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국력 486년 9월 20일. 병참통괄부 제 3국. 울리히 케슬러
병탐총괄부에 가니 발렌슈타인 중장은 외출중이라고 한다. 이상한 점은 피츠시몬즈 소령이 남아있다는 점이었다. 언제 돌아오냐고 확인하니 방금 전 연락이 있었으므로 바로 돌아올거라고 한다. 나와 로이엔탈 소장은 응접실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그리 길게 기다릴 필요도 없이 중장이 응접실로 들어왔다.
"죄송합니다. 기다리게 했군요."
"아뇨. 멋대로 찾아온 건 이쪽입니다. 신경 쓰지 마십시오."
많이 지쳤는지 발렌슈타인 중장의 표정엔 활기가 없다.
"실은 중장에게 여쭙고 싶은 점이 있습니다만."
"뭘 말입니까? 케슬러 소장."
"이번에 신규 편제된 2개 함대에 대해섭니다만. 저건 무슨 의미입니까?"
"……아무 의미도 없습니다. 실력 있는 지휘관에게 기회를 줬을 뿐입니다."
중장은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간단하겐 대답해주지 않겠단 건가.
"솔직히 대답해주시지 않겠습니까? 저건 뮈젤 제독을 잘라버리기 위한 준비가 아닙니까?"
로이엔탈 소장이 묻지만 중장은 다시 쓴웃음을 지을 뿐이다.
"아닙니다. 그런 일은 없습니다."
나와 로이엔탈 소장은 함께 의아해했다. 좀처럼 본심을 말해줄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중장이 뮈젤 제독에게 화내고 계신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확실히 이번 뮈젤 제독께서 하신 일은 누가 봐도 이상한 일입니다. 그 때문에 중장께서 목숨의 위협까지 받으셨으니."
"……."
"하지만 소관은 두 분이 협력하는 것이 우리 군을 위하여 가장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말씀해주시지 않겠습니까? 어떻게든 두분 사이를 되돌리고 싶습니다."
"……."
나는 죄송한 마음을 담아 중장을 설득했다. 하지만 중장은 아무런 감명도 받지 않은 듯 하다. 잠시 침묵한 후,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는 솔직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뮈젤 제독을 배제하려는 일은 없습니다."
"하지만."
"없습니다!"
말을 끊고 나온 발렌슈타인 중장의 강한 어조에 나는 무심코 그의 얼굴을 바라봤다. 중장은 고통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다. 나는 뭔가 착각한게 아닌가? 무심코 로이엔탈 소장의 얼굴을 본다. 그도 같은 마음이었겠지. 곤혹스런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다.
"뮈젤 제독을 배제하는 일은 없습니다. ……이건 아직 누설되면 안 되는 이야기입니다만, 이번 싸움에서 승리를 얻으면 뮈젤 제독은 상급대장으로 승진하여 우주함대 부사령장관으로 취임하게 됩니다."
우주함대 부사령장관…….
"이번에 새롭게 편제한 2개 함대를 구성하는 사령관들은, 우주함대 부사령장관의 지휘하에 들어가겠죠. 저도 그 지휘하에 들어가게 될지도 모릅니다."
"……."
"배제되는 건 제가 될 것 같군요."
발렌슈타인 중장이 어두운 미소를 지으며 자조한다.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다. 단지 그의 얼굴을 묵묵히 바라볼 뿐이다.
"어떤 시기가 오면 은퇴할 생각입니다만, 그렇게 먼 일이 될 것 같진 않군요. 저는 아직 죽고 싶지 않습니다."
"……."
발렌슈타인 중장은 뮈젤 제독을 믿고 있지 않다.
아니 오히려 위험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것이 틀렸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결국 내가 하고자 했던 일은 뭐였을까. 착각한 나머지 결국 그의 마음을 상처입혔을 뿐이다. 방금 전 그의 고통스러운 표정이 떠오른다.
"달리 할 이야기가 있습니까?"
발렌슈타인 중장의 말에 정신이 들었다.
"아뇨. 없습니다."
"그렇습니까. 그럼 이걸로 실례하겠습니다만?"
"감사합니다."
발렌슈타인 중장은 자리에서 일어난 후, 잠시 생각하고 로이엔탈 소장에게 말했다.
"로이엔탈 소장. 그 건에 대해서 시름하는 건 그만두세요. 경은 군인으로서의 본분을 다하면 됩니다."
"……본분입니까."
"예. 이기는 것과 부하를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이 데리고 돌아오는 일입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본분을 다하는 일에 진력하겠습니다."
말에 힘이 있다. 그 사건 이래로 울적해하던 그도 겨우 떨쳐낼수 있을 듯 하다. 발렌슈타인 중장도 느꼇겠지. 부드럽게 미소지은 후 응접실을 나갔다.
