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국력 487년 1월 29일. 군무성, 상서실. 에리히 발렌슈타인.


  “그럴 순 없네. 퇴역은 이미 결정된 일이니. 다만 경이 말한 대로 주변이 좀처럼 인정하질 않네. 거기서 부사령장관에 신뢰가 두터운 인물을 두려고 하네.”

  과연. 젊은 사령장관을 지탱하는 노련한 부사령장관인가……. 나쁘지 않다. 메르카츠를 임명할 셈이군.


  “명안이라고 생각합니다. 감복했습니다.”

  “경도 그렇게 생각하나? 그럼 부사령장관을 부탁함세.”

  “?”


  뭐야? 뮈켄베르거 원수는 뭐라고 했지? 의미를 모르겠는데. 부탁하다니 뭘 부탁해?

  눈앞에는 나쁜 장난을 꾸밀 때의 웃음을 띠우는 두 명의 노인이 있다. 너희들 제정신이냐?


  “저……. 부사령장관은 어느 분이십니까? 잘 모르겠습니다만.”

  확인해라. 만일을 위해 확인하는 거다.

  “경이 부사령장관이 되네.”


  속편하게도 말하는구나. 뮈켄베르거. 내가 부사령장관? 라인하르트 아래에서? 집단 괴롭힘이냐? 여기선 일절 거부할 뿐이군. 대체 계급은 어떻게 할 셈이냐? 소장따위 총참모장도 되지 못한다고.


  “……소관은 저번에 강등되어 소장입니다만.”

  “아, 오늘 대장이 되네. 2계급 승진이다.”


  에렌베르크 원수. 속편하게도 말하는군. 점심 식사 주문보다 가벼웠다고. 제정신이냐? 이런, 이쪽도 진심을 넣어서 거부해야한다. 노옹들이 만만찮다는 것은 알고 있다. 방심하지 마라. 에리히.


  “신상필벌은 군을 바로 세우는데 가장 중요한 것입니다. 소관은 강등된지 불과 한달. 의미도 없이 승진함은 군 기강에 누가 됩니다. 게다가 본래 우주함대사령장관은 원수의 지위에 있으신 분이 임하셔야 하는 직위입니다. 뮈켄베르거 원수 각하의 생각은 알고 있으니 거기엔 이견이 없습니다. 그럼 더욱 더 부사령장관에는 노련하고 인망 두터운 인사를 선택해야하지 않겠습니까?”


  응. 잘 말했어. 두 사람 모두 아무 소리도 못한다. 난 장래엔 변호사인가 관리가 될 것이다. 둘 모두 변론을 할 수 없으면 성공할 수 없다. 완벽하다. 이제 어떠냐?


  “경이 말한대로 신상필벌은 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일세. 그렇기에 경에게 1계급 강등이라는 벌을 내렸네. 이번엔 상을 주지 않으면 안돼.”

  상? 에렌베르크 원수. 무슨 말을 하는거냐? 난 전장에 나간 적도 없다고?


  “이번 싸움에서 활약한 2개 함대 편성은 경이 행했다는 것 같군.”

  “예.”

  “각 사령관들. 거기에 뮈켄베르거 원수를 대신하여 전군을 지휘한 메크링거 소장 말이네만. 자네가 추천했다고 하더군.”


  “……그렇습니다만.”

  좋지 않은 예감이 든다. 눈앞의 두 사람은 기쁜 표정을 짓고 있다. 토끼를 발견한 늑대 같은 표정이다. 나를 어떻게든 말뚝 박아버릴 생각이다. 절대로 도망쳐주지.


  “젊고 유능한 사령관들을 발탁한 것, 실로 훌륭한 일일세. 그들만 승진하고 발탁한 경이 승진하지 않는 건 이상하겠지?”

  “…….”

  아니, 이상하지 않다. 이상하지 않으니까 그 웃음 좀 그만둬.


