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주력 794년 3월 10일. 반플리트 4=2. 미하마 사아야.
반플리트 성계는 이젤론 회랑의 동맹 측에 위치하는 항성계입니다. 8개의 대행성, 300여개의 소행성. 26개의 위성이 있지만, 누구도 살지 않은 채 방치되어 있습니다. 첫째로 산소와 물이 풍부하지 않기 때문이지만, 제국과의 경계와 가깝기 때문에 언제 침공해 올지 모르는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그런 위험성을 무시해서까지 개발해야 할 매력은 반플리트 성계엔 없습니다.
항성 반플리트, 간단히 말해 태양 말입니다만, 이 항성 반플리트도 굉장히 불안정합니다. 그것도 반플리트 성계가 방치 된 원인 중 하나로 꼽힙니다. 그렇다 해도 인류는 아직 항성을 태양이라고 부릅니다. 태양 따위 이제 관계없는데.
제국과 동맹이 전쟁을 시작하고 150년이 지났습니다만, 반플리트 성계가 전장이 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그럴 정도로 아무런 가치도 없는 성계입니다. 다시 말해 어떻게 구제할 방법이 없는 변경 성계. 예전에는 그랬습니다.
이 반플리트 성계에 기지를 만든 것은 이젤론 요새 공략전을 위한 것 외의 이유가 없습니다. 반플리트는 이젤론 요새에서 극히 가깝습니다. 여기에 기지를 만들어 이젤론 요새 공략전의 후방지원기지로 쓴다. 그것이 동맹군의 노림수입니다.
기지는 반플리트 4=2의 남반구에 있습니다. 반플리트처럼 아무도 살지 않는 항성계에선 행성이나 위성에 이름이 붙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플리트 4=2라는 건 반플리트 성계의 제 4 행성에 소속하는 제 2 위성이라는 뜻입니다.
직경 2,250킬로미터. 얼음과 유황 산화물과 화산성 암석에 둘러싸인 불모의 위성으로 중력은 0.25G. 이착륙시의 부담은 비약적 적습니다. 대기는 미량으로 질소가 주성분. 자유행성동맹군이 기지를 만들어 우리들이 지키기 위해서 도착한 곳은 그런 곳이었습니다.
“보고합니다. 에리히 발렌슈타인 소령입니다. 세레브레제 중장의 지휘하에 들어가도록 명령 받았습니다.”
“미하마 사아야 중위입니다. 마찬가지로 세레브레제 중장의 지휘하에 들어가도록 명령 받았습니다.
“정보부에서 왔습니다. 바그다슈 소령입니다. 발렌슈타인 소령을 도우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음. 세 사람 모두 잘 왔다. 잘 부탁하네.”
세레브레제 중장이 기쁘다는 듯한 말투로 저희들의 노고를 치하했습니다. 하긴, 중장은 꽤나 의심스럽다는 듯이 바그다슈 소령을 보고 있습니다. 어째서 이런 곳에 정보부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걸지도 모릅니다.
세레브레제 중장은 40대 후반의 남성입니다. 실전 지휘보다도 후방근무 경험이 긴 군관료로 기지운영부장으로서 반플리트 4=2의 기지를 건설, 건설 후엔 기지사령관으로서 부임했습니다.
이번 싸움에서 기지를 지키고, 다음에 행해질 이젤론 요새 공략전을 큰 과실 없이 임한다면 하이네센에 돌아가 후방근무본부의 차장이 될 거라는 말을 듣고 있다고 합니다.
중장에게 있어선 이번 방위전은 금후의 미래를 정하는 일입니다. 당연히 이기고 싶다. 그렇게 생각할테지만 곤란하게도 중장에겐 실전경험이 거의 없습니다. 중장의 주변도 그것 때문에 불만을 가지고 있습니다.
중장도 당연히 그걸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중장은 그걸 되돌리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유능한 참모가 곁에 있길 바란다고 생각했다 합니다. 특히 중장이 바란 것은 후방근무출신의 참모였습니다.
통합작전본부, 우주함대출신의 엘리트 참모로는 자신을 바보로 여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야 의미가 없습니다. 자신을 바로 곁에서 보좌할 수 있는 것은 후방근무출신의 참모……. 중장은 군 상층부에 후방근무출신의 참모를 파견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리고 발렌슈타인 소령과 제가 선발되었다고 합니다. 바그다슈 소령이 알려 주었습니다.
