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력 795년 9월 16일. 하이네센, 통합작전본부. 죠안 레벨로.


  “화평 찬스, 라는 거로군.”

  “하지만 허들이 높아.”

  “음.”

  시틀레가 낮은 목소리로 지적하자 트류니히트가 얼굴을 찡그렸다. 화면은 발렌슈타인을 비추고 있지 않다. 통신은 5분 정도 전에 끝났다.


  주로 대화는 트류니히트와 발렌슈타인이 했다. 노골적으로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서로의 발언은 얇은 막에 싸여있는 듯 애두른 것들이었지만, 그래도 말할 만한 가치는 있었을 것이다. 하기야 듣고 있기만 한 이쪽은 답답하기 그지없었지만…….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과 리텐하임 후작. 그 두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가 중요하군.”

  “시틀레의 말 대로다. 그에 의해서 변하겠지.”

  다들 생각하는 건 같은가. 트류니히트와 호안도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시틀레가 자신의 생각을 확인하듯이 느긋하고 무거운 어조로 말을 시작했다.

  “제국은 지금 불안정한 상황에 있다. 평민들이 불만을 가지고 개혁을 바라고 있어. 하지만 귀족들은 그걸 억누르려고 하는 것 같군. 브라운슈바이크 공작도 리텐하임 후작도 귀족과 평민 사이에서 어쩌지도 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 나는 생각하고 있네.”


  과연. 평민들이 폭발하면 폭동에서 혁명으로……. 귀족들이 폭발하면 내란, 경우에 따라선 제국은 분열으로 향할지도 모른다……. 아니, 그건 혁명이라도 마찬가진가……. 그렇다면 그 두 사람은 꽤 궁지에 몰려 있다.


  “문제는 귀족이군. 성가시게도 녀석들은 군사력을 가지고 있어.”

  “그것뿐만이 아니야. 레벨로. 성가신 건 제국의 정치체제가 평민을 억누르는 것으로 성립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걸 가장 강하게 의식하고 있는 것이 귀족이겠지. 녀석들에게 있어서 평민과의 타협 따위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아니야.”

  시틀레의 말에 다들 얼굴을 찡그렸다. 루돌프 바보자식이라고 말하고 싶은 기분이겠지. 어째서 그런 바보 같은 정치체제를 만든 것인가…….


  “개혁인가……. 어중간한 개혁이라는 것도 있을 수 있지 않을까?”

  트류니히트가 모두의 얼굴을 둘러보며 말하자 호안이 눈썹을 모으며 답했다. 납득하지 못했을 때의 버릇이다.

  “그 경우 귀족, 평민 양쪽이 납득하지 못하겠지. 이것도 저것도 아닌 개혁은 오히려 양쪽에서 반발을 사게 될 거야. 자칫 잘못하면 정부는 통제력을 잃고 제국은 내란과 혁명으로 흔들리게 되지 않을까?”

  호안의 말도 지당하다. 양쪽에서 불신을 사면 제국은 통제력을 잃고 단숨에 붕괴한다는 것도 있을 수 있다.


  “내란과 혁명인가……. 단순히 기뻐할 순 없군. 제국령으로 출병하라며 난리치는 바보 놈들이 나오게 되겠지. 걸어도 좋아. 바보들의 얼굴이 눈앞에 떠오르는군. 그렇게 되면 확전은 불가피하고, 동맹은 지금 이상으로 피폐해진다. 자칫 잘못하면 공멸이로군.”

  트류니히트가 얼굴을 찡그리고 토하듯이 내뱉었다. 정말 동감이다. 지구교는 없어진다 해도 제국과 동맹이 공멸할 수밖에 없다. 바보 같은 일이다.


  화평을 맺을 기회이긴 하다. 하지만 시틀레의 말대로 허들이 높다. 잠시 동안 모두가 그 허들의 높이를 자문하듯이 침묵했다. 조금 지나고 입을 연 것이 시틀레였다.


  “제국에게 있어서 현안사항 중 하나는, 국방위원장도 지적했지만, 제국이 혼란에 빠졌을 때 동맹이 공세를 강화하지 않을까라는 점이겠지.”

