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력 490년 4월 9일. 오딘, 뮈켄베르거 저택. 유스티나 발렌슈타인

 

  "반란군은 후퇴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습니까."

  양아버지의 말에 저도 모르게 안심했다.

  "하기야 반란군에게 있어서 후퇴는 예정된 행동이겠지. 2개 함대로는 3배의 병력을 가진 놈에겐 이길 수 없어."

  양아버지는 소파에 앉아 느긋하게 커피를 즐기고 있다. 불안 따위 조금도 없는 것 같다. 남편의 군인으로서의 능력을 마음 깊이 신뢰하고 있다. 상사와 부하로 있을 때 키워진 신뢰인 거겠지.

 

  부럽다고 생각한다. 나로선 그런 여유를 가질 수 없다. 남편의 능력을 믿지 못하는 건 아니다. 실적도 충분할 정도로 있다는 건 나도 알고 있다.

  하지만 무리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 위험한 일을 하고 있지 않은지 걱정하고 만다. 반란군과 전투가 벌어졌다는 소식을 들으면 아무리 전력차가 있다고 해도 괜찮을까 생각하고 만다.

  남편이 전쟁터에 있다는 게 이렇게나 불안할 줄이야…….

 

  "반란군의 별동대가 움직이고 있다더군."

  "괜찮을까요? "

  "문제 없다. 이쪽도 별동대가 오고 있다는 건 알고 있으니까. 반란군이 합류한다 해도 전력은 에리히와 거의 호각이야. 뒤처지는 일은 있을 수 없겠지. 걱정은 필요 없다."

  "네."

  양아버지가 웃으면서 말을 했지만, 나로선 "네"라고 대답하는 게 겨우였다. 호각이라는 말이 아무래도 마음에 걸린다.

 

  "빠르면 이달 중에 반란군은 항복하게 되겠지."

  "이번 달……."

  "이제르론 요새를 공략한 것이 컸다. 저걸로 반란군의 방어태세가 엉망진창이 되었으니까. 반란군은 발버둥치고 있지만 어떻게도 할 수 없다. 승부가 난 거지."

  양아버지가 느긋하게 커피를 입으로 옮긴다.

 

  남편이 가이에스부르크 요새를 옮겨 이제르론 요새를 공략했다는 소식은 오딘에서 널리 퍼지고 있었다. 반란군이 이길 수 없다 생각하고 이제르론 요새를 포기했다는 것도.

  다들 남편이 반란군을 쓰러뜨릴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모두에게 있어 남편은 무패, 무적의 존재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 일이 나에겐 괴롭다…….

 

  "빠르면 가을에는 돌아올지도 모른다. 뭐, 늦어도 올해 안에는 돌아오겠지."

  "네."

  "새해는 모두와 함께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네요."

  빨리 돌아와줬으면, 이라기 보단 올해를 넘겨도 상관 없으니까 무사히 돌아와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 뿐만이 아니다. 출정 중인 장병의 가족은 다들 같은 마음이겠지. 나에겐 기도하는 일밖에 할 수 없다. 대신 오딘의 가호가 그이에게 있기를…….

 

 

 

제국력 490년 4월 12일. 잠시드 성역, 제국군 총기함 로키. 에리히 발렌슈타인

 

  제국군 이제르론 방면군 6개 함대는 잠시드 성역에 도착했다. 서둘렀다면 10일 쯤에는 도착할 수 있었겠지만, 급할 필요는 없다. 천천히 이동했기에 오늘에야 도착했다.

  지연 작전 덕분에 약 30시간의 거리에 자유행성동맹군 7개 함대가 집결하고 있다. 내일 쯤에는 육안으로 볼 수도 있겠지. 뭐, 바라던 바다. 내가 두려워한 것은 양, 칼센과의 전투 중에 뷰코크가 등장하는 거였다. 그걸 피할 수 있었으니 예정대로다.

  방심은 하고 있지 않다. 동맹군에 대해선 항상 정찰대가 접촉을 유지하고 있다. 지금으로선 동맹군에 이상한 움직임은 없다. 저쪽도 이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다.

 

  함교는 긴장에 둘러싸여 있다. 발트하임, 슈마흐는 억누르려 하고 있지만 흥분을 억제하지 못하고 있다.

