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력 488년 8월 31일. 가이에스부르크 요새. 칼스텐 키아.
두목님이 블라스터를 총집에 넣었다. 더 이상 위험은 없다는 걸까? 우리들도 블라스터를 거뒀다. 계속 쥐고 있어서겠지. 조금 손바닥이 저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럼, 원수 각하. 슬슬 보수에 대해서 상담하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저희들의 활동에 대하여 보고하도록 하겠습니다.”
겨우 왔다고. 이 시간이. 길었다니까. 우르만도 루델도 다행이란 표정을 짓고 있다.
“하나, 키르히아이스 제독의 변경성역 진압에 있어 보급을 지원한 일. 둘, 렌넨캄프, 슈타인메츠 제독을 아군으로 삼은 일. 셋, 키포이저 성역 회전에 있어 리텐하임 후작의 추태를 녹화하여 방송, 귀족연합군의 사기를 떨어뜨린 일…….”
어라? 다들 얼굴 표정이 굳어가는데……. 금발도 조금 변했다고. 아까 전과 표정이 다르다. 좀 봐달라고. 또 쫀쫀하게 굴려고……?
“넷, 베스타란트의 핵공격을 막고,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의 폭거를 밝혀냄과 동시에 귀족연합군의 사기를 재차 꺾은 일. 다섯, 안스바하 준장에 의한 로엔그람 후작 암살을 미연에 방지한 일. 여섯, 리히텐라데 후작의 음모를 밝히고, 숙청의 대의명분을 얻은 일. 이에 의해 제국에 있어 로엔그람 후작의 패권이 확립됐습니다. 이상입니다.”
식장이 조용하다. 뭔가 묘하게 조용한데 말이야. 어째서? 우리들 뭔가 나쁜 짓이라도 했나? 단지 힘냈을 뿐이고. 힘내는 건 나쁜 일이 아니잖아. 칭찬 받아도 좋다고 생각하는데. 확실히 조금 너무 심했다는 느낌도 들지만. 하지만 두목님이 막지 않았으면 금발은 죽었을 테고, 안스바하의 죽음은 유효하게 이용하지 않으면 아깝잖아. 두목님이 한 일은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하는데.
“우리들의 활동. 어떻게 평가해주시겠습니까? 답해주세요.”
두목님이 빙그레 웃으며 금발에게 말하자 금발은 얼굴이 굳었다. 너 말이야. 부탁이니까 자신의 목숨 값을 깎지 말라고. 남자로서 가치가 떨어지잖아. 한심하기 짝이 없다. 해적사회에서 그런 놈은 대우도 받지 못한다. 아니, 여자라도 마찬가지겠지. 넌 역시 두령 그릇이 아니야.
“……무공 제1위라 인정한다.”
무뚝뚝한 얼굴로 금발이 답한 것과 주변에서 한숨이 들린 것은 거의 동시였다. 어이어이, 뭐야 그거? “잘 했다.”라든가 “훌륭하다.”라고 해야 하는 거 아닌가? 너희들 근성이 썩었다고. 찜찜한 표정이나 짓고. 뭐가 하아냐. 이 얼간이. 애초에 금발, 네가 한숨을 내쉬면 어쩌냐고. 무례하잖아?
두목님을 보라고. 싱글벙글 전혀 싫은 내색이 없다. 대단하잖아. 이런 남자는 말이야. 남자에게도 여자에게도 인기가 있다고. 우리들은 다들 두목님을 좋아하고, 여자들도 두목님을 좋아한다. 클라인겔트의 베르타 할멈이 자신이 스무살만 젊었으면 두목님을 가만 놔두지 않았다고 농을 할 정도니까. 60살 넘은 할멈이 말이야. 내가 스물은 부족하지. 그 두 배인 40은 필요하다고 하자 빗자루로 머리를 있는 대로 맞았다고. 나이를 밝히지 말라면서 말이야. 대단한 할멈이야.
“감사합니다. 그럼 대가로서 세 가지 받아가고자 합니다.”
“세 가지인가.”
“예.”
뭘까나. 금발은 경계심을 노골적으로 보이고 있는데.