  “이제르론 요새를 중심으로 한 공방전인가…….”

  내 말에 시틀레가 고개를 저었다.


  “레벨로. 지금까지는 그걸로 됐을지도 몰라. 하지만 오늘부턴 다르다. 페잔 회랑이 있어.”

  “과연, 페잔인가…….”

  저도 모르게 얼굴을 찡그렸다. 아무래도 나쁜 재료만 나온다.


  동맹군은 지금 페잔 회랑을 향하여 항해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선 공격하는 일도 있을 수 있다. 다시 말해 페잔 회랑은 중립성을 잃었다는 것이다. 동맹도 제국도 지금부턴 이제르론, 페잔 양쪽 회랑을 고려해야만 한다…….


  “게다가 발렌슈타인은 이전에 페잔 회랑을 이용한 이제르론 요새 공략작전을 그린힐 대장에게 말했었지. 나도 들었지만 작전안으로선 뛰어났다고 생각했다. 단지 당시엔 정치상황이 페잔에 병력을 향하는 걸 용서할지 아닐지 몰랐지. 그것도 있어서 실현은 하지 않았네만…….”


  “지금은 실현 가능하다는 건가.”

  “그 작전안을 들은 사람은 그 외에도 있어. 그게 잘 되면 이제르론, 페잔, 양쪽 회랑이 동맹의 손에 들어오는 거다. 작전 실시를 외치는 사람이 나올 게 확실하겠지.”

  시틀레의 표정도 떫다. 얄궂은 일이다. 화평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한 지금에 와서 이제르론 요새를 공략할 가능성이 나오기 시작했다.


  “제국 입장에서 국내 혼란에 동맹이 개입하는 건 피하고 싶을 거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의 것인지는 별도로 저 두 사람이 개혁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 그런 거로군.”

  시틀레의 뒷말을 트류니히트가 받았다. 다들 서로의 얼굴을 살피고 있다.


  “청안제와 망명제의 일인가…….”

  “바로 그렇다. 호안. 제국에게 있어선 동맹과의 휴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가치가 있겠지. 국내 문제에 전념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야. 앞으로의 교섭 중에 저 두 사람은 반드시 그 부분을 확인하려고 할 것이다. 개혁 내용에 따라선 휴전은 가능하다고 답해야겠지. 화평이라는 카드를 꺼내는 건 그 다음이 될 거야.”


  트류니히트의 말대로겠지. 표면상은 지구교 대책, 뒤에선 휴전 약정, 개혁의 심도, 그리고 화평을 이야기 한다.

  “발렌슈타인의 말대로다. 정권을 취할 필요가 있군. 제국 측은 반드시 최고평의회의장의 언질을 바랄 테니까. 샌포드로는 무리다. 우리들이 정권을 취해야만 해.”

  내 말에 다들 끄덕였다.


  스크린에서 호출음이 울리고 수신 램프가 반짝였다. 발렌슈타인인가? 시틀레가 수신 버튼을 누르자 화면에 그린힐이 나타났다. 엄한 표정을 짓고 있다. 안색도 좋지 않다. 시틀레가 우리들을 한 번 보고서 스크린으로 시선을 향했다.


  “무슨 일인가? 그린힐 대장.”

  “방금 전, 헌병대가 지구교단 지부를 수색하려던 차에, 교단 측이 반발하여 화기에 의한 공격을 해왔다고 합니다. 현재, 지구교단 지부에 헌병대와 지구교단 사이의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알았다. 손대중 하지 말고 철저하게 대처해주게.”

  “예.”

  화면이 끊겼다. 시틀레가 우리들에게 시선을 향한다.

  “이걸로 지구교의 유죄가 확정됐군. 우리들은 제국과의 협력체제를 유지해야만 한다.”

  그 말에 다들 끄덕였다…….


...


제국력 486년 9월 16일. 오딘, 오프레서 원수부. 라인하르트 폰 뮈젤.


