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국력 487년 2월 1일. 오딘, 우주함대사령부. 에리히 발렌슈타인.


  “신고합니다. 오늘을 기하여 우주함대 부사령장관을 명 받았습니다. 에리히 발렌슈타인입니다.”

  “음. 경의 취임을 진심으로 환영하네.”

  조금 어색하구만. 라인하르트. 조금 더 미소를 보이지 않으면 상대방에게 미움 받는다고?


  하지만 사령장관실은 꽤 넓구나. 집무책상도 크고 가구들도 제대로 갖춰져 있다. 소파도 앉으면 편할 것 같다. 거기에 비해 부사령장관실은 아무리 봐도 한 단계 떨어진다. 특히 집무책상과 소파는 말이지. 내 돈을 써서라도 바꿀까?


  에렌베르크, 뮈켄베르거 두 원수가 부사령장관을 들이민 후, 나는 무지하게 바빴다. 병참통괄부에 가서 개인 물품, 잡다한 작업을 정리하고, 인사를 끝마친 후, 헌병대 본부, 군무성, 통수본부, 장갑착탄병 총감부에도 인사를 하러 돌아다녔다.


  헌병대 본부, 군무성은 느낌이 좋았다. 아무래도 날 절반쯤 같은 부서 동료로 생각하는 것 같다. 좋지 않았던 건 장갑착탄병 총감부였고, 최악이었던 건 통수본부였다. 오프레서는 재미없다는 듯이 ‘흥’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슈타인호프는 만나려고도 하지 않았다. 정말이지. 어째서 내 주위에는 꼬맹이들 뿐이냐. 인사는 인간관계의 윤활제라고.


  “발렌슈타인 대장. 잠깐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있네만…….”

  어라라, 바로 나왔나. 무슨 이야기일까? 인사인가? 체제인가? 역할 분담인가? 아니면 베네뮌데 사건에 대한 건가? 이제와서 듣고 싶지도 않은 이야기지만.

  “알겠습니다. 사령장관 각하.”


...


■ 제국력 487년 2월 1일. 오딘, 우주함대 사령부. 지크프리드 키르히아이스.


  라인하르트님께서 우주함대 사령장관이 되셨다. 하지만 라인하르트님은 기쁘지 않으시다. 발렌슈타인 대장이 부사령장관으로 취임했기 때문이다. 라인하르트님은 그가 자신에 대한 감시역이라고 생각하고 계시고,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덕분에 라인하르트님의 입장이 얼마나 취약한지 더욱 눈에 띠게 되었다.


  군무상서도 퇴역한 뮈켄베르거 원수도 무슨 일이든지 발렌슈타인 대장을 의지하고 있다. 사실은 라인하르트님이 아니라 발렌슈타인 대장을 사령장관으로 취임시키려 했던 게 아닐까…….


  군에 있어서 뮈켄베르거 원수의 심복이라 불리는 발렌슈타인 대장이다. 대장은 귀족이 아니니까 원수가 되는 건 힘들겠지. 계급도 아직 대장이다. 그러니 입장이 약한 라인하르트님을 사령장관으로 하고, 그 아래에 실권을 쥐게 했다…….


  저번 제 3차 티아매트 회전이 끝난 뒤, 메크링거 중장에게 모든 걸 들은 라인하르트님은 큰 충격을 받으셨다. 모두 발렌슈타인 대장이 생각한대로 움직였다. 라인하르트님 자신도 대장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나던 말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라인하르트님도 알고 계신다. 그것이 그 상황에서 가장 옳은 방법이었다는 것을. 가장 혼란을 일으키지 않고 이길 수 있는 방법이었다는 것을. 그래도 어느 샌가 자신에게 지휘권이 있었다면 하고 생각하고 만다. 그리고 그것이 발렌슈타인 대장에 대한 의혹이 되고 만다.


  정말 라인하르트님이 지휘권을 잡을 가능성이 없었던 걸까? 발렌슈타인 대장은 고의로 그 방법을 무시했던 건 아닐까? 내겐 그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대장에겐 보였던 게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시했다……. 혹시 대장은 그 일에 대해서 알고 있는 건 아닐까? 예의 습격 사건의 진상을. 그러니 일부러 라인하르트님을 깍아내리는 방법을 취했다……. 너무 지나친 생각일까? 그 건에 대한 사죄를 언제하면 좋을지. 아직 나와 라인하르트님 사이에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무리다.


  발렌슈타인 대장이 착임 인사를 라인하르트님에게 하고 있다.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부드러운 미소를 띠우고 있다. 정말 그 일에 대해서 모르는 걸까?


  “발렌슈타인 대장. 우주함대 편제말이네만. 지휘권을 어떻게해야 할까? 경과 나로 분할해야 할까?”

