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력 798년 12월 13일. 이제르론 요새. 양 웬리.

 

 「……자유행성동맹은 부실하게도 제국과의 약정을 깨뜨렸다. 동맹은 그 죄를 갚아야만 한다. 여기에 제국은 선언한다. 동맹에 죄를 묻기 위해 제국은 대규모 군사행동을 전개한다. 모든 것이 끝났을 때, 우주에는 평화와 새로운 질서가 세워질 것이다.」

 

 TV전화 화면은 제국의 국무상서, 리히텐라데 후작이 엄격하다고 해도 좋은 어조로 선전포고를 행하는 모습을 비추고 있었다. 2일 전에 방송되었던 것이다. 벌써 몇 번이나 이 영상을 본 건지. 볼 때마다 한숨이 나온다. 평화와 새로운 질서인가……, 우주통일 선언이군. 새해개 밝으면 제국군이 대거 이 이제르론 요새로 밀고 들어올 것이다. 페잔에도…….

 

 “또 보고 계신 건가요?”

 “……율리안.”

 부엌에서 저녁 식사 준비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볼 때마다 한숨을 내쉬고 있습니다. 좋지 않아요. 제독.”

 율리안이 걱정스럽게 날 보고 있다. 보호자 실격이군, 나는. 율리안에게 걱정만 끼치고 있다.

 

 “알고 있지만 말이지.”

 “또 한숨을 내쉬고 있네요.”

 쓴웃음이 흘러 나왔다. 이런이런. 아무래도 중증이다. 괴로운 마음을 씹어 삼키고 있는데 TV전화 수신음이 울렸다. 번호는 요새사령부를 표시하고 있다. 아마도 그린힐 대위겠지. 유급휴가를 쓰는 도중에 연락이 들어왔다. 나쁜 예감이 들었지만 받지 않을 수는 없었다. 화면이 바뀌고 그린힐 대위가 나타났다. 미안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율리안이 마음을 써서 자리를 비켰다. 부엌으로 돌아간 거겠지.

 

 「쉬시는 도중에 죄송합니다.」

 “아니, 신경 쓸 필요 없다. 무슨 일이지?”

 「하이네센에서 통신이 들어왔습니다.」

 “알았다. 이쪽으로 돌려줘.”

 「네.」

 화면이 바뀌었다. 이번엔 그린힐 총참모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여어, 양 제독. 휴가 중에 미안하네.」

 “아뇨.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군.」

 미안하다는 듯한 표정을 보니 가슴이 아프다. 의욕이 없어서 쉬고 있는 거라고는 생각하고 있지 않겠지.

 

 「제국이 선전포고를 했다.」

 “네.”

 내가 끄덕이자 그린힐 총참모장도 끄덕였다.

 「우리들은 이제르론, 페잔 두 회랑에서 제국군을 요격한다. 전선을 교착시키고 화평으로 끌고간다.」

 “네.”

 내가 끄덕이자 그린힐 총참모장이 곤란하단 표정을 지었다.

 

 「그런 표정을 짓지 말게.」

 “아, 아뇨…….”

 「본의가 아니긴 하다. 군사적으로는 제국군을 동맹령 깊숙이 끌고 들어오는 편이 승산이 높으니까.」

 “네.”

 그렇다. 승산은 높다.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말이지. 의장의 말도 일리, 아니, 일리 정도가 아니지. 충분한 이유가 있다. 우리들은 군인이다. 그 사고방식은 아무래도 군사쪽에 치우치게 되는 걸지도 몰라.」

 “……그렇지요.”

 

 정부, 군 상층부 사이에서 방어방침을 둘러싸고 회의가 10월에 두 차례 이뤄졌다. 정부 측은 트류니히트 의장, 아일랜즈 국방위원장, 레벨로 재무위원장, 호안 인적자원위원장. 군 측은 보로딘 통합작전본부장, 뷰코크 사령장관, 우란푸 부사령장관, 그린힐 총참모장, 그리고 나. 군은 제국군을 동맹령내에 끌어들이고 결전을 주장했고, 정부 측은 이제르론, 페잔 두 회랑에서 방어전을 주장했다. 때로 감정적으로, 때로는 이성적으로 각각의 방어작전의 시비를 회의했다.

