. 제국군은 이번 전투 목적을 동맹군 격파에서 기지 파괴로 변경하겠죠.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까?”

  “……과연, 그래서?”


  “그 경우 문제가 되는 건 동맹군이 제국군의 행동에 적절하게 대응할지입니다. 기지방위를 잊고 적함대 파괴를 우선하지 않을지……. 그렇게 되면 반플리트 4=2 기지는 위험한 상황에 처합니다.”

  “분명 그렇겠군…….”


  회의실에 정적이 흐릅니다. 양 중령은 조금 고개를 숙이고 생각에 빠져있습니다. 그리고 발렌슈타인 소령은 그런 양 중령을 잠자코 보고 있습니다.

  “귀관의 위구심은 이해했다. 나를 제 5함대로 보내는 것은, 제 5함대는 작전목적을 틀리지 마라, 틀릴 경우가 생겼을 때엔 막아라. 그런 걸로 이해하면 되는 가……?”

  “예.”


  “어째서 나를 보내는 곳이 제 5함대지? 총사령부라도 괜찮지 않은가?”

  “중령의 의견을 반드시 총사령부가 받아들일 거란 보장이 없고, 뷰콕크 제독이라면 중령의 의견을 더 쉽게 받아들어 주시겠죠.”

  “…….”


  발렌슈타인 소령의 말에 양 중령이 쓴웃음을 지었습니다. 총사령부가 의견을 받아들일 거란 보장이 없다. 아무리 봐도 칭찬이 아니지만, 양 중령은 쓴웃음으로 끝내고, 발렌슈타인 소령도 태연합니다.


  “게다가 반플리트 성계는 반드시 싸우기 좋은 장소라곤 할 수 없습니다. 전투는 혼전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혼전이 되면 총사령부는 전군의 통제를 취할 수 없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각 함대는 독자적인 판단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습니다. 다시 말해, 계급이 아니라 실력이 더 중요해지게 됩니다.”


  양 중령은 침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발렌슈타인 소령을 빤히 쳐다보고 있습니다. 소령도 그 시선을 정면에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이윽고 발렌슈타인 소령이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양 중령, 저는 망명자입니다. 망명자는 포로가 되는 일이 없습니다. 제국에게 있어 망명자는 배신자인 겁니다. 잡히면 희롱 되다 죽을 뿐이겠죠. 저만이 아닙니다. 거기에 있는 미하마 중위도 비참한 모습이 될겁니다.”


  양 중령과 발렌슈타인 소령의 시선이 저에게 향합니다. 나? 그야, 포로가 되고 싶진 않지만…….


  “제국에는 포로수용소같은 건 없습니다. 있는 건 교정구입니다만, 거의 포로를 방치하고 있습니다. 규율도 규제도 없습니다. 그런 곳에 젊은 여성이 들어가면 어떻게 될지……. 혹은 어딘가의 귀족이 그녀를 데려갈지도 모릅니다. 질리게 되면 어디에 팔리게 될까요.”


  “팔린다?”

  무심코 되묻는 나에게 발렌슈타인 소령이 끄덕였습니다.

  “제국에는 동맹에 가족이 죽은 사람이 썩을만큼 있습니다. 그들이 그녀를 산 뒤 어떻게 될지…….”


  갑자기 무서워졌습니다. 발렌슈타인 소령은 애처로운 눈으로 나를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양 중령은 나와 시선을 마주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차마 볼 수 없었던 걸까요. 발렌슈타인 소령이 말을 걸었습니다.


  “이기면 문제는 없습니다. 이기면…….”

  그렇게 말하고 소령은 양 중령을 봤습니다. 저도 이어서 양 중령에게 시선을 향합니다. 매달리는 눈빛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양 중령이 하아하고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귀관을 적으로 삼고 싶지 않군. 발렌슈타인 소령.”

  “저는 적이 아닙니다. 전부터 말했잖습니까.”

  “그렇지……. 귀관의 생각은 이해했다. 가능한 일은 모두 하지.”

  “감사합니다.”


  양 중령이 회의실을 나갔습니다. 두 사람 모두 악수도 경례도 없습니다. 양 중령은 복잡한 표정으로 방을 나가고 발렌슈타인 소령은 무표정으로 소령을 배웅했습니다.


  “귀관을 적으로 삼고 싶지 않군.”, 양 중령의 말이 귀에 남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발렌슈타인 소령을 적으로 돌리고 싶지 않습니다……. 반플리트 4=2에 가는 것이 결정 된 건 어제였습니다.


  그런데 소령은 불과 이틀만에 전쟁 전개를 시뮬레이트하고 있습니다. 꽤 정밀하게 예측하고 있는 건 틀림없겠죠.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까지 수를 쓰고 있을 리가 없습니다. 아마도 우주함대 총사령부라도 소령만큼 반플리트에서 일어날 전투를 시뮬레이트하고 있는 참모는 없을거라 생각합니다.


  물자, 무기, 부대……. 그 모든 수배를 하는 것과 동시에 양 중령을 제 5함대에 배속했습니다. 그리고 제국군 장성 리스트……. 발렌슈타인 소령은 어떤 단순한 것도 손대중하지 않고 이길 생각인 겁니다.


  사자박토, 그런 속담이 뇌리에 떠올랐습니다. 사자는 토끼 같은 약한 동물을 잡을 때에도 전력을 다한다. 그런 의미였다고 생각합니다. 제국군이 약하다곤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설령 제국군이 약하더라도 소령은 이기기 위해서 전력을 다하겠죠. 소령의 진정한 모습을 본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Posted by 추리닝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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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주력 794년 1월 30일. 하이네센, 후방근무본부. 미하마 사아야.


  저와 대위가 페잔에서 돌아온 건 우주력 792년 끝무렵이었습니다. 792년이 끝나 793년이 시작되었지만, 우주력 793년, 이 해는 잘 모르는 사이에 끝났다는 기억이 있습니다. 전쟁이 없었지만 왠지 모르게 바쁜 한 해였습니다.


  전쟁이 없었던 이유는 동맹도 제국도 전쟁을 할 여유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제국은 사이옥신 마약 근절과 우주함대 재편, 동맹은 사이옥신 마약 밀매 조직의 근절, 그리고 동맹 내부에 있을 터인 정보누설자의 추적……. 두 국가 모두 국내에 지뢰를 품고 있다는 걸 알았기에, 지뢰의 제거를 우선했다는 것인 듯 합니다. 덕분에 이 해는 전사자 제로라는 희한한 해가 되었습니다.


  정보누설자의 추적은 결코 간단하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정보누설자에 관해 최고기밀로서 일반시민은커녕, 경찰, 아니 정부에게도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때문에 경찰은 마약 밀매 조직 수사는 경찰의 일이라면서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국내의 수사 체제가 통일되지 않은 겁니다. 처음부터 사정을 설명했다면 협력체제를 만들었을지도 모릅니다…….


  군이 정부에 알리지 않았던 것은 정부 내부에 그 정보누설자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의심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결국 어쩔 도리 없이 시트레 본부장이 트류니히트 국방위원장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국방위원장으로부터 법질서위원장에게로, 법질서위원장에게서 경찰에게로 사정이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예상외, 혹은 예상대로의 일이 일어났습니다. 경찰이 정보누설자의 수사도 자신들이 하겠다고 말한 것입니다. 그리고 법질서위원장도 그것을 지지했기에 국방위원장과 법질서위원장 사이에서 군, 경찰 어느 쪽이 수사하는 가로 다툼이 일어났습니다.


  서로 고집과 체면을 걸고 부딪쳤습니다. 국방위원장은 군에 대하여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 법질서위원장은 경찰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 그리고 양쪽 모두 정보누설자를 밝혀 공적을 자신의 것으로 하기 위해 필사적이었습니다.


  양쪽이 말다툼을 하고 있는 사이 매스컴에 정보누설자에 대하여 흘러가버렸습니다. 순식간에 큰 소란이 되었지만 국방위원장과 법질서위원장의 주도권 다툼은 잦아들지 않았습니다. 매스컴은 두 사람의 싸움을 인의 없는 싸움이라고 말하며 재밌게 우스꽝스럽게 만들었습니다.


  수습의 기색도 없는 다툼을 잦아들게 한 것은 페잔에서 돌아온 발렌슈타인 대위였습니다. 회견을 열어 매스컴 앞에서 정보누설자가 있을 가능성을 지적하여 제 4함대 사령부에 경찰에 알리도록 진언한 건 자신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희미하게 눈물을 띠웠습니다.


  “이런 일이 되리라곤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제국과 동맹은 다릅니다. 저는 경찰이 군에 협력해 주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제 4함대 사령부도 그렇게 여겼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유감입니다.”


  예. 이 회견으로 승부가 났습니다. 경찰의 패배입니다. 순간 시청률 89%. 회견 직후에 경찰 통신회선은 마비되었습니다.


  “병신 자식들, 웃기지 말라고.”

  “너희들은 정말 나라를 사랑하는 거냐.”

  “세금 돌려내라. 이 세금 도둑놈들이.”


  한 시간 뒤에는 법질서위원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결코 군의, 발렌슈타인 대위의 배려를 무의미하게 만들지 않겠다.”

  사실상의 패배 선언입니다. 일설에 의하면 경찰은 반대했다고 합니다만, 법질서위원장은 “내가 선거에서 낙선한다면 어떻할거냐. 네 놈들이 책임 져줄거냐.”하고 노성을 질렀다고 합니다…….


  군의 대응도 신속했습니다. 법질서위원장의 기자회견 후, 시트레 본부장이 발렌슈타인 대위를 본부장실로 불러

  “군을 대표하여 귀관의 행동에 감사하네. 귀관의 용기 있는 행동이 우리들을 궁지에서, 그리고 동맹을 위기에서 구했다.”

  그렇게 말하고 대위의 어깨를 강하게 두드리고 포옹했습니다.


  트류니히트 국방위원장도 지지 않고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그는 망명자일지도 모릅니다만, 훌륭한 애국자다. 사람은 출생, 신분이 아니라 행동으로서 스스로를 주장한다. 그 행동이야말로 그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인 것이다. 발렌슈타인 대위는 그것을 우리들에게 알려주었다.”


  “나는 그가 망명자라고 해서 불이익을 입는 일은 없도록 주의할 생각이다. 그건 그 만의 문제가 아니다. 모든 망명자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동맹은 제국과 다르다. 출생이나 신분으로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다. 설령 제국에서 태어났다고 해도 동맹을 생각하는 마음이 있다면 훌륭한 동맹시민이다.”


  훌륭합니다. 대위. 저는 그 일건이 바그다슈 대위와 카젤느 대령에 대한 앙갚음이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동맹을 혼란의 궁지에 빠뜨리고, 2진도, 3진도 갈 수 없게 된 상태에서 울트라C의 필살기로 대역전한다. 마계의 대마왕도 맨발로 도망칠 정도의 악마술입니다. 당신에겐 누구도 이길 수 없습니다.


  시트레 본부장을 시작하여 동맹군의 상층부는 대위의 진ㅉㆍ 모습을 알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대위에게 감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시트레 본부장이 대위의 어깨를 강하게 두드린 것은 절반 정도 “이런 젠장”이라는 마음이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바그다슈 대위도 “잘한다 잘해”라고 중얼거렸습니다.


  독을 먹으려면 접시까지. 군 상층부는 그렇게 생각한 거겠죠. 발렌슈타인 대위를 정보부에 출장이라는 형태로 수사에 더했습니다. 저도 그에 동행했습니다. 마침 그 쯤 페잔 파티에 출석했던 것이 매스컴에 방송되어 주변의 시선이 아팠으니까.


  매스컴은 호의적으로 받아들었습니다.

  “발렌슈타인 대위, 제국에 선전포고. 그 건재함을 어필.”

  “단 혼자만의 싸움. 에리히 발렌슈타인. 그 모습.”


  그런 제목으로 매스컴은 재밌을 정도로 이상한 기사를 썼습니다. 거기에 의하면 대위는 외견은 화려하지만 내면은 강직한 비극의 영웅으로 저느 그를 공사에 따라 헌신적으로 지지하는 활기찬 여성이라는 듯 합니다. 이미지란 참 무서워.


  체제가 갖춰지니 수사 그 자체는 순조롭게 진행되었습니다. 정보누설자는 국방위원회에 있었습니다. 당초, 국방위원회가 정보 누설원이라고 알았을 때, 수사본부는 긴장에 빠졌습니다만, 정보누설자는 정치가도 군인도 아니었습니다. 민간에서 채용된 여성 사무원으로, 그녀에겐 연인이 있었습니다만, 그 연인이 마약 밀매 조직과 연결되어 있었던 겁니다.


  정치적인 배경은 없었고, 그녀는 스파이도 아니었습니다.

  “나쁜 일이라곤 생각했지만 그를 잃고 싶지 않았다.”

  체포된 직후 그녀의 말입니다. 그녀는 이미 30세가 지난 독신이었습니다. 연인을 잃고 싶지 않다. 그런 마음을 이용 당한 거겠죠.


  어리석다곤 생각하지만 그녀를 경멸할 순 없었습니다. 한 번 싸움으로 적어도 20만, 많으면 100만 단위로 젊은 남성이 전사하는 겁니다. 긴 싸움으로 남성이 여성에 비해 압도적으로 적어졌습니다. 결혼할 수 없는 여성이 계속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정부의 일부에선 중혼, 일부다처제를 인정해야 된다는 의견마저 나오고 있습니다만, 여성을 바보로 삼는 일이라고 반대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현 상태를 어떻게 하겠냐고 묻는다면 좀처럼 대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이번 사건은 현재 사회모순이 만들어낸 거겠죠. 단지 어리석다는 말로 끝날 일은 아니리라 생각합니다…….


  정보누설자는 채포, 마약 밀매 조직은 주요 간부를 체포하여 조직은 괴멸……. 수사가 끝나고 후방근무본부에 돌아가니 발렌슈타인 대위는 발렌슈타인 소령이 되었습니다 사건 해결을 위해 큰 행동을 보였다는 겁니다.


  아무래도 트류니히트 국방위원장의 강한 추천이 있었다고 합니다. 저는 중위인 상태입니다만, 불만은 없습니다. 그리 큰일은 하지 않았고, 여기에서 승진이라도 한다면 더더욱 주변의 시선이 엄해집니다.


  발렌슈타인 소령은 제 곁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빙그레 웃음을 띠우면서 코코아를 마시고 있습니다. 이 극악 사디스트! 이번 사건은 소령의 일인 승리였습니다. 페잔에선 불쌍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이번 한 건으로 저의 소령에 대한 평가는 최강, 최흉, 최악에 극악비도, 만악의 근원을 추가하게 되었습니다.


  “소령, 슬슬 시간입니다.”

  “알겠습니다. 가보도록 하죠.”

  저와 소령은 카젤느 대령의 방으로 불렸습니다. 그다지 좋은 예감은 들지 않습니다. 거기에 불리면 꼭 마땅치도 않은 일을 맡게 됩니다. 제 4함대, 페잔…….


  방에 들어가니 카젤느 대령이 의자에 앉도록 권했습니다. 오늘은 양 중령은 없습니다. 어쩐지 안심했습니다. 발렌슈타인 소령과 양 중령은 어딘지 모르게 서로 견제하는 느낌이 있기에 함께 있으면 굉장히 피곤해집니다.


  “발렌슈타인 소령. 미하마 중위. 귀관들은 반플리트 4=2에 있는 후방기지에 가게 되었네.”

  그 순간 발렌슈타인 소령의 표정이 굳었습니다. 역시 소령은 전선에 나가는 걸 바라지 않습니다. 언젠가 제국으로 돌아가기 위해서겠죠.


  “최근 제국군이 반플리트 성역 근처에 초계부대를 빈번하게 보내고 있는 것 같아. 후방기지를 만든 이래로 우리 군 함정도 반플리트 성계를 자주 드나들고 있지. 기지가 있다는 건 모르고 있는 것 같지만, 우리들이 반플리트 성계를 기점으로 뭔가 군사행동을 일으키려고 하고 있다. 제국군이 그렇게 생각한다 해도 이상하지 않아.”


  소령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카젤느 대령의 말을 듣고 있습니다. 표정은 굳은 채입니다.

  “기지사령관은 싱클레어 세레브레제 중장이지만. 중장은 후방지원에 관해선 다른 이들에게 뒤떨어지지 않지만 실전 경험은 거의 없어. 따라서 전투가 일어났을 때를 대비하여 유능한 작전참모가 필요하다고 말해왔다.”

  다시 말해 그 작전참모가 소령과 저?


  “기지에는 달리 믿음직한 방위지휘관들이 있지 않습니까?”

  발렌슈타인 소령의 질문에 카젤느 대령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습니다.

  “분명 그렇지만 그들은 실전경험이 없는 세레브레제 중장에게 완전히 승복하고 있지 않아. 중장 자신이 그것을 느끼고 있어.”


  다시 말해 중장을 도와 방위사령관들을 명령에 따르도록 하는 것이 일? 그걸 소령에게? 조금 계급이 낮지 않아?

  “소관은 아직 소령입니다. 그런 조율하는 역할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만?”

  “귀관은 동맹의 영웅이다. 방위사령관들이 귀관을 무시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긴 힘들군.”


  소령은 잠자코 입술을 깨물고 있습니다. 조금 지나서 천천히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소관은 몸이 건강하지 않습니다. 전투가 벌어지면 육체적으로 무리를 하지 않으면 안 될 때도 있겠죠. 그걸 할 수 없다. 반대로 주변에 민폐를 끼치게 된다. 그렇게 생각했기에 보급담당 사관이 된 겁니다.”


  발렌슈타인 소령이 말한 대로, 소령은 결코 건강한 편이 아닙니다. 매달 한 번은 몸이 안 좋아서 일을 쉬고 있습니다.

  “달리 사람이 없는 것이야. 소령. 후방지원의 능력, 그리고 작전참모로서의 능력. 그 양쪽을 높은 레벨로 갖춘 사관이라고 한다면……. 세레브레제 중장은 그런 인물을 바라고 있어. 게다가 이건 타진이 아니야. 결정이다. 시트레 본부장이 추천하여 트류니히트 국방위원장도 찬성했다. 거부는 할 수 없어.”


  “…….”

  “소령. 귀관은 이걸 보복이라고 생각할지도 몰라. 하지만 그건 오해다. 분명 그 때 우리들은 귀관의 행동에 분노했다. 하지만 화가 난 건 귀관도 마찬가지겠지. 그렇게나 스파이가 아니라고 말해도 우리들이 믿지 않았으니까.”


