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국력 486년 9월 20일. 클레멘츠 함대 기함, 비프레스트. 알베르트 클레멘츠


  “이번 훈련에서 깨달은 점은?”

  “역시 공수를 바꿀 때가 문제로군요. 생각보다 지장이 많습니다. 반란군에 좀 하는 놈이 있다면 반드시 그 부분을 찔러오겠죠.”


  내 질문에 부사령관인 봐렌 소장이 대답한다. 믿음직한 남자다. 봐야 할 부분을 확실하게 보고 있다.


  “미안. 내 쪽이 역시 늦는군.”

  “그래도 꽤 좋아진 편이다. 앞으로 한 걸음이야.”

  “음. 아직 시간은 있다. 포기하지 말고 계속하지.”


  면목 없어하며 사죄하는 비텐펠트를 나와 봐렌이 격려한다. 아이제나흐도 말 없이 끄덕이고 있다. 음. 함대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앞으로도 성장하겠지.


  함대를 편성한지 벌써 한 달이 지났다. 그동안 우리들은 매일을 훈련으로 보내고 있다. 함대로서 숙련도도 꽤 올렸다. 10월 15일이면 출병이지만, 그 때까진 실전에도 버틸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당초 편성한 직후엔 심각했다. 나는 봐렌 소장, 피텐벨트 소장, 아이제나흐 소장의 역량, 버릇을 모르고, 그들도 나에 대해선 거의 모른다. 시행착오의 연속이었지만, 그래도 견딜 수 있었던 건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는 공통의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겠지.


  훈련하는 중에 알게 된 점은 함대가 무척이나 균형 좋게 편성되었다는 점이다. 발렌슈타인은 우리들에 대해서 많은 조사를 한 듯 하다. 공격력이 강한 비텐펠트, 견실하고 공수 양면에 균형이 좋은 봐렌, 아이제나흐. 내가 그들을 이해하듯이 그들도 나를, 서로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거기에 이어서 함대의 숙련도도 쭉쭉 올랐다.


  성과가 나오면 훈련에도 기합이 들어간다. 당초 공격 일변도였던 비텐펠트도 방어에 대해 탐욕스럽게 봐렌에게 배우기 시작했다. 사관학교에선 동기였던 점도 있어 서로 친한 듯 하다. 본래 공격에선 군계일학이었던 남자다. 방어에서도 어느 정도의 역량을 키우면, 적에게 있어서 무서운 존재가 되겠지. 문제는 기질적으로 호전적인 점이지만, 뭐 그건 어쩔 수 없겠지.


  “슬슬 켐프 제독에게 모의전을 제의해볼 생각인데. 어떨까?”

  “과연. 그거 좋군요. 저쪽도 모의전 상대를 찾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음. 좀이 쑤시는군. 바라던 바다.”

  “…….”


  내 제안에 봐렌과 비텐펠트가 찬성한다. 아이제나흐도 끄덕이고 있으니 찬성이겠지. 나는 이 남자가 말하는 모습을 자기소개 외엔 본 적이 없다. 신기한 남자다. 처자가 있다고 하는데, 집에선 어떻게 지내는 거지? 혹시 집에선 떠들썩한 남자일까?


  훈련이라 한다면 발렌슈타인에겐 신세를 졌다. 훈련 장소 하나를 정하는 데도 다른 부대와 충돌하는 바닥이다. 장소의 선정에서 보급까지 전부 그가 맡아줬다. 상담에 응한다, 라는 말은 허언이 아니었다.


  특히 보급을 최우선으로 받을 수 있던 데엔 놀랐다. 뮈켄베르거 원수의 결재를 받았다곤 해도, 병참통괄부에 빚을 만들고 싶지 않은 슈타덴이 끝까지 툴툴 거렸던 거다. 웃기는 녀석이다.


  그런 와중에 발렌슈타인이 한 마디 병참통괄부에 연락을 넣는 것만으로 보급을 받을 수 있었던 데엔 놀랐다. 너무나 빠른 처리에 뒷맛이 안 좋아 부관인 피츠시몬즈 소령에게 확인했더니 “중장은 여러 곳에서 빚이 있으니까요.”라고 한다.


