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딘, 제도방위사령부. 균터 키슬링
"걱정 할 필요 없어. 균터."
"하지만."
"오펜하이머 백작은 죽고 싶은 것 같네. 바라는 대로 죽여주지."
"에, 에리히."
조용히 미소지으며 말하는 에리히에 오한이 들었다. 위, 위험해. 이녀석 진심이다. 마, 말리는 것이…….
"말려도 소용 없어. 균터."
오싹했다. 이녀석은 독심술이라도 쓰는 건가?
"뤼네부르크 소장. 장갑착탄병을 완전무장으로 1개 연대 준비해주세요."
"완전무장? 1개 연대? 에리히. 전쟁이라도 시작할 생긱인가!"
내 질문을 전혀 무시하고 두 사람은 이야기를 진행한다.
"알겠습니다. 지휘는 소관이 하지요. 기대되는군요."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시체포대를 준비하세요."
"그렇군요. 열개 정도 준비할까요?"
시체포대라고? 무슨 생각을 하는거냐. 두 사람. 이상하다. 절대로 이상하다. 이 두 사람은 즐거운듯이 이야기하고 있다. 피크닉이라도 갈 생각인가? 사태를 이해하고 있는건가?
"균터. 경도 갈거지?"
에리히는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권했다.
"경도 와주면 고마울 것 같은데."
"……알았어. 나도 갈게."
제길. 이젠 될대로 되라.
"피츠시몬즈 대위. 귀관은 여기에 남으세요."
"아뇨. 소관도 동행하겠습니다."
"위험하니까……."
"소관도 동행합니다."
여자가 가는 것은 어떨까 생각하지만. 에리히에게도 뜻대로 되지 않는 상대가 있다는 건 유쾌했다. 재밌잖아.
...
■ 오딘, 제도방위사령부. 발레리 린 피츠시몬즈
난 바보다. 어쩔 도리도 없는 바보다. 모처럼 여기에 남으라는 말까지 들었는데. 하지만 별 수 없었다. 미소지으며 오펜하이머 백작을 죽이겠다는 소장을 보니 무심코 동행하겠다고 말해버렸다. 아마 간다고 해도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겠지만. 하지만 난 부관이니까 동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귀찮은 상관을 가지고 말았다. 얼간이라면 내버려두면 알아서 죽겠지만. 이 아이, 유능하니까. 내버려 둘 수 없잖아?
우리들은 장갑수송차에 올라타 리텐하임 후작 저택으로 향한다. 모두 긴장하고 있는데 발렌슈타인 소장과 뤼네부르크 소장만이 평소와 다름없다. 반플리트가 생각난다거나 왈큐레가 있으면 좀 더 편할텐데라던가 말하고 있다. 이제 곧 강습양륙함이 있으면이라거나 말할 것 같다. 말해두지만 신무우궁의 상공은 비행금지지역이라고. 알고 있어?
대귀족인 후작의 저택은 신무우궁 바로 곁에 있다. 장갑수송차에 타서 20분도 지나지 않아 저택 앞에 도착했다. 저택 앞에는 헌병들이 경비하고 있다. 본적 없는 장갑수성차가 와서 놀라고 있는 듯 하다. 우리들이 장갑수송차에서 내리니 동요가 더욱 커졌다. 무리도 아니다. 완전무장한 장갑착탄병, 1개 연대라고. 제도 오딘에서 이런 것이 움직이다니 있을 수 없어. 하이네센이라고 해도 마찬가지야. 키슬링 중령이 경비 책임자와 이야기하고 있다. 아무래도 오펜하이머 백작과 귀족들은 아직 안에 들어가 있는 상태인 듯 하다. 저택 문을 굳게 잠궜기에 그들은 어떻게도 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균터. 여기 지휘를 맡겨도 될까?"
"그래."
"다시 한 번, 주의해줬으면 좋겠어. 어떤 의미로도 사람의 출입을 금지한다고 말이지."
"알았다."
그렇다. 이 이상 출입을 허용해선 안 된다.
"뤼네부르크 소장. 이 문을 부숴주세요."
"흠. 서두릅니까?"
"예. 무척."
"미사일을 사용하게 됩니다만."
잠깐 기다려, 미사일이라니?
"좀 더 과격하게 해도 상관없어요."
뭘 부추기는거야, 이 바보! 두 사람 모두 적당히 해줘.
내 바람도 허망하게 문은 미사일로 파괴하기로 했다. 부웅하고 실감 없는 모습으로 날아간다고 생각하니 쾅하는 파괴음과 함께 문이 날라갔다.
"돌입!"
뤼네부르크 소장의 말과 함께 장갑착탄병이 침입한다. 발렌슈타인발렌슈타인 소장도 안으로 들어간다. 저택 안에서 사람이 나왔다. 경비병인가? 이쪽을 놀란 눈으로 보고 있다.
"소장, 항복을 권하도록 하세요. 저항한다면 반역자로서 처단한다고."
"알겠습니다. 무기를 버리고 항복하라. 저항한다면 반역자로서 처단한다. 제 21사단 제 1연대. 무기를 가지고 있는 자는 죽여라. 무기는 유죄의 증거다."