세레브레제 중장이 표정을 일변하여 걱정하는 표정으로 물었습니다.
“상황은 들었는가? 발렌슈타인 소령.”
“예. 이번 달에 들어 제국군은 이젤론 요새에 집결중이라고 들었습니다. 근 시일 내에 반플리트 성계로 밀고 들어오리라 예상할 수 있습니다.”
소령의 말에 세레브레제 중장의 얼굴이 더더욱 어두워집니다.
“목적은 이 기지를 파괴하는 것인가…….”
“그 확증은 없습니다. 혹은 제국군은 기지의 존재를 모를 가능성도 있겠죠. 동맹군이 이 성계에 있다. 단지 그것만으로 공격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발렌슈타인 소령이 평온한 말투로 중장에게 대답했습니다. 중장은 “그 가능성도 있는가.”하고 말하고 몇 번이나 끄덕였습니다. 그리고 소령은 그런 중장을 잠자코 보고 있었습니다. 소령의 시선을 눈치챈 거겠죠. 세레브레제 중장이 작은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하지만 저만한 장비를 가져왔잖은가. 사실은 쳐들어 올거라 생각하는 거겠지? 소령. 진실을 알려주지 않겠는가?”
어딘가 비밀 이야기를 하는 듯한 목소리입니다. 하지만 발렌슈타인 소령은 표정을 바꾸지 않았습니다.
“제국군이 공격해올지 어떨지는 현 시점에선 확실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기지의 존재를 숨길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언젠간 제국군에게 발견될 겁니다. 이번에 쓰지 않더라도 필요한 장비입니다.”
“과연…….”
조금 중장은 실망한 것 같습니다. 소령이 “실은…….”이라며 말해올 것을 기대한 걸지도 모릅니다.
“각하, 장비를 확인해보고 싶습니다만…….”
“아아, 알았네. 물러가게나. 귀관들이 저 장비를 가지고 와서 모두 사기가 올랐어. 믿고 있겠네.”
“예.”
세레브레제 중장의 곁에서 물러나 발렌슈타인 소령은 기지 보관창고로 향했습니다. 저와 바그다슈 소령도 그 뒤를 따랐습니다. 보관창고에는 다기능복합탄, 근접방위화기 시스템, 지대지 미사일, 집속폭탄 등등이 옮겨지고 있었습니다..
저희들 이이에도 몇 명인가가 반입을 보고 있습니다. 저희들이 다가가니 시선을 이쪽으로 향했습니다만, 발렌슈타인 소령은 신경쓰지도 않고 무기 반입을 지켜보기 시작했습니다. 저와 바그다슈 소령은 조금 떨어진 위치에서 무기 반입을 보고 있습니다.
“굉장한 양이로군.”
바그다슈 소령이 감탄한 목소리를 흘렸습니다. 동감입니다. 정말 굉장한 양입니다. 발렌슈타인 소령은 대체 이걸로 뭘 하려는 셈인지…….
바그다슈 소령은 이번 갑자기 저희와 동행하여 반플리트 4=2 방위전에 참가한다고 말을 꺼냈습니다. 겉으로 보인 이유는 발렌슈타인 소령에게 음모놀이라 비난 받은 일을 함께 싸우는 걸로 불식하고 싶다고 합니다.
사실 진짜 이유는 달리 있습니다. 발렌슈타인 소령이 어떤 싸움을 할지 그걸 확인하고 싶다고 합니다. 자칫 잘못하면 전투에 휘말려 전사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바그다슈 소령은 “발렌슈타인 소령의 곁에 있는 것이 가장 안전할지도 모른다.”라고 합니다.
발렌슈타인 소령은 바그다슈 소령의 동행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맘대로 하라는 말 뿐입니다. 하이네센에서 이 반플리트 4=2까지 소령은 거의 방에 틀어박혀있을 뿐입니다. 가끔씩 방에서 나와도 무표정으로 뭔가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희들에겐 관심도 가지지 않습니다.
식사 때에도 그건 다르지 않았습니다. 마치 주변과의 접촉을 고의로 피하는 듯이 보였습니다. 이전엔 제 4함대에 있을 때도 페잔에 가기 위해 민간선에 탔을 때도 소령은 과자를 만들어 차를 마시자고 권했습니다. 쿠키나 케이크나 파이……. 특히 소령이 만드는 애플파이는 작품입니다. 그걸 기대하고 있었습니다만, 이번엔 없습니다. 쓸쓸합니다…….