  “빚”이란 뭘까? 물어보니 병참통괄부의 귀찮은 일은 거의 전부 발렌슈타인에게 온다는 걸 알았다. 이상한 이야기다. 귀찮은 일이란 뭔지, 더욱 물어보니 소령은 귓속말로 “횡령, 유출, 밀수, 그 외 다양합니다.”하고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병참통괄부는 물자를 다룬다. 그것만으로 횡령, 유출이 생기기 쉽다. 특히 함대, 기지를 향한 운송에선 밀수를 포함해 부정이 발생하기 쉽다. 그 적발, 뒤처리가 발렌슈타인에게 모인다고 한다.


  횡령? 유출? 밀수? 그 외 다양? 병참통괄부에도 감찰이 있을 텐데. 어째서 발렌슈타인에게 그것이? 더욱 더 알 수 없어져서, “어찌된 일이냐.”고 이쪽도 작은 목소리로 물어보니 소령이 자세하게 알려줬다.


  말하자면 귀족이 얽힌 범죄가 발단이라는 듯 하다. 평범한 범죄라면 감찰도 적발할 수 있지만, 귀족이 얽혀 있으면 손을 댈 수 없다. 보복은 무섭다. 하지만 범죄는 적발하고 싶다. 그런 마음이 발렌슈타인에게 사건을 가져오게 했다. 예의 내란 소동 이후로 그의 귀천을 따지지 않는 과감함은 모두 알고 있다.


  “중장은 귀족에게 용서가 없으니까요.”라며 피츠시몬즈 소령이 말한다. 발렌슈타인은 병참통괄부의 처분규정에 따라 봐주는 것 없이 처분하는 듯 하다. 당연히 귀족들은 반발하고, 그 때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의 이름을 내밀지만, 결과는 비참했다.


  발렌슈타인은 그 장소에서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에게 연락을 걸어, 미소 지으면서 “범죄를 적발했습니다만, 용의자가 공작의 이름을 대고 있다. 군 내부의 범죄이기에 이 대론 공작의 거처에 헌병대를 보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기겁한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은 당연히 그 장소에서 관계를 부정했다.


  그 결과 용의자는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에게 죄를 덮어씌우려고 했다는 죄목까지 붙어 헌병대에 끌려갔다. 그 이래 병참통괄부의 귀찮은 일이 발렌슈타인에게 모이기 시작한 듯 하다. 발렌슈타인은 성실하니까 손을 빼는 일은 없다. 그 결과 소령이 말하기를 “병참통괄부 제 3국은 뒷면의 감찰국이라 불리고 있으며, 감찰국보다 두려움의 대상입니다. 중장은 헌병대에도 영향력이 있으니까요.”라고 한다.


  다시 말해 그런 자들의 귀찮은 일을 발렌슈타인이 해결해주고 있기에 주위도 발렌슈타인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한다. 애초에 발렌슈타인은 사리사욕으로 움직이는 일이 없기에 주변에서 보기에도 움직이기 편한 듯 하다. 그렇다 해도 너무 무리는 하지 말았으면한다…….


■ 제국력 486년 9월 20일. 뮈젤 함대 기함, 브륀힐트, 참모장실, 울리히 케슬러.


  나는 홀로 참모장실에서 고민하고 있다. 이번 원정에서 새로이 편성된 두 개 함대이지만, 저것이 의미하는 바는 명백하다. 발렌슈타인은 뮈젤 대장을 잘라버릴 속셈이다. 예의 한 건으로 뮈젤 대장의 기량을 꿰뚫어 본 거겠지.


  아마도 그를 버린 뒤, 이번 편제된 함대의 지휘관들을 발탁할 셈이겠지. 그 정도 실력 있는 자들이다. 그렇다 해도 잘도 저 만큼 모았다. 겨우 2개월 정도의 기간으로 저 정도의 인재를 모을 줄이야.