너 말이야. 그렇게 경계할 거면 처음부터 거절하면 좋잖아. 흑공주의 협력 따위 필요 없다고. 그렇지 않으면 보수는 이것만. 너는 그 만큼만 일해. 그렇게 말하면 된다. 너 같은 손님은 가장 미움 받는 타입이라고. 일을 하게 해놓고 뒤에서 투덜투덜 불만이나 말하고. 우리들의 세계에선 그런 놈을 투덜이라고 한다고. 투덜투덜거리니 말이야.
“일단 하나는 변경성역에 대한 부탁입니다. 이후 5년 간, 정부에 있어 변경성역에 관한 정책을 집행할 경우, 사전에 변경성역 주민의 협의를 필요한다. 는 거죠. 받아들어주시겠습니까?”
에, 뭐야 그거. 처음부터 돈이 아니야? 우르만도 루델도 눈이 점이다. 거기에 뭐야. 갑자기 식장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고. 이것저곳에서 말소리가 들린다.
“사전에 협의? 어찌된 거냐. 그건.”
“그 정책이 변경성역 주민에게 있어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인지 아닌지 판단해 달라는 겁니다.”
어이어이. 더더욱 웅성거림이 커진다고. 뭐, 무리도 아니겠지. 지금까지 그런 일은 없었으니까. 나조차 경악이라고. 아마도 두목님은 변경성역의 실력자들과 상담하고 있겠지만, 변경만이 아니라 제국 전토에서도 사전에 협의하게 해달라는 요구는 지금까지 없었을 것이다.
“오해하지 마셨으면 합니다만, 그들은 원수 각하의 패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변경은 지금까지 항상 무시 당해왔으니까요. 그들이 의견을 말할 자리를 받았으면 한다는 겁니다.”
두목님의 말에 식장이 조용해졌다. 금발도 생각에 잠겨있다.
“……그들이 반대의견을 표명했을 경우, 나는 어떻게 하면 좋은가? 정책을 수정해야 하나?”
“무시하든, 정책을 수정하든, 각하 스스로의 판단으로 정하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들도 그 이상은 바라지 않습니다.”
금발이 두목님을 보고 있다. 생각하고 있군. 깊게 생각하는 것 같지만, 의심하는 것 같지는 않다. 좋은 느낌이야. 근본은 성실한 걸까? 쫀쫀하지만 않으면 그럭저럭 괜찮단 말이지. 이 녀석,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서 쫀쫀한 걸지도 모른다. 뭐, 개인적으로는 그걸로 괜찮을지도 모르지만, 조직의 정점에 서는 사람으로선 말이야. 낭비하라곤 말하지 않겠지만, 지불 정도는 제대로 해달라고.
“다시 말해 내가 어떻게 판단할지로 그들은 나의 통치자로서의 자질을 판단한다는 것인가……. 꽤나 엄격한 조건이군.”
금발이 쓴웃음을 지었다. 두목님도 웃음을 띠웠다.
“각하께 있어서도 통치의 판단재료가 손에 들어오는 겁니다. 나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금발이 소리 내어 웃고 이번엔 두목님이 쓴웃음을 지었다.
금발이 웃음을 거뒀다. 두목님도 그렇다. 두 사람 모두 시선을 피하지 않는다. 위험해. 긴장한다. 숨 쉬기 괴롭다고.
“5년인가……. 계속 하라고 하면 마음이 무겁지만……. 좋겠지. 받아들이겠다.”
“감사합니다.”
이곳저곳에서 숨이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도 다들 숨쉬기 괴로운 느낌이었겠지.
“그럼 두 번째 요구로서 우리들, 흑공주 일가에게 반란군과의 교역을 행할 권리를 인정해 주셨으면 합니다.”
“교역? 반란군과 말인가.”
“예. 페잔에게 중계교역의 이점을 독점하게 될 일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두목님, 돈은? 그건 마지막? 마지막에 내치겠다는 걸까? 분명 한소리 나올 거라고. 그건. 금발은 돈에 시끄러우니까…….
“그건 상관없지만, 페잔이 그걸 허락하리라 생각하나? 아니, 허락한다 해도 반란군이 경들을 받아들일지. 암리처에선 꽤나 고배를 마셨으니까 말이야.”