  나는 싸울 생각은 없다고 말했는데 말이야. 눈앞에 적을 보게 되면 그렇게도 할 수 없는 것 같다. 특히 이번엔 눈앞에 있는 것이 적의 주력이다. 그리고 결사의 각오로 임할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흥분하지 말라는 게 무리겠지. 침착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건 발레리와 뤼네부르크 정도다.

 

  내 함대조차 이런데 비텐펠트, 렌넨캄프, 켐프, 그들의 함대에선 더욱 흥분하고 있겠지. 어쩌면 뮐러 함대도 흥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화면에 비춘 적 함대를 보고 군침이라도 흘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한 번 더 전 함대에 주의를 주는 편이 좋을지도 모르겠네.

 

  "발트하임 참모장."

  "예."

  "전 함대에 통신을. 함부로 총구를 열지 마라. 총사령부의 지시에 따르도록."

  "예."

  발트하임이 뜨끔한 표정을 지었다. 역시나. 발트하임도 싸우고 싶다고 생각한 거겠지. 유감이지만 그걸 허락할 생각은 없다. 싸우지 않아도 이길 수 있는 상황에 있는 거다. 쓸데 없는 손해를 낼 필요는 없다.

  게다가 나는 저 녀석들과 싸우고 싶지 않다. 능력면에서 위험한 녀석들이고, 감정적으론 꽤나 좋아하는 녀석들이다.

 

  발트하임이 오퍼레이터에 지시를 내리자 오퍼레이터가 이상하단 표정을 지었으나 바로 조금 기운 빠진 표정으로 바뀌었다. 싸우지 않고 끝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것 같다.

  "평문으로 보내세요."

  내가 말하자 발트하임이 "괜찮습니까?"라고 되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한가? 적은 당연하지만 이쪽 통신을 감청하고 있을 거다. 전의가 부족하다. 제대로 싸울지 의심스럽다고 판단하겠지.

  헌데, 동맹군은 어떻게 할까? 재차 전투를 걸어올런지, 아니면 우리들을 내버려두고 메르카츠 함대를 요격하기 위해 하이네센 방면으로 향할지…….

  적을 망설이게 만드는 것만으로도 이쪽이 우위에 서게 된다. 뷰코크는 어떻게 할까? 나라면 하이네센으로 돌아가겠지만…….

  뤼네부르크가 씨익하고 웃는 게 시야에 들어왔다. 성격 나쁘구만. 너. 상관의 마음을 읽지 않는 것도 곤란하지만, 지나치게 읽는 것도 문제다.

 

 

 

우주력 799년 4월 12일. 동맹군 총기함 리오 그랑데. 드와이트 그린힐

 

  "총참모장, 제국군은 시간 벌이를 할 생각인 것 같다."

  "예."

  오퍼레이터가 제국군의 통신을 감청했다. 내용을 들은 뷰코크 사령장관의 표정은 떫다. 예측된 일이지만 제국군은 역시나 시간 벌이를 하려 하고 있다. 아마도 별동대의 하이네센 공략을 쉽게 하기 위해서겠지.

 

  "통신은 평문으로 쓰여져 있었다는 것 같습니다. 일부러 그런 거겠죠. 이쪽에게 알리기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초조하게 만들기 위해서일까? "

  "예."

  "불쾌한 짓을 하는군. 그만큼이나 만만찮은 상대지만……. 친구로 삼고 싶지 않은 타입이다. 총참모장."

  이런 상황이긴 하지만 뿜고 말았다. 사령장관도 웃고 있다. 좋은 사령장관이다. 좀 더 빠른 시기에 이 노인을 사령장관으로 삼지 않았던 게 동맹의 불행이겠지.

 

  사실은 제국군이 양 제독, 칼센 제독과 싸우고 있는 와중에 참전하고 싶었다. 하지만 제국군도 그 정도는 알고 있다.

  꽤나 가혹한 공격을 두 사람에 대해 행한 것 같다. 양 제독은 어쩔 수 없이 전투를 멈추고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동맹군을 제국군은 추격하지 않았다. 아마도 이쪽을 합류시키기 위해서다.

 

  각개격파는 용병의 상식이다. 발렌슈타인 원수가 그걸 모를 리가 없다. 그런데도 굳이 그걸 행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싸울 생각이 없기 때문이겠지. 지금의 통신도 그걸 뒷받침하고 있다. 제국군은 명백히 시간 벌이를 하려 하고 있다. 별동대의 하이네센 공략을 기다리고 있는 거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각하."