  아니, 다르군. 이전부터 조사했을 것이다. 아마도 뮈젤 대장을 위해서. 나, 뮐러, 로이엔탈, 미터마이어도 마찬가지다. 그의 인재 리스트에 들어있었을 것이 틀림없다.


  뮈젤 대장도 키르히아이스 중령도 발렌슈타인 중장에게 알려졌다는 걸 아직 모른다. 나도 로이엔탈 소장도 입을 닫고 있다. 말해야 할까? 몇 번이나 로이엔탈 소장과 이야기 했다. 하지만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유일하게 얻은 소득은 그가 굉장히 사려 깊은 인간이라는 점이었다. 뮈젤 제독이 솔직하게 중장에게 사과한다면 그걸로 좋다. 하지만 하지 못한다면?


  중장은 신뢰받고 있지 않다고 했다. 그럴지도 모른다……. 발렌슈타인 중장이 쌓아 온 지금까지의 실적을 보면 도저히 뮈젤 제독이 어떻게 할 수준이 아니다. 하지만 본인은 자신의 공적을 대단찮은 것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애초에 출세욕이란 게 있는지?


  반면 뮈젤 제독은 재능, 야심, 패기, 모든 면에서 걸출한 건 확실하다. 그런 뮈젤 제독에게 있어서 야심도 패기도 없는 발렌슈타인 중장에게 닿지 못한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하물며 자기 자신의 공적을 대단한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 걸 안다면. 자신을 조그만 존재로 느끼고 마는 건 아닐까? 그리고 긍지가 높으면 높을수록 자신에게 그런 느낌을 들게 한 상대를 증오하는 건 아닐까?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뮈젤 제독의 발렌슈타인 중장에 대한 불신은 강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뮈젤 제독의 그뤼네발트 백작부인에 대한 마음. 이 두 가지를 생각하면 사죄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오히려 발렌슈타인 중장에게 알려진 걸 알고 폭주할 가능성이 있다. 나도 로이엔탈 소장도 그 사이에서 괴로운 입장에 쫓기게 되겠지. 골치 아픈 문제다.


  게다가 말하고 말면 이대로 원정에 가는 것 자체가 위험하겠지. 뮈젤 제독은 나와 로이엔탈 소장을 피하게 될 것이다. 사령관과 참모장, 분함대사령관이 불화하게 되면 함대 운영은 엉망진창이 된다. 자살행위다. 로이엔탈 소장도 그걸 걱정하고 있다.


  뮈젤 제독을 설득하는 건 어렵다면, 본말전도가 되지만 발렌슈타인 중장을 설득하는 수밖에 없겠지. 그 두 사람은 본래 협력해야 할 관계다. 유능한 전선지휘관과 희소한 군정, 군략가. 이런 데에서 대립할 것이 아니다……. 로이엔탈 소장을 불러보자. 그의 의견이 듣고 싶다.


  오 분도 지나지 않아 로이엔탈 소장이 찾아왔다. 자리를 권하고 말한다.

  “이번 원정에서 새롭게 편성된 두 개 함대 말이지만. 경은 저걸 어찌 보나?”

  로이엔탈 소장은 검은 오른쪽 눈을 침울하게 떨면서 대답했다.

  “……뮈젤 제독을 버리려는 속셈일지도 모릅니다…….”

  그렇겠지. 뒤쪽 사정을 알고 있다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당연한가.


  “나는 발렌슈타인 중장을 방문하고자 하네만?”

  “?”

  “발렌슈타인 중장을 설득하고자 하네. 뮈젤 대장과 발렌슈타인 중장은 협력해야 할 사이다.”

  그래. 협력해야 한다.


  “참모장의 마음은 알겠습니다. 하지만 잘 되겠습니까?”

  “몰라. 나머지는 중장의 총명함에 거는 수밖에 없지…….”

  믿음직하지 못한 이야기다. 하지만 달리 수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소관도 동행해도 괜찮겠습니까?”

  “그렇군. 그렇게 할까?”