웃지 말라고, 금발. 네가 웃으면 다른 놈들도 웃잖아. 잘 될 리가 없지. 웃기지 말아라. 그런 식으로 들린다고.
“그건 이쪽의 영업 노력으로 어떻게든 하고자 생각합니다. 하지만 일단 제국 정부의 허가를 받고자 하는 겁니다.”
영업 노력인가. 두목님. 절대로 쉽지 않을 거라구요. 페잔 사무소의 녀석들에게서 때때로 이야기를 듣지만, 페잔 녀석들은 우리들을 꽤나 싫어한다든가. 페잔의 자치령주부도 페잔의 상인도 우리들에게 좀처럼 일을 돌리지 않는다고 하잖아요. 그런 걸 받아봐야 아무런 도움도 안 되리라 생각하는데……. 애초에 반란군 영내에 들어가면 우리들은 전부 모가지 뎅겅 아니야.
“좋겠지. 인정한다.”
“감사합니다.”
두목님이 금발을 향해 인사했다. 아아, 인정해 버렸다. 뭐, 인정하겠지. 금발에게 있어선 아프지도 가렵지도 않은 이야기니까……. 헌데, 여기부터가 진짜야. 금발도 표정을 굳히고 있다. 쫀쫀하단 말이지. 우리는 정당한 대가밖에 받지 않는다고. 너는 자신의 목숨, 얼마나 낼 수 있어?
“그럼 마지막으로 각하에게서 흑공주 일가에 대한 감사장을 받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감사장?”
금발이 눈을 크게 끔뻑거리고 있다. 아니 나도 그렇고, 우르만, 루델도 마찬가지다. 돈은? 두목님, 돈, 우리들의 급료……. 금발의 부하들도 여우에게 홀린 듯한 표정이다. 싱글벙글 웃고 있는 건 두목님뿐이다.
“예. 감사장입니다. 작년에 받는 것을 잊었기에 두 장, 흑공주 일가의 활동에 감사한다. 자자손손 대를 이어 잊지 않겠다, 고 각하의 친필로 감사장을 받고 싶습니다. 저희들에게 있어서도 가보로 해도 좋은 물건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두목님, 금발의 감사장이라니 뭡니까? 그런 걸 받아서 무슨 도움이 된다고. 돈을 받자구요. 돈. 한 사람 당 4만 제국 마르크는 받을 수 있다구요.
“자자손손인가……. 과연. 경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것 같다.”
“단지 감사장입니다. 그렇게 어렵게 생각하실 필요 없다고 봅니다만.”
금발이여. 그런 이상한 눈으로 두목님을 보지 말라고. 네가 쫀쫀하니까 두목님은 감사장 같은 걸 요구하잖아. 여기선 한발, 네가 먼저 돈을 내겠다고 해보라고……. 무리겠지…….
“좋겠지. 하지만 나는 경들을 위해 특별한 일은 하지 않을 거다.”
“감사합니다. 흑공주 일가는 앞으로도 각하의 충실한 협력자일 것을 약속합니다.”
어떻게 된 거야? 두목님. 돈을 받지 않다니. 뭐, 우리는 요즘 경기가 좋으니까 무료봉사라는 건가. 하지만 말이야. 금발이 버릇 잘못 들면 어떻게 하려고? 장래적으론 좋을 것 같지 않단 말이지.
두목님이 계약서를 꺼내자 금발이 사인했다. 아아, 이걸로 이번 거래는 끝인가. 이 뒤엔 감사장을 두 장 받을 뿐인가……. 금발 놈, 거저 먹기구만. 우리들을 공짜로 부려먹다니. 웃음이 멈추지 않겠지. 기쁜 표정이나 짓고 있고. 금발 부하들도 기쁜 표정이다. 이쪽은 울고 싶다고. 두목님은 금발에게 약하단 말이지.
“이번 승리를 축하하여 저희들 흑공주 일가가 원수 각하께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즐겁게 받아주시리라 생각합니다.”
“호오, 선물인가?”
에엥? 두목님, 공짜로 일한 것도 모자라 선물이라니. 제발 좀 봐달라구요. 뭡니까? 그거. 애초에 금발도 그 부하도 이상하단 표정이라구요. 우리들에게서 선물이라니 기뻐하지 않을 거라니까요.
