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주력 794년 4월 6일. 반플리트 4=2. 에리히 발렌슈타인.


  제국군이 침공하기 위해 왔다. 그 병력은 10만. 이제 곧 이 기지를 침공하겠지. 통신을 방수해서 알아낸 거지만 지휘관은 역시 뤼네부르크인 것 같다. 그렇다면 차석지휘관은 라인하르트라고 봐도 좋겠지. 원작대로다.


  녀석들이 원작대로 침공해온다면 동맹군은 이긴다. 이길 수 있을 거다. 하지만 이기면 어떻게 되지? 때에 따라선 라인하르트가 죽는다. 아니, 꽤 높은 확률로 죽을 것이다.


  라인하르트가 죽으면 제국에 의한 우주통일은 없는 일이 된다. 결과적으로 전쟁은 길어지겠지. 백년인가. 아니면 이백년인가……. 내가 언제까지 살아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살아있는 사이에 전쟁이 없어질 일은 없을지도 모른다……. 혹은 전쟁이 없어지기 전에 동맹과 제국, 양국이 붕괴할지도 모른다. 남는 것은 페잔과 뒤에서 조종하고 있는 지구교인가……. 웃기는 미래다.


  죽으면 된다. 내가 여기서 죽으면 라인하르트는 황제가 되어 우주를 통일하겠지. 인류 전체를 위해서 생각하면 그렇게 해야겠지. 하지만 나는 죽고 싶지 않다. 이기주의라고 불리든 제멋대로라고 불리든 나는 주고 싶지 않다. 타인을 위해서 죽다니 딱 질색이다. 이 세계에 태어나 양친을 빼앗겼다. 제국에서도 쫓겨났다. 덤으로 영문도 모를 전쟁에 참가하게 됐다. 어째서 나만 희생되어야 하는가. 웃기지마!


  결심해라. 한심한 생각을 하지마! 단지 이기는 것만을 생각해라. 살아남는 거다. 어째서 살아남아야 하는지는 살아있는 동안에 알게 되겠지. 그렇게 믿고 살아남는 거다. 웃어라. 넌 이긴다. 역사를 바꿀 수 있음을 기뻐하는 거다……. 뒷일이 어떻게 되든 알까보냐!


  불안한 눈으로 세레브레제 중장이 날 보고 있다. 그런 얼굴을 하지 말도록 해라. 내가 이 싸움을 이기게 해주겠다. 네 인생도 바뀐다. 원작대로라면 이 싸움에서 포로가 되지만, 내가 당신을 승리자로 해주겠다. 후방근무본부차장이든 본부장이든 맘대로 해먹도록 해라. 그러니 당신은 내게 지휘권을 맡겨두기만 하면 돼…….


  “각하. 제국군이 침공해왔습니다. 요격 지시를 내리겠습니다만, 괜찮겠습니까.”

  “음. 좋네. 소령.”

  “각 전투구역은 제국군이 공격범위내에 들어오는 대로 공격하라. 제31, 제33전략폭격항공단은 집속탄을 탑재. 제18공격항공단은 대함미사일을 탑재. 제52제공전투항공단은 공중전 준비. 명령이 있을 때까지 대기하라.”

  반플리트 4=2 전투가 시작한다……. 모든 건 여기서부터 시작하겠지…….


...


■ 우주력 794년 4월 6일. 반플리트 4=2. 미하마 사아야.


  전투를 시작하고 이미 12시간이 지났습니다. 기지에선 동맹군에 대해 비명과 같은 구원요청이 나오고 있습니다. “제국군이 대규모 지상부대에 의한 기지 공격중. 피해 심대. 지급히 요청을 바람. 서두르길.”


  사령실 스크린에는 제1에서 제8까지 있는 전투구역 상황이 비춰지고 있습니다. 제국군의 공격은 꼭 잘 되고 있지만은 않습니다. 그보다도 수비하고 있는 동맹군 쪽이 압도적으로 유리합니다. 제국군은 이미 두 번 공격을 중지하고 태세를 바로잡고 세 번째 공격을 가해왔습니다. 이제 그만두는 편이 좋을 텐데…….