  “게다가 경이 지휘권 계승에서 사용한 수단은 비합법적이긴 하지만, 그에 의해 승리를 얻은 건 사실이다. 아닌가?”

  “하지만, 그건.”

  틀리지 않다. 하지만 신경쓰지 않아도 좋다. 내버려 두라고.


  “이번 싸움으로 출정한 6백만 장병. 그리고 그 가족으로부터 경에 대한 처분은 부당하다는 항의가 왔네. 군무성, 통수본부, 우주함대사령부에 메일이든 편지든.”

  “…….”

  그런거 보내지 말라고! 이 녀석이든 저 녀석이든 멀쩡한 일을 하는 놈이 없다.


  “이번의 논공행상에서 원정에 나온 자들이 승진하고, 경이 처벌을 받은 채로 납득하리라 생각하나? 본래 계급으로 돌아가는 정도로 납득하리라 생각하나? 모두가 납득하지 않는 인사에 무슨 의미가 있나. 형식이 아닐세. 신상필벌의 실리가 의문시 되네.”

  “…….”


  “경은 2계급 승진하여 대장이 되네. 이론은 없겠지?”

  “……예.”

  에렌베르크는 최후의 일격을 가했다. 발렌슈타인은 죽었다…….

  졌다. 노옹연합에 졌다……. 언제나 그렇다. 나란 놈은 동네북이었던 것인가.


  “그럼 부사령장관도 부탁함세.”

  잠깐 기다려라. 뮈켄베르거.

  “하지만.”

  “아직 모르겠나? 지금 제국군에 경 이상으로 장병에게 신망을 가진 자는 없네.”

  “…….”


  “로엔그람 백작은 우주함대 사령장관에 어울리는 위풍이 있네. 하지만 아직 젊고 결점이 많아. 특히 장병의 신망에 대해 경에게 미치지 못하네. 경이 부사령장관으로서 보좌해 준다면 장병들도 안심하고 따라올 수 있겠지.”

  “…….”


  “경 이외엔 맡길 사람이 없다는 걸세. 경이 부사령장관이라면 로엔그람 백작이 원정중에도 잔류함대를 지휘하여 내란을 막을 수 있어. 이미 리히텐라데 후작에게도 상담했네. 후작도 찬성하셨네.”

  그렇게 말하고 뮈켄베르거 원수는 내 얼굴을 진지하게 바라봤다. 아까전의 악인상이 아니다. 성실한 남자의 얼굴이다.


  “에렌베르크 원수나 뮈켄베르거 원수나, 언제나 어려운 일만 맡기시는군요.”

  “알고 있네. 로엔그람 백작은 경에 대해 솔직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는 듯하더군. 경을 부사령장관으로 하겠다고 말했을 때, 재미없다는 표정을 지었으니 말일세. 경에게도 달갑지 않은 일일지도 몰라. 하지만 경은 언제나 기대에 응해주었다. 부탁하네. 뮈켄베르거를 편하게 해주게.”


  그렇게 말하고 에렌베르크 원수는 나에게 고개를 숙였다. 뮈켄베르거도 마찬가지다.

  “그만두세요. 얼굴을 들어주세요. 알겠습니다. 어디까지 희망에 응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진력을 다하겠습니다.”


  졌다. 져버렸다. 별 수 없다. 부사령장관 해보겠다고. 기뻐하는 노옹연합을 앞에 두고, 이후의 일에 대해 생각하니 탄식밖에 나오지 않는 나였다.


...


■ 우주력 796년 1월 30일. 자유혹성동맹 통합작전본부. 양 웬리.


  “이번 싸움, 잘해 주었네.”

  “손해가 컸다고 생각합니다. 치하받을 일이 아닙니다.”

  나는 본부장실의 소파에 앉으며 피로의 색이 만연한 시트레 본바중에게 답했다.


