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국력 486년 7월 11일. 신무우궁. 발레리 린 피츠시몬즈.
방에서 사람이 나왔다. 놀랍게도 국무상서 리히텐라데 후작, 군무상서 에렌베르크 원수, 통합본부장 슈타인호프 원수, 우주함대 사령장관 뮈켄베르거 원수,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에 리텐하임 후작이 있다.
뭐야 이거? 제국 굴지의 실력자가 모여서 뭘하고 있었던 걸까? 황제 폐하에 무슨 일이 있었는가 생각하고 오싹했지만, 모두 표정이 밝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도 리텐하임 후작도 함박 웃음이다. "이야, 다행이야. 다행이야."라던가 "경사롭구먼."이라던가 말하고 있다. 뭐야 이거? 아니, 그것보다 우리 중장 각하는 어째서 방에서 나오지 않는 거지?
조심조심 방에 들어가니 중장은 의자에 앉아 있었다. 뭐하고 있는 거야? 놀라게 하지 말라고. 그렇게 말하고 싶지만 표정이 이상하다. 미간을 찌푸리고 쭉 한곳을 바라보고 있다. 평소의 온화함따위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말도 걸지 못하고 서서 움츠리고 있으니 그가 눈치챈 것인지 시선을 향해왔다. 무섭다. 평소의 온화하고 상냥한 시선이 아니다. 날카롭게 찌르는 듯한 시선이다. 이런 눈도 할 수 있구나.
"황제 폐하를 배알하고 오겠습니다."
무기질적이고 차가운 목소리였다.
"예."
"소령은 먼저 돌아가세요."
질문을 용서하지 않는 목소리다.
"예."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을 섬기고 있는 페르너 중령. 아니 페르너 대령. 그리고 뮐러 소장을 불러주세요."
"예."
그것만을 말하고 중장은 일어나 나따위 한번도 돌아보지 않고 방을 나갔다. 방에서 나가는 걸 본 직후, 나는 무너져 쓰러질듯이 손 근처에 있던 의자에 앉았다. 무슨 일이 있었을까. 저건 중장이 아니다. 좀 더 다른 뭔가다. 떨리는 몸을 양손으로 감싸며 나는 울음을 필사적으로 막았다.
...
■ 제국력 486년 7월 11일. 신무우궁, 장미 정원. 에리히 발렌슈타인.
오늘도 황제는 전정 가위를 손에 쥐고 장미를 보고 있다. 나는 황제에 다가가 무릎을 꿇었다.
"왔는가."
"옛."
"짐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을테지?"
"……어째서, 양자를 허락하신 겁니까?"
"흠. 모두 찬성하고 있어서 말일세. 짐이 반대할 수도 없었다네."
"……."
웃기지 말라고, 이 자식아.
"훗훗훗. 그렇게 화내지 말게나."
황제는 내 쪽을 보지도 않고 말했다. 가지고 노는 것 같아서 재미없다.
"……."
"제국은 멸망하고 있다네."
"!"
나는 무심코 황제의 얼굴을 봤다. 온화한 표정이다. 체념? 싹뚝하고 황제가 장미의 가지를 잘랐다. 가지가 땅에 떨어진다.
"그림멜스하우젠으로부터 짐이 방탕한 이유를 들었겠지?"
"……."
"황제 계승 싸움을 싫어했다는 것도 있지만. 사실은 다르다네. 짐에겐 제국이 멸망하는 걸 막을 수 없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일세."
"……."
제국이 멸망한다…….
"아버지, 오트프리트 5세의 치세 아래에 제국은 이미 붕괴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네. 귀족들이 강대화하여, 정치는 사물화되기 시작했네. 제국은 천천히 썩어가기 시작했다네."
황제는 온화한 표정으로 말하기 시작한다. 변함없이 시선은 장미를 향한채다. 내가 있는 것을 정말로 눈치채고 있는 걸까. 그건 그렇다쳐도 표정과 말하는 내용의 낙차가 심하다.
"……."
"짐은 그걸 알 수 있었다네. 언젠가 제국은 분열하여 내란 상태가 되고, 은하제국은 없어질거라고 말일세."
"어째서 그걸 막지 않으신 겁니까?"
황제는 장미에서 시선을 거둬 허공을 바라봤다. 여전히 난 무시다.
"아는 것과 막는 것은 다른 문제일세. 짐에겐 막을 수 있을만한 힘이 없었어……."
"……그래서 제위가 자신에게 돌아오지 않도록 방탕하게 생활했다는 거군요."
"음."
"……."
황제의 옆 얼굴에는 무력감이 있었다. 이 남자의 비극이다. 누구보다도 미래가 보였는데도 그것을 바꿀 만한 힘이 없었다. 황제라는 자리에 있으면서 불가능했던 것이다. 고통이었겠지.
"하지만 짖궂게도 제위는 짐에게 돌아왔네. 그로부터 멸망을 뒤로 미루는 것이 짐이 할 일이었네. 어떤 즐거움도 없이, 멸망을 바라보면서 살아가는 일생……, 고통스러웠네. 맨정신으론 할 수 없는 일이야."
"……."
황제의 목소리에는 고통이 차 있었다. 매일을 술로 보낸 것은 그 때문인가……. 황제가 날 향해 얼굴을 돌렸다. 지쳐있는 노인의 얼굴이 있다.
"보도록하게. 지금의 제국을. 문벌귀족은 비대화하고, 서로 세력 다툼이나 하고 있네. 국무상서는 어떻게든 막으려 하지만 과연 어떻게 될런지."
분명 그 말대로다. 원작에선 폭발했다.
