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주력 794년 2월 4일. 하이네센, 후방근무본부. 미하마 사아야.
반플리트 4=2의 수송계획을 완성했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면서 겨우 완성한 수송계획입니다. 발렌슈타인 소령에게 보이니 한 번 읽은 다음 카젤느 대령에게 가져가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대령은 자리에 없습니다. 개인실에 있습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저 방에는 들어가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 곁에는 절대영도의 대마왕이 있습니다. 말을 듣지 않으면 순식간에 얼음폭풍이……, 얼음폭풍이 발생하면 저만이 아니라 주변도 얼어붙겠죠. 주변에 민폐를 끼치기 전에 대령의 개인실로 향했습니다.
“대령, 반플리트 4=2의 수송계획을 완성했습니다. 확인 부탁드립니다.”
제 부탁에 대령은 묵묵히 손을 뻗어 계획서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수송계획서를 보고 조금 생각에 빠졌습니다.
“중위, 발렌슈타인 소령은 이 계획서를 봤는가?”
“예. 대령에게 보여드리라고.”
“…….”
뭔가 불길한 느낌…….
“저, 뭔가 이상한가요?”
“아니, 그렇지 않아……. 좀 더 수송계획을 복잡하게, 알기 어렵게 하리라고 생각해서 말이지.”
죄송합니다. 어차피 저는 단순해요. 말로는 하지 않았지만 마음속으로 투덜거렸습니다.
“소령은 서두르고 있는 것 같군. 전쟁이 시작하는 건 이제 곧이라고 보고 있는 것 같아.”
“…….”
“격심한 전투가 될지도 모르겠군……. 중위, 반드시 돌아오게나.”
“……예.”
저도 모르게 몸이 굳었습니다. 제가 경험한 전쟁은 아레스하임의 회전뿐……. 하지만 그건 전투라고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일방적으로 사이옥신 마약으로 혼란에 빠진 적을 때렸을 뿐. 반플리트에선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은 소령의 모습을 보면 상상할 수 있습니다……. 살아올 수 있을지 어떨지…….
저희들이 떠나는 것은 2월 15일입니다. 앞으로 남은 시간은 11일…….
...
■ 우주력 794년 2월 6일. 하이네센, 통합작전본부. 알렉스 카젤느.
“꽤나 곤란한 것 같군. 카젤느.”
“이러저러한 곳에서 말이 많습니다. 그렇게나 많은 물자를 어디에 쓸 생각이냐. 어째서 귀관이 부대이동에 참견하나 등등. 실제로는 폐점 직전의 창고정리 같은 겁니다만.”
내 말에 시트레 본부장은 가볍게 쓴웃음을 지었다. 이 너구리 영감. 누구 때문에 이런 고생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이번 발렌슈타인의 요구는 최우선으로 행해지고 있다. 일개 소령의 요구가 최우선이라니 본래 있을 수 없다. 그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이유는 그 모두를 본부장 명령으로 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변은 나를 그 명령의 전달자라고 생각하고 있다.
“본부장에게 불만을 말할 수 없으니까요. 모두 제게 토로하는 겁니다.”
“그런가. 수고했네. 대령.”
이번엔 목소리를 높혀 시트레 본부장이 웃었다. 정말 편한 신분이다. 잘 보니 본부장을 따라 웃는 사람이 두 명 더 있다.
“즐거워 보이는군. 양, 바그다슈 소령.”
내 말에 두 사람이 불똥에 맞은 듯 웃음을 그쳤다.
“뭐, 훌륭한 부하를 가져서 여러모로 고생이십니다. 대령.”
바그다슈 소령이 견딜 수 없다는 듯이 웃기 시작했다. 양은 웃음을 눌러 죽이고 있다.
내 입장에선 웃을 일이 아니다. 발렌슈타인은 반플리트의 세레브레제 중장에게 비행장을 만들도록 요청했다. 기지에서 떨어진 장소에 몇 개소 만들라고……. 요청이라곤 해도 시트레 본부장의 이름을 쓰고 있는 거다. 사실상 명령이라고 봐도 좋다. 지금쯤 세레브레제 중장은 필사적으로 비행장을 만들고 있겠지.
“바그다슈 소령. 그쪽은 어떤가? 원정군 함대편제, 장성 이상의 지위를 가진 인간의 리스트를 달라고 했던가?”
“이쪽은 방첩과니까 말이죠. 그 건에 대해선 조사과에게 부탁했습니다.”
밝은 목소리다. 표정에도 긴장감의 파편도 없다. 무심코 빈정이 튀어나왔다.
“괜찮은가? 신용 할 수 있는가? 조사과는. 녀석들, 발렌슈타인에게 좋은 감정은 가지고 있지 않겠지.”
“분명 좋은 감정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의 실력은 알고 있습니다.”
“…….”
“정보라는 건 그것을 쓰는 사람에 따라 다이아몬드도 되고 돌맹이도 됩니다. 그는 제국인입니다. 우리들보다도 훨씬 제국 군인에 관해서 자세합니다. 그가 그 정보를 이번 전투에서 어떻게 쓸지 모두 궁금해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없습니다.”
