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력 487년 4월 16일. 오딘, 브라운슈바이크 공작 저택. 에르네스트 메크링거.

 

  “좀처럼 정하기 힘들군요.”

  “확실히.”

  나와 슈트라이트 소장의 말에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말없이 끄덕였다. 공작의 표정은 전혀 밝지 않다. 불쾌하다기 보단 우울하단 느낌이다. 몸 상태가 따라주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겠지. 가능하면 일찍 끝내야 할 텐데…….

 

  나와 슈트라이트 소장은 군복 차림이지만,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은 파자마에 가운을 두른 모습이다. 사실 공작은 군복을 입으려고 했지만 슈트라이트 소장이 막았다고 한다. “원래는 쉬어주셨으면 합니다만, 어떻게든 일어나셔야 한다면 적어도 몸에 부담이 없는 쪽으로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했다는 듯하다.

 

  말로도 했지만 우주함대 진용이 좀처럼 정해지지 않는다. 일단은 총참모장에 나, 부참모장에 슈트라이트 소장, 그리고 사령부 참모에 베르겐그륀, 뷔로 정도가 들어갔을 정도다. 저번 원정에 참가했던 사람을 그대로 쓴 것에 지나지 않는다.

 

  당연하지만 충분하다고 할 수 없다. 군무성 인사부에 우수하고 젊은 사관을 배속해달라고 부탁하여 핵슈타인 준장, 레링거 대령, 페르데베르트 대령 세 사람이 사령부로 배속되게 되었다.

 

  핵슈타인과 레링거는 사관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했다. 하기야 공작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으니 완전히 납득한 건 아닐지도 모른다. 참고로 페르데베르트 대령은 공작과 사관학교에서는 동기생이었다. 나름대로 생각하는 부분이 있겠지…….

 

  후방지원을 담당할 사람도 겨우 정해졌다. 리첼 준장, 구스만 대령, 슐츠 소령 세 사람이다. 그 밑에 사무를 담당할 여성 부사관을 배치하면 후방지원은 일단 안심할 수 있겠지. 여성 부사관은 병참통괄부에서 선발할 것이다.

 

  클레멘츠, 루츠, 바렌, 아이제나흐, 비텐펠트, 슘무데, 루크너, 린텔렌, 루디게……. 현 시점에서 함대사령관으로 정해진 아홉 명이다. 겨우 18개 함대의 절반이 정해졌지만 나머지 절반을 어떻게 해야 할지…….

 

  “달리 적임이라 할 수 있는 사람은 뮈젤 대장과 메르카츠 대장, 그라이프스 대장 정도입니다만…….”

  “하지만 그 중에 최소한 한 사람은 이제르론 요새로 가야만 할 겁니다. 달리 적임자가 없습니다. 일단 그걸 정해야 하지 않을지…….”

 

  나와 슈트라이트 소장의 대화에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한숨을 내쉬고 끄덕였다.

  “그렇지요. 게다가 그라이프스 대장은 총참모장까지 역임했던 분입니다. 이제 와서 함대사령관이 되어달라고 하는 건 어렵겠죠…….”

 

  이번 승리와 함께 몇 사람이 이동하게 됐다. 그 중에서도 가장 컸던 것이 뮈켄베르거 원수가 퇴임했던 것과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우주함대 사령장관으로 취임했던 것이었다. 거기에 잇는 것이 제국의 최전선, 이제르론 요새 사령관, 주류함대 사령관의 인사다.

 

  요새 사령관 슈톡하우젠 대장, 주류함대 사령관 젝트 상급대장은 후임자가 정해지면 이동하게 된다. 젝트 주류함대 사령관은 저번 승리에서 상급대장으로 승진했지만, 슈톡하우젠 대장도 이동과 함께 상급대장으로 승진하게 되었다. 참고로 젝트 상급대장은 통수본부차장, 슈톡하우젠 대장은 군무차관으로 내정되어 있다.

 

  두 사람 모두 약 4년간 최전선에서 제국을 지켜왔다. 평시의 4년이 아니다. 전시의 4년이다. 교대할 시기겠지. 재임 중 두 사람에겐 특별히 큰 과실이 없었다. 제 6차 이제르론 요새공방전에선 반란군을 격퇴했었다. 이동도 승진도 타당하다고 할 수 있겠지.