  "제국군을 억지로라도 싸움으로 끌어낸다. 그러기 위해 여기에 온 거다. 게다가 지금 상황에서 하이네센으로 돌아가려 한다면 제국군에게 뒤에서 공격 받게 되겠지. 발렌슈타인 원수의 의도대로 말이야. 여기서 망설일 이유가 없어. "

  단호한 어조였다. 말 그대로 뷰코크 사령장관에게 망설임은 없다.

 

  "그럼 서둘러야만 하겠군요."

  "그렇지. 전진하여 제국군과 교전한다. 병력은 이쪽이 더 많아. 두려워하지 말고 싸우도록 명령하라."

  "예."

  오퍼레이터에 지시를 내리자 함교 분위기가 떨릴 정도로 긴장했다. 일전을 통해 제국군을, 발렌슈타인 원수를 격파한다. 그리고 하이네센으로 돌아가 제국군의 별동대를 친다. 거기에 동맹의 운명을 거는 거다.

 

 

 

제국군 490년 4월 13일. 잠시드 성역, 제국군 총기함 로키. 에리히 발렌슈타인

 

  지긋지긋하네. 만사 무슨 일이든 대체로 바라던 방향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동맹군이 진격을 서둘러 이쪽으로 향하여 오고 있다.

  어째서 이쪽으로 오는 걸까? 보통은 수도를 지키려 하겠지. 나는 라인하르트가 아니라고.

  그리고 황제 프리드리히 4세는 괴뢰가 아니다. 나를 쓰러뜨려도 제국군의 패배로는 이어지지 않고, 제국군은 물러나지 않는다. 그런 건 제국인이라면 다들 알고 있다.

 

  이미 제1급 전투태세는 발동했다. 덕분에 총기함 로키의 함교는 싫을 정도로 흥분하고 있다. 흥분하지 마라. 조금은 침착해지라고.

  "반란군과의 거리, 100광초."

  오퍼레이터가 잔뜩 눌린 목소리로 동맹군이 접근했다는 걸 보고했다. 아, 텐션 오르지 않는구만.

 

  "전 함대에 명령. 현재 거리를 유지. 후퇴하라."

  "예. 전 함대에 명령, 현재 거리를 유지, 후퇴하라."

  내 명령을 발레리가 복창했다. 그걸 들은 오퍼레이터가 각 함대에 명령을 내린다. 조금 지나 함대가 후퇴를 시작했다.

 

  "반란군, 속도를 올렸습니다! 접근하고 있습니다! "

  오퍼레이터의 보고가 함대에 울린다. 함교의 분위기가 웅성거렸다. 싸우고 싶어하는 건가……. 발레리가 날 봤다. 내가 끄덕이자 발레리도 끄덕였다.

  "현재 거리를 유지, 후퇴 속도를 올려라."

  좋아. 발레리는 침착한 상태다. 아니, 역시 동맹군과는 싸우고 싶지 않은 걸까.

  하지만 묘한 이야기다. 사령장관과 부관이 적과 싸우고 싶어하지 않는다니. 이런 일은 제국 역사 속에서도 처음 있는 일이겠지.

 

  "상대방은 필사적이군요."

  "그렇네요. 하지만 이쪽도 필사적입니다."

  내가 답하자 뤼네부르크가 웃음을 터트렸다. "그거 참 좋은 일입니다."라며 지껄이고 있다. 농담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나는 진심인데.

  우주 통일이 걸린 한판승부다. 진심으로 도망치고 있고, 도망치는 것을 부끄럽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정당당따위 스포츠만으로 충분하다! 이건 전쟁이다. 당연히 싸우는 것보다 이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

 

 

 

제국력 490년 4월 13일. 하이네센 성역, 메르카츠 함대 기함 뇌르틀링겐. 베른하르트 폰 슈나이더

 

  "각하, 버밀리온 성역입니다."

  메르카츠 각하가 화면에 비춘 버밀리온 성역을 응시하며 "음"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제국군이 여기까지 진출한 건 처음 있는 일이다. ……바라트 성역까지는 앞으로 얼마나 남았나? "

  "5일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가, 5일인가."