  카젤느 대령의 말을 소령은 잠자코 듣고 있습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화가 나도 참고 견딜 뿐이겠지. 하지만 귀관에겐 반격할 수 있을 만한 힘이 있었다……. 그리고 최종적으론 우리들을 구해줬다. 분명 귀관은 우리들의 적이 아니야.”


  “……소관의 실전지휘능력 따위 대단한 게 아닙니다.”

  “그럴 리가. 귀관은 미하마 중위와 전술 시뮬레이션을 하고 있지? 그녀의 능력은 결코 하찮은 게 아냐. 하지만 귀관은 그녀를 간단하게 격파하고 있어.”


  소령은 저를 힐끔하고 봤습니다. 무심코 몸을 움츠릴 것 같은 시선이었습니다.

  “군 상층부는 귀관의 능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네. 그리고 그 능력을 동맹을 위해 적극적으로 써야한다고 생각하고 있어.”

  “…….”


  잠시동안 침묵이 있었습니다. 소령은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고 있습니다. 자고 있는 건 아닌가 생각할 정도로 조용하지만 양손은 뭔가를 참는 듯이 굳게 쥐고 있습니다.

  “소관이 요구하는 것을 모두 준비해주실 수 있습니까?”

  “모두?”

  “물자, 무기, 사람……, 전부입니다.”


  카젤느 대령은 끄덕이고 천천하게 소령에게 대답했습니다.

  “알았다. 약속하지. 반드시 준비하겠어.”

  “……반플리트 4=2로 가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소령은 일어서서 카젤느 대령에게 경례했습니다. 저도 서둘로 자리에서 일어나 경례했습니다. 저의 경례가 끝나기 전에 소령은 몸을 돌려 방 밖으로 나가고 있었습니다.



■ 우주력 794년 1월 30일. 하이네센, 후방근무본부. 에리히 발렌슈타인.


  정말인가? 정말로 반플리트 4=2로 가는 건가? 가면 라인하르트와 싸우게 된다. 그래도 가는 건가? 미래의 은하제국 황제와 싸운다? 제정신이 아니군……. 그 남자에게 이길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는 건가? 자만하지 마라. 너 따위 그 황금사자 앞에선 무력한 토끼나 마찬가지다…….


  갈 수밖에 없겠지……. 아무리 바란다 할지라도 명령이라고 한다면 갈 수밖에 없다. 하물며 이 명령이 반드시 일리 없는 것도 아니다. 카젤느 대령은 이쪽의 요구를 전부 들어주겠다고 말하고 있다.


  반플리트 4=2인가……. 기지에는 헤르만 폰 뤼네부르크, 라인하르트 폰 뮈젤, 지크프리트 키르히아이스가 공격해 온다. 그들과 싸운다…….


  원작대로 간다면 나는 전사던가 포로겠지. 포로가 되어도 망명자다. 제국에게 있어선 배신자. 그렇다면 장난감처럼 다뤄지다가 죽을 뿐이겠지. 그리고 사아야도 포로가 된다. 젊은 여성 포로에게 기다리고 있는 미래는 결코 밝지 않다. 비참한 것이 되겠지…….


  죽는 건가? 그걸로 괜찮은 건가? 내가 죽는다면 어떻게 되나? 카스트로프는 기뻐하겠지. 그리고 많은 제국인은 배신자가 죽었다고 기뻐할 것이 틀림 없다. 슬퍼하는 건 뮐러를 포함한 극히 일부겠지…….


  시트레나 트류니히트는 표면상으로 슬퍼하겠지만, 나의 죽음을 이용할 방법을 생각하겠지. 살아있는 영웅보다 죽은 영웅 쪽이 훨씬 얌전하고 이용하기 편하다. 빌어먹을…….


  ……죽을 수 없지. 녀석들이 기뻐할 일을 하다니. 절대로 그럴 순 없다. 나는 이긴다. 절대로 이긴다. 라인하르트는 전쟁의 천재일지도 모르지만, 아직 준장이다. 200척 정도의 소함대를 이끄는 지휘관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꼭 상부의 신임을 받고 있는 것도 아니다. 하기에 따라서 이길 수도 있을 것이다.


  만일 그렇게 되면 역사를 바꾸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게 어떻다는 건가? 황제는 우주에 한 명밖에 없다. 편하게 황제가 될 수 있을 리가 없는 것이다. 라인하르트도 알고 있겠지. 내게 짓밟힐 정도라면 라인하르트도 그 정도의 남자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일 뿐이다. 황제 따위 삐에로의 허언에 불과하다…….


  돌아갈 수 없게 되겠군. 아마도 나는 제국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된다. 뮐러, 페르너, 키슬링. 미안해. 아무래도 너희들의 노력은 쓸모없어질 것 같다. 하지만 그래도 난 죽을 수 없어. 살아가지 않으면 안돼. 그러니, 전장에서 만난다면 날 죽이는 걸 망설이지마. 나는 망설이지 않는다. 이제부터 진짜 적이 되는 거다…….



■ 우주력 794년 1월 30일. 하이네센, 후방근무본부. 미하마 사아야.


  카젤느 대령의 개인실에서 우리들의 책상으로 돌아온 후 발렌슈타인 수령은 양손을 꼬아 이마에 붙이고 눈을 감았습니다. 마치 기도하는 것 같은 모습입니다. 어쩌면 정말로 기도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제국과 싸울 수밖에 없어진 자신의 운명을 저주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설마 이런 곳에서 그 시뮬레이션 결과가 이용 될 줄은 몰랐습니다. 분명 소령은 저에 대해서 화내고 있을 겁니다. 기도를 계속하는 소령을 저는 바라볼 수 없었습니다. 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렸습니다.


  “미하마 중위, 지금부터 말하는 것을 리스트업해주세요. 그리고 카젤느 대령에게 전달해주세요. 발렌슈타인이 요구하고 있다고…….”


  고개를 올리니 소령이 절 보고 있습니다. 안색이 창백합니다. 하지만 그 얼굴에는 미소가 있습니다. 평소와 같은 부드러운 미소가 아닙니다. 고통에 젖어 울 것 같은 미소입니다. 보고 있을 수 없어 고개를 숙입니다. 작은 목소리를 내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예…….”


  소령이 필요한 것을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무기질적인 말투로 막대한 양의 병기, 물자, 사람의 이름을 말하기 시작합니다. 소령은 진심으로 싸우려고 하고 있습니다. 전쟁이 시작된다고 새삼스럽게 실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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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주력 792년 10월 27일. 페잔. 미하마 사아야.


  “대위, 진심이신가요?”

  “예. 진심입니다.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만. 중위는 제 약혼자라는 설정입니다. 말을 맞춰주세요.”

  “예…….”


  무심코 한숨이 나왔습니다. 대위, 알고 계시나요? 그야 17세라도 약혼은 가능해요. 하지만 그 약혼자가 저? 저보다 3살이나 연하인 약혼자라니……. 주변이 어떻게 생각할지……. 엉덩이로 깔았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테죠.


  대위가 파티에 간다고 했던 때, 당연합니다만 저와 비오라 대령은 반대했습니다. 저는 대위의 스파이 용의가 완전히 풀린 게 아니기에 그런 대놓고 의심을 부르는 듯한 일은 위험하다고 생각해서 반대했습니다.


  한편, 비오라 대령은 망명자인 대위가 제국 고등 변무관저에 가는 건 위험하다는 이유였습니다. 제국은 지금 사이옥신 마약사건으로 신경이 바싹 곤두서 있다는 듯 합니다. 하물며 대위는 그 사이옥신 마약사건의 당사자입니다. 가선 안 된다고 반대했습니다.


  하지만 대위는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어째서입니까.”라고 물으니 대위는 “제가 무사하다는 걸 제국 녀석들에게 보이지 않으면 안 되니까.”라고 말해 입을 막았습니다.

  심술? 그런 짓, 하지 않아도 되는데…….


  결국 제가 동행하게 되었습니다. 제 역할은 감시역. 평소와 전혀 다를 바 없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적진에서 감시역입니다. 설마 제가 제국 고등 변무관저에서 첩보전을 펼칠 날이 오다니……. “미하마 사아야 중위, 위기일발.”, “사랑과 음모의 페잔”, 그런 문장이 뇌리에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지금, 저와 대위는 제국 고등 변무관저를 향해서 걷고 있습니다. 약혼자답게 대위와 팔짱을 끼고……. 앞으로 100미터 정도만 가면 제국 고등 변무관저에 도착하겠죠. 지나치는 사람들이 저와 대위를 봅니다. 저희들은 군복을 입고 있지 않습니다. 파티에 출석하기 위해 정장을 하고 있습니다.


  대위는 흑색 정장, 저는 적색 드레스에 연보라색 숄, 그리고 흑색 하이힐을 신고, 브랜드품의 핸드백, 목걸이, 반지, 귀걸이를 몸에 걸고 있습니다. 물론 사유품은 아닙니다. 대위가 제게 사준 물건입니다. 남자에게 이렇게 많은 걸 받은 건 처음이야! 솔직하게 감사했습니다. 하지만 가슴이 절반쯤 보이다니 조금 야해…….


  제 급료의 3개월분 정도의 비용이 들었습니다만, 대위는 아무렇지도 않았습니다. 부자로군요. 30만 제국 마르크나 가지고 있으니까요. 여자애들이 소란피울만 합니다. 귀엽고, 부자고, 게다가 영웅……. 대위에게 이것저것 받았다는 걸 그들이 알면 또 시기하겠죠. 어떻하지…….


  제국 고등 변무관저의 입구엔 파티에 출석하는 남녀들로 혼잡했습니다. 아마도 페잔에 있는 제국인 명사, 그리고 페잔의 명사가 모여있겠죠. 모두 나름대로 연배가 있는 사람이 많습니다. 저와 대위처럼 젊은 커플은 달리 보이지 않습니다. 그들도 저희들을 수상쩍다는 듯이 보고 있습니다.


  대위는 신경 쓰지도 않고 접수처로 향했습니다. 평소에도 생각하는 겁니다만, 발렌슈타인 대위는 놀랄 정도로 당황하는 일이 없습니다. 어째서 그렇게 침착할 수 있는 걸까요. 저에겐 도저히 흉내낼 수 없습니다. 그런 부분이 귀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발렌슈타인 대위가 안주머니에서 초대장을 꺼내고, 접수인에게 꺼냈습니다. 접수인은 초대장을 확인하기 시작했습니다. 괜찮을까요? 저에겐 저 초대장이 사형집행 명령서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접수인인 젊은 여성은 빙그레 웃으며 발렌슈타인 대위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실례합니다만, 성함을 알려주시겠습니까?”

  대위는 접수인에게 지지 않을 정도로 빙그레 웃었습니다.

  “자유행성동맹군, 에리히 발렌슈타인 대위입니다.”


  그 순간 제 주변이 얼어붙었습니다. 모두가 괴물이라도 본듯한 눈으로 저희들을 봅니다. 그리고 저희들에게서 거리를 벌리기 시작했습니다. 접수인인 여성도 표정이 굳으며 저희들을 보고 있습니다. 아마도 제 얼굴도 경련하고 있겠죠. 웃음을 띠우고 있는 건 발렌슈타인 대위뿐입니다.


  “그 초대장에 수상한 점이라도 있습니까?”

  빙그레 웃으며 발렌슈타인 대위가 물었습니다.

  “아, 아뇨. 그렇지 않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습니까?”


접수인 여성이 서두르며 안으로 들어갑니다. 아마도 위에 보고하러 가는 거겠죠. 뭐, 무리도 아닙니다. 지금까지 동맹에서 파티에 출석자가 온 적은 한 번도 없었을 테니까.  


  접수인이 돌아오기까지 10분 정도가 걸렸습니다. 그 10분은 뭐라고 말할 수 없는 10분이었습니다. 누구도 저희들의 곁에 오려고 하지도 않고, 시선을 맞추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틀림없이 저희들을 의식하고 있습니다. 정신이 배겨날 수 없는 10분이었습니다.


  접수인이 얼굴을 굳힌 채로 돌아왔습니다. 부탁해요, 부탁이니까 파티 참가는 인정할 수 없다고 해주세요. 전 기쁘게 약혼자를 데리고 돌아가겠습니다. 옷도 받았고, 장신구도 받았어요. 제겐 아무런 불만도 없습니다.


  “기다리셨습니다. 발렌슈타인 대위. 그쪽 귀부인의 성함을 알려주시겠습니까?”

  “미하마 사아야. 제 약혼자입니다.”

  “감사합니다. 모쪼록 안으로 들어오세요.”


  세상 속은 불공평하다고 생각한다. 제 소원은 좀처럼 들어주지 않으면서 대위의 소원은 뭐라도 간단하게 이뤄진다. 하느님이 편애하고 있다고밖엔 생각할 수 없습니다. 아니면 편애하고 있는 건 악마?


  파티 회장에 들어갔습니다. 커다란 회장이었지만 저희들이 들어간 순간 회장 사람들이 모두 저희들에게 시선을 향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시선이 아픕니다……. 그리고 여기에서도 저희들의 곁에는 아무도 오지 않았고, 말도 걸지 않았습니다. 멀찍이서 둘러싸서 보며, 귀를 세우고 있을 뿐입니다.


  그 상태는 파티가 시작해서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대위는 빙그레 웃음을 띠우면서 오렌지 쥬스를 마시고 있습니다. 미성년이기에 술을 마시지 못하는 게 아닙니다. 파티 회장은 적진이라며 비오라 대령이 충고해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도 오렌지 쥬스를 마시고 있습니다.


  잠시 시간이 지나고 나서였습니다. 대위가 갑자기 “춤추죠.”라며 제게 권했습니다. 조금 망설였습니다만, 작은 목소리로 “약혼자답게 행동해 주세요.”라고 대위에게 듣고서 결심했습니다. 홀로 나와 한 곡만 댄스를 추었습니다.


  춤을 끝내고 홀에서 돌아오니 대위가 제게 말을 걸었습니다.

  “그렇다곤 해도 제국인이란 여성에 대한 매너가 없군요. 당신에게 댄스를 권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니. 실례 천만입니다.”


  결코 큰 목소리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귀를 세우고 있던 주변 사람들에겐 충분히 들릴 만한 크기였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저희들에게 말을 거는 남성이 나타났습니다.

  “발렌슈타인 대위. 그쪽 프로이라인에게 댄스를 청하고 싶습니다만?”


  댄스를 청한 것은 장신의 젊은 군인이었습니다. 잿빛 머리카락과 잿빛 눈동자가 인상적인 사관입니다. 꽤 훈남. 상냥한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귀관의 이름은?”

  “말이 늦었습니다. 소관은 나이트하르트 뮐러 중위입니다.”


  발렌슈타인 대위는 저와 뮐러 중위를 보고 끄덕였습니다. 뮐러 중위에게 허락한 것인가, 아니면 저에 대해 춤추고 오라는 것인가, 잘 모르겠습니다만, 뮐러 중위는 저를 홀로 권했습니다.


  괜찮을까요? 저희들이 댄스를 추고 있는 사이에 대위가 누군가와 접촉한다면? 방금 대위의 말은 그 때문에? 있을 수 없는 일은 아닙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망설이고 있으니.

  “괜찮습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즐기고 오세요.”

  하고 대위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그 소리에 밀리듯이 저는 뮐러 중위와 홀로 향했습니다.


  뮐러 중위와 춤추기 시작했지만, 저는 대위가 신경 쓰여서 몸둘바를 몰랐습니다. 정말로 괜찮아?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 뮐러 중위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프로이라인. 당신은 정말로 에리히의 약혼자입니까?”

  “……에리히?”


  무심코 뮐러 중위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습니다. 중위는 부드럽게 미소짓고 있습니다. 에리히? 대위? 이 사람, 대위의 지인?“

  “아무래도 아닌 것 같군요. 뭐, 저 목석에게 그리 간단히 연인이 생길 리가 없나…….”

  “저, 뮐러 중위, 당신은…….”


  “에리히와는 사관학교에서 동기생이었습니다. 그는 제 친우입니다.”

  “…….”

  “에리히는 다른 분들과 잘 지내고 있습니까?”

  “예에.”

  거짓말이 아닙니다. 후방근무본부의 여성병사들은 모두 그에게 몰두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까. 다행입니다. 그것만이 걱정이었습니다.”

  “…….”

  “저는 그를 지키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저 녀석은 망명했습니다. 제게 폐를 끼치기 않기 위해서…….”


  애절해지는 말투였습니다. 이 사람은 스스로를 탓하고 있습니다. 대위를 지키지 못했다고 후회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키지 못했다? 그래서 대위는 망명했다? 무슨 일이지? 대위는 죽을 뻔해서 망명한 건 아닌가?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


  “이런 건 당신에게 부탁할 일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당신 외에는 부탁할 사람이 없습니다. 저 녀석에게 전해주세요.”

  뮐러 중위는 빤히 절 바라봤습니다. 이런 눈으로 바라본다면 도저히 거절할 수 없습니다.


  “뭔가요?”

  “안톤과 귄터가 예의 건을 조사하고 있다. 반드시 널 제국으로 돌아오게 해주겠다. 그러니 건강하게 있으라고……. 부탁합니다.”


  전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제국에는 대위의 귀환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것만이 아닙니다. 그 때문에 움직이는 사람도 있다는 듯합니다. 아마도 대위도 그것을 알고 있는 거겠죠. 언젠가 자신은 제국으로 돌아간다……. 따라서 전선으로 나가고 싶지 않다. 제국군과의 싸움을 바라고 있지 않다…….


  대위가 어째서 여기에 왔는지도 어렴풋이 알 수 있었습니다. 대위는 자신이 무사하다는 것을 뮐러 중위에게 보이고 싶었던 거겠죠. 그 때, 두 사람은 마치 초대면을 한 것처럼 대화했습니다. 분명 둘이서 대화하고 싶었을 텐데…….


  하지만 대위는 직접 뮐러 중위와 말을 나눌 수 없습니다. 말을 나누면 서로에게 좋지 않은 일이 생깁니다. 따라서 댄스를 이용하요 저와 뮐러 중위를 접촉하게 했습니다. 절 통해 자신이 건강하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 그리고 중위는 저에게 대위를 향한 전언을 의뢰하려고 했다…….


  이것이 첩보전? 화려한 액션도 음모도 냉혹함도 없습니다. 오로지 애절함과 친우를 걱정하는 마음, 그것만이 넘치고 있습니다. 이 얼마나 따뜻한지, 얼마나 애절한지……. 그리고 그것에 닿은 전 어떻게 해야 좋을지…….