"내란이 되어도 뮈켄베르거 원수가 있습니다. 제국은 안전하겠죠."
위안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도 나는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겐 되지 않겠지. 내란이 끝나면 엘리자베스도 사비네도 이 세상에는 없을 걸세. 그렇게 되면 황족이라 말할 수 있는 건 엘윈 요제프 한 명 뿐. 그리고 저놈의 자질은 총명이라곤 도저히 말할 수 없네. 언젠가 혼란 속에서 제국은 자멸하게 되겠지. 자네는 그래도 제국은 안전하다고 할텐가?"
"……."
황제의 대답에는 명쾌하고 목소리에는 자조가 섞여 있었다. 거기까지 읽고 있었는가…….
황제만큼 제국의 미래를 계속 생각해 온 남자는 없지 않을까? 그 결과 항상 비참한 미래 밖에 보이지 않았겠지. 황제의 방탕을 내가 책망할 순 없다……. 실제로 술을 마신 것도 여자를 안은 것도 즐거움 때문이 아니다. 절망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서겠지.
"그럴 때, 저 남자와 만났네. 라인하르트 폰 뮈젤. 누구나가 짐에게 아첨하고, 조금이라도 이득을 챙기려 하던 중, 저건 똑바로 짐을, 그리고 귀족들에 증오를 향해왔네. 기분이 좋았다네. 저 증오와 패기, 재능. 저거라면 이 제국을 재생, 아니 새롭게 창생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했네."
"……."
황제의 목소리에 기쁨이 묻어있다. 골덴바움 왕조의 멸망을 슬퍼하기보다 새로운 제국의 탄생을 바랐는가……. 황제는 다시 장미를 바라본다. 즐겁다는 듯이 장미를 보고 있지만 정말로 보고 있는 건 장미일지? 아름답고, 그리고 가시가 있는 장미. 마치 누군가와 마찬가지 아닌가?
"저건 골덴바움 왕조를 없애겠지. 하지만 은하제국은 그걸 기반으로 새롭게 태어날 것이 틀림없네……. 그로부터 저것이 짐에 다가오는 것이 즐거움이 되었네. 골덴바움 왕조가 멸망하는 것은 쓸쓸하지만 그것이 숙명이라면 별 수 없지. 충분히 화려하게 멸망하도록 하게.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네."
"……."
화려하게 멸망인가……. 확실히 골덴바움 왕조로부터 로엔그람 왕조로 바뀌는 건 화려하다고 해도 좋겠지. 하지만 흘러간 피의 양도 적지 않았다. 그리고 로엔그람 왕조는 성립한 직후 지구교, 자유 혹성 동맹, 양 웬리, 로이엔탈 등의 피로 채색하게 된다…….
"그럴 때였네. 그대가 나타난 것은. 누구나가 무시할 수 없는 힘을 가지기 시작한 그대를 누가 아군으로 삼을 것인가. 거기에 따라 제국의 미래가 정해질거라 생각했네. 뭐, 뮈젤의 곁으로 갈거라 생각하긴 했네만. 설마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그대를 양자로 받고 싶다고 할줄은 몰랐네."
"……."
"놀라긴 했지만 묘책이라고도 생각했네. 듣고나서 처음으로 깨달았네. 제국을 골덴바움 왕조를 기반으로 재생할 수 있는 유일한 책략이라고. 새로운 미래를 말일세. 오랜만에 흥분했다네. 저 남자가 이런 책략을 생각할줄이야. 멋으로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으로서 궁중에서 살아온 건 아니라고 생각하니 웃음이 나오더군. 훗훗훗. 평탄한 길이 아닐세. 혼란도 있겠지. 하지만 내란보다는 흐르는 피의 양도 적을 것이 틀림없네."
"……."
멋대로 말하지 말라고. 난 콘라트 발렌슈타인의 아들이다. 귀족따위 될 생각 없어.
"그대에게 제국을 맡김세."
"!"
정신을 차리니 황제는 날 보고 있다. 조용하고 침착한 눈이다.
"적당한 마음으로 말하는게 아닐세. 짐의 수명은 앞으로 3년 정도겠지. 유언이라고 생각하고 들어주게나."
"제국을 재생할 수 있는 것은 뮈젤이나 그대겠지. 뮈젤과 그대는 정반대일세. 뮈젤이 불이라면, 그대는 물일세. 저건 전부를 태워버리고 새로운 제국을 만들 것이 틀림 없네. 희생이 많겠지……. 그대는 다르네. 불필요한 것만을 씻어내고 제국을 새롭게 만들 것이 틀림 없어. 시간은 걸리겠지만 희생은 적겠지. 짐은 그대를 선택함세. 모두가 그대를 선택하듯이."
"모두, 말입니까?"
"그렇네. 국무상서. 제국 3장관. 브라운슈바이크 공작. 리텐하임 후작. 지금은 모르더라도 언젠간 눈치챌 것일세."
"……."
"엘윈 요제프는 결코 총명하다곤 할 수 ㅇ벗네. 많은 자들이 저것을 황제로 한 것을 후회하게 되겠지. 그렇게 되면 사람들의 인망은 그대에게 몰리게 될걸세. 그대와 엘리자베스가 제국을 움직이게 되겠지. 제국을 맡김세. 짐은 이 나라의 백성을 행복하게 할 수 없었네. 하지만 그대라면 가능할지도 모르네. 부탁하네."
황제는 그렇게 말하곤 내게 등지고 장미 정원을 떠났다. 나는 맡겨진 것의 무게에 아연해하며, 떠나가는 황제의 모습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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