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텐하임 후작 저택. 발레리 린 피츠시몬즈.


  "여기서 무슨 이야기를 했습니까? 엘윈 요제프 전하의 암살입니까? 아니면 엘리자베스 폰 브라운슈바이크의 암살입니까? 대답해주시지요. 헌병대 부총감 오펜하이머 중장 각하."

  "무, 무슨 소리냐. 나는."

  그 이상 오펜하이머 백작은 말을 계속 할 수 없었다. 소장이 총구를 더욱 백작의 목구멍에 처박았기 때문이다.


  "하찮은 변명따위 집어치우시지요. 황위계승 자격자를 지키기 위한 경비입니다. 그것을 헌병대 부총감인 당신이 부순 겁니다. 다른 귀족들까지 끌어들여서요. 차를 마시며 담소라도 하기 위해서 왔다고 해도 아무도 믿지 않아요. 자,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한겁니까?"


  "모, 모른다. 나는, 아,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

  "그렇습니까. 그럼 별 수 없군요. 리텐하임 후작에게 직접 물어보도록 하죠."

  리텐하임 후작의 얼굴이 공포로 굳는다. 소장은 오펜하이머 백작에게 재갈을 물리도록 지시하고, 천천히 리텐하임 후작에게 다가간다.

  "마, 말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말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훌륭해.


  "말할 건 아무것도 없습니까……. 뤼네부르크 소장. 그걸 꺼내주시겠습니까?"

  "그겁니까? 알겠습니다."

  뤼네부르크 소장이 리텐하임 후작들 앞에 꺼낸 것은 시체포대였다. 이 두사람, '그거'란 걸로 통하는거야?

  "뭐냐, 그건."


  리텐하임 후작의 질문에 발렌슈타인 소장은 뭐가 웃기단건지 쿡쿡 웃으며 대답했다.

  "시체포대입니다."

  "시체포대……."

  "뤼네부르크 소장. 그건 신품입니까?"


  "아니. 이미 몇 번이나 썼습니다. 하지만 뭐, 소독은 했으니까 문제는 없습니다."

  리텐하임 후작의 얼굴이 이번엔 혐오로 굳는다.


  "말할 것이 아무것도 없다면, 시체포대에 들어가시도록 하겠습니다. 죄목은 헌병부총감 오펜하이머 백작을 농락하여 동료 귀족과 함께 엘윈 요제프 전하 암살, 게다가 엘리자베스 폰 브라운슈바이크 암살을 획책했다는 것이 됩니다."

  "웃기지마라. 그런 일은……."

  "여기는 그 모의장이군요. 우리들은 반역자들을 그 자리에서 사살하여 제국의 안녕을 지켰다. 아아, 죄목에 또 하나. 폐하를 해치려했다, 는 것도 들어가겠군요."

  "네, 네놈, 나를 죽일 생각인가?"

  후작은 떨고 있다. 분노? 아니면 공포?


  "죽입니다. 우리들의 임무는 황위계승 자격자를 테러로부터 지키는 것입니다. 우리들이 지키는 것은 황제 폐하의 혈족들 뿐. 각하는 리텐하임 후작가의 당주일 뿐이지 폐하의 혈족은 아닙니다. 망설일 필요는 없습니다."

  소장은 리텐하임 후작에게 더욱 추가타를 던져 말을 잃게 만들었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은 크게 기뻐하겠죠. 방해자가 사라졌다고. 아버지가 반역자가 된 이상, 여기의 프로이라인이 황제가 되는 일은 없을테니까요."

  "……뭐, 뭘 원하나? 지위인가? 돈인가?"

  "그런 것따위 필요 없습니다. 제 질문에 대답해주세요."

  결국 후작은 소장의 앞에 굴복했다. 어깨를 떨어뜨리고 포기한 듯이 대답한다.

  "……뭐가 듣고 싶나."


  "일단 먼저. 오펜하이머 백작을 부른 것은 각하입니까?"

  "아니다. 난 부르지 않았어. 정말이다. 이 녀석이 멋대로 들어온거다."

  후작은 오펜하이머 백작을 보고 내뱉듯이 말했다.

  "그럼 저택 문을 연 것은 누구입니까?"

  "……."

  "대답하세요."

  소장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추궁이 멈추는 일은 없었다.