바그다슈 소령은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시트레 본부장이 만족스럽게 끄덕였다. 시선을 양에게 향했다.
“양 중령. 발렌슈타인이 이번 전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겠는가?”
시트레 본부장의 질문에 양은 머리를 긁으며 대답했다.
“반플리트 4=2에 보내는 물자를 볼 때 그는 지상전이 발생할 것이라 생각하는 걸로 보입니다. 하지만 저와 만났을 때 그는 제국군이 기지의 존재를 모를 가능성이 있다, 그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었습니다.”
“……모순되어 있군. 그건.”
시트레 본부장의 말에 모두 끄덕였다. 분명 그렇다. 기지를 모른다면 반플리트 4=2에서 지상전은 벌어지지 않는다……. 모두의 시선이 양에게 집중했다. 시선을 받으며 양이 입을 열었다.
“기지의 존재를 모른다면 제국군은 동맹군의 격파를 목적으로 합니다. 당연히 함대결전이 됩니다만, 소령은 혼전에 빠져 결착을 지을 수 없을 거라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혼전 속에서 기지를 제국군이 발견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과연……. 기지를 발견하면 당연히 공략하려고 하겠지…….”
“문제는 그때입니다. 동맹군은 기지를 지킬 수 있을 것인가. 지키려고 할 것인가. 소령은 그것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보입니다.”
시트레 본부장이 생각에 빠졌다. 나름대로 짐작가는 곳이 있을테지. 하지만 아무래도 나는 알 수가 없다.
“총사령부가 기지를 지키라고 하면 끝나는 이야기 아닌가?”
내 질문에 양이 고개를 저었다.
“그리 간단하게 되지 않으리라 소령은 보고 있습니다. 아마도 피아 함대가 서로 섞여서 통제할 수 없게 되리라, 그렇게 되면 기지는 고립할 가능성이 높으리라…….”
방에 침묵이 떨어졌다.
“……그래서 중령을 제 5함대에, 라는 겁니까.”
“그런거지. 바그다슈 소령. 기지를 지킬 것을 우선하라는 거지. 하지만 그것만이 아닐지도 몰라…….”
“?”
모두 의문 섞인 시선을 양에게 향했다.
“혹시 그는 다른 걸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다른 거라면?”
시트레 본부장의 질문에 한 순간, 양은 망설였다.
“……예를 들어서 입니다만. 기지를 미끼로 반플리트 4=2에서 함대결전을 연출한다던가…….”
“!”
“혼전이 되어 피아 양방이 혼란에 빠졌을 때, 그런 때 반플리트 4=2에 기지가 있다고 알면 제국군은 반드시 반플리트 4=2에 옵니다. 그걸 적극적으로 이용하여 동맹군을 반플리트 4=2로 유인한다…….”
“말도 안 되는. 기지를 위험에 밀어 넣는다는 건가?”
무심코 목소리가 떨렸다. 하지만 양은 동요하지 않는다. 냉정한 말투로 이야기를 계속한다.
“위험하긴 합니다만, 우주함대의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고립하는 것 보단 좋다……. 그가 두려워하는 것은 고립하여 기지 단독으로 제국군과 싸우는 거겠죠.”
“…….”
방에 침묵이 떨어졌다. 모두 생각에 빠졌다. 양의 생각이 맞다면 발렌슈타인은 기지방위뿐만이 아니라 반플리트 회전 자체를 스스로 제어하려하고 있다.
쿡쿡쿡하고 웃음 소리가 들렸다. 시트레 본부장이 즐겁다는 듯이 웃고 있다.
“재밌어졌군. 발렌슈타인 소령이 반플리트 회전을 연출하는가……. 혹시 그렇게 되면 우리들은 더욱 더 그를 내버려둘 수 없게 되겠군. 제국에게 돌려주다니, 안중에 둘 필요도 없다. 그렇지 않나? 바그다슈 소령.”
“맞습니다. 본부장.”
제국에 돌려준다? 무슨 말인가? 시트레 본부장과 바그다슈 소령은 웃음을 띠우고 있다. 양은 의심쩍다는 표정이다.“
“그건 무슨 의미입니까? 본부장?”
나의 질문에 본부장은 싱글싱글 웃을 뿐이지 대답하지 않는다. 대답한 것은 바그다슈 소령이었다.
“말 그대로입니다. 대령. 발렌슈타인 소령은 제국에 돌아가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제국에선 그가 되돌아올 수 있도록 움직이는 자들이 있씁니다.”
“……처음 듣는 이야기로군. 바그다슈 소령.”
나의 비아냥거림에도 바그다슈 소령은 어깨를 으쓱일 뿐이다. 귀여움이 없는 녀석이다.
“작년 페잔 출장. 그 때 발렌슈타인 소령은 제국 고등 변무관 주최의 파티에 참석했습니다만, 그 때 알았습니다.”