  댄스가 끝났습니다. 저와 뮐러 중위는 발렌슈타인 대위에게 돌아갔습니다. 대위는 부드러운 표정으로 오렌지 쥬스를 마시고 있습니다.

  발렌슈타인 대위. 프로이라인을 돌려드립니다.“


  뮐러 중위의 말에 발렌슈타인 대위는 담담히 끄덕입니다. 뮐러 중위도 아무말도 않고 저희들에게서 떨어집니다. 두 사람 모두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어쩔 수 없이, 무심코 말이 흘러나왔습니다.

  “대위, 괜찮겠습니까?”


  뮐러 중위에게도 들렸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중위는 말을 멈추지 않습니다. 그리고 발렌슈타인 대위도 오렌지 쥬스를 부드러운 표정으로 마시고 있습니다. 애절해서 눈물이 나올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울 수 없습니다. 제가 울면 모두 의심스럽게 생각하겠죠. 그렇게 되면 대위에게도 중위에게도 폐를 끼치게 됩니다. 그러니 울 수 없습니다……. 그로부터 몇 명인가의 제국 군인이, 페잔인이 댄스를 청했습니다. 저는 그 모두에 웃음으로 대하고, 댄스를 췄습니다.


  파티가 끝나고 동맹 고등 변무관저로 돌아가는 도중, 걸어가며 대위가 물었습니다.

  “중위. 나이트하르트는 뭔가 말했습니까?”

  “대위를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안톤과 귄터가 예의 건을 조사하고 있다고, 반드시 대위를 제국으로 돌아올 수 있게 하겠다고…….”


  대위는 담담히 듣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위를 지키지 못했다고 후회하고 있었습니다.”

  “…….”

  대체 두 사람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그렇게 묻고 싶었다. 하지만 듣지 못했습니다. 대위는 조금 고개를 숙이고 걷고 있습니다. 물어보지 못했습니다…….


  “대위를 에리히라고 부르고 있었어요. 친우라고도 말했습니다.”

  깊은 의미는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뭔가 말하지 않으면 참을 수 없어서 말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도 발렌슈타인 대위는 발을 멈췄습니다. 저도 발을 멈춥니다. 정면을 보는 채로 대위가 허무한 표정으로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곁에 있다는 걸 알고 있는 걸까요?


  “에리히, 입니까……. 절 그렇게 부르는 사람은 동맹엔 없습니다.”

  “…….”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이 없다. 그것이 이렇게나 쓸쓸한 것일줄은 몰랐습니다.”

  “……”


  대위가 다시 걷기 시작했습니다. 저도 뒤를 쫓습니다.

  “5년 전, 전 양친을 귀족에게 살해당했습니다. 그 때, 저는 모든 걸 잃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제 잃을 건 없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저에겐 아직 소중한 것이 있었습니다……. 나이트하르트, 안톤, 귄터, 전 쓸쓸합니다. 경들을 만나지 못하는 것이 정말 쓸쓸합니다……. 하지만, 부탁이니 부탁은 하지 말아줬으면. 경들이 살아있어준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니. 그러니, 저에 대한 건 잊어버렸으면…….”


  그렇게 말하고 대위는 고개를 숙이고 발을 서둘렀습니다. 어쩌면 울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조금 떨어져서 대위의 뒤를 쫓았습니다. 전 대위가 울고 있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습니다. 대위에겐 웃음이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설령 그 웃음이 무섭게 느껴져도, 웃는 쪽이 훨씬 어울립니다…….


  전 지금까지 대위를 망명자라고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망명자라는 존재가 어ㄸᅠㄴ 것인지 모르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망명자가 버리는 것은 나라만이 아닙니다. 친구도, 추억도, 전부 잃고 맙니다. 그것이 얼마나 쓸쓸한 일인가……. 대위는 언제나 웃음을 띠우고 있습니다만, 어떤 기분으로 웃음을 띠우고 있는 것인가…….


  바그다슈 대위. 오늘 미하마 사아야 중위는 제국을 상대로 처음으로 첩보전을 펼쳤습니다. 첩보전은 제가 상상했던 것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따뜻하고, 애절하고, 울고 싶어지는, 그런 첩보전이었습니다.


  대위, 오늘 있었던 일은 보고하지 않겠습니다. 배신한 건 아닙니다. 단지 보고하고 싶지 않을 뿐입니다. 어떤 말을 쓴다 할지라도 그들의 따뜻함, 애절함을 설명할 수 있으리라 생각할 수 없고, 그들의 마음을 더럽히고 싶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건 정보부원으로선 잘못되어 있어도, 사람으로선 올바른 모습이라고 전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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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주력 792년 9월 24일. 후방근무본부. 미하마 사아야.


  무거운 공기가 방을 짓누릅니다. 대위는 어딘지 곤란한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양 중령과 만났을 당초의 기뻐하는 웃음은 없습니다. 카젤느 대령이 상황을 수습하듯이 말을 꺼냅니다.


  “자, 그러지 말고 일단 앉게나. 그래서야 이야기도 할 수 없어.”

  발렌슈타인 대위는 절 보고 희미하게 끄덕였습니다. 그리고 조립식 간략의자를 두 개 준비했습니다. 이런 부분은 의외로 상냥합니다. 그보다도 입만 열지 않으면 꽤 상냥해 보입니다.


  양 중령은 저희들이 앉으니 의자에 허리를 내렸습니다. 표정은 여전히 딱딱합니다.

  “미하마 중위지요? 양 웬리입니다.”

  “만나서 영광입니다. 양 중령.”

  빙긋 미소 지으니 양 중령도 어색하긴 하지만 웃음을 보였습니다.


  양 중령. 엘 파실의 영웅. 우주력 788년, 엘 파실 성계에서 제국군과의 전투가 일어났으나 동맹군은 패배. 행성 엘 파실은 제국군에게 포위되었습니다. 그 때 제국군의 눈을 속이고 엘 파실 주민 300만과 탈출한 것이 당시 아직 중위였던 양 중령입니다. 그때 저는 사관학교의 생도였지만 젊은 영웅의 탄생에 정말 흥분했던 것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자리의 분위기가 풀렸다고 생각했던 걸까요. 카젤느 대령이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귀관들을 오게 한 것은 새로운 임무에 임해줬으면 해서다.”

  새로운 임무……. 대체 뭘까요? 또 어딘가의 함대에 타게 되는 걸까요? 그리고 제국군의 눈을 돌리기 위한 미끼?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듭니다.


  발렌슈타인 대위는 카젤느 대령과 양 중령을 번갈아 봅니다. 조금 고개를 갸웃하는 것을 보면 납득하지 못한 거겠죠. 저와 마찬가지로 의문을 품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페잔으로 가게나. 대위가 매스컴 때문에 지긋지긋해하는 건 알고 있어. 머리를 식히는 셈치고 잠시 하이네센에서 떨어지는 것도 좋겠지.”

  “…….”

  대위는 잠자코 듣고 있습니다.


  “옛날 이 녀석도 엘파실의 영웅 취급을 받아서 크게 고생했지. 그 때도 머리를 식히기 위해서 여러 가지를 했었어.”

  “…….”

  발렌슈타인 대위도 양 중령도 침묵하고 있습니다. 공기가 무겁습니다……. 카젤느 대령도 곤란해하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입니까?”

  마음 잡고 물어보니 대령이 살았다는 듯이 말을 계속했습니다.

  “그래. 브루스 애쉬비 원수의 일이라던지말야…….”

  “애쉬비 원수!”


  브루스 애쉬비 원수! 제국과 긴 세월을 싸워왔지만, 그 전쟁 속에서도 가장 활약한 군인 중 한 명입니다. 수많은 전기나 영화가 만들어졌고, 원수가 전사한 12월 11일은 전승기념일로서 휴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애쉬비 원수의 일이라니 뭘까? 어떤 조사?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을 때입니다. 발렌슈타인 대위가 입을 열었습니다.

  “페잔에는 무슨 일인가요?”


  조용한 목소리입니다. 하지만 목소리에는 어딘가 조바심이 엿보입니다. 대위에게 있어서 애쉬비 원수의 일은 아무래도 좋은 일이겠죠. 그보다도 양 중령의 침묵이 신경쓰이는 걸지도 모릅니다.


  “물자의 조달이다.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냐. 어디까지나 머리를 식히기 위한 일이야. 왕복으로 2개월. 충분하겠지.”

  “알겠습니다. 그럼 소관은 이걸로 실례하겠습니다.”


  대위가 의자에서 일어나 경례했습니다. 저도 서둘러 거기에 따릅니다. 그때였습니다. 그때까지 침묵하고 있던 양 중령이 말을 걸었습니다.

  “발렌슈타인 대위. 귀관은 애쉬비 원수를 어떻게 생각하나?”


  질문을 받은 것이 의외였을지도 모릅니다. 대위는 곤란하다는 듯이 잠깐 동안 양 중령을 바라봤습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입니까? 질문의 의미를 잘 모르겠습니다만?”

  “아니, 용병가로서 애쉬비 원수를 귀관은 어떻게 생각하나 궁금해서.”

  “……망명자 대위에게 국민적 영웅인 애쉬비 제독을 평가하라는 겁니까?”


  방의 공기가 다시 무거워졌습니다. 양 중령도 발렌슈타인 대위도 조용하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하고 있는데 공기가 무거워집니다. 카젤느 대령이 엄한 표정을 하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어렵게 생각하지말아. 단지 귀관의 의견이 듣고싶었을 뿐이니까.”

  “……훌륭한 전술가라고 생각합니다. 정보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기도하고……. 됐습니까?”

  “아아, 고마워.”


  대답을 끝내고서도 발렌슈타인 대위는 양 중령에서 시선을 거두지 않습니다. 이번엔 양 중령이 곤란한 표정을 띠웠습니다.

  “양 중령. 저는 스파이가 아닙니다. 중령의 적도 아닙니다. 조금 더 믿어줬으면 좋겠네요.”

  “그러길 바라는 것은 나도 마찬가지야. 귀관은 적으로 돌리기엔 위험한 인물이니까 말이지.”


  발렌슈타인 대위는 의자를 정리하고 “실례하겠습니다.”하고 말하고 방을 나갑니다. 저도 그 뒤를 따릅니다.

  “아무래도 오해하고 있군요. 곤란합니다.”

  중얼거리는 듯한 목소리였습니다. 정말로 곤란해하고 있는 걸지도 모릅니다.


  대위. 유감합니다만 오해받는 것은 하루 이틀의 소산이 아닙니다. 누구의 탓도 아닙니다. 대위 자신의 악행이 오해를 부르는 것입니다. 게다가 양 중령의 말이 반드시 틀리다곤 생각하지 않습니다. 대위가 위험인물이라는 것은 틀림 없으니까요…….


...


■ 제국력 483년 10월 6일. 오딘. 귄터 키슬링.


  가게 문을 여니 자리 깊은 곳에서 손을 흔드는 남자가 보였다. 그쪽을 향해 걷는다. 작은 가게다. 바로 그의 앞에 도착했다. 그의 정면에 앉으니 놀리는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꽤 늦지 않았나. 귄터.”

  “찾기 힘든 가게라고. 꽤 오래 찾았어.”

  내 말에 눈앞의 남자, 안톤 페르너는 쓴웃음을 지었다.


  “헌병대, 귄터 키슬링 중위라도 헤매는가? 뭐, 그런 만큼 안전하다고 생각해줘. 여기는 내가 아는 사람이 하는 가게야. 다소의 억지는 들어주지.”

  알고 있다. 지금 우리들에게 필요한 건 안전이다. 적은 강대하고 위험하다. 겁쟁이일 정도로 진중한 편이 딱 좋다.


  “귄터. 예의 사이옥신 마약 건, 사실인가?”

  나는 잠자코 끄덕인다. 안톤이 어이없다는 듯이 한숨을 흘린다. “믿을 수 없군.”그렇게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동감이다. 정말 믿을 수 없다. 기가 막힌 이야기다.


  아레스하임 성역에서 제국과 자유행성동맹을 사칭하는 반란군 사이에 전투가 일어났다. 그리고 그 싸움에서 제국군은 일방적으로 졌다. 유감스러운 일이긴 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패배가 한 번도 없었던 건 아니다. 수많은 패배 중 하나로 기록되는 걸로 끝났을 터였다.


  하지만 이번 패배는 수많은 패배의 하나로 끝나지 않았다. 반란군은 제국군이 사이옥신 마약을 소지하고 있었다고, 그 사이옥신 마약을 동맹군에 뿌리려고 했었다고 비난했다.


  “사이옥신 마약은 인류의 적이며 그것을 병기로서 이용한 제국군의 비인도적 행위는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 제국에게 있어선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었다. 부정하긴 쉽다. 하지만 부정해도 좋은 것인가? 요즘 최근, 제국 변경에선 사이옥신 마약의 오염이 확실하게 늘어나고 있다. 이번 한 건은 어딘가 거기에 엮여있지 않은가……. 이젤론 요새에 귀환한 함대의 잔존부대에 대하여 조사가 행해졌다.


  “변경성역에 볼소른 보급기지가 있어. 여기에 사이옥신 마약 제작공장이 있었지. 무인행성인데다가 변경에 있기 때문에 사람도 많이 오지 않아. 범행을 행하기엔 이상적인 장소로군.”


  “너무한 이야기다. 군인이 사복을 챙기기 위해 마약 비즈니스에 손을 더럽히다니…….”

  안톤이 얼굴을 찡그린다.

  “헌병대는 이번 건을 철저하게 조사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제국군 상층부는 이걸 기회로 변경에 퍼져있는 사이옥신 마약을 일소할 생각이야.”


  사이옥신 마약의 박멸을 군 상층부가 강하게 바라고 있는 듯하다. 방치하면 똑같은 일이 반복될 뿐이다. 군 상층부에게 있어선 악몽이겠지. 평소엔 사이가 나쁜 제국군 3장관, 군무상서, 통수본부총장, 우주함대사령장관이 일치하여 행동을 일으켰다. 철저한 수사가 이뤄지겠지.


  “귄터. 에리히는 건강한 것 같군.”

  “아아. 건강한 것 같아. 안심했어.”

  잠깐 동안 서로 말이 없어졌다. 나는 에리히에 대해서 생각했다. 이 녀석은……, 이 녀석도 그럴지도 모른다.


  에리히 발렌슈타인. 사관학교 동기생이며 친우. 누구보다도 신뢰할 수 있는 남자였지만, 약 5개월 전 반란군에 망명했다. 그 이후, 그 녀석의 소식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 회전에서 제국군이 사이옥신 마약을 썼다는 것을 밝힌 것은 에리히였다.


  반란군은 에리히가 양친을 귀족에게 잃었다는 것, 그 자신도 죽을뻔했다는 것을 선전하고 있다. 제국에게 배신당한 소년, 그런 그가 제국의 비인도적인 음모를 밝혔다. 에리히는 비극의 영웅으로서, 포학한 제국의 희생자로서 선전되고 있다.


  “예의 건, 뭔가 알았나?”

  안톤이 목소리를 낮추고 물었다. 난 잠자코 고개를 흔든다. 안톤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것이 보였다.

  “안되겠군. 아무것도 알 수 없어. 정보가 있다면 헌병대가 아니라 내무성이겠지.”

  “내무성, 다시 말해 경찰인가…….”


  에리히의 양친을 재무상서 카스트로프 공작이 죽였다. 그리고 에리히 자신도 카스트로프 공작의 부하에게 죽을 뻔했다. 에리히를 제국으로 돌아오게 하기 위해선 카스트로프 공작의 범행을 밝히고 에리히의 망명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주변이 납득하게 하는 수밖에 없다…….


  에리히의 양친이 누구에게, 어째서 죽었는가? 지금 나와 안톤은 그것을 조사하고 있다. 나는 헌병대의 힘을 이용하여, 그리고 안톤은 모시고 있는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의 영향력을 이용하여…….


  “안톤, 한가지 신경쓰이는 점이 있다.”

  “뭐지?”

  “에리히의 양친이 죽었을 때인데. 당시의 사법상서 루게 백작이 사임했다.”


  안톤은 수상쩍다는 표정을 하고 있다. 그리고 작게 “사임”하고 중얼거렸다.

  “루게 백작은 권력을 이용하여 사복을 챙기는 것밖에 흥미가 없었던 카스트로프 공작에게 강한 반감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아. 그의 방식을 ‘훌륭한 방식’이라고 비꼬았던 것 같다.”


  “그 루게 백작이 사임했다……. 관계가 있을까?”

  “모르겠어. 하지만 신경쓰인다. 확인해주지 않겠어?”

  헌병대의 일개 중위가 묻는다고 해도 문 앞에서 쫓겨날 뿐이겠지. 하지만 황제의 사위인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의 부하가 묻는다면 어쩌면 대답해줄지도 모른다. 뭔가 알고 있다고 한다면…….


  “알겠다. 한 번 해보지.”

  그렇게 말하고 안톤은 강하게 끄덕였다.


...


■ 우주력 792년 10월 27일. 페잔. 미하마 사아야.


  지금 동맹군 중위 미하마 사아야는 페잔에 도착했습니다. 당연하지만 발렌슈타인 대위도 함께입니다. 이제부터 저희들은 동맹의 고등변무관저에 가서 인사를 해야합니다.


  저와 대위가 페잔에 가는 일은 주변에 약간의 소란을 일으켰습니다. 제 4함대에 올라탔을 때엔 일단 임무? 였습니다만, 이번엔 절반 쯤 여행이라는 것은 밖에서 보기에도 일치하는 것입니다. 뭐라 해도 페잔까지는 민간선을 타고 이동하는 겁니다. 관광여행이라고 해도 대답할 말이 없습니다. 후방근무 여성사관들에게서 성대한 야유가 쏟아졌습니다.


  사관학교 동기생들도 놀리는 듯 한 연락이 왔습니다. 발렌슈타인 대위는 동맹의 영웅, 그 영웅과 페잔으로 여행……. 혼전여행이 아니냐고 놀렸습니다. 뭐, 누구라도 화낼 테고, 놀릴 것이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대위의 맨얼굴을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할 수 없을 정도로 짖궂은 사디스트, 위선자……. 저는 그가 만든 과자는 좋아합니다만, 그 자신에게 경계심을 푼 적은 없습니다……. 때때로 맛있는 다과 시간을 보낼 때는 긴가민가 합니다만, 그것도 때때로입니다…….


  애초에 제가 함께 있다는 것은 정보부는 아직 대위를 스파이라고 의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바그다슈 대위에게 물어봐도 발렌슈타인 대위에게서 눈을 떼지 마라, 어떤 작은 일이라도 반드시 보고해라는 말 뿐입니다. 언제까지 이 임무가 계속될지……. 설마하고 생각하긴 하지만, 이대로 끝까지 계속?