휴대용 확성기로부터 나온 뤼네부르크 소장의 목소리가 경비병들을 놀라게했다. 완전무장을 한 장갑착탄병에 평복을 한 경비병이 이길 수 있을리가 없다. 차례차례 무기를 버리고 투항한다. 뤼네부르크 소장은 포로 정리따위 적당히 지시하면서 저택으로 향한다.
발렌슈타인 소장은 양옥 출입구도 미사일로 날려버렸다. 엉망진창이야, 이 아이. 이미 각오를 결정했다는 느낌. 그리고 우리들은 오펜하이머 백작들을 찾았다.
...
■ 리텐하임 후작 저택. 오펜하이머 백작
이걸로 사비네 폰 리텐하임가 제 37대 황제가 된다면 나의 영광은 약속된거라고 해도 좋겠지.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은 집에 틀어박힌채다. 다수파 공작따위 하고싶어도 할 수 없다. 리텐하임 후작이라고 해도 내 힘이 없어선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아무리 평가해도 평가에 끝이 없다. 저 애송이에게 감사해야겠군.
우선 헌병총감이 되야겠지. 당연히 대장으로 승진. 그리고 다음은 군무차관. 다음은 군무상서. 이 내가 군의 정점에 서는 것이다. 발렌슈타인따위 애송이 주제에 나에게 지시라니 웃기지마라. 평민이 잘났다는 듯이 우리들 귀족을 죽이겠다니 무슨 생각을 하는건지. 네놈의 지시따위 모두 짓밟아주겠어. 죽이고 싶다면 죽여봐라. 어차피 할 수 없겠지. 애송이. 허세따위 내겐 통하지 않아.
응? 무슨 소리냐. 소란스럽군. 밖엔 헌병대가 경비를 서고 있을 테지만……. 묘하군. 뭘 소란피우고 있는건지. 이쪽으로 사람이 오는 것 같지만. 무슨 일인지?
...
■ 리텐하임 후작 저택, 발레리 린 피츠시몬즈
리텐하임 후작을 포함한 귀족들은 어떤 한 방에 있었다. 아마도 응접실이겠지. 고급스러운 응접 세트, 미술품, 가구. 내게는 일생 인연이 없는 물건들이다. 그들은 우리들을 보고 놀라 구구절절 "무슨 일이냐, 무슨 용무냐.", "무례하군, 여기가 어디라고 생각하고 있냐."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그 때였다. 탕하는 소리와 함께 천장에서 유리 파편이 떨어졌다. 발렌슈타인 소장이었다. 손에는 화약식 총이 들려있다. 언제 그런걸 준비한건지.
"움직이지 말아주세요. 그리고 이쪽의 허락 없이 발언하는 것은 금지합니다."
"무슨 말을 하는겐가. 나를……."
저항하려는 리텐하임 후작을 다시 한 번 탕하는 발포음이 막았다. 발렌슈타인 소장이 쏜 탄은 리텐하임 후작의 머리 위 30센치 정도 위를 관통하여 후작의 뒤에 있던 거울을 깼다. 유리 파편이 깨지는 거창한 소리가 방 안을 울린다.
"각하가 리텐하임 후작이라는 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음엔 목부터 위가 사라지실테니까, 누구인지 모르게 되겠군요."
모두 얼굴색이 창백해진다. 후작들도 우리들도다. 장갑착탄병들도 어딘가 꿈틀꿈틀거리고 있다. 설마 여기에서 발포하리라고 생각도 못했다. 이젠 되돌릴 수 없다. 모두 알고 있다. 공포로 다리가 풀릴 것 같다. 그런데도 발렌슈타인 소장은 평소와 마찬가지로 온화하게 미소짓고 있다. 뤼네부르크 소장은 즐거워하는 것 같다. 나와 눈이 마주치니 윙크했다. 무섭다. 무슨 생각하는 거야? 두 사람.
"그럼, 우선 그들을 구속해주세요."
그 말에 후작들은 불평하지만, 소장이 총을 향하니 침묵했다. 장갑착탄병들이 그들의 손을 뒤에서 묶어 구속한다. 구속이 끝나니 발렌슈타인 소장은 오펜하이머 백작을 데려오도록 명령했다.
"무, 무슨 짓이냐. 발렌슈타인 소장. 이런 짓을 하다니."
갑자기 소장의 오른쪽 손이 오펜하이머 백작의 얼굴을 때렸다. 총으로 맞은 백작의 얼굴에서 선혈이 튀었다. 쓰러지는 오펜하이머 백작의 멱살을 잡더니 목구멍에 총구를 들이박으면서 질문했다.
"발렌슈타인 대장입니다. 전 당신의 상위자라구요. 오펜하이머 중장."
무섭다. 이런 소장은 처음 본다. 진심으로 죽일 생각이다.
"여기서 무슨 이야기를 한겁니까? 엘윈 요제프 전하의 암살입니까? 아니면 엘리자베스 폰 브라운슈바이크의 암살입니까? 대답해주시지요. 헌병대 부총감 오펜하이머 중장 각하."
만면에 미소를 지으면서 말하는 소장의 말에 오펜하이머 백작은 얼어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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