 

 거기서 알게 된 건 민주공화정 국가의 정치가들이 지지율의 저하를 무척이나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동맹시민에 대한 불신감이었다. 동맹시민에게 선출된 정치가들이 그들을 선출한 동맹시민에게 불신감을 가지고 있다. 그 판단력에 의문을 가지고 있다. 이상한 이야기이긴 하다. 하지만 트류니히트 의장만이 아니다. 아일랜즈, 레벨로, 호안, 각 위원장도 마찬가지였다. 그걸 생각하면 정치가가 시민에 대해 불신감을 가지는 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지지율 같은 건 아무리 높아도 안심할 수 없다. 시민의 지지라는 건 극히 이동하기 쉽고 불안정한 것이다. 일이 터지면 순식간에 떨어진다. 그렇기에 정치가들은 지지율의 저하에는 극히 민감하다. 가장 위험한 건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정부는 레임덕 상태가 된다.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결정할 수 없다. 두 회랑을 포기하면 그렇게 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그 상태에서 제국군을 동맹령내로 끌어들여 요격이라니 도저히 무리다. 눈 깜짝할 사이에 지방성계는 동맹에게서 탈퇴하여 제국과 강화를 맺겠지. 그렇게 되면 동맹은 싸우지도 않고 와해될 수밖에 없다.”

 

 트류니히트 의장의 말이었다. 침통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말을 계속했다.

 “자네들은 우수한 군인이다. 그렇기에 제국군에 대해서 잘 알고 있겠지. 그건 그들이 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맹시민에 대한 건 잘 모른다. 왜냐면 자네들이 그들과 싸울 일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들 정치가는 달라. 우리들은 항상 동맹시민에게 신경을 써야만 한다. 그들은 우리들에게 있어 잠재적인 적이야.”

 

 정치는 군사에 우선한다. 그리고 그 정치면에서의 제약이 군사적인 수단을 제한하게 될 줄이야……. 적보다도 아군이 발목을 잡는가…….

 「이제르론 요새에는 칼센 중장의 제15함대를 보내지.」

 “알겠습니다.”

 「나머지 함대는 페잔 회랑에 전개한다. 다시 말해, 귀관에게 보내는 증원은 제15함대 뿐이다. 그 이상은 없어…….」

 “어쩔 수 없습니다. 제국군의 주력은 페잔이겠죠.”

 그린힐 총참모장이 끄덕였다. 페잔에는 요새가 없다. 제국에게 있어 공략하기 쉬운 건 페잔이다.

 

 「칼센 중장에게는 귀관의 지시에 따르도록 말해뒀네. 그도 귀관의 실력은 충분히 알고 있어. 문제는 없겠지. 어려운 싸움이 되리라 생각하네만 잘 부탁하네.」

 “알겠습니다.”

 칼센 중장은 밑바닥부터 치고 올라온 실전지휘관이다. 총참모장은 나 같은 젊은이의 지시에 따르는 건 불쾌할지도 모른다고 걱정한 모양이다. 무척이나 신경을 써주고 있다.

 

 그린힐 총참모장이 끄덕이고 “그럼”하고 말하며 통신이 끊겼다. 2개 함대로 제국군의 대군을 막는다. 제15함대는 오스만 중장의 제14함대와 함께 새로 편성된 함대다. 훈련도는 그다지 높지 않다. 그런 의미로는 요새방어전 쪽이 안심하고 쓸 수 있기는 하다. 그러나 과연 다 막을 수 있을 건지……. 한숨이 나올 것 같다. 민간인 탈출계획이 있었을 거다. 만일을 위해 카젤느 선배에게 부탁해 언제라도 실행할 수 있게 해두는 편이 좋을지도 모른다. 결국 한숨이 나왔다…….



제국력 489년 12월 31일. 오딘, 신무우궁, 흑진주 홀. 그레고르 폰 뮈켄베르거.

 

 흑진주 홀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 정치가, 군인, 고급 관료, 귀족, 그리고 귀부인. 궁중 주최의 신년 파티가 이제부터 열린다. 이전, 이런 종류의 파티는 문벌귀족과 그 똘마니들이 허세를 부리는 자리였지만, 이제 그들은 더 이상 없다. 눈에 띄는 건 정치가, 군인, 고급 관료의 모습이다. 누구든 실력으로 그 자리를 얻은 자들이다. 문벌귀족들에게서 보이던 경거망동하는 모습이 아니라 침착하고 조용하며 힘 있는 모습이었다.