  저희들은 모두 장갑복을 입고 있습니다. 발렌슈타인 소령도 장갑복을 입고 있습니다. 화사하고 가녀린 소령이 장갑복을 입고 있으면 인형옷을 입고 있는 것 같습니다. 모두 몰래 웃고 있습니다. 만일의 경우엔 기지 내에서 전투도 있을지도 모르니 당연합니다만, 실제로 기지 내에서 전투가 되리라곤 누구도 생각하지 않겠죠. 그 정도로 이쪽이 우세합니다.


  저공에서 지상공격메카가 기지에 돌입하려고 합니다만, 돌입 직전에 동맹측 근접방어화기 시스템에 격파되고 있습니다. 무지막지하게 대단합니다. 압도적으로 지상공격메카를 격파하고 있어서 뭔가 영화라도 보고 있는 게 아닌지 착각할 것 같습니다.


  근접방어화기 시스템, 6개의 총열을 가진 레이저포에 색적, 추적, 화기관제 시스템을 일체화 한 완전자동 방어 시스템입니다. 이번 발렌슈타인 소령이 대량으로 옮겨 온 무기 중 하나입니다만, 기지방어에 크게 도움 되고 있습니다.


  혹시 그게 없었더라면 동맹의 방어진은 순식간에 지상공격메카에 의해 유린당하겠죠. 그렇게 되면 당연하지만 방어력이 감소합니다. 제국군이 돌입하는 건 시간의 문제였을 겁니다.


  지상공격메카가 격파되었기에 피해가 없는 동맹측의 방어진에선 제국군을 향해 차례대로 다기능 복합탄을 때려 넣었습니다. 장갑지상차가 파괴되어 병사의 신체가 하늘로 날았습니다. 아무래도 똑바로 보고 있을 수 없습니다. 처참합니다.


  도망치는 병사들에겐 장거리 저격형 라이플에 의해 저격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살아남았다고 생각할 사이도 없이 저격당해 죽는 겁니다. 제국군 병사에게 있어선 지옥입니다.


  이제 알았으리라 생각합니다. 저 구원요청은 거짓말입니다. 피해 심대한 것은 제국군입니다. 구원이 와줬으면 하는 것도 제국군이겠죠. 실제로 이 구원요청을 내고 있는 통신사는 너무 웃어서 눈물이 흐를 정도입니다. 올해 최대의 농담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지금도 한 시간마다 구원요청을 내고 있습니다만 그 때마다 사령실엔 웃음소리가 일어납니다.


  이런 악질적인 농담을 명령한 인간은 당연합니다만, 발렌슈타인 소령입니다.

  “어째서 이런 구원요청을 내는 건가.”

  세레브레제 중장이 물으니 소령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이쪽이 우세하다고 통신하면 우주함대의 도착이 늦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분명 그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도 바그다슈 소령도 그것만이라곤 생각하지 않습니다. 발렌슈타인 소령은 그런 단순한 사람이 아닙니다. 몰래 물어보니 소령은 빙긋 웃었습니다.


  “적의 공격부대 지휘관은 뤼네부르크 준장입니다. 그는 그림멜스하우젠 함대 중에서 고립하고 있습니다. 망명자니까요. 그런 그가 증원을 요청해도 기지에서 피해 심대라고 통신이 흘러나오면 사령부는 신용하지 않겠죠. 일부러 격전이라 속이고 무훈을 크게 하고 싶어 하는 거라고 판단할 겁니다. 당연히 증원은 거부하거나, 아니면 조금만 보내게 되겠죠…….”


  너무합니다. 잘도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다고 저와 바그다슈 소령은 기가 막혔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공포도 느꼈습니다.


  적의 공격부대 지휘관은 역시 뤼네부르크 준장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여기에 온 것은 그림멜스하우젠 중장입니다. 소령의 예측은 완전히 맞았습니다. 그리고 모든 건 발렌슈타인 소령이 생각하는 대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전투개시 직후부터 소령은 세레브레제 중장 대신 방어전 지시를 내고 있습니다. 자신이 준비한 무기가 도움이 되는 기쁜지 발렌슈타인 소령은 희미하게 웃음을 띠우고서 전투를 보고 있습니다. 무섭습니다.