 

  그리고 그 후임인사가 우주함대 사령관 인사와 함께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에게 일임되었다. 물론 공작이 군무상서에게 인사안을 제출하게 되겠지만, 웬만한 일이 없는 한 거부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만큼 안을 만드는 우리들에겐 책임이 무겁게 걸려있다.

 

  “타당하다고 볼 수 있는 건 요새사령관에 그라이프스 대장, 주류함대 사령관에 메르카츠 대장입니다만…….”

  “그렇게 되면 우주함대엔 젊은이들만 있게 됩니다. 평균연령은 20대 후반이라구요. 총참모장.”

  “총참모장은 그만두게. 슈트라이트 소장. 내가 총참모장이 된 건 인사안 안에서일 뿐이니.”

  내 대답에 공작과 슈트라이트 소장이 희미하게 웃음소리를 냈다.

 

  “실례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르론 방면군의 건도 있습니다. 그걸 생각하면 뮈젤 대장을 이제르론 방면으로 보내야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는 편이 자연하다고 생각합니다만…….”

  “뭐, 확실히 그렇네만…….”

 

  이제르론 방면군, 공작이 새로이 만들려고 하는 군의 일부다. 현재 제국의 최전선, 이제르론 요새에는 두 사람의 사령관이 있다. 요새 사령관과 주류함대 사령관이지만, 동격의 사령관이기에 서로 다투는 일이 잦고 통일된 지휘를 취하기 힘들다. 그리고 그게 때때로 제국군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제 5차 이제르론 요새 공방전에선 그 폐해가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그 싸움에서 반란군에 의한 병행추격작전에 의해 요새 공방전이 혼전으로 치달았다. 혼전을 이용하여 요새에 침입하려는 반란군을 제국군은 요새주포에 의해 아군채로 소멸하는 것으로 어떻게든 격퇴했다.

 

  반란군을 격퇴하긴 했지만 아군도 날려버린 격퇴였다. 결코 기뻐해야 할 승리가 아니었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도 이 전쟁 때에 이제르론 요새에 있었다고 하지만, 처참한 싸움이었다고 획하고 있다. 공작이 이제르론 요새에 좋은 추억이 없다는 건 이 때의 경험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

 

  전후, 당연하지만 아군 사살이 문제시되어 당시의 요새 사령관 클라이스트 대장, 요새주류 사령관 발텐베르크 대장이 경질되었다. 그들 두 사람은 승진하는 일 없이 이동하게 됐다. 제국군 상층부가 두 사람에게 얼마나 크게 분노했는지 알 수 있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은 이 폐해를 없애려 생각하고 있다. 이제르론 방면군은 이제르론 요새 및 이제르론 주류함대를 통괄한다. 그에 의해 양쪽을 통일적으로 운용한다는 것이 공작의 생각이다. 이미 이제르론 방면군에 대한 건 군무상서, 통수본부총장에게 상담했다고 한다. 이번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에게 인사안이 일임된 것도 이제르론 방면군의 안까지 생각해서 검토하라는 의미가 포횜되어 있다.

 

  “소관은 요새 사령관에 그라이프스 대장, 주류함대 사령관에 뮈젤 대장을 둬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라이프스 대장에게 이제르론 방면군 사령관을 겸임하게 합니다. 메르카츠 대장에겐 우주함대에 들어와 부장적인 입장에서 공작을 보좌하도록 했으면 합니다만…….”

  슈트라이트 소장의 의견에 공작은 고개를 저었다.

 

  “그건 그만두는 게 좋겠죠. 뮈젤 대장은 타인에게 고개를 숙이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니까요. 오히려 통일적인 지휘운용이 어려워질지도 모릅니다. 막료들이 그걸 이용할 위험성도 있습니다. 거긴 사령관보다도 막료들의 반발이 심한 것 같으니까요…….”

 

  공작이 표정을 찡그리고 있다. 슈트라이트 대장을 돌아봤다. 소장도 얼굴을 찡그리고 있다. 아마 나도 마찬가지겠지. 확실히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의 말대로 거긴 막료들의 반발이 범상치 않은 것 같다. 저번 원정에서도 어이 없는 일을 당한 적이 몇 번 있다.