 

 파티는 화려함만이 아니라 고양감에도 둘러싸여 있었다. 며칠 전, 제국정부는 반란군에게 선전포고를 했다. 군인만이 아니라 정치가, 고급 관료까지 고양감이 있는 건 그것 때문이겠지. 이번 원정이 결전이라는 건 다들 이해하고 있다. 그리고 누구나 원정이 실패하리라 생각하고 있지 않다. 반드시 성공한다. 반란군을 쓰러뜨릴 거라 생각하고 있다.

 

 에리히 발렌슈타인, 원수, 우주함대 사령장관, 그리고 나에게 있어선 사위이기도 하다. 모두가 원정군의 승리를 믿고 있는 건 그의 존재가 크다. 필승, 불패를 모르며, 대군의 지휘운용에 있어선 주변에서 절대적인 신뢰를 얻고 있다. 물론 나도 그를 신뢰하고 있다. 이길 수 있는 자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운이 좋다. 나에게는 없었던 행운을 가지고 있다.

 

 당연하지만 그도 이 파티에 참가하고 있다. 유스티나와 평화롭게 대화하고 있는 모습에 고양감은 보이지 않는다. 그를 몰랐다면 원정군의 총사령관이라고 해도 도저히 믿어지지 않겠지. 군부의 중진이면서 군인다운 모습은 조금도 없는 자다.

 

 “오랜만이군. 뮈켄베르거 원수.”

 이름을 불려 돌아보자 에렌베르크 원수와 슈타인호프 원수가 서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손에 잔을 들고 있다.

 “안 가도 되는 건가? 저쪽에.”

 슈타인호프 원수가 히쭉거리며 턱으로 발렌슈타인과 유스티나를 가리켰다.

 

 “보호자가 필요한 나이도 아니겠지. 때로는 늙은이를 상대하는 일에서 해방도 시켜줘야하지 않는가?”

 “그렇군. 하지만 보호자가 필요한 건 경이 아닐까?”

 “그거 맞는 소리군.”

 이번엔 에렌베르크 원수도 히쭉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변함 없이 입이 험하다. 이 중에서 가장 젊은 건 나일 텐데…….

 

 “새해가 밝고 15일에는 출병한다고 들었다. 1년인가…….”

 “걱정 되나?”

 “설마. 나에게 걱정 같은 건 없네. 슈타인호프 원수. 저건 이기기 위한 준비를 게을리 하지 않는 자다. 반드시 이기겠지.”

 내가 단언하자 슈타인호프 원수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발렌슈타인이 아니라 유스티나 말일세. 1년이나 방치되는 거다. 이러저러 걱정되는 게 있겠지.”

 “그건, 뭐……. 하지만 이것만은 참아주지 않으면……. 유스티나의 남편은 우주함대 사령장관이니 말이야.”

 내 말에 에렌베르크, 슈타인호프 두 원수가 끄덕였다.

 

 “생각해 보면 우리들도 꽤나 가족에게 소홀히 했었지.”

 에렌베르크 원수가 곰곰이 생각하는 어조로 중얼거렸다. 우리들 세 사람, 몇 번이나 전선에 나갔다. 무사히 돌아오기는 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출정할 때마다 남겨진 가족은 불안과 초조함에 시달렸을 테지. 충분히 그 불안을 풀어줬을지 아닐지…….

 

 “하지만 그것도 이번 출정으로 끝난다. 그렇겠지? 에렌베르크 원수, 뮈켄베르거 원수.”

 “그렇군.”

 “그래.”

 발렌슈타인을 봤다. 나 혼자만이 아니다. 에렌베르크, 슈타인호프 두 원수도 보고 있다.

 

 “묘한 자다. 설마 저 자가 반란군을 굴복시키게 될 줄이야…….”

 “6년 전이었다면 상상도 못할 일이지.”

 동감이다. 6년 전에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제5차 이제르론 요새 공방전, 그 때는 성가신 일만 일으키는 짜증나는 애송이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이루지 못했던 꿈을 저 자가 이루려 하고 있다.