  페잔, 제국과 동맹 중간에 있는 중립국가. 겉으로는 제국의 자치령입니다만, 실질적으론 독립국가인 것은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서로 전쟁하고 있는 동맹과 제국 사이에서 이득을 추구하는 것에 전념하는 페잔에게는 많은 동맹인이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건 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이네센에선 눈에 띠지 않는 군복도 페잔에선 꽤나 눈에 띱니다. 발렌슈타인 대위의 군복을 주변에서 기이한 눈으로 봅니다. 저에게도 시선이 모입니다. 그다지 좋은 기분이 아닙니다. 저는 베레모를 눌러쓰고 있습니다만 대위는 쓰고 있지 않습니다. 발렌슈타인 대위가 군복을 입고 베레모를 쓰면 이상할 정도로 귀엽게 보이기 때문입니다. 본인도 그걸 신경쓰고 있는 거겠죠. 대위가 베레모를 쓰는 일은 별로 없습니다.


  변무관 사무실에 도착하니 바로 방으로 안내받았습니다. 아무래도 카젤느 대령이 변무관저의 사람들에게 저희들에 대해서 좋게 대해달라고 부탁한 것 같습니다. 덕분에 저희들에게 준비된 방은 평소라면 장관급이 사용할 방이었습니다. 카젤느 대령. 감사합니다.


  그 뒤 수석주재무관인 비오라 대령에게 인사하러 갔습니다. 대령은 장신에 비만인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도 그냥 보기에는 그다지 무거운 인상이 없습니다. 묘한 사람입니다.

  “내일부터 일주일 정도 페잔에 체류한다고 들었네. 모르는 일이 있다면 무엇이든 물어보게나. 카젤느 대령에게서도 협력하길 바란다고 들었다네.”


  “감사합니다. 그 때엔 잘 부탁드립니다.”

  비오라 대령과 발렌슈타인 대위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보고 있으면 대위는 성실하고 진지한 소년으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이 위선자. 전 속지 않으니까요.


  인사가 끝나고 방으로 돌아가고자 했을 때입니다. 발렌슈타인 대위가 이상하다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비오라 대령. 그 초대장은 뭔가요? 제국의 것으로 보입니다만.”

  저는 서둘러 비오라 대령의 책상 위를 봤습니다. 분명 제국의 문장이 들어간 초대장이 있습니다.


  “그 말대로라네. 발렌슈타인 대위. 제국의 고등변무관저에서 보낸 초대장이다. 오늘 밤 변무관저에서 파티를 연다고 하는군.”

  “가실 겁니까?”

  대위의 질문에 비오라 대령은 큰 목소리로 웃었습니다.


  “설마. 갈 리가 없지.”

  “……그럼 소관이 그 초대장을 받아도 괜찮겠습니까?”

  에? 하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저만이 아닙니다. 비오라 대령도 놀라고 있습니다. 대위, 알고 계신가요? 당신의 스파이 용의는 사라진 게 아닙니다. 그런데 파티에 간다? 대체 무슨 생각인가요?

Posted by 추리닝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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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주력 792년 9월 7일. 하이네센, 후방근무본부. 바그다슈 대위.


  후방근무본부 보급담당부 제 1국 제 1과를 방문했다. 어딘지 모르게 실내의 기가 바싹 오른 것이 느껴진다. 정면에선 카젤느 대령이 지친 표정으로 앉아 있다. 내 얼굴을 보고 한숨을 내쉰 다음 일어선다. 그리고 개인실로 발을 옮기기 시작했다. 나도 뒤를 따른다.


  방에 들어가 조립식 간략의자에 앉는다. 내가 앉는 것을 기다렸다는 듯이 카젤느 대령이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그쪽도 큰일 아닌가?”


  “벌집을 들쑤신 것처럼 난리입니다. 정보부만이 아닙니다. 헌병대, 검찰도 이 건을 조사하게 됐습니다.”

  카젤느 대령이 한숨을 내쉬었다. 한숨을 내쉬고 싶은 건 이쪽도 마찬가지다.


  “이 건에서 시트레 통합작전본부장이 책임자가 되었습니다.”

  “정말인가?”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조사가 엉망진창이 되어버립니다. 모든 수사정보는 본부장에게 모이게 됩니다. 이 수사에 혼란은 허락되지 않습니다.”

  “…….”

  대승리 직후에 스파이 적발을 위해 통합작전본부의 본부장이 수사 지휘를 잡는다. 아마도 동맹군 사상 최초로 최후의 일이겠지.


  “군 내부만이 아닙니다. 외부에 대해서도 본부장의 힘이 필요합니다.”

  “? 외부?”

  “경찰도 이 건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본래 사이옥신 마약의 적발은 경찰의 일입니다. 아마도 세력다툼이 되겠죠. 이쪽이 하나로 뭉치지 않으면 발목을 잡히게 될겁니다.”


  내 말에 카젤느 대령이 얼굴을 굳혔다.

  “회전 직후, 제 4함대가 저 성역의 경찰에게 연락을 취했습니다. 그 때문에 경찰은 꽤나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그건 또 귀찮은 짓을. 어째서 경찰에게…….”


  카젤느 대령이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동감이다. 군의 경비부대에라도 연락했으면 됐다. 군 상층부에서도 제 4함대가 경찰에게 연락한 것을 문제시하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경찰에게 연락하라고 조언한 사람이 있다……. 발렌슈타인. 그가 그 사람이라고 알았다면 대령은 어떻게 생각할까…….


  “대령. 군 상층부가 뭘 걱정하고 있는지 아시겠습니까?”

  “아니…….”

  “이 문제가 정계에 연결되어 있는 건 아닐까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카젤느 대령이 눈을 크게 뜬다. 그리고 “정말인가?”하고 작은 목소리로 묻는다.


  “함대의 배치 상황을 간단하게 알 수 있는 자. 하지만 이번 극비정보를 알 수 없었던 자……. 군령의 상층부는 아니다. 실전부대의 상층부도 아니다……. 혹시 국방위원회, 정치가가 엮여있는 것은 아닌가……. 그런 두려움을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도 있어 본부장을 위에 세웠다…….”

  카젤느 대령이 한숨을 토했다.


  “……어처구니없는 일이 되었군.”

  “덤불을 들쑤셔 뱀이 튀어나온 기분입니다. 그것도 이 뱀, 어디에 있는지, 얼마나 큰지, 아무도 모릅니다…….”

  “알고 싶지도 않아…….”

  머리를 저으며 대령이 중얼거린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기분이 울적해진다.


  “대령 쪽은 괜찮았습니까?”

  내 말에 카젤느 대령은 “어떻게든”이라며 끄덕였다.

  “밴플리트 4=2의 건을 발렌슈타인 중위가 알고 있었다. 그저께 정보부에서의 통지로 정보원은 내가 아닌가 처음엔 의심 받았다.”


  “그래서?”

  “하지만 나는 중위와 이야기할 때는 미하마 소위를 반드시 동석하게 하고 있었고, 그가 스파이일 가능성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 말이지……. 내가 흘렸을 가능성은 일단 없다고 판단되었어. 미하마 소위에겐 감사하고 있어.”

  무심코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그걸 들어서 안심했습니다.”

  “문제는 나 이외에 기밀을 흘린 인간이 있다는 점이다.”

  “…….”


  “‘자네에게만 말하는 거지만’, 그런 말을 하며 기밀을 흘린 바보가 세 명이나 있다. 달리 비슷한 예가 있는 건 아닌지 조심스럽게 조사가 행해지고 있어.”

  과연. 방에 들어왔을 때, 기가 바짝 든 느낌이 들었던 건 그때문인가…….


  “그 녀석들은 다음 이동으로 좌천이다. 뭐, 당연한 조치이긴 하지만…….”

  잠깐 동안 침묵이 흘렀다. 아마도 대령은 좌천되는 사람들에 대해서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자네에게만 말하는 거지만’, 그 특권을 사용하는 우월감은 꽤나 크다. 대령도 한 번은 그런 경험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대령. 발렌슈타인 중위는 밴플리트 4=2의 건을 스스로 조사했다고 합니다만…….”

  내 말에 카젤느 대령이 끄덕였다.


  “그의 데이터 액세스 기록을 조사했다. 여기에 배속되고 나서 일주일 정도로 밴플리트 4=2에 대해서 조사하고 있어. 조금 빠르다는 느낌도 들지만 사실이다. 그건 그렇고 꽤나 간단하게 밴플리트 4=2에서 기지를 건설하고 있다는 걸 꿰뚫어봤군.”


  조금 생각에 빠진 표정이다. 어딘지 모르게 불쾌하다는 표정으로 보인다. 혹은 운송계획에는 카젤느 대령도 관계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불쾌한 것도 당연하겠지.


  “가능한 일입니까? 그런 것이. 배속되고 나서 일주일이죠?”

  “조금 납득가지 않지만, 가능하긴 하겠지.”

  “……대령. 보여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


  나는 카젤느 대령에게 가져온 보고서를 내밀었다. A4 용지로 5장 정도의 보고서다. 대령은 받는 일 없이 보고서를 보고 있다.

  “이건?”


  “미하마 소위가 아레스하임 회전 후에 보내온 것입니다. 통칭 ‘미하마 레포트’, 하긴, 정보부에선 ‘판도라 문서’라고 불리고 있습니다만.”

  “판도라 문서?”


  “읽으시면 아실 겁니다. 아니, 대령은 이걸 읽어주셔야 합니다.”

  내 말에 카젤느 대령은 꽤나 의심쩍은 표정을 보였지만, 보고서를 받고 읽기 시작했다.


  계속 읽으면서 대령의 얼굴이 긴장한다. 손이 떨기 시작한다. 미하마 소위가 보내온 레포트는 크게 나눠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처음은 아레스하임 회전의 상세. 다음으로 발렌슈타인 대위와 미하마 소위의 회화. 그리고 마지막으로 미하마 소위의 발렌슈타인 중위에 대한 관찰…….


  “농담이겠지! 모두 알고 있었다는 건가! 이번 소란은 나와 대위에 대한 복수라고!”

  마지막까지 읽지는 않았겠지. 그보다도 마지막까지 침착하게 읽을 수 있는 사람이 있으리라 생각할 수 없다. 레포트는 대령의 손에서 구깃구깃하게 되고 있다.


  진정시켜야 한다.

  “이 보고서는 그저께 정보부에 도착했습니다. 당연하지만 정보부만이 아니라 헌병대, 감찰에게도, 시트레 본부장에게도 복사본이 넘어갔습니다.”

  “시트레 본부장에게도?”


  나는 묵묵히 끄덕였다. 대령은 머리를 감싸 쥐고 자살할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있다. 기분은 알겠다. 나도 이 레포트를 읽었을 때엔 죽고 싶었다…….

  “이곳저곳에서 노호와 비명이 올랐습니다. 시트레 본부장은 책상을 두드리며 격노했다고 합니다.”

  “…….”


  판도라 문서다. 이 보고서에는 재앙이 담겨 있다. 보고서를 읽은 사람은 모든 것을 저주하고 원망하겠지. 그리고 어째서 이 문서를 읽었는 가 후회하게 된다. 판도라의 상자에는 희망이 남아있었지만, 이 문서에는 희망따위 파편조차 없다. 에리히 발렌슈타인과 미하마 사아야. 사건 관계자에게 있어 이 두 사람의 이름은 지금은 재앙과 동의어다.


  “무리도 아닙니다. 군 내부를 뭉쳐 경찰 대책, 정치가 대책을 생각하고 있는 와중에 이 사건이 저희들에 대한 보복이라는 걸 알게 된 거니까요.”

  “죽고 싶어졌다…….”

  부탁이니까 죽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대령이 죽으면 나까지 뒤를 따라야 하게 된다. 난 아직 죽고 싶지 않다.


  “있을 수 있는 건가. 이런 일이……. 그는 아직 17세겠지? 사관학교를 졸업하고 2년도 지나지 않았어. 그런 그가 동맹군을 휘두르고 있다.”

  “…….”


  “지금부터 어떻게 되지?”

  “이대로입니다. 분명 발렌슈타인 중위의 목적은 저희들에 대한 보복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동맹군의 상층부에 스파이가 있을 가능성이 없어진 건 아닙니다. 그에게 있어선 놀이더라도 저희들에게 있어선 중대한 문제입니다.”


  정보부에서도 헌병대에서도 발렌슈타인 중위의 위험성을 외치며 그를 배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녀석들이 나왔다. 하지만 발렌슈타인은 가능성을 지적한 것이다. 그것이 어떤 동기에서 나온 것이든지 가능성을 부정할 순 없다.


  발렌슈타인 중위가 지적하지 않았다면 제 4함대는 아무것도 눈치 채지 못하고 끝났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그걸 생각하면 발렌슈타인은 동맹에게 경고를 했다고도 말할 수 있다…….


  “발렌슈타인 중위의 승진이 결정됐습니다.”

  “승진인가. 발렌슈타인 대위가 되는 것인가…….”

  어딘가 불만이라는 느낌이다. 무리도 아니다. 나도 분명 좋게 생각하고 있진 않다.


  “제국군은 밴플리트 4=2에 오지 않았습니다. 발렌슈타인 중위는 제국에게 정보를 흘리지 않았다……. 그리고 이번, 스파이에 대한 가능성을 지적했습니다. 완전하다곤 말할 수 없습니다만, 그가 스파이일 가능성은 낮다고 정보부는 판단했습니다.”

  카젤느 대령이 천천히 끄덕였다.


  “동맹군은 이번 사이옥신 마약 건을 제국군의 음모로서 철저하게 이용할 것을 결정했습니다. 발렌슈타인 중위에게도 협력하도록 합니다.”

  “협력?”


  “제국의 음모를 꿰뚫은 것은 발렌슈타인 중위입니다. 그는 양친을 제국 귀족에게 잃고, 자신도 죽을 뻔했습니다. 그 비극의 인물이 제국의 음모를 꿰뚫어 봤다. 그렇게 될겁니다. 본인은 싫어할지도 모릅니다만, 이 정도는 협력하도록 합니다.”

  카젤느 대령이 한숨을 토했다.

  “너구리와 여우의 솜씨 대결이구만…….”

  정말이다. 난 묵묵히 끄덕였다.


...


■ 우주력 792년 9월 24일. 후방근무본부. 미하마 사아야.


  승진했습니다. 오늘부터 저는 미하마 사아야 중위입니다. 아레스하임 회전에서 대승리, 제국의 음모를 밝힌 것이 그 이유라고 하지만, 전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전투를 한 것은 제 4함대 사람들이고 사이옥신 마약을 꿰뚫어본 것은 발렌슈타인 중위, 아니 대위. 저는 대위가 만든 쿠키를 먹고 차를 마셨을 뿐……. 출세라는 건 이렇게 간단한 건가요?


  아레스하임의 회전 후, 제 4함대의 사람들의 저희들에 대한 태도는 단숨에 바뀌었습니다. 그때까지는 완전한 무시였는데 회전이 끝나고 나선 힐끔힐끔 이쪽을 보다가 말을 걸면 피합니다. 그런 이상한 태도가 시종일관 지속됐습니다.


  발렌슈타인 대위는 그런 주변에 전혀 무관심이었습니다. 매일 공부와 과자 만들기, 그리고 차. 어떻게 봐도 유능한 사관으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의지력 제로의 낙오 사관입니다. 그런 대위와 함께 차를 마시고 있던 저는 색기보단 식욕이 앞서는 신참 사관. 훌륭한 낙오 콤비입니다.


  사관학교의 동기생에게서 잔뜩 메일이 왔습니다. 모두에게서 ‘축하해 사아야’, ‘해냈구나 사아야’하고 잔뜩 왔습니다. 기뻤습니다. 발렌슈타인 대위는 이런 일은 없겠지. 조금 불쌍합니다. 그래서 제가 메일을 보냈습니다. 다음 날 대위가 조금 부끄럽다는 듯이 “고마워.”하고 말했습니다. 그러고 있으면, 귀여운데.


  대위는 하이네센에 돌아와서 굉장히 바쁜 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매일처럼 군의 홍보과에게 부탁받아 매스컴의 인터뷰에 나가는 것입니다. 대위는 제국의 음모를 꿰뚫어 본 영웅으로 양친을 귀족에게 잃고 본인도 죽을뻔하여 망명한 비극의 영웅이라는 것이 되었습니다.


  저는 대위의 맨얼굴을 알고 있으니 조금 복잡한 기분입니다. 친구들도 ‘발렌슈타인 대위는 어떤 사람?’이라고 묻습니다만, 나쁜 근성의 사드, 라고는 조금 말하기 힘듭니다. 덕분에 ‘뭐, 좋은 사람이야.’라고 적당히 치장한 대답을 합니다.


  대위는 매스컴이 싫은 듯 합니다. 일이 끝난 뒤엔 운송담당과에 지친듯한 얼굴을 하고 돌아옵니다. 그리고 한숨을 내쉬고 물을 마십니다. 지긋지긋하게 느끼는 거겠죠.


  오늘은 카젤느 대령에게서 발렌슈타인 대위와 함께 개인실로 오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저는 조금 마음이 무겁습니다. 뭐라해도 예의 전언은 바그다슈 대위에게서 카젤느 대령에게 전해진 것입니다. 대령은 저희들에게 어떤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만, 사실은 어떨지…….


  대위가 방문을 노크하고 안으로 들어갑니다. 저도 뒤를 따릅니다. 안에는 선객이 있었습니다. 뒷모습만 보입니다만, 아직 젊은 남성인 것 같습니다.


  “카젤느 대령. 손님이 있는 듯 하여 나중에 오겠습니다. 중위, 나중에 오죠.”

  “예.”

  돌아가려하니 카젤느 대령이 말을 겁니다.


  “두 사람 모두 신경쓰지 않아도 좋아.”

  “?”

  “발렌슈타인 대위. 대위는 이미 면식이 있었지. 미하마 중위. 소개하지. 양 중령이다.”


  대령의 소개와 함께 뒷모습만 보이던 남성이 돌아봤습니다. 중간 체격 중간 키의 젊은 남성입니다. 이것이 양 중령? 엘 파실의 영웅? 발렌슈타인 대위와는 다른, 진짜 영웅과 만났습니다. 오늘은 굉장히 럭키.


  대위를 보니 대위도 기쁘게 미소를 직소 있습니다.

  “양 중령. 오랜만입니다.”

  “그렇군. 오랜만이야.”