지금도 저와 바그다슈 소령이 곁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소령은 무표정하게 보관창고에 들어오는 병기를 보고 있습니다.
“이야, 이거 대단하군. 이런 건 처음이야.”
목소리가 들린 방향을 보니 두 사람의 젊은 남성이 있었습니다. 한 사람은 밝은 갈색의 머리를 한 말쑥한 남성입니다. 또 한 사람은 밝은 머리카락의 남성이었습니다. 아까 전까지 없었으니 저희들이 온 뒤에 온 거겠죠.
아무래도 말을 한 것은 밝은 갈색 머리카락의 남성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는 이쪽을 보고 빙그레 웃으면서 말을 걸었습니다.
“미하마 중위. 소관은 올리비에 포플란 소위입니다.”
이 사람, 날 알고 있어?
“그렇게 놀랄 일도 아니잖습니까? 이전부터 중위에 대해 신경쓰고 있었습니다. 어떻습니까? 오늘 밤, 시간을 내주실 수 없을까요? 아니면 발렌슈타인 소령의 허가가 필요합니까?”
조금 저를 도발하는 듯한 말투입니다. 발렌슈타인 소령을 봤습니다. 소령은 무표정하게 무기의 반입을 보고 있습니다. 조금 더 반응이 있어도 좋잖아요! 포플란 소위의 유혹에 응할까나? 그렇게 생각했지만 그만뒀습니다. 제 곁에서 바그다슈 소령이 히쭉히쭉하며 저를 보고 있습니다.
“아가씨. 그렇게 뻔히 보이는 도발에 응하면 안 되죠.”
“…….”
또 한 명의 남자가 말을 걸어왔습니다.
발렌슈타인 소령에서 조금 떨어진 장소에서 무기 반입을 보고 있던 남성입니다. 회색이 섞인 갈색 머리카락을 하고 있습니다. 장신에 형태가 뚜렷한 얼굴로 어딘가 대담하고 불손……. 조금 불량한 느낌이 보였습니다.
“발렌슈타인 소령. 그 여성은 귀관이 막아주길 바라는 듯 하다.”
그 남성이 비꼬는 듯한 웃음을 띠며 소령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딱히 막아주길 바란 건 아닙니다! 단지 조금 더 반응이 있어도 괜찮으리라 생각했을 뿐입니다! 착각하지 마세요!
“쉔코프 중령. 저는 미하마 중위의 보호자가 아닙니다. 피보호자도 아니고…….”
잠깐, 그거 무슨 의미입니까? 저도 소령 같은 보호자따위 필요 없는 데다 피보호자도 필요 없습니다. 애초에 조금 더 할 말이 있잖아요? 그렇다치고 쉔코프 중령? 아는 사이? 하지만 쉔코프 중령도 놀라고 있고…….
“이름 높은 소령이 소관을 알고 있다니. 영광이군요.”
“…….”
“지상전 장비가 많은 듯 합니다만. 과연 지상전이 일어날까요? 함대가 일부러 지상에 내려오리라 생각할 수 없습니다만.”
쉔코프 중령이 비꼬는 듯한 웃음을 띠며 발렌슈타인 소령을 보고 있습니다. 도발하고 있는 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발렌슈타인 소령은 신경쓰지도 않고 무기의 반입을 보고 있습니다.
무시 받은 쉔코프 중령은 어떻게 할까. 신경쓰여서 중려을 봤습니다. 그 때 중령의 문장이 보였습니다. 이 사람, 로젠리터입니다!
로젠리터는 동맹군에 있어 제국에서 온 망명자의 자제로 구성된 연대의 명칭입니다. 동맹 최강의 백병전 부대이며, 그 전투능력은 1개 연대로 1개 사단에 필적한다고 할 정도.
하지만 문제도 많습니다. 전투중에 적과 아군을 바꿔 제국군으로 돌아선 사람도 있습니다. 역대 연대장 열한 명 중 세 명은 제국군과 전투에서 사망, 두 명은 장성으로 승진한 뒤 퇴역, 나머지 여섯 명은 동맹을 배신하여 제국으로 역망명……. 실력은 있어도 어딘지 위험시되어 박해받는다……. 로젠리터는 그런 부대입니다.