“이제르론 요새입니다.”
“…….”
에, 뭐야 그거. 이제르론 요새라니. 그 이제르론 요새? 설마. ……새로운 페잔의 장난감인가? 몇 만 분의 1 사이즈의 모형이라든가. 다들 굳어있다. 금발도 이상한 얼굴이다. 우르만도 루델도 이상한 얼굴이다. 아마도 나도 이상한 얼굴이겠지. 이제르론 요새라니 뭐야?
“이제르론 요새, 라고 했는가?”
“예. 이제르론 요새라고 했습니다.”
어이어이, 뭔가 소란스럽다고. 금발 부하들이 이곳저곳에서 작은 목소리로 말하고 있고, 얼굴도 굳었다. 금발, 너도 얼굴이 굳었다고. 괜찮냐? 태연한 건 두목님뿐이다. 두목님. 정말로 이제르론 요새를 선물하는 겁니까? 그건 반란군의 것이라구요.
“그걸, 공략한 건가?”
목소리가 갈라졌다고. 눈이 튀어나올 것 같다.
“예. 공략했습니다.”
에? 공략했어? 진짜? 우르만도 루델도 흥분하고 있다. 그보다 흥분하지 않은 건 두목님과 부두령만이다. 어, 정말이야?
“제국도 반란군도 국내가 내란 상태에 있어 상대를 신경 쓸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르론 요새의 양 제독은 국내 내란 진압을 위해 요새에서 떠나 있었죠. 이제르론 요새는 무방비한 상태였던 겁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간단하게 함락될 리가 없지. 하물며 경들에겐 제대로 된 병력은 없을 거다.”
금발의 말에 놈의 부하들이 동의하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요. 저희들에겐 많은 병력은 없습니다. 다시 말해, 밖에서 공략하는 것으론 요새를 함락할 수 없습니다.”
“요새 안으로 들어갔다는 건가. 하지만.”
금발의 말에 두목님이 끄덕였다.
“간단하겐 들어갈 수 없습니다. 양 제독은 제국군인으로 위장하여 병사를 요새 안으로 침입하게 했습니다. 당연하지만, 같은 수는 통하지 않습니다. 반란군의 병사로 위장해도 신원증명에 의해 순식간에 정체를 들키게 되겠죠…….”
“…….”
아무도 한 마디도 하지 않는다. 잠자코 두목님의 말을 듣고 있다. 멋지다고. 두목님. 내겐 두목님이 하는 말은 절반도 이해할 수 없지만, 다들 두목님의 말을 듣고 있는 거다. 쩐다고.
“위장이 불가능하다면, 제국인으로서 잠입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지금이라면 그게 가능합니다.”
“가능?”
금발이 의심쩍은 소리로 말했다. 금발만이 아니다. 다들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대규모 내란이 발생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가능한 수단. ……망명 희망자로서 요새 내부에 잠입하는 겁니다.”
“그런가!”
금발이 외치자 이곳저곳에서 탄성이 올랐다. 다들 흥분하고 있다. 두목님은 그런 녀석들을 조용히 보고 있다. 쿨하다니까. 진짜 쩐다.
“양 제독은 사령부의 관제기능을 세 장소로 나눴다고 합니다. 말하자면 머리를 세 개 가지고 있다는 겁니다만. 이제르론 요새의 심장은 하나…….”
“그건.”
“렌텐베르크 요새와 같습니다. 핵융합로를 제압했습니다. 그 뒤엔 세 머리를 향해 항복하지 않으면 심장을 날려버리겠다고 하면 됩니다…….”
아까 전까지 보였던 흥분은 없었다. 다들 두목님을 보고 있다. 두목님이 웃음을 띠웠다.
“거기에는 병사들의 가족, 아녀자들이 많이 있습니다. 아무도 그들을 방사능의 위험에 빠뜨리고 싶지 않겠죠. 얌전히 투항했습니다.”
식장이 조용하다. 아무도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단지 웃음을 띠우고 있는 두목님을 보고 있다……. 금발도 그렇다. 잠시 뒤 두목님이 금발에게 말했다.
“원수 각하. 이제르론 요새. 기쁘게 받으시겠습니까?”