  양 중령과 발렌슈타인 중위가 대화하고 있습니다. 대위는 기뻐보이는 데 중령은 어딘가 굳은 표정입니다. 대위도 미소를 띠우는 걸 멈췄습니다. 이 두 사람, 면식은 있어 보이지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방에 아무래도 무거운 공기가 떨어졌습니다. 대위, 당신 대체 무슨 짓을 한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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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주력 792년 8월 10일. 제 4함대 기함, 레오니다스. 에리히 발렌슈타인.


  “괜찮나요? 발렌슈타인 중위. 매일 이러고 있어서.”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명령에 따르고 있을 뿐이니까.”

  그렇게 말하고 나는 코코아를 한입 마셨다. 사아야는 쿠키를 손에 쥐고 입에 넣는다. ‘맛있어.’라며 눈을 가늘게 한다. 고양이 같다.


  제 4함대는 8월 1일에 하이네센을 떠났다. 나와 사아야는 그 이후 일 같은 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카젤느 대령의 말로는 참모장인 타난챠이 소장이 여러 가지 가르치기로 했지만, 소장에겐 그런 생각이 전혀 없어보였다.


  파스토레 중장에게 착임을 신고한 우리들을 향해서 “귀관들이 할 일은 아무것도 없네. 방해하지 말고 얌전히 있어라.”라고만 말하고서 무시였다. 파스토레 중장도 아무말도 하지 않는다. 이리하여 나와 사아야는 아레스하임을 향한 우아한 관광여행을 시작했다.


  매일 부엌을 빌려 쿠키나 케이크를 만든다. 그리고 사아야나 다른 레오니다스에 타고 있는 여성병사에게 차를 권하고 식당에서 잡담을 하는 것이 일과다. 한 번 타난챠이가 식당까지 와서 심술부리듯이 헛기침을 하길래 “일, 하는 게 좋습니까?”라고 물으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돌아갔다. 덧붙여 오늘은 사아야와 둘이서 다과회다.


  “이런 날이 언제까지 계속 될까요?”

  느긋한 말투로 사아야가 물었다. 또 하나 쿠키를 입에 넣는다. 이 관광여행을 만끽하고 있는 것은 나보다도 사아야겠지. 내가 차를 준비했다고 부르면 기뻐하며 식당까지 따라온다.


  “앞으로도 계속 이러겠죠. 저 사람들은 망명자가 싫은 듯하니까요.”

  사실은 다르다. 망명자가 싫은 것이 아니다. 스파이가 싫은 것이다. 혹은 스파이 용의가 있는 사람이 싫은 거라던가…….


  “공부, 잘되고 있나요?”

  “예에. 뭐.”

  나는 한가한 시간은 변호사가 되기 위한 공부를 하고 있다. 덕분에 전혀 지루하지 않다. 한가함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는 건 사아야다. 다른 여성병사와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하지만, 때때로 전술 시뮬레이션을 하자고 나를 꼬신다. 불쌍해서 지금까지 두 번 정도 상대를 했다.


  “음~, 맛있어. 이거라면 얼마든지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그건 다행입니다.”

  “다행이 아니에요. 살찌니까.”

  그렇게 말하고 사아야는 보조개를 띠우며 방긋방긋 웃었다. 귀엽네. 괜찮아. 아직 더 먹을 수 있어. 전혀 살찌지 않았어.


  동맹은 지금 밴플리트 4=2에 있어 후방기지를 건설하고 있다. 이 기지건설에 보급담당부는 전혀 관계하고 있지 않다. 기지를 건설하고 있는 건 기지운영부다. 물자의 수배에서 수송선의 운항까지 전부 기지운영부가 행하고 있다.


  운송계획도 치밀하다. 밴플리트까지 직접 가는 수송선은 없다. 적어도 두 번은 물자를 바꿔 실을 정도로 조심한다. 원작지식이 없었다면 도저히 알 수 없었겠지. 운송계획을 밴플리트에서 역으로 쫓는 것으로 겨우 이해했다. 대단한 일이다. 계획한 건 싱클레어 셀레브레제 중장일까?


  뭐, 그런 이유로 동맹으로선 제국이 밴플리트 기지건설을 눈치 채길 바라지 않는다. 따라서 제국의 눈을 밴플리트에서 돌리기 위해 아레스하임으로 함대를 움직였다는 거지만, 여기서 나를 이용하려는 생각을 한 사람이 있다. 저 나쁜 근성에 미덥지 못한 바그다슈겠지.


  내가 스파이라면 당연히 제국군의 눈은 아레스하임으로 가겠지. 밴플리트는 안전하다. 게다가 내가 하이네센에서 스파이 활동을 하는 것도 좋지 않다. 제 4함대에 격리해 두는 것이 안전하다. 그런 걸 생각한 것이 틀림없다.


  당연하지만 제 4함대 사령부에도 나에 대해서 전해뒀겠지. 스파이 가능성이 있는 내가 있는 이상, 언제 제국군이 공격해올지 모른다고. 덕분에 제 4함대 사령부에선 나를 보는 눈이 차갑다. 그런 이유로 나는 매일 과자를 만들어 차를 마시고 있는 것이다.


  유감이군. 바그다슈. 난 스파이가 아니야. 따라서 제국군의 눈은 아레스하임으론 향하지 않는다. 하지만 여기서 카이저링이 나타날 것이다. 사이옥신 마약으로 흥청망청한 바보 함대다.


  우주력 792년. 제국군 카이저링 중장의 함대가 아레스하임 성역에서 자신들보다 우세한 동맹군을 발견했다. 카이저링은 기습을 걸고자 했지만, 함대의 일부가 명령을 기다리지 않고 폭주. 수에서 지고 있는 제국군 함대는 동맹군 함대에게 반격을 받아 6할의 손상을 입고 패주한다.


  폭주의 원인은 보급책임자인 크리스토퍼 폰 바젤 소장이 함대에 가져온 사이옥신 마약이 기화하여 병사가 급성중독환자가 됐기 때문이다.


  원작대로 가면 동맹군의 대승리로 끝나겠지. 나에게도 나쁠 건 없다. 동맹의 승리는 바라마지 않던 일이다. 승리는 너희들에게 주겠다. 나는 다른 것을 받겠다. 어느 쪽이 득이 될지, 나중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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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주력 792년 8월 30일. 제 4함대 기함, 레오니다스. 미하마 사아야.


  “완승이로군.”

  “예. 이렇게까지 쉽게 이기리라곤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제 4함대 사령관 파스토레 중장과 참모장인 타난챠이 소장이 말하고 있습니다. 두 사람의 목소리는 어딘가 튀어있고 함교의 분위기도 극히 밝습니다. 저도 실전은 처음이지만, 초진이 승리여서 솔직히 기쁩니다.


  스크린에는 파괴되어 방치된 제국군 함정이 보입니다. 아레스하임 성역에서 동맹군 제 4함대는 제국군과 접촉했습니다. 동맹군 제 4함대 9천척에 대하여 제국군은 6천척. 제 4함대는 일부가 별동대로 움직이고 있었지만 그래도 적의 5할은 많은 병력. 승리는 싸우기 전부터 보이고 있었습니다.


  싱거운 승리였다고 생각합니다. 초진인 저라도 그렇게 생각할 정도의 승리입니다. 전투가 시작하자마자 제국군 함대의 일부가 다른 부대를 고려하지 않는 형태로 동맹군에게 돌진, 공격을 개시했습니다. 통제되지 않은 공격, 수에서 지고 있는 제국군 함대는 제 4함대의 반격을 받아 패주했습니다.


  발렌슈타인 중위는 평온한 표정으로 상황을 보고 있었습니다. 주변의 흥분은 전혀 상관없다는 듯이. 이미 전투는 끝났습니다. 어떤 기분일까요. 일찍이 아군이었던 자들이 패퇴하는 것을 보는 것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 중위가 입을 열었습니다.


  “사령관 각하. 포로에 대하여 확인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함교의 사람들이 중위를 바라봅니다.

  “뭘 확인하고 싶다는 겐가? 발렌슈타인 중위.”


  “제국군의 통제되지 않은 공격은 너무나도 이상합니다. 혹은 어떠한 원인으로 흥분상태에 빠졌을지도 모릅니다.”

  “어떠한 원인이라니 뭔가? 적을 보고 흥분했다고 라도 말하는 건가?”

  파스토레 제독의 비아냥거리는 말에 따르듯이 웃음이 이곳저곳에서 터져나왔습니다. 모두 중위를 바보로 보고 있습니다.


  “약물 등에 의한 흥분상태가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사이옥신 마약…….”

  발렌슈타인 중위의 목소리가 함교에 울렸습니다. 목소리로 중위의 감정은 알 수 없습니다만, 평온하고 침착한 목소리입니다.


  이번엔 모두가 시선을 교환합니다. 파스토레 중장도 타난챠이 소장도 곤란을 숨기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이옥신 마약?


  파스토레 중장과 타난챠이 소장이 시선을 교환합니다. 조금 뒤 파스토레 중장이 포로의 약물검사를 명령했습니다. 결과가 나오기까지 30분 이상 걸렸지만, 마음이 편하지 않습니다. 사령부의 사람들이 이쪽을 힐끔힐끔 봅니다. 하지만 발렌슈타인 중위는 평온해 보입니다.


  통신사인 난 소령이 보고를 받고 있습니다. 받으면서 발렌슈타인 중위를 보고 있습니다. 보고를 다 받은 뒤 난 소령이 긴장한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각하. 군의에게서 보고가 있었습니다. 발렌슈타인 중위가 말한대로 포로 중에 사이옥신 마약 중독증세를 일으킨 병사가 있다는 듯합니다.”

  “…….”


  “그것도 한 명이나 두 명이 아닙니다. 꽤 많은 인원이 중독증세를 일으키고 있다고 합니다. 중위의 추측이 맞은 듯합니다. 적의 일부가 폭주한 건 사이옥신 마약이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


  마음이 점점 더 불편해집니다. 방금 전까지 있었던 승리의 고양감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때때로 발렌슈타인 중위를 봅니다만, 중위는 평온 그 자체입니다. 타난챠이 소장이 곤란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무슨 일인가? 사이옥신 마약 같은 걸 복용하면 전투 따위 가능할리 없다는 걸 모르는 건 아니겠지. 그런데 어째서…….”


  “그들에게 있어서도 예상외의 일이었겠죠.”

  “예상외?”

  타난챠이 소장이 앵무새처럼 되물으니 발렌슈타인 중위는 끄덕였습니다.


  “어쩌다가 전투 전에 기화한 사이옥신 마약이 함내에 흘러들었겠죠. 꽤 많은 함대가 같은 상태에 있었던 걸 생각하면 사이옥신 마약의 보관 장치의 설정은 기함에서 행하고 있었던 걸지도 모릅니다. 그 설정이 잘못 됐다. 그래서 동시에 기화했다…….”


  “하지만, 어째서 사이옥신 마약따윌 싣고 있었나?”

  “팔기 위해서겠죠.”

  “판다고?”

  파스토레 중장이 놀라고 있습니다.


  “예. 대상은 귀금속, 액세서리, 혹은 정보…….”

  “정보!”

  “사이옥신 마약을 동맹에 흘리는 것을 동맹 사회의 약체화를 노린다. 동시에 동맹의 기밀 정보를 입수한다. 일석이조로군요. 제국군의 극비작전인가. 혹은 저 함대가 멋대로 한 짓인가…….”


  함교가 조용해집니다. 모두 얼굴이 창백해집니다. 그런 와중에도 중위의 표정만이 바뀌지 않습니다. 안, 오히려 희미하게 미소를 띠우고 있습니다. 불길한 예감이 드는 건 왜일까요.

  “급히 주변 성역을 경찰에게 조사하도록 하는 게 좋겠죠. 아마도 제국군에게서 사이옥신 마약을 구입하려고 했던 인간이 있을 겁니다.”


  파스토레 중장이 난 소령에게 시선을 향합니다. 난 소령이 서둘러 어딘가에 연락을 취하기 시작합니다. 아마도 근처의 경찰이겠죠.

  “하지만 곤란하군요. 대체 어디에서 정보를 얻으려고 했던 걸까요?”

  “어찌된 일인가?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겐가?”


  신음하는 듯한 목소리로 파스토레 중장이 묻습니다. 불쾌함이 얼굴에 보입니다. 하지만 발렌슈타인 중위는 신경쓰는 모습도 보이지 않고 말을 계속합니다. 혹시 재밌어하는 걸까요?


  “적의 영토 내에 사이옥신 마약을 가져가는 것은 미친 짓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전투 중에 피탄하여 사이옥신이 흘러가면 그것만으로 큰일이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국군은 사이옥신 마약을 가져왔다…….”

  “…….”


  “동맹군에게 발견될 위험성이 없다고 생각했겠죠. 아마도 교환 상대에게서 동맹군의 정보를 얻었을 겁니다. 문제는 교환 상대가 누구에게서 동맹군의 정보를 얻었는가 입니다. 동맹군 함대의 배치를 알 수 있는 입장에 있는 인간. 혹은 그 주변…….”

  “…….”


  누구도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아니, 말할 수 없습니다. 얼굴을 창백하게 하여 침묵하고 있습니다. 중위가 말하는 것이 맞다면 군의 중추부에 정보누설자가 있다는 것이 됩니다. 무거운 분위기 안에서 중위만이 미소를 띠우고 말을 계속합니다.


  “이번 아레스하임으로 향하는 초계임무는 극비였다고 들었습니다. 정보원은 거기에 대해서 알 수 없었겠죠. 당연히 교환 상대도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 그리고 이번 전투가 일어났다…….”

  “이제 됐네!”


  파스토레 중장이 얼굴을 떨고 있습니다.

  “소관은 조금 지쳤으므로 방으로 돌아가 쉬겠습니다. 괜찮겠습니까?”

  발렌슈타인 중위가 퇴출을 원했습니다. 누구도 아무말도 하지 않았지만 중위는 신경쓰지도 않고 함교에서 나갑니다. 파스토레 중장이 바닥을 강하게 차는 것이 보였습니다. 서둘러 나는 중위의 뒤를 따랐습니다. 이런 곳에는 더 이상 있고 싶지 않아…….


  “중위. 기다려주세요.”

  “식당으로 가지요.”

  제가 불러 세우니 발렌슈타인 중위는 뒤돌아보지도 않고 대답했습니다. 식당으로 가서 적당한 테이블에 앉습니다.


  “그건, 사실인가요?”

  “그거라는 건, 정보누설자에 대한 것 말입니까?”

  제가 끄덕이니 중위는 희미하게 쓴웃음을 지었습니다.


  “글쎄요. 어떨까요? 사실일지도 모르고 거짓말일지도 모릅니다. 저는 가능성을 지적했을 뿐입니다.”

  “가능성…….”


  “지금, 동맹군은 밴플리트 4=2에 있어 후방기지를 건설하고 있습니다. 밴플리트는 이젤론 회랑과 가깝습니다. 이젤론 요새 공략의 전략거점으로 쓸 생각이겠죠.”

  “정말인가요? 전 몰랐습니다만.”

  사실이다. 라고 말하듯이 중위는 끄덕였습니다.


  “이 기지건설에는 보급담당부는 전혀 관계하고 있지 않습니다. 기지를 건설하고 있는 건 기지운영부입니다. 물자의 수배에서 수송선의 운항까지 전부 기지운영부가 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극비 취급하고 있습니다.”

  “……극비입니까.”


  “이상하군요. 소위가 모른다는 건. 소위는 이전에 기지운영부에 있었다고 들었습니다만?”

  “……놀리지 마세요. 중위.”

  중위는 방긋방긋 웃고 있습니다. 제가 기지운영부에 있었던 게 아니란 걸 중위는 알고 있는데. 여전히 심술궂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알게 된 걸까요? 설마, 역시 중위는…….


  “아닙니다. 저는 스파이가 아니에요. 물자의 흐름과 수송선의 움직임에 이상한 점이 있었기에 조사했습니다. 막대한 양의 물자가 밴플리트 4=2로 흐르고 있더군요. 그리고 관리하는 건 기지운영부. 그럼 기지를 건설하고 있다는 답이 나옵니다.”


  언제나 생각하는 겁니다만, 중위는 무척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는 것을 잘합니다. 아니면 제 표정은 읽히기 쉬운 걸까요?

  “동맹군은 제국의 눈을 밴플리트에서 멀리하고 싶다. 따라서 아레스하임으로 함대를 움직였습니다. 정중히 스파이의 가능성이 있는 저까지 태워서 말입니다. 바그다슈 대위는 아직 절 의심하고 있는 것 같군요. 제가 스파이라면 제국의 주의는 아레스하임으로 향하리라 생각했을 겁니다. 카젤느 대령도 거기에 동의했다…….”

  “……전부 알고 계셨던 거군요. 저 함대에 대한 것도 알고 있었나요?”


  저는 지금 무서운 걸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전투는 전부 중위가 연출한 것이 아닐까요?

  “글쎄요. 어떨까요?”

  발렌슈타인 중위가 부드럽게 웃음을 띠웁니다. 있을 수 없습니다.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의심이 솟아오릅니다.


  “뭐, 이번 건으로 대위도 저에게 신경 쓸 여유가 없어졌겠죠. 군의 중추부에 스파이가 있을 가능성이 나왔으니까요. 그 가능성의 진위를 확인하기까지 동맹군은 큰 군사행동을 할 수 없습니다. 정보부는 필사적이 되겠죠.”

  “…….”


  “소위. 바그다슈 대위에게 전해주세요. 꽤 한가하신 듯 하여 일을 만들어 드렸다고. 마음에 들었다면 다행이라고. 그리고 제가 밴플리트 4=2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고. 대위도 카젤느 대령도 내일부터는 당분간 잠들지 못할 나날이 계속되겠죠. 이번 건의 보답입니다.”

  그렇게 말하고 발렌슈타인 중위는 쿡쿡하고 웃기 시작했습니다.


  바그다슈 대위. 발렌슈타인 중위는 틀림없는 파괴공작원입니다. 제국의 스파이라던가 그런 건 모르겠습니다. 혹시 너무나도 위험하여 제국에서 추방한 걸지도 모릅니다.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전 생각합니다.


  그는 최강이며 최흉, 최악의 존재입니다. 인류역사상 그만큼 위험한 인물은 없습니다. 능력도 그렇습니다만 무엇보다 성격이 위험합니다. 심술궂고 사디스트, 타인을 몰아넣는 것을 무엇보다도 즐기고 있습니다. 저희들이 괴로워하는 것을 보고 기뻐하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누구도 거기에 눈치채지 못합니다. 그는 천성의 위선자로 자신의 능력으로, 성실함으로 신뢰할 수 있는 인간이라고 주변 사람들이 보게 만듭니다. 그리고 여성에게는 저 상냥한 미소를 향하는 것으로 포로로 만들어버립니다.