  말 없이 끄덕이는 로이엔탈 소장에게 나는 말을 계속 했다.


  “혹시 실패할 경우엔, 그 때엔 모든 것을 제독에게 말하여, 발렌슈타인 중장이 뮈젤 제독을 버리려는 속셈이라는 걸 말하려 하네만?”

  로이엔탈 소장은 놀란 듯이 눈을 크게 뜨고 바로 끄덕이며 말했다.

  “그것이 좋겠죠. 뮈젤 제독도 조금은 자신이 한 일을 반성하리라 생각합니다.”


  “단, 그 경우 뮈젤 제독은 발렌슈타인 중장을 원망하게 되겠지.”

  “……참모장은, 뮈젤 제독과 발렌슈타인 중장 어느 쪽을 지지합니까?”

  “믿는다.”가 아니라 “지지한다.”인가. 어느 쪽에 붙을 건지 확실하게 하라는 거군.


  “……발렌슈타인 중장이군.”

  “소관도 동감입니다.”

  군인으로서는 어쨌든, 사람으로서 너무나도 미숙하다. 안심하고 따를 수 없다. 그것이 뮈젤 대장에 대한 나의 평가다. 그리고 로이엔탈 소장도 발렌슈타인 중장도 같은 마음이겠지…….


■ 제국력 486년 9월 20일. 병참통괄부 제 3국. 에리히 발렌슈타인.


  켐프 함대도 클레멘츠 함대도 순조로운 모양이다. 이대로 가면 충분히 전과를 올릴 수 있겠지. 메크링거 소장도 뮈켄베르거 원수의 신뢰를 얻어가고 있다. 문제는 아무 것도 없다. 이 두 개 함대를 쓸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 이상, 나머지는 어느 타이밍에서 케슬러와 로이엔탈에게 말할지다.


  그 두 사람이다. 이미 눈치 채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될 수 있는 대로 빠른 게 좋겠지. 자신을 버릴지도 모른다고 근거 없는 의심을 해서야 곤란하다. 출병 전에 인사 같은 형태로 다녀올까. 거기서 잠깐 케슬러에게라도 말해주자. 로이엔탈에게 내가 접촉하는 건 피하는 편이 좋겠지. 이상한 의심을 받는 것도 곤란하다. 케슬러에게 이야기 해 두는게 좋다.


  “중장.”

  “뭔가요? 소령.”

  “손님입니다. 유스티나 폰 뮈켄베르거라는 분이십니다만.”

  놀리는 듯한 표정으로 발레리가 말한다.


  “……지금 어디에?”

  “밖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응접실로 안내 해 주세요.”

  무슨 일이냐. 어째서 내가 있는 곳에? 날 무서워하고 있을 텐데?


  응접실에 들어가 반대편에 앉는다. 곤란하군. 무슨 말을 해야하지?

  “격조했습니다. 중장.”

  “아, 아아, 그렇군요. 정말 오랜만입니다. ……오늘은 날씨도 좋군요.”

  뭔가 깊게 생각하는 표정이군. 말을 흐려야 한다. 그렇지. 일단 날씨 이야기다. 이거라면 문제 없지. 다음은……, 다음은 건강에 대한 이야기로군.


  “저…….”

  “예?”

  “부탁이 있습니다만.”

  “에?”

  잠깐 기다려. 뭔가 울려고 하는데? 커다란 눈이 울먹울먹하고 있어.


  “아버님을 구해주세요.”

  “?”

  잠깐 기다려. 거기서 울지마. 원수를 구해? 그 전에 날 구해달라고. 부탁이니까 울지 마. 난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고.


  유스티나 폰 뮈켄베르거는 훌쩍훌쩍 울기 시작했다. 귀찮은 일이 일어난 듯 하다. 먼저 그녀의 눈물을 멈추는 것이 최우선이겠지. 이걸 하지 않으면 이야기가 넘어가지 않는다. 하지만 곤란하게도 어떻게 해야 눈물을 멈추게 할 수 있을까. 나는 전혀 알 수 없었다.

Posted by 추리닝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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