  사령실 안은 동맹군이 우세하게 전투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인지 비교적 침착합니다. 무엇보다도 세레브레제 중장이 침착합니다. 제국군이 반플리트 4=2에 강하한 직후는 흥분했습니다만, 지금은 싱글벙글 웃으며 때때로 소리까지 내서 웃기까지 합니다.


  발렌슈타인 소령에 대한 신뢰도 더더욱 깊어졌습니다. 소령의 진언에 대해선 거의 무조건으로 허락이 내려졌습니다. 세레브레제 사령관의 기분이 좋기 때문에 모두들 불필요하게 긴장할 필요가 없습니다. 다소 전투의 처참함에 얼굴을 찡그리는 사람도 있습니다만 아군이 처참한 꼴을 당하는 것도 아니고, 군데군데 웃음 소리가 들려오기도 합니다.


  “제국군의 발퀴레(단좌전투정)가 접근하고 있습니다. 숫자, 약 200기!”

  오퍼레이터가 긴장한 목소리로 외쳤습니다. 사령실 안에도 긴장이 달립니다. 제국군의 노림수는 명백합니다. 발퀴레를 사용하여 근접방어화기 시스템을 부수려는 거겠죠.


  근접방어화기 시스템을 부수면 지상공격메카가 위력을 발휘합니다. 그렇게 되면 형세역전도 가능. 그렇게 생각하는 게 틀림없습니다. 시선이 발렌슈타인 소령에게 집중합니다. 소령이 희미하게 냉소를 띠웠습니다.


  “이제야 왔습니까. 조금 느리군요. 게다가 적어……. 제52제공전투항공단에게 요격명령을.”

  “옛.”

  “대공요격시스템, 작동개시.”

  “대공요격시스템, 작동 개시합니다.”


  “처참하군, 이건……. 제국군의 피해는 늘어날 뿐이겠지.”

  바그다슈 소령이 중얼거리듯이 말했습니다. 정말 동감입니다. 제52제공전투항공단은 약 400기의 단좌전투정, 스파르타니안이 소속되어 있습니다. 제국군의 2배입니다. 그리고 대공요격 시스템……. 아마도 순식간에 적의 발퀴레, 200기는 괴멸상태에 빠지겠죠. 제국군에게 동정하는 건 아니지만, 조금 너무 심합니다.

  “이래도 물러나지 않을까요?”

  “적의 지휘관은 뤼네부르크 준장이다. 간단하게 물러나지 않겠지.”

  바그다슈 소령이 어딘가 동정하는 듯한 말투로 대답했습니다.


  “그에게 있어선 이게 계급상승 찬스다. 어떻게 해서든 이기고 싶다. 그렇게 생각하겠지. 발렌슈타인 소령은 그걸 잘 이용하고 있어. 사실 전략폭격항공단을 사용하면 간단히 물리칠 수 있으니까.”


  “너무해요. 그런, 가지고 노는 듯한 짓을 하지 않아도……. 어째서 발렌슈타인 소령은 전략폭격항공단을 쓰지 않는 걸까요?”

  “글쎄. 어째서일까? 나도 모르겠군.”


  발렌슈타인 소령을 봅니다. 소령은 사령부 스크린을 보고 있습니다. 저의 시선에 눈치 챘을까요. 이쪽을 봤습니다. 허둥지둥 시선을 돌렸습니다만 소령은 뭔가를 느낀 듯합니다. 절 향해 걸어오고 있습니다. 경솔합니다. 무심코 긴장합니다…….


...


■ 우주력 794년 4월 6일. 반플리트 4=2. 에리히 발렌슈타인.


  사아야와 바그다슈가 날 보고 있다. 어딘지 비난하는 듯한 시선이다. 내가 하는 일에 불만이라도 있는 것 같다. 내가 시선을 향하니 얼굴을 돌려버렸다. 이야기라도 들어둘까…….


  “뭐, 듣고 싶은 거라도 있습니까?”

  “아, 아뇨. 그게.”