 

 “확실히 묘한 자다.”

 내 말에 에렌베르크, 슈타인호프 두 원수가 끄덕였다.

 “하지만 내 후계자이며 사위이기도 하다. 이상한 일이지. 어째서 이렇게 됐을까?”

 두 사람이 소리 내어 웃었다. 웃을 일도 아닌데 나도 웃고 말았다. 세상사 중엔 이상한 일이 참 많다. 대신 오딘은 장난을 좋아하는 듯하다.



제국력 490년 1월 14일. 오딘, 제도중앙묘지. 발레리 린 피츠시몬즈.

 

 출병을 내일로 앞둔 바쁜 와중, 사령장관이 갑자기 외출하겠다고 했다. 서둘러 경호를 갖추고 동행했지만 사령장관이 지상차를 달린 곳은 제도중앙묘지였다. 묘지 근처에 있던 꽃집에서 하얀 수선화 꽃다발을 두 개 사서 묘지 않으로 들어간다. 사전에 꽃집에 연락해둔 듯하다. 아무래도 갑작스런 생각에 여기에 온 건 아닌 듯하다. 어쩌면 양친의 묘에 가려는 걸까?

 

 경호병들은 사령장관과 나 주변을 둘러싸고 걷고 있다. 다들 험악한 표정을 짓고 있다. 출병 전에 무슨 일이 있어선 큰일이라고 긴장하고 있는 거겠지. 돌로 된 정원길을 사령장관과 함께 걸었다. 몇 번인가 길을 돌아 사령장관이 발을 멈춘 건 10분 정도 걸었을 때였다.

 

 “각하, 이것은…….”

 놀랐다. 나 혼자가 아니다. 경호병들도 놀라고 있다. 그리고 사령장관은 조금 쓸쓸하다는 듯이 웃었다.

 “로엔그람 백작과 그뤼네발트 백작부인의 묘입니다.”

 발렌슈타인 사령장관은 지금도 로엔그람 백작에 대한 걸 생각하고 있다. 여기에 온 것도 처음이 아닐 터다. 나는 몰랐으니까 휴일에라도 왔던 걸지도 모른다. 로엔그람 백작을 죽이고 말았다는 걸 후회하고 있는 걸까…….

 

 “무덤이 있었던 겁니까?”

 꽤나 목소리가 갈라졌다. 반역자인 것이다. 반역자는 무덤을 가지는 걸 허락받지 못한다. 시체가 가족에게 건네지는 일조차 드물다고 들었다. 보통은 버려진다는 듯하다. 하지만 이 묘비에는 두 사람의 이름이 써 있었다.

 “네. 폐하에게 부탁하여 제도중앙묘지에 이장하는 허락을 받았습니다. 이 두 사람은 가족이 없으니까…….”

 가족이 없다?

 

 “그럼…….”

 “키르히아이스 준장은 양친이 건재하시기에 그쪽에 넘겼습니다. 오벨슈타인 준장은 집사가 시신을 받아갔습니다. 그는 좋은 주인이었다고 합니다. 집사 라나베르트에게 시신은 정원에 묻었다고 들었습니다.”

 발렌슈타인 사령장관이 수선화 꽃다발을 각각의 묘석 위에 두었다.

 

 “저기, 유족에게 죄를 묻지는 않았습니까? 연좌에 의해 처벌을 받는다고 들었습니다만…….”

 이상하게 생각한 건 나 혼자만이 아닌 듯하다. 경호병들도 이상하게 여기고 있다. 그건 그렇고 잠깐 너희들, 경호에 힘쓰라고! 이쪽을 보고 있는 경호병을 노려보자 서둘러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다른 병사들도 그렇다.

 

 “그렇죠. 원래라면 유족도 연좌제에 의해 처벌을 받고 재산을 몰수 당합니다만, 백작부인은 폐하의 총희였기에 각별한 온정을 받아 본인 이외는 죄를 묻지 않는 걸로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키르히아이스 준장과 오벨슈타인 준장도 본인 이외는 죄를 묻지 않은 거죠.”

 “…….”