  최종적인 피해는 함정 1만 8천 척, 장병 140만 명을 넘는다. 칭찬 받았다고 해서 솔직히 말해 기쁘지 않다. 본부장 자신이 이 일로 초췌하고 있다. 본부장 개인에겐 죄가 없다곤 해도, 군대의 톱은 본부장이다. 여러 가지로 말이 많겠지.


  “그래도 자네가 없었다면 전멸했겠지. 그건 모두가 인정하고 있을 걸세.”

  “티아매트의 영웅입니까.”

  몇 가지 괴로운 기억과 함께 내뱉는다. “티아매트의 영웅.”


  “본의가 아니지만 말일세.”

  쓰게 웃으며 본부장이 말한다.

  “예.”


  “티아매트의 영웅”, 전장에서 하이네센으로 돌아온 나를 기다리고 있던 건 패전을 호도하기 위해 영웅으로 추켜올라간 나 자신의 허상이었다. 높으신 분들과 함께 매스컴 앞에서 삐에로 마냥 움직이는 자신을 TV영상에서 보다니. 고통이었다.


  “상상은 가겠지만. 이번 자네는 소장이 될걸세.”

  “…….”

  “요즘 최근. 동맹은 제국에게 계속 지고만 있네. 영웅이 되는 것도 일의 하나라고 생각하게나.”


  “…….”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기에 본부장은 쓴웃음과 함께 말을 계속한다.


  “이번 패전 때문에 도슨 사령장관의 진퇴가 논의됐네.”

  “그렇습니까.”

  “결과적으로 적의 침공을 막았다는 것을 평가한 것 같네.”

  “…….”


  다시 말해 난 괜한 짓을 했다는 건가. 크게 패했다면 도슨에서 다른 사람으로 교대했을지도 모른다……. 어중간한 패배가 도슨 사령장관을 살렸다.

  “그런 얼굴 하지말게. 자네는 할 수 있는 일을 했네. 그리고 잘못된 일을 한 게 아니야.”

  “…….”


  시트레 본부장은 신경쓰며 위로하지만 조금도 마음에 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본부장도 한 번은 나와 같은 걸 생각했을 것이다……. 좀 더 피해가 컸다면하고.


  “도슨 사령장관과 잘 되지 않는 것 같더군.”

  “예.”

  “여러가지 듣고 있네. 자네가 영웅이라 불리는 게 맘에 들지 않는 것 같더군.”


  “바보같은 이야기입니다.”

  그래. 바보같은 이야기다. 어떤 흠집이라도 잡으면 나에게 갈책하며 기뻐하고 있다. 설령 영웅이더라도 자신의 부하에 지나지 않는다. 그걸 주변에 보이고 싶은 것 같다.


  “양 소장. 자네가 캬젤느에게 말한 걸 들었다네. 제국군은, 싸우면 싸울수록 강해지고 있다고. 사실인가?”

  “근거는 없습니다. 단지 그렇게 느꼈습니다.”

  “근거는 없다. 단지 그렇게 느꼈다……. 충분하네. 난 자네의 말을 믿지.”

  “!”


  “도슨 사령장관으로 대항할 수 있을까?”

  “……어렵겠군요.”

  저 속임수에 저리도 간단하게 걸려서야 대항이라니 말도 안 된다. 그게 없었다면 이 정도로 심각한 패전은 아니었을 것이다. 난 그걸 본부장에게 고했다. 말이 진행됨에 따라 본부장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양 소장.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침통한 표정으로 시트레 본부장이 묻는다. 궁지에 몰려있다. 본부장은 궁지에 몰려 있다.

  “……적을 요격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적의 군사행동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 물을 받아내는 것이 아니라 구멍을 막아야 한다.


  “구체적으로 뭘 해야하나?”

  “……이젤론 요새 공략입니다.”

  본부장이 말을 잃은 것을 알 수 있었다. 현시점에서 이젤론 요새공략 따위 미치광이의 헛소리에 불과하겠지. 하지만 적의 공세를 막기 위해선 이것밖에 없다. 그리고 책략도 있다…….

Posted by 추리닝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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