  각하는 인생의 대부분을 반란군과의 전쟁으로 보냈다. 그 반란군의 마지막 날이 다가오고 있다. 감개무량한 마음이 있겠지.

 

  페잔 방면군은 당초 13개 함대로 편성되어 있었다. 하지만 페잔 공략 후에는 제1군, 슈무데, 린테렌, 루크너, 루디게의 4개 함대가 분리했다.

  그리고 간다르바 성역의 행성 우르바시를 보급기지로 하기 위해 루츠, 바렌 함대가 우르바시에 머무르고 있다. 현재 페잔 방면군은 7개 함대로 하이네센 공략에 향하고 있다.

 

  "시리유나가르에 경유하여 하이네센……. 일주일 정도일까. 중령."

  "예."

  시리유나가르와 바라트 성계 제6행성이다. 거기에서 우리들은 하이네센을 지키고 있는 아르테미스의 목걸이를 공략하기 위핸 재료를 조달한다. 아르테미스의 목걸이는 순식간에 부서질 터다.

 

  "문제는 반란군의 방해가 있을지 없을지입니다만……."

  메르카츠 각하가 가볍게 웃음을 띄웠다.

  "슈타인호프 통수본부총장에 의하면 반란군은 잠시드 성역에서 사령장관과 대치하고 있다고 하더군. 이쪽을 향할 정도의 여력은 없겠지."

  "예."

  반란군의 동향을 각하는 전혀 걱정하고 있지 않다. 각하의 발렌슈타인 사령장관에 대한 신뢰는 크다. 그리고 사령장관도 메르카츠 각하를 신뢰하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13개 함대나 맡길 리가 없을 거다.

 

  "걱정인가? 슈나이더 중령."

  "걱정은 하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너무나도 순조롭기에……, 전투다운 전투도 없었고……."

  뭐라고 해야 좋을까? 망설이며 어물거리고 있자 메르카츠 각하가 드물게도 소리내어 웃었다.

 

  "현실감이 없는가."

  "그렇습니다. 뭐라고 해야 할까.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습니다. 변변한 전투도 없었는데 반란군은 패배 직전입니다. 150년 계속된 전쟁이 이런 식으로 끝나다니……, 이상한 기분입니다."

  각하가 응응하고 끄덕이고 있다.

  "뭐, 마음은 이해한다. 나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으니까 말이야."

  그렇게 말하고 각하가 다시 소리내어 웃었다.

 

  "역시 샨타우 성역 회전이 컸던 걸까요? "

  각하가 내게 시선을 향했다.

  "확실히 그게 컸지. 하지만 그 이상으로 페잔을 반란군에 넘겼던 것이 컸다고 난 생각한다."

  "페잔, 입니까……."

  메르카츠 각하가 날 보며 끄덕였다.

 

  "얻은 것은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 페잔을 얻었기 때문에 반란군은 적은 병력을 더욱 둘로 나눠야만 했지."

  "……."

  "본래 적은 병력은 집중하여 써야만 하지만, 그럴 수 없었던 거다. 따라서 효과적인 방어전도 할 수 없었지. 우리가 변변한 싸움 한 번 하지 않았던 게 아니야. 정확히는 반란군이 전투할 수 없었던 상황이라고 봐야만 한다."

  "과연."

 

  페잔이 중립으로 있었다면 반란군은 전력을 이제르론 방면으로 집중할 수 있었겠지. 요새를 잃어도 이제르론 회랑 출구 근처에서 요격도 할 수 있었을 거다. 혹은 반란군 영역 깊숙이 유인하여 결전을 벌이는 것도 가능했다. 그 전부가 페잔을 얻었기 때문에 무너졌다.

 

  "그 당시엔 반란군에 페잔을 넘기는 것에 꽤나 놀랐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놀라울 정도의 심모원려였다."

  메르카츠 각하가 한숨을 내쉬었다. 각하가 날 봤다. 엄격한 눈빛이었다.

  "슈나이더 중령. 이제 조금이다. 조금만 더 하면 우주에서 전쟁이 사라진다. 그렇기에 최후까지 마음을 풀지 말고 싸워야 한다."

  "예."

  내가 답하자 각하가 가볍게 끄덕였다. 눈은 엄격한 채였다. 방심하지 말라고 눈이 말하고 있다.

Posted by 추리닝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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