  라인하르트님이 말하기 괴로운 듯이 말한다. 부사령장관은 항상 있는 게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쓰기 힘들다.


  부사령장관이 실력자고 사령장관에 대항의식을 가지고 있다면 지휘권의 분할을 요구하겠지. 그렇지 않다면 어디까지나 보좌역으로서 차석지휘관에 머무를 것이다…….


  미묘한 문제다. 발렌슈타인 대장은 명백히 실력 있는 부사령장관이다. 그리고 라인하르트님은 사령장관이라곤 해도 입장이 약하다. 우주함대는 18개까지 편성할 수 있다. 그 절반인 9개 함대의 지휘권을 요구해도 이상하지 않다.


  “소관은 어디까지나 부사령장관입니다. 차석지휘관으로서 써주셨으면 합니다.”

  발렌슈타인 대장은 망설임 없이 말했다. 지휘권은 요구하지 않았다……. 라인하르트님도 다행스럽게 생각하겠지.


  “각 함대사령관 말이네만. 저번 싸움에서 무훈을 올린 사령관들을 중심으로 임명하고자 하네만?”

  “신규편성 2개 함대의 지휘관들이군요.”

  “그래. 그리고 뮐러, 로이엔탈, 미터마이어, 케슬러에게도 함대를 맡길 생각이다.”

  라인하르트님의 목소리에 약간 쓴맛이 섞여 있다.


  “메크링거 중장은 어떻게 합니까? 총참모장을 맡길까요?”

  발렌슈타인 대장의 목소리에는 어떤 부담감도 느껴지지 않는다.

  “아니, 그에게도 함대를 지휘하도록 할 생각일세.”


  “그럼 총참모장은 누구로?”

  의아한 목소리다. 라인하르트님을 걱정하고 있는 걸까?

  “……아직, 결정하지 않았네.”


  각 함대사령관, 총참모장을 선택하는 것도 라인하르트님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 실력 있는 사령관들은 모두 발렌슈타인 대장과 친한 인물들뿐이다. 덧붙여 라인하르트님이 눈여겨보고 있던 사령관들은 모두 발렌슈타인 대장에게 발탁되어 그에게 심취하고 있다.


  어느새 그만한 인재들을 조사한 걸까? 나와 라인하르트님도 대장에게 아군을 만들라는 말을 듣고 은밀히 조사했다. 발렌슈타인 대장은 우리들보다 훨씬 다망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발렌슈타인파라고도 할 수 있는 인재를 확보하고 있다. 라인하르트님도 거기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케슬러 중장도 저번 제 3차 티아매트 회전 이후로 라인하르트님과 미묘한 긴장이 있는 사이가 되었다. 케슬러 중장으로부터 함대사령관으로 전출희망이 있었다. 라인하르트님도 케슬러 중장에게 총참모장이 되어달라곤 하지 않으셨다.


  “서두를 필요는 없겠죠. 뮈켄베르거 원수께서도 총참모장을 두지 않으셨습니다. 꼭 필요하시다면 키르히아이스 대령을 일시적으로 총참모장 대리로 하시면 어떻습니까? 대령도 언제까지나 부관 자리에 있어서야 재미가 없겠죠. 총참모장 대리라면 회의에도 참석할 수 있고 발언권도 있습니다.”


  대장은 나를 보며 말을 걸었다. 평소와 다름없는 상냥한 표정이다. 나를 생각해주고 있다. 분명 총참모장 대리라면 장성회의에도 참석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가 되었네. 총참모장은 조금 더 생각하지.”

  “그렇군요. 그것이 좋겠습니다. 그런데 소관에게도 제안이 있습니다만.”

  “무엇인가?”

  한 순간 라인하르트님의 표정에 긴장이 보였다. 발렌슈타인 대장의 표정은 변함이 없다.


  “메르카츠 제독에게도 1개 함대를 통솔하게 함은 어떻습니까?”

  “메르카츠인가.”

  “예. 경험이 풍부한 분이십니다. 분명 큰 힘이 되어주시리라 생각합니다만.”


  “……좋겠지.”

  “감사합니다.”

  빙그레 웃음지으며 발렌슈타인 대장이 예를 표한다.


  나는 라인하르트님이 한 순간 대답을 주저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경험도 인망도 실적도 있는 메르카츠 대장과 발렌슈타인 대장이 연합할 가능성을 생각한 거겠지. 메르카츠 대장과 발렌슈타인 대장은 아레스하임 성역 회전에서 함께 있었다. 이번 새롭게 함대사령관이 되는 클레멘츠 중장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경의 함대는 어떻게 하나? 그것과 기함도 주어질 테지만.”

  “아, 그러고 보니 그렇군요. 함대는 소규모라도 상관없습니다. 폐하의 건강이 불안한 지금, 소관이 전선에서 싸울 일은 없을 테니까요.”