  중위가 제게 차를 마시자고 부드럽게 권합니다. 저는 거절할 수 없습니다. 맛있는 차와 맛있는 과자. 그리고 부드러운 미소……. 위험하다고 알고 있으면서도 거절할 수 없습니다. 제가 거절하면 그는 다른 여성을 유혹하겠죠. 희생자를 최소한으로 하기 위해선 제가 희생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함대가 하이네센으로 돌아가는 것이 언제가 될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그 사이, 미하마 사아야 소위는 발렌슈타인 중위와 차를 마십니다. 그것이 제 임무라고 믿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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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주력 792년 7월 9일. 하이네센, 후방근무본부. 바그다슈 대위.


  “어떻습니까? 발렌슈타인 중위는. 대령의 눈으로 봐서 이상한 점은 없습니까?”

  “지금까지는 없네. 훌륭한 인재야. 그가 미하마 소위에게 의지한 것은 처음 2일 정도다. 그 후엔 그가 소위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어. 다른 부서와의 조정도 무난하게 하고 있지.”

  “흠…….”


  그런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그 아가씨, 중요한 부분을 보고하지 않는다……. 후방지원의 숙련자인가……. 적어도 그 점에 대해선 그의 경력과 능력에 불합치는 없다는 것이 된다.

  “훌륭한 인재입니까?”

  “훌륭하다. 그 정도로 우수한 남자는 본적이 없어.”


  그렇게 말하고 카젤느 대령은 커피를 한모금 마셨다. 나도 한 모금 마신다. 그다지 맛있진 않지만 불만을 말할 순 없겠지. 여기는 대령의 개인실이고, 이 커피는 대령이 직접 타준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간단하게 행할 수 있는 겁니까?”

  “나도 이상하게 생각해서 물어봤네만. 그에게 들으니 제국도 동맹도 보급 그 자체는 별 다를 바 없다는 것 같네. 그렇기에 후방근무본부와 병참통괄본부의 조직도와 비교하면 대체적으로 어디의 부서가 무슨 일을 하는지 상상할 수 있다는 것 같다.”


  과연. 분명 보급 그 자체는 제국에서도 동맹에서도 하고 있다. 상상은 할 수 있는가……. 생각해보면 전쟁도 마찬가지다. 지금 제국에서 망명하여 그날 동맹의 함정을 이끌고 제국과 싸우라는 말을 들어도 할 수 없는 군인이 과연 있을까? 함대지휘 그 자체는 제국도 동맹도 다르지 않다. 문제는 감정면과 인간관계겠지.


  “그는 정말로 스파이일까? 단순한 망명자라면 감사하겠네만…….”

  “…….”

  “귀관에게도 소위가 보고를 했겠지?”

  기대하는 것 같은 목소리와 표정이다. 아무래도 발렌슈타인 중위는 카젤느 대위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 같다.


  “실은 미하마 소위의 정체가 중위에게 발각됐습니다.”

  “……역시. 그렇게 됐는가.”

  “?”

  무슨 일인가. 카젤느 대령은 놀라지 않는다. 오히려 납득하고 있다. 나의 수상쩍은 표정을 눈치챘겠지. 설명을 시작한다.


  “그는 후방지원의 숙련자다. 그런 그가 봤을 때 미하마 소위의 역량이 어떻게 보였을지……. 그녀의 경력은 사관학교 졸업 후, 기지운영부에 배속, 그리고 여기에 이동……. 후방지원만을 했다는 것이 되지만. 아무래도 그렇게는 보이지 않았겠지. 그렇다면…….”

  “정체를 숨기고 있는, 정보부에서 보낸 감시자입니까…….”


  카젤느 대령은 내 말에 끄덕였다. 이상한 일도 아니다. 발을 헛딛은 것은 나인가……. 소위의 뒷배경을 잘못 설정했다. 차라리 우주함대 사령부에서 전속이라도 했으면 좋았을까. 아니, 임관 1년째에 우주함대 사령부에서 후방근무본부는 조금 무리가 있겠지. 다시 말해 소위를 감시자로 선택한 시점에서 이미 틀렸다는 것이다.


  나이가 가까운 편이, 여성인 편이 다가가기 쉬울 거라고 생각했지만, 중요한 그가 후방지원의 숙련자일 가능성을 놓쳤다……. 그녀의 정체가 들킨 것은 나의 실수다. 그리고 발렌슈타인 중위가 그녀의 정체를 눈치챈 것도 후방지원의 숙련자이기 때문이다. 그가 스파이이기 때문이 아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는가……. 미하마 소위를 탓할 수도 없고, 후방지원본부로 무기한 렌탈도 철회다.


  “그래서, 어떻게 하는가? 그녀는 돌려보낼 건가?”

  “아뇨. 이대로.”

  “이대로? 경고인가…….”

  “예.”


  카젤느 대령이 얼굴을 굳혔다. 아마 대령은 발렌슈타인 중위를 스파이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은 거겠지. 하지만 아직 확증이 있는 건 아니다.


  “실은 통합작전본부의 일부에서 아레스하임 방면에 함대를 보내야 한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아레스하임인가……. 밴플리트로군. 양동인가?”

  “예.”


  카젤느 대령은 일순 수상쩍은 목소리를 냈지만 바로 납득하고 끄덕였다. 지금 현재 밴플리트 성계에 있어 동맨군은 극비에 후방기지를 건설중이다. 완성은 내년 말쯤 되겠지. 이쪽의 입장에서 잠시동안 제국에게 알리고 싶지 않다. 거기서 아레스하임으로 군을 보내 제국의 눈을 돌려야 한다는 안이 나왔다.


  “카젤느 대령. 밴플리트 기지건설은 기지운영부가 담당하고 있습니다. 보급담당부는 전혀 관여하고 있지 않다고 들었습니다만?”

  “그 말대로다. 기지의 건설 자체, 아는 사람은 극히 일부지.”


  “구체적으로는 어느 정도 입니까?”

  “과장 보좌 이상. 그 이외엔 모를 것이다.”

  “당연합니다만 발렌슈타인 중위는 모른다는…….”

  나의 말에 카젤느 대령이 끄덕였다.


  “그래서?”

  “발렌슈타인 중위를 그 함대에 태우고자 생각하고 있습니다.”

  “…….”


  “그가 스파이라면 당연히 제국의 눈은 아레스하임으로 향합니다. 그리고 여기에 없는 이상, 밴플리트 건이 알려질 일도 없습니다.”

  “…….”

  카젤느 대령이 거기까지 할 필요가 있는가? 그런 표정으로 나를 봤다.


  “그가 스파이인가 어떤가는 모릅니다. 하지만 만일을 기해야 한다고 전 생각하고 있습니다.”

  카젤느 대령이 마지못한 표정으로 끄덕였다.


...


■ 우주력 792년 7월 9일. 하이네센, 후방근무본부. 미하마 사아야.


  제 곁에 발렌슈타인 중위가 있습니다. 중위는 내가 정보부의 인간이라는 걸 알아도 태도를 바꾸지 않았습니다. 언제나 온화하게 미소지으며 일을 하고 있습니다. 자신은 스파이가 아니라고 하고 있습니다만 이 사람은 너무나 날카롭습니다……. 정말로 단순한 망명자인가. 굉장히 의문입니다.


  조금씩 그에 대해서 알게 됐습니다. 평소엔 온화한 표정으로 즐겁게 서류를 보고 있습니다. 코코아를 조금씩 마시면서 서류를 보고 있습니다. 생각할 때엔 코코아가 아니라 물을 마십니다. 그리고 조금 고개를 갸웃하고 생각합니다. 요즘 몇일동안 고개를 갸웃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후방근무본부의 여성직원이 귀엽다고 소란을 피우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끌어안고 싶을 정도니까요.


  바그다슈 대위가 카젤느 대령의 개인실에서 나왔습니다. 제 쪽을 보지도 않고 서서한 발걸음으로 지나갑니다. 여기에 왔을 때와 마찬가지입니다. 면식 따위 없다는 듯이 무시하고 카젤느 대령의 개인실로 향했었습니다.


  제 일에 대해서 카젤느 대령에게 이야기했을까요? 감시대상자에게 감시자라는 걸 눈치채인 나……. 이 얼마나 비참한 일일까요. 아마도 카젤느 대령에게도 저에 대해서 전해졌을 것입니다. 대령은 나를 어떻게 생각했을지…….


  “미하마 소위. 잠깐 따라와 주시겠습니까?”

  “아, 예.”

  발렌슈타인 중위는 자리에서 일어나 밖을 향해 걸어갔습니다. 저도 그 뒤를 따라갑니다. 주변의 시선이 저희들에게 모였습니다.


  복도로 나오니 바그다슈 대위가 저희들 뒤를 따라 걸어왔습니다. 중위가 빙긋 웃음을 띠우면서 저를 봅니다. 그리고 조금 얼굴을 가까이 대면서 작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저 분이 소위의 진짜 상관입니까?”

  “!”


  무심코 중위의 얼굴을 힐긋 보고 말았습니다. 중위는 그런 저를 악동 같은 표정을 띠우며 이상하다는 듯이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쿡쿡하고 웃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와 마찬가지입니다. 무심코 등허리에 오한이 일었습니다.

  “아닙니다. 그렇지 않아요.”

  작은 목소리로 항의했습니다.


  “저 사람은 여기에 왔을 때도 돌아갈 때도 저를 보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오는 사람들은 모두 절 한 번은 보는데 말이죠.”

  “우연입니다. 이상한 일은 아니겠죠.”

  그래. 우연이라고 억지를 부려야 합니다. 이 이상의 실패는 용서받을 수 없습니다. 발렌슈타인 중위가 제 말에 끄덕입니다. 휴하고 안도한 순간입니다. 중위의 목소리가 제 귀에 들렸습니다.


  “그렇지요. 그것뿐이라면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저 사람이 카젤느 대령의 개인실로 들어갔을 때, 갈 때도 돌아갈 때도 소위는 희미하게 긴장했습니다. 어째서일까요?”

  “…….”


  발렌슈타인 중위가 제게 미소를 띠웁니다. 주변의 시선이 신경쓰입니다. 복도를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모두 힐긋힐긋 이쪽을 보고 있습니다. 일에 관련된 대화라고 생각할까요? 그렇겐 보이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얼굴을 가까이 가져가 작은 목소리로 대화하고 있으니까요.


  “방금 전에도 그가 나오니 당신은 그의 뒷모습을 눈으로 쫓았습니다. ……그의 이름을 알려주세요.”

  악동 같은 웃음을 띠우면서 중위가 대답을 재촉합니다. 바그다슈 대위. 발렌슈타인 중위는 사드입니다. 절 몰아 붙이면서 즐기고 있어요. 그리고 전 저항할 수 없을 것 같아요…….


  “……바그다슈 대위입니다.”

  “과연. 바그다슈 대위입니까…….”

  발렌슈타인 중위는 몇 번인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대위를 알고 있는 걸까요?


  “소위. 바그다슈 대위에게 전해주세요. 감시자는 한 명으로 충분. 늘릴 필요는 없다고.”

  “늘린다?”

  늘린다니 누구를? 새로이 여기로 누군가가 오는 걸까요? 의문스럽게 생각하니 발렌슈타인 중위가 빙긋이 미소를 띠웠습니다. 무섭습니다. 어째서 웃음이 무서운 걸까요.


  “소위가 감시자라는 것이 발각된 이상, 제게 이용당하지 않도록 카젤느 대령에게 감시를 부탁했을 거라는 소립니다. 소위도 감시되는 건 싫죠? 그러니 말해주시겠죠?”

  “……예”

  점점 거역할 수 없게 되어간다. 어떻게하지…….


...


■ 우주력 792년 7월 9일. 하이네센, 정보부. 바그다슈 대위.


  “왜 그러나? 미하마 소위.”

  “저…….”

  스크린에 비춰 보이는 미하마 소위는 울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 헌데, 무슨 일이 있었나?


  “소위. 정신 차리게. 무슨 일인가? 몸이라도 안 좋은가?”

  “저, 들켰습니다.”

  “소위의 정체가 들킨 거라면 애저녁에 들었네.”

  “그게 아니라요. 대위가 제 상관이라는 걸 들켰다구요.”

  “…….”


  어째서 그게 들키나. 대체 무슨 일인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 스크린 너머의 미하마 소위가 머신건처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내가 한 번도 발렌슈타인 중위를 보지 않았기에 이상하게 여겼다. 자신이 긴장감을 보인 것을 눈치 챘다. 카젤느 대령에게 감시역을 부탁한 것은 자신이 믿음직하지 않았기 때문인가. 등등, 울면서 엉망진창으로 호소한다. 나로선 아연하게 들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발렌슈타인 중위는 사드에요.”

  “사드? 소위. 귀관은 이상한 플레이를 강요받고 있는 건가?”

  무심코 끈으로 묶여있는 소위의 모습이 머리에 떠오른다. 음. 꽤나 먹힐거다.


  “이상한 플레이? 이상한 플레이라니. 그런 거 당하고 있지 않아요!”

  미하마 소위가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항의했다. 그럼 문제없겠지. 어째서 그렇게 소란스럽게 구는가?


  “발렌슈타인 중위는 절 괴롭히며 기뻐한다구요.”

  “…….”

  “세 살이라 어린 남자아이에게 괴롭혀지고 있다구요. 대위.”

  캬캬 소란스럽게 굴지 마라. 대단한 일도 아닌데.


  “게다가 저, 괴롭힘 당하면서 점점 저항할 수 없게 된다구요.”

  저쪽이 S라면 이쪽은 M인가……. 그쪽이 문제겠지. 빨리 말해라! 넌 언제나 중요한 부분을 제일 마지막에 말한다.


  “소위. 젊은 남자라는 건 근처의 미인을 무심코 괴롭히게 되는 법이다. 특히 상대가 연상이라면 더더욱 그렇지. 크게 신경쓰지 말고, 좀더 대범하게 대하는 거다.”

  “대범하게, 입니까.”


  “그래. 귀여운 꼬마야, 누나가 좋은 거 알려줄게. 정도 말해줘라. 상대도 기뻐할거다.”

  “그런건가요?”

  “물론이지. 내가 보증한다.”

  단지, 귀관이 그걸 말할 수 있다면 말이지.


  그로부터 5분 정도 불만을 토하고서 미하마 소위는 통신을 끊었다. 자기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사디스트 망명자와 마조히스트 감시자? 대체 무슨 농담인가? 언제부터 나는 그녀의 전속 카운슬러가 되었나? 이런 날이 앞으로도 계속되는 것인가…….


  그렇다 쳐도 발렌슈타인 중위는 사드인가……. 그의 파일에 기록해야 할까? 뭐. 소위도 조금 흥분한 상태였고. 상황을 보는 쪽이 좋겠지.


...


■ 우주력 792년 7월 20일. 하이네센, 후방근무본부. 에리히 발렌슈타인.


  미하마 소위. 아니, 사아야가 내 옆에서 일을 하고 있다. 귀엽지. 그녀. 웃는 모습도 괜찮고. 달콤한 목소리도 좋다. 항상 일에 열심이지만, 군데군데 빠져있는 부분도 좋다. 치유계 그 자체라고. 나보다 세 살 연상이지만, 그런 느낌이 전혀 없다.


  정보부라는 느낌이 아니야. 차라리 새신부가 어울린다. 제국에 있었던 아델레 비에라 하사가 생각난다. 그녀도 사람 돌보기 좋아하는 새신부가 어울리는 사람이었지. 꽤나 날 챙겨줬었던가……. 지금쯤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사아야가 나에게 웃음을 지었다. 나도 미소로 대답한다. 처음에는 나도 조금 심하게 몰아붙여서 무섭게 보였을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괜찮다. 내가 스파이가 아니라는 것도 알았겠지. 슬슬 작별인가. 외로워지겠군.


  “발렌슈타인 중위. 미하마 소위. 잠깐 이리로 오게.”

  카젤느 대령이 우리들을 불렀다. 무심코 사아야와 얼굴을 마주하고, 카젤느 대령에게 가려고 하니 그는 자리를 떠 개인실로 향했다.


  나는 다시 한 번 사아야와 얼굴을 마주하고 카젤느 대령의 개인실로 향했다. 개인실에서 대화인가……, 주변에 들리고 싶지 않다는 거군. 사아야가 정보부에 돌아간다는 걸까. 결국 그 날이 왔는가…….


  방으로 들어가 간략의자에 앉으니 카젤느 대령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번 제 4함대가 아레스하임 성역으로 향해 초계임무를 나간다. 귀관들은 제 4함대의 보급담당참모로서 기함 레오니다스에 승함해주게나.”


  제 4함대? 파스토레 중장이냐. 그 무능의 대명사인. 그것도 아레스하임? 바그다슈 녀석. 무슨 생각을 했는지 상상은 할 수 있지만 정말이지 말도 안되는 짓을 해준다. 나는 전선따위 나가고 싶지 않다고.


  후방근무로 적당히 일을 하다가 변호사 자격을 딴다. 대체로 3년이겠지. 3년으로 변호사가 된다. 그 뒤 전역한 후 변호사를 개업한다. 그리고 제국이 라인하르트의 손에서 개혁을 행하기 시작하면 페잔 경유로 제국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개혁을 돕는다. 그것이 나의 청사진이다.


  “소관은 함대사령부 근무는 해본 적이 없습니다. 보급담당참모라고 하셔도 뭘 하면 좋을지 모릅니다. 짐덩이 밖에 되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만?”

  “걱정할 필요 없네. 제 4함대의 타난챠이 소장이 귀관들에게 알려줄거야. 이번은 연수나 마찬가지일세. 공부라고 생각해.”


  변경 여지없음인가……. 꽤나 수완이 좋잖아. 기억해두라고. 이 자식. 바그다슈. 너도다. 나는 당한 것은 몇 배로 돌려주지 않으면 마음이 편치 않아. 날 제 4함대에 보내준 것을 후회하게 해주지.

Posted by 추리닝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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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주력 792년 5월 20일. 동맹군 총기함, 헥토르. 시드니 시톨레


  똑똑하고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 뒤 목소리가 뒤를 이었다.

  “양 웬리입니다. 들어가겠습니다.”

  “음.”


  문을 열고 양 중령이 들어왔다. 중간키에 중간 몸집. 뭐라 할 만한 특징도 없는 청년이다. 평소엔 부드러운 표정을 짓고 있지만, 지금은 다소 불쾌함이 엿보인다.