  "……내가 열도록 명령했다. 하지만 오펜하이머 백작이 중요한 이야기가 있다고 했다."


  "헌병대에 저택 경비명령이 내려져있었습니다. 이상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까?"

  "헌병대 부총감이 중요한 이야기가 있다고 한거다. 그냥 경비 문제일거라고 생각했다. 정말이다."

  분명 보통은 그렇게 생각하겠지.

  "오펜하이머 백작은 혼자였습니까?"

  "아니, 그들과 함께였다."

  리텐하임 후작은 그렇게 말하며 귀족들을 향해 얼굴을 향했다.

  "그 시점에서 이상하다곤 생각하지 않았습니까?"


  "그, 그건. 오펜하이머 백작이 편의를 봐줬다고 생각한거다. 이상한건 아니잖나? 헌병대 부총감 앞에서 이야기를 하는거다. 아무것도 문제는 없다고 생각했다."

  "오펜하이머 백작은 무슨 이야기를 했습니까?"

  "……."

  "각하. 시체포대에 들어가고 싶으십니까?"

  소장의 말에 후작의 얼굴이 굳었다. 포기한듯이 말을 꺼낸다.

  "……다음 황제는 사비네라고 했다. 자신이 있는 한 걱정할 필요 없다고."


  "경비를 느슨하게 할거란 소리군요."

  "그렇다고 생각한다."

  "엘윈 요제프 전하의 암살을 상담한 것은 그 다음입니까?"

  "아, 아니다. 그런 건 말하지 않았어."

  "그럼 엘리자베스 폰 브라운슈바이크?"

  "말하지 않았다. 정말이다."

  정말로 말하지 않은 것 같다. 굉장히 당황하고 있다.

  "그럼 무슨 말을 한겁니까?"

  "……사비네가 황제가 된다면 기쁘다. 그렇게 말했다. 정말이다. 그것뿐이다."


  "귀하가 얼마나 경솔한 말을 했는지 아시겠습니까?"

  "?"

  "평소라면 그저 무책임한 발언에 불과했겠지요. 하지만 지금은 폐하가 병상에 있으십니다. 각하가 하신 것은 모반과 동의어입니다."

  "어, 어째서냐."


  "엘윈 요제프 전하는 루드비히 황태자의 아들이십니다. 말하자면 적손. 황위를 이어야 할 입장에 있으신 분입니다. 한편 이쪽의 프로이라인은 시집 가신 크리스티네님이 낳으신 아이입니다. 다시 말해 신하입니다. 그 분이 황위를 잇기 위해선 엘윈 요제프 전하를 배제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아닙니까?"

  분명 소장이 말하는 대로다…….

  "……."

  "각하가 말하신 것은, 폐하는 더 이상 길지 않다. 자신의 딸 사비네를 황위에 올리기 위해 누군가가 엘윈 요제프를 배제하고 오라. 그런 말이 됩니다."

  "아니다. 그런 생각은 없었다. 정말이야. 믿어주게. 죽이지 말아."

  정말로 살해당할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어떻게 하지…….


  "그쪽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죠."

  소장은 그렇게 말하며 귀족들에게 향했다. 전부 5명 있다. 모두 얼굴이 경직되어 있다.

  "당신들은 어째서 저택에 들어온 겁니까?"

  "오펜하이머 백작에게 초대 받았기 때문이다."

  "초대 받았다?"

  "저택에 오펜하이머 백작으로부터 연락이 있었다. 리텐하임 후작의 저택 앞에서 만나자고."

  아무래도 모두 같은 듯 하다. 착실하게 끄덕이고 있다.


  "오펜하이머 백작으로부터 달리 들은 이야기는?"

  "……자신이 있으면 아무 것도 걱정할 필요 없다고. 그리고 그 쪽의 프로이라인이 다음 황제가 될거라고 말했다."

  "엘윈 요제프 전하의 암살을 상담한 일은?"

  "그런 건 하지 않았어!"

  "엘리자베스 폰 브라운슈바이크의 암살은?"

  "하지 않았다."

  "틀림 없죠?"

  "틀림 없다."

  분노? 공포? 이쪽도 모두 떨고 있다.


  "아무래도 여러분은 오펜하이머 백작에게 제대로 속아넘어간 것 같군요."

  "무슨 말이냐?"