  오프레서는 궁중에서 돌아오자마자 나와 뤼네부르크를 개인실로 불렀다. 방으로 들어가자 힐끗하고 이쪽을 노려본다. 굉장한 악당 면상이다. 기분이 나빠 보인다는 게 한눈에 보인다. 기분이 좋을 때엔 불독이 먹이를 문 것 같은 표정이 되는 거다. 다시 말해 눈꼬리가 늘어진다. 난 지구교도가 아니라고. 아마 뤼네부르크도 그렇다. 그러니 그런 배가 고픈 불독처럼 물어 뜯을 것 같은 눈으로 보지 마.


  “지금 경찰이 지구교단 지부로 향하고 있다. 이유는 알겠지?”

  “그 사건이군요. 페잔의 배후에 지구교가 있으며 제국, 반란군의 공멸을 노리고 있다는…….”

  내 대답에 오프레서가 콧웃음을 쳤다. 그 말대로라는 걸까…….


  “바로 그렇다. 군도 경찰을 지원하게 됐다. 헌병대, 장갑척탄병이 교단지부로 향하고 있어. 뭐, 그건 됐다. 경들은 달리 해줬으면 하는 일이 있다. 지구교단 본부 제압이다.”

  틀리지 않은 것 같다.


  “우리들에게 지구로 가라는?”

  “그렇다. 뮈젤이 제주권을 확보, 뤼네부르크가 지상 제압. 두 명이서 지구교를 제압해라.”

  뤼네부르크와 서로 돌아봤다. 그가 희미하게 끄덕인다.


  “언제 출발할 수 있는가?”

  “소관은 내일 모레면…….”

  내 대답에 뤼네부르크도 끄덕인다. 그걸 보고 오프레서가 “내일 모레로군.”이라고 중얼거렸다.


  “그러면 준비에 들어가겠습니다.”

  “음. 제압 후의 조사를 위해 정보부 인물도 동행한다. 데려가는 걸 잊지 마라.”

  “예.”


  오프레서의 방을 나오자 뤼네부르크가 한숨을 내쉬었다.

  “무슨 일 있나? 뤼네부르크 소장.”

  “아니. 오랜만의 임무다. 지상 제압, 그것 자체엔 불만 없지만, 상대가 말이지……. 지구교? 어떤 상대일지 상상이 가질 않아. 영 내키질 않는군. 반란군을 상대하는 편이 훨씬 편하다.”


  “과연.”

  뤼네부르크는 백병전이 주특기다. 직접 적과 마주하며 싸우게 된다. 상대방의 정체가 확실하지 않는 건 불안하겠지. 그런 의미론 함대지휘관이라는 건 편하겠지. 자신의 지휘로 누구를 죽이든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단 사상자의 숫자는 이쪽이 위다. 몇 백 배, 몇 천 배나.


  “하나 더 불안한 이유가 있어. 이번 건, 발렌슈타인이 얽혀 있다. 불길한 예감이 들어. 뭔가 꿍꿍이가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경은 어떻게 생각하나?”

  뤼네부르크가 내게 시선을 향했다. 눈동자에 불안한 색이 있다. 두려워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걸 야유할 기분은 들지 않는다.


  뤼네부르크는 겁이나 나약함과는 인연이 없는 사내다. 한 사람의 전사로서도, 백병전 지휘관으로서도 충분한 용기와 담력을 가지고 있고 무모하지도 않다. 장갑척탄병을 지휘하는 데엔 제국에서도 굴지의 사내라는 건 밴플리트, 이제르론에서 함께 싸웠으니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런 사내라도 발렌슈타인을 두려워하고 있다…….


  이번 사건, 이제르론에서의 통신을 생각했다. 루빈스키를 궁지로 몰아가는 발렌슈타인의 모습은 보고만 있어도 오한이 일었다. 나도 루빈스키와 마찬가지로 발렌슈타인 앞에서 단지 떨고만 있었다. 그의 말에 두들겨 맞은 것처럼, 그 자리에 서 있는 것이 최선이었다. 지금도 꿈에서 볼 때가 있다. 일어났을 때엔 식은땀으로 흠뻑 젖곤 한다…….


