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 없는 장소에서 뒹굴거리며 하늘을 올려보면서 눈썹을 찌푸린다.
최근 나즈나를 보지 못했다. 소꿉친구도 나타나지 않는다. 이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렇게 생각하면 지금 당장이라도 두 사람이 있는 곳으로 가고 싶어진다.
하지만 경솔히 방문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닌 자신은 그것도 할 수 없기에 이렇게 손놓고 보고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런 자신이 초조하다.
국왕친위대따위가 되어서. 지키고 싶은 것을 지키자고 기합을 넣고. 그런데도 지금의 자신은 지키고 싶은 것을 위해서 움직일 수 없다.
이래서야 뭘 위해서 엄격한 시험을 통과하기까지 국왕친위대가 되었는지 알 수 없다.
최근들어 그렇게 생각한다.
나라를 통치하는 국왕. 백성의 생활은 국왕의 지휘 하나로 결정된다.
지금의 국왕은 현군으로 이름이 높은 사람이다. 나라가 위험에 빠졌을 때에도 신의 아이나 신하와 함께 뛰어 넘은 훌륭한 사람.
그런 사람을 지키는 것은 백성을 지키는 것으로 이어진다고. 지키고 싶은 사람들이 마음 편하게 살기 위해 필요한 사람이라고. 그렇게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국왕친위대는 어디까지나 국왕을 지키기 위해 존재한다. 국왕이 최우선이다. 다른 자들은 그 다음. 그것이 당연하다.
아니었다. 지키고 싶었던 것은, 정말 진심으로 지키고 싶었던 것은 국왕이 아니었다. 그 아래에서 생활하고 있는 사람이야말로 지키고 싶었는데.
부모에게 무슨 일이 있어도, 소꿉친구가 울고 있어도, 친구가 괴로워해도, 국왕에게 무슨 일이 있으면 국왕을 우선한다. 그런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
그 덕분에 나즈나가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소꿉친구가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그런 상황인데도 국왕친위대에 있는 자신은 만나러 갈 수도 없다.
그녀들은 신의 아이와 그 시녀다. 국왕에게서 총애를 잃은 왕비와 그 시녀다. 따라서 만나러 가는 것은 허락되지 않는다.
울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괴로워하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그런데 곁으로 갈 수조차 없다.
이런 일을 하고 싶었던게 아니다. 이런 상황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입장따위 바란것이 아닌데.
"제길."
쿵하고 주먹으로 지면을 때린다.
하늘을 노려보듯이 이빨을 꽉 깨물고, 다시 한 번 주먹을 지면에서 떠올려 때리려고 했던 때였다.
"오랜만이야."
눈 앞에 나타난 나즈나에 놀라 눈을 크게 뜬다.
그리고, 얼래? 그렇게 얼빠진 목소리를 내니, 아하하하고 웃는 목소리.
"걷는 중에 땡땡이 치는 모습을 발견해서."
"……땡땡이가 아니라고."
몸을 일으키면서 말하니, 나즈나가 헤에하고 수상하다는 듯이 본다.
"그럼 뭐하고 있었어?"
"수면이라는 인간에게 필요한 휴식이야."
"그걸 땡땡이라고 말하는거야. 바보."
나즈나는 앞에 있는데 뒤에서 머리를 맞았다.
뒤돌아보니 예상한 대로, 소꿉친구가 있었다.
소꿉친구는 그 대로 나즈나의 곁에 서서 나즈나의 팔을 안는다.
나즈나가 웃는다.
그 모습에 눈을 가늘게 한다.
아아, 전에 자주 보던 광경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고개를 갸웃한다.
그래. 이전이다. 나즈나가 방을 옮기기 전. 나즈나가 소리를 내며 웃지 않게 되기 전.
"에……?"
그래. 그래그래! 하지만 나즈나는 아까 전에 웃었다. 이전과 같이 웃었다.
에, 에, 에, 하고 솟아 오르는 기쁨과 곤혹에 소꿉친구를 보니 기쁘게 웃었다. 거기에 울고 싶어졌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지만, 곁에도 있어줄 수 없었지만.
그래도 계속, 계속 바라고 있었다. 또 웃어달라고. 그런 날이 왔으면 한다고.
그러니 웃었다.
...
나즈나가 목소리를 높여 웃는다.
소꿉친구에게 다가가, 놀래키고, 그리고 즐겁게 웃는다.
그것이 얼마나 즐거웠을까. 얼마나 울고 싶었을까.
나즈나는 어느날, 갑자기 방에 틀어박혔다. 틀어박혀서 방에서 나오지 않게 되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줬으면 했다. 하지만 나즈나는 아무일도 아니라고, 혼자 방에 있으며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그로부터 3일. 국왕이 먼저 찾아왔다. 나즈나에게 만나러 왔다고.
나즈나를 걱정한 주변 사람이 현 상태를 국왕에게 보고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확실히 나즈나가 3일이나 방에서 틀어박혀 있었던 일이 없었다. 그만큼 괴로운 무언가가 있었다고 생각하면 미칠 것 같았다. 잘 안다. 안다. 하지만.
그리고 방문한 국왕.
책망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하면서 나즈나의 방으로 안내했다.
잠시 뒤 국왕이 나즈나를 데리고 돌아왔다.
나즈나는 조금 털어낸 표정을 하고 있었다. 걱정하게 해서 미안해.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기뻤다. 기뻐서, 하지만 분했다. 결국 이 국왕은 아직 나즈나에게 있어 방에서 데려올 수 있을 정도의 커다란 존재라는 것이 분했다. 이렇게 나즈나가 좋아하고 있는데. 그런 생각에 증오심까지 품었다.
그때부터다. 나즈나가 이전과 같은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완전히는 아니지만, 그래도 조금씩. 조금씩.
이것도 국왕의 힘인걸까? 그렇게 생각했지만, 국왕이 돌아가기 전에 보여준 뭐라 말할 수 없는 표정. 뭔가를 말하고 싶은데 말할 수 없다. 그 표정이 신경 쓰였다. 거기에 대해서 나즈나는 무슨 일이야?하는 표정도 신경쓰였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나즈나의 방에서 무슨 일이.
아무일도 없었다고 나즈나는 말한다. 말하며 웃는다. 산책 나가자고 팔을 당긴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생각하고 만다.
분하지만, 가증스럽지만. 아아, 지금은 그런 거 아무래도 좋잖아.
그럴 것이 나즈나가 웃고 있다.
무엇보다도 소중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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