  "모르겠습니까? 직권을 이용하여 여러분을 한 장소에 모은다. 그리고 다음 황제는 사비네 폰 리텐하임이라고 고한다. 그런 생각이 든 누군가가 엘윈 요제프 전하, 엘리자베트 폰 브라운슈바이크를 암살한다. 그리고 사비네 폰 리텐하임이 황제가 되었을 경우, 자신의 공적을 주장하며 이득을 취하려고 한 것이겠죠."

  "오펜하이머, 네놈!"


  "진정하십시오. 후작. 오펜하이머 백작은 군법회의에 걸겠습니다. 명령위반. 상관모욕죄. 거기에 자신의 이득을 위해 황위계승 자격자의 몸을 위험하게 한 죄. 반역을 꾀한 죄. 이 정도의 죄목입니다. 일단 사형은 피할 수 없겠죠. 군인으로서의 지위도 귀족으로서의 작위도 모두 박탈한 뒤 사형될 겁니다."

  오펜하이머 백작은 억지로 고개를 흔들며 뭔가를 말하려고 한다. 하지만 누구도 그런 그를 구하려고하지 않는다. 리텐하임 후작은 가증스럽다는 듯이 볼 뿐이다.


  "여러분도 모두 이 자리에서 사형입니다. 경비를 깬 것이니까요. 시체포대도 있고."

  "기다려라. 발렌슈타인. 우리들은 속은 것이다. 용서해주게."

  리텐하임 후작이 애원한다.

  "확실히. 정말로 나쁜 것은 오펜하이머 백작이니까요. ……이번엔 특별히 용서하지요. 단, 이번만입니다."

  "물론이다. 감사하네."


  "그보다 곤란한 일이 있습니다."

  "뭐냐. 그것은."

  "이번 일은 나중에 큰 문제가 되겠죠. 리텐하임 후작을 적대시하는 자들에은 반드시 이 일로 후작을 공격할 것입니다. 황제폐하불예 중 리텐하임 후작이 도당을 만들어 제위를 자신의 것으로 하기위해 은밀히 모략을 꾸몄다고."

  "그, 그것은."

  "어떻게하면 좋은가?"

  후작도 귀족들도 곤란해하고 있다. 발버둥 친 끝에 소장에게 도움을 청한다. 뤼네부르크 소장은 이빨을 꽉물며 웃음을 참고 있다. 이 아이의 밀고 당기기의 능숙함에는 놀란다. 언제부터인가 후작들마저 손바닥 위에서 굴리고 있다.


  "그렇군요. 소관은 리텐하임 후작에 적의를 가지고 있진 않습니다. 이번 건도 제도의 안녕을 지키기 위해 별 수 없이 행한 일입니다. 후작이 이 일로 필요 이상 불이익을 받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는가?"

  "조서를 받지요."

  "조서?"

  "오펜하이머 백작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음모를 꾸몄다는 것을 조사에 정리해 둡니다. 리텐하임 후작도, 거기의 여러분도 조서 작성에 협력해주십시오. 그 조서에는 소관도 의견을 적습니다. 이 때에, 리텐하임 후작에게 다소 경솔한 언동이 있지만, 반역의 의지는 없었다고."

  "……."

  "제도방위사령관대리가 기술하는 겁니다. 만일의 경우로 조사가 들어간다해도 소관을 시작하여 여기에 있는 사람들이 살아있는 증인이 되겠지요. 어떻습니까?"

  과연. 우리들은 살아있는 증인인가. 그렇다면 죽일 수 없다.

  "알았다."

  오펜하이머 백작은 팔렸다. 아니, 리텐하임 후작들은 자신들이 오펜하이머 백작을 팔았다는 의식조차 없겠지. 지금이라면 안다. 소장은 처음부터 오펜하이머 백작만을 처단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럼 방위사령부까지 동행해주십시오. 물론 구속은 풀겠습니다. 그리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건 자제해주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아아, 알고 있네. 시체포대겠지?"

  "잘 아시는군요. 그럼 살아서 돌아가실 수 있을 겁니다."

  던지듯이 말하는 리텐하임 후작을 침묵하게 만들고 소장은 빙긋 미소지었다. 소장. 당신은 틀림없이 악마야. 리텐하임 후작이 불쌍해지기 시작했어.

Posted by 추리닝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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