  “솔직히 불안한 점은 있다. 하지만 페잔과 지구교가 연결되어 있다는 건 사실이겠지. 그리고 제국과 반란군의 공멸을 노리고 있다는 것도……. 그렇다면 지구교 그 자체는 뭉개버려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선 제국, 반란군의 협력이 필요하지.”

  뤼네부르크가 내 말을 반추하듯이 끄덕이고 있다.


  “그럼 꿍꿍이는 없다고?”

  “아니, 상대가 상대다. 방심은 할 수 없지. 단지 지금 상태론 발렌슈타인이 깔아 놓은 레일에 탈 수밖에 없다는 것도 사실이다.”

  내 말에 뤼네부르크가 한숨을 내쉬었다. 나도 한숨을 내쉰다. 굉장히 본의가 아니다. 또 녀석에게 주도권을 빼앗겼다.


  “문제가 있다고 한다면 지구교를 쳐부순 뒤, 반란군과 협력한 뒤인가.”

  “아마도……. 페잔을 이용하여 뭔가 함정을 걸어오겠지.”

  뤼네부르크가 또 한숨을 내쉬었다.


  “성가신 상대다. ……뮈젤, 웃지 말라고. 난 녀석이 무섭다. 어떻게 할 수도 없이 말이야.”

  “나도다.”

  서로를 돌아보고 서로 작게 웃었다. 괜찮다. 아직 웃을 수 있다.


  뤼네부르크가 웃음을 거뒀다.

  “녀석이 어떻게 지구교에 대한 걸 알았는가가 신경 쓰이는군. 게다가 예의 루빈스키의 통신 내용……. 경은 어떻게 생각하나?”


  어떻게 답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자 내 개인실 앞까지 왔다. 들렸다 가겠냐고 뤼네부르크에게 묻자 자신도 개인실로 돌아가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럼 나중에 합동 회의를 하도록 하지.”

  “1시간 뒤에 회의실에서.”

  “좋아. 그럼.”

  “그럼.”


  결국 거기까지였다. 질문에 답하진 못했지만 뤼네부르크도 답을 요구했던 게 아닐지도 모른다.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케슬러, 클레멘츠를 부른다. 3분도 기다리지 않고 두 사람이 찾아왔다. 아마도 내가 부를 것을 미리 알고, 방에서 대기하고 있던 거겠지. 도중에 뤼네부르크와 만났을지도 모른다.


  “지구 제압을 명령 받았다. 출격은 내일 모레. 지구제압부대로서 뤼네부르크 소장의 장갑척탄병 제21사단이 동행한다.”

  내 말에 두 사람이 끄덕인다. 케슬러가 입을 열었다.

  “방금 전, 카셀 거리에 있는 지구교단 지부에서 지구교도와 경찰이 총격전을 벌였다고 합니다. 헌병대에 지인이 있습니다만, 그가 알려 줬습니다.”

  “그런가…….”


  시작됐다, 고 생각했다. 뭐가 시작된 걸까. 지구교 진압인가? 잘 모르겠지만 뭔가가 시작됐다고 생각했다.

  “1시간 뒤에 회의실에서 제21시단과 합동작전회의를 연다. 준비를 부탁하지.”

  “예.”


...


제국력 486년 9월 16일. 오딘, 오프레서 원수부. 울리히 케슬러.


  뮈젤 제독의 개인실을 나오자 클레멘츠가 말을 걸었다.

  “지구 제압입니까……. 그 별에는 군사력이 ㄱ의 없을 겁니다. 제주권 확보는 어렵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만…….”

  “나도 그렇게 생각하네. 방심은 할 수 없지만, 어느 쪽인가 하면 지상제압이 더 문제겠지. 그 별의 대지는 시리우스 전역 이래 오염된 채라고 들었다…….”


  클레멘츠가 한숨을 내쉬었다.

  “정보가 없군요. 지구교단의 자치에 맡긴 탓에 지구에 대해선 거의 아무것도 알 수 없습니다.”

  “별 수 없지. 아무런 가치도 없는 별이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렇게 생각했지…….”