  분명 그렇다. 발렌슈타인 대장에게 기대되는 것들 중 하나는 내란의 방지다.


  “과연. 그럼 기함은?”

  “그렇군요. 받을 수 있다면 기쁘겠습니다.”

  라인하르트님도 겨우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브륀힐트를 하사받았을 때를 생각하셨을지도 모른다. 그 때 라인하르트님의 기쁨은 큰 것이었다.


  “그리고 발렌슈타인 대장. 나는 될 수 있는 한 빠른 시기에 출정할 생각일세.”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함대의 규모는?”

  “1개 함대. 내가 직접 통솔할 걸세.”

  발렌슈타인 대장은 특별히 반대하지 않았다. 조금 고개를 갸웃하며 말을 계속한다.


  “뮐러 제독들은 이번에 분함대사령관으로서 참가하게 할 것입니까?”

  “아니. 그럴 필요 없네.”

  “그렇습니까……. 그럼 출정까지 훈련 등으로 시간이 걸리겠군요.”

  “음.”


  뮐러 제독들의 힘을 빌리는 건 발렌슈타인 대장의 힘을 빌리는 일이 되겠지. 그걸 생각하면 새롭게 함대를 편제할 수밖에 없다. 발렌슈타인 대장의 제안을 받을 순 없었다.


  발렌슈타인 대장이 그걸 눈치채지 못했으리라 생각할 수 없다. 하지만 대장은 그것보다 출정까지의 시간을 신경쓰는 것 같다. 뭔가 신경쓰이는 일이 있는 건가?


  라인하르트님은 스스로의 실력을 발렌슈타인 대장을 시작으로 한 각 함대사령관들에게 증명해야만 한다. 이 출병에서 이기고, 원수로 승진하면 누구도 라인하르트님의 실력을 의심하지 않겠지. 그렇게 되면 각 함대사령관들도 발렌슈타인 대장이 아니라 라인하르트님에게 마음을 맡길지도 모른다.


  “소관에겐 사령장관의 생각에 이론은 없습니다.”

  “음.”

  “함대의 편제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스스로 하시겠습니까?”

  “그렇게 하지.”

  “알겠습니다.”


  발렌슈타인 대장은 그 뒤 두, 세 마디 말을 나누고 경례한 뒤, 방을 나갔다.


...


■ 제국력 487년 2월 1일. 오딘, 우주함대사령부. 에리히 발렌슈타인.


  사령장관실을 나오고 부사령장관실로 향했다. 착임 인사만으로 끝나지 않았군. 뭐, 정해야 할 건 바로 정해버린다. 그런 느낌이었다. 하지만 내가 함대의 지휘권을 원하지 않았다고 그렇게 안심하지 말라고. 앞에서 보는 입장에서 그다지 재미있는 일이 아니다.


  함대 지휘권을 받지 않았던 건 분할하면 자신의 영항력이 절반뿐인 9개 함대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할하지 않으면 18개 함대 전부에 달한다. 그 뿐이다. 그렇다곤 해도 케슬러를 총참모장으로 하지 않다니.


  그 두 사람, 역시 사이가 벌어졌나. 티아매트 회전의 영향이 나오는 것 같다. 하지만 그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참모장은 사령관의 안사람이나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해도 모든 걸 사령관에게 말해야 되는 건 아니다.


  그 부분을 이해하지 않으면 참모장은 꽤 괴로운 입장이 된다. 뭐, 저 두 사람은 예의 습격사건도 있다. 이 이상은 무리겠지. 하지만 총참모장은 어떻게 할까? 오벨슈타인? 말도 안 된다. 저런 놈이 와서야 귀찮은 일만 늘어난다.


  이젤론 요새에 경고를 보낼 필요가 있다. 언젠가 양 웬리가 이젤론 요새공략을 위해 움직일 것이다. 지금부터 손을 써두자. 이젤론이 떨어지지 않으면 오벨슈타인이 여기로 올 일도 없다.


  라인하르트는 꽤 서두르고 있다. 스스로의 입장을 강화하기 위해서 뒤도 돌아보지 않는다. 나쁜 방향으로 가지 않으면 좋을 텐데. 솜씨 한 번 볼까. 대충 그런 일일까.


  메르카츠 제독에겐 머리를 숙여서 협력을 의뢰할 필요가 있겠군. 내가 전장에 나갈 수 없는 이상, 라인하르트를 지탱할 인물이 필요하다. 나나 라인하르트의 밑에서 일하는 건 재미없을지도 모르지만, 그 부분은 참아주시는 수밖에 없다. 여차하면 부사령장관을 두 명으로 하면 된다. 애초에 저 사람에게 있어서 원작에서 보인 망명 루트는 그다지 좋은 인생이라곤 할 수 없다…….

Posted by 추리닝백작
,