 

 폐하의 각별한 온정, 그것만은 아닐 터다. 아마도 사령장관이 폐하에게 부탁했을 것이 틀림 없다. 어쩌면 베스트팔레 남작부인, 샤프하우젠 자작부인도 거들었을지도 모른다. 한 번 더 묘를 봤다. 하얀 묘석에는 이름과 생년월일, 사망년월일이 적혀 있을 뿐이다. 백작부인도 백작의 묘치고는 매정할 정도로 간소하지만 무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겠지.

 

 “로엔그람 백작의 꿈은 은하제국의 황제가 되는 것, 그리고 우주를 통일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그의 꿈을 뺏었고, 그렇기에 그는 죽었죠…….”

 사령장관이 로엔그람 백작의 묘를 보고 있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죽은 자에게 무슨 말을 건네고 있는 걸까? “뺏었다”라고 했다. “그렇기에 죽었다”라고 했다. 여기에 온 것은 로엔그람 백작에 대한 속죄인 걸까? 사령장관이 가볍게 숨을 뱉었다.

 

 “그럼 가도록 하죠.”

 “괜찮은 겁니까?”

 “네. 로엔그람 백작은 이미 죽었습니다. 무덤에 말을 걸어도 대답은 없습니다. 그걸 이제와서 눈치 채다니……. 여기에 온 건 어차피 자기만족에 지나지 않아요.”

 꽤나 자조가 섞인 어조였다. 가슴이 옥죄이는 느낌이 들었다.

 

 “우주통일은 나의 꿈, 아니 의무다. 샨타우 성역에서 1천만 명을 죽였다. 그 때부터 내 의무가 되었다. 로엔그람 백작과는 관계 없다. 통일하여 이 우주에서 전쟁을 없앤다. 누구나 안전하게, 평화롭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든다. 그가 바란 우주와 내가 바라는 우주는 비슷해도 같지 않다. 같아선 안 된다…….”

 묘를 흘끗 보고 발렌슈타인 사령장관이 걷기 시작했다.

 

 자신에게 들려주는 듯한 어조였다. 사령장관의 대각선 뒤를 걸으면서 옆얼굴을 봤다. 감정이 보이지 않는다. 인형처럼 무표정하다. 발렌슈타인 사령장관이 로엔그람 백작을 잊는 일은 없겠지. 백작을 죽이고 말았다는 죄악감, 상실감이 사령장관의 마음에서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게 틀림 없다. 사령장관은 앞으로도 그걸 가슴에 품고 살아가게 된다…….

 

 시선을 눈치챈 걸지도 모른다. 사령장관이 날 봤다.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괜찮습니다.”

 “…….”

 “출정을 내일로 앞두고 조금 마음에 불안이 생겼던 거겠죠. 갑자기 로엔그람 백작이 살아있었다면, 백작과 만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납득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 거겠지. 사령장관이 쓴웃음을 띄웠다. 겨우 사람 표정으로 돌아왔다.

 

 로엔그람 백작의 죽음은 필연이었다. 너무나도 야심을 겉으로 보였다. 사령장관이 없었어도 언젠가는 죽게 되었겠지. 하지만 사령장관의 존재가 로엔그람 백작을 죽음으로 몰아간 것도 사실이다. 내가 그걸 부정해도 아무 소용 없다. 그리고 사령장관도 그걸 부정해줫으면 하고 바라지 않는다. 내게 할 수 있는 건 함께 걷는 것, 사령장관의 무거운 짐을 함께 짊어지고 조금이라도 가볍게 하는 일이다.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소관은 각하와 함께 걷는 걸 불안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어떤 고난이라도 함께 걸어갈 각오는 되어 있습니다.”

 “……대령.”

 사령장관이 발을 멈췄다. 모두가 발을 멈췄다. 사령장관은 날 지긋이 보고 있다. 거짓말이 아니다. 제6차 이제르론 요새 공방전, 그 때부터 내 마음은 정해져 있었다.

 

 “하지만 부탁이니까 혼자서 끌어안고 있는 건 그만둬주세요. 소관은 그것만이 걱정입니다. 말하지 못할 일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만, 조금이라도 마음을 열고 풀어주셨으면 하고 생각합니다.”

 “……고맙습니다.”

 쑥스럽다는 듯한, 왠지 어린 느낌까지 들게 만드는 작은 목소리였다. 그리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Posted by 추리닝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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