 

  “과연. 그럴지도 모르겠군요. 게다가 뮈젤 대장은 그뤼네발트 백작부인의 동생입니다. 대장 각하가 그걸 악용하는 일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만. 주변에서 그걸 의식하는 일도 있겠죠. 확실히 밑에 두는 것은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르겠군요.”

  내 말에 슈트라이트 소장도 끄덕였다. 소장은 지긋지긋하단 표정을 짓고 있다.

 

  성가신 양반이다. 원래라면 가장 밑에 둬야할 사람인데 갖가지 요인이 그걸 어렵게 만들고 있다.

  “공작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혹시 뮈젤 대장을 이제르론 방면군 사령관으로 생각하시는 겁니까?”

 

  질문하면서도 있을 수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라고 생각했다. 공작과 뮈젤 대장은 극히 친한 사이다. 뮈젤 대장의 밑에 있는 케슬러 소장, 로이엔탈 소장, 미터마이어 소장 모두 공작이 배치를 수배해준 자들이다. 그리고 뮐러 소장은 공작과 사관학교에서 동기생이었다. 공작과 뮈젤 대장의 연결은 굉장히 강하다.

 

  과연. 그뤼네발트 백작부인만이 아니군. 뮈젤 대장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에 대한 것도 생각할지도 모른다. 더욱 더 누군가의 밑에 붙이는 데엔 부적절한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공작이 내 질문에 대답했다.

 

  “그건 위험하겠죠. 능력은 문제 없으리라 생각합니다만, 기질이 조금…….”

  그렇게 말하고 공작이 쓴웃음을 흘렸다.

  “기질, 입니까.”

  “예. 기질이 방위전에 맞지 않아요…….”

 

  곤란하단 듯한 어조였다. 헌데, 무슨 의미일까. ……설마하고 생각하지만, 공작은 그 일을 위험시하고 있는 걸까? 슈트라이트 소장을 돌아보니 소장도 곤란해하고 있다.

 

  “패기가 너무 강한 겁니다. 전의가 높아요. ……뮈젤 대장의 용병가로서의 역량은 제국 제일. 일단 싸우면 질 일은 없을 겁니다만. 패기가 강한 걸 이용당할 위험이 있습니다.”

  “…….”

  공작은 이미 웃음을 거둔 뒤였다. 오히려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제르론 방명군 임ㅁ는 기본적으로 요새를 중심으로 한 방위전이 됩니다. 방위전 지휘관은 전의가 조금 낮은 편이 딱 좋습니다. 뭐, 너무 낮아도 곤란합니다만. 넘쳐 흐르는 것보다는 좋죠. 뮈젤 대장에겐 적합하다고 할 수 없어요.”

 

  과연, 그런 의미인가……. 듣고 보면 생각나는 일이 몇 가지 있다. 그렇다면 그 건은 어떨까. 이참에 물어보도록 할까.

  “공작. 혹은 이제르론 요새를 뮈젤 대장에게 맡기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고 공작은 생각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일찍이 공작을 적대하던 귀족들도 공작을 야심가로는 평가하지 않았다. 하지만 궁중에선 뮈젤 대장의 눈을 위험한 야심가의 눈이라고 평가하는 사람도 있다. 언젠가 반역하는 건 아닐까 보고 있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공작은 그 부분을 어떻게 생각하는 걸까…….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은 나를 지긋이 쳐다봤다. 방 안에 긴장된 분위기가 흘렀다. 슈트라이트 소장도 얼굴이 굳었다. 위험한 질문을 했는가……. 하지만 한 번은 물어야만 할 일이었다. 그에 따라 뮈젤 대장에 대한 대응도 생각할 수 있다.

 

  쿡하고 공작이 웃었다. 그와 함께 방 안의 분위기가 풀리고 슈트라이트 소장도 안심하는 표정을 보였다.

  “메크링거 중장이 무슨 걱정을 하는지는 알겠습니다만, 뮈젤 대장은 그뤼네발트 백작부인의 몸에 위험이 있을 짓은 하지 못할 겁니다. 안심해도 좋겠죠.”

