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을 들어올린 나즈나가 빤히 이쪽을 빤히 바라본다. 뺨을 쓰다듬던 손을 내리고 눈을 마주본다.

  눈이 곤혹에 흔들리고 있다. 생각하지도 않았던 말을 들었다라고 생각하는 걸까? 당연하겠지. 신의 아이이기에 지금 상황에 있는 것인데, 남자는 지금 상황과 다른 길이 있다고 말한 거니까. 그건 뭐냐고 나즈나의 입술은 움직이지 않는다. 움직였다고 해도 남자는 대답할 생각이 없다. 묻는 것은 무의미하다. 필요한 것은 다른 이의 입에서 나온 답이 아니라, 나즈나가 생각해서 얻은 답이니까.


  잠시 눈을 마주한 채로 입을 다문다. 나즈나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입을 연 그 때, 노크하는 소리가 방을 울렸다. 아차하고 서로 소리가 울린 문을 본다.


  나즈나의 시녀가 이 방에는 아무도 다가오지 못하도록 수배했다는 건 알고 있다.

  남자를 다른 이에게 보일 순 없다. 자신이 불법침입자라는 자각은 있고, 무엇보다도 장소가 장소다. 왕비의 침실. 거기서 둘이서 뭘하고 있었는가. 누구라도 떠올리는 대답은 하나겠지.

  그렇기에 문 너머를 경계한다. 나즈나의 시녀가 아닌 경우에 대비해서 벽에 세워둔 지팡이를 쥔다.

  그걸 보고, 나즈나가 문 너머로 묻는다.


  "무슨 일?"

  "식사, 가져왔어. 열어도 돼?"


  그 목소리의 두 사람은 휴하고 한숨을 내쉰다.

  나즈나의 허가를 받아 들어온 시녀는 식기 수레를 밀며 방 안에 들어와서 문을 닫고, 지팡이를 손에 든 남자를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벌써 돌아가시는 건가요?"

  거기에 끄덕인다.

  "약은 거기에. 일주일 분량 있어."

  "예. 대단히 감사합니다."

  하지만 아침 식사는 함께 하시지 않겠습니까? 시녀가 식기 수레를 내려본다. 나즈나를 위한 죽 외에도 약간의 음식이 있었다. 나즈나와 함께 먹을거라고 생각해서 가져온 듯 하다.

  "아니, 너무 오래있었어."

  마음은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하고 의자 뒤에 걸어놓은 로브를 머리부터 눌러쓴다. 그 로브가 가볍게 끌린다고 생각해 시선을 내리니 나즈나다.


  "고마워."

  "아냐."

  "또 올거야?"

  "네 감기가 나을 때 쯤에는."


  지금은 몸을 쉬어두는게 좋다. 게다가 남자가 말한 사항에 대해서 생각할 시간도 필요하겠지.

  나즈나는 끄덕였다.


...


  집으로 돌아가니 현관에 가까운 나무에 서 있는 새들. 무심코 멈춰 설 정도로 숫자가 많다.

  아무래도 걱정을 끼친 것 같다. 나즈나만이 아니라. 남자도.

  그러니 괜찮다고 말 한마디를 하니. 새들 중 몇 마리만 빼고 전부 날라갔다.

  남은 몇 마리는 뒤늦게 홰치지만, 하지만 창문 쪽으로 날라갔다. 저건 창문을 열라는 걸까.

  남자는 현관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 뒤,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지팡이를 세우고 창문을 열기 위해 발을 옮긴다. ……몸이 무겁다.


  창문을 여니 새들이 안으로 들어와 각자 다른 장소에 멈춘다. 뭘 하고 싶은 걸까? 고개를 갸웃한다.

  약장에 올라 탄 한 마리가 병을 부리로 쪼았다. 어째서?

  어깨에 올라 탄 한 마리가 머리카락을 부리로 당긴다. 약을 마시라는 말이 들려와서, 약, 하고 중얼거리고 손에 쥔다. 알 수 없다. 하지만 짹짹짹하고 새들이 시끄럽게 지저귄다. 빨리 마시라는 건 듯 하다.

  알 수 없지만, 혹시 몸에 열이 있는 건 아닐까. 로브를 입은 채로 빗 속에서 지팡이로 날았다. 그 뒤는 열이 있는 나즈나를 간병하고……. 아아. 감기에 걸리지 않는 쪽이 이상할지도 모른다.


  겨우 납득하고 로브를 의자 등에 걸쳐놓고 물을 한 손에 약을 입에 담는다. 그리고 침실로.

  따라온 새가 지켜본다……기보단. 감시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지만. 그 속에서 갈아입고 침대 속으로. 거기서 만족한 것인지. 새들은 나갔다.

  ……엄마냐, 너희들은.


  어이없다는 듯이 숨을 내쉬고, 하지만 점점 무거워지는 몸에, 아무래도 정말로 열이 있는 듯 해서 눈을 감았다.

  병으로 누워있는 건 오랜만이다. 양친이 건강했을 쯤에 병에 걸린 것이 마지막이었다.


  양친.

  나즈나에게 어머니의 이야기를 한 것이 생각난다.

  나즈나와 마찬가지로 거처를 빼앗긴 어머니.

  단지 나즈나는 새로운 거처가 주어졌지만, 그 거처에 고집한 나머지 한결같이 자신을 상처입히고 있었다. 반면에 어머니는 새로운 거처를 스스로 만들어냈다. 그리고 매일을 웃으며 지내고 있었다.

  닮았지만 다르다. 다르지만 닮았다. 그렇기에 이제부터 나즈나가 어떻게 할지. 뭘 선택할지 남자는 알 수 없었다. 단지 나즈나가 스스로 정한 길을 걸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뿐이다. 타인이 강요한 길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길을.


  "……그거, 라면……그렇, 게, 괴롭지는, 않겠, 지?"


  괴롭다, 힘들다는 그 모든 것을 삼키고 있는게 아니라. 무리하게 웃는 것이 아니라. 괴로운 일이나 힘든 일보다, 웃을 수 있는 일들이 더 많은 매일을 보냈으면 좋겠다. 어머니와 마찬가지로, 웃으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저런 최악의 일족 안에서도, 행복하게 매일을 보내고 있던 어머니와 마찬가지로.

Posted by 추리닝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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