금발이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아아, 감사히, 받도록 하지. 흑공주 일가의 후의에 감사한다.”
이곳저곳에서 숨을 뱉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나도 숨을 뱉었지. 뭔가 굉장히 긴장했다.
“단지, 건내는 데에 있어 두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음. 듣도록 할까.”
“원수 각하께 드리는 것은 요새뿐. 요새가 소유하는 함선, 포로, 물자는 흑공주 일가의 것으로 합니다.”
에, 그거 혹시, 엄청 좋은 거 아냐?
“좋겠지. 이쪽은 주문을 붙일 만한 입장이 아니다.”
“또 하나는, 흑공주 일가에 대하여 이제르론 회랑의 통행을 인정해주십시오. 그에 의한 반란군과의 트러블에 대해선 국가에 울며 사정할 일은 없습니다.”
두목님의 말에 금발이 희미하게 쓴웃음을 지었다.
“……과연. 반란군과의 교역 권리를 구한 것은 그런 이유인가. 페잔이 페잔 회랑 사용을 독점 한다면, 경은 이제르론 회랑을 독점하겠단 건가……. 재밌군. 반란군 사이의 교역이 성립하는 건가. 그렇게 되면 페잔의 기반이 흔들리게 되겠군…….”
금발이 웃고 있다. 즐거워 보이는 웃음이다. 그리고 두목님도 웃고 있다.
“언젠가 반란군은 사라집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
“이번 내란에서 반란군은 일개 함대를 잃었습니다. 약체화 된 군사력이 더욱 약해졌죠. 그리고 이제르론 요새를 잃어 그들의 영토를 향한 문이 열린 겁니다. 국내 태세가 정돈 되면 언제든지 공략할 수 있습니다.”
금발이 두목님을 보고 있다. 더 이상 웃지 않는다. 금발도 두목님도 그렇다.
“은하통일인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슬슬 150년이나 계속 된 전쟁을 누군가가 끝내야하겠죠.”
두목님의 말에 금발이 웃었다. 뭔가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오가는 구만. 은하통일? 금발이 하는 건가? 난 쫀쫀한 점을 고치지 않으면 어렵다고 생각한다구.
“그렇군. 끝내야만 한다. 하지만 그 전에 이 제국의 패권을 쥐도록 할까. 다행히 경에게 리히텐라데 공작을 숙청할 대의명분을 받았으니.”
그렇지. 이것도 두목님이라고. 진짜, 두목님은 대단하다니까. 군에 남았으면 원수가 되어 금발을 부하로 삼아 데리고 있었던 게 아닐까? 기분 좋은 원수였겠지. 떨떠름한 일은 절대 없었을 거다.
“그럼 저희들은 변경으로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
“오딘엔 오지 않는 건가?”
의심쩍은 금발의 말에 두목님이 답했다.
“이제르론 요새에는 약 300만 명의 포로가 있습니다. 몸값을 받고 가족의 곁으로 돌려보내야지요.”
“300만…….”
“한 사람 당 20만 제국 마르크로 6천억 제국 마르크는 받고자 생각하고 있습니다.”
“6천억…….”
6천억! 대, 대단해. 우르만도 루델도 눈이 휘둥그레하게 변했다. 아니, 이곳저곳에서 6천억이라는 소리가 들려온다.
금발이 갑자기 웃었다.
“흑공주 일가가 악독하다 듣는 이유를 알겠다. 몸값으로 6천억 제국 마르크인가. 정가의 2배가 아닌가. 폭리로군.”
어이어이, 정가라니. 제국군 최고사령관이 몸값의 정가를 기억해서 어쩌려고? 싫은 놈이구만.
“이쪽에선 1 제국 마르크도 받지 않았으니까요. 그 만큼은 더 뜯어내야죠.”
또 금발이 웃었다.
“내 몫도 거기에 들어가 있다는 건가. 반란군도 이리 차이고 저리 차이고로군.”
네가 쫀쫀하니까 그런 거잖아. 두목님도 네게 돈을 요구하는 걸 포기한 거라고. 너, 나중에 반란군에게 사과하라고. 쫀쫀해서 미안하다고. 그리고 나중에 점령할 텐데, 그것도 미안하다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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