“발렌슈타인 소령이 제국과 접촉한 겁니까? 바그다슈 소령.”
의심쩍다는 듯이 물은 것은 양이다. 스파이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겠지. 나도 동감이다. 녀석은 정말 스파이인가?
“아뇨. 접촉한 것은 미하마 중위입니다. 그녀는 나이트하르트 뮐러 중위라는 제국 군인과 접촉했습니다. 그는 발렌슈타인 소령과 사관학교 동기생에 친구라고 설명하고 미하마 중위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
“[나는 그를 지키지 못했다. 그래서 녀석은 망명했다. 나에게 폐를 끼칠 수 없다면서.]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안톤과 귄터가 예의 건을 조사하고 있다. 반드시 널 제국으로 돌아올 수 있게 한다.]”
발렌슈타인은 망명자였다. 하지만 제국에 돌아간다는 희망을 가진 망명자였다는 것인가. 양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양은 발렌슈타인을 경계하고 있다.
망명자답지 않다. 용병가로서의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숨기려고 하고 있다. 그런 주제에 전체를 통찰하는 듯한 행동을 보인다……. 너무나도 엉망진창이라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다……. 혹시 그것이 제국에 돌아가고자 하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면…….
“우리들은 뮐러 중위를 조사하여 그가 말했던 안톤과 귄터라는 인물에 주목했습니다.”
“알아냈는가. 그들이 어떤 자들인지.”
나의 질문에 바그다슈 소령이 끄덕였다.
“뮐러 중위는 발렌슈타인 소령과 사관학교 동기생입니다. 그렇다면 안톤과 귄터 두 사람도 동기생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떠오른 가능성은 안톤 페르너, 귄터 키슬링 두 사람입니다.”
“귄터 키슬링은 헌병대에 있습니다. 문제는 안톤 페르너입니다. 그는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을 모시며 그 측근으로서 주변이 인정하고 있다고 합니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
나와 양이 동시에 중얼거리고 바그다슈 소령이 “그렇습니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입니다.”하고 끄덕였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 오토 폰 브라운슈바이크. 현 황제 프리드리히 4세의 딸과 결혼하여 사위로서 커다란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프리드리히 4세는 후계자를 정하지 않았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의 딸, 엘리자베스는 황제의 손녀. 차기 황제의 유력 후보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의 영향력이라면 발렌슈타인 소령을 돌아오게 하는 것 정도야 간단할 겁니다. 하지만 아직 소령은 동맹에 있습니다…….”
“이상한 이야기로군. 다른 사람과 착각한 건 아닌가?”
내 말에 바그다슈 소령은 끄덕이지 않았다. 고개를 젓고 이야기를 계속했다.
“여기서 신경쓰이는 것은 뮐러 중위가 말한 [예의 건을 조사하고 있다]는 겁니다.”
“예의 건…….”
“조사가 잘 진행되지 않는 건지, 혹은 브라운슈바이크 공작도 손댈 수 없을 정도로 커다란 문제인 건지……. 소령이 돌아가지 못하는 것, 그리고 망명한 진정한 원인은 유산 상속 따위가 아니라 그 [예의 건]이 원인이 아닐지. 정보부에선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말도 안 되는. 브라운슈바이크 공작도 손쓸 수 없는 문제라고? 망명했을 때 그는 병참통괄부의 일개 중위였다. 그 [예의 건]에 어떤 비밀이 있다는 거냐.”
나의 말에 바그다슈 소령이 침착하라는 듯이 손을 들었다.
“카젤느 대령. 발렌슈타인 소령은 겨우 일주일 만에 동맹의 극비사항인 반플리트 4=2를 눈치 챘습니다. 제국에서도 뭔가 눈치챘다. 그리고 그걸 쾌히 생각하지 않는 인물이 있었다……. 있을 수 없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
무겁고 괴로운 침묵이 방에 떨어졌다. 분명 있을 수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병참통괄부에서 뭔가를 눈치 챘다. 뇌물인가, 혹은 횡령인가……. 에리히 발렌슈타인. 넌 대체 뭘 눈치 챈 거냐? 어떤 비밀을 품고 있나?
“……뭐, 그정도로 해두게나.”
시트레 본부장의 낮은 목소리가 침묵을 깼다. 양은 어딘가 안심했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아마 나도 마찬가지겠지. 바그다슈 소령이 고개를 한번 젓고 말을 시작했다.
“문제는 그가 5년 후, 10년 후에 제국에 돌아갔을 경우입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동맹의 사정에 밝은 인간이 제국에 돌아가는 건가.”
“그것만이 아닙니다. 그는 자신의 귀환에 진력한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의 곁으로 가게 됩니다. 공작의 딸, 엘리자베스가 여제가 되면 그는 제국의 군사활동에 커다란 영향력을 가지게 되겠죠. 두렵지 않습니까? 대령.”
“…….”
“그를 제국에 되돌려보낼 순 없다. 그가 돌아가려 한다면 죽일 수밖에…….”
시트레 본부장이 무거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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