  “아아, 발렌슈타인 소령, 그, 어째서 전략폭격항공단을 쓰지 않는지 궁금해서말야.”

  “그래요. 이건 완전히 가지고 노는 거잖아요.”


  횡설수설하며 대답했다. 다시 말해 내가 하는 짓이 잔혹하다는 건가……. 알고 있는 건가? 이 녀석들……. 우리들이 지금 하고 있는 건 전쟁이라는 걸.

  “제국군이 가엽다고라도?”

  “그런 말이 아니에요. 단지, 저 지옥을 언제까지 계속할 건가요?”


  사아야가 스크린을 봤다. 스크린은 하늘로 솟구쳐 오르는 제국군 병사를 비추고 있다. 이것이 사아야가 말하는 지옥인가……. 단순한 전투겠지. 이런 건!


  “지옥입니까? 이게…….”

  “예. 그렇게 생각합니다.”

  “무르군요. 진짜 지옥은 이런 게 아닙니다.”

  사아야와 바그다슈가 두려워하는 표정으로 날 보고 있다. 그렇겠지. 지금의 나는 아마 어쩔도리 없을 정도로 화내고 있을 것이 틀림없다.


  “저는 제 5차 이젤론 요새 공략전에 참가하고 있었습니다. 그 전투는 심했습니다. 동맹군의 병행추격작전을 물리치기 위해 제국군은 아군까지 휘말리게 해서 동맹군을 공격했습니다. 작전 종료후, 요새 내에는 아군의 공격으로 부상을 입은 사람으로 가득했습니다…….”

  “…….”


  “제 주변엔 피냄새로 충만했습니다. 그 독특한, 코를 찌르는 냄새……. 팔이 없는 인간, 다리가 없는 인간, 화상을 입은 인간, 그런 사람들이 주변에 데굴데굴 굴러다녔습니다……. 비명, 노호, 신음소리, 우는소리, 그리고 원망과 한탄……. ”어째서 아군을 쏜거냐.“, ”이런 죽음은 싫다.“, 목소리가 나오는 동안엔 살아 있습니다. 죽으면 아무 것도 들리지 않게 됩니다…….”


  “…….”

  주변이 내 이야기를 듣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멈추지 못했다. 멈추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저 지옥을 나 이외의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었다.


  “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피냄새에 구토하고, 부상자의 목소리에 덜덜 떨었습니다. 어째서 나는 상처가 없는가. 어째서 나도 부상을 입지 않았나. 어떻게 하면 그들과 함께 누군가를 원망하고, 저주할 수 있을까. 그것만을 생각했습니다. 그대로 있었다간 전 미쳐버렸을지도 모릅니다…….”


  그렇다. 미쳐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내가 나 자신을 상처입혔을지도 모른다. 그걸 나이트하르트 뮐러가 구해줬다.

  “그때 제가 미치지 않고 끝난 건 나이트하르트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두려움에 빠져 구토하고 있던 절 구했습니다. 등을 두드리며 격려했습니다. 그 스스로 부상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도움도 되지 못한 절 지켰습니다. 그렇기에 지금의 제가 있습니다……. 그에 비하면 이런 건 지옥이 아닙니다. 단순한 전투입니다.”


  사아야와 바그다슈가 얼굴을 경직하며 듣고 있다. 그런가 그런 건가…….

  “바그다슈 소령. 소령은 나이트하르트 뮐러를 알고 있는 것 같군요. 조금도 의심쩍은 표정을 보이지 않습니다. 미하마 중위에게서 들었습니까?”


  내 질문에 두 사람은 깜짝 놀라는 표정을 보였다.

  “아니에요. 저, 말하지 않았어요.”

  “딱히 상관없습니다. 저도 말하지 말라고는 하지 않았으니. 단지 당신이 말하지 않으리라고 멋대로 생각했을 뿐입니다.”


  다시 말해 내가 바보였다는 것뿐이다……. 그녀가 정보부 사람이라는 걸 알면서도 신용했다. 어딘지 스파이 같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그런 날 이용했다. 다시 말해 정당한 일을 했다는 것이다.


  사아야가 울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다.

  “아니에요. 전, 진짜로 말하지 않았어요. 믿어주세요. 소령.”