...
병참통괄부를 나온 후, 로이엔탈 소장에게 신경쓰이던 일을 물어봤다.
"발렌슈타인 중장에게 있어 이번 건은 본의가 아니라고 생각하네만."
"그렇군요……. 소관은 저 함대가 당초 뮈젤 제독을 배제하기 위한거였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네. 하지만 무슨 이유가 있어서 그렇게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뮈젤 제독이 우주함대 부사령장관이 되게 되었다. 그런거겠지."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가?
아마도 중장과 원수 간에 무슨 이야기가 있었을 것이 틀림 없다. 중장은 뮈젤 제독을 배제하려 했지만, 원수는 뮈젤 제독을 우주함대 부사령장관으로 삼으려 생각했다. 그리고 중장도 거기에 따랐다. 그런 거겠지.
"뮈젤 제독의 지휘하에 들어간다는 건 무슨 말일까요? 뮈켄베르거 원수의 지휘하에서 나온다는 걸까요?"
"……그 부분도 확실하지 않군."
원수와 대화하는 중에 그것도 결정되었겠지. 하지만 대체 어째서?
"중장은 언젠가 은퇴할거라 말씀하셨습니다만."
"……."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어렵겠지. 주변이 그걸 허락하리라 생각하나?"
행운인지 불행인지, 그는 너무 크다. 그 개인의 마음으로 행동할 수 있을 정도의 자유가 있을까? 공인으로서의 입장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게 아닐까.
...
■ 우주력 795년 10월 5일. 자유혹성동맹 통합작전본부. 양 웬리.
시트레 본부장으로부터 통합작전본부로 출두하라는 명을 받았다. 아마도 우주함대의 상황을 알려달라는 거겠지. 마음이 무겁다. 집무실로 가니 바로 질문 받았다.
"준장. 어떤가? 그쪽의 상황은."
"확실하게 말해 최악입니다."
나는 소파에 앉으며 본부장에게 대답했다. 이미 캬젤느 선배에겐 몇번인가 말했다. 본부장도 이미 알고 있을 터다.
"새로 부임한 사령장관은 체면을 신경쓴 나머지 뷰코크 제독이나 우란푸, 보로딘 제독등의 실력, 인망이 있는 제독과 전혀 소통이 되고 있지 않습니다. 그 반면 트류니히트 위원장에 다가가고 싶은 무리들의 도손 사령장관에게 붙어 있습니다."
"그래서?"
본부장이 탄식을 하며 다음을 재촉한다.
"이번 싸움에서도 제 5, 제 10, 제 12는 동원하지 않을 생각인 듯 합니다. 혹 그들의 힘으로 이긴다면 자신의 지위를 의문시하리라 생각하는 듯 하더군요."
"그래서, 자네는 어떤가?"
"제일 먼저 미움받았습니다. 본부장의 스파이라고 생각하는 듯 합니다."
본부장은 무심코 눈을 감았다. 하지만 괴로운 건 오히려 이쪽이다.
"최악이로군."
"그러니까, 그렇게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이길 수 있겠나?"
"사령부에선 이기리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근거는?"
"새로이 편제한 2개 함대입니다. 도움이 되지 않으리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합지졸이라고."
제국에선 새로이 2개 함대를 편제했다. 그것이 사령부의 낙관론에 불을 붙였다.
"자넨 어떻게 생각하나?"
"있을 수 없는 일이죠."
"안심했네. 자네마저 낙관하지 않아서."
정말 안심하고 있는 걸까. 그런 생각이 드는 어투였다.
"무슨 말씀입니까?"
"페잔의 주재 변무관 사무실에서 보고가 있었네. 그 2개 함대는 꽤나 엄한 훈련을 거치고 있는 것 같아."
"정예입니까."
"그렇겠지."
두 손 들어야겠군. 살아서 돌아올 수 있을까? 본부장도 마음이 무거운 것 같다.
"어떻게든 이겨줬으면 하네. 라고 말하는 건 무리인가?"
"어렵겠죠."
그런 간청하는 듯한 눈으로 봐도 무리입니다. 본부장.
"적어도 치명상을 받지 않을 정도로 해줬으면 싶네만……."
"……어렵겠죠."
"자넨 애교의 파편도 없군."
"할 수 없는 일은 할 수 없다고밖에 할 수 없습니다. 이걸로 이긴다면 기적에 가깝다구요."
본부장은 다시 탄식한다. 탄식을 하고 싶은 건 이쪽도 마찬가지다. 이번 싸움은 처참할 것 같다. 전임자인 로보스 사령장관 쪽이 오히려 괜찮았다. 언제부터 동맹은 이런 처참한 나라가 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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