  “아직 화내고 있는 겐가? 양 중령.”

  “…….”


  이런이런. 대답 없음인가.

  “발렌슈타인 중위는 곤란해하고 있다네. 귀관을 화내게 한 건 아닌가하고 말이지. 그는 망명자(손님)다. 곤란하게 하면 안 되지.”


  “……그다지 그에게 화내고 있는 건 아닙니다.”

  겨우 입을 열었는가…….

  “그럼 뭐에 대해서 화내고 있는 건가?”

  “…….”

  또 무언인가. 꽤나 화내고 있다. 혹은 굴욕을 느끼고 있는 건가. 희안한 일이다.


  제 5차 이젤론 요새공략전은 실패했다. 본래라면 함대의 분위기는 어두워도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한 명의 망명자가 그 어두움을 날려버리고 있다.


  철퇴중인 함대에 대해 망명을 희망한 연락정이 있었다. 연락정에 타고 있던 것은 에리히 발렌슈타인 중위. 얼핏 보면 여성인가 생각하게 할 정도로 화사한 생김새를 한 젊은 사관이었다. 그는 진짜 망명자인가? 아니면 망명자의 탈을 쓴 스파이인가? 총기함 헥토르 안에선 그 화두가 끊이지 않았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알 수 없었다. 그의 이야기 하나하나가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이유를 들으면 확실히 옳게 보인다. 정보부에서도 두 손을 올린 듯하다.


  무엇보다 신경 쓰이는 것은 묘하게 침착하다는 점이다. 보통 망명자라면 자신이 받아들어질지 아닐지 걱정하는 법이지만, 그에겐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극히 평범한 태도로 지내고 있다. 이쪽의 질문에도 숨기는 것 같은 기색이 없다. 그가 유일하게 감정을 보이는 것은 양친에 대한 것뿐이었다.


  귀족에게 살해당한 것은 상속에 관해 어떤 부정행위에 손을 더럽혔기 때문이 아닌가? 취조관이 그렇게 말했을 때 발렌슈타인 중위는 눈앞의 취조관에게 달려들었다. 주위 사람이 중위를 붙잡아 억누르지 않았다면 난투가 벌어졌겠지. 붙잡힌 중위는 몸을 비틀고 눈물을 흘리며 분노를 표했다. “바보로 알지마. 네 놈들이 대체 뭘 알아!”


  연기인가, 아니면 진실인가. 그것 자체가 또 문제가 되었다. 이쪽의 동정을 끌려는 속셈이 아닌가……. 의심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알고 있는 것을 확인해보기로 해서, 그저께 발렌슈타인 중위의 전술능력을 확인하기로 했다. 사관학교를 5등으로 졸업했다는 것은 사실인가? 전술 시뮬레이션에서 다소 판단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중위는 당초 그걸 싫어했다. “소관은 전술 시뮬레이션이 싫습니다. 전쟁의 기본은 전략과 보급입니다. 전술 시뮬레이션을 중시하면 그걸 경시하는 인간이 나옵니다.”


  일리는 있지만 이쪽의 입장에선 그의 능력 확인을 위한 테스트다. 거부는 용서할 수 없다. 다시 한 번 전술 시뮬레이션 실시를 명하니 한숨을 내쉬며 “한 번만.”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대전상대로 양 중령을 지명했다.


  당초 예정되어 있던 건 와이드본 중령이나 포크 대위였다. 양 중령은 귀찮다고 하며 사퇴했기 때문이다. 그 양 중령을 발렌슈타인 중위가 지명했다……. 와이드본, 포크, 그들로는 안 되냐고 물어보니 단지 한 마디. “엘 파실의 영웅이 좋다.” 그렇게 말하며 웃음을 띄웠다.


  시뮬레이션은 조우전의 형태로 치러졌다. 순수한 전술능력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주변이 지켜보는 가운데 시뮬레이션 룸에 두 사람이 들어가 대전이 시작됐다. 대전은 당초 양 중령과 발렌슈타인 중위 두 사람이 서로 공격하는 형태로 진행 됐다. 하지만 한시간도 지나지 않아 양 중령이 우세하게 됐다. 양 중령이 공격하고 발렌슈타인 중위가 후퇴하면서 받아들이는 형세가 되었다.


  그대로 한 시간이나 지났을까. 갑자기 시뮬레이션이 끊어졌다. 처음엔 발렌슈타인 중위가 항복했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우세하게 진행하고 있던 양 중령이 항복한 것이다.


  모두가 수상쩍은 표정을 하는 가운데 시뮬레이션 룸에서 표정을 굳히고 양 중령이 나왔다. 그리고 조금 곤란한 표정을 띄우면서 발렌슈타인 중위가 나왔다.

  “수고하셨습니다. 공부가 됐습니다.”


  중위는 양 중령에게 그렇게 고하고 머리를 숙였다. 하지만 양 중령은 무언으로 발렌슈타인 중위를 볼 뿐이다. 중위가 곤란하다는 듯한 표정을 띄우는 것이 보였다. 마치 나쁜 장난이 발각되어 사과하는 아이와 그 나쁜 장난을 눈치 챈 무서운 아버지 같은 두 사람이었다.


  이기고 있던 것은 양 중령이다. 하지만 시뮬레이션을 끊은 것은 양 중령이다. 그리고 종료 후에 두 사람은 마치 승자가 발렌슈타인 중위라고 하는 듯이 보였다. 모두가 양에게 어째서 시뮬레이션을 끊었는가를 물어보면 그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대체 뭐가 있었는가…….


  “그 시뮬레이션에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가? 모두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네만.”

  내 질문에 양 중령은 잠시 입을 다물다가 한숨을 한 번 내뱉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 시뮬레이션입니다만. 전 이기고 있지 않았습니다.”

  “이기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어떻게 봐도 자네가 우세였네만?”


  내 질문에 양 중령이 표정을 찌푸렸다.

  “그렇게 보였을 뿐입니다. 발렌슈타인 중위가 진심으로 공격한 것은 처음 30분입니다. 그 뒤엔 방어, 아니 후퇴에 전념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이길 생각이 없었던 겁니다. 어떻게 자군의 피해를 최소한으로 하고 철퇴하는 지를 실행하고 있었습니다.”

  “자네가 지나치게 생각한 건 아닌가?”


  양 중령은 그럴 리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전 공세를 가하면서 때때로 틈을 보여, 양동을 걸어 상대를 농락하고, 때로 역습을 하도록 유인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거기에 꿈쩍이지도 않았습니다. 단지 아군을 혼란에 빠뜨리지 않고 후퇴한다. 거기에만 전념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시뮬레이션을 끊었다는 겐가.”

  “예. 그렇습니다. 의미가 없습니다.”

  “과연.”


  승패를 정하는 시뮬레이션에서 처음부터 철퇴. 다시 말해 패배를 선택하고 있다.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인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던 것인가…….

  “그가 왜 그런 짓을 했다고 생각하나?”

  나의 질문에 양 중령은 망설이면서 말했다.


  “발렌슈타인 중위는 시뮬레이션을 싫어한다고 들었습니다만?”

  “그렇네만. 그게 무슨 관계가 있는가?”

  “시뮬레이션에 일희일비하는 사람을 조소하고 싶었던 걸지도 모릅니다. 승리를 구하지 않고 어떻게 잘 철퇴할 수 있는가를 검토하는 것도 시뮬레이션이라고.”

  “…….”


  “실제로 피해는 적었을 겁니다. 그것이 실전이라고 해도 이겼다고 기뻐할 순 없습니다.”

  “과연……. 다시 말해 그는 꽤 한다는 거로군.”

  “예. 아마도 실전 쪽에 훨씬 강할겁니다.”


  과연. 양 중령이 말하길 망설일만하다. 시뮬레이션에 일희일비하는 인간을 조소한다는 둥 말했다간 그야말로 난리가 나겠지. 바보 취급하는 거냐며 씩씩거리며 화내는 녀석이 나올 것이 틀림 없다. 그리고 양 중령이 얼굴을 굳힌 것도 왜인지 알 수 있다.


  조금만 더 했다간 자신도 시뮬레이션에 일희일비하는 인간이 될뻔했다고 생각하는 거겠지. 승리자라는 간판을 얻는 한편 발렌슈타인 중위의 경멸을 얻는다……. 그렇게 생각한 것이 틀림없다.


  에리히 발렌슈타인 중위인가……. 외견으론 상상도 할 수 없지만, 단순한 테스트로 파악할 수 없는 남자인 것 같다. 하지만 분명 강하겠지.


...


■ 우주력 792년 7월 3일. 하이네센, 후방근무본부. 에리히 발렌슈타인.


  겨우 정보부에서 해방됐다. 이걸로 나도 자유행성동맹군, 보급담당부 제 1국 제 1과원 에리히 발렌슈타인 중위다. 이야, 길었다. 정말 길었다. 우주에선 총기함 헥토르에서, 하이네센에선 정보부에서 약 1개월 반 동안 계속 취조했다.


  그들은 내가 병참전공이라는 것을 아무래도 믿을 수 없었던 것 같다. 사관학교를 5등으로 졸업할 능력을 가지고서 어째서 병참이냐고 몇 번이나 물어댔다. 전선에 나가고 싶지 않아서라곤 말할 수 없으니, 몸이 약해서라고 말했는데도 아무래도 믿지 않는다.


  양친의 일이나 예의 20만 제국 마르크에 대한 것도 물었지만, 이것도 꽤 납득하질 않는다. 내가 리메스 남작의 손자라고 말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누구도 믿지 않았을 거고, 오히려 수상쩍게 생각했을 것이다.


  덧붙여 시뮬레이션이라니. 난 시뮬레이션이 싫다. 어째서 타인이 싫어하는 걸 굳이 시키려고 하는가? 게다가 상대가 와이드본에 포크? 집단 괴롭힘이냐? 장난이 아니다. 그다지 승패에 집착하지 않는 양을 지명했다.


  어차피 질 것은 알고 있으니까. 처음부터 철퇴전이다. 상대방도 눈치챈 것 같다. 도중에 끊어버렸다. 아니, 정말 살았다. 그런 철퇴전이라니. 괴롭기만 할 뿐인 시뮬레이션은 빨리 끝내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어째서 그렇게 날 노려보는 건지? 할 마음이 없어 보여서 화내는 건가? 당신도 비상근 참모라 불릴 정도니까 그렇게 화낼일도 아니겠지. 난 당신의 팬이니까 좀 더 소중하게 대해달라고. 지금 시점에서 당신의 팬은 나, 아텐보로, 프리데리카, 대충 그 정도겠지. 율리안은 아직 맡지 않았을테니.


  하지만 처음 배속처의 상관이 카젤느 대령인가. 행운이라고 밖엔 말할 수 없군. 조만간 집에 초대되어 오르탕스씨의 수제 요리를 대접받고 싶을 정도다.


  “보고합니다. 에리히 발렌슈타인 중위입니다. 오늘로 보급담당부 제 1국 제 1과원을 명 받았습니다.”

  보급담당부 제 1국 제 1과 과장보좌. 그것이 내 눈앞에 앉아 있는 카젤느 대령의 직함이다. 내가 보고하니 대령은 일어나며 대답했다.


  “음. 잘 부탁하네.”

  좋네. 카젤느 대령의 목소리는 밝다. 그리고 강한 느낌이 든다. 이런 목소리의 남자에 나쁜 사람은 없겠지. 그런 마음이 드는 목소리다.


  “발렌슈타인 중위는 미하마 소위 옆에 앉게나. 모르는 것은 그녀에게 물어보게. 미하마 소위. 이쪽으로 오게.”

  카젤느 대령의 말에 젊은 여성이 일어서 다가온다. 연령은 20세 전후. 양 뺨에 보조개가 나와 있다. 귀여운 느낌의 여성이다.


  “미하마 소위. 발렌슈타인 중위다. 중위는 망명자니 말이야. 모르는 일이 많을 거야. 상담을 받아주게.”

  “예. 미하마 사아야 소위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이쪽이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미하마 사아야……. 미하마(美浜), 미하마(御浜)일까? 사아야(沙綾), 사아야(紗綾), 아니면 아야(彩)일지도? 조상을 더듬어가면 일본계인가. 뭔가 친근감이 들었다. 눈은 검고 머리카락은 조금 밝은 차색이다. 원래 세계였다면 물들인 건 아닐지 생각할 것이 틀림없다.


  웃는 얼굴도 귀엽고 목소리도 귀여운 여성이다. 응. 좋네. 즐겁게 지낼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나도 빙긋하고 웃었다. 점잖지 못하다고 생각하지 말라고. 목숨을 걸고 망명한 것이다. 이 정도의 보상이 있어도 좋을 것이다.


  이젤론 요새에서 죽을 뻔했다. 날 죽이려고 한 것은 칼 폰 프로트 중령. 카스트로프 공작의 명령이라고 했었다. 그리고 내 양친을 죽인 것도 자신이라고……. 묘한 이야기다. 그건 리메사 남작가의 친족이 한 것이라고 난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카스트로프 공작이 어째서 양친을 죽인 것인가. 잘 모르겠다. 뭔가 트러블이 있었을 테지만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카스트로프 공작은 욕심이 강한 남자다. 아마도 재산, 이권, 뇌물이 어떤 형태로 얽혀있을 테지만. 양친이 거기에 어떻게 얽혀있었는지. 전혀 모르겠다. 제국이라면 모를까, 동맹에선 찾을 수단도 없다……. 한심한 이야기다.


  뮐러. 무사히 있는가? 지금은 어디에 있는가. 오딘인가? 아니면 페잔인가……. 네가 프로트를 쏴 죽였기 때문에 난 살아 있다. 그렇지 않았다면 난 죽었을 테지. 감사하고 있다.


  넌 자신이 증인이 되겠다고, 프로트가 날 죽이려 했다는 것을 증언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리다. 상대는 카스트로프 공작이니까 말이지. 평민의 증언 따위 쉽게 눌러버릴 수 있겠지. 그 목숨도 마찬가지다. 널 죽게 만들 순 없다.


  헤어질 때, 난 결코 널 잊지 않겠다고 했다. 너도 같은 말을 했지. 뮐러. 하지만 말이지. 그래선 안 된다. 난 아군을 사살하고 망명한 배신자다. 바로 잊어버리라고 했다. 울 것 같은 얼굴을 했지. 뮐러. 그런 얼굴을 하지 마. 넌 언젠가 철벽 뮐러라 불릴 남자다. 그런 얼굴을 하는 게 아냐…….


...


■ 우주력 792년 7월 7일. 하이네센, 후방근무본부. 미하마 사아야.


  발렌슈타인 중위가 보급담당부 제 1국 제 1과에 배속되었습니다. 예정대로입니다. 전 이 1개월 반 사이, 여기서 후방지원담당 사관으로서 연수를 받았습니다. 결코 머리가 나쁜 사관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발렌슈타인 중위는 당초 제 지시를 받으며 작업을 했습니다만, 순식간에 제 지시 없이도 일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중위의 말로는 제국도 동맹도 보급을 하는 법 자체는 그다지 다르지 않다고 합니다. 최근엔 제 쪽이 지시를 받고 있습니다. 그 쪽이 일이 빨라집니다.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서류를 확인합니다. 즐겁게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제 일은 그를 감시하는 겁니다만, 그래도 즐겁게 일을 하고 있는 중위를 보면 마음이 온화해집니다. 어떻게 봐도 스파이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배속 후, 2일도 지나지 않아 그는 제 1과의 여성직원에게 받아들어졌습니다. 그가 망명자라는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여성직원들의 평가는 성실하고, 일도 잘하고, 성격도 좋다. 웃는 얼굴이 멋지고 부끄러워하는 얼굴도, 상냥하게 웃음 짓는 얼굴도, 달콤한 코코아를 좋아하는 것도 전부 멋지다……, 라고 합니다. 덧붙여 함께 있는 일이 많은 저에겐 시선이 엄합니다.


  “미하마 소위. 소위는 이전에 어디에 있었습니까? 최근 이동하셨다고 들었습니다만.”

  “이전엔 기지운영부였습니다. 여기에 온 건 5월 중순쯤이에요.”

  “오월 중순입니까…….”

  거짓말은 아닙니다. 적어도 인사기록상엔 그렇게 되어 있습니다. 미하마 사아야는 사관학교 졸업후, 기지운영부에 배속. 그 후, 보급담당부로 이동했다…….


  발렌슈타인 중위는 작게 고개를 갸웃합니다. 손에 서류를 쥐고 있지만 읽으려하지 않습니다. 끝내 쿡쿡쿡하고 웃기 시작했습니다.

  “저…….”

  말을 걸어도 중위는 웃음을 멈추지 않습니다. 이쪽을 이상한 눈으로 보고 있습니다.


  “저……, 들켰나요?”

  마음을 다잡고 작은 목소리로 물어보니 중위는 웃으면서 끄덕였습니다. 그리고 중위도 작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보급담당부에서도 기지운영부에서도 후방지원은 다르지 않아요. 그런데도 소위가 일하는 모습은 후방지원을 맡고 있었던 인간으로선, 실례입니다만 미숙합니다. 원래는 후방지원과는 인연이 없던 직장이었겠지요.”


  들켰습니다. 제가 정보부의 인간이라는 것도 알아차렸겠죠.

  “저에겐 숨길 일이 없으니 자유롭게 조사하세요. 사양할 필요 없습니다. 그리고 귀관의 상관에게도 보고하는 것이 좋겠죠. 그렇지 않으면 저와 통했다고 의심당할 겁니다.”


  그렇게 말하고 중위는 또 쿡쿡쿡 웃으면서 서류를 확인하기 시작했습니다. 통했다니. 제가 중위에게 정보를 흘렸다는 것? 아니면 남녀 사이가 되었다? 무심코 얼굴이 붉어졌습니다. 어떻게 하죠. 바그다슈 대위에게 어떻게 말해야 좋을지…….


...


■ 우주력 792년 7월 7일. 하이네센, 정보부. 바그다슈 대위.


  “무슨 일인가? 미하마 소위.”

  “저…….”

  스크린에 비춘 미하마 소위는 얼굴을 붉히며 망설이고 있다. 연락을 해놓고 뭐하고 있나? 발렌슈타인 중위에게 고백이라도 받았나? 정말이지. 남자 하나나 둘을 다루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


  “소위. 정신 차리게. 무슨 일인가?”

  “저, ……습니다.”

  작은 목소리로 말하지 마라. 안 들리잖아.


  “허어? 지금 뭐라고 했나. 조금 더 큰 목소리로 말해라.”

  “들켰습니다!”

  바보가. 너무 크잖아.