  태양계 제3행성 지구. 은하연방, 은하제국 시대를 거쳐 자치권을 인정 받았다. 인류의 모성으로서 존중받은 것이 아니다. 시리우스 전역 이후의 지구는 괴멸적 타격을 입어 인구는 대격감, 자원은 거의 고갈되어 산업도 존재하지 않는 무가지한 행성에 불과했다.


  은하연방, 은하제국, 그 모든 통치자들도 가치가 없어진 인류의 모성을 자치를 인정한다는 식으로 방치했다. 섣불리 건드렸다간 ‘인류의 모성’이라는 말을 내걸며 뭔가 특별 취급을 구했겠지. 자치는 지구에 대한 정중한 절연장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구는 900년 간 계속 무시당했다.


  “그래도 발렌슈타인과 싸우는 것보단 낫습니다만.”

  “그건 말하지 말게. 부참모장.”

  “그랬습니다. 면목 없습니다.”

  클레멘츠가 면목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한숨이 나오려는 걸 필사적으로 참았다.


  발렌슈타인이 우리들의 시뮬레이션 데이터를 다운로드 했었다. 그 제7차 이제르론 요새 공방전에서 그가 했던 말, 우리들을 모두 죽일 생각이었다는 말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적어도 부정은 할 수 없어졌다.


  그 제아들러(바다독수리)에서의 충격 이후, 누가 솔선한 것도 아닌데도 자연스럽게 발렌슈타인에 대한 걸 조사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자료는 뮈젤 제독이 가지고 있었다. 우리들이 자료를 보고 싶다고 하자 제독은 한 순간 생각하는 것 같았지만 ‘밖으로 유출하지 마라.’고 말하고 관람을 허가했다.


  836전 503승, 333패. 발렌슈타인의 시뮬레이션 성적이다. 평범하다고 해도 좋다. 잘 쳐줘야 중간에서 위, 그런 거겠지. 다들 그의 시뮬레이션 성적을 알고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시뮬레이션 내용을 조사하면서 다들 얼굴이 굳기 시작했다. 300번 이상의 패배 거의 대부분이 압도적일 정도의 전력차가 있는 와중의 철퇴전, 방어전이었던 것이다.


  “나는 이런 바보 같은 시뮬레이션은 본 적이 없다.”

  “경은 녀석을 바보라고 생각하나?”

  비텐펠트와 로이엔탈의 대화다. 아마도 모두의 마음을 대변한 거겠지. 그 이상은 아무도 무슨 말도 하지 않고 해산했다.


  그 시뮬레이션은 대체 뭘 위해서였는가……. 살아남기 위해, 극히 평범하게 생각하다면 그렇게 되겠지. 하지만 정말로 그것 뿐일까……. 곁을 걷고 있는 클레멘츠를 봤다.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다.


  그가 했던 말을 생각한다. 제7차 이제르론 요새 공방전 이전의 일이었다. 슈타덴 소장이 발렌슈타인을 경시하는 듯한 말을 했던 때의 일이다.

  “그는 전쟁의 기본은 전략과 보급이라고 했었다. 전략적 우위를 확립하여 만전의 보급체제를 갖추고 싸운다. 다시 말해 승리할 수 있을 만한 준비를 하고 나서 싸운다…….”


  확인한 건가. 그걸……. 스스로 시뮬레이션에서 300번 패배하는 걸로 그걸 확인한 건 아닐까? 이론을 시뮬레이션에서 확인하고 제7차 이제르론 요새 공방전에서 실천했다. 전략적으로 압도적인 우위를 확립하여 제국군을 섬멸했다……/


  “왜 그러십니까? 참모장.”

  클레멘츠가 의아한 표정으로 날 보고 있다. 자신도 모르게 생각에 잠겨 있었던 것 같다.

  “아니, 아무 것도 아니다. ……지구에 대한 걸 생각하고 있었어.”


  괜한 걸 생각하지 마라. 지금은 지구 제압에 대한 것만을 생각해라. 지구까진 약 2주간, 지구 제압은 5일 정도 걸린다고 해도 약 한달 후엔 오딘으로 돌아올 수 있겠지. 그리고 그땐 은하는 또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이 틀림없다…….

Posted by 추리닝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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