 

  과연. 백작부인인가. 그렇다면 그런 이유도 있기 때문에 공작이 베네뮌데 백작부인에 대한 건으로 그뤼네발트 백작부인을 지키는 입장에 선 것일지도 모른다. 어느 의미로는, 백작부인은 인질인가…….

 

  “게다가 뮈젤 대장이 이제르론 요새에 틀어박혀 반역을 한다면 그렇게까지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이상한 말을 한다. 요새는 난공불락. 제국에 있어서 가장 중요할 것이다.

 

  “이제르론 요새는 움직일 수 없습니다. 그리고 요새는 함대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다시 말해 반역한 사람은 요새 근처에서 움직일 수 없죠. 반역 규모는 이제르론 회랑 안으로 한정되게 됩니다.”

  “…….”

  과연. 반역을 확대할 수 없다. 규모는 작을 것이라는 건가. 제국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런 견해도 있는가…….

 

  “하지만 이제르론 요새는 난공불락입니다. 반역이 오래갈 가능성이 있겠죠. 그렇다면 극히 성가신 일이 되리라 생각합니다만…….”

  슈트라이트 소장이 질문했다. 곤혹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제르론 요새를 과소평가하는 건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는 거겠지. 실은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난공이긴 해도 불락은 아닙니다. 이제르론 요새를 공략하는 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

  빤히 공작을 봤다. 침착한 표정이다. 농담하는 걸까. 아니면 진심으로 하는 소리일까……. 슈트라이트 소장에게 시선을 향하니 소장도 아연한 표정이다. 판단할 수 없는 거겠지.

 

  “뮈젤 대장도 그 부분은 이해하고 있을 겁니다. 하드웨어에 의지해서 반역 따윌 생각하진 않을 거예요.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겠죠.”

  “예에.”

  우리들의 반응이 우스웠던 걸까,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소리 내어 웃었다.

 

  “실은 이제르론 방명군 구상을 군무상서, 통수본부총장에게 말했을 때, 처음엔 반대를 받았습니다.”

  공작이 날 보고 있다. 나쁜 장난을 치고 있는 듯한 표정이다. 내 반응을 즐기고 있는 거겠지. 꽤나 사람이 나쁜 부분이 있다.

 

  “지금까지 이제르론 요새 지휘계통을 통일하려던 것을 몇 번인가 검토했습니다만, 전부 각하되었습니다. 겉으로는 지휘권이 나눠져 있어도 지장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만, 사실은 사령관 직이 하나 줄어들면 곤란하단 이유라고 들었습니다.”

 

  “소관도 그렇게 들었습니다만.”

  내 곁에 슈트라이트 소장도 끄덕이고 있다. 그걸 보고 공작이 우습다는 듯이 말을 계속했다.

  “사실은 반란을 일으키면 곤란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반란이 무서워서 지휘계통을 합치지 못한다고 말할 순 없지요…….”

 

  “그래서 지휘권이 나눠져도 지장이 없다. 지휘관 직이 하나 줄어들면 곤란하다는 이유로 각하했던 겁니까?”

  “그렇습니다.”

  저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그리고 그런 나를 보고 공작이 또 소리내어 웃었다.

 

  다시 말해, 이번 조직개혁이 행해져 지휘계통이 통일된다는 건 반란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건가. 반란을 일으켜도 진압할 수 있다. 이제르론 요새를 공략할 수 있다고 군무상서, 통수본부총장도 인정했다는 것이다. “이제르론 요새를 공략하는 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 그 말은 거짓말이 아니다.

 

  “이제르론 요새에는 그라이프스 대장과 메르카츠 대장이 가도록 하죠. 그라이프스 대장에겐 방면군 사령관도 겸임하도록 합니다.”

  “그럼 뮈젤 대장은 우주함대에.”

 

  내 말에 공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공작의 맡에 있는 편이 안심될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이라면 괜한 사양을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주함대는 모조리 젊은이들만 가득 차게 된다. 나조차 연장자에 들어가겠지.

 

  “그럼 나머지 함대사령관을 정하도록 하죠. 이 이상 지연은 용납할 수 없습니다.”

  “예.”

  공작의 말대로다. 이 이상의 지연은 용납될 수 없다. 하지만 이 무슨 머리 아픈 일인지. 대체 누구를 뽑아야 좋은가…….

Posted by 추리닝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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