  뭘 믿으라는 거지? 내겐 믿을 것이 아무것도 없다. 있는 건 현실뿐이다. 그리고 현실은 그녀가 정보를 바그다슈에게 알렸다고 말하고 있다.


  내가 여기에 온 것은 그것이 이유인가. 내가 제국에게 돌아가고자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 거다. 그리고 돌려보내지 않기 위해서 최전선에 내보냈다. 죽어도 좋다. 살아남으면 출세하게 해서 최전선에 내보낸다. 그런 거겠지……. 로젠리터와 마찬가지다. 위험한 곳으로 보내서 뭉개버린다. 여기야말로 진짜 지옥이로군…….


  “기다리게 소령, 미하마 중위는 우리들에게 보고하지 않았어.”

  얼굴을 창백하게하며 바그다슈가 사아야를 옹호했다.

  “그럼 어째서 알고 있는 겁니까?”

  침묵인가. 잘하는 짓은 아니군. 바그다슈.


  “……페잔의 비오라 대령에게 부탁해서 도청기를 그녀에게 설치했다. 그래서 알게 된거다.”

  “……도청기! 너무해요! 너무합니다. 바그다슈 소령!”

  “그게 우리들의 일이다. 설령 아군이라도 의심해야 하는, 그것이 정보부다!”

  “!”


  비오라 대령인가. 그 잉여 돼지에게 그런 수법이 가능했는가……. 한방 먹었군. 페잔의 수석주재무관은 폼이 아니라는 건가. 바그다슈를 노려보는 사아야를 보며 생각했다. 세상사 놀랄 일 투성이다……. 바보스러울 정도 이상하다.


  “이야기를 되돌리죠. 어째서 전략폭격항공단을 쓰지 않는가. 였죠?”

  “그렇습니다. 저걸 사용하면 간단히 승패가 갈리겠죠. 지금도 압도적으로 우세합니다만 희생이 나오고 있습니다. 어째서입니까?”


  스크린이 발퀴레를 비춘다. 대공요격 시스템을 피하기 위해서인가. 저공비행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위에서 스파르타니안이 습격한다. 한 기, 또 한 기 격추당한다. 도저히 기지에 공격따위 할 수 없다.


  “간단히 승패가 갈린다. 그게 문제인 겁니다.”

  “?”

  둘 모두 의심쩍은 표정을 짓고 있다. 곤란한 녀석들이다. 전투에 이기는 것과 전쟁에 이기는 건 다르다는 걸 이해하지 못한다. 국지전에서 이겨도 전쟁 전체에서 지는 일은 자주 있는 일이다.


  “전략폭격항공단이 있는 이상, 지상공격은 간단하게 성공할 수 없다. 그림멜스하우젠 함대가 그렇게 판단하면 그들은 함대를 기지 상공으로 가져와 공격하겠죠. 대공요격 시스템은 있습니다만 그래도 일개 함대에 의한 지상공격에는 버틸 수 없습니다. 기지는 파괴됩니다.”

  “…….”


  “전략폭격항공단을 쓰는 건 아군 함대가 반플리트 4=2로 왔을 때입니다. 그들에게 그림멜스하우젠 함대를 공격하게 하고, 이쪽은 적의 지상공격부대에 대하여 전략폭격항공단을 써서 공격을 가합니다. 그때까진 이대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 이외에 이길 방법은 없습니다.”


  그래서 저 바보같은 구원요청을 보내고 있는 거다. 그림멜스하우젠 함대에게 자신들이 우세하게 공격하고 있다고 착각하게 한다. 착각하고 있는 한 그들은 움직이지 않는다. 고맙게도 뤼네부르크도 라인하르트도 저 함대 안에선 미움받고 있고 신용도 받고 있지 않다.


  병술은 모략일지니……. 모략이란 사람을 속이는 수단, 사람을 기만하는 방법을 말한다. 속이는 사람이 나쁜 게 아니다. 속는 사람이 나쁜 거다. 왜냐하면 속았기 때문에 몇 십만, 몇 백만이라는 희생자가 나오는 거니까…….

Posted by 추리닝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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