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는 소리가 잦아든다.
꾸욱하고 몸에 무게가 실린다.
거기에 정신차리고 나즈나를 보니 움직이지 않는다. 귓가에 들리는 것은 색색거리는 숨소리. 울다 지쳐서 잠든 것 같다.
대체 얼만큼 맘 속에 품고 있었을까?
단 하나의 거처를 지키기 위해서, 이 작은 몸으로 얼마나.
사실은 언제라도 말하고 싶었을 텐데. 언제라도 남자에게 부딪쳐 온 저 말을 입에 담고 싶었을 텐데.
"거처, 인가."
이 세계의 인간이 아닌 나즈나에게 있어 그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다.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 마음을 깍아내어. 이렇게 뭔가가 원인으로 폭발했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참고 있었던 나즈나에겐 미안하지만,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대로 참고 있었다면 언젠가 정신의 균형이 무너지게 됐겠지.
"일단은 따뜻하게 하는게 먼저인가."
언제까지 이렇게 비를 맞고 있을 순 없다.
지금 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은, 생각에 잠기는 것이 아니라 나즈나를 적시고 있는 물을 털어내고 몸을 따뜻하게 하는 일이다.
깨우지 않도록 나즈나의 발을 당겨 끌어 안고, 이제와서지만 이 이상 차가운 비에 체온을 뺏기지 않도록 얼굴을 지키듯이 확실하게 가슴에 안는다.
그리고 옆에 떨어져 있던 빗자루에 손끝을 올리고 힘을 흘리니 빗자루가 혼자서 떠오른다.
남자는 허리보다 아래에 떠 있는 그것에 타고, 한 손으로 빗자루를 잡는다. 또 한 손은 나즈나를 확실하게 안는다.
빗자루에 두 사람이 탄 적은 없지만, 할 수 없지는 않겠지.
문제는 이 비다. 몸이 아플 정도로 강한 비. 그리고 위로 오르면 올라갈 수록 강해지는 바람.
혼자 오는 것도 큰일이었다. 집중이 풀리면 날라가서 빗자루에서 떨어질 정도로.
하지만 이것밖에 방법이 없다. 나즈나 혼자라면 상관없지만, 남자가 정당한 수단으로 나즈나의 방에 들어갈 수 있을리가 없으니까.
"잠깐만이라도 괜찮아. 힘내줘."
빗자루가 하늘로 올라갔다.
...
거처.
거처를 잃은 사람을 알고 있다.
잃었다……아니, 빼앗겼다?
이 세계에 태어났지만, 그래도 뺏긴 사람을 알고 있다.
그 사람을 바로 근처에서 보고 있었다.
그 사람에게 있어서 행복은 무엇이었을까?
그 사람에게 무거운 짐이 없었던 걸까? 긍정적이었던 걸까?
몇번이나 생각했다.
몇번이나, 몇번이나 생각했다.
어째서 저 사람은 웃을 수 있는 걸까?
어째서 저 사람은 남을 증오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저 사람과 나즈나는 다르다.
다르지만, 저 사람을 알고 있기에. 생각했기에. 신은 자신을 고른 거겠지.
자신이 부여한 것은 계기.
그것을 생각하고, 선택하는 것은 나즈나.
……신의 아이가 아니라, 나즈나가 선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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