  “제가 정보부의 인간이라는 걸 발렌슈타인 중위에게 들켰습니다. 중위는 숨길 일은 없으니 자유롭게 조사하라고 합니다. 상관에게도 그렇게 보고하라고 들었습니다.”

  전부 이야기하고 마음을 풀었겠지. 얼굴이 맑아졌다.


  “저, 이제부터 어떻게 하죠?”

  어떻게 하죠? 겨우 4일 만에 들키는 정보부원에게 뭘 어떻게 하라는 건가. 차라리 이대로 후방지원에 무기한 렌탈이라도 해버릴까. 카젤느 대령도 기뻐하겠지.


  “소위. 임무는 속행이다. 감시역이 거기에 있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중위에게도 경고가 되겠지. 결코 방심하지 말고, 임무에 임해주게. 그리고 카젤느 대령의 호의에도 답하기 위해 하루하루 업무에도 노력해주게. 알았나?”

  “예.”


  미하마 소위가 기뻐하며 끄덕였다. 아마 자신이 해고되지 않았다고 생각해 안심한 거겠지. 정말이지. 저 덜렁이라면 상대도 속을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는가…….


  에리히 발렌슈타인. 스파이인가 아닌가 아직 모르겠지만. 꽤 하는 녀석이다. 이쪽에 보고하라는 건 진심으로 대하라는 거겠지만, 무르군. 그 정도 도발에 응하리라 생각했는가?


  일단 상대가 저 덜렁이를 어떻게 다루는 지 봐야겠지. 무시하는가. 자신의 말로 삼는가. 말로 삼는다면 어떻게 삼을 것인가……. 감시역이 필요하군.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사람을 보내는 건 당연히 의심받겠지. 그렇다면……. 응. 카젤느 대령에게 부탁할 수밖에 없군. 뭐, 저 덜렁이를 무기한 렌탈하는 조건으로 교섭하면 어떻게든 되겠지. 하지만 감시역에 덧붙여 감시역이라니. 대체 어떻게 되어가는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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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주력 792년 5월 20일. 하이네센. 후방근무본부. 알렉스 캬젤느.


  “정말이지. 어째서 이렇게나 서류가 많은 거야?”

  내 한탄에 주변은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뭐, 무리도 아니다. 요즘 최근 입을 열었다 하면 모두 한탄이다. 모두 익숙해져 있다. 그리고 대량의 서류를 안고 있는 건 모두 마찬가지다. 생각할 마음도 들지 않겠지.


  우주력 792년 5월 6일에 시작된 제 5차 이젤론 요새 공략전은 유감스럽게도 실패했다. 후방근무본부는 그 뒤처리 때문에 야단법석 상황이다. 그건 내가 소속되어 있는 보급담당부 제 1국 제 1과도 마찬가지다. 평소에도 일이 많은 곳인데도 버틸 수가 없다.


  그래도 의료위생부보단 낫겠지. 거긴 아마 지옥일 것이다. 이번 싸움에서도 꽤 많은 부상자가 나온 것 같으니까. 수용시설 수배에서 의사 수배, 거기에 기지 수배까지 해야 한다. 장의사가 차라리 낫다. 제국과의 전쟁으로 가장 많이 돈을 번 것은 장의사겠지.


  슬슬 인원 보충을 진심으로 생각해야한다. 지금까지도 몇 번인가 요청을 넣었는데도 이 녀석이든 저 녀석이든 최전선으로 사람을 보낼 생각만하고 후방에서 사람을 배치하는 건 완전히 경시하고 있다. 최전선에서 싸우는 사람을 지지하는 것이 후방에서 보급을 담당하는 사람이라는 걸 전혀 모르고 있다.


  “정말이지. 어떻게든 해달라고!”

  불만이 터져 나왔다. 스스로 후방근무를 지원했다곤 해도, 이렇게 될 바에야 차라리 통합작전본부 참사관 쪽이 정신적으로 좋을지도 모른다. 그런 걸 생각하니 책상 위의 TV전화가 울렸다.


  “캬젤느 대령. 록웰 소장이 부르십니다. 시급히 국장실로 와주세요.”

  “알았다.”

  이런이런. 보급담당부 제 1국 국장 록웰 소장의 호출인가……. 이렇게 바쁜 시기에 무슨 일이야?


  인원 보충이라면 광희난무겠지만. 일단 있을 수 없지. 상층부의 얼굴색이나 살피는 국장이다. 어차피 귀찮은 일을 밀어붙이겠지. 지금까지도 몇 번이나 있었다.

  “정말이지…….”

  이런. 또 불만이 튀어나올 것 같다…….


  국장실에 가니 거기엔 이미 선객이 있었다. 젊은 남녀가 한 쌍. 소파에 앉아 있다. 국장은 어딨나 보면 책상에서 불만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역시 귀찮은 일인 것 같다.

  “록웰 국장. 부르셨다고 들었습니다만?”

  용건이 없으면 돌아간다. 난 바쁘다고.


  “캬젤느 대령. 귀관은 인원 보충을 요청했다고 하더군.”

  “예.”

  “귀관에게 두 사람. 새로이 배속되었네. 자세한 건 거기에 앉아 있는 바그다슈 대위에게 들어라. 이상이네.”


  그렇게 말하고 개라도 내쫓듯이 손을 흔들었다. 두 사람 증원? 감사한 이야기지만, 국장의 태도를 보니 솔직하게 기뻐할 수 없다. 문제는 소파에 앉아 있는 두 사람이다. 이 두 사람. 대체 무슨 귀찮은 일을 몰고 온거냐?


  두 사람에게 시선을 향하니 소파에 앉은 젊은 남자가 쓴웃음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남자가 아마 바그다슈 대위겠지. 그리고 곁에 앉은 젊은 여성 병사도 함께 일어났다.


  “캬젤느 대령. 죄송합니다만 비밀리에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장소를 준비해주시지 않겠습니까? 아무래도 여기는 그렇게 할 수 없는 장소이기에.”

  바그다슈 대위는 힐끗하고 록웰 소장을 보면서 비아냥거렸지만, 소장은 불만 섞인 표정을 띄울 뿐 말이 없었다. 빨리 나가라는 것 같다.


  “알았네. 내 방에서 이야기하지. 그럼 국장. 실례하겠습니다.”

  방에서 나가니 바그다슈 대위가 말을 걸어왔다.

  “정말이지. 그릇이 작은 남자군요. 이야기하기 힘듭니다.”

  대위가 소장을 비난한다. 게다가 말도 낮추지 않았다. 어처구니 없는 남자로군.


  “귀찮은 일인 듯 하지만.”

  “그렇습니다. 조금 곤란해하고 있습니다. 상세한 건 대령의 방에서.”

  이번엔 대위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아무래도 꽤나 곤란한 일인 것 같다. 귀찮구만…….


  “알았다. 그런데 귀관. 어디의 인간인가?”

  “정보부입니다.”

  역시 그런가. 이 남자에겐 어딘가 방심할 수 없는 분위기가 있다. 헌데 인원 보충과 어떻게 관련된 건지…….


  “정보부의 어디인가?”

  “……방첩과.”

  방첩과. 다시 말해 스파이 헌터인가. 그렇다면 내가 있는 곳에 스파이가 있던가. 혹은 보내올 두 사람이 스파이인가. 할 일은 감시. 혹은 기만정보를 흘려 역이용. 그런 정도인가. 어쩐지 국장이 불쾌할 만하다. 소인배인 국장에겐 조금 짐이 무겁다.


  내 방에 들어가 적당히 앉도록 했다. 방은 그다지 크지 않고, 소파도 없다. 내 책상 외에는 접이식 의자가 있을 뿐이다. 살풍경하고 그다지 좋은 방이라고도 할 수 없지만, 두 사람 모두 불만도 말하지 않고 의자에 앉았다.


  새삼 두 사람을 본다. 바그다슈 대위는 20대 중반에서 후반이겠지. 머리카락도 깔끔하게 정돈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대담하달까, 침착하달까, 독특한 분위기가 있는 남자다. 또 한 명 젊은 여성 병사는 20세가 될까 말까 하겠지. 부드러운 미소를 띄우고 있다. 내 시선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그녀가 이름을 밝혔다.


  “미하마 사아야 소위입니다. 정보부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빙긋 웃었다. E식인가. 그렇다면 원래는 동양계인 것 같다. 미하마 소위라 불러야 겠지.


  웃으면 눈이 가늘어지며 보조개가 양 뺨에 나온다. 귀여운 느낌의 여성이다. 목소리도 어딘지 달콤한 느낌으로 들린다. 정보부라고 했지만 그다지 그런 느낌이 들지 않는다. 소위란 건 사관학교를 졸업하여 1년도 지나지 않았다는 거다. 그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야기를 들어볼까.”

  “제 5차 이젤론 요새 공략전이 실패했습니다. 병행추격작전은 잘 된 듯이 보였습니다만. 최종적으론 제국의 만용 앞에 실패했습니다.”


  바그다슈 대위의 말에 나는 말없이 끄덕였다. 제 5차 이젤론 요새 공방전은 동맹군의 병력 함정 약 5만척, 제국군은 이젤론 요새와 그 주류 함대 약 1만 3천척으로 행했지만. 그 결말은 비참한 것이었다.


  제국함정 전체가 요새에 향해 후퇴를 시작했을 때, 동맹군은 병행추격작전을 행하여 양군의 함정이 뒤섞여 혼란 상태가 되었다. 사정거리 내에 있으면서도 토르 해머를 쏘지 못한다는 상황을 만들어 통맹군은 단숨에 요새를 공략하려 공세를 취했지만, 진퇴양난에 빠진 제국군은 토르 해머 발사를 명령. 아군의 제국군 함정채로 동맹군의 함대를 분쇄했다.


  병행추격작전은 실패로 끝나고, 동맹군은 잔존병력을 모아 철퇴했다. 동맹군 총사령관 시트레 대장은 유감이었겠지. 설마 제국군이 아군까지 싸잡아서 포격을 날릴 줄이야. 그것만 없었다면 이젤론 요새를 공략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철퇴중인 동맹군에 한 명의 제국군인이 망명을 희망했습니다.”

  “망명자…….”

  “에리히 발렌슈타인 중위. 병참통괄부에 소속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과연. 제국측의 후방근무사관인가. 내 곁에 오는 건 그건가…….


  “아시리라 생각합니다만. 대령 곁에 배속되는 건 그입니다.”

  “그럼 또 한 명은?”

  난 미하마 소위를 봤다. 그녀는 조금 곤란한 표정을 보였다.


  “보신 대로 미하마 소위입니다. 그녀가 발렌슈타인 중위의 감시역이 됩니다.”

  두 사람 증원이라고 해도 한 사람은 스파이에 한 사람은 감시역인가. 말도 안 되는군. 무심코 한숨이 나왔다.


  “이런이런. 대위. 증원을 희망했지만 한 사람은 스파이에 한 사람은 감시역인가? 정말이지. 말이 안나오는군.”

  내 말에 바그다슈 대위는 조금 곤란한 표정을 보였다. 그런 얼굴을 해도 안 된다고. 대위.


  “분명 그녀는 감시역입니다만, 발렌슈타인 중위는 아직 스파이라고 확정된 건 아닙니다.”

  “그럴까? 동맹군이 돌아올 때까지 앞으로 2주일이 남았어. 지금 시점에서 벌써 그 중위를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은 꽤 확실하게 그를 스파이라고 의심하는 거겠지?”


  “그렇지 않습니다. 대령. 실은 그가 스파이인가 그렇지 않은가 판단할 수 없습니다.”

  “판단할 수 없다?”

  내 말에 바그다슈 대위가 끄덕였다. 진지한 표정이다. 거짓말이 아닌 걸로 보이지만, 상대는 정보부다. 간단히 믿을 순 없다.


  “현 시점에서 원정군 총기함, 헥토르에서 그에 대한 조사가 행해지고 있습니다만. 모두 판단할 수 없다고 합니다. 조사 내용은 정보부에게도 보내지고 있습니다만. 이쪽도 판단할 수 없어서…….”

  “농담이겠지…….”

  원정군만이 아니라 정보부도 판단할 수 없다? 그런 말을 믿으라는 건가. 눈앞의 남자는.


  내가 아연해하고 있지 미하마 소위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발렌슈타인 중위 말입니다만. 그는 사관학교에서 병참을 4년간 전공했다고 합니다. 대령도 아시겠습니다만, 제국에선 보급담당사관의 지위가 극단적으로 낮습니다. 병참을 4년간 전공했다고 한다면 틀림없이 낙오생입니다.”


  그녀의 말대로다. 일단 틀림없이 발렌슈타인 중위는 낙오생기겠지. 대단한 정보 따위 가지고 있을 리 없고, 그런 낙오생을 스파이로 삼을 리도 없다. 아마도 거짓 신분이겠지.


  “헌데 중위의 사관학교 졸업성적은 5등이었습니다. 그것도 제국고등문관 시험도 합격했습니다. 연령은 지금 현재 17세. 12세에 사관학교에 입학하여 16세에 졸업했습니다. 아무리봐도 낙오생으론 보이지 않아요.”

  “…….”


  동감이다. 아무리 봐도 이상하다. 곤란해하는 내게 이번엔 바그다슈 대위가 말했다.

  “그런겁니다. 대령. 스파이라면 할 수 있는 한 이쪽을 믿을 수 있게 하겠죠. 그렇다면 이런 어설픈 거짓 신분은 만들지 않을 겁니다.”


  “망명 이유는?”

  “살해당할 뻔했다고 합니다.상대는 귀족의 명령을 받은 남자라고 합니다. 그 남자를 역으로 쓰러뜨렸습니다만. 이 이상 제국에 있으면 위험하리라 판단한 듯 합니다.”


  평민의 중위가 귀족에게 살해당할 뻔하다? 대체 무슨 짓을 했나?

  “그의 양친이 어떤 귀족의 상속문제로 그 귀족에게 살해당했다고 합니다. 이번 건도 거기에 관련되어 있으리라고 그는 말하고 있습니다.”

  “사실인가? 그건.”


  내 질문에 바그다슈 대위와 미하마 소위는 얼굴을 마주했다. 그리고 이번엔 소위가 말을 이었다.

  “페잔 경유로 사건을 찾았습니다. 분명 5년 전, 콘라트 발렌슈타인, 헬레네 발렌슈타인 두 사람은 살해당했습니다. 그들은 변호사와 사법서사로 모 귀족의 상속문제에 관련되어 살해당한 걸로 보입니다.”

  “…….”


  “당시 제국에선 꽤 유명한 사건이었다고 합니다. 두 사람 사이에 에리히라는 아들이 있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연령은 당시 12세. 살아 있었다면 17세입니다. 망명한 발렌슈타인 중위와 일치합니다.”

  “……사실인가.”


  “그의 소지품 안에 페잔 은행 카드가 있었습니다.”

  “은행 카드?”

  “예. 20만 제국 마르크의 저금이 들어있었습니다.”

  “거짓말이겠지…….”

  목소리가 떨린다. 평민인 중위에게 20만 제국 마르크? 대체 무슨 돈이야?


  내 곤혹을 무시하고 미하마 소위가 침착한 말투로 말을 계속한다. 하지만 소위의 얼굴엔 아까 전까지 있었던 웃음이 없다.

  “양친이 죽은 후, 상속문제로 신세를 진 데다 그 건으로 그의 양친을 죽게 만든 걸 후회한 귀족이 그에게 준 것이라고 합니다.”


  “믿을 수 있나? 병참통괄부는 보급담당이다. 횡령이나 부정으로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사복을 취할 수 있잖아?”

  그렇다면 범죄를 발각될 뻔해서 망명한 것이 아닌가? 그런 남자를 이쪽으로 보내면 이번엔 이쪽에서 사복을 취하겠지. 장난이 아니다!


  “분명 그렇습니다만. 금액이 너무 큽니다. 게다가 그 구좌가 개설된 건 5년 전입니다. 20만 제국 마르크도 그 때 입금되어 있습니다. 입금자는 리메스 남작. 발렌슈타인 중위의 증언은 틀림없습니다.”


  방에 침묵이 떨어졌다. 어떻게 판단해야 좋을지 알 수 없다. 그것이 겨우 알았다. 이 무슨 묘한 망명자인가. 하나하나가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이유를 들으면 분명 있을 수 있어 보인다. 하지만 그 이유가 처음부터 준비되어 있었다면……. 아니, 대체 이런 이상한 신분을 준비하여 스파이로 삼을 수 있는 것인가…….


  “혹시 그가 스파이라면 5년 전부터 제국은 그를 준비한 것이 됩니다. 하지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으리라곤 생각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정말 망명자냐고 한다면, 거기에도 의문이 남습니다. 판단할 수 없다는 거에요.”


  바그다슈 대위의 말에 자연스럽게 나도 끄덕였다.

  “우리들에게 있어 스파이는 두려운 존재가 아닙니다. 그것만 알면 얼마든지 감시도 할 수 있고 이용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르면 곤란합니다.”

  “그래서 내 쪽에서 감시하겠다는 건가.”


  바그다슈 대위가 끄덕였다.

  “발렌슈타인 중위는 하이네센에 도착한 후, 약 1개월 간 정보부에서 조사를 받습니다. 그때까지 미하마 소위를 가능한 한 보급담당사관으로 만들어 주세요. 중위의 배속 후엔 그녀를 보좌역으로 붙여주십시오.”


  내가 미하마 소위에게 시선을 향하니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잘 부탁드립니다.”

  “알았다. 그렇게 하지.”

  “그녀의 배속은 내일이라도 내시가 있을 겁니다만. 그 시점에 그쪽으로 보내겠습니다.”

  “알겠다.”


  이야기가 끝났다고 판단한 거겠지. 두 사람이 돌아가려 했지만, 돌아가려는 사이에 바그다슈 대위가 묘한 걸 말했다.

  “그러고보니 대령은 양 중령과 친했지요?”

  “그렇지만. 그건 왜 물어보나?”


  “발렌슈타인 중위와 양 중령이 전술 시뮬레이션에서 대전했다고 합니다.”

  “!”

  대전. 양이 발렌슈타인 중위와?


  “어떻게 되었나?”

  “그게…….”

  바그다슈가 곤란하다는 듯 한 목소리를 냈다. 묘하군. 이기지 않았나? 양이 진다? 그거야말로 있을 수 없는 이야기지만…….


  “묘한 결과가 나왔다고 합니다. 소관도 잘 모릅니다만. 언젠가 중령이 돌아오면 직접 물어보십시오. 저도 알고 싶으니까요.”

  그렇게 말하고 바그다슈 대위는 방을 나갔다. 묘한 이야기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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