혹시 중령에겐 소령에 대한 반발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중령은 로젠리터로서 주변에서 위험시되는 존재. 한편 소령은 영웅으로서 군 상층부에서 평가받는 존재. 재미없다고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무기 반입을 보고 있던 소령이 시선을 쉔코프 중령에게 향해 질문했습니다.
“저를 도발하는 것이 즐겁습니까? 쉔코프 중령.”
“꽤 즐겁군요.”
쉔코프 중령이 웃음을 띠며 대답했습니다.
그 순간입니다. 발렌슈타인 소령이 희미하게 웃음을 띠었습니다. 어딘가 불길한 느낌이 드는 웃음입니다. 무심코 곁에 있던 바그다슈 소령과 시선을 마주쳤습니다. 소령도 놀라고 있습니다.
“좀 더 재밌어질 겁니다. 중령. 원정군 중엔 헤르만 폰 뤼네부르크 준장의 이름이 있었습니다.”
“설마, 뤼네부르크…….”
쉔코프 중령이 신음하듯이 그 이름을 입에 담았습니다.
제 11대 로젠리터 연대장 뤼네부르크는 제국에 역망명한 인물입니다. 역대 연대장 열두 명 중 동맹을 배신하여 제국에 망명한 연대장은 여섯 명……. 그 중 한 사람이 헤르만 폰 뤼네부르크…….
쉔코프 중령에게 있어 용서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닙니다. 뤼네부ㅡ크 준장이 망명한 것 때문에 로젠리터는 군 상층부에서 위험시되고 말았습니다. 불구대천의 원수라는 말은 그야말로 그를 위해서 있다고 해도 좋겠죠.
“그렇습니다. 뤼네부르크 준장입니다. 그립죠? 중령. 그가 여기로 쳐들어올 날이 기대되는 군요. 내기 해볼까요? 뤼네부르크 준장이 이 기지로 쳐들어올지 아닐지.”
“…….”
발렌슈타인 소령이 웃음을 띠며 쉔코프 중령에게 말을 계쏙합니다. 쉔코프 중령의 얼굴엔 아까 전까지 있던 웃음이 지금은 없습니다.
“저는 이 반플리트 4=2에 그가 오리라 생각합니다. 그 때문에 이 무기를 준비했습니다. 중령. 모쪼록 사용해주시길 바랍니다.”
“……과연. 그렇게 하도록 하죠.”
쉔코프 중령이 웃음을 띠며 대답했습니다만, 발렌슈타인 소령은 중령에게서 관심을 잃은 듯이 이번엔 시선을 포플란 소위들에게 향했습니다.
“포플란 소위. 귀관을 여기에 부른 것은 저입니다.”
“…….”
“이유는 단 하나. 귀관이 훌륭한 파일럿이기에.”
“그거 참 감사함다.”
발렌슈타인 소령이 웃음을 띠며 포플란 소위에게 말을 걸고 있습니다. 포플란 소위는 조금 긴장한 모습입니다. 지금 소령의 미소는 어딘지 모르게 무섭습니다…….
“귀관이 구제할 도리 없는 트러블 메이커에 호색한이라도 전혀 상관없습니다. 적의 전투기를 떨구기만 하면 말이죠. 제가 필요한 건 귀관의 파일럿으로서의 재능이며 귀관의 인간성이나 인격이 아닙니다.”
“…….”
“귀관이 전사해도 상관없습니다. 누구도 슬퍼하지 않으니까요. 오히려 트러블 메이커가 없어졌다고 모두 기뻐할 테죠.”
심한 말투입니다. 포플란 소위의 얼굴이 경직됩니다. 그래도 작은 목소리로 항의했습니다.
“내가 없어지면 하이네센에서 날 기다리는 여자들이…….”
“안심하세요. 그녀들은 바로 새로운 연인을 찾을 겁니다. 아니면 벌써 찾았을지도 모르지요.”
포플란 소위가 말을 잃고 발렌슈타인 소령은 보관창고를 떠났습니다. 저는 바그다슈 소령과 시선을 마주치고 바로 뒤를 쫓았습니다.
얌전해 보이는 외견에 속기 쉽지만 발렌슈타인 소령의 성격은 꽤 엄합니다. 당하면 반드시 되돌려준다. 그걸 이해하지 않으면 안 좋은 꼴을 당합니다. 이 기지 사람들은 빨리도 안 좋은 꼴을 당한 것 같습니다. 이제부터 소령에 대해 바보같은 생각은 하지 않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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